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확진자 수가 10만 명 안팎으로 다시 늘어났다. 예견됐던 수치라 해도, 코로나 재유행에 따른 시민들의 심리적 위기감은 급격하게 높아지고 있다. 정부의 방역 정책에 대한 불안감 또한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장영욱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해외 주요 10개국이 지금 겪고 있는 코로나 재유행을 올해 초의 유행 상황과 비교 분석한 뒤, 차분한 대응이 가능하다고 결론 내린다. 그는 현 국면에 대해 ‘국난 극복’이라는 국가주의적 시각에서 접근해야 할 만큼 사회적 위험이 크지 않으며, 개개인의 특성에 따른 맞춤형 대응이 필요하다고 제안한다. ‘자율 방역’을 정책 기조로 삼은 정부가 어떤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지에 대한 권고와 함께. [편집자 주]

오미크론의 하위변위 BA5가 유행하면서 다시 증가한 감염 추세질병청 이번 유행 피해가 지난번에 비해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놓친 감염자 수는 늘어나고  확진자 중 입원 환자 비중이 늘어코로나의 영향력은 약화, 우리의 대응 능력은 강해졌다는 강점자율과 책임의 방역 실시하지만 방치나 각자도생과 동어 아냐

사진:셔터스톡

주요국 유행 상황

재유행이 생각보다 빨리 왔다. 7월26일 우리나라의 신규 확진자는 99,327명으로, 4주 전인 6월28일의 신규 확진자 9,894명보다 열 배 이상 많다. 기존에 백신과 감염으로 획득한 면역이 약해질 때 즈음, 오미크론의 하위변위인 BA5가 유행하면서 감염 규모가 커졌다. 직전 유행이 잦아들면서 다시 활발해진 모임과 행사는 감염 전파를 가속화했다.

 이는 우리나라만 겪는 일이 아니다. BA4, BA5 확산으로 인해 미국, 이스라엘, 오스트레일리아, 그리고 서유럽 대부분 국가에서 우리보다 한발 앞서 재유행이 시작되었으며, 몇몇 국가에선 이미 정점을 찍고 감염 규모가 감소하고 있다. 옆 나라 일본은 우리와 비슷한 시기 유행이 시작되어 현재 역대 최고치의 확진자 수를 기록하는 중이다.

 주요국의 이번 재유행은 몇 가지 특징을 보인다. 첫 번째, 올해 초 오미크론 유행이 워낙 컸던 탓에, 대부분 국가에서 이번 유행의 크기가 직전에 못미친다. 자료를 접할 수 있는 열 개 국가를 선정하여 직전 유행 정점과 현 유행 정점을 비교해 본 결과, 이번 유행의 정점은 지난 유행의 60% 수준을 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난다(그림1. A). 이번 유행 때 지난 유행의 정점을 뛰어넘은 나라는 일본이 거의 유일한데, 이는 일본에서 이전 유행의 크기가 워낙 작았기 때문이다. 혹독한 오미크론 유행을 겪은 다른 나라들에선 하위변위의 유행이 이전만큼 커지지 않는다. 

 물론 확진자 수가 이전에 비해 적은 것은 대부분 국가에서 검사를 소극적으로 한 탓도 있다. 오미크론 유행을 거치면서 광범위한 검사를 통해 무증상, 경증 환자까지 선별해내는 기존의 전략은 상당수 국가에서 폐기되다시피 하였다. 증상이 심한 사람 위주로 검사를 받다 보니 확진자(=찾은 감염자) 수가 실제 감염자 수보다 훨씬 적게 나타난다. 따라서 유행 규모를 조금 더 정확히 가늠할 수 있는 지표는 입원환자 수나 중환자 수다. 그림1의 B를 보면 이전 유행 대비 현재 입원환자 비율(빨간 점)이 신규 확진자 비율보다 더 높은 것을 알 수 있다. 특히 영국과 스페인 같은 경우 입원 환자 비율이 직전 유행의 70~80%에 달한다. 이번 유행의 두 번째 특징, 놓친 감염자 수가 이전보다 더 많고, 그에 따라 확진자 중 입원 환자 비중이 늘어났다(중증, 입원환자 비중이 늘어난 것은 백신 면역 감소로 인한 중증화율 증가의 영향도 일부 존재한다).

그림 1. 직전 유행(1월~4월)과 현재(6월 이후) 유행 규모 비교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유행의 피해가 올해 초보다 더 적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그림 1의 C, D는 이번 유행 시 발생한 중환자와 사망자 규모가 이전 유행에 비해 현저히 작음을 보여준다. 직전 재원 중환자 수가 워낙 적었던 영국을 제외하고, 주요 국가의 현재 재원 중환자 규모는 직전 유행의 40%에 못미친다. 사망자 수 역시 직전의 10~33%에 불과하다. 사망자는 향후 2~3주간 더 증가할 수도 있지만, 유행 규모로 미뤄 보아 예전 같은 대규모 사망이 발생할 가능성은 희박하다. 

