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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목 해외 칼럼] NYT, 자성의 힘

By | 2022년 8월 1일 | 국제, 미분류, 정치

지난 주 세계 언론계에서 가장 ‘핫한’ 이슈는 <뉴욕타임즈>의 반성문이었다. 이름만 들어도 쟁쟁한 필자들이 반성문을 썼다. 자기 글에 대한 책임감을 갖는다는 것은 당연하면서도 쉽지 않은 일이다. 단순히 형식적인 반성만 한 것은 아니다. 왜 그 글이 섣부른 판단이었는지, 간과한 것은 무엇이었는지, 그때와 지금 달라진 것은 무엇인지에 대한 깊은 성찰도 들어있다. 같은 주제를 시차를 두고 최고의 전문가들이 다시한번 곱씹은만큼 글의 농도도 진하다. 이 가운데 특히 주목도가 높은 4편의 칼럼을 소개한다. [편집자 주]

손꼽히는 정론지 NYT가 정색하고 내 놓은 집단고백 칼럼
✔ 8명의 칼럼니스트가 다루는 현재 진행형의 8가지 이슈
✔ ‘상식의 위기’가 화두인 시대, 전통 미디어 역할에 대한 NYT의 답변
✔ 한국 미디어는 부러움을 넘어 성찰과 변화의 계기로 삼아야 할 것

사진:셔터스톡

 미국의 <뉴욕타임스>가 내놓은 칼럼 기획물 ‘I Was Wrong’에 대한 관심이 이어지고 있다. 기획 제목에서 직설적으로 드러나듯, 칼럼들은 ‘내가 틀렸다’라고 고백하는 반성문이다. 반성의 주체는 폴 크루그먼, 토마스 프리드만, 미셸 골드버그 등 칼럼니스트 8명이다.  

 <뉴욕타임스>의 기획이 눈길을 끄는 것은 크게 두 가지 지점에서다. 첫째는 세계에서 가장 정론지로 꼽히는 신문에서, 그것도 가장 이름 높은 칼럼니스트들이 스스로 잘못을 고백하고 있다는 점이다. <뉴욕타임스>에는 과거에도 ‘I Was Wrong’이라는 콘셉트의 칼럼이 가끔씩 실리곤 했다. 하지만 이처럼 정색을 하고 ‘집단 고백’을 내놓은 것은 매우 드문 일이다.

진보와 보수를 망라하는 8명의 칼럼니스트

 칼럼니스트들의 면면을 보자. 노벨상을 수상한 세계적인 경제학자 폴 크루그먼(Paul Krugman) 뉴욕시립대 교수, 국제 문제 전문가로 퓰리처상을 세 차례나 수상했으며 <렉서스와 올리브나무> <세계는 평평하다> 등의 저서로도 유명한 토머스 프리드먼(Thomas Friedman), 퓰리처상을 수상한 브렛 스티븐스(Bret Stephens), <뉴욕타임스>의 첫 여성 주필이었던 게일 콜린스(Gail Collins)가 우선 눈에 들어온다. 여기에 여성 전문인 미셸 골드버그(Michelle Goldberg), <보보스> <인간의 품격> <소셜 애니멀> 등을 쓴 평론가 데이비드 브룩스(David Brooks), 사회학자인 제이넙 투페키(Zeynep Tufekci) 노스캐롤라이나대 교수, 테크 분야를 다루는 파라드 만주(Farhad Manjoo)가 가세했다. 대체로 진보적인 정치 성향의 소유자들이지만, 스티븐스나 브룩스는 보수 성향의 가치를 추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I Was Wrong’ 기획은 ‘상식의 위기’ ‘가치의 위기’가 화두인 시대에 전통 미디어가 무엇을 해야 하느냐는 물음에 대한 <뉴욕타임스>의 답변으로 읽힌다. 소셜 미디어 등의 범람으로 원하는 것만 보고, 믿고픈 것만 믿는 확증편향과 양극화가 커지는 상황에서 언론이 먼저 ‘내가 틀렸다’고 손을 내밀어 자성의 계기를 갖자는 것이다. 이 신문은 “자신이 틀렸다는 것을 인정하는 일이 얼마나 가치가 있는지 보여주는 모델이 되길 기대한다”고 밝히고 있다. 

