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도 국방도 외교 안보도 중요하지만, 이번 방송에서는 이화여대 석좌교수 최재천 교수를 모시고 인간과 지구의 생존 이야기를 들어 보았다. 오미크론의 폭발적인 증폭과 함께 코로나19는 잠시 수그러드는 듯 했지만, 유럽과 미국에서는 또 다른 변종이 등장하고, 원숭이 두창 등 다른 종류의 인수 공통 감염병이 뉴스를 오르내린다. 인간은 어떻게 독점적인 지구 사용에서 한 걸음 물러나 자연과 공생하는 법을 다시 배울 것인가. 진행은 민경중 외국어대 초빙교수(민소장)과 메디치미디어 김현종 대표(메대표)가 맡았다.[편집자 주]

생태학자 베니스 비엔날레에 초대받다페스트가 끝나고 르네상스가 시작했다적극적인 개념의 자연보호 생태 백신위기에서 우리를 구원할 종의 다양성

<피렌체의 식탁> X <메디치 보라> 공동기획

위기의 지구를 살리는 개념, 생태 백신

민소장: 지금 녹화일 기준으로 6월 6일 사이를 지금 북한이 쏘고 아주 불안한 상황들이 계속되고 있잖아요. 위기 중에도 가장 심각한 위기. 우리 지구의 생존 전략이 오늘 주제입니다. 최재천 선생님 모셨습니다. 위기의 지구에서 우리가 어떻게 살아남을 것인가 이 주제를 선생님과 논의하다 보니 선생님께서 처음 만들어 낸 표현이 있습니다. 바로 생태 백신입니다.

어떻게 해서 이 단어를 선택하셨습니까

최재천: 우연히 제 머리에 그냥 어느 날 갑자기 툭 하고 나타났는데요. 우리가 코로나19를 겪기 시작할 무렵에 모든 분이 백신이 만들어져야 이 모든 게 끝난다 다들 그랬잖아요. 우리가 겪었던 모든 전염병에 백신이 만들어진 게 최소 십 년 걸렸단 말이죠. 저는 이런 분야의 공부를 좀 해 온 사람이니까 아이고 이번 마스크 쓰고 십 년, 십오 년 버텨야 되는 거구나 생각했습니다. 근데 전문가들이 전부 백신이 만들어져야 끝난다고 그러니 간단한 계산이 십 년은 더 걸린다는 거잖아요. 마스크를 십 년을 쓸 수는 없는데 그러면 어떡하지 하다가, 제가 백신을 혼자 제조한 거죠.

이를테면 행동 백신, 생태 백신. 행동 백신은 우리가 손 잘 씻고 마스크 잘 쓰고 거리 두기 잘하고 우리 국민은 이번에 거의 100퍼센트 접종을 했단 말이죠. 그래서 세계에서 가장 안전한 나라 중에 하나로 살아남은 거고요. 그러나 실험실에서 만드는 백신과 마찬가지로 일이 터지고 난 다음에 사후에 할 수 있는 일이잖아요. 

생각해 보니까 사전에 할 수 있는 일이 있더라고요. 생태 백신 자연계로부터 우리 인간계로 나쁜 바이러스 박테리아가 건너오지 못하게 거기다 백신을 치면 이런 일이 원천적으로 안 벌어지지 않을까. 그렇게 머릿속에 떠올랐는데, 제가 해외 어떤 매체랑 얘기하면서 고백했지만, 생태 백신의 개념은 최초가 아니죠. 자연 보호라는 말을 제가 그냥 생태 백신이라고 고친 것뿐이에요. 

그런데 제가 강조한 게 자연보호라 할 때는 예사로 들렸겠지만, 생태 백신이라고 고쳤으니 이제는 반드시 동참해야 되는 거죠. 백신은 적어도 사회 구성원의 70 내지 80퍼센트가 같이 맞아야 집단으로 면역이 형성되니까요. 생태 백신이라는 용어를 쓴 이상 이제는 세계 80억 인구의 70, 80%가 자연을 보호하는 일에 뛰어 들자는 겁니다. 그렇게 되면 앞으로 이런 재앙은 안 벌어지는 거니까. 이제는 꼭 해야 된다 그렇게 되는 거죠.

