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견제와 균형'을 헌법 정신으로 구현하고 있는 나라다. 그래서인지, 대통령 취임 후 2년만에 치러지는 중간선거는 대체로 집권당의 패배로 끝났다. 바이든 대통령 역시 비슷한 성적표를 받아들 것이라는 예상이 한두달 전까지도 지배적이었다. 그런데 상황이 바뀌었다. 이유는 엉뚱하게도 트럼프와 공화당의 성공 때문이다. 대법원을 보수화 시켜서 낙태에 대한 기존 판례를 뒤집겠다는 약속이 지켜졌다. 그러자 유권자들이 반발하기 시작했다. 탄탄대로처럼 보이던 트럼프의 앞날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미국정치를 구석구석 파고드는 신은철 필자의 첫 칼럼을 통해 그 속사정을 파헤쳐본다. [편집자 주]

패색 짙던 민주당 접전 끝에 하원 선거 이길수도공화당에 악재로 작용한 ‘로 대 웨이드 판결’ 폐기똘똘 뭉친 민주당 Vs 속만 타는 공화당어려운 국내 상황속에 선거는 여전히 안개속

 

낙태 권리를 보장한 '로 vs 웨이드' 판례 번복에 항의하는 시위대. (사진:연합뉴스)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의 반란이 일어나나?

미국 중간선거는 현직 대통령의 임기 2년차에 실시된다. 자연스럽게 대통령에 대한 중간평가의 의미를 갖고 있고, 대체로 여당에 불리했다. 1934년 이래로 집권당은 상·하원 합산 평균 30석을 중간선거에서 상실했다. 드와이트 아이젠하워(1954)나 빌 클린턴(1994)처럼 쟁쟁한 대통령들조차도 양원 다수당을 선거 한 번에 상실한 경험이 있다. 미국 민주주의의 근간인 ‘견제와 균형’의 원리가 가장 크게 작동하는 순간이 바로 중간선거다.

민주당은 현재 상원(100석)에서 50석, 하원(435석)에서 221석을 차지하고 있다. 아슬아슬한 상황이다. 그런데 조 바이든 대통령은 아프가니스탄 철군 이래로 지속적인 국정 난맥에 빠졌다. 그런 까닭에, 몇 달 전만 해도, ‘레드 웨이브(red wave)’라고 불리는 공화당의 압승이 예측되곤 했다. 그랬던 중간선거 판세가 최근 요동치고 있다.

미래 예측의 슈퍼스타로 불리는 미국의 통계학자 네이트 실버(Nate Silver)가 운영하는 ‘파이브서티에이트(FiveThirtyEight)’에 따르면, 민주당은 8월4일부터 무작위 조사(generic ballot)(*) 집계에서부터 공화당을 앞서기 시작했다. 8월의 <CBS> 뉴스와 유고브(YOUGOV) 공동 조사는 ‘공화당이 7월 조사 대비 4석 줄어든 226석을 하원에서 확보할 것’이라는 결과를 발표했다. <워싱턴포스트>는 8월27일(현지시각)에 ‘민주당이 접전 끝에 하원 선거에서 이길 수 있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 무작위 조사는 ‘선거 때 지지하려는 정당’을 유권자에게 질문하기 때문에, 통상 하원 선거 여론조사로 분류된다.

https://www.cbsnews.com/news/gop-house-seat-lead-biden-approval-opinion-poll-2022-08-28/

https://projects.fivethirtyeight.com/polls/generic-ballot/

숙원 사업을 비로소 해결한 공화당. 하지만?

