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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편집 2022. 09.23. 00:00

[정국방담] 정치는 없다, ‘검찰의 시간’만 있을 뿐

By | 2022년 9월 8일 | 미분류, 정치, 집담회

‘윤석열 vs 이재명.’ 올봄 대선에 이어 두 사람의 2라운드가 시작됐다. 이번 라운드는 장내 여의도와 장외 서초동 법조타운을 오가는 복합전 양상이다. 검찰은 이제 정치투쟁의 주역이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최전선에 서 있다. 이재명 대표가 노태우 정부 사정정국 때의 김대중 총재처럼 살아남을지, 아니면 윤석열 정부의 ‘칼’에 쓰러질지 아직은 속단하기 어렵다. 다만, 과잉 권력화한 검찰이 주도하는 현 국면이 오래 지속될 것이라는 데는 정국 방담 참석자들의 의견이 대체로 일치했다. 다른 한편으로, 윤석열 대통령이 낮은 지지율을 극복하고 성과를 낼 수 있을지에 대해선 회색빛 전망이 우세했다. 야당의 김건희 여사 특검 추진은 물론이고, ‘경제 6대 악재’로 꼽히는 내수 부진, 수출 부진, 고환율, 고물가, 고금리, 부동산값 하락도 회색을 더욱 짙게 만드는 요인이다. [편집자 주]

✔ 이재명의 민주당, 급선무는 다음번 전국 선거 승리
✔ 총선을 위해 노쇠한 민주당이 젊어질 필요가 있어
✔ 이재명 하나로 버텨야 하는 민주당, 검찰 수사 버틸까
✔ 혼란스럽기는 대통령실이나 민주당이나 매한가지
✔ 대통령실의 혼란 쉽게 가라앉기는 힘들어 보여

사진:연합뉴스

‘이재명의 민주당’은 정책 드라이브 걸어야

가오리 :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예상대로 이재명 대표가 압승했다. 최고위원도 거의 다 ‘이재명계’로 채워졌다. ‘이재명의 민주당’은 무엇부터 해야 할까?

들국화 : 국정은 대통령과 대통령실 참모들, 관료들, 집권 여당 지도부가 끌어간다. 따라서 정책 의제는 대통령과 행정부, 여당의 전유물이다. 야당은 국가와 국민을 위해 별로 할 일이 없다. 그게 현실이다. 그래서 정권을 잡았을 때 잘해야 하는 것이다.

이재명의 민주당도 당분간 할 일이 없다. 정기국회 국정감사에서 성과를 내는 등 야당의 존재감을 보여주면 좋겠지만 어려울 것이다. 우리나라 모든 기관은 이제 국정감사를 받는 데 이골이 났다. 야당 의원들의 머리 꼭대기에 올라가 있다.

야당의 유일한 목표는 다음번 전국 단위 선거에서 이기는 것이다. 다음 선거는 2024년 4월10일이다. 너무 먼 미래다. 정치적으로 그때까지 무너지지 않고 버티는 것이 이재명의 민주당이 해야 하는 가장 중요한 일이다. 버티기는 가능할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과 국민의힘은 정치적으로 정책적으로 파산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 ‘손님 실수’에 의한 반사 이익은 우리나라 정치의 가장 중요한 동력이다. 시간은 이재명 대표와 민주당의 편이다.

밀덕 : 동의한다. 지금은 윤 대통령의 시간이다. 이 시대를 국민은 어떻게 볼까? 지난 4개월 동안 국민이 눈으로 본 건, 대통령이 눈에 보이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대통령의 부재, 강한 대통령 중심제 국가에서 정작 대통령(Presidency)이라는 권력 구심이 보이지 않는다. 그나마 작동하는 건 검찰 공화국이다. ‘대통령 역할의 실종 + 검찰의 전 정권 공격’이 정치의 전부다. 

그런데 국회 다수당은 야당이다. 용산 권력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데, 국회 권력은 야당에 있는 상태다. 이러니 국민은 국회라도 제 역할 해주기를 바란다. 지금 야당이 할 일은 대통령이 못 하면 야당이라도 나서서 대책을 강구하는 모습이다. 야당이 정책 드라이브를 열심히 걸어야 한다.

바나나 : 마냥 상대 실수만 바라고 기다릴 수는 없을 것이다. 윤 정부가 리더십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는데, 민주당마저 정치 투쟁에만 열을 올리면 국민들은 양비론과 정치 혐오로 돌아설 것이다. 어쨌든 민주당은 국회 다수당이다. 힘도 책임도 없지 않다. 외교, 안보, 산업, 연금개혁, 정치개혁 등에서 민주당이 이니셔티브를 쥐고 갈 수 있는 쟁점들이 있다. 민생 법안을 우선하겠다는 다짐이 있었던 것 같은데, 막상 이재명 대표 소환 문제가 불거지자 민생이 싹 사라진 느낌이다. 스탠스, 메시지 조절을 잘해야 한다. 민생 없는 개혁이 성공한 적이 없다.