 그래서인지 이번 유행에 정부 주도의 고강도 방역 조치를 재도입한 나라는 거의 없다. 이번 유행의 세 번째 특징이다. 모임 인원 제한이나 영업시간 제한을 도입한 나라는 없고, 미국 일부 주나 프랑스, 스페인 등이 밀집 지역 마스크 착용을 다시 권고하는 정도에 그친다. 병독성이 높아진 새로운 변이가 등장하지 않았다는 점, 백신과 치료제를 활용한 유행 대응 역량이 증가했다는 점, 자연면역/백신면역을 획득한 인구 때문에 이전 만큼 유행 규모가 커지지 않는다는 점 등을 고려할 때, 막대한 사회경제적 피해를 발생시키는 고강도 방역 조치를 도입할 필요성이 그리 크지 않다. 

우리나라의 대응

 우리나라의 재유행은 다른 나라에 비해 2~3주 늦게 시작한 탓에 아직 앞으로 피해 규모가 얼마나 될지 미지수다. 질병관리청의 최근 수리모형 예측에 따르면 8월 중순에 약 28만 명의 확진자가 발생하며, 그에 따라 최대 2,000명의 재원 중환자, 일 최대 140명의 사망자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오미크론 유행 때는 최대 일 확진자가 약 40만명(7일 평균), 최대 재원 중환자가 약 2,000여 명(사용병상 기준), 일 최대 사망자가 약 360명(7일 평균)이었다. 질병청의 예측이 맞는다면 이번 유행의 피해가 지난번에 비해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실제 다른 나라 사례를 보면 질병청의 예측보다 더 낙관적인 상황이 발생할 가능성도 존재한다. 표1을 보면 우리보다 먼저 재유행을 겪은 나라에선 보통 유행 시작 후 5~7주에 정점에 도달하였다. 또한 그림1에서 봤듯, 현재 유행의 중환자 규모나 사망자 규모는 직전의 30% 수준에 불과했다. 우리나라가 해외와 유사한 궤적을 보인다면 재원 중환자는 약 600여명, 1일 사망자는 100명 정도 발생하는 정도로 유행이 그칠 수 있다. 예측모형의 결과보다 조금 더 적은 수준이다. 

표1

 예상되는 피해가 감당가능한 수준이라는 판단 하에, 우리나라 역시 정부 주도의 일률적인 사회적 거리두기는 도입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지난 7월13일 코로나19 재유행 대비 방역·의료 대응방안에선 백신 접종 확대, 치료제 및 특수 병상 추가 확보, 호흡기환자진료센터 확대 등이 강조됐을 뿐 예전과 같은 인원 제한, 시간 제한 재도입은 유보됐다. 대신 “자발적 거리두기를 통해 각자 방역수칙을 지켜달라는 주문이 따라왔다. 새로 구성된 ‘국가 감염병 위기대응 자문위원회’도 여러 근거를 검토한 결과 일률적 방역 조치 도입이 당분간 불필요하다는 권고를 내렸다.

사회에 대한 위험, 개인에 대한 위험

자율과 책임을 기반으로 하는 ‘국민참여형 방역’은 이번 정부에서 새롭게 소개된 개념이 아니다. 팬데믹이 장기화되면서 정부가 일률적으로 부과하는 방역 조치는 점점 더 많은 문제점을 노출했다. 개개인이 느끼는 활동의 편익과 비용은 그야말로 천차만별인데, 정부가 나서서 해야 할 일과 하지 말아야 할 일을 나눠 강요할 경우 특정 집단에 불균형한 피해가 전가되는 결과가 나타난다. 자영업자, 소상공인이 받은 피해는 말할 것도 없고 문화예술산업 종사자, 학생, 학부모, 예비부부, 종교인 등 삶의 중요한 자리에 소위 ‘고위험 활동’이 놓여 있는 사람들도 일상을 침해받았다. 이러한 부작용 때문에 정부 주도의 통제 정책은 지속가능하지 않았다. 이에 따라 방역 기조는 개인의 자율적 참여를 확대하는 방향으로 계속해서 변해 왔다. 

 물론 개개인의 활동에는 ‘외부효과’가 있어서, 자율에 맡길 경우 사회 전체가 지는 짐이 커질 가능성은 존재한다. 감염성 질환의 비용은 활동의 당사자에게만 부과되는 것이 아니라 가까이 교류하는 주변 사람에게도 피해를 끼친다. 유행 규모가 일정 이상으로 커져 사회의 의료체계 역량을 뛰어넘는 경우, 감염자 뿐 아니라 그 외 질환에 걸린 사람들도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하게 된다. 또한 감염 확산으로 인한 인적자본 손실과 노동공급 부족은 경제적 피해를 일으키기도 한다. 이러한 사회적 피해를 막기 위해선 적절한 수준의 정부 개입이 필요한 게 사실이다. 외출 제한, 모임 인원 제한, 영업시간 제한, 휴교, 행사 금지 등의 기본권 제한은 전체 사회의 이익을 위해 시행의 정당성을 얻었다. 

