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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편집 2022. 09.23. 00:00

[이관후의 ‘한 걸음 밖에서’] 정원오 성동구청장, “될 때까지 끝까지 설득한다”

By | 2022년 8월 26일 | 미분류, 정책, 정치

이관후 수석 칼럼니스트가 사람을 만납니다. 키워드는 두 개입니다. 민주당과 변방. 지난 대선과 지방선거에서 연속 패배했지만, ‘야당’ 민주당이 한국 정치의 중심축임은 분명합니다. 한국 사회와 정치의 발전을 위해 민주당의 환골탈태를 요구하는 목소리는 큽니다. 민주당은 담대하고 더 넓게 세상을 살펴야 합니다. 역사적으로 근본적인 변화와 혁신이 필요할 때, 그 힘은 대체로 변방에서 나왔습니다. 여의도 밖에서, 한 걸음 떨어져서, 민주당의 현재와 미래에 대한 이야기를 듣는 이유입니다.
그 첫 번째 인터뷰의 주인공은 정원오 서울 성동구청장입니다. 민주당이 고전한 지난 서울 지방선거에서 그는 이례적인 승리를 거두며 ‘3선 구청장’이 됐습니다. 어떻게 그런 일이 일어났는지, 그가 생각하는 민주당의 바람직한 자세는 무엇인지 들어보시면 좋겠습니다. [편집자 주]

✔ 2022 지방선거의 이변, 파란색의 성동구
✔ 기성세대의 업적과 살아온 세월에 대한 존경 잊지 않아
✔ ‘열심히 한다’는 칭찬 끝에 드디어 듣게된 ‘잘한다’
✔ 정치인은 내 색깔, 나의 빛 내는 발광체 정치 해야
✔ 지방 정부의 역할은 삶의 불편함 해소하는 것
✔ 주민들의 남다른 자부심 #성동에살아요

사진:성동구청 제공

지방선거가 배출한 스타

이관후 : 제가 민주당의 변방이나, 여의도 정치권 밖에 있는 분들과 얘기해 봐야겠다고 했을 때, 주변에서 구청장님을 추천하는 분들이 많았습니다. 저는 구청장님을 예전부터 알고 있었지만, 새로 알게 됐다고 하는 분도 많고요. 특히 대선 직후에 지방선거가 치러졌고, 서울에서 민주당이 굉장히 고전했는데, 많이들 놀라셨나 봐요. 서울 판세를 보다가 당연히 성동구는 색깔이 빨갛게 나와야 되는데, 저 득표율이 이상하다, 개표가 잘못되거나 (민주당이 우세한) 특정 지역만 먼저 개표된 거 아니냐 했다는 거에요. 그런데 계속 앞질러 가니까 사람들이 많이 검색해 봤다는 거 아닙니까. 성동구청장이 누구냐고. 

정원오 : 아이고, 감사할 따름이죠. 구민들 덕분에 제가 유명세를 치렀습니다. 검색량 트렌드를 보니까, 제 이름이 그동안 평생 검색한 숫자만큼 그날 밤에 했더라고요.(웃음)

이관후 : 이번 지방선거에서 스타가 되셨죠. 특히 사람들이 의아했던 게, 성동은 소위 ‘마용성’이라고 해서 집값도 많이 올랐고, 그런 곳은 민주당이 어려웠는데, 그 이후에 기사가 조금 나오긴 했지만 충분히 궁금증을 풀지 못했고, 제 주변에서도 가서 한번 물어봐라, 어떻게 그렇게 될 수 있느냐, 하는 주문이 많았습니다.

정원오 : 제가 2018년도 선거 때 박원순 시장님이 약 53% 얻으셨고 제가 69.5%를 얻었어요. 그러니까 한 15% 정도 차이가 났었죠. 이건 당과 진영을 떠나 주민들의 표심이구나 싶었고, 그만큼의 경쟁력이 있다고는 생각했죠. 그런데 대선 때 성동에서 민주당이 10%를 졌더라고요. 어려운 상황이지만 열심히 해보자는 뛰어보자는 마음이었는데, 다만 바람이라는 게 무서우니 승부에 연연해하지 말고 최선을 다해보자, 그러나 참패는 안 할 거다, 그랬지요. 

지금 근데 이게 막상 선거 현장에 들어가니까 바람이 여러 번 불어요. 3월 9일날 대통령 인수위원회가 뜨고. 취임식이 5월 10일. 그리고 얼마 안 돼서 한 달도 안 돼서 선거를 투표를 하는 거잖아요. 취임하면서 또 청와대 개방하고 막 이러면서 엄청난 바람이 부니까 두려웠죠.

그래도 토대가 있으니까 많이 밀리지는 않겠다. 당시에 이렇게 쭉 다녀서 보면 동네에 나가면 다 찍어주신다는 거예요. 

현장 나가서 만나 보면 일 잘했지 않냐고 하시고, 또 일은 잘했는데 당은 왜 거기냐고 하시고. 그런 분들은 제가 당을 막 바꿔서 선택하면 되는 줄 생각하시더라고요. 정당 원리를 모르는 분들은 ‘아니 왜 민주당으로 나왔어요. 여당으로 나와야지’ 하세요. 공중파 이런 흐름을 보면 어려울 것도 같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쨌든 바닥 민심이 중요하니까 좀 괜찮겠다 싶었죠.

제 마음속에는 열심히 하면 그래도 한 5%p 정도는 이기겠다 생각했지요.

전 세대에서 호감을 받은 ‘평판의 동화’

이관후 : 그런데 훨씬 많이 이기셨어요. 

정원오 : 구정에 대한 평가랄까 이런 것에 대한 주민 분들의 판단이 조금 더 올라간 것 같아요. 그게 한 15%p 정도 있었는데, 실제로 그렇다기 보다는 평판이라는 게 어떤 임계점을 넘으면 확 뛰는 것 같아요. ‘구청장이 잘하는 것 같아. 일은 잘하는 것 같아’라는 인정이 공유되는 거죠.