 <뉴욕타임스>의 이런 자성 노력이야말로 이 미디어가 세계적 정론지로 자리매김하는 데 중요한 자산이 되고 있음을 부인하기 어렵다. 영국 옥스퍼드대 부설 로이터저널리즘연구소가 조사한 46개국의 뉴스 신뢰도를 보면, 2022년에 미국의 뉴스 신뢰도는 26%로 전체에서 꼴찌를 기록했다. 그럼에도 미국 언론이 국제사회에서 여전히 신뢰의 대상인 것은 <뉴욕타임스> 같은 정론지의 존재에 힘입은 바 크다. 2022년 한국 사회의 미디어들이 <뉴욕타임스>의 기획을 소개하며 내심 부러워하는 데 그치지 않고, 깊은 성찰과 변화의 계기로 삼아야 할 필요성이 큰 이유이기도 하다. 

폴 크루그먼 뉴욕시립대 교수(사진:셔터스톡)

묵직하고도 논쟁적인 8개의 이슈

눈길을 끄는 두 번째 지점은 자성의 주제들이다. 8명의 칼럼니스트들이 다루고 있는 이슈들은 과거완료형이 아니라 현재 진행형이다. 묵직할 뿐더러 상당히 논쟁적이기도 하다. 당연히 오늘의 한국 사회도 곱씹어 봐야 할 대목이 많다.

 주제들은 인플레이션(크루그먼), 성폭력 공개(골드버그), 중국의 검열 정책(프리드먼), 트럼프 지지자들(스티븐스), 페이스북(만주), 자본주의(브룩스), 집단 시위(투페키), 밋 롬니의 2012년 대선 캠페인(콜린스) 등으로 무척 폭넓다.

폴 크루그먼 
크루그먼은 지구촌의 최대 화두인 인플레이션에 대한 자신의 판단이 잘못이었음을 고백한다. 그는 1년 전 조 바이든 정부가 1조9000억 달러 규모의 경기 부양책을 내놓았을 때 “인플레이션을 크게 염려할 필요가 없다”는 취지의 글을 썼지만, 실제 상황은 그의 예측을 크게 빗나갔다. 미국은 소비자물가지수가 9% 넘게 오르며 41년 만에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크루그먼 칼럼 바로 가기.  우리나라도 사정이 다르지 않아, 지난 5월에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021년 5월에 견줘 6.0%를 기록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6%대를 기록한 것은 23년 만에 처음이라고 한다.

 <I Was Wrong About Inflation>  원문 바로 가기

폴 크루그먼 교수는 인플레이션에 대한 자신의 판단이 틀렸다고 고백했다. 크루그먼은 지난해 초 조 바이든 대통령이 코로나19에 대항해 1조9000억 달러 규모의 경기 부양책을 폈을 때 “미국 물가에 미치는 영향과 인플레이션의 우려가 크지 않다”는 낙관적인 견해를 펼친 바 있다.

하지만 미국의 경기 상황은 그의 예측과는 반대 방향으로 흘러가, 지난 6월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은 전년 동월에 비해 9.1%나 상승했다. 이는 미국 경제전문가들이 예측한 8.8%를 뛰어넘는 것으로, 1981년 12월 이후 41년 만에 최고치다. 2021년 1~2월만해도 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이 전년 동기에 비해 2% 미만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최근 1년여 사이에 소비자물가가 얼마나 가파르게 올랐는지 쉽게 확인된다.

크루그먼은 결국 ‘나는 틀렸다’(I Was Wrong) 칼럼을 통해 자신이 과거에 “매우 잘못된 판단을 했다”고 밝혔다. 그는 당시에 낙관적인 판단을 했던 근거로 “미국민들이 정부로부터 받은 지원금을 그대로 쓰지 않고 저축할 가능성이 높으며, 지방정부 역시 지원금을 여러 해에 걸쳐 점진적 사용할 것이기 때문”이라고 회고했다. 또 과거 경험을 봤을 때 국내총생산(GDP)와 고용 시장의 일시적인 과열 역시 물가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을 것이라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 노벨상 수상자의 예측에 결정적인 타격을 준 것은 코로나19 팬데믹이 불러온 사회 변화였다. 그는 미국민들의 실제 저축 규모, 지방정부 지출, 고용 수준 등의 지표가 낙관론의 예측과 별 차이가 없었는데도 “어쨌거나 물가가 치솟았다. 왜?”라고 스스로에게 묻는다.

