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bpx
최근 편집 2022. 06.27, 00:00

[고한석의 아시아 포커스] 미중 갈등도 녹이는 세계 불경기 조짐

By | 2022년 6월 20일 | 국제, 미분류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과 미중간의 갈등이 깊어지면서 세계는 다시 둘로 갈리고 새로운 냉전이 시작하는 게 아닐까 걱정되던 순간이 있었다. 하지만 인류는 보기보다 생존 본능에 충실하다. 전쟁과 기후 위기로 전세계의 에너지와 식량 문제가 눈 앞에 닥치고, 금리 물가 생산 난조 등 경제위기 조짐에 미국과 중국 모두 성난 침팬지처럼 으르렁거리기보다는 조화와 균형 중시가 이득이라고 판단한다는 듯하다. ‘관리되는 전략적 경쟁’, 충돌방지 가드레일 설치론에 이어 인플레이션을 잡기위한 관세 인하론까지 등장하고 있다. [편집자 주]

✔ 긴장 고조라기보다는 미중 군사 대화 채널 마련의 계기가 된 샹그릴라 대화
✔ 케빈 러드 전 호주 총리는 최악의 상황 피할 ‘관리되는 전략적 경쟁 정책’ 제안
✔ 미중 모두 과잉 반응 자제하고 즉자적 태도보다 장기적 전략 우선시해야
✔ 갈등 해소는 아니지만 정치적, 경제적 긴장 늦추고 미중 모두 생존에 집중

날선 충돌보다는 갈등의 관리, 6.10 IISS 샹그릴라 대화

지난 6월10일부터 2박3일 동안 싱가포르에서는 영국의 유명한 안보 싱크탱크인 ‘국제전략문제연구소’(IISS)가 주최하는 아시아 최대의 안보 관련 포럼인 ‘샹그릴라 대화’가 열렸다. 코로나19로 인해서 3년만에 개최된 이 행사에는 세계 40여개 국의 국방부 장관들이 참석하여 국제적 안보 이슈를 논의하였다. 가장 논의가 많이 된 것은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 문제였지만 언론의 주목을 가장 많이 끌었던 것은 미국 국방부 장관 로이드 오스틴과 중국 국방부 장관 웨이펑허(魏鳳和)의 발언이었다. 대부분의 언론들은 이 행사가 ‘미중간 격전장’이 되었으며 ‘날선 공방’으로 ‘충돌’하였다고 서술하였다.

하지만 좀더 큰 맥락에서 보면 이번 포럼은 오히려 강대국간 갈등의 첨예화를 (완화라기 보다는) ‘관리’해야 할 필요성을 느낀 미중 양측이 군사적 대화 채널을 마련하는 계기로 활용했다고 보는 편이 더 적절해 보인다.

케빈 러드 전 호주 총리의 저서 <피할 수 있는 전쟁>

그러한 기미는 얼마 전부터 조금씩 고개를 들기 시작하였다. 호주의 전 총리를 역임하였고 현재는 뉴욕에서 아시아 소사이어티(Asia Society)의 회장을 맡고 있는 케빈 러드(Kevin Rudd)는 지난 3월달에 “피할 수 있는 전쟁: 미국과 시진핑의 중국 간 파국적 충돌의 위험”이라는 책을 출간하였다. 노동당 의원인 케빈 러드는 한때 친중파로 공격을 당하기도 했었다. Financial Times는 지난 6월 2일에 이에 대한 서평을 실었다. 이 서평에 따르면 러드는 현재 양국의 정치인들은 상대방의 전략적 목표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며 이대로 가면 현재의 미중간 냉전은 핵전쟁을 포함하여 세계가 감당하기 어려운 열전(熱戰)으로 이어지게 될 것이라고 우려한다. 이를 피하기 위해서 그는 “관리되는 전략적 경쟁” 정책을 제안한다. 이는 결국 서로 합의할 수 있는 레드라인을 만들고 이를 서로 지키도록 하기 위해서 많은 고위급 물밑 외교를 지속적으로 진행해야 한다는 것으로 귀결된다.