누가 그걸 ‘평판의 동화’라고 표현을 하던데 그런 게 있는가 봐요. 주위에서 ‘다 잘해’라고 하면, 나는 잘 모르겠는데 다 잘한다고 하니까, 그렇구나 하고 동의하는 임계점이 넘어가면서 밴드웨건 효과가 생긴다고 할까요. 그렇게 여론에 민감한 층들은 이제 저한테 많이 와주신 것 같고요.

지역 여론이 왜 그렇게 됐을까 생각해보고, 많은 분들도 이야기하시는 게, 일단 지지에서 세대 차이가 없어요. 어르신들도 지지하고 젊은층도 지지하고. 여론조사도 해보면 비슷해요. 물론 40~50대가 강고하게 지지하지만, 60대 이상에서도 제가 10%p 가까이 20~30대도 10%p 가까이 많이 나왔거든요, 그게 컸던 것 같아요. 

이거는 다른 언론 인터뷰에서는 안 한 얘기인데, 저는 민주당이 어르신들, 60대 이상에 대해서 진짜 공들여야 한다고 생각해요. 표를 위해서 공들이지 말고 자세를 바꿔야 된다는 거예요. 

60대 이상이 이룬 성과를 보세요. 우리나라의 민주화와 산업화, 가난 극복, 빈곤 극복, 얼마나 많이 했어요? 산업화와 민주화에 기여한 60대 이상의 세대에 대한 존경심을 실제로 마음속으로 지녀야 되고, 그게 태도로 나타나야 된다, 저는 진짜 그렇게 생각하거든요. 그래서 어르신들을 보면 그냥 인사가 절로 나와야 되고, 대화할 때 그냥 말 속에서 존경한다는 말이 나와야 된다는 거에요. 이게 그냥 사석에서도 자연스럽게 저절로 나와야 된다, 왜냐하면 그건 당연한 일이기 때문에. 어르신들이 민주당을 지지하든 안 하든, 보수이건 아니건, 그거는 당의 입장에서 표인 거지, 우리 국가로 놓고 본다면 다르죠. 

6.25 폐허에서 빈곤을 극복한 세대들은 이제 90대 분들이시잖아요. 그리고 70~80대는 산업화를 이끈 분들이시고. 민주화의 핵심은 지금의 60대분들이라 생각해요. 실제로 6월항쟁을 이룬 힘, 전두환이 항복한 힘은 넥타이 부대 같은 그때 30대들에게 나왔죠. 그분들이 지금 60대가 되셨고요.

이관후 : 네. 당시 30~40대, 지금 60대에서 70대 초반인 분들이 박수 쳐주고 합류했으니까 이뤄진 거죠.

정원오 : 그래서 저는 60대 이상 분들에 대한 존경심은 당을 떠나서, 자치단체장을 하면서 그리고 또 정치를 하는 사람으로서 계속 마음속에 갖고 있어요. 국가유공자 같은 분들에 대해서도. 정말 국가를 위해서 헌신하시고 목숨 바치신 당사자나 가족들이잖아요. 그분들에 대한 한없는 존경심이 있어야죠. 그런 것들이 지역에서 다양한 정책으로도 나타난 부분들이 있거든요.

60대 이상에 대해,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존경을 해야

이관후 : 어르신들을 존경해야 한다는 말씀이, 제가 아는 어떤 민주당 정치인 말씀과 똑같네요. 또 60대가 민주화에 기여했다고 하셨는데, 제가 지금 민주당에서 ‘새로고침위원회’라고 당의 대선과 지방선거를 평가하고 비전을 만드는 작업에 관여하고 있는데, 그 위원회의 여론조사 결과와 일치하는 부분이 있어요. 민주당이 민주화에 기여한 정당이냐라고 물어봤는데, 응답자들이 거기에 동의를 하기는 하는데, 사실 민주화를 한 건 국민이라는 거예요. 국민의힘과 민주당 중에서는 민주당이 더 민주화에 기여한 건 맞지만, 민주당이 계속해서 ‘우리가 민주화를 이룬 세력이다’라고 하면 득표가 되겠냐라고 했을 때, 굉장히 부정적으로 나왔어요. 답이 하나같이, 민주화는 국민들이 다 같이 하는 거지, 국민들이 반대했으면 그게 됐을 리가 있냐, 이런 의견이 모든 세대 모든 지역에서 공통적으로 나오는 거예요. 

한편으로는 산업화를 대통령과 정권, 기업들만 한 게 아니라 국민과 노동자들이 했다고 비판했는데, 왜 민주화에 대해서는 독점하려는 태도를 보이는지. 이제는 국민들이 더 성숙해서 ‘민주화는 국민들이 한 거다’라고 하잖아요. 앞선 세대에 대한 존경심도 없고, 민주화는 독점하려고 드는데, 국민들이 동의를 안하는 거지요.

정원오 : 저는 이렇게 얘기해요. 어떻게 해서 지금 우리가 이렇게 살게 되었는데, 1960~70년대에 그분들이 그렇게 노력하지 않았으면, 어떻게 우리가 세계 10위권의 대한민국에서 살 수 있게 되었겠어요. 50대, 60대 이상 분들이, 그분들이 젊은 시절에 다 기반을 만들었지요. 아니 왜 그거를 인정 안 하는지 모르겠어요. 제가 어르신들을 그렇게 계속 모셔서 그런지, 이번에 경로당 회장님들이 누가 권유하지도 않았는데, 제 지지를 부탁하고 다니셨다고 해요.

이관후 : 질 수가 없네요.

정원오 : 경로당 회장님들이 대부분 원래, 노령층에서는 여당 지지자가 많다고 하시잖아요. 물론 생각이 다른 분들도 적지 않으셨을텐데, 그래도 구청장이 괜찮다는 ‘평판 동화’가 일어나니까. 그래서 다른 선거는 몰라도 구청장은 이렇게 찍자, 이렇게 분위기가 모아졌나봐요. 어르신들이 하루에 30~40명씩 매일 바뀌어서 캠프에 오셨어요. 그런 흐름이 있는가 보다 했어요.