밀덕 : 정책 드라이브를 세게 걸기 위해선 의원들이 다양한 방법으로 정책 의제를 이슈화시켜야 한다. 정책 이슈화의 가장 좋은 방법은 법제화다. 법제화는 손이 많이 가는 작업이다. ‘의원 + 당 정책위 + 상임위’ 3박자가 긴밀히 협력해야 가능한 일이다. 이걸 당 대표가 독려해야 한다. 앞장서서 지휘해야 한다. 당 대표가 하면 된다.

‘노쇠한 민주당’ 바뀔 수 있을까

들국화 : 총선을 앞두고는 대대적인 공천 물갈이를 해야 할 것이다. 민주당 의원들은 국민의힘에 비해 노쇠하다. 대대적인 물갈이가 바람직하지는 않지만 총선을 치르기 위해서는 불가피하다. 이재명 대표는 그때까지 발톱을 감출 것이다. 미리 흔들면 당과 의원들이 동요하고, ‘공천 학살’의 효과도 떨어지기 때문이다.

변방지기 : 민주당이 그런 물갈이를 할 수 있을지 의심스럽다. 전통적으로 현재의 민주당 세력은 박정희 정권 이래 반기득권 혁신을 대변하는 세력으로 자리매김했다. 그러나 지금은 기득권화된 대한민국 수구 양대 기축세력으로 간주된다. 이로 인해 오랜 지지 세력이던 20~30대, 수도권 유권자들이 민주당의 장중에서 벗어나고 있다. 40대와 50대는 물론 60대 초반 세대로까지로 확대된 ‘교육받고 진일보된 세계관을 가진 유권자층’이 두터워짐에도 이에 대응하는 변화가 더디다.

지금 민주당은 오랜 동지적 관점의 수구 운동권 세력이 냉전적 사고와 옛날의 지식을 바탕으로 정치와 경제, 산업 분야까지 이념과 이익 공동체로 굳어져 있다. 이들은 다수 대한민국 국민이 원하는 바와 다른 자신들이 설정한 이념과 이해관계 속에서 비상식적인 결정을 한다. 현대 기술 사회를 이해 못하는 비지식적 결정들을 통해 권력을 장악하려고 하는 것이다. 지난 대선과 지방선거에서의 패배는 후보자의 경쟁력 차이에서 온 패배일 수도 있지만, 이미 수구화된 세력의 모습을 깨지 못한 민주당의 모순에서 기인했을 가능성이 높다.

지난 대선에서 국민의힘은 청년 당 대표와, 자신들을 탄압한 사람을 대통령 후보로 맞아 선거 승리를 이뤘다. 민주당 반대 측의 또 다른 강대한 수구 기득권 세력이 파격적인 인물을 통해 선거 승리를 거머쥘 동안 민주당은 그들만의 후보, 그들끼리의 선거를 통하여 패배를 맞이한 것이다.

절묘하게 야권을 분열시킨 노태우 대통령 이래 김영삼, 김대중, 노무현, 이명박, 박근혜까지 대선 승리를 한 집단은 동종 세력만이 아니라 이종 세력을 받아들임으로써 가능했다. 

민주당은 다음에 집권하려면 지금이라도 새로운 세력을 당내에 집단 이식해서 ‘정치 도사’가 된 운동권 출신들을 우선 정리하고 국민들로부터 옛날처럼 혁신의 기대주로 인식되어야 한다. 그야말로 대변신이 필요하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당 내부 반발로 이재명 대표는 차기 대선 후보로서의 지위까지 크게 흔들릴 수도 있다. 민주당이 쉽게 받아들이긴 어려울 것으로 본다.

사진:연합뉴스

‘이재명 수사’는 여권의 꽃놀이패

가오리 : 이재명 대표에 대한 수사는 어떻게 될까?

밀덕 : 제1야당의 당 대표이자, 차기 대선 후보로 1위를 달리고 있다. 이런 거물을 상대로 수사를 한다는 게 절대 쉬운 일은 아니다. 하지만 검찰 역시 역대 최강의 권력을 쥔 상태다. 더욱이 법무부 장관이 여권 차기 1위다. 수사는 집요하고 예리할 것이다. 결과에 따라 한쪽은 죽고, 다른 한쪽은 정권을 갖게 될 수도 있다. 피차 살얼음판이고 건곤일척이니 앞으로 첩첩산중이다.

민주당은 이 대표를 엄호하는 수밖에 달리 방도가 없다. 이번 전당대회가 보여준 건 딱 한 가지다. ‘죽으나 사나 이재명으로 버티는 수밖에 없다’는 걸 당원이나 지지층도 다 알고 있다는 사실이다. 여기서 이 대표가 무너지면 문재인 정권, 민주당, 시민사회까지 다 죽는다는 걸 본능적으로 느끼고 있다. 그러니 ‘눈에는 눈, 이에는 이’ 식으로 강경 대응할 게 뻔하다. 점잖고 우아한 정치를 ‘관전자’는 주문할 수 있겠으나 ‘선수’들에겐 죽으라는 소리로 들릴 것이다. 

