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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권의 사람] 최병천 , “민주당, ‘유능한 경제정당’으로 거듭나야”

By | 2022년 9월 16일 | 미분류, 정책

정치권에서 ‘진보적 정책통’으로 통하는 최병천 신성장경제연구소 소장이 내놓은 <좋은 불평등>이 입소문을 타고 있다. 진보진영의 화두인 ‘불평등’을 다루면서, 비판의 화살이 보수진영이 아닌 진보진영을 향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 소장은 지난 30년 가까이 진보진영이 불평등의 원인으로 꼽아온 ‘재벌, 신자유주의, 비정규직’ 세 가지는 ‘이념 과잉이 빚어낸 집단적 오류’라고 진단한다. 동시에 세계경제 및 중국경제의 변동과 연동해 살펴야만 우리나라 불평등의 전체상이 드러난다고 주장한다. 자신의 책을 “진보진영의 잘못된 통념 뒤집기”라고 설명하는 최 소장을 <피렌체의 식탁>의 정재권 콘텐츠 코디네이터가 만났다. 생산적인 논의와 비판-반비판을 기대하며. [편집자 주]

✔  우리 사회 진보적 통념에 문제 제기하는 제목, 좋은 불평등
✔  110개의 데이터로 설명한 ‘좋은 불평등’과 ‘나쁜 불평등’
✔  데이터가 알려주는 불평등의 시작은 1997년 아니라 1994년
✔  민주적 장기 집권 성공한 국가들의 비결은 ‘경제정책의 유능함’
✔  경제성장, 고용, 계층 사다리, 불평등 문제에서 ‘유능한 정책 역량’ 필요

사진:이혜진(메디치미디어 디자인실)

이 책은 도발적이다. 동시에 도전적이다. 제목도, 내용도.
우선 제목. <좋은 불평등>이라니, 이건 형용모순 아닌가? ‘둥근 사각형’이나 ‘남의 물건을 훔쳤는데 도둑질은 아니다’라는 말처럼. 저자는 우리 사회의 ‘불평등’ 문제를 둘러싼 사회적 통념, 특히 진보적 통념에 문제제기를 하기 위해 제목에서부터 싸움을 건다.

다음은 내용. 책 여기저기엔 오랫동안 진보진영이 당연하게 여겨온 담론이나 가치에 대한 비판이 가득하다. 저자의 목소리로 주요한 비판을 들어보자.

“우리는 불평등 나쁜 놈, 경제성장 좋은 놈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실제 현실에선 ‘좋은 불평등’이 있을 수 있고, 거꾸로 ‘나쁜 평등’이 있을 수 있다.”

“한국의 불평등 확대는 재벌, 신자유주의, 비정규직 확대 때문이라는 주장, 요컨대 적폐 세력 탓이라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

“한국경제 불평등은 세계경제와 중국경제의 변화와 연동돼 출렁거렸다. 특히 ‘중국발 불평등’ 성격이 강하다.”

“불평등에 관한 국내 논의는 일국적 틀에 갇혀 정치권에 대한 책임추궁과 신자유주의적 정책 비판이 주를 이뤘다. 이는 대체로 잘못된 접근이다.”

“문재인 정부의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과 소득주도성장 정책은 불평등을 축소시키지 못했다. 오히려 ‘나쁜 불평등’을 강화시켰다. 실패한 정책이다.”

“소득주도성장론과 최저임금 1만 원은 한국의 대표적인 진보계열 시민사회단체, 진보계열 노동조합, 진보성향의 언론들, 진보정당 다수가 두텁게 합의하고 20년 넘게 주장한 정책들이다. 이 정책들이 틀린 것이라면, 한국 진보의 ‘집단지성이 집단오류’를 일으킨 경우에 해당한다.”

이쯤 되면 저자가 궁금해질 수밖에 없다. 특히나 저자는 “심장은 왼쪽에서 뛴다”(독일 사회민주당 대표였던 오스카 라퐁텐)는 말을 빌려와, 자신을 ‘진보주의자’로 규정하고 있으니 말이다. 저자는 자신의 주장을 논증하기 위해 110개의 데이터를 바탕으로 ‘좋은 불평등’과 ‘나쁜 평등’ 등을 설명하며, 단순한 불평등 완화가 경제성장을 위한 좋은 방안이 아니라고 역설한다.

