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섭다. 8일 서울과 수도권, 강원도 일대에 하늘이 뚫린 듯 폭우가 쏟아졌다. 서울 동작구에는 8일과 9일 새벽 사이에 420mm가 넘는 비가 내렸다. ‘100년 만의 물폭탄’이라고 한다. 장마가 끝난 게 아니었나? 하지만 몇 달 전만 돌이켜보면, 올 봄 우리는 기상 관측 이래 최소 강수량을 기록한 건조기후로 몸살을 앓았다. 식탁 물가가 오른 것 역시 기후 위기와 관련이 있다. 가뭄과 동시에 덮친 봄철 고온은 실은 지난해부터 이어진 것이고, 결과는 조기 개화와 꿀벌들의 죽음이었다. 한반도 남부는 이미 아열대기후로 변했다. 기상학자인 김해동 교수는 이런 이상 현상을 “한반도가 역대 최악의 ‘트리플 딥 라니냐’에 갇혔기 때문”이라고 진단하고, 가을에는 더 큰 기후 재난이 올 수 있다고 경고한다. 김 교수의 기후 시리즈 세 번째 이야기. [편집자 주]

✔ 아열대기후로 변해가는 한반도 기후✔ 여름은 길어지고 겨울은 짧아져✔ 새로운 일상이 되어가는 가뭄과 홍수✔ 스콜성 강수를 닮아가는 여름 강수✔ 최근의 극한 이상기후 발생 원인은 triple dip 라니냐✔ 대규모 홍수와 태풍이 집중되는 가을 기후

2022년 8월 8일 물에 잠긴 차량을 두고 대피하는 시민 모습(사진:연합뉴스)

한반도 기후가 아열대기후로 변해가고 있다는 말이 나온다. 1990년대 중반부터 여름이 훨씬 더워지고, 오후에는 열대지방의 스콜 같은 소나기가 내린다. 이런 상황은 식탁 물가와도 직결된다. 기후의 영향을 크게 받는 신선 채소와 과일 가격이 급등하기 때문이다. 사실 현재의 물가 상승 원인에는 코로나와 우크라이나 전쟁의 영향에 더해, 올해 우리나라 기후가 농산물 생산에 부적합했다는 것도 한몫을 하고 있다. 비단 여름의 고온이나 소낙비만 문제가 아니다. 올해 초 엄청난 재난이었던 산불 역시 기상 관측 이래 가장 비가 적고, 가장 기온이 높았던 봄이었기 때문에 더 많이 발생했다고 볼 수 있다. 

연초부터 시작된 가뭄과 때 이른 고온 현상, 장마 시작 이후로 계속 이어지는 스콜성 강우로 많은 변화가 일어났다. 기후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크게 우리의 삶에 영향을 미친다. 

한반도를 덮친 이상기후와 꿀벌의 죽음

올해 한반도 기후의 가장 큰 특징은 첫째로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6월까지 이어진 극심한 가뭄, 둘째로 1973년 이후 가장 더웠던 봄(3∼5월)과 6∼7월의 고온(8월에도 기록적인 고온이 이어지고 있음), 셋째로 장마철은 물론 장마 종료 이후에도 스콜성 소낙비 비중이 높다는 점이다.

먼저 가뭄의 경우, 올 5월은 기상관측 역사상 강수량이 가장 적었던 달로 기록됐다. 3∼4월에도 남해안을 제외한 대부분 지역에서 “50년 만의 가뭄”이라는 말이 나왔다. 이 가뭄은 산불로 이어져, 3월에 백두대간을 중심으로 큰 산불이 전국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했다. 6월엔 밀양에서도 큰 산불이 났다.

