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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편집 2022. 09.23. 00:00

[월간 문정인 1,2] 지구촌 ‘양다리 경제블록’의 새 체제 뜨나

By | 2022년 8월 11일 | 국제, 메디치 보라_세계와 경제를 읽는 창, 미분류

문정인 세종연구소 이사장(전 청와대 외교안보특보)이 <메디치 보라>에 출연해 국제적 현안에 대한 탁견을 제시했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어떻게 흘러갈 것인지에서 출발해 미국 패권의 약화와 중견국가들의 연대, 대만 사태, 중국의 북한 영향력에 이르기까지 종횡무진 거침이 없다, 거기에 역대 한국 정부의 방위산업 흥망사는 기존 관념을 깨트리는 신선함이. 세계를 보는 눈이 밝아지는 문 이사장의 인터뷰를 정리했다. [편집자 주]

약육강식, 각자도생의 새로운 국제질서가 탄생하는가
러시아·우크라이나 간 전쟁의 가장 큰 변수는 국내정치
미·중 간에 서로 악마화 하는 것 역시 국내정치가 이유
‘보수=군비증강’의 공식이 적용되는 대통령은 박정희뿐
윤석열 정부는 우크라이나 전쟁 관여에 조금 신중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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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소장: 오늘 <메디치 보라> 스튜디오에 세종연구소 이사장이자 연세대 명예교수인 문정인 선생님 나오셨습니다.

문정인: 반갑습니다. 

민소장: 해외 다녀오셨다고 들었습니다. 

문정인: 6월8일부터 10일까지는 오스트리아 비엔나에서 ‘오픈 뉴클리어 네트웍스’(Open Neuclear Networks)라고 북한 핵 문제를 다루는 회의가 있었고요. 끝나고는 체코 프라하에서 각국의 전현직 외무부 장관들이 모이는 회의에 이틀 동안 참석했습니다. 

민소장: 우선 현지에서 바라본 우크라이나 전쟁의 상황이 매우 궁금합니다.

우크라이나 전쟁의 미래에 대한 4가지 질문

문정인: 프라하에서 열렸던 EU(유럽연합), 인도태평양 지역 국가들의 고위급 대화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40살의 리투아니아 외무부 장관이 한 연설이었어요. 상당히 흥미 있는 얘기를 하더라고요. 지금 서구 지도자들이 계속 우크라이나를 지원한다고 하는데, 자기는 좀 회의감이 든다, 이런 냉소주의를 보여요. 그분 걱정도 이해가 되긴 해요. 지금 그 전쟁에서 이기려면 러시아를 완전히 고립시켜야 하는데, 서방국가들이 정말 러시아를 완전히 고립시킬 수 있는가, 그리고 전 세계 국가가 고립시킬 수 있는가, 이런 문제점을 하나 제기했고요. 

두 번째로 지금 우크라이나가 원하는 것은 영토를 탈환 또는 반환받고 전쟁을 종식시켜 평화협정으로 가는 건데요. 우크라이나 지도자와 국민들의 그런 열망에 서방국가들이 부응할 수 있는가? 그게 좀 회의적인 거라고 얘기를 하고요. 

세 번째로 지금 우크라이나 전쟁이라는 게 우크라이나 땅에서 일어나는 재래식 전쟁인데, 이게 잘못돼서 핵전쟁으로 확산됐을 때 이걸 막을 수 있는 지혜와 능력이 미국과 서방국가들에 있는가, 하는 우려도 표명하는 거예요. 

가장 치명적인 건 이거였어요. 전쟁이 벌써 지금 5개월이 됐는데, 이 전쟁이 장기화한다면 민주주의 국가들 사이에서 전쟁 피로 증후군이 생길텐데요. 이미 이런 현상이 유럽 국가들에서 나타나고 있는데, 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했을 때 정말 미국을 포함한 유럽의 국가들이 전쟁 초기처럼 계속 우크라이나를 지원해 줄 수 있는가를 묻더군요. 

리투아니아는 발트해 3국 가운데 하나로 우크라이나를 적극적으로 지지했고, 중국에 대해 각을 세우고 러시아에 대해서 가장 적대적인 입장을 취하는 작은 국가예요. 인구가 300만 정도의 작은 국가인데도 불구하고 러시아나 중국과 같은 강대국에 대해 할 말은 하는 국가였단 말이에요. 그런 나라의 외무장관 입장에서 볼 때 서구의 우크라이나 지원이 미온적이고,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이 더 높다 이런 말이지요. 

이런 얘기를 쭉 하면서 이 네 가지에 대해서 답을 해보라고 담론을 던지는데, 장내가 아주 숙연해지더라고요.

메대표: 리투아니아 장관의 4가지 질문, 의미심장합니다. 서방은 의지와 수단이 있는가, 서방은 지원을 지속할 수 있는가, 핵 확전을 차단할 방법이 있는가, 전쟁 피로증후군을 막을 방법이 있는가. 저 같은 비전문가가 보기에도 다 그렇지 않은 것 같아서 이 전쟁의 미래가 좀 암담하게 느껴졌습니다.

문정인: 승자 없는 전쟁이 될 거예요. 우크라이나도 그렇고, 러시아도 그렇고, 전쟁이 장기화하면 할수록 승자는 없을 거예요. 패자만 있을 거고, 인간적 비극은 계속 심화할 거고. 그런 의미에서 전쟁을 막아야 되는 거죠.

민소장: 그때 선생님 말씀 중에 인상적이었던 게 전쟁을 이기는 것도 중요하지만 전쟁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게 가장 중요한 지도자의 자격이라는 것이었어요.

문정인: 우선 전쟁이 발생하면 ‘이노센트 빅팀’(innocent victim), 즉 의도하지 않은 희생자들이 생기게 돼요. 그러면 그 가족들은 결국 원한을 가질 것이고, 복수하고 싶을 것이고, 결국 불신과 적대의식의 악순환이 나타나게 된단 말이죠. 거기에서 빠져나오기가 상당히 힘들어요. 

