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bpx
최근 편집 2022. 08.15. 00:00

[박정욱 칼럼] 푸틴의 나비효과, 사우디아라비아의 부활과 바이든의 위기

By | 2022년 7월 6일 | 국제, 미분류, 정치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7월15일 사우디아라비아로 날아간다. 바이든의 상대는 사우디의 실질적 통치자인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 2018년 튀르키예의 사우디대사관에서 발생한 언론인 암살사건의 배후로 지목되며 국제적인 ‘트러블 메이커’로 급부상한 바로 그 사람이다. 이 사건 때문에 바이든 행정부는 사우디를 ‘불량국가’라 부르며 냉랭한 관계를 지속해 왔다.
미국 내에서 “인권을 경시한다”는 비판이 만만치 않은데도 바이든이 부랴부랴 사우디를 방문하는 이유는 뭘까? 중동 정치를 연구하는 박정욱 <MBC> 피디는 그 출발점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글로벌 경제위기에서 찾은 뒤, 그 결말이 미-이란 핵협상의 약화, 이스라엘-사우디 관계개선 등으로 나타날 것이라 전망한다. 푸틴의 나비효과로 미국의 대외정책 기조가 변화하며, 중동에서 질서 재편의 시대가 시작됐다는 얘기다.[편집자 주]

✔팬데믹으로 주춤하던 사우디,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부활
✔언론인 살해 배후로 알려진 국제 불량배 왕세자 MBS
✔중간 선거를 앞두고 유가 안정을 위해 다급해진 바이든
✔미-이란간 핵 협상은 약화되는 등 중동의 새 질서 예견돼

사우디아라비아의 차기 왕위 계승자이자 사실상의 통치자인 무함마드 빈 살만(MBS) 왕세자. (사진:셔터스톡)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중동에서 ‘나비효과’를 일으키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이 본격화된 이후 미래가 잿빛이었던 사우디아라비아가 부활의 날갯짓을 하고 있는 것이다.
코로나 사태로 전세계적으로 석유 수요가 급감하며 국제유가가 크게 떨어졌고, 석유 수출로 먹고 사는 사우디 경제는 휘청거렸다. 코로나19로 여행산업이 붕괴하면서 미래 먹거리로 야심차게 추진하고 있던 홍해 개발 프로젝트 등 관광산업도 위기를 맞았다. 그 와중에 새로 취임한 미국 조 바이든 대통령은 사우디에 냉랭한 태도를 견지했다. 바이든은 대통령 후보 시절부터 사우디아라비아의 차기 왕위 계승자이자 사실상의 통치자인 무함마드 빈 살만(이하 MBS) 왕세자를 공개적으로 비판해 왔다. 한 발 더 나아가 바이든 대통령은 핵협상을 통해 이란에 대한 각종 제재를 풀어줄 의사가 있음을 분명히 했다. 이란은 사우디 안보의 최대 위협으로 꼽히는 나라다. MBS가 이끄는 사우디 왕정은 바야흐로 사면초가에 놓인 듯 보였다.
하지만 2022년 2월 푸틴이 러시아군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명령한 이후 모든 것이 변했다. 전세계적으로 물가가 급등하면서 글로벌 경제 침체가 예고됐지만, 역설적으로 사우디는 호재를 맞았다. 물가 인상을 주도하는 국제유가가 전세계 원유 생산량 1위인 이 나라에 효자 노릇을 하고 있는 것이다. 사우디는 국제유가 급등과 함께 경제 호황을 누리고 있다(표1).
이와 동시에 사우디의 국제적 위상도 껑충 뛰어오르고 있다. 국내 뉴스에서는 덜 주목하지만, 현재 세계의 눈은 MBS의 일거수일투족에 쏠려 있다. 어떤 나라들은 석유 증산에 대한 기대감 때문에, 또 다른 나라들은 식량난과 물가 인상으로 고통을 당하는 상황에서 ‘현금 부자’ 사우디의 도움을 바라며 MBS의 응답을 기다리고 있다.

표1. 사우디아라비아 GDP 성장률

이런 상황에서 무엇보다 관심을 끄는 이슈는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사우디 방문이다. 바이든은 MBS를 만나러 7월15~16일(현지시각) 이틀 동안 사우디 제다를 찾는다. 바이든은 제다에서 사우디 왕세자뿐만 아니라 사우디와 함께 GCC(걸프협력회의)를 구성하고 있는 중동 5개국의 정상들도 만난다. 여기에 이집트, 이라크, 요르단 정상들도 초청됐다.
미국 대통령이 중동의 정상들을 만나는 건 그리 특이한 일은 아니다. 하지만 이번 회동은 좀 다르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국제 유가를 비롯해 글로벌 인플레이션이 심각한 상황에서 중동의 산유국 정상들과 바이든 대통령이 만나는 것이기 때문이다. 특히 사우디는 OPEC(석유수출국기구)의 수장국이자 세계에서 석유를 가장 많이 생산하는 나라다. 게다가 바이든은 MBS가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의 살해를 지시했다는 점을 들어 그를 강하게 비판해 왔던 터여서, 이번 제다 방문은 ‘전격적’인 변화로 인식될 소지가 크다. 바이든은 언론인 살해사건 이후 사우디를 ‘불량국가’라고 칭하기까지 했다. 과거 북한이나 사담 후세인 치하 이라크 등에 썼던 표현을 오랜 우방국에게 붙인 것이다.
바이든과 중동 정상들의 만남에선 이란 핵협상과 관련한 안보 이슈뿐만 아니라 국제유가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원유 증산 문제도 거론될 것으로 전망된다. 결과에 따라 바이든의 이번 행보는 중동 질서 재편의 서막이 될 수도 있다.