중요한 건 언론의 태도다. 언론이 한쪽 편을 들면, 법으로 죽기 전에 정치적으로 죽는 수가 있다. 그런데 지금 언론이 누구 편을 들기가 어렵다. 여당 쪽은 정권 지지율이 너무 좋지 않다. 코치를 해도 말을 잘 안 듣는다. 반면 야당과 이재명 쪽도 너무 강성이라 너그럽게 봐줄 수가 없다. 섣불리 한 쪽 편을 들 수 없으니 어정쩡한 상태로 2024년 총선까지는 지켜보는 양상이 될 것이다. 언론의 방관 속에 야당과 검찰이 수시로 충돌하는 국면이 꽤 오래 갈 것이다. 한국 정치가, 특히 대통령제가 국민에게 줄 수 있는 최대치의 환멸을 우리는 보게 될 것이다.

변방지기 :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임명됐다는 것은 윤 정권 최대의 적인 이재명 대표를 차기 대권에서 낙마시키거나, 민주당 전체를 부정부패 기득권 국민 혐오 정당으로 각인시키기 위한 것이다. 윤 정부를 지탱하고 차기 민주당 정부 출범을 차단하는 핵심적인 기제가 이 대표에 대한 기소가 될 가능성이 크다. 불구속 수사와 장기 재판을 통해 재판 내용이 나올 때마다 대서특필되고 그 혐의를 부정하는 이 대표를 보는 국민의 눈은 싸늘해질 것이다. 그야말로 여권으로서는 꽃놀이패가 될 거다.

들국화 : 검찰은 이재명 대표를 기소할 것이다. 다만, 한꺼번에 하지 않고 하나씩 차례로 기소할 것이다. 다음 총선, 다음 지방선거, 다음 대통령 선거 때까지 수사와 기소를 계속할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장관의 ‘아바타’ 검사들의 눈으로 보기에 이 대표는 야당 대표가 아니라 형사 피의자요, 구속 대상자에 불과하다. 기소되면 재판에 출석해 재판을 받을 수밖에 없다. 국민의 일반적인 법 감정상 검찰 소환은 피할 수 있지만, 재판은 피할 수 없다. 법원에서 최종적으로 하나만 유죄가 나와도 검찰은 성공하는 것이다.

바나나 : 살라미 작전이다. 지금까지 거론된 혐의 사실들을 하나하나 따로 풀 것이다. 기소 단계에 가기도 전에 이미 참고인, 피의자들을 계속 소환하고 압수수색하고 하는 일을 되풀이할 것이다. 이 과정에서 ‘언론 흘리기’도 적절하게 활용할 것이다. 사건들의 성격이 부패와 관련 있기 때문에, 국민들 눈에는 단순히 정치 탄압으로 보이지 않을 것이다. 이재명 대표나 민주당에게는 고통스러운 시간이 될 것이다.

민주당, ‘이재명 지키기’는 필수지만 후과가 두렵다

밀덕 : 기소도 될 수 있다. 아니, 된다고 보는 게 맞다. 그리되면 야당 탄압이라고 반격할 것이고, 정권이 계속 지지율이 낮고 거기다 몇 가지 실책이나 비리가 더해지면 거리의 정치가 다시 시작될 수 있다. 이재명이 무너지면 바로 문재인 코끝까지 칼날이 겨누어질 텐데, 민주당이 가만히 앉아서 당하겠는가? 

변방지기 : 민주당이 아무리 정치보복이라고 외쳐도 이재명 대표의 기소 죄명이 의미하는 것은 부패 범죄일 뿐이고 따라서 국민들은 그를 차기에 대통령으로 맡기기는 어렵다고 볼 가능성이 크다. 이재명 대표를 옹호하는 민주당의 대응이 강해지고 격렬할수록 민주당의 수권 동력도 꺼져간다고 보는 것이 맞다.

밀덕 : 대통령 지지율이 35%를 넘는 순간 검찰, 경찰, 감사원, 국정원을 비롯한 사정기관이 전방위적으로 전 정권과 야당을 포위 압박하게 되어 있다. 그리고 이에 맞서 야당이 거리로 뛰쳐나가는 시나리오는 총선 전까지 여당과 검찰이 언제든 꺼내 들 수 있는 승부수라고 봐야 한다. 그러니 야당이 항상 조심해야 한다. 이재명 기소는 야당에게 씌우는 올가미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들국화 : 이재명 대표는 수뢰 혐의가 드러나지 않는 한 구속되지는 않을 것이다. 민주당은 ‘방탄 국회’로 이 대표를 얼마든지 보호할 수 있다. 지난 대선에서 이 후보를 찍은 1600만 명 유권자의 민심도 만만치 않다. 그러나 검찰의 수사와 기소, 법원의 재판은 결국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장관 등 우리나라 사법 기득권 세력이 장악한 분야다. 이 대표가 최종적으로 사법 리스크를 극복하고 다음 대통령이 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밀덕 : 검찰이 계속 전 정권과 당 대표를 공격할 것이고 여기에 맞서서 방어와 역공을 펼치지 않을 수 없다는 게 야당의 딜레마다. 검찰과 잘 싸워봤자 본전이다. 양 당의 적극 지지자들은 피차 똘똘 뭉치겠지만, 무당파나 소극적 지지층은 염증만 느낄 뿐이다. 당 대표의 결단이 필요하다. 단순한 법적 대응을 넘어서 정치적 대응을 해야 한다. 자기 정치적 생명만 걱정하고 챙기는 모습만 보여서는 갈수록 궁지로 몰린다. 자기희생과 손해의 감수를 각오하는 한편, 국가를 책임지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

