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에 취임한 윤석열 대통령의 지지율이 여름이 되자마자 30%대로 떨어졌다. 부정평가는 긍정평가의 두 배 가까이 된다. 역대 대통령을 통틀어 가장 빠르고 가파른 지지율 하락이다. 대통령이 싫다는 이유도 다양하다. ‘퍼펙트 스톰’이라는 진단과 함께 ‘탄핵’이라는 단어마저 거론되는 상황이다. 이 정도면 ‘반윤 심리’가 형성되고 있다고 봐야 한다. 더 큰 문제는 대통령에 대한 여론의 짜증과 답답함이 쉬 가시기는커녕 5년 내내 이어질 수 있다는 불안감이다. 윤 대통령의 성적표가 ‘예고된 참사’의 측면이 큰 탓이다. 참석자들은 임기 초반 대통령의 지지율이 20%대로 떨어지는 것은 너무 심각한 일이라 잘 일어나지 않겠지만, 지지율 반등 또한 쉽지 않다고 전망했다. 정국 전환이나 국가 운영 기조의 전환도 어렵다고 봤다. 여아 정당 또한 현재의 위기 상황을 개선할 역량이 부족해, 당분간 한국 정치는 위기 속에서 허우적거릴 공산이 크다. [편집자주] 

최근 보수성향 응답자들 이탈하며 대통령 지지율 꾸준히 떨어져30%가 무너진다는 건 적극적 지지층까지 빠지기 시작했다는 뜻알면서도 막지 못하는 지지도 하락, 아이디어도 실행 능력도 부족여당과 대통령실에 정무기획을 할 인물과 능력이 전무한 듯대통령이 가진 카드는 감사와 여론전, 아마 두 가지 다 사용할 듯

사진:셔터스톡

‘반윤 심리’라는 태풍의 눈

가오리 : 취임 후 첫 여름인데, ‘반윤 심리’라는 태풍의 눈이 형성되어서 현재 북상중이다. 일각에서는 이 태풍이 20%대 지지율이라는 역대급 초강력 태풍으로 바뀔지도 모른다고 한다. 태풍이 더 커질지, 사그라들지, 비켜갈지 주목되는 상황이다. 일단 이렇게 확 지지율이 빠진 이유는 뭔가?

코스모스 : 한국갤럽이 지난 7월 15일 발표한 여론조사에서 윤석열 대통령 국정 지지율(직무 수행 긍정 평가)은 32%였다. 1주일 전 37%에서 5%포인트 떨어졌다. 최근 4~5주 동안 윤석열 대통령 국정 지지율 하락은 주로 보수 성향 응답자들이 이탈하면서 나타나는 현상이다.  대선에서 윤석열 후보를 찍었던 유권자들이 지지를 철회하고 있는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대선주자 시절부터 보수층이 지지도 상승과 하락을 주도했다. 보수층 지지가 늘면 윤석열 후보의 지지도가 올라갔고, 보수층 지지가 빠지면 윤석열 후보의 지지도가 내려갔다. 대선주자였던 지난해 8월 ‘주 120시간 근무’ ‘부정 식품’ ‘건강한 페미니즘’ ‘후쿠시마 원전’ 등 잇단 실언으로 지지도가 한달만에 25%에서 19%로 6%포인트 하락한 적이 있다. 이 때 보수층 응답자의 윤석열 후보 지지는 51%에서 38%로 평균치보다 훨씬 더 떨어졌다.  2022년 1월 초 김종인 비대위원장과 갈등을 빚을 때도 지지도가 9%포인트 폭락했는데, 이때도 보수층 응답자의 윤석열 후보 지지도는 66%에서 49%로 평균치보다 훨씬 더 떨어졌다.

20%까지 빠질까?

가오리 : 정말 20%대까지 빠질 수도 있나?

밀덕 : 보통 정치에서 지지율은 적극적 지지층과 소극적 지지층으로 구성된다. 최대치는 60~65%, 최소치는 25% 정도다. 그런데 대통령 지지율과 정당 지지율은 좀 다르다. 대통령은 아무리 잘못해도 ‘그래도 대통령에게 힘을 실어줘야 나라가 돌아간다’는 심리 때문에 30% 이하로 빠지기 힘들다. 그런데 30%가 무너진다는 건 적극적 지지층까지 빠지기 시작했다는 의미다. 즉 60~70대와 영남 특히 TK까지 흔들린다는 소리다. 그러면 국정 운영이 사실상 불가능해진다. 

바나나 : 국가통치자의 20%대 지지율은 정말 예외적인 상황이다. 의회제를 하고 있는 영국이나 일본에서 총리 지지율이 20%대라면 내각과 의회가 해산되고 총선이 다시 치러지는게 상식이다. 우리로서는 대선을 다시 치러야 하는 거다. 그 정도 지지율로는 국가가 통치되지 않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통치불능 상태다. 박근혜 대통령이 2016년 8월에 최순실 스캔들에 휩싸였을 때 30%대로 내려앉았고, 2016년 10월 첫 주에 20%대로 떨어지면서 하야와 탄핵 이야기가 나오기 시작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취임 직후인데도 30%대를 기록하고 있는데, 이 정도면 지금 인사나 국정의 수준이 최순실 스캔들이 났을 때 정도라고 국민들이 느끼고 있다는 것이다.