<카슈끄지 사건: 워싱턴은 사우디 왕세자의 짓이라 비난한다>라는 제목의 르몽드 1면 기사. (사진:셔터스톡)

왕위 계승자가 된 ‘망나니’ 왕자

긴 이야기를 풀어나가기 전에 먼저 MBS라는 인물을 살펴보자. 그는 1985년생의 비교적 젊은 왕세자다. 원래 사우디는 건국 이래로 창업군주인 압둘아지즈 알 사우드 국왕의 아들들이 돌아가면서 왕위를 물려받는 형제 계승 원칙을 따랐다. 이는 압둘아지즈 알 사우드 국왕의 유언이었기에 이후 누구도 흔들 수 없는 원칙이었다. 현 살만 국왕 역시 초대국왕의 아들이었고, 그의 사후 왕위는 살만의 형제인 다른 왕자에게 돌아가게 돼 있었다. 그렇기에 살만 국왕의 아들인 MBS는 비록 왕자였지만 어린 시절부터 장차 왕위 계승을 기대할 수 있는 처지가 아니었다. 그래서 미래 국왕으로서의 엄격한 예절교육이나 해외유학과 같은 선진교육을 받지 않았다. 오히려 부잣집 막내도련님처럼 버릇없이 자랐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일례로 그는 ‘일개 왕자’이던 시절 우편국의 한 공무원에게 불법적인 청탁을 한 일이 있었다. 강직했던 그 공무원은 아무리 왕자의 청탁이더라도 원칙에 어긋나는 일은 할 수 없노라고 거절했다. 그러자 MBS는 그 공무원에게 소포를 보냈는데, 소포 안에는 총알이 들어 있었다고 한다. ‘까불면 죽는다’는 경고를 보낸 것이다. 이 일화로 한동안 MBS에겐 ‘미스터 총알(Mr. Bullet)’이라는 별명이 따라다녔다.
그런데 아버지 살만 국왕이 사실상 궁정 쿠데타를 벌여 형제승계 원칙을 파하고 아들 MBS가 왕위를 물려받도록 만들었고, 이 철부지 젊은 왕자는 갑자기 사우디아라비아의 실권자이자 미래 권력이 되었다. 차기 국왕으로서 가져야 할 태도를 배우지 못하고 자란 혈기왕성한 왕세자는 병세가 깊어 뒤로 물러난 아버지를 대신해 권력을 잡은 뒤 사고를 치고 말았다. 평소 자신에게 비판적이던 언론인 카슈끄지를 살해하도록 지시한 것이다. 이게 더욱 큰 문제가 된 건 2018년 카슈끄지가 살해당한 장소가 튀르키예 이스탄불에 소재한 사우디 대사관이었다는 점이다. 아무리 대사관이 치외법권 지역이라지만 엄연히 외국인 튀르키예에서 살인사건을 저지를 만큼 MBS는 외교에 어두웠고, 국가 지도자로서 필요한 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한 상태였다.(물론 MBS는 이 살인교사 혐의를 적극 부인하고 있지만, 튀르키예 수사당국이나 미국 정보당국에서는 MBS의 살인 개입을 거의 단정적으로 확신하고 있다.)
카슈끄지 살해 사건으로 MBS는 궁지에 몰린다. 미국을 비롯한 서방국가들은 이를 심각한 인권탄압이라고 성토하고 나섰다. 당장 MBS가 주도하던 네옴시티 개발 사업에 미국 등 서방국가의 펀드 모금이 저조해졌다. 그 사건 당시 상원의원이었던 미국의 바이든 대통령도 MBS를 강력하게 비판했다. 주요 교역 파트너였던 튀르키예와의 관계도 망가졌다. 사우디 정부는 사건을 수사하는 튀르키예와 비밀리에 접촉해 무마하려고 시도했지만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은 아랑곳하지 않고 수사 결과를 공개해버렸다. 물론 배후에 MBS가 있다는 내용이었다. 사우디 왕세자가 대노했을 것임은 불을 보듯 뻔하다. 이후 사우디 정부는 비공식적으로 튀르키예 제품에 대한 불매운동을 전개했다. 그 결과 튀르키예에서 사우디로의 수출은 2020년 그 전년도에 비해 92%나 급감했다. 양국 관계는 차갑게 얼어붙었다.