제가 개인적으로 오랫동안 관찰해 온 레바논 내전의 경우에도 1974년까지는 정말 평화로웠어요. 일단 내전이 시작되니까 기독교와 무슬림 사이에 적대관계가 생기고 무슬림 사이에도 수니파하고 시아파 사이에 적대관계가 생겼어요. 또 기독교 사이에서도 마론파가 있고, 그리스 정교가 있고, 또 마론파 중에서도 시리아 쪽에 붙어 있는 사람들이 있고, 미국하고 가까운 파가 있고, 이스라엘하고도 가까운 파들이 있어요. 그리고 그 내부에 엄청난 패권 다툼이 있거든요. 일단 이런 내전이 일어나고 불행이 시작되니까 그걸 감당할 수가 없어요. 많은 노력 끝에 ‘타이프(Taif) 협약’이라는 걸 맺어서 1992년에 전쟁은 끝났지만, 아직도 그 앙금이 계속 남아 있죠. 

우리 남북한 관계도 마찬가지 아닙니까. 일단 한국전쟁이 일어났고, 그 전쟁에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희생됐습니까? 아직도 그때 희생된 사람들은 분함을 이기지 못하죠. 그래서 전쟁을 막는 것이 최선의 길이라고 봅니다.

‘각자도생’의 국제질서 탄생하나

민소장: 현재 우크라이나 난민들이 650만 정도 발생했고, 동쪽에 있는 주민들 300만이 러시아 쪽에 강제로 편입이 돼 버렸단 말이에요. 그런 상황 속에서 미국은 전세계적인 반러 전선의 형성에 실패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원인은 어디에 있다고 보십니까?

문정인: 그거야 뭐 자국 이익이죠. 1990년대 냉전이 끝나고 한때는 미국 중심의 국제질서가 아주 견고했었거든요. 그런데 갈수록 미국 중심 국제질서가 흔들리기 시작하면서 국제사회가 불투명해진 것 같아요. 결국 약육강식의 아주 현실주의적 질서가 되살아 나는 게 아니냐 하는 관점도 있어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바로 그거거든요. 

국제법도, 국제질서도 무시해 버린 그런 행동 아닙니까? 국제법과 국제 규범에 따르면, 모든 분쟁은 평화적인 방법으로 해결해야 한다, 무력을 사용하지 않는다, 그리고 개별 국가의 영토와 주권을 존중한다, 이런 것들이 국제 관계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규범과 원칙들인데 다 깨져버렸거든요. 이런 상황에서 결국에는 각자도생의 길을 갈 수밖에 없죠.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뒤 미국은 지금 “러시아를 타도해야 한다, 전 세계의 자유민들이여 단결하라”고 외칩니다. 그런데 단결이 되지 않습니다. 미국하고 발트해 3국, 스칸디나비아 국가, 영국, 그다음에 동구권 국가 중 과거에 러시아 때문에 피해를 본 폴란드 같은 나라가 미국과 더불어서 러시아 응징에 나서고 있죠.

그러나 뭐 독일하고 프랑스만 해도 러시아와의 관계를 생각해서 비교적 온건한 정책을 펴면서 협상을 통한 타결을 주장하고 있거든요. 독일 같은 경우 전체 천연가스 수입의 40% 가까이를 러시아에 의존합니다. 반면 헝가리, 터키 이런 국가는 완전히 중립적 입장을 취하고 있죠. 이스라엘도 그래요. 우크라이나 대통령 젤렌스키가 유대인입니다. 유대인 혈통을 내세워 이스라엘과의 유대를 상당히 강조했지만, 이스라엘도 중립적 입장을 취하고 있거든요.

유럽도 그런데 더 나아가 전 세계적으로 보면 G20에 속한 국가 중 ‘미들 파워’(middle power) 즉 중견 국가로 인정받고 있는 인도, 멕시코, 아르헨티나, 브라질, 인도네시아, 남아프리카공화국 이런 나라들이 전부 중립적 입장을 취하고 있단 말이에요. 

러시아의 행동이 국제법과 국제질서를 파괴하는 아주 잘못된 행동이긴 하지만 이 모든 나라들은 자기들의 국익의 시각에서 지금 사태를 보는 것 아니냐, 각자도생의 국제질서가 새롭게 탄생하는 것 아니냐 하는 우려가 있습니다.

메대표: 1950년대와 60년대 냉전 시대에도 이른바 비동맹, 제3세계라는 게 있어서 미국과 소련의 범주에서 벗어난 듯하며 자기 나라의 경제적 이익을 추구했잖아요. 지금은 오히려 그때보다 가운데 끼인 나라 혹은 원래 미국 편이었다가 가운데로 온 나라들과 러시아의 경제 교류가 훨씬 활발한 것 같습니다.

문정인: 왜냐하면 이들 국가 대부분이 비산유국 아닙니까. 예를 들어 인도가 지금 러시아 석유를 헐값에, 소위 우호국 가격에 공급받을 수 있다면 러시아와 척을 질 수가 없지요. 지금 당장 급한 게 석유이니까요. 멕시코, 브라질 이런 국가들도 마찬가지인데요. 

메대표께서 말씀하신 냉전 시대에는 미국과 소련이 양극화 체제로 가고 있었거든요. 당시 두 나라가 패권을 추구하고 있는데, 우리는 그 패권을 지지하지 않는다, 우리의 길을 걷겠다, 이런 구호를 가지고 1955년 인도네시아 반둥에서 아시아, 아프리카 지도자들이 만났어요. 인도네시아의 수카르노, 이집트의 나세르, 유고슬라비아의 티토, 인도의 네루, 중국의 주언라이 등등. 북한의 김일성도 참여했었죠. 이런 국가들이 결국 들고 나온 게 ‘우리는 비동맹 중립으로 간다. 우리는 반패권으로 가겠다’였지요. 

이런 움직임이 나중에 비동맹회의(non-alliance movement)로 발전하게 됩니다. 이런 국가들이 UN에서는 77그룹(group of 77)이라는 걸 형성하고, UN 내의 코커스(caucus), 즉 자기들의 이익 집단을 만들기도 했습니다. 

