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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한석의 아시아 포커스] 이 시각 세계경제 기상도, 아시아 구름 약간, 유럽 흐리고 비

By | 2022년 6월 27일 | 국제, 미래, 미분류, 사람

우크라이나 전쟁의 장기화로 세계 경제의 피로도가 축적되는 가운데 아시아 경제가 상대적으로 선방하고 있어 주목된다. 당사자인 나토 국가들, 유럽과 미국은 에너지 쇼크, 고물가, 고금리 추세에서 빠져나오질 못하고 있다. 아시아 경제는 물가나, 금리에서 안정적이고 주식시장 신규상장(IPO)도 활발하다. 가장 큰 10개의 IPO중 8개가 아시아 지역에서 이루어졌다. 개별 지표나 산업의 움직임을 보면 부활이라는 표현도 가능하다. 신남방이든 인도태평양이든 정부와 기업은 아시아의 판정승이 갖는 의미를 잘 살펴보고 장사 잘 되는 곳으로 달려가야 할 때가 아닌가 싶다. [편집자 주]

영국, 미국, 캐나다 등 40년 새 가장 높은 소비자 물가
질병과 방역 덕에 비교적 안정적인 아시아 경제 상황
기업 공개 면에서도 아시아는 호황, 미국은 주춤
밀가격은 대폭 오르고 쌀 가겨은 비교적 안정세

미국과 유럽 등 서방국가들이 급속한 인플레이션과 이에 대처하기 위한 금리 인상으로 소란스럽고, 남아시아와 아프리카 국가들은 식량난으로 소요가 발생하고 있는 상황인데 반해서 물가가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지역이 있다. 동남아와 동북아를 아우르는 ‘동아시아’ 지역이다.

인니, 대만, 일본, 말레이시아, 중국, 홍콩의 이례적 물가 안정

이번주(6월23일자) The Economist의 ‘금융 및 경제’ 섹션에는 ‘아시아 예외주의’(Asian exceptionalism)이라는 주제의 기사가 2개 실렸다. 모두 물가 및 금리에 대한 것인데 하나는 일본 중앙은행에 관한 이야기이고 또 하나는 동아시아 지역의 안정적 물가에 대한 이야기로 그 제목은 “물가안정의 섬들: 왜 어떤 지역에서는 인플레이션이 낮은가?”이었다.

미국 소비자물가는 지난 5월에 전년동월대비 8.6% 상승하였는데 이는 1981년 이후 최고치였다. 영국도 9.1%에 달하여 40년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캐나다 역시 7.7%로 39년 이래 최고치에 이르렀다. 소비자들이 이러한 물가인상으로 고통받으며 불만의 목소리를 내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6월10일에 “세계 모든 나라들이 인플레이션으로 인해서 크게 고통받고 있다”고 발언하였고 다른 나라의 정책 당국들도 비슷한 목소리를 내었다. 그런데 The Economist가 조사한 42개 주요 경제국가 중에서 여전히 물가상승률이 4% 미만인 곳이 8개 있었다. 그 중 스위스와 사우디아라비아를 제외한 6개 국이 동남아 또는 동북아에 있는 나라들이다. 인도네시아, 타이완, 일본, 말레이시아, 중국, 홍콩이었다. 경제규모가 좀더 작은 곳들 중 물가상승률이 더 낮은 곳들도 있는데 베트남은 2.9%, 마카오는 1.1%에 불과했다.