이관후 : 60대 이상은 그렇게 되었고, 20~30대도 어쨌든 다른 곳에 비해 표가 훨씬 더 나왔지요. 

정원오 : 그거는 두 가지로 나뉘더라고요. 하나는 제가 여기서 8년 구청장을 하면서 그때 초중고 학생들이었던 친구들이 지금 20대인데, 20대에서는 제가 20%p 가까이 더 많은 지지를 얻었어요. 30대보다 더 많이. 

이관후 : 20대가 많이 보수화했다고 하는데, 성동은 그렇지 않네요.

정원오 : 그게 어떤 걸까 생각해 보면, 그 친구들이 학교 다닐 때, 제가 하는 걸 봤을 거예요. 또 40대 학부모들의 저에 대한 평가가 영향을 미친 게 있다고 봐요. 다른 하나는, 트윗이라든지 sns 활동이 영향을 미치지 않았나 생각해요. 

일을 잘한다는 건, 결국 정성의 문제

이관후 : 결국 구청장님이 일을 잘한다고 하는 게, 전 세대에서 평판 동화가 일어날 정도로 되었다는 것이잖아요. 어떤 건가요. 일을 잘 한다는 건.

정원오 : 지역의 현안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능력, 주민들이 원하는 일을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을 보여주는 게 선거에서는 중요하다고 해요. 보통은 현역이 다음 선거에 출마할 때는 유권자가 ‘너 해놓은 게 뭐 있냐?’ 그러면, ‘저 이것 있습니다’ 하는 원, 투, 쓰리만 있으면 된다고 해요. 쓰리까지 못하면, 원, 투라도 있어야죠. 그래서 ‘이겁니다’ 했는데, 사람들이 듣고 ‘아 그렇구나’ 하면 된다는 거요. 그런데 ‘그게 뭐야?’ 이러면 안 되는 거죠. 그건 나만 알고 있는 거고, 자기 딴에는 엄청 중요한 일이라고 설명을 하는데 듣는 사람은 ‘저게 뭐지’ 이럴 수 있잖아요. 

가령 ‘당신은 뭐 했어’라는 물음에 ‘구민회관 지었어’라고 했는데, ‘그게 뭐야’ 하면 꽝이죠. 그런데 저는 ‘뭘 했어’ 그러면, ‘GTX C 왕십리 노선 했어요’ 라고 했더니 ‘아 잘했네’ 하는 거예요. ‘삼표 레미콘 공장 철거했어요’ 했더니 ‘그거 숙원이었는데 잘했네’라고 고개를 끄덕이시고. 이런 게 1, 2, 3 이렇게 있어야 하고요. 

또 주민들에게 작지만 감동을 드릴 수 있도록 노력해야 돼요. 생활 밀착 행정, 코로나 대응에서 스마트 쉼터, 횡단보도 조정 같은 것들이죠. 그밖에 하다 못해 칼갈이, 우산 대여, 자전거 수리 같은 서비스들이 있으면, 크진 않아도  주민들이 사는 게 편안하다는 느낌이 들거든요.

결국 일을 잘한다는 게, 인정할 만한 큰 것도 있고, 또 자잘하게 내 생활에서 삶을 편리하게 도와주는 여러 가지가 있는 거죠.

이관후 : 작은 일도 잘하는데 큰일도 잘하더라?

정원오 : 작은 일 잘하면 사람들이 ‘열심히 한다’고 하고, 큰일을 이루면 ‘잘한다’ 그래요. 저를 지지해주신 분들 말씀을 옮기면, 지난번 선거 때에는 ‘열심히 한다’는 소리가 많았는데, 이번에는 ‘잘한다’는 소리를 많이 들었어요. 

운을 바꾸는 정성은 꿈에서도 답을 찾는다

이관후 : 그런데 다른 지자체장들도 큰일을 몇 개 해야겠다, 작은 것도 잘해야겠다, 다들 비슷한 마음일 것 같은데, 결과는 다르거든요. 잘하려면 어떻게 해야 합니까?

정원오 : 제가 자주 하는 말인데, 정말 정성을 다해야 합니다. 일이라는 건 큰일이든 작은 일이든 정성을 다하지 않으면 일이 잘 안 돼요. 누구는 운이 좋다고 해요. 저도 언론이나 이런 데서는 ‘운이 좋았습니다’라고 표현을 합니다만, 사실 운이 좋기까지는 ‘운을 바꾸는 정성’이 들어가요. 심지어는 자다가도 꿈을 꿀 정도의 고민을 하는 거죠. 실제로 일이 안 풀려서 자다가 꿈속에서 해결책을 찾은 적도 있어요. 

이관후 : 옛날 이야기 같은데요. 꿈에서 누가 나와서 알려줬다, 이런.

정원오 : 비슷해요. 여기 금호동이 꽤 큰 동인데, 인구가 6만 명쯤 살죠. 금호역이 오래 됐는데도 진짜 많이 이용하는 역이에요. 그런데 인도도 없고 차도도 좁아서, 통근· 통학하는데 매우 막히고 위험하죠. 사람들이 ‘이게 정말 이럴 수가 있냐’ 해서, 심지어 이세기 국회의원 시절 선거 공약이었어요. 거의 30년 전이죠. 그 이후로 모든 국회의원, 구청장 후보들이 이거 해결하겠다고 하는데 안 됐어요. 저도 공약했죠. 그리고 이걸 하려고 보니까 돈이 많이 들어요. 확장하려면 집을 보상해야 하는데, 2000억 원 가까이 들더라고요. 도저히 한 번에는 안 되겠고, 세 차례로 나눠서 한다고 해도 1단계만 400억 원 정도가 돼요. 

그런데 이게 ‘구’ 도로에요. 그 옆에는 ‘시’ 도로, 광역 도로가 있잖아요. 이건 구 도로라서 확장하려면 구에서 예산을 100% 내야 되는데, 그런 돈이 없죠. 서울시에 말하면, 근거가 없다는 거예요. 제가 박원순 시장까지 현장에 모시고 갔는데, 박 시장님이 ‘이거 진짜 해야겠네요’ 하고 지시도 하셨어요. 그런데도 안 되죠. 