그러다 레이건 대통령 취임하고 냉전이 심화하니까 비동맹 세력이 약화했고, 아버지 부시 시절 냉전이 끝나니까 반패권을 얘기할 이유가 없게 되었지요. 그러면서 이런 흐름이 쇠퇴했는데, 최근 미국과 러시아, 혹은 미국과 중국 사이의 패권 경쟁이 심화하면서 과거의 비동맹국가 중 큰 나라들이 어떤 새로운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건 사실인 것 같아요.

미·중 패권에 거리를 둔 중견국가들의 동맹?

메대표: 아직 자기들끼리의 연대까지는 안 갔죠.

문정인: 그 대표적인 게 브릭스(BRICS: 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남아프리카공화국 5개국)인데 브릭스 회의를 얼마 전에도 했죠. 중국과 러시아는 브릭스에 들어가 있고, 미국은 안 들어가 있죠. 브릭스의 멤버들, 사실 핵심 국가들이 될 수가 있는 거거든요. 그러니까 그런 식으로 어떤 지형 변화도 있을 것 아닐까 전망할 수 있습니다.

메대표: 그때와 비교해 보면 당시엔 정치사회적 요인이 더 컸고, 이번은 석유, 가스 같은 에너지 요소가 훨씬 크다고 볼 수 있을까요?

문정인: 그런 것도 있고요. 하나는 미국이 자국 중심의 경제 블록을 만들려고 하는 게 보이거든요. 한쪽에서는 EU하고 연대를 하고, 다른 쪽에서는 인도 태평양 전략을 통해서 인도 태평양 경제 프레임 워크(IPEF)를 만들어서 소위 미국과 가까운 국가들끼리 경제동맹을 만들려고 해요. 

거기에 들어가지 않은 국가, 또 인도처럼 들어가더라도 양수겸장(兩手兼將)이라 해서 우리는 양쪽에서 경제적 이득을 보겠다고 하는 그런 국가들하고 중앙아시아 국가들, 여기에 자연히 러시아, 중국, 인도, 터키 일부 중동 국가, 동남아와 아프리카 일부 국가가 참여하게 된다면 이 자체가 새로운 경제권이 될 수 있거든요. 러시아나 중국은 이런 구상에 관심이 많은 것 아니냐, 하는 생각도 해봅니다. 

민소장: 칼럼에서 말씀하신 ‘상호의존의 무기화’, 공급망의 문제, 물류 대란 같은 현재의 상황을 보면 전쟁으로 인한 반평화주의에 대한 우려도 있지만 경제적인 압박이 굉장히 심한 거 아닙니까? 그 용어를 조금 더 설명을 해주시죠.

문정인: ‘상호의존의 무기화’는 ‘Weaponisation Of Interdependence’라는 개념인데, 지금 프린스턴대학의 교수로 있는 애런 프리드버그가 얼마 전에 상당히 중요한 책을 냈어요. <Getting China Wrong>, 중국을 잘못 이해하다, 중국 잘못 길들이기 정도로 번역할 수 있는 제목입니다. 

1990년대 초부터 미국이 중국에 관여하여 중국을 경제적으로 풍요하게 만든 게 미국의 가장 큰 패착이었다. 미국이 중국이 경제 발전하는 데 무역 활로도 열어주고, 투자도 많이 하고, 그리고 기술도 많이 전수했죠. 그래서 중국이 지금 거대한 국가가 됐는데 그 비용을 지금 미국이 치르고 있다, 라고 얘기합니다. 

중국이 지금 경제가 커져 그 막강한 경제력을 이용해서 중국의 말을 듣지 않는 국가들에 대해서 응징적으로 나가는 것 아니냐, 그러니 이건 두터워진 경제적 상호의존을 무기화하는 거다, 이런 표현을 쓰거든요. 중국하고 경제적 상호의존이 깊은 국가일수록 중국의 위협에 더욱 취약하다고 보는 겁니다. 

그런데 그건 동전의 한 면만 보는 것 같아요. 시작은 미국이 한 거거든요. 미국은 걸핏하면 제재를 가하잖아요. 특히 금융 제재 더 나아가 무역 제재, 지금 러시아도 북한도 미국이 제재 중입니다. 

러시아, 북한이 결국에 경제 의존도가 높을수록 제재의 고통은 커지는 거거든요. 미국은 어떤 의미에 있어서는 자국의 외교, 안보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경제 제재라는 방식으로 상호의존을 무기화한단 말이에요. 그런데 이제 중국이나 러시아도 그걸 배우는 거죠. 우리도 앉아서만 당할 수 없다, 미국과 서방이 우리에게 제재를 가하면 당신들도 그 고통을 당해 봐라. 석유와 천연가스 등이 그 무기가 되는 거죠. 러시아는 반도체 생산에 중요한 레어 가스라고 해서 희귀 가스를 많이 가지고 있거든요. 크립톤, 네온 이런 것들이 그런 희귀 가스인데, 러시아에 많습니다. 여기에서 생긴 아이러니가 그거예요. 미국이 제재를 가하잖아요. 제재를 가하니까 러시아가 수출을 못 하잖아요. 수출을 못 하니까 그 공급을 받는 한국을 포함해서 반도체 생산 국가들은 고통을 받습니다. 어찌 보면 상호의존의 무기화는 승자는 없이 쌍방의 손실로 가는 ‘루즈-루즈’(lose-lose) 게임입니다.

민소장: 미국의 금융 제재가 달러화로 결제하는 부분에서 압박을 가하자는 건데, 미국이 장기간 제재를 해 온 이란, 북한, 러시아에게 그런 압박이 효과가 과연 있는 건지 궁금하네요. 오히려 중국은 위안화 결제를 늘리고, 러시아는 루블화를 이용한 대체 수단을 마련해 가고 있는 것 같아요. 미국의 금융 제재 과연 효과가 있나요?

