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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민 칼럼] ‘저출산’이 아니라 ‘저출생’에 예산을 쓰자

By | 2022년 9월 30일 | 미래, 미분류, 여성, 정책

올해 합계출산율이 사상 처음으로 0.7명대를 기록할 것이라는 우울한 전망이 나오고 있다. 2020년 세계 최초로 0.8명대의 합계출산율을 기록한 지 불과 2년 만에 다시 불명예스러운 ‘신기록’을 세울 가능성이 커졌다. 인구를 유지하는 수준인 2.1명에 한참 못미친다. 자연스레 올해 50조 원이 넘는다는 ‘저출산 예산’이 따가운 눈총을 받고 있다. 그렇지만 이런 눈총에 대해 이상민 나라살림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몇 가지 오해가 빚어낸 결과”라고 지적한다. 출산율을 높이기 위한 직접 지원 예산은 2.8조 원 수준인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물론 그렇다고 직접 지원 예산을 크게 늘리자고 이 위원은 주장하지 않는다. 예산 차원에서 그가 제시하는 해법은 뭘까? [편집자주]

✔ 예산은 막대하지만 꾸준히 실패해 온 저출산 정책
✔ 저출산 예산 바로 알기, 50조 중 직접 지원 2.8조에 불과
✔ 출생은 여성만의 책임 아니야, ‘저출생 대책 예산’ 표현 제안
✔ 여성 인권, 아동 인권 등 사회 인식의 근본적 변화에서 접근

✔ 구조적 문제의 개선 통해 자연스럽게 출생율 높여야

사진:셔터스톡

막대한 예산에도 저출산 정책은 대실패

인구가 줄고 있다. 아이가 태어나지 않기 때문이다. 대책을 만들어야 한다. 아니 이미 대책을 만들고 돈을 쓰고 있다. 우리나라는 2006년부터 ‘저출산 고령사회 기본계획’을 만들고 관련 예산을 편성, 집행하고 있다. 2006년 1차 계획 이후 2020년 4차 계획까지 만들었다. 

그렇지만 결과는 모두가 인정하다시피 대실패다. 윤석열 대통령은 최근 국무회의에서 “지난 16년간 280조 원의 예산을 쏟아부었지만, 출산율은 급락했다. 과학적 방법을 써서 실효성 있는 대책을 찾아야 한다”고 언급했다.

저출산 예산에 대한 오해

그런데 저출산 예산에 대해선 커다란 오해 두 가지가 있다. 첫째, 저출산 예산은 ‘저출산만을 위한 예산’은 아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대선후보 시절에 성인지 예산이 30조 원이라며, 일부만 떼도 북한의 위협을 막을 수 있다고 주장한 적이 있다. 그러나 성인지 예산은 성인지를 위해 지출하는 돈이 아니다. 기존 사업을 성인지적 관점에서 분석하는 대상에 해당하는 사업의 금액이 30조 원이라는 의미다. 결국 성인지 예산에서 떼내어 쓸 수 있는 사업은 없다.

저출산 예산도 마찬가지다. 저출산 예산도 꼭 출산율을 높이기 위한 목적으로만 추가로 지출하는 예산은 아니다. 한 언론은 2021년 저출산 예산을 출생아 수로 나누니 1인당 1억1000만 원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관련 기사 바로 가기. 

그러나 이 예산에는 출산율을 높이기 위한 목적으로 지출하는 사업도 있지만, 간접적으로 출산율을 높일 수도 있는 예산사업을 통합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목적도 있다. 

50조 원 중 직접 지원은 2.8조 원에 불과

올해 저출산 예산은 약 50조 원이 넘는다. 이 50조 원에는 직접적으로 출산율을 높이기 위한 목적으로 지출되는 사업도 있다. 예를 들어, ‘저출산 대응 및 인구정책 지원’ 프로그램에 속한 사업들이다. 아동수당 2.4조 원, 첫만남 이용권 지원(출산보조금) 0.4조 원, 저소득층 기저귀 지원사업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이렇게 직접적으로 출산율을 높이기 위한 목적으로 지출되는 사업은 총 2.8조 원이다.

즉, 저출산 관련 예산 50조 원 가운데 이 2.8조 원만이 출산율을 높이기 위해 존재하는 예산이다. 나머지 저출산 관련 예산은 다른 별도의 목적(프로그램)에 따라 지출하는 예산을 저출산 관련 예산으로 중복해서 집계한 것이다. 