 정리하자면, 국가의 개입은 코로나19의 ‘사회 전체에 대한 위험’이 충분히 클 경우에만 정당하며, 사회적 위험이 해소되는 대로 기존의 기본권 제한은 최소화되어야 한다. 팬데믹이 진행되면서 사회적 위험이 변화하는 고비들이 있었고 그때마다 방역 기조도 달라져 왔다. 코로나19 발발 직후 불확실성이 크고 대응 역량이 갖춰져 있지 않았을 때는 락다운 수준의 봉쇄도 허용되었다. 그러나 점점 코로나19의 실체가 드러나고, 비용 대비 효과가 큰 대응 방식이 정착되며, 효과적인 백신과 치료제가 개발되어 점점 국가가 개입할 여지가 줄어들었다. 특히 지난 오미크론 유행으로 인해 감염 규모가 급증하고 감염 및 백신 면역을 갖춘 인구가 증가하면서, 역설적으로 추후 코로나19가 사회에 미칠 영향력이 작아졌다. 감염의 위험은 감소한 반면 대응 역량은 증가한 결과 일률적 거리두기의 필요성이 약화되었다. 문재인 정부 말 수만 명의 확진자가 나오는 가운데 방역 조치를 해제할 수 있었던 것도 그런 연유였다. 

 그러나 정부의 역할이 완전히 사라졌다는 것은 아니다. 여전히 코로나19의 ‘개인에 대한 위험’이 존재한다. 특히 아직 감염되지 않았거나, 백신을 맞은 지 오래 되었거나, 고령이거나, 기저질환을 가진 경우 코로나19 감염이 중증, 사망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각자 활동의 이익과 위험을 평가하여 이익이 더 큰 쪽을 선택하되, 그 평가가 합리적으로 이뤄지도록 과학적 지식에 근거한 행동지침을 만들어 제공하는 건 정부의 몫이다. 또한 위험을 크게 평가함에도 여건이 안 갖춰져 어쩔 수 없이 활동에 나서는 사람들이 더 안전하게 활동하도록, 또는 생계에 지장 없이 쉴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 역시 정부의 중요한 역할이다. 감염병 상시대응 체계 정착을 위한 중앙-지방간 협력 관계 구축, 요양원/요양병원의 전반적인 입주환경 개선, 노동자의 근로시간 단축 및 대체인력 활성화 등 장기적 과제도 반드시 국가가 나서서 챙겨야 한다. 

사진:셔터스톡

‘자율 방역’이 방치나 각자도생의 동의어여선 안 된다

 새로운 정부가 달라진 유행 양상에 맞게 ‘자율과 책임’의 원칙을 강조하고 나선 것은 다행스런 일이다. 그러나 정부가 남아 있는 역할을 다하고 있는지는 더 점검이 필요하다. 요양원, 요양병원 등 고위험 시설에서의 방역 강화와 그에 맞는 가이드 라인 제공 및 재정 지원은 정부가 주도적으로 해야 할 일이다. 학교, 식당, 병원, 회사, 문화시설, 노인시설, 복지시설 등에서 안전히 활동할 수 있는 행동 지침을 제공하되, 변화된 환경에 지침이 달라진 부분을 명확히 알려야 한다. 격리 의무를 유지하면서 그에 따른 격리 지원금이나 유급 휴가비를 축소한 것은 서로 충돌할 뿐 아니라, 아프면 쉬는 문화의 정착에 역행하는 정책이므로 재고해야 한다. ‘자율 방역’이 '방치'나 '각자도생'과 동의어가 되지 않으려면 자율과 책임이 작동할 수 있는 제반 여건을 갖추려는 정부의 노력이 반드시 수반되어야 한다. 

 코로나19는 여전히 만만치 않은 질병이지만 예전과 지금은 다르다. 지난 경험을 통해 코로나19가 사회에 미칠 영향은 축소되어 왔고, 우리가 대응해낼 역량은 증가해 왔다. 일상 속에서 검사하고 치료하는 체계를 더더욱 공고히 갖춰 나가고, 위중증, 사망의 위험이 있는 사람들을 수용할 병상을 유지하며, 시시각각 달라지는 코로나19 변이의 위험을 정확히 평가하고, 개개인이 질병에 적절히 대응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해 나가면 이번 위기와 다음 위기를 최소한의 피해로 이겨낼 수 있다. 

 “국가는 국가의 역할을, 개인은 개인의 역할을. 의무도 함께, 책임도 함께.”

 앞으로 몇 번이나 더 반복될지 모르는 코로나19 유행 앞에 우리 사회가 새겨야 할 원칙이다. 


글쓴이 장영욱은런던정경대(LSE)에서 경제사·인구통계 전공으로 박사학위를 받고 현재 국책연구기관인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유럽팀에서 근무하고 있다남아공에서 '스페인 독감연구를 수행하다가 귀국했으며 지금까지 감염병 연구를 계속해왔다. <스웨덴의 코로나19 대응전략과 경제적 영향>, <주요국의 코로나19 백신 접종 현황 및 접종률 제고 전략> 등 다수의 보고서를 작성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