문정인: 러시아에 관해서는 지금 미국 내에서 그리고 유럽에서 논란이 많죠. 한쪽에서는 제재가 효과를 보고 있다, 단기적으로는 아니지만 중장기적으로 러시아 경제에 큰 타격을 줄 거라 봐요. 그러나 단기적으로는 러시아의 외화보유고가 오히려 증가하고 있단 말이에요. 그리고 주식 시장이 전쟁 전 수준으로 다시 회복됐단 말이에요. 러시아 중앙은행을 포함해서 은행들이 디폴트 선언, 빚을 못 갚겠다 선언을 했어요. 그것도 돈이 없어 상환을 못 한 게 아니고 스위프트 코드라는 국제 결제망에 대한 접근을 미국이 막아서 제재를 당하고 있던 거지요. 

결제망에 접근을 못 해 결제를 못 한 것이지 돈이 없어서 못 한 건 아니다. 그리고 전반적으로 러시아가 지금 아주 치명적인 경제적 타격을 받은 증거들은 보이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미국과 서방 중심의 제재가 실패했다는 설도 있는데요. 그러나 러시아는 북한하곤 다르거든요. 상당 수준의 국제화된 기업들도 있고 외국인 투자 기업들도 많습니다. 제재가 중장기화하면 러시아 경제에는 타격이 크긴 클 거예요.

메대표: 저희 젊은 필자 한 사람이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에 러시아를 여행 중이에요. 사마라라는 도시에서 사진을 찍어 페이스북에 올렸는데 마트에 물건이 많아요. 홍보용 사진 같지는 않은데, 그런 거 보면 현재까지는 러시아가 버티고 있는 것 같습니다.

문정인: 우리가 분명히 알아야 할 거는 냉전 시대 러시아 경제는 사실상 포위된 경제 또는 제재받는 경제였어요. 러시아는 당시 바르샤바 동맹국들하고 같이 코메콘(COMECON)이라는 걸 만들어서 경제적 생존을 이룬 적이 있습니다. 러시아는 큰 나라입니다. 대국입니다. 인구가 2억 명 가까이 되기 때문에 작은 나라보다는 제재의 충격이 적을 수 있어요. 

그러나 핵심은 이거죠. 러시아가 개방 경제로 가면서 가장 혜택을 많이 받은 쪽이 ‘올리가르히’라는 기득권 세력들이지만, 개방 경제를 하면서 중산층이 많이 생겨났고 이들도 개방 경제의 혜택을 많이 받았습니다. 만약 제재가 지속화되면서 중산층을 포함한 러시아의 핵심 인구들이 고통을 받게 되면 푸틴은 정통성을 잃게 되고, 그러면 정치적 통치력에 한계가 올 수가 있겠죠. 아마 서방 사회는 그걸 기대하고 있을 겁니다.

민소장: 지난 4월 녹화 때 몇 가지 전쟁 전개의 시나리오를 예측해주셨어요. 현 상황은 미국과 나토의 개입과 확전 없는 장기전이란 말이에요. 앞으로 이렇게 장기전으로 계속 갈 것인가, 그 부분을 좀 깊게 말씀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문정인: 일부에서는 가을이 오면 9월 정도에 휴전의 가능성도 있다, 또 젤렌스키 대통령은 가을이 되면 우리가 승기를 잡을 것이다, 그러니까 돈바스 탈환의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를 하기 때문에 가늠하기가 상당히 힘듭니다. 러시아가 과거에 이런 식으로 다른 나라를 침공한 사례를 한 번 보죠. 1978년에 아프가니스탄에 갔다가 1989년에 철수했는데 그거는 완전히 패배를 해서 철수한 케이스입니다. 그것도 10년 걸렸어요. 

두 번째는 체첸. 체첸은 1994년부터 1999년까지 1차 체첸 독립운동이 벌어졌습니다. 체첸 쪽 사람들이 우리도 러시아로부터 분리해서 하나의 독립된 국가를 갖겠다, 라고 주장하고 엄청난 싸움을 했죠. 그러다가 1999년부터 2009년까지 2차 체첸전쟁이 벌어졌어요. 그때 푸틴이 무자비하게 탄압을 했고, 체첸은 러시아의 한 주가 되어버렸고, 완전히 친모스크바 세력으로 괴뢰 정권을 세워놨죠. 경제적으로 많이 이제 회복이 됐지만, 무자비한 통치를 하죠. 체첸 모델이 있을 수도 있죠. 

러시아-우크라이나 국내 정치, 전쟁의 제1 변수

돈바스 지역 차지하고 장기간 대치하다 러시아에 사실상 합병이 될 수 있죠. 우크라이나하고 대치 상황을 계속 이어갈 확률도 있고요. 그다음 이 상황에서 조금이라도 서구의 압박을 인식하고 또 푸틴 자신이 내부적인 압박을 느끼면 휴전을 할 수도 있겠죠. 그러면 현재의 돈바스 지역에 대한 러시아의 점령 상태는 유지하는 가운데 휴전을 하자고 할텐데, 우크라이나는 동의하기 어렵죠. 

그리고 2024년에 우크라이나 대통령 선거가 있단 말이에요. 젤렌스키가 그 영토를 양보한 가운데 대선에 나온다면, 패배할 게 분명하거든요. 그러니까 젤렌스키 대통령 입장에서도 영토는 반드시 회복해야 할 겁니다. 주권과 영토 회복이 기본이라고 주장할 경우에, 휴전이 안 되는 거죠. 그러나 분명한 것은 서구의 압박이 상당히 세지면 우리 한국 같이 되겠죠. 돈바스를 러시아가 차지한 상태에서 러시아와 휴전협정을 맺어서 전쟁은 잠정적으로 끝내고,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대치 국면은 장기화하겠죠. 