그리고 그는 “코로나19라는 이상 상황에서 과거의 경제모델을 대입한 것이 문제였다”고 답한다. 감염 우려와 생활 방식의 변화로 가계 소비 패턴이 달라져 서비스 지출이 줄고 상품 구매가 폭증해 물가를 끌어올렸다고 크루그먼은 설명했다. 여기에 ‘물류 대란’에 따른 글로벌 공급망 혼란, 코로나발 조기 퇴직과 육아 공백 등이 불러온 노동력 부족 현상과 임금 인플레이션, 우크라이나 전쟁 등의 대외 변수 등이 물가 상승에 한몫을 했다고 분석했다.

이런 반성 아래서 크루그먼은 스스로에게 ‘겸손’해질 것을 주문한다. 그는 “이 모든 경험은 결국 ‘겸손’에 대한 교훈이었다. 나는 2008년 글로벌 경제위기 때 과거의 경제모델이 들어맞았기 때문에 지난해에도 같은 모델을 편리하게 적용했다”며 “돌이켜보니 코로나19가 만든 새로운 세상 앞에서 그런 방식의 추론은 더 이상 안전하지 않음을 깨달았어야 했다”고 후회했다.

미셸 골드버그 
골드버그는 민감성이 매우 큰 ‘미투’(MeToo) 사건에 대한 대처 방식을 반성한다. 2017년 알 프랭큰 민주당 상원의원의 성추행 의혹이 불거졌을 때 상원의 조사(청문회)를 거칠 필요 없이 즉각 물러나야 한다고 주장했던 것은 잘못이었다는 것이다. 그는 ‘미투’ 사건에서 “양쪽의 상반된 주장을 모두 듣는 투명하고 냉정한 시스템은 정의를 향한 걸림돌이 아니라 정의를 위한 전제조건”이라고 결론내린다. 골드버그의 반성은 유력 정치인이나 고위 공직자의 ‘미투’ 사건이 심심찮게 일어나는 우리 사회에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I Was Wrong About Al Franken> 원문 바로 가기
여성 인권 등을 주제로 한 칼럼을 써온 미셸 골드버그가 잘못 썼다고 밝힌 대상은 알 프랭큰 상원의원(민주당)의 ‘미투(MeToo)’ 사건이다. 프랭큰은 성적 피해를 폭로하는 ‘미투’ 운동이 한창이던 2017년 겨울 잇단 성추행 논란에 휘말렸고, 민주당의 동료 의원들까지 사퇴를 촉구하는 강한 압박을 받고 의원직에서 물러났다. 당시 골드버그는 프랭큰이 코미디언 시절이었던 2006년에 리안 트위든이라는 여성을 성추행했다는 주장이 나오자 프랭큰의 즉각 사퇴를 요구하는 칼럼을 썼다.