페스트가 끝나고 르네상스가 시작하다

민소장: 얼마 전에 베니스 비엔날레 개막식에 다녀오셨잖아요. 비엔날레라는 게 현대 예술의 올림픽이라 볼 수 있는데요. 생태학자가 예술가들의 잔치에 초청받은 이유가 뭘까요?

최재천: 초청의 변이 너무 깔끔하고 가슴에 와닿았어요. ‘중세 유럽의 페스트가 끝나고 르네상스가 일어났다, 코로나19가 끝나면 반드시 세상이 변할 것이다. 그 변화의 와중에 당신이 예술가들에게 에코 백신의 개념을 설명해주면, 그들은 여기에 영감을 얻어서 작품 활동을 할 것이고 세상이 더 나은 방향으로 달라질 수 있다.’ 그거를 읽고 제가 앞도 뒤도 돌아보지 않고 가기로 했습니다. 제 지도 교수님인 에드워드 윌슨 교수님이 작년 크리스마스 다음 날 갑자기 돌아가셔서 너무 충격을 받았어요. 제 은사님은 환경에 관한 한 대부와 같은 분이잖아요. 그분이 좋은 책을 많이 쓰셨는데, 소설도 하나 쓰셨어요. 개미 언덕이라는 소설을 하나 쓰셨거든요. 저한테 해주시는 말씀이 “제이(최재천 교수 미국 이름), 너나 나나 아무리 좋은 과학 논문 써봐야 학계의 이, 삼십 명 읽으면 끝나잖아.”

메대표: 그보다는 더 읽죠.

최재천: 진짜 대단한 논문도 100명을 넘는 경우가 거의 없습니다. 왜냐하면 그 같은 분야의 사람들이 읽는 거니까 분야가 뻔하잖아요. 그런데 저희같이 자연을 연구하는 사람들은 바닥이 빤하거든요. 제가 논문 내면 한 일고여덟 명이 읽으면 대충 끝나요. 근데 소설 한 편 시 한 편 그림 한 작품은 수백만 수천만의 마음을 흔들지 않냐. 제가 그 얘기 듣고 선생님은 역시 다르구나 싶었어요. 실천을 당신이 직접 해보신 거예요. 그런데 비엔날레 측에서 저한테 그 많은 예술가에게 영감을 줘 보라고 초청하니 제가 흥분 안 할 수가 없죠. 

베니스 비엔날레 만찬장에서도 밥도 못 먹었습니다. 제가 감탄하던 작품 만든 예술가들, 누군지도 모르지만, 나중에 들어 보니 아주 유명한 분들이, 줄줄이 저한테 다가와 ‘생태 백신에 관한 이야기 정말 좋았다.’ 칭찬하는데요. 바빠서도 못 먹고, 흥분해서도 빵 두 쪽이나 입에 넣었나 그래요. 제가 무슨 말을 했는지도 잘 모르겠는데, 사방에서 칭찬해주니 아직도 정신이 혼미합니다. 

민소장: 지금 코로나19 얘기를 하셨잖아요. 이게 코로나19가 발생한 것이 결국은 생태 위기 환경 위기 이런 부분들에서 시작이 된 거 아니겠습니까

최재천: 많은 분들이 모르시는데, 제가 기생충학으로 석사학위를 받았어요. 2020년 우리나라에서 처음 코비드 19 환자가 생겼을 때 강연 의뢰가 들어와서, 코로나에 대해 강연을 했어요. 바이러스가 기생생물, 아니 생물은 아니고 기생물이죠. 

우리나라에서 강연, 강의하면 질문하는 사람이 거의 없는데, 반갑게도 누가 손을 들고 질문을 해요. ‘교수님, 코로나19도 기후 변화 때문에 일어난 겁니까?’ 이렇게 묻는 거예요.

기후변화의 심각성을 알리느라고 그동안 참 저도 애 많이 썼거든요. 

알 고어 전 미국 부통령부터 기후 위기를 알리느라 애쓴 사람들이 매우 많아요. 저도 제 나름대로 많이 노력했는데, 여태까지는 아무리 노력해도 전혀 반응이 없었어요. 그러다 재앙이 하나 터지니까 첫 질문에서 기후변화 탓입니까? 물으니 되게 반갑더라고요. 대중들도 모르시는 게 아니었구나. 