이미지:셔터스톡

저자 최병천 신성장경제연구소 소장. 그는 젊은 시절 노동운동에 투신해 공장에서 노동자 생활을 했고, 민주노동당을 거쳐 2012년부터 민주당에서 정책 분야 일을 해왔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 부소장, 민주당 민주연구원 부원장, 박원순 서울시장 정책보좌관 등의 경력이 그의 이력서에 적혀 있다. 

최 소장은 이 책에서 자신의 정체성을 ‘정책 활동가’라 소개한다. “정책을 통해 좋은 세상을 만드는 것이 꿈”인 사람이라는 것이다. 그 꿈의 내용과 세상에 대한 생각이 궁금해, 최 소장을 만났다.       

정재권 : 책의 제목부터 묻지 않을 수 없다. 형용모순 같은 ‘좋은 불평등’으로 제목을 정한 이유는? 

최병천 : ‘좋은 불평등’이라는 개념은 얼핏 형용모순처럼 들린다. 그러나 실제로는 형용모순이 아니다. 실제 형용모순이 아닌데 형용모순처럼 들린다는 것은 불평등 개념에 윤리적 가치판단이 들어가 있기 때문이다. 

경제학적으로 불평등의 개념은 ‘하층소득 대비 상층소득의 격차’다. 격차 그 자체다. 격차는 좋은 이유로 커질 수도 있고, 나쁜 이유로 커질 수도 있다. 줄어드는 것도 마찬가지다. 좋은 이유로 줄어들 수도 있고, 나쁜 이유로 줄어들 수도 있다. 

정재권 : 그렇다면 ‘나쁜 평등’도 있다는 얘긴가?

최병천 : 그렇다. 인류 역사는 주기적으로 ‘나쁜 평등’을 겪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전쟁’과 ‘전염병’이다. 1차 세계대전과 2차 세계대전 직후에 세계는 더 평등해졌다. 또 불평등의 관점에서만 본다면, 지난 2월 러시아의 침공을 받은 이후, 우크라이나는 더 평등해졌을 것이다. 중세 유럽에서 흑사병 이후에도, 20세기 공산주의 혁명 직후에도, ‘상층이 작살나면’ 항상 더 평등해졌다. 

1990년대 이후 한국경제 상황을 고려하면, ‘상층 = 수출 = 제조업 = 대기업’은 매우 높은 상관관계를 갖는다. ‘수출이 작살나면’ 한국의 소득 불평등은 더 완화됐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에도 그랬고, 2015년 중국의 정책 변화 때도 그랬고, 2019년 반도체 슈퍼 사이클이 끝났을 때도 그랬다.

불평등 이슈는 ‘진보의 심장’에 해당한다

정재권 : 기본적인 질문에서부터 시작하자. 앞에서 불평등을 ‘하층소득 대비 상층소득의 격차’라 정의했다. 왜 불평등에 천착하는가?

최병천 : 불평등은 “심장이 왼쪽에서 뛰는” 사람에게 가장 중요한 테마이기 때문이다. 불평등 이슈는 ‘진보의 심장’에 해당한다. 좋은 진보정치, 유능한 진보정치를 하려면, 불평등에 대해 ‘제대로 된’ 원인분석을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야만 ‘제대로 된’ 정책 처방을 할 수 있으니까. 그래서 제대로 된 원인분석을 위해 지난 몇 해 동안 씨름을 했다. 

정재권 : 책 내용 가운데 특히 흥미로운 대목을 두 가지 꼽아보면 ‘중국발 불평등’이라는 접근법과 문재인 정부의 ‘최저임금 및 소득주도성장 정책’에 대한 비판이다. 우선 ‘중국발 불평등’부터 살펴보자. 최 소장은 우리나라 불평등의 가장 중요한 원인으로 중국을 지목하고, 1994년과 2008년, 2015년의 세 차례 변곡점을 증거로 든다. 1994년의 변곡점을 설명하며 ‘중국발 불평등’의 구조를 설명한다면? 나머지 두 변곡점은 독자들의 흥미를 위해 남겨 두자.