MBS의 카슈끄지 살해를 방관하는 트럼프 대통령을 비난하는 시위대. (사진:셔터스톡)

트럼프가 그린 큰 그림 : 아브라함 협정

이런 궁지에서 MBS를 구해준 인물이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다. 미국 국내외 여론이 MBS를 몰아세우는 와중에서도 트럼프는 굳이 그를 탓하지 않았다. 미국 상원은 카슈끄지 살해사건을 이유로 사우디에 F-35 전투기 등 무기 수출을 제한하는 내용의 결의안을 통과시켰다. 하지만 트럼프는 “중동은 잔인하고 난폭한 일이 많이 일어나는 지역이며 이란 등 다른 나라에서도 그런 일을 벌인다”며 MBS를 감쌌다. 미국 내에서는 “무기를 팔기 위해 인권을 도외시한다”며 트럼프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그런데 트럼프가 MBS의 편을 드는 건 단지 무기를 팔기 위한 비즈니스 상술이 아니었다. 트럼프 행정부는 중동에서 더 커다란 그림을 그리고 있었다.
미국은 조지 W. 부시 행정부 때 ‘테러와의 전쟁’을 일으키면서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에 대규모 병력을 주둔시켰다. 이후 이라크와 시리아가 내전 상태에 빠지고 급진 이슬람주의 세력이 비약적으로 성장하면서 미국 안보전략의 중심이 중동으로 기울었다. 하지만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이라크 철군을 시작했고 미군은 중동에서 서서히 발을 빼기 시작했다. 뒤이은 트럼프 대통령은 미군의 해외 주둔 자체를 달가워하지 않았다. 그는 미국의 돈과 병력으로 다른 나라를 지켜주는 데 동의하지 않았다. 오바마와 트럼프를 거치면서 미국은 중동의 비중을 현저히 낮추는 대신 새롭게 떠오르는 라이벌 중국을 견제하는 방향으로 안보전략을 틀었다.
미국이 중동에서 철수할 것처럼 보이자 가장 급해진 나라가 이스라엘과 사우디였다. 이스라엘은 중동 지역에서 전통적인 미국의 동맹국이다. 온통 적으로 둘러싸인 이스라엘은 그 스스로도 강력한 국방력을 갖추고 있지만 동시에 미국과 손을 잡음으로써 위태로운 국가 안보를 수호해왔다. 이스라엘은 1946년 이래로 1460억 달러 이상의 군사원조를 미국으로부터 받았다. 미국의 해외 군비 지출의 최대 수혜국이다. 사우디 역시 한동안 주변의 아랍 공화국들과 시아파 세력에게 위협을 당하면서도 미국의 든든한 보호 덕분에 왕정을 보존해 올 수 있었다. 세계 원유 생산량 1위 국가인 사우디는 석유 거래를 달러로만 결제함으로써 미국의 달러 패권을 유지해 주었고, 미국은 그 대가로 사우드 왕가에 안보 우산을 제공해 왔다. 미국이 중동에서 발을 뺀다면 이스라엘과 사우디는 당장 안보 불안에 노출된다.
트럼프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솔루션을 마련했다. 그리고 해결사 역할을 자신의 사위인 재러드 쿠슈너 백악관 선임보좌관에게 맡겼다. 그 자신이 유대인이며 독실한 유대교 신자였던 쿠슈너는 중동을 부지런히 뛰어다니며 물밑에서 모종의 작업을 진행했다. 그런 과정을 거쳐 트럼프 행정부의 빅 픽쳐가 세상에 공개됐다. 2020년 9월15일 미국 백악관에서 이스라엘은 아랍에미리트 및 바레인과 관계 정상화에 합의하는 ‘아브라함 협정(Abraham Accords)’에 서명했다. 그동안 이집트와 요르단을 제외한 아랍 세계는 이스라엘을 ‘국가’로 인정하지 않았다. 그저 팔레스타인을 불법적으로 점령한 세력으로 취급했다. 비아랍 국가인 이란과 튀르키예 역시 팔레스타인 무슬림들을 억압하는 이스라엘에게 적대적 혹은 비판적인 태도를 보였다. 이스라엘은 사방이 적이었다. 하지만 트럼프는 안보적으로 고립된 이스라엘에게 숨통을 틔워주었다. 걸프 지역의 아랍 왕정국가들과 이스라엘이 관계 정상화에 나서도록 주선한 것이다.
시작은 아랍에미리트와 바레인이었지만 트럼프 외교의 궁극적 목표는 이스라엘과 사우디가 손을 잡는 것이었다. 이는 단순히 두 나라간 국교 수립의 범위를 넘어 걸프 왕정을 비롯한 아랍국가들과 이스라엘이 군사동맹을 맺는 것을 궁극적인 목표로 삼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판단이었다. 미국이 빠지는 대신 아랍 국가들과 이스라엘이 서로 군사적·경제적 협력을 발전시킴으로써 이스라엘에게 불리했던 안보 환경을 바꿔놓겠다는 것이다. 그러자면 공통의 적이 필요했다. 트럼프는 이스라엘과 사우디의 공통의 적으로 이란을 제시했다. 트럼프 집권 이후 미국은 이란과의 핵합의를 일방적으로 파기했으며, 이란 혁명수비대의 거물인 거셈 솔레이마니를 암살하면서 이란과의 긴장 관계를 극대화시켰다. 시아파 맹주인 이란은 수니파 왕정국가 사우디의 오랜 라이벌이었다. 또한 이란은 이스라엘에게 저항하는 헤즈볼라 민병대와 하마스 등을 지원하면서 이스라엘 안보의 최대 위협이 되어 왔다. 미국은 그런 이란에 맞서기 위해 이스라엘과 사우디가 손을 잡는 것이 중동 안보에 필수적이라고 부추겼다. 이러한 배경 아래서 이스라엘과 사우디는 점차 관계가 가까워졌다.
그렇지만 두 나라 사이의 관계 정상화 작업은 현재 진행이 멈춰 있다. MBS가 국내외 이슬람 근본주의 세력의 반발을 우려해서다. 국가 안보 이익으로는 이스라엘과 손을 잡는 게 타당한 방법이지만 사우디 왕정을 떠받치고 있는 한 축인 와하비 이슬람주의자들이 팔레스타인 무슬림 형제들을 억압하는 이스라엘과 손잡는 데 찬성할 가능성이 높지 않다. 아무리 전제왕권을 휘두르는 MBS라고 해도 대중들에게 큰 영향력을 미치는 이슬람근본주의자들의 여론을 마냥 무시하기는 어렵다.