예를 들어 아동학대 예방사업은 ‘아동보호 및 복지 강화’ 프로그램에 속한 사업이다. 즉, 아동학대 예방사업의 존재 목적 자체는 출산율을 높이기 위한 사업은 아니다. 아동보호 및 복지 강화가 목적인 사업이다. 출산율을 직접적으로 높이는 데 영향이 없다는 이유로 아동학대 예방사업을 접을 수는 없다.

물론 필요에 따라서는, 아동보호를 위한 목적으로 집행되는 사업까지도 저출산 정책의 다각적이고 효율적인 수행을 위해서 한데 묶어서 분석하고 평가할 필요가 있다. 그래서 아동보호를 위해 지출하는 ‘아동학대 예방사업’도 저출산 관련 예산 50조 원에 포함되는 것이 좋다. 그러나 주요한 사업목적 자체가 출산율 고취에 있지는 않은 것도 사실이다.

저출산 예산 50조 원 중에서는 국방부의 ‘군인력 구조 개편’ 사업 1000억 원도 포함되어 있다. 군인력을 구조 개편한다고 출산율이 올라갈까? 청년인구 급감에 따라 병력 중심 군구조를 첨단무기 중심의 군구조로 개편하기 위한 사업이다. 이런 사업도 저출산 관련 예산에서 한꺼번에 분석하게 된다. 즉, 저출산 예산에는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고자 돈을 쓰는 예산도 있지만 저출산 사회에 ‘대응’하고자 어쩔 수 없이 쓰는 돈도 많다. 

저출산고령화위원회는 왜 이런 간접사업 예산과 대응 사업 예산까지 묶어서(중복 집계해서) 저출산 예산이 50조 원이라고 발표할까? 부정적으로 생각하면 예산 액수 뻥튀기다. 그러나 저출산 문제는 여성 인권, 아동 인권 등 사회 인식의 근본적 변화 없이 해결할 수는 없다. 그리고 저출산은 ‘해결’도 중요하지만 ‘대응’도 중요하다. 대응하고자 쓰는 돈도 집계해야 저출산 현상 때문에 발생하는 전체 예산 규모를 파악할 수 있다.

직접 지원 늘린다고 출생율이 올라가는 것은 아니다

두 번째 오해는 조금 더 자세한 설명이 필요하다. 저출산 예산을 많이 지출했는데 출산율은 높아지지 않았다. 그렇다면 그동안의 저출산 대책은 실패한 정책이다. 대안은 무엇일까? 출산율을 보다 직접적으로 높일 수 있는 방식으로 저출산 예산을 쓰면 문제가 해결되는 걸까? 그렇지 않다.

세상일은 앞에서 끌어서 되는 것도 있지만, 뒤에서 밀어야 되는 일도 있다. 바로 저출산 정책이 그렇다. 결론부터 말하면 저출산 정책은 앞에서 끌기보다는 뒤에서 밀어야 하는 일이다. 

‘저출산 고령사회 기본계획’은 2006년 1차 기본계획부터 2020년 4차 계획까지 발표되었다. 16년간 노력한 결과가 출산율 0.75명이다. 처참한 결과다. 통렬한 반성이 필요하다. 그런데 놀랍게도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의 반성의 결과는 다소 의외일 수도 있다.

“직접적 출산 대책보단 근본적 사회 분위기를 바꾸자는 것”이다. 나는 이러한 방향 전환에 찬성한다. 기존의 제1차, 2차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은 출산율 자체를 높이고자 애를 썼다. 그러나 실패했다.

“정부야 나대봐라, 내가 결혼하나”

왜 실패했을까? 나는 “정부야 아무리 나대봐라, 내가 결혼하나, 고양이랑 살지”라는 한 여성단체의 시위 문구가 가장 잘 설명해준다고 생각한다. 인간은, 여성은 정부의 정책을 곧이곧대로 따르는 존재는 아니다.

기존의 출산율을 높이기 위한 정책이 실패했다면, 그리고 반성한다면, 그 반성의 결과는 출산율을 더 잘 높일 수 있는 방안을 만들자가 아니다. ‘성평등하고 공정한 사회’, ‘개인의 삶의 질 향상’ 같은 근본적이고 구조적인 문제가 핵심이다.

‘성평등하고 공정한 사회’, ‘개인의 삶의 질 향상’ 같은 표어는 너무 추상화 수준이 높을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이러한 방향성을 구체적으로 실현할 수 있는 대안을 만들어야 한다. 그 구체적 대안이 꼭 ‘대책’일 필요는 없다. 구체적 ‘대응’도 못지않게 중요하다. 