최병천 : 한국경제의 불평등 변동을 포함해서, 한국경제의 많은 문제는 ‘국제적 요인과 연동해서’ 작동했다. 그러나, 소득주도성장론의 논리 구조도, 한국 진보경제학도 ‘국내적 분석’과 ‘계급론적 분석’에 과몰입되어 있다. 사회과학적으로, ‘제대로 된’ 원인분석에 실패한 핵심 이유다. 원인분석이 틀리니, 정책 처방이 제대로 작동할 리가 없었다. 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성장 정책실험이 정치적으로도 실패하고, 정책적으로도 실패한 이유다. 

불평등의 발생 시점과 관련하여, 그동안 한국의 진보경제학은 두 가지 잘못을 했다. 

첫째, 한국의 임금 불평등 데이터를 시계열로 보면, ‘1994년부터’ 불평등이 증가했음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이를 있는 그대로 직시하지 않았다. 심지어 경제학 교수들도, 소득 불평등 연구자들도 ‘1997년 외환위기 이후부터’ 불평등이 증가했다는 주장을 25년째 하고 있다. 실제 데이터를 보지 않고 주장하는 경우다. 

둘째, ‘1994년부터’ 불평등이 증가했다면, 1997년 외환위기 충격과는 구분되는 ‘다른 요인’에 의해 불평등이 증가했음을 의미한다. ‘1994년부터’ 증가한 데이터를 직시하지 않으니, ‘제대로 된’ 원인분석 혹은 새로운 원인분석을 시도조차 하지 않았다. ‘1994년부터’ 불평등이 증가한 것은 ‘1992년 8월’ 한-중 수교 체결이 가장 중요한 원인이었다. 한국의 불평등 연구자들이 그동안 간과하고, 주목하지 않았던 내용이다. 

‘한-중 수교’는 1994년 시작된 불평등 증가의 직접 원인

정재권 : 한국과 중국의 수교 이후 어떤 일이 벌어졌다는 것인가?

최병천 : 중국은 1992년 14차 당대회에서 ‘사회주의 시장경제’를 새 노선으로 채택한 이후 수출 중심 공업화를 전면 채택하고 저기술, 노동집약적 산업에 박차를 가한다. 신발, 섬유, 봉제, 합판 등의 산업이 대표적이다. 중국이 이 영역에서 품질은 떨어지지만 가격 경쟁력이 월등한 제품을 수출하게 되면서 한국의 관련 산업이 큰 타격을 입는다. 더욱이 한국에선 1987년 노동자 대투쟁 이후 임금인상 압박이 심해진 상태여서 한-중 수교를 계기로 저기술, 노동집약적 산업들이 중국으로 많이 옮겨간다.

이런 두 흐름이 맞물린 결과, 국내에서 관련 산업의 노동자들이 대거 일터에서 밀려나게 되고, 임금 불평등과 양극화가 심해지게 된다. 1997년 외환위기 이전에 이들 산업에서 취업자의 절반이 사라진다. 1994년부터 불평등이 증가한 원인은 중국을 빼놓고 설명할 수 없다.    

최병천 소장은 한국 사회에서 불평의 문제가 커지기 시작한 계기를 1997년 외환위기가 아니라, 1992년 한중수교로 보고 있다. (사진:셔터스톡)

정재권 : 이런 접근법은 한국경제의 불평등 문제를 세계경제 및 중국경제와 연결해 통합적으로 분석하자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지나친 ‘외인론’(外因論)이나 ‘결정론’으로 비칠 소지도 커 보이는데? 그리고 이런 접근 방식이 그동안의 불평등 연구에서 그다지 사용되지 않았던 이유는?

최병천 : ‘외부원인론’이 더 크다는 내용은 맞지만, 그렇다고 ‘결정론’ 혹은 ‘숙명론’인 것은 아니다. 책의 15장의 제목은 ‘겨울에 반팔, 반바지를 입으면 추위에 떨게 된다’이다. 겨울에는 겨울에 적합한 정책을 써야 한다. 겨울이 되었는데 여름에 쓰는 정책을 쓰면 안 된다는 의미다. 