바이든 행정부와 이란

2020년 미국 대선에서 트럼프가 재선에 실패하면서 중동의 판은 또 한 번 흔들렸다. 새로 출범한 바이든 행정부는 트럼프가 중동에 벌려 놓은 게임을 이어갈 생각이 전혀 없었다. 오히려 트럼프가 공공의 적으로 내세운 이란과 대화를 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바이든은 트럼프가 깨뜨린 이란 핵합의를 복원하고자 했다. 바이든 역시 오바마-트럼프로 이어지는 ‘중동에서 발 빼기’ 프로젝트를 지속하고자 한다. 하지만 그 핵심은 중동 최대 적대국인 이란과의 관계를 정상화함으로써 안보 위협을 줄이는 데 방점을 찍었다. 오바마 행정부의 연장선상에 있다. 이런 맥락 아래서 핵협상 복원을 위한 줄다리기가 미국과 이란 사이에 시작되었다.
반면 바이든 행정부는 사우디에게 냉랭했다. 상원의원 시절부터 MBS의 카슈끄지 암살 사건을 강력하게 비판해 온 바이든은 집권 이후에도 그런 태도를 이어갔다. 미국은 사우디에 수출하기로 했던 최신예 전투기 F-35의 판매 결정을 뒤집었다. 또한 바이든 행정부는 대놓고 MBS를 무시했다.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언론 브리핑에서 “바이든 대통령은 사우디와의 관계를 재조정할 의향을 갖고 있다”고 밝히면서 “바이든 대통령의 대화 상대는 살만 국왕”이라고 언급해 눈길을 끌었다. 그동안 사우디의 사실상의 국가원수로 대우해 주었던 MBS를 깎아내리는 발언이었다.
이스라엘과 사우디는 다시 술렁거렸다. 일단 이란에 대한 협상을 재개하려는 미국에 대해 강력한 반대 의견을 제시했다. 이스라엘은 오바마가 진행했던 기존 핵합의가 장차 이란에게 핵무기를 쥐어줄 것이라고 여긴다. 이란의 우라늄 농축 시설 등 핵시설에 대한 사찰이 불완전하며, 그 사찰마저도 시한부(15년)인 일몰조항이 있고, 핵사찰 대상 시설 역시 기존에 노출된 시설에 한정한다는 것이 핵심적인 이유이다. 다시 말해, 이란은 핵사찰을 합의한 이후에도 사실상 핵무장 능력을 유지할 수 있으며 일정 기간이 지나면 결국 핵무기를 보유하게 될 것이라는 게 이스라엘의 주장이다. 이스라엘은 미국에게 강력한 로비 활동을 벌이는 한편, 직접 행동에 나서 이란 핵시설을 폭격할 수도 있음을 여러 차례 경고했다. 사우디 역시 가뜩이나 예멘 반군 등을 통해 자국의 안보를 위협하는 이란이 미국과의 핵협상을 타결시켜 모든 제재를 해결할 경우 미군이 떠난 중동에서 엄청난 영향력을 행사하는 헤게모니 국가로 거듭날 것이라고 우려한다. 사우디의 실권자인 MBS로서는 가뜩이나 자신을 싫어하는 바이든에게 마음이 돌아선 터였는데 안보 문제까지 서로 삐걱대니 기존의 대미 협력 노선을 진지하게 고민할 수밖에 없어졌다.
반면 미국과 이란 사이의 핵합의 복원 협상은 상당한 진전을 보이고 있었다. 협상 타결에 자신감이 붙은 이란은 오히려 새로운 조건을 걸고 나왔다. 이란 혁명수비대를 미국이 지정한 테러단체 리스트에서 빼달라는 것이다. 원래 이란 정부가 내세운 핵협상 재개 조건은 “트럼프가 새로 부과한 제재를 즉각 해제하라”는 것이었다. 하지만 실제로 논의가 진전되면서 핵협상 타결 가능성이 높아지자 혁명수비대가 끼어들었다. 혁명수비대로서는 만일 핵협상이 타결되어 이란에 대한 제재가 풀리더라도 여전히 혁명수비대에 대한 제재가 남아 있게 된다면 자신들에게 떨어질 떡고물이 없는 셈이다. 이란의 최대 기득권 세력이라고 할 수 있는 이들로서는 손가락만 빨고 있을 수 없다고 여겼을 것이다. 하지만 이란 정부가 혁명수비대의 요구를 미국 측에 협상 재개 조건으로 밀어 넣은 것은 패착이었다. 이는 미국 내 공화당을 비롯한 반이란 세력에게 힘을 몰아주는 결과를 낳았다. 바이든이 이란 정부의 말을 들어줄 경우 미국 내에서는 테러 집단의 족쇄를 풀어준 무능력한 대통령으로 공격을 당할 게 뻔했다. 미국 안에서 핵협상 비토 여론이 강해졌고 미국과 이란의 협상도 중단되었다.