질병과 방역이 가져다 준 역설적 선물

물론 이전보다 물가상승률이 올라가고 있고, 미국이 공격적으로 금리를 인상하고 있기 때문에 각국 정부들은 방어 차원에서 조금씩 금리를 올리고 있다. 6월 23일자 Nikkei Asia의 “인플레이션이 가속화됨에 따라 필리핀은 기준 금리를 올린다”는 기사를 보면 필리핀 중앙은행은 기준금리를 2.5%로 0.25%포인트 인상했다. 필리핀의 물가상승율은 이보다 높아 지난 5월 전년동월대비 5.4%를 기록했다. 4월의 4.9%보다 0.5%포인트 오른 것이니 제법 가파르다. 말레이시아 중앙은행도 지난 5월에 기준금리를 2.00%로 0.25포인트 올렸다. 하지만 동남아 여러 나라들은 아직 서구 국가들에 비해서 전반적으로 물가와 금리가 낮은 편에 속한다.
The Economist는 이러한 현상을 몇가지 원인으로 설명하고 있다. 일본은 그동안 워낙 물가상승률이 낮은 상태가 지속되었다는 점을 지적한다. 다른 곳들에 대해서는 2가지 질병을 이유로 들었다. 첫째는 아프리카 돼지 열병으로 중국에서는 2018년부터 2021년까지 2억 마리의 돼지가 도축되었다. 이로 인해서 돼지고기 가격이 급속히 인상되었지만 그후 코로나 봉쇄 등의 영향으로 소비감소, 가격하락이 이어졌다. 올해초부터 5월까지 중국의 돼기고기 가격은 21%나 떨어졌고 이는 동아시아 지역의 소비자 물가상승을 상쇄하는 효과를 가져왔다. 둘째로 서구 국가들보다 엄격한 코로나19 방역정책으로 인해서 동아시아 국가들은 경기가 더 오랫동안 억제되었기에 물가가 서구보다 덜 상승하였다고 지적한다. 최근에 와서야 신중하게 방역정책을 완화하고 있지만 여전히 국제 여행객들에 대한 규제는 전면해제되지 않은 상태로 이 지역에서 중요한 산업 중 하나인 관광업과 관련된 소비가 아직 되살아나지 않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밀값은 대폭 인상, 쌀값은 상대적 안정

이러한 이유 외에도 주소비 곡물 종류의 차이도 일정하게 영향을 미치고 있다. 미국, 유럽, 남아시아, 중남미, 아프리카 모두 밀을 주요 식재료로 쓰는 반면에 동남아와 동북아는 쌀이 주곡이다. 전세계 밀 수출액의 30%를 차지하는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전쟁으로 인해서 국제 밀 가격은 17%가 상승한 반면에 국제 쌀 가격은 8% 정도 상승하는데 그쳤다.
글로벌 경기가 하강하면서 기업의 신규상장(IPO)도 침체 상황으로 가고 있다. 아시아 증시에서의 IPO 역시 최근들어 감소하고 있는 추세이다. 그러나 6월 20일자 Nikkei Asia의 기사를 보면, 글로벌 IPO 기업수는 작년보다 53% 줄었고 공모금액 합계는 작년보다 무려 72%가 감소한 것에 비해서 아시아 지역의 IPO 기업수는 작년 대비 31% 줄었고 공모금액 합계는 26% 감소하여 나름 선전하였다고 볼 수 있다.

올해 상반기 글로벌 IPO 시장에서 가장 많이 IPO를 한 곳은 나스닥(98개)이고 뉴욕 증시(13개)를 더하면 미국에서는 총 111개의 회사가 IPO를 했다. 중국은 심천 증시(63개)와 상하이 증시(46개)를 합쳐서 총 109개의 회사가 신규상장되었다. 하지만 공모금액 합계를 보면 미국은 두 증시 합쳐서 157.4억 달러인 반면에 중국의 두 증시에는 269.3억 달러의 자금이 몰렸다. 공모금액 합계 기준으로 보면 글로벌 IPO 상위 10개 거래소 중에서 미국의 2곳을 빼면 모두 아시아 거래소였다. (중국의 상하이와 심천, 한국의 코스피, 아랍 에미레이트 연합(UAE)의 두바이와 아부다비, 사우디아라비아, 인도의 봄베이 거래소와 국립 거래소)

중국, 봉쇄와 방역에도 기업 공개 열기 여전

개별 IPO 공모금액을 보아도 상위 10개 중에서 8개가 아시아 거래소에 상장된 것이고 미국 1개, 노르웨이 1개였다. 올해 상반기에 세계 최대 IPO는 한국의 LG에너지솔루션이었다.