한국경제의 불평등 문제를 세계경제, 중국경제와 연결해서 설명하는 연구가 전혀 없지는 않았다. KDI(한국개발원) 안상훈 박사의 ‘생산의 국제화’에 관한 실증 연구가 대표적이고, KDI 윤희숙 박사도 1990년대 이후 글로벌 자본주의 변화와 한국의 소득 불평등 사이의 관계를 연구했다. 다만, 이분들의 연구는 불평등의 변곡점과 연도를 콕 짚어서 규명하는 방식은 아니었다. 해외에서는 코끼리 곡선으로 유명한 브랑코 밀라노비치의 연구가 대표적이다. 

다만, 국내 진보경제학 쪽에서 세계경제, 중국경제와 연동한 분석은 거의 본 적이 없다. 한국의 진보경제학이 ‘사회운동을 지원하는 것’에 과몰입했던 게 하나의 원인이 아닌가 싶다. 예컨대, 최저임금 대폭 인상의 정당화, 비정규직 정규직화에 대한 논리 제공 등이 그러하다. 어떤 점에서는 ‘학문의 사회운동화’라고 할 수 있는데, 이러한 접근이 과연 바람직한지 회의적이다. 

중국의 봉제공장 모습.(사진:셔터스톡)

2018년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에 취업자 1/4로 줄어

정재권 : 최저임금과 소득주도성장의 문제로 넘어가보자. 최 소장은 ‘최저임금 1만원’이라는 정책 목표(구호)에 대해 매우 비판적이며, 2018~19년의 최저임금 인상이 불평등을 오히려 강화했다고 주장한다. 우선 그 근거가 뭔가?

최병천 : 2018~19년의 2년에 국한해서 보면, 최저임금 인상률은 실질GDP(국내총생산) + CPI(소비자물가상승률) 합계의 약 4.5배에 달했다. 성장률 + 물가상승률 합계의 4.5배를 올리고도 ‘고용 충격’이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는 건 순진한 발상이기도 하고, 황당한 발상이기도 하다. 

1991~2020년 기간 중 ‘경제위기가 있던 해를 제외한’ 26년 동안의 평균 취업자 증가는 40만 명이었다. 그런데, 2018년의 취업자 증가는 9.7만 명이었다. 1/4 수준으로 쪼그라든 것이다. 최저임금을 16.4% 올린 2018년의 불평등 증가는 통계청에서 분기별로 발표하는 ‘가계동향조사’에서 명백하게 드러난다. 가구소득 기준으로 상층 소득은 증가하고, 하층 소득은 감소했다.

정재권 : 그렇다면 적정한 최저임금 인상률의 기준은 무엇이 되어야 하나? 현재의 최저임금 수준과 향후 인상률에 대한 최 소장의 생각은?

최병천 : 적정한 최저임금 인상률은 ‘성장률 + 물가상승률 합계’에서 약간 높거나, 약간 낮은 수준에서 결정되는 게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국회 입법조사처의 김준 박사가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주요 국가의 최저임금 인상률을 성장률, 물가상승률과 비교해서 15년치를 분석한 자료가 있다. 한국의 최저임금은 2016년 이전에는 국제평균과 비교했을 때, 중위임금과 평균임금 둘 다 OECD 평균보다 낮았다. 그래서 김대중-노무현-이명박-박근혜 정부는 모두 성장률 + 물가상승률의 합계보다 최저임금 인상율을 일부러 ‘더 높게’ 했었다. 

한국의 최저임금이 국제평균과 비슷해지는 시점은 2016년이다. 2016년 이전에는 성장률 + 물가상승률의 합계보다 ‘약간 더 높게’ 하는 것이 일리가 있었다. 그러나 2016년 이후부터는 성장률 + 물가상승률의 합계 근처가 바람직했다. 

정재권 : 문재인 정부의 성장 담론이자 불평등 대책이었던 ‘소득주도성장’(소주성) 역시 실패했다고 규정했다. 그 이유는 뭔가?

최병천 : 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성장론’은 역사적 맥락과 정책적 맥락으로 구분해서 평가할 필요가 있다. 먼저, 역사적 맥락이다. 노무현 정부 시절에 성장/분배를 둘러싼 진보/보수의 담론은, 진보세력은 ‘분배를 통한 성장’을 주장했고, 보수세력은 ‘성장을 통한 분배’를 주장했다. 나는 2004~2006년에 민주노동당 원내 의정지원팀에 있어서 당시 분위기를 기억하는데, 민주노동당과 열린우리당 모두 ‘경제성장을 찬성하면’ 우파 혹은 신자유주의자 취급을 했다. 진보는 성장을 찬성하면 안 되는 분위기였다. 지금 생각해도 참 황당한 행태인데, 아무튼 그랬다. 