사진:연합뉴스

대통령실 혼란,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

가오리 : 여권도 여전히 혼란스럽기는 마찬가지다. 대통령 비서실 개편이 진행되었지만, 진행 과정이 매끄럽지 않았던 것 같다. 대통령 지지율은 회복될까?

들국화 : 당분간 쉽지 않을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과 대통령실 참모들의 가장 큰 특징은 정무 기획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정국을 풀어가는 큰 그림이 아예 없다는 얘기다. 여야 관계는 물론이고, 여권 내부 권력 투쟁도 마찬가지다. 그냥 흘러가는대로 놔두고 있다. ‘정치 초보’ 윤 대통령이 초재선 의원들에게 전화를 걸어 뭔가를 열심히 지시하지만, 그게 혼란을 더 가중시키는 모양새다.

역대 정권에서 정치는 청와대 비서실장과 정무수석이 주도했고, 정책은 정책실장, 안보실장, 그리고 행정부 관료들이 주도했다. 그런데 윤석열 정권의 대통령실 참모들은 정치도, 정책도 하지 않는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 매우 특이한 정권이어서 그런 건지, 세상이 변했기 때문에 그런 건지는 조금 더 두고 봐야 알 수 있을 것 같다. 어느 쪽이든 과거처럼 대통령과 대통령의 정무 참모들이 일사불란하게 정국을 수습해 나가는 모습을 보기는 어려울 것이다. 

바나나 : 그래서 ‘무정부상태’라는 말이 종종 나오는 것 같다. 용산의 정무 라인들이 아무것도 안 했던 것은 아닐 것이다. 그런데 검사 출신들과 대통령 지인 출신의 측근들이 모든 걸 장악하고 있으니, 아무 조언도 안 통했다고 본다. 서울대 출신들이 끼리끼리 모여 있고 거기서만 이야기를 하니, 국민들의 정서와 너무 동떨어져 있는 것이다. 그런 상황에서 일부 인적 쇄신을 한다고 뭐가 달라질 것 같지는 않다. ‘검사 정부’라는 틀을 벗지 않으면 근본적인 행태가 바뀌지 않을 것이다.

밀덕 : 당에서 온 정무 라인을 다 쳐내고, 검찰 출신만 중용한다. 거기다 파견받은 ‘늘공’이 전부다. 그걸로 대통령실을 운영한다? 턱없는 소리다. 국정 운영이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자신의 부족함을 알고, 인재를 중용해 그들에게 권한을 위임하는 식의 통치술 외에는 방법이 없었다. 그런데 검찰 아니면 지인만 등용했다. 당도 소외감에 밤마다 통음 중이다. 고위 관료들은 지금 용산보다 법무부 눈치를 더 본다. 대통령은 바뀌지 않을 것이다.

결국 문제는 ‘윤핵관’

변방지기 : 대통령실의 개편이 시작되고 비서진, 행정관 등 실무진 중 ‘윤핵관’ 추종 세력이 물러난다고는 하지만 당분간 여권의 혼조는 지속되고 장기화될 가능성이 크다. 현 여권의 문제는 윤석열 대통령과 윤핵관들이 만들어낸 혼조인데 국무총리와 비서실장은 단순한 대통령 보좌 기능만 하는 상황에서 그 사람들 보고 책임지라고 할 수는 없지 않나. 문제를 야기한 사람들이 책임져야 하는데 대통령이 물러날 수 없으니, 윤핵관들이 희생하는 모습을 보여야 여권의 어려움이 해결될 것이다.

밀덕 : 윤석열 대통령이 지지율을 회복하는 방안이 없는 건 아니다. 지금 윤 정부의 기조는 모든 걸 문재인 정부가 하던 것 반대로 하는 것이다. 이는 ‘정치’가 아니라 ‘정치보복’이다. 이걸 뒤집으면 된다. 대통령이 ‘문재인 정부가 잘한 건 계승하고, 못한 건 극복하겠다’고 하면 된다. 집토끼가 등 돌리지 않겠냐고? 그 집토끼 어디 못 간다. 갈 데도 없다. 