상황 변화를 연출한 이슈는 공화당이 강하게 밀어붙인 낙태 반대다. 그런데 공화당이 처음부터 낙태를 반대했던 것은 아니다. ‘록펠러 공화당’(Rockefeller Republicans), 즉 북동부에 기반을 둔 중도파는 20세기 중반까지 당시에 공화당의 주류 정파였으며, 낙태 보장을 지지했다. 하지만 1980년대에 들어서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신보수파(네오콘)가 공화당을 장악하면서 공화당이 반 낙태 정책을 표방한 것이다.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은 과거의 강한 미국에 대한 향수를 자극하면서 한편으로 종교적 이유로 낙태에 반대했고, 그 결과 1980년 및 1984년 대선에서 전 미자동차 노조(UAW) 소속 백인 노동자의 거주지인 미시간주 매컴 카운티에서 승리했다. 그들은 원래 전통적 민주당 지지층이었다. 그러나 낙태와 같은 사회·문화 이슈에 대해서는 보수적인 기독교 성향을 갖고 있었다. 이들이 민주당에 등을 돌리고 레이건을 지지한 것이다. 이를 분석한 민주당의 여론조사 전문가 스탠리 B. 그린버그는 레이건을 지지한 민주당원이라는 신조어인 ‘레이건 민주당’(Reagan Democrats)을 만들었다. 이를 기점으로, 스윙 보터인 백인 노동자를 일컫는 이 용어는 미국 선거에서 핵심 요인으로 자리매김했다.

인종 갈등이나 페미니즘 운동과 마찬가지로, 낙태 이슈는 ‘백인 노동자의 보수화’ 현상을 촉발시켰다. 그렇기 때문에 미국의 선거 판세를 보면서 가치 이슈의 중요성 또한 주목해야 한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핵심 전략도 여기에 있었다. 

트럼프는 1970년대부터 약속했던 것처럼 ‘보수파를 연방대법원의 다수 세력으로 만들어 로 대 웨이드 판결을 뒤집겠다’라고 공언했다. 실제로 연방대법관 3명을 새로 임명하면서 보수파를 다수파로 키웠고, 백인 복음주의자들이 이를 압도적으로 지지했다. <AP>의 출구조사 결과인 보트캐스트(VoteCast)에 따르면, 백인 복음주의자 중에서 81%가 2020년 대선 당시에 트럼프를 찍었다. 레이건을 지지해서 일종의 ‘바로미터’가 된 매컴 카운티 역시 트럼프를 거듭 지지했다.

https://www.npr.org/2020/11/03/929478378/understanding-the-2020-electorate-ap-votecast-survey

그렇다면 연방대법원이 지난 6월24일 ‘로 대 웨이드 판결(1973)’을 폐기한 것은, 공화당의 숙원 사업을 마침내 이뤄낸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그 이후가 좀 수상하다. 공화당은 자신들이 장악한 주 의회에서 낙태법을 논의하며 낙태법의 적용 범위를 확실하게 명시하지 못하거나 법안 추진 시점을 미루고 있다. 인디애나주에서조차 ‘낙태 규제법’을 가결하지 못했을 정도다. 

인디애나는 ‘러스트 벨트(Rust Belt)’라고 불리는 중서부 공업지대에서 손꼽히는 ‘레드 스테이트(Red state, 공화당 표밭)’이며, 마이크 펜스 전 부통령의 고향이다. 펜스는 ‘존 F. 케네디를 숭배하는 가톨릭 집안’에서 태어났으나 민주당을 탈당했고, 하나님과의 영적 교류를 중시하며 ‘복음파 가톨릭’으로 거듭났다. 낙태를 매우 강경하게 반대한다. 여기에서조차 공화당은 굼뜬 모양새다. 왜 그럴까? 판결 이후 재보선 결과를 세밀하게 훑어보면, 그 내막을 짐작할 수 있다.

재보선 결과, 뭔가가 이상하다?

네브래스카 제1구, 미네소타 제1구, 뉴욕 제19구 및 23구에서는 ‘로 대 웨이드 판결(1973)’ 폐기 이후에 재보선을 실시했다. 이 중에서 3개 지역구가 안정적인 공화당 우세 지역이었다. 