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성장론이 갖는 역사적 의미는, 진보가 ‘성장론’이라는 단어를 전면적으로 수용했다는 점이다. 그러나, 소득주도성장론의 실제 내용은 ‘노동정책과 복지정책을 잘하면, 경제성장이 이뤄진다’는 논리다. 이는 조야한 접근이다. 

다음으로, 정책적 맥락이다. 소득주도성장론의 내용은 크게 노동정책과 복지정책이다. 복지정책은 내용도 반응도 나쁘지 않다. 치매국가책임제, 건강보험 보장성 확대, 비급여화의 급여화 등은 방향도 타당하고, 여론도 우호적이다. 그러나 노동정책은 ‘좌편향적’ 성격이 강했다. 최저임금 1만원이 특히 그랬고, 주 52시간제 역시 너무 경직적으로 접근했다. 

경제위기가 있던 해를 제외하면 1991년 이후 역대 연평균 취업자 증가가 40만 명이었는데, 최저임금을 16.4% 인상했던 2018년의 경우는 9.7만 명이 늘어났다. 지난 30년간 연간 취업자 증가가 10만 명 미만인 경우는, 경제위기가 있던 해를 빼고는 2018년이 유일하다. 2018년 취업자 증가는 ‘경제위기 수준의’ 고용 쇼크였다. 

진보경제학은 잘못된 통념에 갇혀 있다

정재권 : 최 소장은 이 책 전반에 걸쳐 실증적 분석을 통해 문재인 정부를 포함한 이른바 ‘진보진영’이 지난 30년 가까이 잘못된 통념에 갇혀 있었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이 책을 쓴 이유를 “기존의 잘못된 통념 뒤집기”라고 설명한다. 그런 대표적 사례로 불평등 확대의 원인을 ‘재벌, 신자유주의, 비정규직 확대’의 세 가지에서 찾는 것을 꼽고 있는데, 무엇이 틀렸다는 것인가? 이것이 ‘집단적 오류’라면 그렇게 된 원인은?

최병천 : 재벌, 신자유주의, 비정규직은 그것 자체로 중요한 개혁과제이다. 그러나, 그것이 ‘불평등을 변동시키는’ 주요 원인은 아니었다. 왜냐하면, 1980~2020년의 한국의 임금 불평등을 시계열로 보면, 세 번의 변곡점이 있었다. 1994년, 2008년, 2015년의 변곡점이다. 

한국의 임금 불평등은 김영삼, 김대중, 노무현 정부가 집권하던 기간에는 증가한다. 1994년부터 2008년까지다. 반면, 이명박이 집권한 2008년에는 5년간 2008년 미만으로 떨어진다. 불평등이 오히려 축소된다. 재벌, 신자유주의, 비정규직의 3대 ‘적폐론’이 불평등의 원인이 맞다면, 김영삼-김대중-노무현 정부가 적폐정권이 되고, 2008년부터 불평등이 줄어드는 이명박 정부가 진보정권이 되어야 한다. 앞 뒤가 안 맞는 이야기다. 재벌, 신자유주의, 비정규직을 불평등의 원인으로 지목하는 ‘3대 적폐론’은 정확한 데이터에 근거한 주장이 아니라 ‘느낌적 느낌의 사회과학’이었다. 

정재권 : 그렇다면 이른바 ‘보수진영’은 어떤가? 2000년대 이후 이명박, 박근혜 정부와 불평등의 관계는? 

최병천 : 불평등의 변동은 상층의 이동, 하층의 이동, 중간층의 이동을 각각 살펴볼 필요가 있다. 불평등이 줄어드는 경우는 3가지다. ①상층 소득이 줄어들거나 ②하층 소득이 늘어나거나 ③중간층이 두터워지는 경우다. 상층은 수출과 연동되어 있고, 하층은 고령화-노인과 연동되어 있다. 수출이 작살나면 불평등이 줄어든다. 노인들의 기초연금이 올라가면 불평등이 줄어든다. 수출이 작살나는 불평등 축소는 ‘나쁜 평등’이고, 노인들의 기초연금 상향은 그동안은 ‘좋은 평등’이었다. 