머릿속 어딘가에 자리는 잡고 있구나 싶어 되게 반가웠어요. 그런데 이게 굉장히 좋은 기회라, ‘네, 기후변화 때문에 이런 일이 생긴 겁니다’라고 얘기하고 싶은데 자연을 연구하는 과학자는 그런 단정적인 얘기를 못 하거든요. 자연에서는 워낙 많은 요인이 한꺼번에 작용하니까 어느 하나를 뽑아서 이게 이거를 일으켰습니다. 그 인과관계를 딱 묶는다는 게 거의 불가능한 일이기 때문이죠. 답은 “예, 그럴지도 모르겠습니다.”라고만 했어요. 이 좋은 기회를 내가 못 살리는 것 같아서 기분이 되게 썰렁하더라고요. 그래서 시나리오를 하나 만들었어요. 시나리오는 꼭 그렇게 안 돼도 할 수 없는 거잖아요. 

지난 100년 새 온대로 진출한 열대 박쥐

인간은 온대지방에 많이 모여 사니까 박쥐와 인간의 물리적 거리가 좁혀지고 있다. 그러다 보니 확률적으로 이런 일이 벌어질 수 있지 않겠느냐. 이런 설명을 한 1년째 하고 있어요. 사이언스 오브 더 토탈 인바이런먼트(Science of The Total Environment)라는 학술지가 있어요. 그 학술지에 2021년 5월에 케임브리지 대학 연구진이 논문을 발표했는데, 한국말로 하는 제 강의를 듣고 논문을 쓴 줄 알았습니다. 지난 100년 동안 열대 박쥐들의 분포 변화 데이터를 분석해 보니 온대 지방의 새로운 생물 다양성 거점 지역이 몇 군데 생겼다는 거예요. 그 중 가장 대표적인 곳으로 드러난 곳이 중국 남부. 거기에 백 년 동안 사십 종 이상이 들어왔대요. 그런데 열대 박쥐는 코로나 바이러스를 달고 살거든요. 하지만 박쥐는 같은 포유동물이지만 새처럼 날아다니는 생활을 하기 때문에 평균 체온이 우리보다 조금 높아요, 그래서 코로나 바이러스의 영향을 별로 안 받는 거지요. 바이러스는 좀 추워야 활동하니까 걔네 박쥐에는 코로나 바이러스가 들어와도 활동을 잘 안 하기 때문이에요. 그러니까 바이러스가 들락거리기만 하고 병엔 안 걸리죠. 열대 박쥐 선별진료소에 데려가 검사를 해 본다면 대체로 두세 종류의 코로나 바이러스를 갖고 삽니다. 그 논문에서는 평균 2.67이라고 계산했는데, 2.67X40 이면 백이 넘잖아요. 

지난 100년 동안 중국 남부 지역에 100종류 이상의 새로운 코로나 바이러스가 유입됐는데, 그중에 한 놈이 이번에 우리를 공격했다는 설명이 되지요. 기후변화를 멈추지 않는 한 확률적으로 앞으로 이런 일은 끊임없이 벌어질 수밖에 없다, 이게 결론이죠. 

기후변화가 이걸 일으켰다고 하기엔 조금 무리가 있습니다만, 기후변화를 우리가 어떤 형식으로든 멈추지 않는 한 이런 일이 앞으로 벌어질 확률은 점점 높아질 수밖에 없다는 얘기를 상당한 확신을 갖고 합니다. 

메대표: 기후변화로 동식물의 분포가 바뀌었고, 거기서 전에 없던 바이러스가 묻어서 이동한 거죠. 

최재천: 지금 600만 명 이상이 목숨을 잃고, 5억 명 이상이 감염이 됐는데, 박쥐한테 직접 감염됐다는 케이스는 단 하나도 없습니다. 그런데 박쥐는 숲에 있는 열대 동물들에게 바이러스를 계속 뿌려대고, 우리가 그 열대 동물을 잘못 건드리다가 묻은 거죠. 

열대 박쥐가 계속 온대 숲으로 옮겨오고, 우리는 생활 공간이 필요하니까 숲을 자꾸 베어내고, 그 숲에 사는 동물들이 괴로워지죠. 우리가 자꾸 동물을 건드리다 보면 확률적으로 앞으로 이런 일이 점점 많아질 수밖에 없습니다.