사실 올해 초에 미국의 바이든 대통령은 미중간 충돌 방지를 위한 “가드레일”이 필요하다고 언급했었다. 그런데 갑자기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이 발발하고 중국이 러시아에 대한 연대를 표시하면서 미중간 감정은 다시 격화되었다. 지난 달 도쿄에서 미국이 중국의 잠재적인 침략으로부터 대만을 방어하기 위해서라면 기꺼이 무력을 사용할 것이라는 조 바이든 대통령의 언급 이후, 그러한 긴장감은 이미 최고조에 달했다는 징후들이 있다. 중국은 비록 러시아에 대한 직접적인 군사 지원은 자제하고 있지만 아시아 태평양 지역에서의 위협적 행동은 오히려 늘어나고 있다. 지난 6월 5일 중국 전투기가 지난달 26일 남중국해 상공에서 감시활동을 하던 호주 초계기에 초근접 위협 비행을 하면서 채프(레이더 추적 방지용 쇳가루)를 뿌려서 그 중 일부가 초계기 엔진에 들어가는 위험상황이 발생하였으며, 지난달에는 인도 태평양 상공에서 북한의 유엔 제재 위반 여부를 감시하던 캐나다 공군 초계기에 여러 차례 10~30m까지 근접하는 위협 비행을 하였다.

이런 상황에서 Foreign Policy는 6월 9일에 “펜타곤은 중국과의 더 많은 핫라인을 희망한다”는 글을 실었는데 미국 국방부 고위급 관료의 말을 빌어 싱가포르에서 개최되는 샹그릴라 대화가 “부분적으로 상호관계를 위한 가드레일을 설정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보도하였다.

갈등은 잠시 미루고 현안을 먼저 해결하다

또한 Foreign Policy는 6월 10일에 미 해군 예비역 장교가 쓴 “중국의 캄보디아 기지에 대해서 워싱턴은 냉정해야 한다”는 글과 6월 13일에 윌슨센터의 아시아 프로그램 연구자가 쓴 “중국의 솔로몬 제도 계획에 대해서 과잉반응해서는 안된다”는 글을 실었다. 전자는 동남아에서 중국과 협력하는 (게다가 과거 냉전시 미국이 군사적으로 개입한 기억을 아직도 가지고 있는) 국가들에 대해서 미국이 즉각적으로 거칠게 비난하는 것은 오히려 그들을 멀어지게 할 뿐이라며 그들이 필요로 하는 것을 제안하면서 장기적으로 관계를 재구축하는 정책을 사용해야 한다고 말한다. 후자는 최근 남태평양에서 벌어지는 중국의 움직임이 마치 제1 도련선(島鍊線: island chain, 쿠릴 열도-일본-대만-필리핀-말라카 해협을 잇는 선)과 제2 도련선(일본-괌-사이판-파푸아뉴기니를 잇는 선)을 돌파하기 위해서 남태평양에 제3 도련선을 구축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중국의 실질적 이해관계는 여전히 제1도련선에 있으므로 미국이 불필요하게 과잉반응하여 자원을 남태평양에 분산시킬 필요없이 대만과 남중국해에 집중해야 한다고 말한다. 둘 다 즉자적 태도보다는 장기적 전략을 우선시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입장이다.