제 머리에 쥐가 나는 거예요. 시장님도 필요성에는 공감하는데, 실제로 예산을 지원하려면 논리를 만들어야 되는 거예요. 그 논리가 있어야 돼요. 그래서 전문가들을 계속 만나서 얘기하고, 시청 공무원들에게 가서 물어보고, 혼자서 고민도 해보고, 수많은 사람들의 자문도 받았어요. 그때 누가 얘기를 하는데 딱 와 닿더라고요. 이게 구의 도로지만 그 위에 광역 도로인 동호로와 연결되는 기능이 있고 아래로는 독서당로하고도 연결된다. 구 도로지만 시 도로와의 연결 기능이 있다. 그걸 조사해서 80% 이상이 전부 이 용도면 인터체인지 기능, 그러니까 실제로는 광역 연결을 하는 도로인 거다, 그걸 주장하자, 이런 아이디어를 어떤 사람이 지나가면서 줘요. 

그걸 처음에 귀담아 들은 게 아니고 지나가면서 들은 건데, 꿈에서 그 말이 기억이 난 거예요. 아침에 일어나 생각해보니까, 그게 될 거 같더라고요. 말하자면 그런 게 정성인 거죠. 이 사람 저 사람, 전문가들도 쫓아다니고 하다가 걸린 거예요. 생각도 난 거고. 이 금호역 도로 확장이 제 원·투·쓰리 중에 쓰리 펀치예요.

이관후 : 그런데 그거는 다른 사람은 흘려듣게 되고, 실은 계속 그 생각을 하는 사람에게만 들리는 거지요.

정원오 : 사실 그것도 자문을 구하다가 식사 자리에서 나온 이야기였어요. 그런데 꿈꾼 다음날 아침에, 그게 맞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 내용을 골자로 연구를 시행하고, 그 결과를 서울시에 제출하니까, 시에서 그 논리가 맞다는 거예요. 그런데 돈이 많이 드니까 3단계로 나눠서, 일단 1단계 하고, 나머지는 다른 이유를 찾아서 해보자고 하고 시작을 했지요. 막상 공사를 시작하니까 사람들이 난리가 난 거죠. 어떻게 수십 년 동안 안 된다고 했던 게 갑자기 되냐며.

이관후 : 거기서부터 이제 ‘잘한다. 유능하다’란 말이 나왔겠네요.

사진: 성동구청 제공

될 때까지 끝까지 설득한다

정원오 : 그런데 그런 말도 못해요. 도로 확장으로 건물을 철거해야 하는 건물주분들은 안 좋아하시죠. 그때부터는 그 분들을 만나서 계속 설득했죠.

이관후 : 주로 뭐라고 설득을?

정원오 : ‘이거는 공익적인 부분이다. 양보해 주셔야 되고, 여러분들이 손해가 없도록 최대한 내가 노력하겠다. 그러나 나도 장담은 못한다. 왜냐하면 이거는 감정평가를 하는 거니까. 그렇지만 감정평가에서 최대한 시세에 맞게끔 여러분들이 피해가 없도록 노력하겠다’라는 걸 끊임없이 약속하고, 또 실제로 그런 요청을 했지요. 그렇다고 국가기관이 아무렇게나 막 할 수는 없잖아요. 그러면 또 반대하는 분의 이야기를 듣고, 또 듣고, 한참을 듣고 있는 거예요.

그럴 때 드는 생각이 ‘이걸 정말 내가 해내고 싶다는 욕심이 나기도 하지만, 사실은 내 전임자들도 다 못했는데 굳이 내가 이걸 왜 한다고 했을까’ 하는 생각도 사람이니까 하죠. ‘내가 정말 노력은 했는데, 이게 안 될 수도 있겠다’ 하는 마음도 생기죠.

이관후 : 이런 일들이 참 그래요. 그 길을 지나가는 다수의 사람들은 개별적으로는 작은 이익을 보는 건데, 건물주라든지 직접적인 이해관계를 갖고 있는 사람들은 강력한 반대자가 되니까요. 보통 정치인들이 모호한 이익을 보는 다수의 사람과 아주 선명하게 반대하는 소수의 사람들이 있으면, 보통 그 일을 잘 안 하지 않습니까?

정원오 : 그래서 저는 계속 설득하는 스타일이에요. 결국은 그분들도 마지막에는 다 수긍을 했어요. 금호역 장터길 확장 개통식 때, 제가 반대하시던 분들을 찾아뵙고 인사를 다시 드렸어요. ‘여러분께서 도와주셨기 때문에 할 수 있었습니다’라고요. 그랬더니 환한 얼굴로 ‘아닙니다’ 해주시더라고요. 정말 고마웠습니다.

이관후 : 그런데 왜 그렇게까지 하시려고 그랬어요?

정치인은 반사체 아닌, 발광체의 정치 해야 한다

정원오 : 저는 반사체적인 정치를 하고 싶지 않아요. 누구를 세게 반대해서 거기서 반사 이익을 얻는 정치가 있어요. 아니면 큰 발광체 옆에서 그 빛을 받아서 커가는 정치도 있죠. 그런데 정치인은 타인을 거울 삼아서 빛을 내기보다는, 자신의 가치를 스스로 증명하고 그것으로 힘을 얻는 정치를 해야하지 않을까요. 그래서 저는 시간이 걸리더라도 나만의 색깔이 있는 정치, 발광체로서 정치를 하고 싶어요. 그런 발광체로서의 정치는 소통, 설득, 화합을 통해서 하는 정치죠.

뭘 하는데, 60%가 동의하고 40%가 반대하면, 언뜻 생각하기에는 ‘하면 되겠네’ 하지만, 실제로는 그렇게 안 돼요. 그렇게 가다 보면 40%는 엄청난 반대자가 되고, 찬성한 60%도 다음 정책을 하다가 반대하는 40%의 입장에 서면, 또 이탈하고 그렇게 되니까. 이렇게 6:4를 몇 번 하면 다 뒤집어져서 내 편이 3:7로 작게 돼버려요.