(미국 하원 지역구의 성향이 궁금하다면 무당파 성향인 ‘쿡 정치 보고서’(Cook Political Report)의 ‘당파 투표지수’(Partisan Voting Index)를 참고하면 좋다. 가령 트럼프가 총 46.86%를 2020년 대선 당시에 득표했으나 네브래스카 제1구에서는 56%를 받았기 때문에, 네브래스카 제1구의 PVI는 공화당+9이다)

* 3개 지역구의 PVI와 2020년 대선 결과

(1) 네브래스카 제1구(공화당+9) : 트럼프 56% vs 바이든 41%

(2) 미네소타 제1구(공화당+7) : 트럼프 54% vs 바이든 44%

(3) 뉴욕 제23구(공화당+12) : 트럼프 54% vs 바이든 43%

https://www.cookpolitical.com/cook-pvi/introducing-2021-cook-political-report-partisan-voter-index

그런데 재보선 결과를 보면 인구밀집 지역이 예상 외로 민주당으로 결집하기 시작했다. 특히 네브래스카 제1구 재보선에 출마한 패티 팬싱 브룩스(Patty Pansing Brooks) 민주당 후보는 비록 패하긴 했지만 격차를 5.38%포인트까지 좁혔다. 그리고 도시에서는 큰 승리를 거뒀다. 투표한 유권자 115,800명 중에서 72,158명이 랭커스터 카운티 거주민이었다. 랭커스터는 한국의 도청 소재지격인 주의 수도 링컨(Lincoln)시를 관할하는 네브래스카 제2카운티인데, 여기서 56.96%가 브룩스를 찍었다. 랭커스터는 1968년부터 2004년까지 공화당 대선 후보를 항상 지지했을 정도로 보수적인 곳이었다. 그러나 이번에 브룩스는 52.34%의 바이든보다 높은 득표율을 기록했고 격차를 13.93%포인트까지 벌렸다.

제프리 에팅거(Jeffry Ettinger) 후보는 미네소타 제1구 재보선에서 3.92%포인트 차이로 석패했다. 그러나 2008년 이래로 공화당 대선후보를 지지하고 있는 옴스테드 카운티에서 선전했다. 57.70%를 옴스테드에서 받아서 바이든(54.16%)을 앞섰고, 공화당 후보를 17%p 격차로 벌리면서 압승했다. 옴스테드는 랭커스터보다 작으나 미네소타의 제3도시인 로체스터를 포괄한다.

 

 

이번 중간 선거에 이변을 가져 온 민주당의 팻 라이언(사진:Pat Ryan for Congress)

 

민주당, 결집하다

공화당의 고민은 거기서 끝나지 않는다. 뉴욕 제19구는 업스테이트에 속하는 허드슨 밸리에 소재한다. 2010년 이래로 계속해서 공화당 소속 하원의원을 선출했는데, 2018년에는 민주당의 안토니오 델가도(Antonio Delgado) 뉴욕 부지사가 당선되었다. 대선 결과를 보면 오바마(2008, 2012)와 트럼프(2016)를 번갈아 지지했다가, 지난번에는 바이든(2020)을 선택했다. 즉 뉴욕 제19구는 어느 한쪽에 치우치지 않는 대표적인 ‘피봇 지역구(pivot district)’인 셈이다. 공화당 입장에서는 ‘당파 투표지수(PVI: 공화당+3)’가 4개 지역구 중에서 가장 낮고, 바이든이 49.8%를 득표해서 트럼프를 1.5%p 차이로 꺾었기 때문에, 뉴욕 제19구 재보선은 중간선거의 풍향계로 불렸다.