바이든의 중동 방문 : 유리한 패를 쥔 사우디

한편 물가는 이미 심상치 않았다. 오랫동안 양적완화 정책을 펴왔던 미국은 이미 상당한 물가 인상 압력을 받고 있었다. 2022년은 원래 강력한 통화정책이 예고되어 있던 해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는 인플레이션을 통제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내비쳐 왔다. 그런데 올해 2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전격 침공하면서 사정이 달라졌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강세였던 국제 에너지 가격은 급상승했다(표2). 국제 곡물가도 크게 뛰었다. 미국 경제는 가파른 물가 상승에 휘청거리고 있다. 미국만이 아니다. 전 세계가 인플레이션으로 고통을 당하고 있다. 그로 인해 미국의 중동 정책도 크게 흔들리고 있다.

표2. 국제 유가 추이 (2021.07.~2022.07.)

오는 11월에 중간선거를 치르는 바이든은 인플레이션을 해결해야 민심을 잡고 선거에서 승리할 수 있다. 그러자면 고공행진 중인 국제유가를 떨어뜨려야 하는데, 가장 확실한 대안은 산유국들이 원유 생산을 늘려주는 것이다. 당연히 원유 생산 월드 랭킹 1위인 사우디에게 도움을 청할 수밖에 없다. 그동안 미국은 직간접적으로 사우디에게 협조를 요청했으나 바이든에게 마음이 상한 MBS는 차갑게 거절했다. MBS로서는 자신을 살인자로 몰아붙인 데다 국가 안보의 최대 위협 세력인 이란과의 협상을 지속하고 있는 바이든을 웃는 낯으로 대할 이유가 없었다. 오랜 동안 긴밀한 협력관계를 유지해 왔던 미국과 사우디 사이에 이상기류가 흐르고 있었다. 일각에서는 바이든이 이란을 얻으려다가 사우디를 잃게 될지 모른다는 지적도 제기했다. 어찌됐든 사우디 정부가 석유 증산을 거절함으로써 초강대국 미국의 대통령은 체면을 구겼다.
그러던 중 지난 6월 중순 백악관은 바이든 대통령의 중동 방문을 전격 발표했다. 7월 중순에 이스라엘 텔아비브와 사우디아라비아 제다를 차례로 방문하는 것이다. 게다가 제다에서는 사우디 정상뿐만 아니라 중동 지역의 주요 국가 정상들까지 모일 예정이다. 친이란 국가로 분류되는 시리아와 레바논을 제외하면 중동의 아랍 국가 모두가 한자리에 모이는 대규모 정상회담이 열릴 예정이다. 언론에서는 바이든의 사우디 방문이 석유 증산과 관련이 있으리라고 예상했지만 바이든은 ‘석유가 아니라 안보’ 때문에 가는 거라며 주변의 시선을 일축했다. 사실 그동안 바이든이 인권을 내세워 MBS를 몰아세우고 사우디를 ‘불량국가’ 취급했던 전례를 돌아보면 그가 이번에 제다를 방문하기로 한 결정은 다소 의외였다. 그런 만큼 바이든으로서는 결과가 불확실한 석유 증산 문제보다는 이란 핵협상 재개를 앞두고 미국이 중동에서 취할 향후 전략을 협의하러 가는 길이라는 뉘앙스를 짙게 풍긴 것이다.
하지만 그 말을 전적으로 믿는 이들은 별로 없는 듯 보인다. 사우디로부터 이미 석유 증산 요청을 거절당한 바 있는 바이든이 또다시 요청했다가 거절당할 경우 미국 대통령의 위신은 땅에 떨어지게 될 것이기에 미리 방패막을 치고 있다는 해석이 우세하다. 제다에서 다수 정상들이 참여하는 회담도 열리지만 바이든은 MBS와 별도의 양자회담을 가질 예정이다. 둘 사이에 석유 증산 논의는 당연히 오고 갈 것이다. MBS는 석유 증산이라는 카드를 움켜쥐고 여유만만하게 상대방의 패를 기다리고 있다.
그렇다면 바이든은 어떤 패를 꺼내들까? 바이든이 제다를 방문하기 전에 이스라엘 텔아비브에 먼저 들른다는 점을 떠올리면 미국이 이번 회담에서 준비한 카드의 윤곽이 대략적으로 그려진다. 앞서 얘기한대로 이스라엘과 사우디는 바이든의 이란 핵협상 재개를 가장 강력하게 반대하는 나라들이며, 동시에 트럼프 행정부 시절 양자 간 관계 정상화를 추진했던 나라들이기도 하다. 미국은 이 두 나라가 가장 위협적으로 여기는 이란과 핵협상을 진행해 왔으나 현재 교착 상태에 빠져 있다. 이런 정황들을 볼 때 바이든이 사우디에게 내밀 수 있는 카드는 이란과 관련돼 있을 가능성이 높다. 이란에게는 불리하게, 이스라엘과 사우디에게는 유리하게 향후 협상을 이끌어 가는 것이다. 혹은 트럼프 시절 추진되다가 중단된 이스라엘-아랍 군사협력 시스템을 재구축하는 내용이 담길 수도 있다. 중동에서 축소되는 미국 군사력의 공백을 이스라엘과 사우디를 필두로 한 아랍의 군사동맹이 메우는 시나리오다. 이 역시 공동의 적으로 이란을 상정하고 만들어지는 만큼 이란에게 불리한 내용이다. 어찌됐든 현재 유리한 패를 쥔 쪽은 바이든이 아니라 MBS다.