산돌 : 두 가지 측면에서 20% 하락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20%대 지지율은 통상 측근비리나 광우병 촛불집회 등과 같은 대형악재가 터져야 나올 수 있는 수치다. 윤석열 정부는 출범한 지 석 달이 채 되지 않는다. 그동안 눈에 띄는 악재라고 한다면 이준석 당대표 징계뿐이다. 인사문제는 역대 어느 정부나 출범초기에 통과의례처럼 겪어왔다. 박근혜 정부도 출범초기 인사문제로 비판을 많이 받았지만, 39%(한국갤럽 2013년 3월 29일 조사)까지 떨어지는데 그쳤었다.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30% 초반대 지지율은 매우 이례적이다. 이례적인 만큼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실망감의 원인을 콕 집어내기가 쉽지 않다. 또 한 가지는 이제 막 일을 시작한 정부에 대한 부정평가가 너무 빠르고 가파르게 진행된다는 점이다. 정권 초기고 대형악재도 없는 만큼 실망한 여론이 긍정평가에서 유보에 머물 만도 한데, 바로 부정평가로 몰려가고 있다. ‘묻지마 싫다’는 조짐마저 보인다. 

윤석열 대통령이 직면한 상황은 그 형국만 놓고 보자면, 노무현 정부와 비슷하다. 노무현 정부는 출범 첫 해인 2003년 8월부터 임기가 끝날 때까지 20%대와 30% 초반 지지율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지금 윤석열 정부와 비슷한 출범 초기인 2003년 5월 21일, 당시 노무현 대통령은 ‘대통령직을 못해 먹겠다는 위기감이 든다’는 발언을 해 두고두고 비판을 받은 바 있다. 그래도 당시는 측근비리에 대한 다수야당의 공세와 검찰과의 갈등이라는 외부요인이라도 있었다. 윤석열 정부는 거대 야당의 외부공세가 아니라 안으로부터 무너지는 모양새다. 이래서는 전통적인 보수지지층조차 붙잡아두기 쉽지 않아 보인다.

침묵의 나선효과가 지속되면, 조기 개헌 논의도

코스모스 : 대선 때 윤석열 후보의 지지도는 등락이 있었지만, 짧으면 한달, 길면 두세 달 만에 본래 수준으로 되돌아갔다. 이런 현상은 보수층 유권자들의 윤석열 후보에 대한 지지가 매우 탄력성이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 보수층 유권자들은 윤석열 후보가 조금만 잘못해도 지지를 급속히 철회하지만 결국 윤석열 후보 지지로 다시 돌아올 수밖에 없었다. 이유는 두 가지로 추정된다.

 첫째,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둘째, 애초 지지 철회가 진짜로 지지를 철회한 것이 아니라 윤석열 후보에 대한 ‘훈육용 지지 철회’였기 때문이다. 여론조사에서 지지하지 않는다고 응답하는 것과 선거에서 투표를 하지 않는 것은 전혀 다른 행위다. 보수층 유권자들도 이를 잘 알고 있다. 보수층 유권자 상당수가 여론조사에서 어떤 응답을 해야 윤석열 후보를 정신 차리게 만들어서 대선에서 이길 수 있는지 생각했을 것이다. 따라서 현재 나타나는 윤석열 대통령 국정 지지율 하락 추세도 머지 않아 다시 상승할 가능성이 있다. 대선주자 때와 마찬가지로 ‘훈육용 지지 철회’이기 때문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조금만 명분을 주면 보수층은 다시 결집할 것이다.

 당장 7월 22일 발표하는 갤럽 여론조사 결과는 두 가지 가능성이 있다.  첫째, 국정 지지율이 30% 선에서 버티는 경우다. 둘째, 30% 미만으로 떨어지는 경우다. 어느 쪽으로 가느냐는 전적으로 주초와 주중에 윤석열 대통령이 어떤 태도를 취하느냐에 달렸다고 본다. 윤석열 대통령이 조금만 태도를 바꿔도 일단 하락 추세는 막을 수 있을 것이다. 참고로 이명박 대통령은 2008년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및 광우병 파동으로 한국갤럽 여론조사 국정 지지율이 21%까지 떨어진 일이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그 수준까지 떨어지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가만히 생각해 보면 결정적으로 잘못한 것은 없기 때문이다.

 한 가지 유의할만 한 현상은 커뮤니케이션 이론인 ‘침묵의 나선 효과’다. 리얼미터, 전국지표조사, 한국갤럽 등 여론조사와 이를 근거로 한 언론 보도가 무더기로 쏟아지며 여론조사와 언론 보도가 서로 영향을 미치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을 지지하는 사람들이 다수 여론에 기가 눌려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는 것이다. 대통령실과 국민의힘에서 최근 여론조사 기관과 언론에 대해 강한 불만을 제기하기 시작한 것도 이런 현상과 관련이 있는 것 같다.

밀덕 : 윤은 이제 집권한 지 두 달이 좀 지났다. 극초반이다. 이런 시점에 30%가 무너진다면 ‘넌 대통령 자격이 없다’는 실질적 탄핵상태에 돌입하는 셈이다. 대한민국 헌정 사상 처음 목격하는 해괴한 상황이 된다. 무슨 일이 어떻게 벌어질지 아무도 모른다. 시스템이 채 안 갖춰져 있기 때문이다. 지금 부처는 장관 인사 이후에 아직 후속 인사조차 못 하고 있다. 일도 잘 안 돌아간다. 코로나 방역은 중대본이 한다. 즉 총리의 일이다. 그런데 총리가 역할을 안 하고 있다. 이럴 때 만약 대형 안전 사고라도 하나 터지면 나라가 일순간 혼란에 빠질 것이다. 즉 지지율이 30%대 이하로 꺼진 게 문제가 아니라, 대통령실을 정점으로 한 국가운영체계가 안 돌아가고 있다는 게 진짜 문제다. 