이를 반영하듯 지난주 Nikkei Asia에는 다음과 같은 IPO 기사들을 보도하였다.
6월 20일 인도네시아의 음료 프랜차이즈 스타트업 상장

6월 22일 필리핀의 오토바이 배달 스타트업 상장

6월 22일 홍콩의 수산물 인공배양 스타트업 상장

6월 23일 말레이시아의 e커머스 스타트업 상장

그리고 6월 21일에는 필리핀 재벌인 엔리케 라손(Razon)이 4.7억 달러 규모의 태양광 발전소를 조만간 상장할 것이라는 내용을 보도하였다.

말레이, 인니에서는 전기오토바이 기정사실화, 투자 봇물

한편 동남아의 경기 역시 코로나19의 여파로부터 점차 벗어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중국의 인건비 상승과 미중 갈등 여파로 동남아의 제조업과 기타 산업들이 힘을 받으면서 이들 나라의 경제발전에 선순환 역할을 하고 있다. Nikkei Asia는 6월 16일 전기 오토바이의 생산 및 판매 호조에 대한 기사를 실었다. 우버가 맥을 못추는 동남아의 승차공유 플랫폼 시장에서 두 거인인 말레이시아 기반의 그랩(Grab)과 인도네시아 기반의 고젝(Gojek)은 사실 ‘차량 공유’ 플랫폼이라기보다는 ‘오토바이 배송’ 플랫폼이라고 말하는 것이 적당하다. 세계 최대의 오토바이 시장인 인도네시아는 현재 1만2천여 대의 전기 오토바이를 2030년까지 1,300만 대로 늘리겠다고 계획하고 있다. 이에 따라 하나의 전기 오토바이 생태계가 조성중이며, 고젝은 전기 오토바이 생산업체를 설립하였고 그랩은 전기 오토바이 6,000대를 주문하였다고 한다. 전기 자동차의 가격이 비싸고, 도시내 교통 정체 및 매연이 심하며, 유가가 상승하는 상황에서 동남아는 전기 오토바이로 새로운 돌파구를 열고자 노력하고 있다.
그 밖에도 Nikkei Asia는 점차 부활 중인 동남아 경제에 대해서 보도를 이어갔다.
6월 20일 코로나 19 이후 인도네시아 섬유 산업의 밝은 미래 전망

6월 20일 일본 최대의 디스카운트 스토어 체인 ‘돈 키호테’, 태국에 5호점 개설

6월 21일 ASEAN의 관광업 점차 정상화

6월 21일 동남아에서 (중국 및 한국 자동차 업체들의) 전기차 현지생산이 시작되면서 전기차 혁명 시동

6월 22일 거대 소비 시장으로 부상중인 ASEAN에 전세계 핀테크 업체들이 시장 점유 확대 위해 분투

6월 24일 베트남의 섬유 및 의류 수출, 상반기 사상 최대치 기록

비록 전반적인 글로벌 경기 침체의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없지만 유럽과 비교할 때 동아시아의 경제는 물가, 금융, 산업 면에서 그나마 선전하면서 희망을 보여주고 있다고 보여진다.


글쓴이 고한석은
서울대 중문과를 졸업하고 하버드대학 케네디스쿨에서 IT정책으로 석사학위를 받았다. SK China에서 4년 동안 일했으며 삼성네트웍스에서 글로벌사업추진팀장을 맡기도 했다. 이후 열린우리당 정책연구원 정책기획 연구원과 정세분석국장, 더불어민주당 싱크탱크인 민주연구원 부원장 등을 거쳐 서울디지털재단 이사장을 역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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