민소장: 역대 지구의 큰 변화는 기후와 관련이 있지 않았습니까. 온도가 올라가고 내려가고 빙하기 이런 것들요. 역사적으로 볼 때 예전엔 모두 자연 현상에 의한 것이었지만, 지난 백 년 동안의 기후 변화는 인위적인 거지요.

최재천: 그게 문제인 거죠. 기후변화의 심각성을 알리려고 노력하는 저희에게 쌍욕 수준의 언어로 공격하시는 분들이 계세요. 저것들은 멀쩡히 일어나는 일 위험하다고 겁주면서 뭐 무슨 이득을 취하는지 알 수가 없다. 이렇게 공격하시는데, 지금 말씀하신 대로 그게 문젠 거죠.

이런 일은 일어날 수 있는 거고 6,500만 년 전 공룡이 다 사라진 게, 그 기후변화 때문이거든요. 예전에 지구에서 벌어졌던 일들은 굉장히 오랫동안 서서히 벌어진 거고요. 지금 벌어지는 문제는 우리 인간이 저지르는 일 때문에 너무 급하게 벌어져서 생물들이 적응할 시간이 없는 게 문제인 거죠. 속수무책으로 생물들이 지금 사라지고 있습니다. 

메대표: 그러니까 예전의 변화는 상당히 완만했는데, 지금은 급격하게 바뀌고 있다. 예전에는 자연이 자연에 영향을 미쳤는데, 이제는 인간이 자연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 

최재천: 글쎄요 제가 동의할까요. 말까요. 인간도 사실은 자연이거든요. 우리는 마치 인간은  자연이 아닌 것처럼 자꾸 생각하는데, 우리도 자연이에요. 어느덧 우리가 너무 막강한 자연이 된 거예요. 그러니까 우리가 하는 짓이 자연의 다른 자연에 미치는 영향이 너무 크지요.

메대표: 최근에 데이비드 아텐보로 다큐를 봤는데. 인구가 80억 명에 육박하면서 지구상에 존재하는 동물들의 총 몸무게에서 인간의 몸무게가 차지하는 비중이 40% 가까이 된다고 그래요.

농경과 함께 폭발적으로 증가한 인류의 존재감

최재천: 제가 유퀴즈에 나가서 더 끔찍한 숫자를 댔는데요. 코로나19 겪으면서 생물학자들이 모여 계산을 한번 해봤어요. 인류가 지구에 태어난 게 한 이십오만 년 정도 됩니다. 대부분의 세월 동안 우리는 진짜 존재감 없이 하찮은 지저분한 영장류 중 하나였거든요. 근데 우리가 농경을 시작하고 갑자기 폭발적으로 숫자가 늘었어요. 그러니까 농경 직전에 우리의 존재감을 계산해보고, 지금하고 한 번 비교해보자. 계산하고 난 뒤 우리도 너무 놀랐어요. 그렇게까지 나올 줄은 몰랐어요. 농경하기 직전이면 한 만 년에서 만 2천 년 전인데. 저희가 데이터를 가지고 계산을 해 보니 그때 지구 전체의 인구가 대략 우리나라 인구보다 조금 많았던 걸로 파악이 돼요. 한 6천만 명 정도가 지구 전역에 흩어져서 살고 있었는데, 그때 이미 우리가 개 고양이는 기르고 있었거든요. 

그래서 다 합해본들 당시 지구에 살고 있던 모든 포유동물과 새들 전체의 중량에서 우리와 개 고양이가 차지하는 비율은 일 퍼센트가 안 됐어요. 근데 2022년 6월 현재 우리가 그 계산을 다시 해 봅니다. 80억 곱하기 65kg, 여기에 우리가 애완, 식용으로 기르는 각종 동물, 동물원에 있는 애들도 다 더하면 지금 이 순간 지구에 사는 포유동물 전체와 새 무게 중 인류와 인간이 기르는 동물이 차지하는 비율이 거의 99%.

야생은 1퍼센트 남짓 남은 거예요. 불과 몇 년 만에 벌어진 일입니다. 제 생각에 지구 생명의 역사에 이런 반전은 이런 일은 일찍이 없었을 거예요.

한 번 빙의해보면요. 내가 만약 야생동물 몸에 빌붙어 사는 바이러스인데, 그 집 주인이 너무 불안해하는 거거든요. 자꾸 상황이 안 좋아지니까 내가 여기서 오래 못 살 것 같다. 옮겨야겠다, 그런데 이사 가보면 99% 사람 아니면 사람이 기르는 동물인 거죠. 