양당 후보는 극과 극의 전략을 표방했다. 마크 몰리나로(Marc Molinaro) 공화당 후보가 인플레이션과 범죄 이슈를 집중 언급했던 반면에, 민주당 팻 라이언(Pat Ryan) 후보는 낙태 이슈를 적극적으로 홍보했다. 투표 전까지, 몰리나로는 라이언을 모든 여론조사에서 앞섰고, 더 많은 TV 선거자금을 집행한 것으로 확인되었다. 버지니아대 정치센터 산하 ‘사바토의 크리스털볼’은 뉴욕 제19구 재보선 판세를 공화당 약우세(Lean R)로 분류했다. 하지만 개표 결과가 정반대로 나왔다. 팻 라이언이 51.15%를 받아서 바이든을 추월했고, 마크 몰리나로를 3.38%p 차이로 꺾었다. 출신지인 울스터 카운티에서는 무려 61.75%를 받아서 바이든(59.51%)을 추월하고 우위를 지켜냈다. ‘당파주의가 사조인 시대’에, 민주당의 가치를 표방한 라이언이 지지층을 결집한 것이다.

반면 공화당은 지지층을 결집시키지 못해서 피봇 지역구를 가져오지 못했다. 큰 타격이었다. ‘쿡 정치 보고서’와 사바토의 ‘크리스털볼’은 접전(toss-up)이었던 뉴욕 제18구 판세를 민주당 약우세(Lean D)로 수정했다. 또한 ‘쿡 정치 보고서’는 뉴욕 제19구를 ‘민주당 우위 접전 지역구’로 분류하기 시작했다. 낙태, 총기, 민주주의 이슈에 집중하겠다고 공언한 라이언은 낙태 이슈를 계속해서 언급하고 있다. 

 

속내가 복잡한 공화당

공화당은 ‘지지층이 11월에 투표할 것’라며 인플레이션 이슈를 계속해서 언급하겠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속사정이 복잡하다. 게다가 공화당은 낙태 이슈의 파급력을 캔자스 투표와 재보선을 치르고 나서야 실감했다. 공화당의 모금 플랫폼 윈레드(WinRed)의 2분기 실적이 1분기 대비 12% 넘게 줄어든 것과는 반대로, 민주당 플랫폼 액트블루(ActBlue)의 모금액은 21% 이상 증가했다. 특히 2분기 모금액이 2021년 4분기 대비 1억 달러 이상 늘어났다. 

자세히 보면 민주당상원선거위원회(DSCC)가 810만 달러의 전국공화당상원위원회(NRSC)보다 많은 1,010만 달러를 7월에 모금했다. 민주당하원선거위원회(DCCC) 또한 1,350만 달러를 7월에 모금해서 980만 달러를 모은 공화당 조직을 앞섰다. 즉 인구밀집 지역이 민주당 지지층에게 결집하기 시작했을 뿐 아니라, 온라인 풀뿌리 지지층이 선거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https://www.nytimes.com/2022/07/26/us/politics/online-fundraising-republicans-democrats.html

https://thehill.com/homenews/campaign/3611215-democratic-house-senate-campaign-committees-outpace-republicans-in-july/

설상가상으로, 이렇게 모인 자금을 트럼프가 당내 반대파 후보들을 경선에서 낙선시키려고 사용하거나 자신의 조직으로 송금했다. 그러자 미치 매코널(Mitch McConnell Jr.) 상원 원내대표(켄터키·7선)를 후원하는 슈퍼팩 ‘선라이프파이낸셜(SLF)’이 약 1천만 달러 규모의 알래스카·애리조나 광고 예약을 철회하는 등 혼란이 이어지고 있다. 

애리조나는 펜실베이니아처럼 상원의 판도를 좌지우지할 경합주이다. 그럼에도 애리조나 광고 자금을 빼냈다는 것은 곧, 공화당이 블레이크 마스터스(Blake Masters) 후보의 당선 가능성을 낮게 보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민주당 소속인 마크 켈리(Mark Kelly) 상원의원(초선)이 마스터스를 안정적인 격차로 따돌리고 있다.

https://www.politico.com/news/2022/08/26/shifting-strategy-senate-gop-super-pac-cancels-ad-buys-in-arizona-alaska-00053965

공화당의 마스터스는 ‘연준의 인종적 다양성’을 경기 침체 원인으로 지목하는 등 말썽을 일으키고, 임신 후기 낙태와 부분 낙태에 반대한다고 광고했지만, 이후 발언 웹사이트를 재구성하고 낙태와 같은 이슈에 대한 입장을 수정하거나 삭제했다. 