30% 이하로 두 달이 지나가면 어디선가 문제가 터져도 터지게 되어 있다. 한 마디로 나라가 선장 없는 배가 되는 것이다. 그리 되면 보수 언론조차도 더 이상 막아줄 수가 없다. 그 상태가 되면 보수가 더 난리칠 것이다. 이를테면 현 대통령의 임기 단축을 전제로 한 개헌 얘기가 나올 수 있다. 그렇게 대통령을 협박해야 그나마 우리 말을 좀 듣지 않겠느냐는 계산 때문이다. 

알면서도 막지 못하는 지지도 하락, 아이디어도 실행능력도 부족

가오리 : 아무리 여론조사에 신경을 안 쓴다고 하고 있지만, 그래도 마냥 손을 놓고 있지는 않을 것 같다. 대통령과 여당이 무엇이든 해서 정국 전환을 꾀하지 않을까? 어떤 방법들이 있을까?

코스모스 : 지지도가 하락하면 국정 운영을 제대로 할 수 없다는 것을 윤석열 대통령이 모르지 않을 것이다. 물가가 오르고 환율이 치솟는 등 경제 위기가 심화하는 상황에서 정부가 할 수 있는 일은 별로 없다.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국민에게 고통분담을 호소하고 대통령과 정부가 솔선수범을 보일 수밖에 없다. 그런데 국정 지지율이 낮은 상태에서는 이런 호소가 먹혀들지 않는다. 매우 위험한 상황이다. 따라서 윤석열 대통령은 좋든 싫든 정국 수습에 나설 수밖에 없다.

 윤석열 대통령이 사용할 수 있는 카드는 두 가지다.

 첫째, 사정이다. 검찰과 경찰, 국정원, 감사원 등을 총동원해 문재인 대통령과 측근들, 이재명 의원과 측근들의 비리와 부패를 드러내는 것이다. 사람은 난관에 봉착하면 본능적으로 자기가 가장 잘 할 수 있는 것을 하게 되어 있다. 검사 출신 윤석열 대통령이 전임자(문재인)와 경쟁자(이재명)의 비리와 부패를 때려 잡는 것이 바로 그것이다.

 둘째, 여론전이다. 국회에서 민주당이 발목을 잡아서 경제 위기를 돌파할 수 없다는 ‘대선불복 프레임’을 대대적으로 확산시키는 것이다. 여론전에는 보수 언론과 유튜버, 국민의힘 등 보수 세력 전체가 나서게 될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두 가지 카드를 동시에 사용할 것이다.

바나나 : 지금의 용산을 보면 전환의 아이디어만이 문제가 아니라 실행능력도 불투명해 보인다. 먼저 아이디어의 측면에서 보면, 지금 대통령 주변에는 검사와 관료 뿐인데, 두 부류의 사람들에게 모두 결여된 것이 창의적 사고다. 검사는 말 그대로 주어진 사건을 헤집어서 칼질을 하고 정돈한다. 검사에게 국면전환을 한다는 건, 아마 하나의 사건을 새로운 사건으로 덮는다는 류의 사고일 것이다. 관료들에게도 창조적 사고라는 건 쉽지 않다. 특히 이 정부에서는 튀면 검사들에게 찍힌다. 관료들을 중용했을 땐 시키는 일이나 잘 하라는 의미라는 걸 알기 때문에, 관료들은 생각하는 게 있어도 절대 먼저 이야기 안할 거다. 당에서, 윤핵관들이 뭔가 아이디어를 내야 하는데 최근에 장제원이나 권성동의 언행을 보면, 그들의 생각이 일반 국민들과 굉장히 거리가 멀다는 것이 느껴진다. 국민들의 공감을 살 수 있는 창의적인 정책과제는 나오기 어려울 것 같다. 정무적 전환점이라면 의외로 김한길이 카드를 들고 있을 것 같지만, 아직은 때가 무르익지도 않았고, 본인이 서두르지도 않을 것이다.

두 번째는 실행능력이다. 제갈공명이 있어도 그 계책을 실현할 장수와 군대가 없다면 아무 소용이 없다. 지금 대통령실이나 국민의힘에서 어떤 아이디어를 실현할만한 ‘일꾼’이 보이지 않는다. 한동훈이 여당 중진이나 정무수석이라면 모르겠지만, 현역 장관이다. 뒤에서 아이디어를 낼 순 있겠지만 정무적으로나 정책적으로 뭔가를 할 수 있는 위치가 아니다. 당에서는 권성동의 힘이 원내대표로 선출될 때만큼 크게 보이지 않는다. 이준석을 몰아내는 데까지는 여러 세력이 합심했지만, 목표가 달성된 이후로는 장제원과 권성동마저도 생각이 다르다. 다 자기 생각들이 있다. 안철수는 잠잠하다. 여당 의원들 다수는 나라 걱정보다는 자기들 이익을 챙기는 데 우선일 것이다.

준비 부족 인정하고, 포용의 정치 해야

밀덕 : 처음부터 두 가지 길이 있다고 보았다. 대통령이 잘 해나가는 길, 반대로 완전히 망하는 길. 잘하는 길은 자기가 국정에 대해서 아무 지식도 경험도 없다는 걸 인정하고 진짜 전문가에게 일임하는 식이다. 정치를 해본 적이 없는 대통령이다. 그러니 빚도 원한도 별로 없다. 원한이 있어도 대통령이 되었으니 이미 그 몇 배로 갚고 대박 성공한 셈이다. 그러니 되고 나서는 편견 없이, 고정 관념 없이 두루 원만하게 중립적으로 해나가면 진보층까지 포섭할 수도 있는 게 윤의 스탠스였다. 그런데 정확히 그 반대로 했다. 입만 열면 前 정권 탓을 한다. 아마 문까지도 건드리는 게 필연적일 듯하다. 그게 망하는 길이다. 