MBS는 바이든의 방문을 앞두고 지난 6월21일부터 이집트, 요르단, 튀르키예를 차례로 방문했다. 우선 이집트와 요르단은 바이든의 방문을 앞두고 먼저 입장을 조율하기 위한 정지작업이었다. 바이든이 꺼내들 카드에 대비해 제다에서 공동보조를 맞추자는 논의가 이뤄졌을 것이다. 물론 MBS의 요구가 양국 정상들에게 먹혔으리라 짐작한다. 이집트, 요르단은 사우디에게 도음을 요청하는 중이다. 글로벌 인플레이션 상황에서 이들 국가는 큰 어려움에 처해 있다. 특히 우크라이나에서 밀을 수입해 왔던 이집트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극심한 식량난과 물가인상으로 고통을 받고 있다. 그런 만큼 현재 넘치는 현금으로 여유만만한 사우디의 협력과 도움이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압델 파타 엘시시 이집트 대통령은 MBS를 깍듯하게 대우했고 MBS는 카이로에서 이집트에 더 많은 투자를 하겠노라고 발표하는 것으로 화답했다. 당연히 7월15일 제다에서 이집트는 사우디 편에 설 것이다.
​사우디와 요르단은 바이든 방문 건 외에도 특별한 이슈가 있다. 지난해 요르단 왕가에 쿠데타 음모가 진행되다가 적발됐다. 요르단의 함자 왕자가 요르단 내 부족장들과 접촉하며 현 압둘라2세 국왕에 대한 쿠데타를 도모하다가 체포된 것인데 함자 왕자의 배후에 사우디 왕가가 있다는 설이 파다했다. 그 일로 요르단과 사우디의 관계가 급랭했다. 하지만 최근 세계적 인플레이션으로 요르단이 경제적 어려움에 처하자 압둘라2세 국왕은 체면불구하고 MBS에게 손을 벌렸다. 요르단은 코로나19로 큰 타격을 입은 데 이어, 유가와 곡물가가 급등하면서 또다시 어려움을 겪고 있다. 다른 한편으로 요르단 현대화 사업에 연간 40억 달러씩 10년간 재정이 투입되어야 하는데 여건이 매우 어렵다. 요르단은 사우디가 요르단의 에너지 인프라 건설에 투자해 주기를 바라고 있다. 또한 요르단 남부 도시인 아카바(Aqaba)와 MBS가 추진하는 신도시 네옴(Neom)을 연결하는 신형 철도 건설에도 사우디의 적극적인 협력을 기대하는 상황이다. 요르단 정부로서는 돈줄인 사우디에게 마냥 차갑게 굴 수는 없는 노릇이다.
MBS에게도 요르단에 양해를 구할 일이 있다. 이스라엘과 가까워지고 있는 사우디의 정치적 행보는 요르단을 위태롭게 만든다. 요르단은 공식적으로 팔레스타인인들과 성지 예루살렘의 수호자이다. 하지만 사우디가 이스라엘과 한편이 될 경우 팔레스타인 독립국가를 건설하는 ‘2국가 해법’은 힘을 잃고 이스라엘-팔레스타인에 대한 요르단의 정치적 발언권도 약화된다. 요르단은 ‘아브라함 협정’을 반기지 않는다. 그런 만큼 MBS로서도 이스라엘과 협력하기 위해서는 요르단을 먼저 달래야 한다. 이번 요르단 방문에서 그런 논의가 오갔을 가능성이 높다. 그리고 MBS가 돈을 쥐고 있는 상황에서 회담이 누구에게 유리하게 결론이 났을지는 불을 보듯 뻔하다.
사우디-튀르키예 관계는 좀더 복잡하다. 2018년 카슈끄지 살해사건은 튀르키예에 있는 사우디 대사관에서 발생했다. 튀르키예 정부는 이 사건을 수사했으며 그 배후로 사우디 정부를 지목해 MBS를 궁지로 몰아넣은 바 있다. 이로 인해 사우디-튀르키예 관계는 매우 악화되었는데 이후 튀르키예 경제가 나락으로 떨어지면서 에르도안 대통령이 먼저 MBS에게 화해의 제스쳐를 취했다. 튀르키예는 그동안 급감했던 튀르키예 생산품의 사우디 수출도 다시 늘어나기를 바라고 있고, 돈 많은 사우디가 튀르키예에 통크게 투자해 주기를 바라고 있다. MBS는 카슈끄지 사망 이후 처음으로 튀르키예를 방문하면서 양국 관계 개선을 약속했다. 당분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도 사우디에게 우호적인 신호를 보낼 것이다. 중동 정치는 아랍-이란-튀르키예-이스라엘이라는 네 축의 경합이라고 단순화해서 볼 수 있다. 이란을 제외한 다른 세력들이 모두 사우디 편에 서는 상황이다.