이명박 정부 때는 2008~2012년 ‘선진국발 경제위기’로 인해, 전 세계 교역량이 줄고, 한국의 수출도 줄어들어 불평등이 축소된다. 박근혜 정부 때는 중국의 정책 변화로 인해, 한국의 대중 수출이 급감해서 부울경(부산·울산·경남) 지역 제조업이 어려워지고, 한국의 불평등도 줄어든다. 2008년 불평등 축소와 2015년 이후 불평등 축소는 둘 다 ‘수출이 급감해서 = 상층이 작살나서’ 불평등이 줄어드는 경우다. 즉, ‘나쁜 평등’의 대표 사례다. 

다만, ‘정치인 박근혜’는 좋은 의미에서 불평등 완화에 기여한다. 2005년 노무현 대통령이 국민연금 개혁을 추진할 때, 당시 박근혜 야당 대표는 ‘기초노령연금’을 압박해 관철한다. 기초노령연금 도입 이후, 한국의 노인빈곤율은 감소하기 시작한다. 노무현 대통령과 박근혜 대표, 유시민 복지부 장관의 합작품이었다. 이후 박근혜는 2013년 취임 뒤, 다시 기초연금을 9만 원에서 20만 원으로 상향한다. 노인빈곤율은 이때부터 더 급감한다. 박근혜의 기초연금 정책은 ‘하층이 올라가서’ 불평등이 줄어든 경우다. ‘좋은 평등’이었다. 

정재권 : 지금의 윤석열 정부는 어떤가? 주요 정책을 불평등의 관점에서 평가한다면?

최병천 : 윤석열 정부는 경제정책과 관련해 분명한 기조가 없다. 역대 정부의 녹색성장이나 창조경제, 소득주도성장과 같은 국정 기조가 없다 보니 불평등을 확대시킬 것인지, 아니면 축소시킬 것인지를 평가하기가 어렵다. 그나마 눈에 띄는 점은 확장적 재정정책에 소극적이고, 법인세 인하 등을 통해 기업에 메리트를 더 주려 한다는 것 정도다. 하지만 이 정책들은 불평등의 확대 혹은 축소에 그다지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

 정재권 : 진보진영의 담론 가운데 하나인 ‘기본소득’에 대한 최 소장의 생각은? 기본소득에 대한 우리 사회의 논의나 정책 실험은 어떻게 진행될 것으로 보나?

최병천 : 한국에서 진보세력이 이야기하는 ‘기본소득’은 개념의 스펙트럼이 너무 넓고, 수시로 바뀌어 이현령비현령(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에 가깝다. 기본소득만으로 ‘기본적인’ 소득을 보장한다는 의미라면, 기본소득은 불가능하다. 전 국민에게 월 20만 원씩 기본소득으로 지급하려면, 120조 원이 들어간다. 대한민국 전체 복지비 지출이 약 200조원이고, 다른 나라들도 그렇지만 복지비의 약 2/3는 노인들에게 들어가는 연금과 건강보험이다. 

기본소득은 야박하게 표현하면 ‘현찰 박치기 진보’의 끝판왕 정책이다. 한국 정치에서 ‘복지정책의 주류화’가 시작되는 분기점은 2010년 무상급식 논쟁이다. 무상급식 도입은 복지정책 확대의 순기능이 더 컸다. 이후 무상보육의 확대, 건강보험 보장성의 확대, 최저임금의 확대로 이어졌다. 큰 틀로 보면 순기능이 훨씬 더 많았다. 

기본소득은 한국 진보의 복지정책을 ‘현찰 박치기’로 희화화시키는 역할을 하고 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기본소득’을 폐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사진:이혜진(메디치미디어 디자인팀)

민주당과 진보진영, ‘경제정책의 유능함’이 필요하다 

정재권 : 최 소장은 정치를 통해 좋은 세상을 만들려면 두 가지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하나는 권력을 잡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솔루션’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지금의 민주당 혹은 진보진영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최병천 : 해외로 눈을 돌려보라. 스웨덴 사회민주당이나 독일 기민당, 미국 민주당 등은 2차 세계대전을 전후로 30~40년 동안 민주적인 장기집권을 했다. 이 정당들의 공통점은 ‘경제정책의 유능함’이었다. 달리 말해 ‘유능한 경제정당’이었다. 