그래서 옳은 일이고 다수가 지지를 하더라도, 반대자를 최소화해서 아주 극단적인 사람 빼고는 다 설득해서 갈 수 있어야 한다고 봤어요. 그럴려면 시간과 인내가 필요하고, 정성이 필요해요. ‘정성의 정치’가 그런 거예요. 정성을 다해서 반대하는 사람들을 설득해서 최소화해서 해내자, 그러면 일이 하나 끝나면 이만큼 우군이 생기고, 또 하나가 끝나면 이만큼 우군이 생기고 그러는 거잖아요. 그러면 시간이 걸리더라도, 한 발 한 발 갈 때마다 우군이 계속 생기고 응원군들이 생기더라고요. 처음 한 발 가기는 어렵지만, 한 발 한 발 가면 어느 순간에 같은 뜻을 가진 사람들이 늘어나요. 그러면 다음 단계로 나아가기는 훨씬 쉬워져요.

그리고 이제는 반대하는 사람들도 알아요. 정원오는 어떻게든 설득해서 가려고 한다는 걸요. 그러니까 반대하는 사람도 그렇게 불안해하지 않죠. 믿는 거죠. 내가 반대하고, 소수파가 된다고 해서 저 사람이 막 밀어붙이지 않을 거다, 나한테 와서 얘기할 거다, 라는 신뢰가 있으니까. 적어도 어느 정도의 위로나 이런 것은 해 줄 거다, 이런 느낌들이 있는 거고요. 저는 그래서 꼭 반대하는 분들한테 미안하다고 말씀드리고, 못 해드리면 죄송하다고 말씀드리고, 아무리 개인적인 민원이라도 이해하시게끔 설명을 드려요.

이관후 : 대단히 중요한 얘기를 하신 것 같아요. 정치인들이 잘 모르는 딜레마죠. 내가 소수파면 무조건 안 해요. 반대로 다수파면 그냥 해도 되는 거 아닌가 하지요. 그렇게 다수파로 여러번 일을 했는데, 나중에 보니까 내 편이 없어요. 그때 ‘왜 그런 거야’ 라고 하면서 원망을 막 하거든요. 그런데 바로 이래서 그런 거군요. 정치인들의 딜레마를 잘 설명해 주신 것 같아요. 또 그것을 넘는 부분들에 대해서도, 정성과 시간을 들여서 아주 집요하게 소통하고 설득하고 해야 한다는 이야기. 구청장님 하신 일들을 제가 살펴봤는데, 실제로 성과가 크다고 평가받는 것들은 대부분 그렇게 진행이 되었더군요.

그런데 한편으로 보면 다른 유형의 집요함을 지닌 정치인들도 있어요. 누구라고 이야기할 수는 없지만, 아주 저질의 정치인들에게도 그런 집요함이 있거든요. 그 사람들도 뭔가를 해내요. 그런데 그 이유를 보면 권력에 대한 사랑이에요. 집요함을 넘어서 정말 끈질기다고나 할까요. ‘저분은 정말 권력을 사랑하나보다. 그렇지 않고야 저렇게까지 할 수 있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그런데 구청장님이 하신 일들은 성격이 좀 달라요. 제가 보기에는 결과적으로 표가 안 될 것 같은 일도 꽤 있어요.

권력은 사회의 저울추, 약자의 힘이 되는 것

정원오 : 권력 자체가 나쁜 거 아니에요. 권력이 있어야죠. 그런데 권력을 왜 얻으려고 하느냐가 중요하지요. 저는 권력을 쓰려고, 활용하기 위해서 얻으려고 하는 거죠. 구청장이 왜 되려고 하느냐? 구청장이 할 수 있는 일을 하기 위해서잖아요. 그러면 그 권력을 어디다 쓰기 위해서냐, 이제 이런 질문이 남잖아요? 거기서 달라지는 거예요. 예를 들면 권력을 사랑하는 분들은 그 권력을 얻어서 자기를 위해 쓸 자리를 찾는 거죠. 그런데 저는 그 권력을 쓸 자리가 미리 정해져 있어서 얻으려고 하는 거거든요.

저는 이 얘기를 참 많이 하는데, 권력의 ‘권(權)’자가 영어로는 ‘파워(power)’잖아요. 그런데 한자로 이 글자엔 다른 의미도 많이 있는데, 그 중 하나가 ‘저울추 권’이에요. 저울추라는 게 밸런스를 맞추는 거잖아요? 저울을 달 때 무게를 정확하게 재려면 추가 왔다 갔다 하면서 균형을 맞추잖아요. 이렇게 사회가 균형을 잡게 만드는 것에 힘이 필요한데, 그게 바로 권력이에요. 권력은 원래 밸런스를 유지하기 위해서 있는 거예요. 그게 무거운 쪽으로 가버리면 저울이 무슨 의미가 있어요? 추가 가벼운 쪽으로 가서 저울의 균형을 맞춰주는 것이니까요.

사회에도 균형이 있어야 돼요. 그런 사회여야만 지속 가능하니까요. 균형 잡힌 사회를 만들기 위한 균형추가 권력이잖아요. 사회에 권력이라는 게 없으면, 힘 있는 사람들 마음대로 하잖아요. 약육강식의 방식이죠. 그러니까 정부나 권력이 개입해서 균형을 맞춰줘야 하고, 그래야 사회가 지속 가능하다고 생각해요. 

큰 정부론도 있고 작은 정부론도 있지만, 저는 그걸 떠나서 중요한 일은 결국은 균형을 맞춰주는 거고, 균형을 맞춰주는 일이라는 건 결국 약자 편에 서는 거라고 봐요. 그때 권력은 정의로운 거죠. 약자 편에 서서 정의로운 일을 해야 된다, 이렇게 저는 생각하거든요. 그래야 억울함이 없어요. 억울함이 없도록, 그래서 사회가 분노와 불만이 차지 않게, 평화가 흐르게 그렇게 가게 만드는 것이 권력이 할 일인데, 저는 권력을 얻는다면 그런 데 쓰는 것이 맞고, 그것이 지당한 논리라고 생각합니다. 