지난 십몇 년 동안 연례행사처럼 조류 독감 그냥 벌어지는 일이고요. 지금 이 순간에도 돼지 독감 때문에 우리 산에서 멧돼지 죽이고 있거든요. 우리가 기르는 동물들에게는 연례행사가 돼버린 게 이번에 우리한테 터진 거죠. 자칫하면 코로나 바이러스도 앞으로 연례행사처럼 벌어질 전조인지도 모릅니다. 

메대표: 인간과 가축, 반려동물 이런 게 그렇게 비중이 크면 그 숫자로 끝나는 게 아니라 소나 돼지의 사료, 인간들이 타고 다니는 자동차나 비행기에 사용되는 에너지. 지구상 생물에만 영향을 끼치는 게 아니라 자원에까지 영향을 이렇게 미치는 거잖아요. 너무 많이 괴롭히고 있다. 이 말씀이시죠.

부디 지구의 절반 만이라도 다른 종에게 양보하자

최재천: 돌아가신 지도 교수님이 말년에 쓰신 책 내용에 이런 게 있습니다. 지구의 절반은 그냥 놔두면 안 되겠냐. 그 어른이 그렇게까지 얘기하실 때는 이대로는 가망이 없다는 거죠.

메대표: 그럼 이게 이제 생태 백신으로 어떻게 연결되는지 좀 설명을.

최재천: 제가 그 책을 읽다가 딱 떠오른 건 아니지만, 선생님 제자로 그분 말씀을 늘 읽고 새기며 사는데 그 와중에 코로나19가 발발하면서 제 머릿속에 자연스럽게 생태 백신이라는 게 이제 떠오른 거겠죠. 제가 앞서 생태 백신을 설명하길 자연계로부터 인간계로 나쁜 바이러스 박테리아가 건너오지 못하게 하자. 이랬더니 어떤 분은 이런 질문을 하시더라고요. 그러면 그 숲에 있는 애들은 죽어도 괜찮은가요?

격리하고 야생의 동물은 죽거나 말거나 놔두자는 말은 아니죠. 왜냐하면 숲에 있는 아이들은 오랜 시간 동안 적응할 기회가 있었어요. 그래서 우리 같은 이런 일이 그렇게 쉽게 벌어지는 건 아니죠. 우리가 이번에 당한 것은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바이러스가 들어오는 바람에 우리가 속수무책으로 당한 거거든요. 숲에 있는 아이들은 수시로 접했기 때문에 어느 정도는 진화적으로 적응이 돼 있어서 봉쇄한다 해도 우리 겪은 것 같은 끔찍한 상황은 거의 일어날 리가 없어요. 우리가 숲을 베어내는 걸 어느 정도 멈추자는 뜻도 제 생태 백신 안에 들어 있는 건데, 제 지도 교수님 하신 말씀은 그 공간을 절반은 우리가 쓰고 절반은 걔네한테 양보하자는 거지요. 그렇게 하면 생태 백신이라는 개념을 실천하기 훨씬 쉬워집니다. 

민소장: 저도 윌슨 교수님이 쓴 책을 몇 번 보았는데, 이분은 생태학자보다는 자연 철학자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최재천 교수님도 바로 그분 아래서 공부하고 생태 백신이라는 말을 만드신 것처럼 우리나라의 통섭이라는 단어를 대중화하는 데 큰 역할을 하셨거든요. 그런 용어와 관련해서 다른 일화는 없으신가요?

최재천: 저 그 스승 옆에서 물 들은 건데요. 윌슨 교수님은 공개적으로도 당신은 말 만드는 걸 무지하게 좋아한다고 얘기하신 적이 있어요. 우리 교수님이 생물 다양성(bio-diversity)이라는 용어도 유행시키신 분이고요, 원래는 바이올로지컬 디벌스티(biological diversity) 이렇게 풀어 쓰던 생물학적 다양성이란 표현을 조금 짧게 만드니까 사람들 입에 착 달라붙는 거죠. 