<워싱턴포스트>에 따르면 마스터스를 포함해서 공화당 후보자 최소 9명이 트럼프와 거리를 두거나 낙태 반대 입장을 감추려고 노력하고 있다. 당파 투표지수가 50 대 50인 콜로라도 제8구(신설)에 출마한 공화당 후보는 ‘생명의 존엄성’ 관련 문구를 웹사이트에서 아예 지워버렸다.

https://www.nbcnews.com/politics/2022-election/arizona-blake-masters-backtracks-abortion-scrubs-campaign-website-rcna44808

도심 교외 거주 대졸 백인여성, 트럼프가 싫다

낙태 이슈로 미국 국내 정치의 역학구도가 바뀌고 있다고 평가할 수 있다. 공화당이 반 낙태 노선을 40년 넘게 표방하면서 백인 기독교도를 결집시켰지만, 결국 성공이 발목을 잡았다. 공화당에서 판결 이후 낙태에 대해 소극적 입장을 취하는 정치인이 늘어나고 있다. 레이건 이래로 형성된 ‘낙태 이슈를 통한 보수 우위 구도’가 흔들리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총기 이슈 또한 쟁점으로 떠올랐다. 트럼프를 옹호하려는 공화당 강경파가 연방수사국(FBI) 예산삭감론을 꺼내들면서 상황은 더욱 악화되고 있다. 민주당과 바이든 행정부는 이 기회를 놓치지 않으려 한다.

유권자층에서는 대졸 백인여성이 이 변화를 이끌고 있다. <퓨리서치 센터>에 따르면 대졸자 64%와 대학원 졸업자 69%가 ‘낙태를 대부분 혹은 전면 보장해야 한다’고 응답했다. 국립라디오(NPR)/공영방송(PBS)/마리스트 칼리지 공동 여론조사는 ‘교외 거주민 중에서 57%가 낙태권에 대체로 찬성한다’라고 말했다. 

https://www.pewresearch.org/fact-tank/2022/06/13/about-six-in-ten-americans-say-abortion-should-be-legal-in-all-or-most-cases-2/

2020년 대선 당시, 트럼프가 ‘Black Lives Matter’ 캠페인 참여자들을 폭도로 몰아가며 여론을 선동했지만, <AP>의 출구조사 결과(VoteCast)에 따르면 대졸 백인 여성 중에서 61%가 바이든을 지지했다. ‘에디슨 리서치’의 지난 대선 출구조사 결과를 보면, 대졸 백인여성 중에서 59%가 민주당을 지지했고 공화당 지지율은 39%였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435개 연방 하원 지역구 중에서 228곳이 2020년 선거 당시에 공화당 우세 지역구였다. 그러나 결과가 뒤집혔다. 트럼프가 브렛 캐버노 연방대법관을 2018년 10월에 임명하며 보수층에게 어필했음에도 불구하고, 전통적 공화당 지지층인 대졸 백인여성은 민주당을 찍었다. 민주당은 이 덕분에 공화당의 게리맨더링 전선을 돌파하고 하원 다수당을 탈환했다.

https://www.nytimes.com/2022/03/10/us/politics/redistricting-congressional-maps-elections.html

도심 교외에 거주하는 대졸 백인여성은 ‘시골 및 소도시에 거주하는 고졸 백인 노동계층’과 달리 ‘사회·문화 이슈에 대해서 강경하지는 않은 온건 보수파’다. 실제로 미국인들의 투표 성향은 인종 뿐 아니라 학력과 거주지에 따라서 확실하게 엇갈린다. 이들은 또한 자녀와 가족의 생명을 위협하는 총기 규제 완화에도 부정적이다.