억울함을 풀어주는 문자 민원

이관후 : 서울대 보건대학원에서 보건 정책을 하는 유명순 교수가 몇 년 전에 ‘울분’을 연구해서 유명해졌는데, 방금 말씀하신 ‘억울함’이죠. 유럽에서 사용된 울분 지수라는 게 있어서 그걸 한국에서 해보니, 보통 사람들이 굉장히 높게 나온 거예요. 유럽 같으면 병원에 가야 할 정도로. 그래서 ‘울분 사회’라는 말이 나왔는데, 그 연구 결과를 발표하는 날 토론을 하러 갔었습니다. 

제 앞의 부장판사 분이 ‘재판에서 사람들이 왜 그러는지 오늘 연구를 보고 알았다’고 얘기하는 거예요. 판사들은 법 조문에 따라 해석을 해서 ‘법적으로 이래저래 해서 안 된다’라고 하면 매번 듣는 말이 ‘판사님, 억울합니다!’라는 거예요. 그런데 그 판사 말씀이 ‘법이 그 억울함까지 풀지는 못한다. 그러니까 법은 법에 있는대로 판단하는 거고. 자기가 봐도 억울한 부분이 있는데 법은 억울함까지는 풀지 못한다, 그건 정치가 풀어야 한다’ 라고 하고 가세요. 그래서 그다음에 제가 보건대학원에서 정치학자를 왜 불렀는지 이제야 알았다고 했지요. 법은 시비를 가려주지만, 결국 억울함을 풀어주는 것은 정치니까요.

정원오 : 억울함 말씀하시니까 제가 문자 오는 게 생각이 나요.

이관후 : 예, 아주 유명하지 않습니까? 구청장이 직접 민원을 문자로 받는다고요. 하루에 몇 개 옵니까?

정원오 : 요즘 늘어서 하루에 30개 정도 와요. 문장도 엄청 길어졌어요. 그런데 진짜 억울한 일이 많아요. 그래서 확인해보고, 제가 문자로 일단 알아본다고 답을 드리고, 담당자가 전화도 드리고, 그래서 같이 상담해드리고 해서 어쨌든 억울함은 풀리는 거예요. 이게 진짜 억울하다는데 나만 그런 게 아니고, 또 이게 이만저만해서 안 되는구나, 라고 납득을 하면 속이 시원해져요. 속이 확 풀리는 거예요. 안 되는 이유라도 알자는 거잖아요. 문자 민원이 그런 역할들을 상당히 많이 합니다. 

어떤 분들이 이 사례를 갖고 ’감동 경영‘ 그런 얘기를 하던데, 저는 그냥 잘한다는 ’굿‘(good)과 탁월하다는 ’엑셀런트‘(excellent)의 차이는 딱 한 끗인데, 그건 그 사람이 감동을 하느냐 아니냐, 마음이 움직이느냐 마느냐, 그런 거라고 봐요. 그리고 밖으로는 뭐가 다르냐면, 뭔가를 느낀 사람은 소문을 낸다는 거예요. 소문이 나면 그 사람은 엑셀런트이고, 소문이 안 나면 굿, 그냥 거기서 끝나는 거예요. 그러니까 다들 이 문자 메시지를 직접 받는 거를 벤치마킹하려고 하는데.

이관후 : 제가 볼 때는 다소 껍데기만 따라하는 면이 있는 것 같은데요.

진짜 감동에는 많은 정성이 필요하다

정원오 : 사람이 감동을 하는데는 시간이 진짜 진짜 많이 걸려요. 제가 이걸 2015년부터 했으니까, 지금 이게 정착만 하는 데도 한 4년 걸린 거예요. 그때부터 소문이 났지요. 답을 받아본 사람들이 감동을 한 거에요. ’그거 괜찮더라‘고 소문이 나면, 사람들 사이에서 ’잘한다‘라는 말이 돈다는 거예요.

이관후 : 굿과 엑셀런트 차이를 얘기하셨는데, 저는 그건 태도 이상의 뭔가가 있는 것 같아요. 그건 그냥 문자를 받아서, 이 사람이 이 문제를 해결해 주기를 원하는구나 하고, 그것에만 답을 하면 감동받을 리가 없는 거죠. 이 사람이 얼마나 억울하고 답답하면 문자를 이렇게 보냈을까, 라고 이해해야 되는 거지. 저는 그런 부분이 이번에 수해 때도 차이점이 나타난 원인이라고 보거든요. 얼마 전에 수해가 났을 때도 평소처럼 그냥 나가서 위험한 지역들을 둘러보시고 하는데, 그렇게 안 하신 분들이 있어서 또 sns에서 스타가 되셨어요.

제가 그날 이걸 보면서 무슨 생각을 했냐면, 역시 이게 머리로 되는 것 같지 않다, 의식적으로 ‘그래 맞아, 비가 오면 저기를 가야 되겠구나’ 이게 아니라, 예를 들면 부모들이 자식 걱정하는 게 누가 시켜서, 생각해서 하는 게 아니잖아요. ‘비가 많이 오는데 애가 우산을 가져갔나!’ 하는 것은 다르죠. 그냥 공감이 돼서 가는 거죠. 어떤 사람들은 왜 구청장님처럼 안 했을까를 보면, 그분들은 그 공감이 안 되는 것 같아요. 그러니까 옆에서 누가 ‘오늘 비 오는데 어디 가보셔야 됩니다’라고 해서 가면 벌써 늦는 거죠. 귀찮으면 안 가게 되고. 기초자치단체장 정도면 사리 분별을 할 수 있는 분들인데 왜 그게 안 되냐 보면, 역시 공직자로서의 어떤 공감 능력이 없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죠. 머리가 나쁜 분들은 아니잖아요.

그래서 아까 말씀하신 정성, 끈기, 인내, 이런 것도 그게 나오는 힘이 있는 거잖아요. 아까 말씀하셨던 그 금호동의 일도 제가 보기에는 구청장님이 그걸 해주고 싶은 거예요. 책임을 느끼는 거죠. ‘나한테 그걸 해야 할 의무가 있고, 해보니까 잘하면 할 수도 있을 것 같아. 내가 정말 열심히 하면 저거 할 수도 있을 거 같아’, 이런 생각이 들면 못 견디시는 거잖아요. 내가 그걸 안 하면 안 될 것 같은 거죠.

