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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한석의 아시아 포커스] 아시아, ‘군사적 합종연횡’ 바람이 분다

By | 2022년 9월 5일 | 고한석의 아시아 포커스, 국제, 기획 · 연재

아시아 곳곳에서 화약 연기가 자욱하다. 코로나19로 연기됐던 단독 혹은 합동 군사훈련이 8월 이후 여러 나라에서 재개된 탓이다. 기존에도 진행됐던 훈련이지만, 심드렁하게 넘기기엔 눈앞의 정세가 엄혹하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국제적 긴장이 최고조인데다, 미국과 중국의 패권 경쟁 또한 누그러질 기미가 없기 때문이다. 미·중·러 강대국과 합동훈련을 벌이는 아시아 국가들의 자세와 속내도 예전과 달리 복잡다단하다. 전통적 국제질서가 재편되는 와중에 아시아 지역에서 진행되고 있는 군사적 합종연횡의 현황과 의미, 대한민국의 고민 등을 고한석 국제전문가가 짚었다. [편집자 주]

러시아는 극동지역 연합 훈련인 보스토크
한국과 미국의 을지 자유 방패 훈련
인민해방군의 거국적인 대만 봉쇄 훈련
미국와 인도네시아의 연합 훈련 수퍼 가루다 
미국, 중국과 각각 연합 훈련 실시한 태국
인도는 중국 국경지대서 미국과 연합 훈련

사진:셔터스톡

최근 들어 아시아 지역 여기저기서 화약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다. 물론 전쟁이 발생한 것은 아니며, 연합 군사훈련이 합종연횡으로 벌어지고 있거나 거행될 예정이다. 8월1~14일에는 미국과 인도네시아가 주도하는 ‘수퍼 가루다’ 쉴드 훈련에 오스트레일리아, 일본, 싱가포르 군대가 사상 처음으로 참가했다. 8월4~7일에는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을 이유로 중국이 대만을 상대로 대규모 군사훈련을 실시했고, 이에 맞대응해 대만도 9~11일에 대규모 포사격 훈련을 실시하였다. 

아시아는 군사훈련 중

8월14~23일에는 태국 북동부에서 중국과 태국의 공군 연합훈련인 ‘팰컨 스트라이크’(Falcon Strike) 훈련이 실시됐다. 8월22일부터 9월1일까지는 한국과 미국이 ‘을지훈련’(정식 명칭: 을지 자유 방패 Ulchi Freedom Shield 훈련)을 벌였다. 9월1~7일에는 러시아가 극동지역에서 주최하는 다국적 연합훈련인 ‘보스토크 2022’(Vostok : ‘동부’라는 뜻의 러시아어)가 실시되고 있는데, 여기에는 중국과 인도도 참여하고 있다. 10월14일부터 인도와 미국은 인도-중국 국경 분쟁지대 인근 고지대에서 합동 군사훈련을 실시한다고 발표하였다.

지난 8월 31일 경기도 포천시 로드리게스 훈련장에서 실시된 한미연합 야외기동연습(사진:연합뉴스)

가장 큰 이슈는 8월2~3일 양일간에 걸친 펠로시의 대만 방문 이후 중국 인민해방군이 실시한 사실상의 대만 봉쇄 군사훈련이었다. 이 훈련은 펠로시가 대만을 떠난 직후인 4일부터 7일까지 실시됐다. 이 훈련에서 특기할 만한 점은 2가지다.

첫 번째는 인민해방군의 훈련 지역이다. 과거 대만해협 위기를 비롯해 그동안 중국의 군사훈련과 위협은 주로 대만의 수도 타이베이가 있는 북서부 해안과 제2 도시인 가오슝(高雄)이 있는 남서부 해안을 중심으로 진행됐다. 대만의 지형은 서부가 평원지대인 반면에 동부에는 험준한 중앙산맥이 북에서 남으로 뻗쳐져 있다. 가장 높은 봉우리인 위산(玉山)은 높이가 3952m로 동북아 최고봉이며, 3000m가 넘는 봉우리가 200여 개 연이어져 있기도 하다. 이로 인해서 대만의 동부 해안은 대부분 깎아지른 듯한 절벽으로 상륙작전이 아예 불가능한 지형이기 때문에 그동안 중국의 대만 공격 및 점령 훈련은 주로 대만 서부 해안을 중심으로 이루어졌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대만 북동부, 동부, 남부를 대상으로 하는 미사일 발사 훈련이 처음으로 실시되었다. 이는 사실상 유사시 북동쪽의 오키나와 미군기지, 동쪽의 괌 미군기지, 남쪽의 필리핀 방향에서 접근하는 미국 해군 함대 특히 항공모함에 대한 ‘지역 접근 거부’(A2AD: Anti-Access, Area Denial) 전략을 실행에 옮긴 것으로 풀이된다. 미국에 비해서 해군력이 상대적으로 약한 중국은 그동안 비대칭 전략무기의 핵심으로 중거리 미사일인 DF(Dongfeng : 東風) 계열 미사일을 개발하여 해안 지역에 집중 배치해 왔고 이번에 이를 실제로 적용한 것이라 할 수 있다.