성공적 국면 전환 방법이란 게 별 것 없다. 툭툭 털고 포용의 길을 걷는 것이다. 5.18 때 광주 갔다. 그런 행보를 한 10번만 계속 하면 우선 중도층이 안심을 하고 따라올 것이다. 지금까지의 진영 정치가 아니라 진짜 내 편, 네 편 없이 무색무취한 정치 하겠구나 하는 신뢰를 쌓는 게 최고의 국면 전환 방법이다. 

산돌 : 원인이 명확해야 적실한 대안을 마련할 수 있다. 여론조사대로라면 인사가 제일 큰 문제니까 인사로 풀어야 한다. 아마 20%대로 지지율이 떨어지면, 늘 그래왔듯이 여권 내부에서부터 내각 총사퇴와 청와대 비서진교체 요구가 나올 것이다. 요구야 나오겠지만, 윤대통령이 그 길을 따를 가능성은 높아 보이지 않는다. 지금까지 인사문제의 원인제공자가 바로 윤석열 대통령 본인이기 때문이다. 내가 어렵다고 해서 부하를 적의 먹잇감으로 내주지 않는다는 남다른 ‘의리맨(?)’이 아니던가. 만약 인사문제의 배후에 김건희 여사마저 도사리고 있다면 더 어려워지지 않을까 싶다. 만약 인사로 정국전환을 꾀한다면, 윤대통령이 선택할 카드는 부분적인 보완인사 정도일 것이다. 윤희숙 전의원과 같이 보수층을 달래면서 중도층에 어필할 수 있는 비판적인 인사들에게 장관급이나 청와대 빈자리를 내 줄 수 있다. 

 야당과의 전략적 제휴나 연정과 같은 대통합기류는 기대하기 어렵지 않을까 싶다. 묻지마 부정 여론이 높아지는 상황에서 정권입장에서는 오히려 보수 지지층의 이탈을 가속화하는 결과만 초래할 가능성이 높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노무현 정부 당시 2005년 6월 대연정을 야당에게 제안했지만, 여당에서조차 반대하는 바람에 더욱 국정운영 동력을 상실하는 결과만 초래했었다. 야당이 본격적인 당대표 경선에 들어갔기 때문에 연정과 같은 제안은 당장 시기상 잘 맞지도 않는다.

근본적인 리더십의 문제, 단기 해결방안 잘 안보여

가오리 : 연정 같은 엄청난 창의력이나 상상력을 발휘하지는 못하더라도, 다른 뭔가가 있지 않을까?

코스모스 : 민심을 수습하기 위해 제한된 수준에서 통합 및 협치 행보를 보일 가능성이 있다. 보건복지부 장관, 금융위원장에 문재인 정부 출신이나 야당 인사를 임명하는 방안이 가능할 것이다. 8월 28일 이재명 의원이 민주당 대표가 되면 경제위기 극복을 명분으로 여야 영수회담을 제의할 것이다. 이재명 대표의 제의를 받아들여 협치 분위기를 조성하는 방안이 이론적으로는 가능하다. 

그러나 윤석열 대통령이 그런 선택을 할 것 같지는 않다. 윤석열 대통령 자신과 국민의힘 지지자 대다수가 이재명 의원을 정치적 카운터 파트가 아니라 형사 피의자로 보기 때문이다. 추석 연휴 때까지도 국정 지지율이 회복되지 않을 경우 6개월을 계기로 김대기 비서실장을 포함한 대통령실 참모들을 대대적으로 개편하거나 국무총리 및 장관들을 몇 사람 교체할 수 있을 것이다.

밀덕 : 대안을 만들기 어렵다고 본다. 근본적으로 리더십에 문제가 있다. 우선 행정부를 대하는 태도를 보면 완전히 상명하복을 요구하는 형태다. 1년마다 공무원 1% 감축하라고 지시했다. 실제로는 감축이 아니다. 동결된다. 증원 안 해줄 테니, 대신 손이 더 필요하면 각 부처에서 끌어모은 지진아들 받아 가라는 얘기다. 그러면서 감축이라고 한다. 문제는 이 소리를 들은 공무원과 공시생이 받을 시그널이다. 100만 공무원이 전부 속으로 ‘와, 꼼짝하지 말라는구나’ 싶을 것이다. 새 정부가 들어서면 새로운 정책을 펼치려 한다. 그러면 그 부처에 새로운 과가 생기고, 행안부에서는 그만큼 인력을 늘려준다. 그런데 T/O는 그대로고, 정 필요하면 지진아들 데려가라고 하니, 이제 어느 부처가 새로운 일을 하려 하겠는가? 

새 정부가 들어오면 국정과제란 게 제시된다. 이 정부는 아직까지 국정 과제라는 게 없다. 거기다 이제 인력도 안 주겠다고 한다. 한 마디로 새로운 일 하지 말라는 소리다. 거기다 공무원 개개인에게는 위협적으로 들린다. ‘자칫하다간 내가 5%에 속할 수도 있겠구나.’ 싶다. 공시생도 우울해진다. ‘합격자 숫자가 줄테니 더 박이 터지겠군’ 할 것이다. 이래저래 공무원들 사기가 뚝뚝 떨어지게 되어 있다. 새 대통령 스타일은 ‘시키면 시키는 대로 하지, 뭔 말이 많아?’는 것이다. 상명하복의 권위주의 시대로 돌아가게 생겼다.