정원오 : 이 박사님이랑 이야기하니 왠지 심리학 박사랑 얘기하는 느낌이 드는데요.(웃음)

이관후 : 제가 오기 전에 여러 이야기도 듣고, 책도 읽어보고, 오늘 만나서 말씀 나누니까 더 그런 생각이 드는데, 제 생각이 맞는 것 같아요. ‘이분 왜 이러실까?’ 했는데, 맞네요.

8월 9일 집중호우 상황. (사진:성동구청 제공)

내가 정치를 하는 이유, 뭔가 도움이 되는 일을 하자

정원오 : 제가 정치한 이유도 사실 학생 운동을 했던 그런 거랑 똑같아요. 젊었을 때, 한완상 선생의 <민중과 지식인>을 읽었을 때 받았던 충격, 거기에 <전태일 평전>을 읽으면서 ‘나에게 대학생 친구가 하나 있었다면’ 하는 전태일의 생각이 겹쳤지요.

이관후 : 전태일이 그렇게 갖고 싶었던 대학생 친구 하나가 바로 나구나 하는.

정원오 : 사실 대학생이 무슨 지식인도 아니지만, 함께해야 한다는 생각, 이런 게 학생운동을 할 때 가진 생각이었고. 결국 정치를 한다고 할 때도 나는 뭔가 도움이 되는 일을 하자, 약자에게 도움이 되는 일, 지역에 도움이 되는 일, 그걸 하자는 생각이었기 때문에, 구청장을 하면서 매 순간 그런 고민이 있죠. 계속.

이관후 : 그런 약자들을 위해 하고 싶은 일이 머릿속에 항상 있는 거잖아요. 성동이라고 하는 이 지역을 내가 책임져야 된다라고 하는 생각을 항상 하고 계시니까. 그래서 이 동네 주민들이 진짜로 행복했으면 좋겠고, 억울한 사람이 없었으면 좋겠고. 그런데 구청장들이 다 그렇게 는 안 합니다. 제가 만난 많은 정치인들은 구청장 같은 지위를 자기가 획득했다고 생각을 하지, 그래서 이 지역을 내가 책임져야 된다라고는 생각하지 않는 것 같아요. 내가 어떤 지위를 누리거나, 더 큰 권력을 갖기 위한 징검다리로서 이해하는 거죠. 재선을 해야 되니까 별 수 없이 지역을 관리해야 되고, 성과를 내야겠다는 정도들은 많이 있겠지만, 글쎄요. 저는 구청장님 같은 스타일은 많이 못 본 것 같아요. 

정원오 : 사실 진짜로 힘들어서. 이번 4년만 죽어라고 하고 쉬려고요.

#성동에살아요

이관후 : 오늘 성동 지역에 대한 얘기를 많이 하셨으니까, 이제 제가 관련해서 이제 마지막으로 하나만 말씀 드리고 싶은데요. 20대부터 60대 이상까지, 이렇게 많은 분들이 정치색과 관련 없이 구청장님을 지지해 주시고, 또 한편으로 보면 설득하고 설득당하고, 젠트리피케이션을 막아낼 때도 그렇고, 아까 그 사례에서도 건물주들조차도 ‘내가 조금 손해 볼 수 있지만 이게 공익이니까 같이 해야 된다’라고 이분들이 동의됐다는 거는, 이게 뭔가 성동이라고 하는 공동체가 형성되는게 아닌가 싶어요.

제가 다른 연구자들한테 한번 거기 가서 조사해 보라고 하고 싶어요. 사회학 하는 친구들한테 ‘거기는 성동구민이라고 하는 공동체성 같은 게 분명히 있지 않으면 안 일어나는 일이 거기서 생기고 있다. 그냥 서울 시민이 아니고 나는 성동구민이야. 성동구에서는 내가 이러한 공적인 일에 도움을 주거나, 다 같이 살기 위해서 조금 희생할 수도 있어. 또 같이 뭔가를 꾸려나가야 된다’, 이런게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런 게 없으면 아마 구청장이 혼자 아무리 그걸 하자고 해도 되지 않았을 건데. 아마 구청장이 그냥 일하듯이 한 게 아니고 설득을 하면서 했기 때문에, 그걸 봤기 때문에, 성동 구민들의 어떤 공동체성 같은 게 은연 중에 형성돼 있을 거다. 이런 생각을 해봤어요. 

나중에 정원오 구청장님이 3선 이후에 다른 일들을 하시더라도, 나중에 성동구에 뭐가 남았는지를 보려면 이런 저런 사업을 했다는 것보다, ‘성동구민들을 보면, 우리가 도시에서 보는 어떤 시민의 상이 거기 있다. 이렇게 시민적 덕성을 가지고 있다. 그런데 그게 언제 형성됐지 하고 보면, 정원오 구청장 시절에 이러이러한 사업들을 하면서, 이러이러한 일들이 벌어지면서, 구청장에게 설득되면서 또 자발적으로 나서면서, 성동 구민들은 뭔가의 시민적 정체성을 획득했다’ 그럴 것 같아요. 

그게 아니라면, 제가 보기에는 이 지지율도 설명이 안 되고, 구청장님이 하셨던 여러 사업들도 될 리가 없었다고 봐요. 성동 구민들이 ‘같이 우리의 공익을 만들어내자’고 해서 된거지, 구청장이 뭐라고 한들 ‘내가 이익만 보면 그만이지 뭔 소리냐’라고 했으면 저는 그 사업들이 안 됐을 거 같아요.

정원오 : 듣고 보니 그런 것도 있네요. 특히 젠트리피케이션 지역의 임대료는 지금도 자율적으로 잘 지켜지고 있으니까요. 처음부터 죽.