그렇게 하면 되는 이유는 윤 대통령 스스로가 자유로워지기 때문이다. 윤 대통령은 지금 무엇엔가 사로잡혀 있다. 대통령으로서 국정을 바라보는 게 아니라, 여전히 검찰총장의 감정 상태로 대통령직에 앉아 있다. 이제 대통령이 되었다. 그러면 ‘복수자 콤플렉스’를 그만 버려도 된다. 자신에 대한 공격, 처에 대한 비난에 분노하며, 이것이 모두 문재인과 이재명 때문이라고 생각하는 한 절대로 대통령다운 리더십을 발휘할 수 없다. 그렇게 하면 물론 야당 지지층은 반신반의하겠지만 무당층은 ‘잘해보겠다니 어디 한 번 믿어보자’하고 눈길을 다시 줄 것이다. 

국민의힘 혼란은 권성동이 확실히 책임져야

가오리 : 여당에서 이준석 대표를 둘러싼 논란도 형식적으로는 수습된 것 같지만, 여전히 많은 불씨가 남은 것 같은데.

밀덕 : 여권은 지금 딜레마에 빠져 있다. 2년 뒤 총선에서 이겨야 한다. 그런데 대통령 지지율이 너무 안 나온다. 그러면서도 대통령은 총선 공천권을 쥐려 하는 것으로 보인다. 윤핵관이나 신윤핵관을 계속 측근으로 두는 궁극적 목적이다. 지지율이 안 좋은 데 더해 이준석이 계속 깽판을 치지만, 막을 방법이 없다. 

여당 의원들의 머릿속이 복잡하다. 대통령을 따르자니 공천과 재선이 불안하다. 그렇다고 대통령을 등지자니, 이준석 당하는 걸로 보아 솔직히 겁도 난다. 거기다 대안도 마땅찮다. 안철수로 당 간판을 바꾼다? 하지만 안철수(의 정치력 수준으)로는 왠지 불안하다. 아직 한 자릿수에 불과하지만, 차라리 한동훈의 차기 지지율이 더 높다. 홍준표나 유승민은 윤석열 대통령이 더 꺾어질 때까지 기다릴 것이다. 

변방지기 : 전통적으로 정치적 ‘넘버 원’에 위기가 닥치고 그 위기에 국민적 공감이 커질 경우 이를 타개하는 방안은 ‘넘버 투’가 일종의 희생양이 되어서 여권의 위기를 극복하는 것이다. 그런데 현 여권의 2인자인 권성동 의원은 여권 혼조의 책임자인데도 여전히 자신은 비껴가고 다른 사람에게 책임을 떠넘길 궁리를 하는 것 같다. 이렇게 해서 여권의 위기가 극복될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

이준석과 TK, 결합할까?

밀덕 : 여권의 혼란이 쉽게 수습 안 되는 이유는 구심이 없기 때문이다. 이재명이 있는 야당과 다른 점이다. 윤핵관이 대선 주자도 아니고, 정치력도 중간 수준 정도에 불과하다. 이준석을 내칠 때부터 돌이킬 수 없는 패착을 두었다. 윤석열 대통령은 친노나 친문 같은 정치적 지지 그룹(정치인 + 당원 + 지지자)이 없다. 애초에 정권교체를 위한 ‘수단’에 가깝다. ‘수단’으로서의 용도는 이제 끝났다. 지금부터는 순전히 자기 실력으로 권력자의 자리를 유지해야 한다. 그러나 세력(지지 그룹)도 없고, 실력도 없다. 그러니 갑갑하다. 수습하기 쉽지 않다.

변방지기 : 이재명 대표의 민주당도 차기 대안으로서 국민적 지지를 받을 가능성이 취약한 마당에 국민의힘 내부의 이준석과 국민의힘의 성지인 TK가 결합한다면 현 여권 지도부는 크게 곤란한 상황을 맞이할 가능성도 있다. 총선이 다가오면 위기감이 커지게 되니까, 당내에서 대통령 외에 다른 당내 구심점을 직접 모색할 가능성도 있다. 이준석과 대구의 결합은 또 다른 변수가 될 가능성이 크다.

사진:연합뉴스

검찰 권력, 견제와 균형 무너져

가오리 : 오늘 방담에서도 검찰이 제일 많이 언급된 것 같다. 검찰의 정치적, 사회적 지배력이 너무 커진 것 아닌가?

변방지기 : 대한민국 건국 이래 검찰의 지배력이 문제가 된 것은 최근이다. 그 이유는 초거물 정치인들이 검사 앞에 무너지고, 이로 인해 정권이 무너지는 경험을 했기 때문이다. 노무현, 박근혜 등이 모두 그 비극의 주인공이다. 그런데 사실 검찰이 이들 정치인과 정치세력을 주도적으로 붕괴시킨 것은 아니다. 그들 배후에는 또 다른 정치세력과 정치인이 있었던 거다.

문제는 정치인들을 피고석에 앉혀 본 검사들이 정치와 정치인들을 만만하게 보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검사들은 가장 공부도 잘한 모범생이고 부모님의 총아로 자라난 대한민국 최고 엘리트의 상징이었는데, 그들이 국민들로부터 가장 혐오의 대상인 정치인들을 수사해서 국민적 지지와 성원까지 받게 된 것이 지금의 문제다. 원래 검사들을 부리고 견제하는 곳이 정치권력인데 지금 정치권력이 이들을 통제하는 힘을 상실하고 있는 이유는 정치권이 국민에게 검찰보다 신뢰와 신망이 낮기 때문이다. 