식수용 댐이 고갈되어 먹을 물이 부족해진 경우도 많았다. 기록적인 고온 현상도 이어졌다. 지난해 11∼12월의 이상 고온에 더해, 올해 봄철(3~5월) 전국 평균기온이 역대 가장 높았다. 이 이상고온 현상으로 꽃이 일찍 개화해, 꿀벌이 대량으로 사라지는 큰 이유가 되기도 했다. 특히 기온이 높았던 전남, 경남, 제주 지역에서 꿀벌 피해가 가장 컸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에 따르면, 전 세계 100대 농산물 중에서 약 71%가 꿀벌을 매개로 수분을 한다. 만약에 꿀벌이 사라진다면 이들 100대 농산물의 생산량은 현재의 30%에도 미치지 못할 것이다. 꿀벌 없이 인공수정만으로 농산물을 키운다면 곡물, 과일, 채소 등의 생산량 격감은 단순히 가격 폭등이 아니라, 저발전국에서 국민들의 영양부족과 사망률 증가라는 재앙으로 이어질 수 있다.

기후변화에 대처하는 시위대의 구호 (사진:셔터스톡)

왜 덥고, 소나기가 자주 내리나?

여름철로 접어든 이후 고온 현상은 더욱 심각해졌다. 우리나라의 여름을 지배하는 북태평양기단이 북서쪽으로 더 확장되었기 때문이다. 고온다습한 남서풍이 유입되고 일사량이 많아지고 일조시간도 늘어나면서, 전국적으로 기상관측망이 확충된 1973년 이래로 기온이 가장 높은 해로 기록될 가능성이 높다.

비는 자주 왔지만, 사실 전체 강수량은 줄었다. 장마 때 비가 오지 않아서다. 체감으로는 이해하기 어려울지 모르나, 6월 하순부터 7월 하순에 걸친 장마 기간에 전국의 강수량은 평년값에 훨씬 못미쳤다. 특히 장마의 피크인 7월 상순의 강수량은 1973년 이래로 역대 3번째로 적었다. 

우리 기억과는 좀 다르다. 계속 우산을 들고 다녔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때 내린 비들은 장마전선에서 온 것이 아니었다. 대기 불안정에 따른 소낙성 비가 오히려 더 많았다. 한두 시간 국지성으로 세차게 내리다가 말았다. 아스팔트는 적셨지만, 강물은 불어나지 않았다. 왜 그랬을까?

우리나라 상층의 공기 기온이 낮았기 때문이다. 반면에 하층 대기로 고온다습한 남서 기류가 유입된 것에 더해, 강한 햇살로 지표가 낮 동안에 가열되어 상승 부력을 갖는 고온의 공기가 지상에 만들어졌다. 이런 과정을 통해 상층에 차가운 공기, 하층엔 뜨거운 공기가 만들어지면서 대기가 불안정해졌고, 소낙성 비가 내리기에 적합한 대기조건이 조성되었다. 

이런 소낙성 강수는 장마가 종료된 7월25일 이후로도 더욱 기승을 부리고 있고, 사람들은 이제 우리나라의 여름철 강수 패턴이 열대지역에서 볼 수 있는 스콜로 변한 것이 아닌지 묻기 시작했다. 올해 경험하고 있는 이 현상은 정말 우리나라가 아열대기후로 변해가는 전조현상일까? 이미 사실상 아열대기후로 변해버린 것은 아닐까? 

한반도 남부권은 아열대기후 맞다

열대, 아열대는 ‘기후대’에 따른 구분이다. 서로 다른 기준으로 기후대의 구분을 시도한 기후학자들은 무수히 많다. 그 가운데 가장 널리 받아들여지는 것은 우리나라 중고등학교 교과서도 소개하고 있는 쾨펜의 방법이다. 그는 식물을 기준으로 삼았다. 식물의 분포야말로 기후의 영향이 종합적으로 반영된 결과라고 본 것이다. 쾨펜 이후에 나온 여러 방법들도 결국은 쾨펜의 방법을 적용하기에 편리하도록 개선한 것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우리 기상청에서 활용하고 있는 트레와다(Trewatha)의 방법도 그 중 하나다.

 트레와다 분류에서 아열대기후는 1년 중에서 월평균기온이 10도를 넘는 달이 8개월을 넘는 곳이다. 월평균기온 10도가 중요한 이유는, 이 온도가 식물이 생육할 수 있는 한계온도이기 때문이다. 또 가장 추운 달의 월평균기온이 18도 이하여야 한다. 만약 18도 이상이 되면 열대기후로 분류된다.