그 다음부터는 생물 다양성이란 말이 정착되었고, 소시오-지네시스(socio-genesis)라는 말도 만드셨고. 지금은 저 같은 사람도 떠드니까 많은 분이 아시는 에볼루셔너리 바이올로지(Evolutionary Biology), 진화 생물학이라는 말도 교수님이 처음 만들었어요. 

그 말은 다윈 때부터 있었지 않을까 이런 생각도 많이 하시는데 아닙니다. 그때는 진화 따로 있고 생물학 따로 있었어요. 윌슨 교수님이 분자 생물학 하는 분들의 등살에 고생을 많이 했어요. 제임스 와슨이 노벨상 받고 하버드 입성한 다음에 교수 회의에서 그냥 대놓고 비난했다고 합니다. 누구는 세포 들여다보고, DNA 보고 있는데, 어떤 놈은 우표 수집이나 하고 있다고요. 개미 표본 만들어 놓은 걸 그걸 우표 수집이라고 한 거지요. 우리는 지금 최첨단 과학을 하고 있는데 하버드 대학 같은 과에 말이야 우표 수집하고 앉아 있는 놈이 있다. 

그래서 선생님 자서전 <자연주의자>에 보면 교수회의 가기 싫었다는 이야기가 나오고요. 당신이 이 세상에서 만나본 인간 중 가장 더럽고 악랄한 놈이 제임스 왓슨이었다. 이런 내용을 책에 쓸 정도였어요. 제임스 왓슨이 먼저 화해를 신청하는 바람에 두 분이 나중에는 대단히 친해졌고요. 제임스 왓슨도 어떻게 보면 예사 사람은 아니에요. 

메대표: 화해를 청한 거는 윌슨 교수님의 이론을 인정하는 거죠.

최재천: 제임스 왓슨도 하버드를 떠난 다음에 보니 세상이 많이 변한 거예요. 환경 문제가 심각해지면서 여러 책을 읽다 보니까 아 그게 그냥 우표 수집이 아니었네. 그래서 은퇴 후 하버드 행사에 초청받아 왔다가 그 사람 많은 와중에 인파를 뚫고 윌슨 교수를 찾아 왔대요. 교수님 책에 보면 ‘어 저놈이 왜 내 쪽으로 오지? 나 저 사람 진짜 싫은데.’ 이런 이야기 다 적었어요. 근데 뚜벅뚜벅 사람들을 헤치고 걸어와서 하는 말이, ‘내가 미처 몰랐다. 당신의 학문이 이렇게 중요한 학문인지 내가 미처 몰랐다, 용서해 달라.’ 이런 대화 이후로는 그 두 분이 절친이 되었고요. 그런 위대한 학자들이 동감한 지점이 지구를 어떻게든 살려야 되겠다, 이 이야기.

민소장: 두 거장이 만나는 장면이 하나의 영화 장면처럼 연상이 되네요. AI로 질병을 치료하는 연구소가 왓슨 연구소거든요. 그리고 왓슨 프로그램을 통해 생명 연장, 질병 치유에 관한 과학이 많이 발전해 왔다고 알고 있는데요. 왓슨과 윌슨 두 분의 관계를 들으니 시청자들도 되게 뭉클할 것 같습니다. 최 교수님도 그 말씀을 하시는데 자랑스러움이 배어나는 것 같아요. 자연 과학자, 생태 과학자시니까 이거 하나 여쭤볼게요. 

요즘 ESG에 대해 많이 강조하잖아요. 특히 글로벌한 빅 테크 기업들이 많이 리드하는데요. ESG의 첫 번째가 환경 아닙니까. 이걸 어떻게 보시는지요?

기업이 바뀌면 사회가 바뀐다, ESG에 거는 기대

최재천: 저는 기대가 큽니다. 제 입으로 이런 얘기 하게 될 줄은 몰랐는데요. 인정할 수밖에 없습니다. 우리 사회에서 가장 탁월한 조직은 기업이다. 제가 대학에 몸담고 있지만 대학은 참 느려요. 뭔가 혁신하기에 너무 느려요. 근데 기업은 무서운 시장에서 살아남아야 하니까 가장 빠르고 가장 살아있는 탁월한 조직이라 생각합니다. 그 기업이 이제 변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온 게 아닐까. 