가장 좋은 방법은 젤렌스키와 푸틴이 만나 협상을 해서 담판을 지어 마무리하는 것일테고요. 최악의 경우는 이게 핵전쟁 같은 걸로 확산되는 상황이죠. 그거는 그 위험을 알기 때문에 유럽 국가들하고 미국 자체도 상당히 조심을 할 거고, 그래서 사실상 군사적 개입을 하지 않는 겁니다. 미국 등이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제공해주는 것도 마찬가지예요. 지금 우크라이나는 에이태킴스(ATACMS, 전술지대지미사일) 같이 사거리가 300km 이상인 소위 다연장포 종류로 지원해주길 원하는데, 사거리가 300km를 넘으면 사실상 러시아 영토를 칠 수가 있단 말이죠. 그래서 계속 하이마스(HIMARS, 고속기동포병로켓시스템) 같은 다연장포, 소위 로켓포도 있긴 하지만 사거리가 짧은 걸 주고 있습니다. 

그런데 만약 여기서 실수를 해 확전이 된다면 러시아 입장에서는 전술핵을 쓸 용의가 있다고 그러는데 그 상황이 되면 미국하고 핵을 가진 영국과 프랑스가 가만히 있을 수는 없을 것이고, 저는 이게 최악의 상황이라고 봐요. 그래서 지금은 가늠하긴 어려울 것 같고요. 올해까지는 지금 상황이 계속되면서 돈바스를 중심으로 공방전이 거듭되고, 그다음에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의 주요 거점, 특히 서구에서 지원해주는 무기가 오는 루트를 칠 거예요. 저장하고 있는 무기고 같은 곳을 공격하려고 할테고. 그렇게 되면 그것에 따른 민간 부분의 희생자들이 생길 수밖에 없는데, 지금 상황이 계속 유지되다 2024년 우크라이나 대통령 선거에서 젤렌스키가 당선되거나 다른 대통령이 당선돼서 이대로는 안 되겠다, 라고 결단을 내리면 뭔가 변화가 가능할 것 아니냐 생각됩니다.

메대표: 선생님 말씀에서 제가 새롭게 착안한 점은 전쟁 당사자인 두 나라의 국내 정치가 상당히 영향을 미칠 것 같다는 것입니다. 당장 우크라이나는 2024년 대선을 앞두고 있고, 러시아도 제재의 장기화에 따른 러시아 중산층의 붕괴나 이반 조짐이 있으면 푸틴도 변할 수 있다는 말씀이 특히 기억에 남습니다.

문정인: 국내 정치 변수가 제일 크다고 봐요.

민소장: 최근에 우크라이나가 정보 수장 그리고 검찰총장을 전격적으로 해임했어요. 왜 그랬을까요?

문정인: 공식적인 이유는 돈바스 지구 전투를 하는데, 우크라이나의 주요 타깃에 대한 정보가 러시아 쪽에 넘어갔다는 거예요. 젤렌스키의 어릴 때부터 친구, 아주 가까운 친구인 우크라이나 정보국 국장을 포함해서 60명 정도 파직시키고, 검찰총장을 포함해 관련된 검찰 인사들도 파면시켰습니다. 법적 조치도 취하겠다고 밝혔고요. 우크라이나 정부가 얘기한 대로 사실상 우크라이나 내에는 친러 세력이 많으니까요. 러시아 말을 쓰는 친러 세력도 많고, 또 워낙 러시아 쪽하고는 오래된 관계를 유지했잖아요.

그런 배경으로 본다면 정보를 공유할 가능성도 분명히 있겠죠. 서방에 있는 친구와 이 문제를 가지고 통화를 하다 나온 이야기가 아마 이번에 경질된 인사들이 소위 전쟁 장기화를 반대하는 사람일 수도 있다는 것이었어요. 확인은 안 됐지만, 그 가능성도 상당히 있을 것 같아요. 제가 비엔나 갔을 때도 들었고, 프라하 가서도 들은 얘기입니다. 우크라이나가 어떻게 보면 부질없는 전쟁을 하는 것 아니냐, 무고한 우크라이나 주민들만 희생시키는 것 아니냐 이런 얘기들이 지금 우크라이나 내에서도 나온다고 해요. 전쟁을 조기 종료시키고 러시아와 대협상(grand bargaining)을 하자는 판단은 정보부 쪽에서 나올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고 보기 때문에 그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고 봅니다.

메대표: 폴란드가 엊그제 한국산 무기를 어마어마하게 사겠다고 했어요. 한국 기업에겐 전쟁이 (비즈니스의) 큰 찬스인 것 같기도 하고.

문정인: 지켜봐야 할 거예요. 폴란드와는 아직도 협상 중이고 그 다음에 특히 신용장을 개설하는 걸 봐야.

메대표: 자기네 돈으로 다 사겠다는 건 아니죠. 우리가 이런 게 필요한데, 뭐 미국이나 독일에게 돈 좀 내놔라 이런 것 아닌가요.

문정인: 그럴 수도 있고, 그다음에 우리가 어떤 조건으로 하느냐, 우리 수출입은행 같은 곳에서 몇 퍼센트로 소위 파이낸싱을 해줄 것이냐, 이런 걸 보고 하는 거예요. 우리가 무기를 판매하는데 그쪽에서 돈 싸들고 와서 사가는 건 없고요. 파는 국가에서 파이낸싱을 해줘요. 그건 한국만 하는 게 아니고 유럽이나 미국도 다 같은데, 개발도상국이 무기를 사게 되면 정부에서 일종의 차관 형식으로 돈을 빌려주죠. 그 돈으로 사는 거거든요.

민소장: 사실 우리나라는 미국의 방산업체라든가 독일이라든가 이런 곳에서 무기를 수입하는 최고의 수입국가였는데 자고 나서 보니까 어느 순간에 무기를 상당히 수출하는 국가로 바뀌어 있더라고요. 그동안에 어떤 과정들이 있었던 겁니까?