대통령은 누가 뭐라고 해도 정치인이다. 그것도 가장 뉴스 비중이 큰. 그런데 대통령은 정치는 당에다 물어보라는 식이다. 그런데 이 당이 또 난조에 빠져 있다. 여당답게 정부와 함께 각종 현안 해결에 힘을 쏟는 모습이 없다. 오히려 당 대표를 쫓아내고 윤핵관으로 대체했다. 전당대회를 안 하겠다고 한다. 차기 주자(특히 안철수)를 조기 등판시키지 않겠다고 한다. 즉 권력 분산 위험을 아예 없애겠다는 얘기다. 인사는 대통령 측근 아니면 검찰이 다 먹고, 당은 계속 헛물만 켜고 있다. 조용히 불만이 쌓이는 중이다. 대통령도 여당도 정치하는 모습이 안 보인다. 현안은 속출하는데 해결책을 놓고 동분서주하는 모습이 안 보인다. 

시민사회는 걱정했던 대로 대통령이 완전히 자본과 가진 자 편만 드는 모습을 보고 있다. 진보언론은 서서히 목소리를 높이고 있고, 보수 언론은 ‘어어어’하는 가운데 슬슬 브레이크를 밟을 태세를 취하고 있다. 원래는 대통령을 바라보는 시민사회나 언론의 자세가 국민 여론을 좌지우지한다. 그런데 지금은 여론이 먼저 악화하고 있다. 즉 국민 여론이 앞서가고 시민사회와 언론이 뒤따라가고 있다. 여론도 가볍게 보는 대통령이다. 대통령은 지금 시민사회나 언론에 아무 관심 없다. 

행정부에 대한 권위주의적 태도, 정치에 있어서는 무능, 사회적으로는 무관심한 대통령의 리더십은 쉽게 바뀌지 않을 듯하다. 이로 미루어 볼 때 대통령 쪽에서 먼저 국면 전환할 어떤 방안을 내놓을 것 같지 않다.

현안에 대한 정부 기조 바뀌지 않을 것, 할 사람이 없어

가오리 : 그럼 정국 전환까지 안 가고, 지금 있는 현안들에 대한 처리 기조를 바꾸는 정도로 지지율 하락 사태를 수습하는 방법은 없겠나?

산돌 : 대부분의 기조를 그대로 가져갈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윤대통령은 당장 본인이 해결할 수 없는 문제들 - 물가 등 경제문제, 국회 개원, 이준석 징계 등 - 에 대해서는 시간에 맡길 가능성이 높다. 대신 서해 어부피살사건, 탈북어민 북송문제, 대장동 사건 등 지난 정부 관련 사건에 대한 수사 강도와 속도는 높여나갈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여기에는 방송 등 언론에 대한 부분도 추가될 조짐마저 보인다. 여론비판을 수용하여 내부혁신을 통한 국면전환을 꾀하기 보다는 지난 정부나 거대 야당, 넓게는 진보진영 전체와의 전선을 강화하고 확대함으로써 장기전을 꾀하면서 보수층에 위기감을 확산시켜 재결집을 노리는 전략을 선택하지 않을까 싶다. 

이명박 정부와 박근혜 정부를 거치면서 보수진영에서는 사과와 후퇴가 정권실패의 원인이라는 인식이 독버섯처럼 자리 잡고 있다. 정부에 대한 공세는 비이성적이며 정략적인 공격인 만큼 그에 굴복하지 말고 역으로 강하게 싸워나가야 지지층도 더 결집하고 정권도 안정화될 수 있다는 논리다. 현재 윤대통령 주변은 그런 인사들이 둘러싸고 있다. 

코스모스 : 윤석열 대통령과 대통령실, 그리고 국민의힘 등 현 정권의 가장 큰 특징은 ‘정무 기획’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과 김대기 비서실장, 이진복 정무수석 등 그 누구도 정무 기획에 대한 개념이 없는 것 같다.

 이준석 대표 징계 문제가 불거진 뒤 대통령실에서는 국민의힘 쪽에 “이준석 대표 징계가 어떻게 될 것 같냐” “이준석 대표를 중징계하면 여론이 어떻게 반응할 것 같냐” “이준석 대표 중징계 뒤에 전당대회는 언제 하게 될 것 같냐”고 자꾸 물어보는 일이 벌어졌다.

 과거 보수 정권에서는 모든 현안에 대해 대통령실에서 정무적 판단을 거쳐 시나리오를 만들고 정부나 여당에 ‘오더’를 내리는 방식으로 대처했다. 윤석열 정권은 각 현안 별로 제각각 다른 사람들이 대처하고 있다. 이를테면 이준석 사태는 장제원 의원과 권성동 원내대표, 국회 원구성은 권성동 원내대표, 경제와 물가는 추경호 경제 부총리, 해수부 공무원과 탈북어민 북송 사건은 김태효 1차장이 주도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앞으로도 현안별 처리 기조가 바뀌지 않을 것이다. 정국 전체의 흐름을 살피고 조정하고 관리하는 사람이나 기능이 아예 없기 때문이다.