두 번째는 중국이 시진핑 집권 직후부터 추진한 군 개혁의 핵심인 ‘정보화된 국지전 합동전투’ 전략을 실행했다는 것이다. 중국은 기존의 지역 할거형, 육군 중심형 군대를 2015년부터 권역별(戰區 : Theater) 합동참모부 형태로 개편하였는데, 북부 전구는 한반도(→ 일본), 동부전구는 대만(→ 괌), 남부 전구는 남중국해(→ 필리핀)로 전력(戰力)을 투사하는 형세를 취하고 있으며 각 지역별로 육해공군 그리고 독립적인 군종인 제4군 전략로켓군 사이의 합동작전 역량을 육성하는 데 중점을 두었다. 이번 대만 봉쇄훈련은 동부 전구에서 육군을 제외한 나머지 3군간의 합동작전 역량을 테스트해본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출처: 나무위키

한편 8월14일부터 열흘 동안 진행된 중국과 태국의 공군 합동군사훈련 ‘팰컨 스트라이크’는 태국이 약간은 난처해진 상황에서 실시됐다. 태국은 아시아에서 미국의 가장 오래된 수교 국가로, 190년의 관계를 가지고 있다. 또한 미국과 안보조약을 맺고 있는 동맹으로, 비록 적은 수이지만 미군이 주둔하기도 했으며 2003년에는 비나토(NATO) 주요 동맹국으로 지정되기도 했다. 태국은 2014년 당시 육군 참모총장이었던 쁘라윳 짠오차 현 총리가 쿠데타로 정권을 잡은 뒤 미국이 무기 판매를 거부하자 중국산 무기를 수입하는 등 중국과의 군사 협력을 강화해 왔다. 태국은 미국산 최첨단 스텔스 전투기 F-35의 구매를 타진하고 있지만, 미국 정부가 군사 부문에서 중국과 밀접한 관계인 태국으로의 수출을 승인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중국과 태국의 밀착을 견제하기 위해서 미국은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과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이 각각 6월과 7월에 태국을 방문하는 등 다시 태국 군부와의 관계를 개선하기 시작했다. 오스틴 장관은 쁘라윳 총리와의 회담에서, 미국이 기술, 훈련, 무기 그리고 방위산업 지원을 통해 태국군의 능력을 지속적으로 강화시킬 것이라고 확인했다. 태국은 여전히 미군에게 공군기지를 사용할 수 있도록 제공하고 있으며, 1982년부터 매년 ‘코브라 골드’ 훈련을 미국 인도-태평양 사령부와 함께 실시하고 있다. 이 훈련은 동남아에서 벌어지는 다국적 군사훈련 가운데 규모가 가장 크다.

태국, 미·중과 각각 합동훈련

19세기 말부터 중립 외교 노선으로 동남아에서 유일하게 독립을 지켜냈던 태국은 탈냉전 이후에는 군사적으로도 중립적 노선으로 조금씩 선회하고 있다. 올해 초에 태국군은 중국 인민해방군과 ‘운명의 공유’(Shared Destiny)라는 평화유지 훈련을 했고, 2020년에는 태국 사관학교 생도들이 모스크바 사관학교에서 훈련을 받기로 러시아와 합의했다. 올해 8월 실시한 팰컨 스트라이크 훈련은 2015년부터 진행해 온 것으로, 코로나19로 인해서 2년 동안 중지됐다가 올해 다시 실시된 것이다. 시기적으로 민감한 상황에서 난처함을 느낀 태국은 이번 훈련이 대만해협 위기가 고조되기 훨씬 전부터 계획된 것이라고 강조하였다. 기존의 팰컨 스트라이크는 육해군 중심의 훈련이었는데 2019년부터는 공군이 참여하는 훈련을 시작했다. 이번 훈련에서 사용하기로 한 공군기지는 베트남전 당시 미국 공군이 사용하던 기지이다. 태국이 주로 서방으로부터 무기와 장비를 구입하고 서양식 훈련 방식을 채택하고 있기 때문에 중국은 이번 훈련을 통해 서방의 전술과 무기 성능에 대해 이해하려 했을 가능성이 크다. 미국의 우려를 고려한 태국은 이번 훈련에 태국이 보유한 가장 최신 기종인 F-16의 참여를 보류했고, 코로나19로 중지됐던 미군과의 코브라 골드 훈련을 내년에 대규모로 재개하기로 합의하였다.