바나나 : 원래 199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검찰은 큰 힘이 없었다. 청와대를 제외하고 1권력은 군부, 2권력은 안기부였다. 3권력이 내부부 장관이 지휘하는 경찰이고, 검사야 위에서 시키는 대로 기소하는 형식적 절차만 담당했다. 그런데 YS(김영삼)가 하나회 척결하고, DJ(김대중)가 안기부 개혁하고 경찰 권력을 내부부에서 독립시키고 나니까, 검찰이 직접 수사권과 기소독점권으로 갑자기 큰 권력을 갖게 된 거다. 견제와 균형이 무너지면서, 아무도 검찰 권력을 통제할 수 없게 되었다. 노무현이 ‘검사와의 대화’를 할 때가 바로 그때다.

유일하게 견제할 수 있는 언론조차 검찰에는 꼼짝 못 한다. 오히려 흘려주는 정보를 받아서 특종을 쓰는 게 대단한 일이 되었다. 선거법이 촘촘해진 것도 한 원인이다. 10여 년 전부터 국회의원들은, 선관위에서 주는 당선증은 임시 당선증이고 검찰의 불기소가 진짜 당선증이라고 한다. 그러더니 드디어 검찰총장이 대통령으로 직행했다. 국회의원도, 단체장도 안 하고 첫 선출직이 대통령직이었다. 그리고 대통령실, 국정원, 총리실, 금감원까지 모두 검사 출신을 요직에 앉혔다. 한편의 희극이고 또 비극이다.

여야 모두 두려운 검찰 권력

밀덕 : 온당히 행사할 만큼만 행사하는 지배력이 어디 검찰뿐인가? 언론, 권력기관의 고위 관료 등등 수두룩하다. 검찰을 보는 관점을 이제 바꿀 때가 되었다. 지금까지 민주당은 검찰을 불구대천의 원수로 보았다. 노무현을 죽인 악마. 틀린 말은 아니다. 하지만 어디선가는 범죄자를 수사하고, 기소하고, 유죄를 받게 해야 한다. 국가란 어차피 폭력의 배타적 독점 기구다. 그걸 너무 운동권적 관점으로, 모든 권력은 악이라는 식으로 보면 정치 못 한다. 

원래 검찰개혁의 목표는 검찰의 와해가 아니라,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 제고였다. 이걸 언제부턴가 민주당이 혼동한 것 아닌가 싶다. 사람의 피 맛을 너무 많이 본 칼은 스스로 피를 찾아다닌다고 한다. 그런 칼은 깊은 호수에 빠뜨려 버리는 게 맞다. 지금 검찰이 딱 그런 칼이다. 그래서 민주당의 검찰개혁은 칼을 호수에 던지는 개혁이 돼버렸다. 

그리고 이명박과 박근혜가 칼에 맞았지만, 문재인 대통령은 자신이 시킨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문 대통령은 율사 출신이라 늘 법적으로 사고하는 버릇이 있다. 맞다. 법적으로는 맞는 말이다. 그러나 보수층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문재인과 민주당이 검찰을 시켜 두 보수 대통령을 감옥에 집어넣었다고 본다. 그게 정치다.

들국화 : 국민의힘 의원들도 검찰을 매우 두려워한다. 지금처럼 검찰의 권한이 막강한 상태에서 정권이 다시 바뀌면 검찰은 국민의힘 정치인들을 겨냥해 칼을 휘두를 것이다. 따라서 검찰개혁에 대한 여야 합의는 생각보다 어렵지 않다. 윤석열 정권 초기라는 특별한 시기를 넘기면 검찰개혁의 기회가 다시 올 것으로 예상된다.

 검찰개혁의 방향은 2022년 4월 박병석 국회의장, 권성동 원내대표, 박홍근 원내대표가 합의했던 검찰개혁 방안이 매우 합리적이다. 검찰의 직접 수사권을 줄여가면서 한국형 FBI(미국 연방수사국)를 만들어야 한다. 윤석열 대통령도 찬성했던 내용이다. 한동훈 장관을 비롯해 검찰 내부 특수부 출신 검사들의 반대를 어떻게 제어하느냐가 관건이다. 전관예우에 수십억 원의 돈이 걸린 문제라 쉽지 않을 것이다.

국민 정서상 경찰이 검찰을 대신하기 어려워

변방지기 : 국민의힘도 검찰에 불만이 있기는 마찬가지다. 그런데 민주당을 중심으로 정치권이 경찰에게 수사권을 맡기려 했던 것은 문제가 있다. 경찰에게 검찰을 대체할 수 있는 권위와 실력, 국민의 평가가 없기 때문이다. 경찰은 큰 대형사건을 해결해본 경험도 많지 않고 특히 지방에 살면서 이해관계가 얽힌 지역 경찰이 수사를 제대로 할 거라는 기대는 높지 않다. 또 대한민국 건국 이래 대형사건 수사는 늘 검찰이 해 왔다.