하지만 5년의 시간이 지난 2022년 7월 골드버그는 ’I Was Wrong’ 칼럼에서 “프랭큰이 상원 조사 없이 사임해야 한다고 요구한 것을 후회한다”고 밝혔다. 골드버그는 “프랭큰이 비난받고 있는 일을 실제로 했든 안 했든 적법한 절차(청문회 시스템)는 중요했다”며 “이 사건의 처리 과정에서 적법한 절차의 부재는 두고두고 상처를 남겼다”고 회고했다. 골드버그는 ‘미투’의 맹렬한 기세가 “양쪽의 상반된 주장을 모두 듣는 투명하고 냉정한 시스템이 정의를 향한 걸림돌이 아니라 정의를 위한 전제조건”이라는 사실을 잊게 만들었다고 고백했다. 골드버그는 만약 프랭큰에 대한 상원의 조사가 있었다면, 그것은 민주당에게 시련이 되었을 것이고, ‘미투’의 추진력을 늦췄을지도 모른다고 당시를 기억했다. 실제로 프랭컨 소동 동안 민주당 여성 상원의원들은 왜 프랭큰의 즉각 사임을 요구하지 않느냐는 정치적 압박에 시달렸다. 골드버그는 “프랭큰의 잘못 때문에 민주당 여성의원들이 대가를 치르는 건 옳지 않으며, 누군가 타격을 받는다면 그건 민주당 여성의원이 아니라 프랭큰이어야 한다”는 게 자신의 태도였다고 소개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골드버그는 많은 ‘미투’ 사건에서 “반사적으로 유죄일 것이라 짐작해 버리는 것은 적절한 대안이 아니다”라며 “개인적으로야 누구나 자유롭게 결론을 내릴 수 있지만, 공적 영역에서는 때로는 상반되는 의견을 잊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골드버그의 이런 문제제기는 다른 한편으로 성폭력 문제에서 가해자로 지목된 이들이 시스템에 따른 조사를 받지 않고 물러날 경우 사실관계를 놓고 논란이 지속될 수 있기 때문에 적절한 조사가 필요하다는 조언으로도 읽힌다. 그는 “수사 과정을 단축하는 행동이 수사 과정을 개혁하는 데 아무 도움이 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I Was Wrong’을 통해 ‘미투’ 사건의 처리 방식을 고민한 골드버그는 결론적으로 이렇게 권고한다. “적법한 절차란 그리 편리하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이 길을 따르지 않고는 제대로 된 길이란 없다.”

토마스 프리드먼 
프리드먼은 중국의 검열 정책과 관련해 2006년, 2009년에 쓴 칼럼을 언급하면서 “당시 중국이 자유시장 경제와 자유 언론을 갖게 될 것이라고 낙관적으로 전망했지만, 시진핑 체제 아래서 지금의 중국은 10년 전보다 훨씬 폐쇄적이다”라고 밝혔다.

<I Was Wrong About Chinese Censorship> 원문 바로 가기
“중국은 10년 전보다 훨씬 더 폐쇄적이다.”

토머스 프리드먼의 ‘I Was Wrong’은 이 한 문장으로 압축된다. 프리드먼은 중국의 검열 정책을 소재로 한 2006년과 2009년의 칼럼을 언급하면서 “중국이 자유시장 경제와 자유 언론을 갖게 될 것이라고 낙관적으로 전망한 것은 나의 잘못”이라고 정정했다.

프리드먼은 자신이 칼럼니스트가 된 이후 주요 관심사 가운데 하나가 “중국이 언제, 얼마나 빨리, 국내외 모든 뉴스의 자유로운 유통을 허용하는 정보 생태계를 구축할 것인가 하는 점”이었다며, 자신이 낙관적으로 생각한 근거를 이렇게 설명했다. 중국이 세계 경제에 통합될수록 미디어 개방이 불가피한데, 그 이유는 중국의 투자자와 혁신가들이 잠재력을 발휘하고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추려면 정확한 뉴스, 자유로운 정보의 흐름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런 판단 아래서 프리드먼은 2009년 칼럼에 “구글을 검열하는 나라에 다음 세기를 양보해서는 안 된다는, 할머니들의 조언을 기억하자”고 썼다.

그렇지만 프리드먼은 1990년대와 2000년대를 거치며 중국의 정보 유통 분야 전반은 자신이 처음 중국에 갔던 32년 전보다 훨씬 더 개방됐지만 “문제는 10년 전보다는 지금이 훨씬 더 폐쇄적이라는 것”이라고 비판한다. 그는 시진핑이 2012년 중국 공산당 총서기에 오르고 2013년 국가주석이 된 이후에 확연한 반전이 있었다며, ‘퇴행’의 책임을 중국 최고지도자에게 묻는다. 정직한 저널리즘이 뒷받침하는 은폐된 진실의 공개, 혁신의 자유, 창의적 아이디어를 통한 도전, 변화애 대한 적응과 진로 수정 등 바람직한 방향을 외면한 채 중국 매체를 옥죄고 기술 혁신자들을 통제하고 있다는 것이다. 프리드먼은 알리바바의 억만장자이자 공동창업자인 마윈이 2020년 금융감독당국을 비판한 이후 소식이 끊긴 것, 중국 정부의 코로나19 팬데믹의 대처 방식에 대한 내부 문제제기를 차단한 것 등을 퇴행의 대표적 사례로 꼽았다.