어찌됐든 푸틴의 우크라이나 침공의 승자는 MBS라고 해도 무방하다. 중동 지역에서 영향력과 지위가 현격히 올라갔으며, 심지어 미국마저도 눈치를 보며 도움을 요청하는 지경이 되었다.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서 제기됐던 사우디 위기론은 완전히 자취를 감췄다. MBS는 현 상황을 즐기고 있으며 이를 최대한 활용하고자 할 것이다.

사진:셔터스톡

불투명해지는 미국-이란 핵협상

사우디아라비아가 부활의 날갯짓을 하는 동안 한때 타결 직전까지 갔다고 관측되던 미국과 이란 간 핵합의 복원 협상은 위기에 처했다. 일단 협상의 한 축인 미국 바이든 정부의 정치적 위기가 주요 원인이다.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있는 바이든 행정부는 역대급 인플레이션을 해결해야 하는 게 급선무이다. 그러자면 국제 유가를 낮춰야 하고, 당연히 사우디와의 관계 회복을 모색할 수밖에 없다. 게다가 잇단 총기 난사 사건과 낙태법 논쟁 등으로 이란 핵협상은 미국인들의 관심에서 매우 멀어져 있다. 바이든 정부가 논란을 무릅쓰고 이 협상을 추진할 동력이 약해진 셈이다.
이란도 신중해졌다. 정확한 내용이 보도되지 않고 있지만 미국의 이란 특사인 로버트 몰리에 따르면 최근 진행되었던 미국과 이란 간 회담에서 이란 측이 무리한 요구를 추가로 제기했다고 한다. 이란 역시 핵협상 타결이 어려워지고 있다는 것을 모를 리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게’ 나오는 건 이란 정부를 강경파가 주도한다는 뜻이다. 하지만 이란 정부가 협상 타결을 등한시하고 있지는 않다. 이란 내에서도 미국과의 외교적 협상이 굴러가도록 유지해야 한다는 쪽이 우세하다. 다만 손해를 보면서까지 협상 타결을 이루려고 애쓸 것인가, 아니면 핵개발 및 전쟁 위협을 높임으로써 상대를 압박할 것인가를 두고 입장 정리가 잘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일단 이란은 두 채널 모두를 동원하는 중이다. 협상 실무진은 최대한 외교 테이블에서 뭔가를 이뤄내려고 애쓰면서 동시에 고농축 우라늄 개발도 진행하고 있다.
이제 핵이냐 평화냐를 가름할 협상의 시한이 많이 남지 않았다. 바이든 집권 전반기에 뭔가 뚜렷한 발전이 이뤄져야 한다. 향후 최소 2년간은 세계 각국이 인플레이션 압력에 맞서야 한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그 시간을 보내고 나면 미국은 또다시 대선국면에 접어든다. 선거에서는 안정적인 솔루션이 인기를 끈다. 전통적인 동맹세력이 속을 알 수 없는 오랜 적대국보다 더 중시될 것이다. 바이든 집권 후반기로 갈수록 협상 타결의 동력은 약해질 수밖에 없다.
이란 역시 경제위기에 직면해 있다. 현 라이시 정부로서는 미국의 제재를 걷어버리고 이란 경제 부활의 신호탄을 쏘아 올리고픈 욕심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기득권을 침해당하지 않으려는 혁명수비대와 하메네이 최고지도자가 쉽사리 양보를 용인하려 들지 않는다. 반면 생활고에 견디다 못한 이란 국민들이 반정부 대열에 합류할 경우 이란 국내정세도 어지러워진다. 다급해진 이란 정부가 미국을 압박하기 위해 핵개발로 나선다면 중동에 전운이 드리운다. 우선 이스라엘이 이미 핵시설 타격을 공언한 바 있고, 이 경우 이란도 군사력으로 대응할 것이 확실하다. 가뜩이나 어려운 세계 경제가 중동발 전쟁으로 다시 한 차례 얼어 붙을지 모를 일이다. 여러모로 최악의 시나리오다.
7월15일 바이든의 사우디 방문은 중동의 역학관계와 국제 경제에 상당한 영향을 줄 수 있는 사안들이 논의될 것이다. 복잡한 셈법을 거쳐 이뤄진 바이든과 MBS의 한판 협상에서 어떤 결과들이 도출될지 세계는 숨죽이며 지켜보는 중이다.