이관후 : 처음부터 ‘성동구민들을 훌륭한 시민으로 만들겠다’는 뜻을 가진 것은 아니었는데, 결과적으로 여러 사업들을 하시면서 그 일하시는 스타일이 그런 시민적 정체성을 형성한 건 아닐까요.

정원오 : 아마 구민들이 1년에 20%씩 이사를 왔다 갔다 하니까, 도시에서 그게 같은 사람들만으로는 쌓이기는 어렵죠. 근데 지금 박사님 말씀하시니까 이제 생각이 난 건데, ‘성동에 살아요’라는 캐치프레이즈가 있는데, 이게 엄청나게 인기예요. 물어보면, 성동에 사는게, 그냥 뭐 자랑스럽대요. 성동에 사는 게 하나의 소속감 같은 게 생긴 거죠. ‘sns에 이런 일이 있었어요’ 하는 글을 올리면서 해시태그를 ‘성동에 살아요’ 해서 올린다는 거에요. 제가 요즘 ‘성동에 사는 게 자랑스럽다, 난 성동에 살아’ 이런 이야기를 진짜 많이 듣는데, 보통 강남에 사는 사람들이 ‘나 강남 살아요, 자랑스러워요’ 이렇게는 얘기 안 하잖아요.

제가 다른 구에서도 그러냐고 물어봐요. 그런데 거의 유일하대요. ‘성동에 살아요’라는 해시태그라는 게 있고 사람들이 쓴다는 게. 어쩌면 최근 몇 년 사이에 성동이 뜨면서, 또 무슨 다른 걸로 뜨는 게 아니고 거기 ‘동네 괜찮아’라고 뜨는 게 좋은 것 같아요. 

이관후 : 그 말 표현이 굉장히 인상적이네요. ‘동네 괜찮아’라는게.

정원오 : 살기 좋다는 거잖아요. 거기 행정력도 좋고, 살기도 좋고 괜찮아. 그런 거죠. 거기 비싼 동네야, 이거랑 다르잖아요.

이관후 : 그 표현은 정말 성동이 살기에 좋다는 거잖아요.

정원오 :  ‘성동에 살아요’ 한다고 다른 구에서 뭐라 하지 않아요. 성동에 사는 사람들끼리 ‘우리가 성동에 살아요’ 하면서 자기들끼리 자긍심을 느끼는 거죠. 그냥 ‘우리 여기 참 좋다’ 이런 느낌이에요.

이관후 : ‘참 살기 좋아’에 여러 가지 의미가 있는데, ‘우리는 여기 사는게 자랑할 만하다’는 게 절대로 ‘나 집값 비싼 동네야’ 이런 얘기는 아닌 것 같아요. 그래서 저는 성동구민들이 옛날에 비해서 좀 행복해졌다고 보거든요. 현직 구청장을 넘어서 성동 사람으로서, 성동 구민들이 어떻게 살았으면 좋겠다, 이런 생각이 있으시다면?

사진: 성동구청 제공

삶의 불편함을 해소하는 게 지방정부의 역할

정원오 : 저는 정치의 기본은 ‘근자래 원자래(가까이 있는 사람을 기쁘게 하면, 멀리 있는 사람이 찾아온다)’인 것 같아요. 그러니까 우리 동네 사람들이 정말 즐거워 가지고, 인근에 있는 사람들에게 ‘성동구에 가서 살자’ 이런게 사실 지금도 있대요. 어쨌든 농담식이지만 트윗이나 이런 데 보면, ‘저도 성동에서 살고 싶어요’ 이런게 막 뜨는게 보인단 말이죠. 그런 것이 더 늘어나는 것도 좋지만, 사는 분들이 근심이 없이 성동에서 사는 것, 성동에서 더 살고 싶어 하는, 그런 성동을 만드는 게 진짜 소원이죠. 마지막 소원이고. 

그러려면 이제 제가 앞으로 약속한 ‘4대 도약, 4대 프로젝트’도 실현을 해야 하고요. 그런 과정을 통해서 결국은 성동구가 다른 건 몰라도 ‘살기 좋다’는 거, 예를 들면 교육, 돌봄 그런거죠. 이렇게 생활하는 데 불편함이 없으려면 그걸 행정 서비스가 그런 부분을 커버해 줘야 해요. 살면서 항상 불편함은 있을 수 있잖아요. 그런 걸 언제든지 커버해 줄 수 있는 행정력에 대한 믿음, 그게 지방 정부의 힘이라고 봐요. 지금 성동구가 여전히 부족한 게 많이 있을 거에요. 많이 있지만 사람들이 자부심을 느끼는 건  ‘내가 불편한 게 있으면 구청장한테 문자하면 돼. 구청에 연락하면 돼. 구청에서 친절하게 해줘’, 이런 믿음이 이제 한쪽에 있는거죠.

이관후 : 행정에 대한 신뢰도 조사를 좀 해보셨어요? 성동이 잘 나올 것 같은데?

정원오 : 2019년과 2020년 조사에서 저희가 서울에서 1위였죠. 서울시에서 그걸 이제 매년은 안 하는데, 상위권일 거라고 봐요. 이제 그걸 수치로 확실히 알 수는 없지만, 사실 그 신뢰도가 저희한테 가장 중요한 지표다, 구청장에 대한 신뢰도, 행정에 대한 신뢰도, 이 지표가 지방 정부에서 제일 중요한 거라고 저는 생각해요.

 


글쓴이 이관후는
피렌체의 식탁수석칼럼리스트다. 대학원에서 정치학을 공부하고 국회에서 6년간 일했다. 영국 런던대학교(UCL)에서 정치학 박사 학위를 받고, 서강대, 경희대 등에서 강의했다. 서강대 사회과학연구소, 경남연구원을 거쳐, 행정안전부 장관정책보좌관,국무총리메시지 비서관을 지냈다. 경향신문과 한겨레신문에 칼럼을 썼고, 펴낸 책으로 <한국민주주의, 100년의 혁명>, <시민의 조건, 민주주의를 읽는 시간>, 번역서로 <정치를 옹호함>이 있다. 정치와 정치학을 잇는 일에 주로 관심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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