프리드먼은 “중국이 좀 더 개방적인 정보 생태계를 빠른 시간 안에 발전시킬 것이라는 낙관론을 편 것에 대해 유죄를 인정하지만, 일단 집행유예를 요청해 보려고 한다”며 “그리고 앞으로 10년 동안 이 상황이 어떻게 전개될지 다 함께 지켜보도록 하자”고 제안했다. 그러면서 좋은 저널리즘의 필요성에 대한 인상적인 코멘트를 남긴다.

“신뢰는 진실의 산물이다. 진실은 자유롭고 독립적인 언론의 산물이다. 이것은 모든 곳에서 항상 그렇지는 않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가 훨씬 더 많다.”

브렛 스티븐스
스티븐스는 정치 영역에서의 ‘우월주의’에 대한 잘못을 고백한다. 그는 자신이 2015년에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를 “무식한 이야기만 늘어놓는 편협한 독설가”로 평가했지만, 트럼프 지지자들에게는 “실패한 세계를 지속시키면서 자기들끼리 득의양양한 엘리트들에게 당당하게 가운데 손가락을 날리는 후보”였다고 되돌아본다. 스티븐스는 트럼프 지지자들을 도덕적으로 무식하다고 비난한 것은 잘못이며 “생각이 다른 이들을 설득하려면 먼저 그들의 친구가 되어야 한다”고 썼다.

 <I Was Wrong About Trump Voters> 원문 바로 가기
브렛 스티븐스는 ‘I Was Wrong’ 칼럼을 자신이 ‘최악’이라고 규정한 문장에서 출발한다. 2015년 8월에 쓴 칼럼의 첫 부분이다. “당신이 지금까지도 도널드 트럼프를 끔찍하게 여기지 않고 있다면, 당신이야말로 정말 끔찍한 사람이다.“

그로부터 7년의 시간이 흘렀고, 칼럼의 콘셉트가 ‘반성’이니, 스티븐스가 트럼프에 대한 인식이나 태도를 바꾼 것일까. 지레짐작할 필요는 없다. 스티븐스는 트럼프와 그의 동료들이 미국민들의 삶과 민주주의의 이상, 그리고 이 세계 자체에 대한 위협이라고 비난했던 자신의 글들을 “후회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그의 후회가 향하는 지점은 ‘당신’이라 지칭한 미국민들, 바로 트럼프 지지자들이다. 스티븐스는 “트럼프의 지지자들에 대한 광범위한 비난은 그들을 희화화했고, 나를 눈멀게 했다”며, 그런 칼럼들은 아마도 트럼프를 방해하기보다는 오히려 도움을 줬을 것이라고 고백한다. 그러곤 “유권자들에게 그들이 도덕적으로 무지하다고 말하는 것은, 그들의 생각을 바꾸는 좋은 방법이 아니다”라고 밝힌다.

스티븐스는 묻는다. ‘(그렇다면) 내가 보지 못하고, 그들은 보고 있었던 것은 무엇이었을까?’

스티븐스가 반성과 함께 내놓은 답은 이렇다. 자신이 본 것은 무식한 이야기를 주구장창 늘어놓은 편협한 독설가였지만, 트럼프 지지자들이 본 것은 실패한 세계를 지속시키면서 자기들끼리 득의양양한 엘리트들에게 당당하게 가운데 손가락을 날리고 있는 후보였다고.