바나나 : 동의한다. 지금 정국은 사실상 정부는 전 정부 수사를, 국회와 여당은 전 정부 압박을 하는데 주력하고 있는데, 당분간은 안 바뀔 것 같다. 지금까지 강경 일변도로 왔는데, 대통령실도 국정지지도에 별 신경을 쓰는 것 같지 않다. 신경이 쓰여도 뾰족한 다른 수가 없을 것이다. 다르게 말하면, 검사들은 일단 수사가 결과가 나올 때까지 밀어 부칠 수밖에 없다. 칼을 거두려면 다른 수사로 성적을 내야 한다. 그걸 지금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주로 안보를 갖고 먼저 수사를 해보다가, 안되면 정책이나 비리 쪽을 들쑤실 것이다. 방향은 달라져도 기조 자체는 바뀌지 않을 것이다. 검사가 수사를 안하면, 힘을 잃는다. 그러려면 당에 주도권을 넘겨주고 당이 수습을 해야 하는데, 당분간 그렇게 되기는 어려울 것이다.

밀덕 : 어민 북송이나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을 꺼내 든 것은 하지하책이다. 어떤 어젠다를 이슈 파이팅 거리로 삼을 때 이론의 여지가 없는 것이어야 한다. 그런데 북송은 살인마, 공무원은 도박 빚이라는 가시가 박혀 있다. 똑 떨어지는 주제가 아니다. 거기다 보수의 평소 스탠스와 어울리지도 않는다. 살인마의 인권이 평소 보수의 가치였나? 도박에 빠진 공무원을 옹호하는 게 보수의 윤리 기준에 부합하는가? 이래저래 뭐가 안 맞다. 오히려 전 정권을 친북으로 모는 색깔론으로 반격당하기 쉽다. 정무적 판단력이 의심스럽다. 그러면서 국정원을 압색하고 원장을 출금시켰다. 국방부 장관도 걸었다. 검찰을 믿고 판을 세게 벌인 셈이다. 정부가 무슨 일을 할 때 절대 근거 없이 막 아무렇게나 하지 않는다. 평생 정권 바뀌는 걸 다 감안해서 돌다리 두드려가며 강 건너다니는 게 공무원이다. 하물며 수십 년 남북관계를 다뤄온 국정원과 국방부가 한 일이다. 근거를 충분히 만들어 두었을 것이다. 

정권 초반은 인사권이 가장 강성할 때다. 당장이야 고위 공무원들은 시키는 대로 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공무원 사회 전반에 불신과 냉소가 퍼져나가고 있다. 공무원들의 입방아가 얼마나 무서운지 고공단 가급 인사까지 끝날 앞으로 3개월 후면 윤 정권이 절감하게 될 것이다. 

7월 15일 여의도의 식당에서 오찬 회동 마치고 나서는 장제원 의원과 권성동 원내대표.

국민의힘은 당내 정리도 쉽지 않아

가오리 : 대통령 지지율이 이렇게 계속 하락하면, 국민의힘이 여당으로서 어떤 역할을 하게 되지 않을까? 

밀덕 : 국힘은 지금 섭섭함을 넘어 울분이 쌓여간다. 집권이라는 잔치는 벌어졌는데, 밥상이 차려지지 않는다. 검찰과 김건희와 대통령과 친한 이들만 신났다. 전대를 하게 되면 그나마 그 계기를 통해 당의 목소리를 높여 보겠지만, 계속 권성동 대행 체제로 가면 윤핵관 외에는 낙이 없다. 인사 부탁을 하려면 법무부 장관한테 전화해야 한다. 한동훈이 호락호락 여당 의원들 부탁을 들어줄 리 없다. 그러면 전부 장제원만 쳐다봐야 한다. 

결국 2023년 6월까지 대행 체제로 갈 수는 없고, 할 수 없이 전대를 치를 수밖에 없을 것이다. 지금 안철수가 엎어져 있다. 괜히 눈에 거슬렸다간 당 대표 못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계속 대통령 지지율이 떨어지고 있다. 대통령 편을 들 것인가, 차별화에 나설 것인가를 놓고 고민하게 되어 있다. 아마 안철수의 성정상 슬슬 새로운 대안, 새로운 정치를 부르짖을 공산이 크다. 그러다 덜컥 개헌론을 꺼내들 수도 있다. 국힘 내부에 안철수 외에 국힘 정통 세력 중에 유승민은 너무 상처를 많이 입었고, 오세훈과 홍준표가 밖에 나가 있고, 나경원 밖에는 없다. 나경원은 윤 편에 설 텐데, 그러면 안철수와 또 분열하게 된다. 이래저래 국힘의 앞길도 험난할 것이다.

산돌 : 대통령 지지율이 더 떨어진다면, 국민의힘도 변화요구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문제는 윤대통령도 그렇지만 국민의힘도 선택할 수 있는 대안이 거의 없다는 사실이다. 기껏해야 직무대행체제를 비대위체제로 전환하는 정도다. 전당대회를 통해 새로운 지도부를 구성하고 싶어도 이준석 대표가 사퇴해주지 않는 한 어렵다. 이준석 대표로서는 사퇴할 이유도 명분도 없다. 혹시 누군가 경찰수사 결과를 무혐의로 약속해준다면 모를까. 비대위원회를 구성한다고 해도 정국을 뒤흔들만한 카드도 잘 보이질 않는다. 윤대통령이 버티는 한, 비대위체제가 되어도 국민의힘은 강성 윤핵관들이 계속 주도권을 다잡아 나가지 않을까 싶다. 게다가 총선까지는 아직 시간도 많이 남아 있으니 말이다.