한편, 태국 헌법재판소가 지난 8월24일 쁘라윳 총리의 직무 정지를 결정함에 따라 태국의 외교·국방 노선에 변화가 생길지 주목된다. 쁘라윳은 육군참모총장이던 2014년 쿠데타를 일으켜 권력을 장악했으며, 장기간의 계엄령과 비상사태 선포 등을 통해 철권통치를 해 왔다. 

러시아가 주관하는 보스토크 군사훈련은 2010년부터 4년에 한 차례씩 실시되고 있다. 2018년에는 러시아 현역병 90만 명 중 총 30만 명이 참여할 정도로 규모가 컸으며, 처음으로 중국(3500명)과 몽골이 참가했다. 이번 2022년 훈련에는 벨라루스, 카자흐스탄, 키르기스스탄, 중국, 인도, 라오스, 몽골, 니카라과, 시리아 등 13개국이 참여한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해 부담을 느끼는 러시아는 이전에 비해 참가 인원을 5만 명으로 대폭 줄였다. 하지만 러시아가 국제적으로 고립되지 않았다는 ‘세’ 과시 차원에서 합동 군사훈련을 강행한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다국적 훈련 사상 처음으로 육·해·공 3군을 동시 파견했다. 러시아의 합동훈련에는 ‘쿼드(Quad)’의 일원인 인도도 참가해 특히 눈길을 끈다. 미국 백악관은 이에 대해 노골적으로 불만을 제기했다. 카린 장피에르 백악관 대변인은 “우려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인도, 중국 국경지대서 미국과 연합훈련

하지만 인도는 또한 미국과 10월 중순에 인도 북부 히말라야 산맥에서 고지대 전투 훈련에 초점을 맞춘 연합훈련을 진행할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지역은 인도와 중국의 국경 분쟁지대인 ‘실질통제선’(LAC : Line of Actual Control)으로부터 약 95km 떨어진 곳이다. 1962년까지 국경 문제로 전쟁을 치른 인도와 중국은 여전히 국경선을 확정하지 못한 채 1996년에 실질통제선을 잠정 합의하고 마주보고 있다. 물론 이번 훈련도 18년째 진행하는 연례 합동 군사훈련인 ‘유드 압하스’의 일환이다. 하지만 최근 펠로시의 대만 방문을 계기로 미국과 중국의 갈등이 최고조에 이른 상황에 미군이 인도와 함께 중국의 분쟁지역 코앞에서 합동 군사훈련을 벌이는 것이라 남다른 주목을 받고 있다. 

중국은 이에 대한 견제로 이 지역에서 미사실 사격 훈련을 실시했다. 중국 <CCTV>는 8월15일 “인민해방군 신장 사령부가 4500m 이상의 고지대에서 최신형 방공 미사일 HQ-17A의 실사격 훈련을 벌였다”고 보도했다. 퇴역한 인민군 대령인 웨강은 이 보도에서 “미국과 인도는 중국의 문전에서 무력을 과시하겠지만, 중국은 전쟁 준비를 두려워하지 않는다”라며 “인민군은 저지와 대응책을 목표로 고원에서 집중 사격훈련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비록 이들 상당수는 연례적으로 실시하던 군사훈련을 코로나19 이후에 재개하는 것이지만, 과거와는 국제정세가 달라진 상황에서 지역 내에 더 큰 위기감을 조성하고 있다. 게다가 군사훈련 참가국들은 어느 한쪽 진영이라고 규정하기 어려울 정도로 복잡한 관계를 보이고 있다. 한국은 지금까지 주로 북한의 침략을 저지하는 것을 중심으로 군사훈련을 해 왔지만, 다른 어느 나라보다도 무역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나라인 만큼 해상안보는 경제안보를 뒷받침한다고 볼 수 있다. 다양한 ‘비전쟁 군사작전’(MOOTW : Military Operations Other Than War)까지 염두에 두면서 특히 해군력 차원에서 동남아 국가 및 인도 등과의 군사적 협력 수준을 높여나갈 필요성이 크다. 동시에 역내 갈등이 전쟁으로 비화하지 않도록 평화와 외교적 갈등 완화를 위한 노력을 꾸준히 벌여야 한다.


글쓴이 고한석은
서울대 중문과를 졸업하고 하버드대학 케네디스쿨에서 IT정책으로 석사학위를 받았다. SK China에서 4년 동안 일했으며 삼성네트웍스에서 글로벌사업추진팀장을 맡기도 했다. 이후 열린우리당 정책연구원 정책기획 연구원과 정세분석국장, 더불어민주당 싱크탱크인 민주연구원 부원장 등을 거쳐 서울디지털재단 이사장을 역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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