문정인: 박정희 대통령이 있을 때 이제 ‘번개 사업’이라는 걸 시작하면서 변화가 왔죠. 박정희 대통령 시절 10년이 안 되는 짧은 기간에 43개 재래식 무기 분야에서 거의 자급자족이 이루어졌죠. 그리고 특히 노무현 정부 들어오면서 우리가 10대 명품이라고 하는 명품 무기를 얘기했어요. 그 중에 전 세계에서 가장 잘 팔리는 K9 자주포가 있습니다. 지금 폴란드 이런 데서 사려는 게 그것입니다.

그다음에 우리가 K2 탱크, 한국형 탱크라고 하는 게 요즘 상당히 개선이 이뤄져 많이 타고, 또 한국형 장갑차 같은 것들도 상당히 인기가 좋아요. 천궁이나 비호 같은 지대공 미사일이 있고, 조선산업에 기반한 함정도 있지요. 우리가 말하는 K9 자주포와 유사한 것들이 사실 유럽 쪽에서도 개발은 됐어요. 독일에서 개발했는데 한국이 훨씬 더 정확도도 높고 탄력성도 높고 가격까지 싸니까 인기가 높은 겁니다.

그런데 이제 앞으로의 관건은 첨단 무기, 가령 글로벌 호크나 고고도 무인 정찰기 같은 것인데, 이런 것들은 미국에서 구매하고 있죠. 첨단 무기들을 미국에서 구매해 온 뒤 학습을 하고 한국형 무기체계를 만들어 자급자족을 합니다. 그리고 규모의 경제 문제가 있으니 수출을 하지 않으면 안 되는 거거든요. 그래서 수출을 하는 거죠.

메대표: 그런데 돈 되면 해야 되는데 이게 좀 곤혹스럽죠. ‘죽음의 상인’이 되는 게.

문정인: 조용히 하면 되죠.

메대표: 그런데 오늘 말씀을 들으면서 또 놀란 게 선생님이 대통령 외교특보가 아니라 외교안보특보였어요. ㅎㅎ. 방위산업도 잘 아시고.

민소장: 저는 어떻게 보면 자주국방에 대한 많은 부분들을 진보 정권에서 강조했다는 게 흥미롭습니다.

한국 방위산업, 진보 정부가 더 키워

문정인: 오래 전 미국의 출판사와 계약을 하고도 완성하지 못한 게 있습니다. 한국 방위산업의 정치와 경제에 관한 것인데요. 제가 지금까지 5장을 썼습니다. 여기에 재밌는 가설이 있어요. 그러니까 한국에서 보수 정권이 오면 방위산업이 잘 되고, 진보 정권이 오면 북한과 평화를 추구하니까 방위산업이 안 될 것 아니냐, 이런 가설을 가지고 봤는데 그게 완전히 뒤집어져요.

그냥 박정희 대통령만 예외였어요. 박정희 대통령만 보수이면서 방위산업을 시작했거든요. 그런데 전두환, 노태우, 김영삼 이 세 보수 정권 때 방위산업이 완전히 곤두박질을 쳐요. 이것을 뒤바꿔놓은 게 김대중 정부 때입니다. 그리고 노무현 정부가 이걸 한 단계 업그레이드시켜요. 그러다가 또 이명박, 박근혜 정부가 오면 방위산업이 상당히 어려워져요. 방산 비리를 들고 나오면서 결국에 방산업자들이 완전히 초토화돼 버리죠.

그러다가 다시 문재인 정부 오니까 방위비를 9% 증가시킨다고 하고, 최근 언론 보도를 보면 방산 수출이 지난 5년 동안에 거의 2배, 3배씩 증가하게 된 거예요. 그러니까 이런 것들을 보면 처음에 제가 내놓은 가설이 틀렸다는 거예요. 오히려 보수 정부가 오면 방산이 침체가 되고 진보 정부에서 방산이 더 활성화가 된다고 하는 역설적 결과를 발견했습니다. 지금 계속 쓰는 중이니 나중에 책이 나오면 ‘월간 문정인’에서 얘기 나누죠.

메대표: 저는 그러면 도대체 보수 정권은 뭘 잘하지, 라는 생각이 드는데요.

문정인: 그런데 거기에는 이유들이 있어요. 진보 정부에서 그렇게 하는 이유는 하나의 정책 목표, 그러니까 김대중 대통령 같은 경우는 자꾸 ‘레드 콤플렉스’가 있고, 남북관계 개선한다면서 국방력 완전 궤멸시키는 것 아니냐, 하는 의심이 있으니, 김대중 대통령이 햇볕 정책 내용으로 첫째가 ‘북한의 어떠한 군사적 도발도 용납하지 않는다, 그렇게 하기 위해 우리 국방력 제대로  키워라’, 라고 강조하죠. 대북 정책의 첫 번째 목표가 북한의 어떠한 무력 도발도 용납하지 않겠다는 것이기 때문에 이제 방위산업이 커지는 거죠.

노무현 대통령 같은 경우는 전시작전통제권 환수하고 3군이 균형 발전을 하겠다는 거거든요. 우리가 전시작전통제권을 가져오려고 하면 취약한 부분들이 있잖아요. 정보, 정찰, 감시 자산들을 포함해 미국이 가지고 있는데 우리가 없는 무기체계 같은 것들을 보유해야 하니까 자연히 국방비를 증액시키고 국내 개발, 생산 쪽에 역점을 둘 수밖에 없죠.

그런데 보수 정부 같은 경우는 한-미 동맹이 있으니까 동맹이 다 해준다고 생각하죠. 패턴을 쭉 보세요. 민주화 이후에 보면 보수 정부 때 국방비를 훨씬 적게 썼어요. 진보 정부 때 더 많이 쓰고. 보수 정부의 경우에는 (우리는) 친미다, 미국하고 동맹을 강력하게 한다, 미국이 우리를 지켜줄 것이다 등의 인식이 강하게 깔려 있었기 때문인 것 같고. 김대중, 노무현, 문재인 같은 경우는 동맹도 중요하지만 결국 우리를 지키는 건 우리 아니냐, 라는 자주국방 의식이 상당히 강했고.

메대표: 박정희 대통령 노선의 진정한 후계자는 누구인가 한번 생각해 볼 문제입니다.