한국의 민주당이나 진보정당은 지금도 윤석열 정부와 국민의힘의 실책에 따른 반사이익에 기대려 하고 있다. 감나무 아래서 감이 떨어지기를 기다리며 입을 벌리고 누워 있는 모습이다. 이래선 안 된다. 스스로 강해지고 유능해져야 한다. 지금 한국의 진보경제학은 ‘바이어스’(편향)가 매우 심한 상태다. 진단도, 솔루션도 과잉 이념화되어 있다. 정확한 원인분석에 기반한 정확한 정책 처방이 재수립되어야 한다. 예를 들어 ‘억강부약’(抑强扶弱, 강자를 누르고 약자를 도움)을 줄곧 강조하고 있는데, ‘부강부약’(扶强扶弱)은 왜 안 되는가?

민주당을 포함한, 한국 진보세력에게 가장 중요한 경제정책은 결국 ①경제성장 ②고용 ③계층 사다리 ④불평등 문제에서 ‘유능한 정책 역량’을 보여주는 것이다. 그러자면, 경제성장은 실제로 어떻게 이뤄지는 것인지, 고용은 어떻게 확대되는 것인지, 계층 사다리는 어떻게 가능한 것인지, 불평등은 어떻게 작동하는 것인지 등을 제대로 알아야 한다. 제대로 원인분석과 작동 메커니즘을 알아야만 제대로 된 정책 처방이 나오기 때문이다. 

▶관련 영상: 최병천 ‘좋은 불평등’ 북 피티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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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민 칼럼] ‘저출산’이 아니라 ‘저출생’에 예산을 쓰자

올해 합계출산율이 사상 처음으로 0.7명대를 기록할 것이라는 우울한 전망이 나오고 있다. 2020년 세계 최초로 0.8명대의 합계출산율을 기록한 지 불과 2년 만에 다시 불명예스러운 ‘신기록’을 세울 가능성이 커졌다. 인구를 유지하는 수준인 2.1명에 한참 못미친다. 자연스레 올해 50조 원이 넘는다는 ‘저출산 예산’이 따가운 눈총을 받고 있다. 그렇지만 이런 눈총에 대해 이상민 나라살림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몇 가지 오해가 빚어낸 결과”라고 지적한다. 출산율을 높이기 위한...

[이관후의 ‘한 걸음 밖’] 임미애 “선거제도 바꿔야 지방도, 정치도 산다”

여의도 바깥에서 민주당 얘기를 듣는 이관후 수석 칼럼니스트의 인터뷰입니다. 임미애 경북도당 위원장을 만났습니다. 임 위원장은 지난 6월 지방선거에서 경북도지사 후보로 출마해, 누구나 예상한대로 패배했습니다. 그런데도 ‘전국적인’ 유명세를 얻었습니다. 서울 출신의 ‘586’ 세대인 그는 서울과 담을 쌓고 경북 의성에서 농사꾼으로 살아가다 군의원, 도의원을 거쳐 도지사 후보로까지 ‘성장’했습니다. 보수 성향이 강한 경북지역에서 민주당 정치를 한다는 건 어떤 의미일까요? 그가...

[메보라 대담] 임동원, 90 평생의 길 ‘다시 평화’

김일성, 김정일, 김정은, 3대를 이은 북한의 통치자들을 모두를 직접 상대해 본 유일한 통일정책의 책임자. 햇볕 정책의 설계자. 53년에 육군사관학교에 들어가 소장으로 예편하고, 외교안보연구원장을 맡았고, 2번이나 통일부장관을 지내고, 국정원장까지 역임한 사람. 동서독 통일의 전략가에 빗대어 '한국의 에곤 바르'로도 불리지만 '피스 메이커'라는 별명을 가장 좋아하는 한국 분단사의 산증인. 그리고 본인이 이산가족으로 동생들을 북에 둔 사람. 임동원 전 장관이 자서전 '다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