트럼프가 화이트칼라 대상으로 증세를 강행하고 ‘오바마케어’를 폐지하려 하는 데다 미국 민주주의의 근간을 뒤흔들자, 이들은 공화당에서 등을 돌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돌이켜보면, 이들은 이미 2017년 제6구 재보선 당시에 민주당 존 오소프 상원의원(조지아·초선)을 지지하면서 ‘반 트럼프 저항운동(Resistance)’을 개시했다.

여전히 안개 속에 있는 중간선거

최근까지 민주당과 바이든 행정부는 시간과의 사투를 벌였다. 공급망이 코로나19 바이러스 확산으로 인해서 망가졌다고는 하나, 바이든은 현직 미국 대통령으로서 인플레이션 이슈에 대해서 책임을 져야 했다. 특히 일반용(regular) 휘발유 가격이 올해 6월14일에 갤런당 5.016달러까지 상승하자, 대졸 백인여성들조차 바이든에게 크게 실망했다. 

그런데 우연인지 노력의 결과인지는 알 수 없으나, 바이든이 중동을 부지런히 방문한 이후 일반용 휘발유 가격이 8월30일에 갤런 당 3.844달러까지 떨어졌다. 게다가 바이든은 약 7400억 달러 규모의 ‘인플레이션 감축법’(BBB) 같은 굵직한 법안을 속속 통과시키면서 국정 난맥에서 벗어났다. 

그러자 대졸 백인여성이 민주당으로 ‘다시’ 결집하고 있다. <CBS> 뉴스/유고브(YOUGOV)에 따르면 7월에 민주당 6%p 우위였던 격차는, 8월 말 13%p까지 벌어졌다. 민주당 지지율이 50%를 돌파했다. 대졸 백인여성은 낙태를 중간선거의 최대 핵심 이슈로 꼽았다.

https://gasprices.aaa.com/

물론 민주당이 결과를 낙관할 수는 없다. 미국은 주 의회가 선거구를 획정하는 권한을 갖고 있는데, 주 의회를 장악한 공화당은 게리맨더링을 서슴지 않고 있다. 이처럼 공화당이 우세 지역구를 올해에도 더 많이 편성해뒀기에, 민주당의 하원 다수당 탈환 여부는 낙관할 수 없다. 

결국 민주당은 낙태 이슈를 지속적으로 강조하거나 후보자의 개인기를 부각시켜야 한다. 현재로서는 성공이다. 민주당은 상원 및 주지사 선거 조사에서 앞서가기 시작했다. 민주당 캐서린 매스토 상원의원(네바다·초선)은 낙태 이슈를 적극 홍보하면서 지지율을 높이고 있다. ‘중간선거는 역사적으로 집권당에게 불리하다’라는 명제가 낙태 이슈 때문에 흔들리고 있는 것이다. 

‘바보야, 문제는 경제야!’라는 선거 캐치프레이즈는 한국에도 잘 알려져 있다. 그러나 경제가 가치에 우선한다는 명제는 적어도 지금은 힘을 받지 못하고 있다. 물론 공급망 문제로 바이든이 곤란을 겪었던 올해 상반기의 경험도 있다. 결론을 내기에는 이르다. 미국 중간선거는 지금 안개 속이다.

 

 


글쓴이 신은철은프리랜서 칼럼리스트이다. 영어영문학과 출신으로, 2012년 미국 대선을 지켜보면서 미국 정치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미국의 주요 일간지와 주간지는 물론, 주요 정치 사이트, 블로그, 주와 카운티 단위의 지방 언론까지 수년 간 섭렵하면서, 미국 정치에 대해 더 많은 것을 알아가고 있다. 미국 정치에 대해 정리된 생각들을 2016년부터 써서 SNS 등을 통해 올리고 있고, 지난해 8월부터는 본격적으로 칼럼을 쓰고 외부 강연을 하고 있다. 미국 유권자층의 변화, 그리고 이에 대한 정치권의 대응을 미시적 수준까지 추적해 이해하려고 애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