코스모스 : 국민의힘은 당분간 권성동 유일체제로 갈 것이다. 다만 이준석 대표에 대한 경찰의 충만한 수사 의지가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경찰 수사가 갑자기 급진전하며 이준석 대표가 성접대를 받았고 그동안 거짓말을 한 것으로 확인될 경우 이준석 대표가 대표직에서 물러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김기현 전 원내대표, 안철수 의원, 장제원 의원 등 여러 사람이 희망하는 시나리오다.

바나나 : 국힘은 원래 힘센 사람이 있을 때는 쥐죽은 듯이 납작 엎드린다. 당의 주류인 TK가 지난 대선에서 윤석열이 후보로 뽑힌 다음에는 단 한번도 발목을 잡지 않았다. ‘찍히면 죽는다’는 걸 잘 안다. 비겁한게 아니라 원래 보수는 생존이 가치이자 목표다. 납작 엎드려서 뭘 하느냐면, 주류가 분열되기를 기다린다. 기다리면 기회가 온다. 주류에서 떨어져 나온 세력과 연합해서 판을 뒤집는다. 이게 보수의 역동성이다. 다음 당 대표 선출 때까지 물밑 움직임이 가속화 될 것이다.

민주당은 대선 2라운드를 원하겠지만, 위기가 될 수도

가오리 : 정부와 여당의 위기는 민주당에게는 기회다. 어떤 모습을 보여줄까?

산돌 : 민주당은 윤석열 대통령의 지지율 하락 덕분에 지방선거이후 내분 사태로 인한 하향국면을 벗어나는 듯싶다. 윤대통령에 대한 실망감은 상대적으로 이재명 의원을 부각시키면서 당대표 경선에서 보다 더 유리한 상황을 제공해 주는 것 같다. 민주당내 계파갈등도 대통령 지지율 하락으로 인해 그 강도와 정도가 분당사태까지 우려했던 때에 비해 점점 약해지는 모양새다. 윤석열 정부의 지리멸렬함과 이재명 당대표 시대는 민주당에게 기회일 수도 있지만, 절대다수 야당으로 조기에 국정운영 책임을 나눠져야 한다는 위험부담도 있다. 윤석열 대통령과 이재명 대표의 충돌은 윤석열 정부에게는 지지율 반등의 기회로 작용할 수도 있다. 대선 2라운드처럼 연출할 수만 있다면 말이다. 

밀덕 : 민주당은 8월 말 전대를 향해 달리느라 대단히 전투적이 될 것이다. 모든 후보가 경쟁적으로 윤 정권 공격에 매진한다. 언론은 친명 대 반명으로 구도를 긋고 팬덤 정치를 공격하고 이재명의 도덕성을 물고 늘어지겠지만, 반명이 힘을 제대로 못 쓰는 조건이니 기사 거리가 딱딱 맞게 안 나와 줄 것이다. 반면 이재명은 신나게 윤을 공격한다. 전대가 끝나도 이르면 9월부터 정기국회가 시작된다. 이재명 당 대표는 기정사실이고, 공천권을 의식한 의원들이 명 눈에 띄려고 열심히 국감을 할 것이다. 야당의 공세는 가열될 수밖에 없다. 

이재명 의원은 7월 18일 현충원 김대중 대통령 묘소에 참배하고, 연세대 청소노동자 간담회에 참석했다.

코스모스 : 민주당이 공격해서 국정 지지도를 떨어뜨린 것도 아니고, 국정 지지도 하락으로 인한 반사이익을 누릴 상황도 아니다. 민주당은 7월 28일 대표 및 최고위원 예비경선, 8월 28일 지도부 선출 전당대회를 한다. 8월 28일까지 정치 뉴스를 전혀 생산하지 못하는 역설적 상황이 불가피하다. 어대명(어차피 대표는 이재명)이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8월 28일부터 정국에 다시 등장하게 될 것이다.

바나나 : 민주당 전당대회 결과가 선명하다. 이재명은 당권을 잡으면 당을 완전히 장악하려고 들 것이다. 지난 대선에서 당이 잘 안 도와줬다는 생각도 강하고, 본인을 포함해서 사정 정국을 돌파하기 위해서라도 당을 본인의 친위부대로 만들어야 한다는 절박감이 있다. 사실 계양 출마나 당 대표 출마나 생존의 문제이기 때문에, 다른 이야기가 귀에 들어오지 않는 것이다. 여기서 물러서면 바로 죽는다는 생각이 있다. 좀 무리하다 싶은 일도 강행할 것이다. 당내에서나 대여 대정부 투쟁에서나 전투 모드로 임할 것이다. 그런데 이게 위기에 빠진 여당을 살릴 수도 있을 것 같다. 국민들은 야당이 무리하게 발목을 잡고, 방탄국회를 한다고 생각하면 여당에게 힘을 실어줄 것이다.

태풍이 걷히고 정치가 정상화 되는데 시간 걸릴 것

가오리 : 대통령과 정부의 국정 수행 능력이 올라오기도 어렵고, 당장 여당에도 야당에도 딱히 희망을 걸기 어렵다면, 정말 이건 여야를 떠나서 국가적인 위기가 아닌가? 정말 어떤 해결책이 없겠는가?

산돌 : 경제 문제야 이미 대선 전부터 예고된 일이었다. 인사문제도 그 정도의 차이지만 늘 있어왔던 일이다. 박빙의 승부 탓으로 돌리기에도 뭔가 애매하다. 그나마 선명한 부분은 이준석 대표 징계다. 20대는 대선 전부터 윤석열 대통령의 지지율에 큰 영향력을 미쳐왔다. 만약 이준석 대표가 자리를 유지하고 있었다면, 20대 지지율이 급락하는 일도 벌어지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렇다면 40%를 유지하거나 최소한 하락 속도를 늦추는 효과는 가져오지 않았을까 싶기도 하다. 너무 단세포적인 분석일지도 모르지만, 어쩌면 가장 현실적인 진단이 아닐까 싶다. 