스티븐스는 트럼프에게 표를 던진 사람들이 국가 엘리트들에게 세 번이나 배신당했다는 강력한 사례를 가지고 있었다고 복기한다. 첫째, 9/11 이후, 그들은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 전쟁으로 큰 타격을 입었지만, 워싱턴이 머뭇거리다가 결국은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을 목격했다. 둘째,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그들 가운데 많은 사람들이 해고됐지만, 최상층 금융업자들은 구제되는 것을 목격했다. 셋째, 금융위기 이후 회복기에 있었던 초저금리 정책이, 투자가들에게는 대박을, 투자할 것이 없는 사람들에게는 재난이 되는 것을 목격했다.

여기에 더해 2010년대 ‘문화 혁명’의 쟁점들인 동성 결혼, 성차별주의, 능력주의, 인종차별적 규범들, 애국적 상징에 대한 존경, 기회와 결과의 평등에 대한 구분 등에 대해 논란을 일으키지 않는 것에 그치지 않고, 말하는 것 자체를 금기시했던 것도 영향을 끼쳤다고 스티븐스는 지적한다.

스티븐스는 트럼프가 다시 등장한다면 지난번과는 다른 태도로 트럼프 지지자들에게 다가갈 것이라고 말한다. 스티븐스는 그 새로운 태도가 어떤 것인지 에이브러험 링컨의 말로 대신 전한다.

“한 방울의 꿀이, 한 드럼의 분노보다 더 많은 파리를 잡는다. 만약 당신이 어떤 사람을 당신의 주장에 동의하게 만들고 싶다면, 먼저 당신이 그의 진정한 친구라는 것을 납득시켜야 할 것이다.”

게일 콜린즈 <나는 밋 롬니과 그의 개에 대해 잘못 생각했다>
콜린스는 ‘밋 롬니와 그의 개에 대해 틀렸다’에서 “2012년 대선 때 공화당 후보 롬니의 캠페인이 너무 지루해서 그가 개를 차 지붕에 태우고 장거리 운전을 했다는 일화를 이용해 동물 학대라 비판했다”며 “하지만 트럼프를 겪어보니 지루한 것보다 더 심한 게 있을 수 있다”고 했다.
콜린스 칼럼 바로 가기.

파라드 만주 <나는 페이스북에 대해 잘못 생각했다>
 IT(정보기술) 칼럼니스트인 만주는 “나는 2009년에 모든 이들이게 ‘페이스북에 가입하라’고 했지만, 사람들이 그때나 그 이후로 페이스북을 떠났다면 인터넷과 세계는 더 나은 곳이 됐을 것”이라고 페이스북의 폐해를 반성한다. 만주는 페이스북이 인스타그램을 사들이는 등 공룡처럼 커졌는데, 이런 거대 테크 기업이 인터넷을 통제하는 것은 사회, 정치, 경제 그리고 기본적인 평등을 위해 결코 바람직한 일이 아니라고 지적했다.
만주 칼럼 바로 가기. 

데이빗 브룩스 <나는 자본주의에 대해 잘못 생각했다>
브룩스는 ‘자본주의에 대해 틀렸다’에서 “1990년대에 시장경제가 역사의 승리자라고만 생각해 소련 붕괴 이후의 국영기업 민영화를 높이 평가했으나, 거기서 부패의 싹이 자랄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고 반성한다. 그는 “자신의 세계관을 고수하며 비판에 맞서야 할 때가 있지만, 때론 달라진 세상에서 견해의 재구성과 새로운 시각이 필요하다”고 밝힌다.
브룩스 칼럼 바로 가기. 

제이넙 투페키 <나는 집단 시위에 대한 내 이전 주장은 틀렸다>
투페키는 “(길거리) 집단 시위가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희망적 사고에 갇혀 있었다”며 “현대의 조직화된 사회운동은 물리적 규모 측면보다는 인터넷을 통한 확산 등 과거와는 다른 궤도를 갖게 됐다”고 밝혔다.
투페키 칼럼 바로 가기.


글쓴이 정재권은
중앙일간지에서 오랫동안 기자로 일했고 현재 피렌체의식탁에서 CC(Contents Coordinator)이다. 칼럼은 정재권 CC가 썼고, 번역 작업은 런던대학교(UCL) 정치학박사이자 국무총리실 비서관을 지낸 이관후 수석 칼럼니스트, 번역가이자 피렌체의식탁 에디터인 허원이 함께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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