글쓴이 박정욱은
직업은 라디오 PD이나 역사책을 읽는 것이 최고의 취미인 역사덕후. 특히 중동과 러시아 인도 등 ‘아시아의 서쪽, 에덴의 동쪽’이 어찌 돌아가는지에 대해 관심이 많다. 학부와 대학원에서 정치학을 전공했으며, 종교와 정치가 만나는 역사를 흥미롭게 공부하고 있다. 9·11 테러 이후 국제 정치의 핵심에 서 있는 중동에 대한 안내서가 부족하다고 느끼던 중 직장이 6개월간 장기파업에 들어가면서 시간이 주어진 것을 계기로 중동 역사에 대해 본격적으로 연구하기 시작했고, 2018년에 <중동은 왜 싸우는가?>를 냈다.

최신기사 링크

[김진경 칼럼] 바르사, 클럽 그 이상의 무엇

바르사는 단지 축구 클럽만은 아니다. 바르사는 정체성이고, 철학이며, 역사다. 바르사는 팀이며, 조합이고, 연대다. 바르사는 ‘클럽 그 이상’이다. 스위스에 사는 김진경 필자가 바르사의 홈 ‘캄프 너우’를 다녀오면서, 바르사의 과거와 현재, 미래에 대한 글을 보내왔다. 바르사의 탄생에서부터 지역적·정치적 역사성을 갖게 된 배경과 과정, 바르사의 축구 전술과 문화까지 유려하게 풀어냈다. 찬사만 보낸 것은 아니다. 협동조합 체제의 어두운 이면, 정치적 갈등이 빚어낸 부작용에 대한...

[정재권의 사람] 전쟁이 뒤흔든 17명 여성의 삶을 기록하다

지난 2월 러시아가 일으킨 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하고 있다. 6개월 사이에 민간인 사망자만 5000명이 넘었고, 우크라이나 바깥으로 피신한 난민은 1000만 명 이상으로 늘어났다. 그리고 이 시각 전투는 계속되고 있다. 하지만 침공 초기에 비해 우리의 관심은 많이 시들해졌다. 이 전쟁은 사람들의 삶을 어떻게 바꿔 놓았는가? 전쟁에 직간접으로 휘말린 세계 각국의 여성 17명은 <우리는 침묵할 수 없다>에서 자신들의 목소리로, 일상의 붕괴와 전쟁의 잔혹성을 생생하게...

[정석 칼럼] 도시미인, ‘대·자·보 천국’ 암스테르담을 가다

‘미남’을 자처하는 도시학자 정석 교수(서울시립대)가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을 다녀왔다. 시립대 학부생 4명과 함께 진행한 ‘도시미인 프로젝트’. 교통수단 가운데 대중교통과 자전거, 보행 세 가지(대·자·보)가 세계에서 가장 활성화돼 있는 도시 암스테르담을 두루 돌아다니며 친환경 도시교통 시스템의 현주소를 살폈다. 정 교수는 특히 자전거가 주요 교통수단으로 자리잡은 네덜란드에 감탄하며 질문을 던진다. 서울을, 대한민국의 도시들을 ‘자전거 친화도시’ ‘대·자·보 친화도시’로 만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