하나 더 들자면 최소표차 대통령의 최대권력행사에 대한 반감을 들 수 있다. 우리 국민들은 ‘빈정 상하는 일’을 싫어한다. 대통령이든 대통령 부인이든 사람이니 실수도 할 수 있고, 잘못 판단할 수도 있다. 그런데 방귀 뀐 사람이 성내면 안 된다. 아무리 무지렁이라도 함부로 무시해서는 안 된다. 아무리 배고픈 거지라도 던져주는 밥에는 화를 낸다는 옛말이 있듯이 말이다. 대통령과 대통령 부인은 3월 10일 이전까지는 일반 국민들과 크게 다를 바 없는 사람들이었다. 그런데 하루아침에 무슨 세상에 둘도 없는 선남선녀이자 절대 지존인 양 행세하려 덤벼든다면 어느 국민이 좋아하겠는가? 국민들은 윤대통령의 탈정파적이고 순박한 듯한 우직함을 좋아했다. 누구보다 국민 편에서 그 충직한 우직함을 발휘해 줄 것을 기대했다. 그런데 우직함의 대상이 국민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인상을 심어준 게 아닌가 싶다.

  더 근본적이고 철학적인 원인을 파고들자면, 패싸움에 가까운 정당정치와 선거문화에 따른 민주주의의 위기를 들 수도 있다. 반복되는 단임제 대통령의 한계를 들 수도 있다. 매 정권마다 반복되는 패턴이다 보니 윤석열 개인의 문제라고 보기에도 한계가 있는 게 사실이다. 정당정치, 선거문화, 대통령제 등 현대 민주주의를 둘러싼 여러 가지 문제점에 대한 개선방안을 마련해서 보완해 나갈 수도 있겠지만, 대의제 민주주의라는 시스템에 갇혀있는 한 완전한 해결은 불가능하지 않을까 싶다.

바나나 : 정부와 여당이 모두 집권 준비가 전혀 안되어 있었다. 윤석열은 문정부의 재집권을 막겠다는 것 외에 다른 목표가 없었다. 통치는 관료가 하고 검사가 감시하면 된다고 생각한다. 당의 TK 주류는 팔짱끼고 지켜보는 중이다. 당내에서 윤핵관이 당과 정부를 견인할 능력이 없어 보인다. 철학도 도덕성도 문제다. 결국 유능한 통치 세력이 없는 것이다. 대통령과 주변 그룹이 단독으로 통치를 할 만한 역량의 부족을 인정하고 윤핵관을 뒤로 물리겠다고 선언하고 당에 SOS를 치는게 나을 것 같다. 그 전까지는 해결되기 어려워 보인다.

사진:셔터스톡

왕관의 무게를 견딜 힘이 없는 대통령

밀덕 : 왕관의 무게를 견딜 힘을 갖추지 못한 채 대통령이라는 불판 위에 올라 춤을 추는 윤이다. 모든 난리의 근본 원인은 거기에 있다. 윤이 자신을 내려놓고 중심을 비운 뒤, 그 중심에 보수진영의 정수들을 모으고 거기서만 대장 노릇을 하겠다고 했으면 문제의 80%는 해결 가능했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 완전히 거꾸로 가고 있다. 만기친람하려 들고 있다. 검찰 총장이었으니 부하 검사들 다루듯이 공무원들 다루고, 정보 흘리며 길들였듯 언론 길들이고, 피의자 족치듯 야당과 시민사회를 족치려 한다. 정책은 관심 없고, 비전도 대계도 애당초 생각해본 적조차 없다. 

남은 건 하나. 전 정권의 일거수일투족을 낱낱이 털어 포토 라인에 세움으로써 국민의 시선을 돌리고, 보수 지지층을 묶어 세우는 길. 할 줄 아는 게 그것밖에 없다. 문 정권도 박근혜, 이명박을 그렇게 했으니 자기도 그렇게 하는 게 뭐가 잘못이냐고 할 것이다. 2024년 봄 22대 총선을 6개월쯤 앞둔 23년 가을쯤부터는 거의 내전 상태가 될 듯한 예감이다. 

코스모스 : 현재 벌어지는 장면은 정치 경험이 없는 윤석열 대통령이 당선되면서 충분히 예견됐던 상황이 자연스럽게 나타나는 것에 불과하다. 이른바 보수 세력은 문재인 정부에 대한 증오 때문에 문재인 정부의 검찰총장을 보수의 대선주자로 만들어 문재인 정부에 가장 뼈아픈 패배를 안기는 데 성공했다. 그러나 딱 거기까지였다.

 윤석열 대통령이 대한민국을 운영할 수 있는 역량을 갖고 있지 못하다는 사실은 누구가 알고 있었다. ‘예고된 참사’인 셈이다. 따라서 앞으로도 해결은 불가능하다. 윤석열 대통령 국정 지지도는 당분간 30~40%대를 오르락 내리락할 것으로 본다. 변곡점은 선거다. 2024년 국회의원 총선거를 앞두고 여야의 혁신 경쟁이 벌어질 것이다. 총선에서 여당이 승리하면 윤석열 대통령의 국정 지지도가 50% 이상으로 다시 치솟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