문정인: 박정희 대통령이 자주국방이라고 하는데 자주국방 노선을 가장 명시적으로 한 그룹이 노태우와 노무현 대통령이요. 외교 정책 쪽에서는 오히려 노태우가 박정희 대통령과 가까운 부분이 있고, 하지만 국방 정책이라든가 방산 부분은 오히려 노무현이 박정희하고 훨씬 가깝다, 라는 역설적인 결과를 얻게 되죠.

중국의 대북 영향력 생각만큼 크지 않아

민소장: 얼마 전 <한겨레>에 쓰신 ‘폼페이오의 중국 해방론’이라는 칼럼을 인상 깊게 봤는데요. 그걸 쓰신 이유가 뭡니까?

문정인: <조선일보>를 봤는데 폼페이오 장관이 하는 얘기가 도저히 상식에 맞지 않아서. 그러니까 그분 주장은 이렇거든요. 자기가 북한 김정은 위원장을 네 번 만났고 평양을 세 번인가 갔다고. 그러면서 김정은은 자기들하고 동의하고 미국이 가는 길이 옳은 길이라고 생각해서 다 만들어 놨는데 시진핑 주석이 전화 한 통화 하니까 입장이 바뀌어지더라고. 중국 때문에 결국에 북한 비핵화가 안 됐다는 식으로 얘기를 하죠.

거기에서 이제 중국의 속셈이라고 하는 것은 북한을 완충지대로 이용하고, 그다음에 미국의 국력을 분산시키고, 미국하고 북한 사이를 이간질시키려고 하는 것이다, 라고 얘기하죠. 그리고 중국은 한반도를 자기들의 속국으로 만들려고 하는 의도가 있고 그게 중국 공산당의 본심이다, 라고 말합니다. 그리고는 북한 핵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결국에 제재 외에 다른 방법이 없다, 2018년에 김정은이 트럼프 대통령하고 정상회담에 나왔던 이유도 사실상 강력한 제재 때문이다, 이런 식으로 인터뷰를 했더라고요.

그래서 내가 중국 친구들과 화상회의도 하고 주한 중국대사관에 있는 고위 인사들을 직접 만나서 취재를 해봤어요. 그분들 얘기는 폼페이오 주장이 말도 안 된다, 우선 기본적으로 북한이 우리가 전화 한 통화 한다고 말을 들을 국가가 아니다, 라면서 그 얘기까지 하더라고요. 중국이 미국에 대한 영향력이 있다고 생각하면 북한이 자기들 말을 듣는데 미국에 대한 영향력이 없다고 생각하면 평양은 자기들하고 얘기도 안 한다는 거예요. 그러니까 시진핑 주석의 말 한마디에 김정은이 미국하고 같이 가려다가 방향을 바꿨다, 라는 건 동의할 수 없다는 얘기고요. 

두 번째, 기본적으로 북한 문제를 해결하는데 북한을 우리가 완충 국가로 간주할 이유가 없다고 얘기합니다. 요즘 세상에 무슨 땅따먹기 전쟁을 하느냐, ICBM(대륙간탄도미사일)과 싸우는 건데, SLBM(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 가지고 싸우는 건데, 북한이라는 완충 국가가 중국에 그렇게 치명적으로 중요한 게 아니다, 라고 해요. 그건 과거의 냉전적 사고인데 왜 자꾸 그런 생각을 하는지 모르겠다, 그리고 자기들은 북-미 관계 개선이 한반도 문제와 동북아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된다고 보기 때문에 항상 미국이나 북한 측에 관계 정상화를 얘기했던 것이지 관계를 이간질시킨 적이 없다고 설명해요. 

그리고 속국화한다, 그것도 재미있는 얘기를 하더라고요. 중국 14억 인구를 이끌고 나가는 것도 힘이 벅찬데 북한까지 속국으로 만들어야 할 이유가 어디 있겠느냐, 이런 얘기를 하면서 마지막으로 강조하는 것은 결국에 북한 핵 문제 푸는데 제재만으로는 풀 수가 없다, 그러니까 중국이 계속 주장을 했지만 동시중단, 즉 한-미 간에는 연합군사훈련 연습을 중단하고 북은 핵실험과 모든 탄도미사일 시험 발사를 중지하고, 그 다음에 한반도 비핵화와 북한의 비핵화와 한반도 평화체제를 동시에 병행 추진하고, 세 번째로는 대화 협상을 통해서 동시 교환 원칙에 따라서 단계적으로 풀어나가야 한다고 얘기해요.

제재만으로는 안 된다, 제재 완화를 통해서 북한의 변화를 유도하고 그러면서 선순환을 가져오도록 해야 할 것 아니냐, 제재 카드는 지금까지 보아왔지 않느냐, 그렇기 때문에 자기들은 유엔 안보리에서도 미국이 계속 주장하는 제재 결의안에 동의할 수 없다, 상황만 더 악화시키니까, 이런 얘기를 하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전반적으로 봤던 거는 폼페이오 전 국무장관의 주장과 중국 측 주요 인사들의 주장이 너무 팽팽하게 맞서는 거예요. 

그렇지만 하나 분명한 것은 북한 핵 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하려고 하면 미국이 중국과의 협력 없이 가능하겠어요? 그런 점에서 폼페이오는 지금 차기 미 대선 주자로 부각된 사람이고 본인도 그걸 원하는데, 그런 분들이 중국 음모론 같은 것을 그렇게 쉽게 얘기하면서 중국과의 관계를 악화시킨다고 하면 북한 핵 문제 해결의 돌파구가 열리지 않을 것 같다는 겁니다.

메대표: 폼페이오는 그래야 미국 공화당 표가 자기에게 더 많이 오고 트럼프와의 경쟁에서 더 유리해진다고 생각하는 거 아닌가요?

문정인: 바로 그거죠. 그런데 그게 바로 국내 정치죠.

메대표: 결국 오늘의 주제인 국내 정치로 돌아가네요.