다들 알고 계시지만, 그린 워싱이라고 실제로 변하지는 않으면서 겉으로만 흉내 내는 것. 당분간은 그런 게 통할지 몰라도, 긴 안목에서 보면 그런 거 안 통할 거라고 생각해요. 실제로 우리나라 기업들이 진지하게 변하고 있는 걸 제가 봅니다. 저를 찾아오는 곳이 많아졌어요.

근데 그중에는 어떻게 빠져나가는 방법이 없을까요 수준의 자문을 구한 기업도 있었지만, 대부분은 진지합니다. 우리 기업도 더 이상 옛날처럼 살 수는 없다는 걸 압니다. 어떻게 하면 되겠습니까라고 진지하게 물어 오는 기업들이 여럿 있어서 저는 사실 기대가 큽니다.

메대표: 지난번 우리 프로에 미래에셋 애널리스트인 이광수 위원이 와서 ESG에 대해서 재밌는 얘기를 많이 해주셨어요. E와 S, S에서 다시 G로 어떻게 연결이 되는지 생태학자이신 선생님 시각에서의 해석을 좀 부탁드립니다.

최재천: 바로 1, 2주 전에 이런 강의를 요청받아서 했는데, 따로따로 하나씩 설명하려니까 조금 설득력이 없더라고요. 자 그러면 기업이 지배구조가 변해야 한다고 하는 거는 사실은 어떻게 보면 E하고 S하고 상관이 없어 보이죠. 그리고 S는 그동안 기업들이 그런대로 하느라고 조금씩은 노력했잖아요. 장학금도 내놓고요. 이 중 기업이 가장 걱정하는 건 E. 얘기해 본 적이 없는 기업들이 너무 많고, 기업이 환경을 망가뜨리고 있는 현실이니까요. 근데 이걸 따로따로 해야 되나 조금 헷갈릴 것 같아서 제가 고민을 하다가 제 딴에 발견한 게 하나 있어요. 이거를 관통하는 하나의 개념이 있더라고요. 바로 다양성(diversity)입니다. 결국 지배구조도 다양화하자는 거잖아요. 

오너 가족이 다 해 먹지 말아라. 이거니까 다양화하라는 거고. 소셜도 우리 사회의 여러 계층 간 불공평한 현실 개선에 기업이 기여하라는 거고, 기업이 그런 걸 조장하지 말라는 거니까 결국은 그것도 다양성이고요. 환경은 뭐 너무나 당연히 다양성이고 제가 평생 제일 중요하게 붙들고 사는 키워드가 바로 다양성이거든요. 왜냐하면 평생 자연을 관찰하면서 깨달은 거 하나가 있느냐 그러면 그게 다양성이에요. 

설명은 아직 잘 못하겠어요. 솔직히 그런데 저 자연계가 거의 모든 문제의 해결책으로 잡은 게 그냥 다양성입니다. 제 평생 관찰에 의하면 모든 걸 다양성으로 다 풀어냈어요. 

다양성만큼 자연에서 귀중한 가치는 없는 것 같아요. 근데 그게 ESG의 세 가지 요소를 다 관통하는 개념이라는 걸 발견했습니다.

위기에서 우리를 구할 핵심 개념은 다양성

민소장: 그렇다면 ESG의 다양성 자체가 과연 지금 위기의 지구, 이 이기적인 인류를 구원하는 열쇠가 될 수 있을까요.

최재천: 될 거라고 믿고요 그렇게 돼야 한다고 거의 확신하는데요. 그러니까 우리의 존재감이 너무 커졌다. 제가 생물 다양성의 불균형이라는 얘기를 늘 하거든요. 예전엔 그래도 여러 생물이 골고루 이렇게 살았는데, 지금은 인류의 존재감이 너무 커졌다는 건 지구의 생물 다양성의 심각하게 균형을 잃었다는 거지요. 

호모사피엔스의 존재감이 너무 커진 거니까 이거 어떻게 해결하나 고민해 보면, 인위적으로 그 존재감을 줄이려면 전쟁 같은 잔혹한 방법뿐이고요. 인간이 스스로 자신의 존재감을 줄여가는 노력을 어떻게 할 것인가, 이게 굉장히 어려운 문제인데 답은 저 자연에 있을 거라는 거죠. 자연은 내버려 두면 끊임없이 다양화하거든요. 저 비밀이 뭘까 진지하게 들여다보고 우리가 거기서 배울 게 없을까 계속 고민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