이 기준을 적용해 보면 우리나라의 남해안(제주, 경남 통영, 전남 목포 등)은 이미 아열대기후에 속한다. 내륙지역이라고 해도 7개월(4∼10월)의 평균기온이 10℃를 넘어섰다. 아열대 기준인 8개월에는 겨우 한 달이 모자라는 상황이다. 한반도 남부는 이미 아열대기후라고 봐도 된다.

아열대기후대는 다시 건조한 경우(사막과 스텝)와 습윤한 경우로 나뉜다. 우리나라의 장래 강수량 변화는 연간 총강수량은 증가하되 계절별로 차이가 나, 여름철엔 늘어나고 겨울철엔 오히려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리고 금세기 중후반경엔 연중 여름철이 7개월(4-10월)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기상학적으로 말하는 여름철은 1년 중에서 월평균기온이 20도 이상이 유지되는 시기를 말한다. 따라서 장래 우리나라의 기후는 대체로 여름철엔 습윤 아열대 기후, 겨울철엔 건조 아열대기후의 특성을 나타낼 것이다. 가뭄과 홍수가 모두 강화되는 기후의 양극화 현상이 뚜렷해진다. 습윤 아열대기후는 여름철에 마치 열대와 같은 고온다습한 기후로 비가 많이 온다. 그러면 스콜의 특성도 강해진다. 

지금 오는 저 비, 스콜인가?

올해 6월 중순경부터 소나기가 자주 왔다. 이런 소낙비는 장마 시기에도 계속되어, 장마 기간에 내린 총강수량에서 소낙성 강수로 내린 양이 장마전선의 활동에 의한 것보다 더 많았다. 그런데 장마가 종료된 이후로도 여전히 소낙성 강수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그래서 한반도의 여름철 기후가 아열대성으로 변했고, 강수 패턴이 장마 중심에서 스콜로 변한 것이 아니냐는 설왕설래가 많았다. 이런 주장에 대한 기상청의 공식 입장은, 우리나라의 여름철 소나기는 스콜과는 다르다는 것이다. 올해 여름 내린 소낙성 강수는 우리나라 주변에 조성된 평소와 다른 특별한 대기 상황 때문에 발생한 것이며, 스콜과는 형성과정이 다르다는 것이다.

소낙성 강우는 이렇게 만들어진다. 먼저 높은 상공에는 북쪽에서 내려온 찬 공기가 위치하고, 하층으로는 고온다습한 남서기류가 유입된다. 이 남서기류가 북쪽에서 온 상층의 찬 공기를 만나는 곳이 한반도다. 그 결과 비구름이 만들어지면서 나타난 게 소낙성 강수였다. 

스콜이 만들어지는 과정은 다르다. 지표면이 강한 햇볕을 받아 가열되어 지상에 뜨거운 공기를 만든다. 그 공기가 상승하면서 냉각되어 비구름을 만들고 짧은 시간에 많은 비를 내린다. 윗쪽의 찬 공기가 다른 곳에서 온 게 아니다. 즉, 그 지역의 강한 지표면 가열이 원인이 되어 만들어지는 강수가 스콜이다. 그래서 스콜은 여름철에 거의 동일한 시간대에 짧은 시간 동안 많은 비를 내린다. 이런 스콜은 디즈니랜드가 위치한 미국 플로리다의 올랜도나 필리핀, 태국 등에서 여름철에 쉽게 만날 수 있다. 반면, 올해 여름 우리의 소나기는 오후 특정 시간에 오는 것이 아니라, 새벽이나 한밤중에도 내리곤 했다. 요컨대, 스콜은 스스로 발생하는 자생형이고, 우리의 소낙성 강우는 간접형이라 다르다는 것이다.