문정인: 미국에 중국 위협론이 나오는 이유, 중국 포위론이나 중국 봉쇄론, 중국 악마화론 같은 주장들이 나오는 이유는 제가 볼 때 미국 국내 정치의 파행하고도 연관이 있다고 봅니다.

메대표: 중국도 미국을 악마화하지 않나요? 국내 프로파간다를 할 때.

문정인: 전에는 안 했죠. 최근에 하고 있죠. 상호주의 원칙에 따라서 미국이 그러니까 자기들도 그렇게 한다는.

대만 사태, 미국과 대만 지도자 선택에 달렸다

민소장: 최근에 대만 사태가 심상치 않아요.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에 중국이 대만을 침공할지도 모른다, 이것에 대해 대만 측은 미국에 계속 의존하면서 차이잉원 총통 같은 경우는 군사훈련을 계속 추진하잖습니까? 중국에서는 바로 자신들의 앞마당을 내줄 수 없다는 위기감이 고조되고.

문정인: 그러니까 대만 문제를 보는 시각도 두 가지예요. 한쪽에서는 중국이 분명히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부터 학습을 했을 것이다, 아무리 러시아가 강한 국가더라도 쉽게 우크라이나를 봉쇄 못하고 결국은 러시아 국내 정치적으로 부정적인 부메랑 효과를 가져올 것이다, 그러니 중국도 대만을 함부로 치지 못할 것이다, 라고 주장하죠.

다른 한편에선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는 걸 보면 영토와 주권은 상당히 중요한 문제고, 타이완은 중국의 ‘하나의 중국’ 원칙에 따라 중국의 일부인데 이것을 중국이 지켜내지 못하면 엄청난 도미노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 그러니까 어떤 비용을 치르더라도 대만 독립을 저지하고 그런 움직임이 있을 때는 군사적 행동도 불사한다, 라고 분석하죠. 전통적 입장이죠. 

그러나 이것은 내가 볼 때는 중국 지도자의 결단의 문제가 아니에요. 차이잉원을 포함한 대만의 지도자들하고 미국이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달려 있는 거죠. 제가 쭉 봐온 중국의 행태로 봐서는 명분 없는 행동은 안 하려고 그럴 거예요. 사실상 푸틴은 명분 없는 행동을 했지만. 

그러나 그 명분은 어떻게 주어지는가, 대만의 분리주의자들이 대만 독립을 얘기하고, 구체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거기에 미국이 정치적인 지원뿐만 아니라 군사적 지원까지도 한다고 하면 커다란 희생을 감수하고라도 중국이 군사적 행동까지도 할 수 있다고 봅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건 시진핑 주석이 어떤 행동을 하느냐의 문제가 아니고 대만 지도자와 미국 지도자가 어떤 행동을 하느냐에 따라 달라질 것인데, 하나 분명한 것은 우크라이나 사태가 보여준 교훈입니다. 아무리 약한 국가라고 해도 함부로 침공하면 그 비용이 크다는 것인데, 중국 지도부 인사들이 분명히 배웠을 거라고 저는 봅니다.

윤석열 정부, 우크라이나 전쟁 관여에 좀 더 신중해야

민소장: 마지막으로 그러면 우리의 외교 노선, 윤석열 정부는 외교 잘하고 있습니까?

문정인: 지금까지 뭐 큰 하자는 없다고 보는데요. 그러나 이제 경계선상에 있다고 봅니다. 그러니까 하나는 우선 우크라이나에 대해서 러시아가 침공을 하니까 러시아에 대한 도덕적 규탄 그것은 지난 정부도 했고 지금 윤석열 정부에서도 계속하고 있고, 그다음에 우크라이나에 대해서 인도적 지원을 해주겠다는 것도 지금 계속하고 있죠. 

하나 차이가 나는 것은 우크라이나가 계속 로비를 하면서 무기 제공을 요청하지만 우리가 못 주고 있는데, 그래서 이제 우회적인 방법 뭐 캐나다를 통한다든가 폴란드를 통한다든가 이런 국가들을 통해서 우회적으로 지원해주는 방법을 생각하고 있는데 아직까지 우리 정부가 결정을 한 것 같지는 않구요. 그러나 이제 군사적 지원을 하게 된다면 과거 정부하고는 달라질 것이고, 이것의 함의가 커지겠죠.

그다음에 이번 마드리드 나토 정상회담이 결국에 우크라이나 사태 때문에 더 큰 의미를 갖는 건데 우리 대통령이 가셨고, 그다음에 이제 멀지 않아 나토 본부에 우리 나토 대표부를 두겠다, 나토와의 제도적 협력을 강화시켜 나가겠다, 라고 하는데 이런 것들이 어떤 함의를 중국과 러시아에 줄 수 있을지 문제겠죠. 그들이 우리에게 어떤 대응을 할까요? 다른 국가들은 북한이 없지만 우리는 북한이 있잖아요. 그리고 우리가 나토와 너무 가까워지면서 중국, 러시아와 각을 세우게 되면 중국과 러시아는 북한하고 가까워질 것이고, 그러면 그것이 우리에게 새로운 위협으로 다가올 거란 말이에요. 그러니 우리는 조금 더 신중하게 생각할 필요가 있지 않느냐.

메대표: 그러니까 외교라는 건 예측 가능성이 있어야 하는데, 상대 국가가 돌연한 행동을 하면 이해관계가 있는 국가들은 불안하거든요. 그런 면에서 한국이 나토와 갑자기 친해지는 것이 이해가 안 가는 나라들이 있다면 그 나라들은 한국에 대해서 좀 우려하고 뭔가 경계하고 대비하려고 하겠죠. 꼭 좋은 것만은 아닌 것 같습니다.

문정인: 그런 외교적 선택에는 상당히 비용이 따를 거예요. 그러니까 다시 한 번 강조하겠습니다만 우리는 북한이 있습니다. 우리와 같은 상황에 처한 국가는 거의 없습니다. 그러니까 우리는 모든 정책적 선택에 신중해야 한다는 걸 강조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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