국민들은 아주 똑똑한 검사가 제대로 수사를 하는 게 낫다고 본다. 지역 토호들과 짬짬이가 되어서 수사의 본말을 전도시킬 가능성이 있는 경찰을 신뢰하지 않는 것이다. 대부분의 국민들은 검찰 권력이 강해지는 것에 대해 위기감을 갖고 있지 않다. 검찰 권력이 커지는 것에 대한 위기감은 정치권과 정치인들만 갖고 있는 것으로 봐야 한다.

또 우리나라 경찰은 현재 치안 수사 외에도 정치권력의 잡일을 하고, 집권 세력의 사실상 정치사찰 기구인 정보국을 두고 역대 정보국장들이 출세를 하는 세계에 유례없는 기형적인 구조다. 그래서 수사 전문기관으로서의 기대치가 국민에게 별로 없는 것으로 보인다. 검찰과 경찰을 대립시키기보다는 검경 구조를 뛰어넘는 대안이 필요하다. 이번 기회에 검경을 아우르는 수사 전문기구를 만들어서 검찰은 기소권, 수사 전문기구가 수사권을 맡는 것으로 가야 한다.

밀덕 : 검찰이 칼이라는 점을 현실로 인정해야 한다. 그게 경찰이든, 공수처든 칼은 칼이다. 자칫하면 이중 삼중의 칼날이 될 수도 있다. 또 나는 칼을 안 쓸 터이니, 너도 쓰지 말라고 하는 것도 의미가 없다. 민주당은 몰라도 보수 정당은 쓴다. 그것도 대놓고. 결국 검찰개혁, 그것이 중립성 제고든 권력화 봉쇄든 제대로 하려면 10년 이상 민주당이 집권하든가, 현 대통령제를 바꿔 정치보복이 일어날 가능성을 줄이는 수밖에 없다. 5년짜리 정권 그리고 정권교체의 연속은 검찰의 정치보복 도구화를 야기할 가능성이 너무도 크다. 

검찰개혁은 당분간 물 건너갔다. 정치제도를 바꾸어야 한다. 정치보복이 일어날 가능성을 줄이는 정치제도를 강구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민주당이 정권 잡으면 검찰을 중립화하는 것에서 넘어서 무력화하려고 하고, 보수 정당이 잡으면 검찰이 가차없이 권력의 주구가 되는 현상이 영원히 반복될 수밖에 없다. 그러면서 선거는 점점 더 죽고 살기식의 살벌한 전쟁이 될 것이고.

5년 단임 대통령제, 이제는 바꿔야

가오리 : 정치제도 개혁 이야기가 나왔다. 결국 정치가 문제고, 그 틀을 바꾸려면 개헌을 해야 한다. 개헌 논의가 필요할까?

변방지기 : 한국 현대 정치사의 비극은 1인에 집중된 권력구조인 대통령제 때문에 발생한다. 그럼에도 우리 국민들은 정치인들에 대한 강한 거부감, 특히 국회 권력에 대한 배타성을 보이고 있다. 또 대통령이 된 분들이 임기 중에는 대통령제의 문제점을 전혀 느끼지 못한다는 것도 문제다. 

모든 대통령들은 임기 중에 자신들의 행위가 지극히 애국적인 동기에서 나왔고, 어떤 경우에는 불가피한 예외적인 상황에서 결정되었다고 확신한다. 심지어 퇴임 후에도 그러한 경향성은 약해지지 않는다. 대한민국의 모든 정보와 결정할 일들이 대통령의 책상 앞에 놓여 있는데, 역대 대통령은 늘 자신의 결정을 스스로 애국적이고 고독한 결단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대통령에게 대통령의 실책을 지적하거나, 이로 인해 집권 이후의 상황이 어떻게 될지에 대해 제대로 설명하는 것은 어떠한 참모에게도 불가능한 일이다. 당대의 대통령은 모든 것이 가능한 사실상의 ‘반신(半神)적’ 존재인데 대통령의 생각에 반하여 말할 수 있는 참모는 없다. 오히려 대통령을 부추기거나 방조해야 참모의 권력과 명예가 유지, 강화될 수 있다. 충신이 역사책에 실리는 이유는 그 숫자가 매우 적었기 때문이다.

들국화 : 개헌 논의가 필요하지만 2024년 총선 전에는 어려울 것 같다. 윤석열 대통령은 최근 국회의장단과 만났을 때 “개헌은 여야가 합의하면 정부도 적극 협력하겠다. 여야가 합의하면 내 임기 1년 정도 줄이는 게 뭐 그리 어렵겠냐”라고 했다고 한다. 남의 얘기하듯 말한 것이다.

두 가지 의미가 있다. 첫째, 윤 대통령 자신이 개헌에 적극 나설 생각은 확실히 없는 것 같다. 둘째, 대통령이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으면 개헌이 불가능하다는 정치 현실을 아예 모르는 것 같다.