열대나 습윤 아열대 지역에서 여름철 오후에 거의 매일 만나게 되는 스콜. 30분 내외의 짧은 시간 동안에 매우 강한 비가 내린다. (사진: 필자 제공)

최근 2년간 기후재해는 재앙 수준

소나기가 스콜이 아니라고 별일 아닌 것은 아니다. 우리의 기후는 분명히 예전과 달라지고 있다. 지난해 말 고온, 올해 초 고온과 가뭄, 장마 강수량의 감소, 잦은 소나기 등은, 모두 우리의 삶에 큰 영향을 미친다. 우리 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기후변화로 인한 극한 기후 현상이 더 큰 규모로 더 자주 발생하면서 인명과 재산 피해가 빠르게 증가해 가고 있다. 특히 지난해와 올해 그 현상이 도드라진다. 

세계기상기구(WMO)가 주목한 지난해의 가장 대표적인 기후재해는, 6월 하순 북미대륙 서부지역에서 발생한 폭염과 7월 중순에 서유럽에서 발생한 대홍수였다. 폭염의 중심지는 캐나다의 브리티시 컬럼비아주의 리튼(lytton)이라는 250명 규모의 작은 마을이었다. 이곳은 북위 55도 이상의 고위도에 위치한 곳으로, 원래 6월 평균기온이 17도에도 미치지 않는 지역이었다. 그런데 이곳의 기온이 지난해 6월24일 31도를 넘었고, 불과 5일 뒤에는 49.7도라는 캐나다 역사상 초고온을 기록했다. 때마침 건조한 바람까지 겹치면서 대규모 화재가 발생했고, 이상 초고온으로 브리티시 콜롬비아에서만 700명 이상의 고온 사망자가 발생했다. 

지난 7월 중순에 발생한 서유럽 홍수는 피해의 중심지였던 독일과 벨기에서만 200명 이상의 인명피해를 냈다. 사회기반시설이 튼튼해 기후재해로부터 안전한 곳으로 알았던 서유럽조차  기후위기를 피해갈 수 없다는 사실을 입증한 최초의 사건이었다. 안토니오 구테헤스 유엔 사무총장은 지난해 11월 영국 글래스고에서 열렸던 제26차 기후변화 당사국 회의에서, 세계기상기구가 발표한 ‘2021 세계 이상기후 보고서’를 보고, “기후변화로 바다 깊은 곳부터 산 정상까지 전 세계의 생태계와 지역사회가 황폐화하고 있다”고 탄식했다.

올해 이상기후 현상은 지난해보다 더욱 심각해졌다. 인도에서는 3월부터 때 이른 폭염이 시작되어 몬순 비가 시작된 6월 초까지 이어졌다. 유럽과 미국 서부지역에서도 5월부터 폭염이 시작되었고 하지를 전후해서는 40도를 넘어서는 초고온 상황이 넓은 지역으로 확대되었다. 폭염에 극심한 가뭄까지 더해지면서 동시다발적으로 대규모 산불도 발생했다. 오스트레일리아와 파키스탄 등에서는 대홍수가 발생하기도 했다.

모든 이상기후의 원인은 ‘트리플 딥 라니냐’ 현상

이런 극한 이상기후가 기승을 부리는 원인은 무엇일까? 일어나는 지역은 세계 곳곳이고, 가뭄과 홍수처럼 서로 상반되는 것으로 보이는 이상기후 현상들도, 실은 발생 원인은 다르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기후학자들은 2020년 가을에 시작해 올해는 물론 내년 여름까지도 계속될 가능성이 제기되는 ‘라니냐’ 현상을 지목하고 있다. 

라니냐는 간단히 말해. 무역풍의 약화로 발생하는 엘니뇨와 정반대의 현상이다. 적도상에서 동쪽에서 서쪽으로 부는 무역풍이 평년보다 강해져서, 동쪽 바다의 표층 해수가 서쪽으로 더 많이 이동하는 현상이 라니냐다. 그 결과, 적도 태평양 서쪽의 수온은 평년보다 더 높아지고 동쪽은 낮아진다. 듣기에는 별일 아닌 것 같지만, 이게 많은 문제를 일으킨다. 서쪽에는 가뭄과 고온을, 동쪽에는 홍수를 몰고 오는 등, 라니냐 시기엔 엘니뇨 때와 이상기후의 유형도 동서양에서 서로 상반되게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사실 엘니뇨와 라니냐는 지구온난화 문제가 없었던 아주 오랜 옛날에도 있었던 자연현상이다. 그런데 최근에 그 문제가 특별히 더 크게 나타나는 이유는, 그것의 발생 행태가 과거와 많이 달라졌고, 이상기후에 미치는 영향도 훨씬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엘니뇨와 라니냐가 보통 2∼7년에 한 번씩 발생하여 1년 이내에 끝이 났는데, 이번의 라니냐는 2020년 가을에 발생하여 3년째 계속될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다. 그래서 이번의 라니냐를 특별히 ‘트리플 딥(triple dip) 라니냐’라고 부른다.