문제에 잘 ‘대응’하면, 돈 드는 ‘대책’ 부담이 줄어든다

우리는 무슨 문제가 생기면 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대책을 분주히 찾는다. 대책 없이 비판을 하면 책임감이 없는 사람 취급을 받는다. 그러나 경험 많은 의사일수록 대증요법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그리고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사람일수록 ‘돌팔이’일 확률이 높다.

여러 사회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정답을 알고 있다고 주장하는 사람은 의외로 많다. 그런데 이런 ‘근본적 해결방안’을 강조하는 사람일수록, 실제로 현실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구체적이고 디테일한 대응 방식은 없는 경우가 많다. 

실존주의 철학자 키르케고르는 “달리는 기차에서 뛰어내릴 수는 없다”고 했다. 결국 많은 문제들은 우리의 삶 한가운데서 해결해야 한다.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근본적 ‘대책’도 필요하지만, 지금 벌어지고 있는 문제의 ‘대응책’을 잘 논의하는 것이 생각보다 훨씬 중요하다. 성평등 문제에 대한 대응, 아동학대에 대한 대응을 잘하는 게 중요한 것이다.

최근 윤 대통령은 ‘지방분권 강화’를 통한 저출산 문제 해결방안을 제시한 바 있다. 실행에 옮겨지기만 한다면, 나는 바람직한 진전이라고 생각한다. 직접적인 출산율에 일희일비하는 것이 아니라, 이렇게 구조적인 문제의 개선을 통해 자연스럽게 출생률이 높아지는 방안이 훨씬 낫다.

‘저출산’ 아니라 ‘저출생’ 예산이라 부르자

그런 의미에서 앞으로 저출산 예산에 대한 오해를 없애기 위해 두 가지 제안을 하고자 한다. 첫째, ‘저출산 예산’이 아니라 ‘저출생 예산’이라고 칭하자. 저출산은 출산율을 직접적으로 높이는 여성 등의 책임을 의미한다. 반면 저출생은 그 결과를 의미한다. 저출생이라는 결과는 아이를 낳기 어려운 조건과 결과가 낳은 문제이지, 개별 사회 구성원의 책임 문제가 아니다. 

그래서 앞으로는 ‘저출산 예산 50조 원’이라고 쓰기보다는, ‘저출생 해결 및 저출생 사회 대응예산 50조 원’ 또는 ‘저출생 관리 예산 50조 원’ 등으로 쓰는 것이 더 좋을 것 같다. 이것은 직접적으로 출산율을 높이기보다는 결과적으로 출생률이 높아지는 것이 바람직하고 효율적이라는 관점과 방향의 전환을 의미한다.  

예산에 꼬리표를 달자

둘째, 예산 분류체계에 공식 꼬리표를 달자. 우리 예산의 분류와 집계가 다양해서, 국민들은 헛갈린다. 때로는 부풀리고, 때로 줄어들기도 한다. 이걸 바로잡자. 그래야 오해가 없다. 

지금은 공식예산 분류체계에 따른 분류가 있고, 저출산 예산, 일자리 예산, R&D 예산 등을 추가로 중복해서 평가 분석하는 시스템이 따로 있다. 공식 예산 분류체계 외에 별도의 분석 시스템은 필요하지 않은 것이 아니다. 저출생 관리예산, 일자리 예산, 등 따로 관리해야 하는 목록이 분명히 있다. 

그러나 이를 분명하고 효율적으로 알아볼 수 있게 하기 위해, 별도의 관리 코드를 만들고 거기에 일자리, 저출생, R&D 등을 표기하는 칼럼을 따로 만들 필요가 있다. 현재는 R&D 사업에 세부 사업 뒤에 괄호(R&D)로 표시하는 방안이 사용된다. 별도의 관리 코드를 만들어 괄호 안에 있는 R&D를 바깥으로 따로 떼어내는 방안을 만들자는 이야기이다. 이런 방식이면 공식 예산 분류체계 외에 필요에 따라 관리대상 예산 사업을 쉽게 뽑아내고 분석할 수 있게 된다.

저출생 관리 예산을 국민 누구나 편하게 파악하고 분석할 수 있다면, 저출생과 관련한 예산이 부풀려지거나 그와 관련한 노력을 폄하하는 일도 줄어들 것이다. 대응책을 만드는 것도 쉬워진다. 무엇보다 불필요한 오해와 갈등을 줄일 수 있을 것이다.


글쓴이 이상민은
분석하는 게 일이다.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예산서, 결산서, 집행내역을 매일 업데이트하고 분석한다. 참여연대 간사, 국회의원 보좌관을 거쳐 현재는 나라살림연구소 수석연구위원으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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