2024년 총선에서 민주당이 이기면 윤 대통령과 국민의힘 의원들이 개헌에 동의할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그때는 민주당과 이재명 대표, 또는 야권의 새로운 대선 주자가 반대할 것이다. 이래저래 개헌은 쉽지 않다. 하지만 언론이나 학계, 시민사회는 개헌의 당위성을 끊임없이 공론화할 필요가 있다. 어느 순간, 어떤 계기로 개헌론에 확 불이 붙을지 아무도 알 수 없기 때문이다. 개헌의 내용은 여야 의원들 사이에 대략 합의가 이뤄져 있다. 국무총리를 국회에서 선출하거나 추천하는 분권형 대통령제, 대통령 임기 4년 중임제 정도다. 

우선 국회의원 선거법은 개정해야 한다. 선거법 합의는 총선 직전에나 가능할 것이다. 현직 국회의원들은 자신의 국회의원 자리에 조금이라도 위협이 된다고 판단하면 적극 방어에 나설 것이다. 2000년 총선 직전에도 그랬다. 어쨌든 선거법은 고쳐야 한다. 21대 총선의 비례대표에는 ‘캡’을 씌웠는데 21대에만 적용되는 경과 규정이었다. 선거법 개정 합의에 실패하면 ‘캡’이 벗겨지고 위성정당 출현을 막을 수 없게 된다. 

바나나 : 정치개혁과 권력구조 개편을 너무 한꺼번에 다 하려고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필요성은 이미 많이 제기되었다. 그런데 전체를 한 번에 바꾸려 하면 오히려 진행이 잘 되지 않는다. 각자 이해관계가 있기 때문이다. 선거제도를 개혁하면서 연동형 비율을 점차 늘려가는 방식으로 여아가 합의를 하고, 시한을 걸어 두면 좋겠다. 4년 뒤에는, 8년 뒤에는, 얼마씩 늘린다는 식으로. 중대선거구제나 권역별 석패율제 같은 것도, 한꺼번에 다 하려고 하면 오히려 잘 안 될 거다. 2년 뒤에 선거제도 개혁에 일부라도 합의를 하면, 그다음에는 대통령제 개혁도 할 수 있을 것이다. 구체적인 분권형 논의를 나중에 하더라도, 4년 중임제부터 큰 원칙에 합의를 하는 방식으로 가면 어떨까 싶다.

개헌은 대통령이 주도해야 가능

밀덕 : 윤 대통령은 임기 후반으로 갈수록 굉장히 취약한 대통령이 될 가능성이 크다. 특히 2024년 총선에서 패배하면 바로 레임덕이다. 그러면 여당 쪽에서 개헌론이 나올 것이다. 반면 이긴 이재명은 대세론을 탄다. 개헌론을 ‘정치 엘리트 카르텔론’으로 공격하며 개헌에 반대할 것이다. 

이런 점을 고려하면, 개헌은 ‘분권형 대통령 4년 중임제 + 총리 국회 지명 + 국회의원 중대선거구제’가 그나마 가능한 타협점이 될 것으로 본다. 이렇게 개헌해야 하는 이유는 이제 더 이상 좋은 정치인이 대통령이 될 수 없는 시대가 되었기 때문이다. 뒤집어 말하면 누가 대통령이 되어도, ‘대통령다운’ 도덕성과 리더십을 보여주지 못할 것이기 때문이다. 

반면 세상은 점점 더 진영화하고, 양극화된다. 그리고 이기심과 능력주의는 기승을 부릴 것이고, 연대와 공동체 의식은 약화될 것이다. 그러니 ‘전부 아니면 전무’로 가기 마련인 대통령제는 사회를 더욱더 황폐화할 뿐이고 각자도생을 사회적 합의 도출로 전환시키지 못할 것이다. 그러니 권력을 가급적 분산하고, 가치의 다원화를 수용할 수 있는 정치 시스템을 갖추는 게 한국 사회를 위해 바람직한 길이다.

변방지기 : 우리 국민들은 정치 혐오의 태도가 매우 강하고 국회에 대해서 매우 부정적이다. 행정부의 실수는 그 자체만 문책하고 비난하지만, 정치권의 실수에 대해서는 실수 이상의 엄청난 비난과 과대한 응징을 하는 경향이 있다. 이러한 국민의 태도에서 보면, 대통령은 어쩌면 국민이 희망을 갖고 자기 삶을 맡기는 예외적인 정치인이라고 봐야 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국회가 나서거나 국민이 주도하는 개헌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결국 대통령이 나서서 국민을 설득해야만 일고의 가능성이 있다. 대통령제의 약점은 무소불위의 권력이지만 어느 한순간 균열이 나면 대통령에게도 큰 위기가 된다는 것이다. 우리의 정치 역사가 이를 증명한다. 대통령 임기 중반기쯤에 대통령과 국회가 서로 공존의 정치에 대한 확고한 이해를 공유하고, 이에 따른 정치적 동맹이 맺어져야 권력을 분점하는 개헌의 가능성이 있을 것이다.

관련기사, 8월 25일자 한윤형 칼럼 <윤석열 대통령의 단축할 결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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