엘니뇨와 라니냐 관측 역사상 이렇게 길게 이어진 트리플 딥 라니냐는, 1950년에 한 차례 있었을 뿐이다. 강한 엘니뇨와 라니냐가 자주 발생하고 더욱 길게 이어진다는 말은 세계 곳곳에서 대규모 기후재해가 그만큼 심각해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런데 앞으로는 이런 트리플 딥 라니냐가 더욱 자주 나타날 것이라는 연구논문이 <네이처>에 나와 우리를 긴장시킨다. 

침수로 물에 잠긴 이수역(사진:연합뉴스)

이 분야의 권위자인 워싱턴대학의 싱거 교수는 2022년 2월 <네이처-기후변화>에 게재한 논문에서 ‘지구온난화로 해수 온도가 상승하여 해류 흐름의 변화가 커지는 효과가 강화되기 때문에 라니냐 현상이 점차 증가해 갈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리고 그 결과로 21세기에는 20세기에 비하여 가뭄 발생이 10배나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특히 우리나라가 속해 있는 동아시아와 남아시아, 그리고 북미와 중남미를 중심으로 전 세계에서 동시다발적으로 가뭄이 기승을 부릴 것이라고 예측했다. 생각만 해도 끔찍한 일이다.

우리의 삶을 실제로 위협하는 기후위기

라니냐가 발생한 여름철에는, 북태평양고기압의 북쪽으로의 확장이 보다 이른 시기에 나타나고 그 세력도 더 오래 지속된다. 이런 점을 감안하면 장마가 끝나고 8월부터의 폭염과 늦더위가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 예상해 볼 수 있다. 이것이 다가 아니다. 북태평양고기압이 9월까지도 우리나라에 영향을 미치게 되면, 북쪽에서 내려올 찬 공기와 한반도상에서 만나게 된다. 그 결과 ‘정체전선’이 만들어지고 가을비도 많아지게 된다. 이른바 가을장마다. 가을에 만들어지는 강한 태풍이 이 정체전선대를 따라 진행해 올 가능성도 높아진다. 가을 장맛비와 가을 태풍은 농산물에 더욱 치명적인 피해를 입힌다.

최근엔 실제로 이런 사례가 점점 많아지고 있다. 과거엔 8월 하순이 되면 북태평양고기압 세력이 한반도에서 남쪽으로 내려가서 일본에만 영향을 미쳤다. 그래서 가을장마는 일본의 문제였고, 우리나라엔 없던 현상이었다. 

지난해부터 보면, 11월부터의 이상고온과 올해 봄까지 이어진 가뭄, 스콜은 아니지만 이상한 장맛비와 여름 폭염, 그리고 가을장마까지, 이렇게 1년 내내 우리나라는 기후재해의 영향 아래 있게 될 가능성이 높다. 이것이 한반도에 현실화하고 있는 기후변화의 실태다.


글쓴이 김해동은어린 시절부터 과학 교사를 꿈꾸어 부산대 지구과학교육과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에서 기상학 전공으로 석사학위를 받았다. 짧은 교사 생활을 거쳐 동경대학 대학원에서 기상학 전공으로 박사학위를 취득하였다. 박사과정 중 목도한 해양 철분 살포 실험을 계기로 기후변화 문제에 기여할 과학의 역할을 깊이 생각하게 되었다. 기상청 기상연구소 연구관을 거쳐 1998년부터 계명대학교 환경학부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