6월 14일 닛케이 아시아 역시 “미국과 중국은 좀더 우호적인 관계의 전략적 중요성을 인식한다”는 외부기고 컬럼을 통해서 긴장완화 분위기를 띄웠다. 6월 10일 싱가포르에서 만나기 전인 5월 20일에 오스틴 미국 국방장관과 웨이펑허 중국 국방장관은 직접 통화하였으며 싱가포르에서도 30분 예정이었던 회담을 한 시간 넘게 이어갔다. 오스틴은 중국을 비판하면서도 중국이 주장하는 ‘하나의 중국’ 정책에 대한 지지 입장을 재확인함으로써 ‘레드라인’을 넘지 않았다. 회담 후 양측 대변인은 “건설적이고 긍정적인 회담”이라고 공개적으로 평가했다. 중국측 대변인 우치안 대령은 회담 후 “중국 측은 만나지 않는 것보다 만나는 것이 낫다고 생각하고, 말하지 않는 것보다 대화하는 것이 낫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렇게 군사적 측면에서 긴장완화 분위기의 단초가 보이는 것뿐만이 아니라 경제적 측면에서도 유사한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 닛케이 아시아 6월 6일자 “미국이 블랙리스트에 오른 중국 기업에 대해서 투자자들에게 ‘청신호’를 켜주었다”는 제목의 기사는 6월 3일에 미국 투자자들이 공식적으로 중국 군대와 연계된 회사들의 주식과 채권를 포기해야 하는 시한을 앞두고, 이러한 규제를 담당하는 워싱턴 기관은 그러한 유가증권을 보유하는 것에 대해 처벌받지 않을 것이라고 조용히 투자자들에게 통보했는데 이러한 조치가 양당 의원들로부터 항의를 받았다고 보도하였다. 닛케이 아시아 6월 7일 기사에 따르면 미국은 태국, 베트남, 캄보디아, 말레이시아에서 생산된 태양광 패널에 대한 수입 관세를 24개월간 면제한다고 발표하여 미국내 태양광 패널 생산업체들로 항의를 받았다. 미국이 중국산 태양광 패널의 수입을 금지한 이후 중국의 태양광 패널 업체들이 이들 국가의 업체들과 협력하여 현지에서 생산하는 방식으로 바뀌었기 때문에 이러한 수입 관세 면제는 사실상 중국에 대한 규제를 완화한 것이다. 닛케이 아시아 6월 16일자 기사에서는 “태양광 패널 관세에 대한 바이든의 동결은 중국과의 갈등보다 환경 이슈를 더 우선시 한 것”이라는 입장을 명확히 하였다.

6월 8일에 Financial Times는 외부기고 칼럼을 통해서 “인플레이션과 싸우기 위해서 트럼프 시대의 관세를 없앨 때가 되었다”고 주장하였고 닛케이 아시아 역시 6월 13일자 기사에서 “중국에 대한 관세를 철폐하는 것이 미국의 인플레이션에 대한 치료제가 될 수 있을까?”라고 질문하면서 그 영향이 제한적이기는 하지만 도움이 될 것이라고 분석하였다. 6월 18일 미국의 바이든 대통령은 “시진핑과 곧 통화할 예정이며, 대중국 관세 완화도 적극 검토중”이라고 밝혔다.

이러한 움직임이 결코 미중 갈등이 줄어들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단기적으로 중국은 코로나19 봉쇄로 인한 경제적 곤경에서 벗어나고자 하고 미국은 에너지 가격은 물론 디커플링으로 인한 각종 물자의 인플레이션으로 중간선거와 재선이 위협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벗어나고자 애쓰고 있다. 최근의 해빙 무드는 이러한 두 나라의 요구가 맞아떨어진 것이지만 장기적으로는 중국과 미국 모두 초기의 감정적 대응을 넘어서서 케빈 러드가 말한 것처럼 전략적 경쟁을 관리하면서 장기적인 우위 확보를 위한 시간을 벌 필요에서 나온 것이라고 보여진다.


글쓴이 고한석은
서울대 중문과를 졸업하고 하버드대학 케네디스쿨에서 IT정책으로 석사학위를 받았다. SK China에서 4년 동안 일했으며 삼성네트웍스에서 글로벌사업추진팀장을 맡기도 했다. 이후 열린우리당 정책연구원 정책기획 연구원과 정세분석국장, 더불어민주당 싱크탱크인 민주연구원 부원장 등을 거쳐 서울디지털재단 이사장을 역임했다.

최신기사 링크

[고한석의 아시아 포커스] 이 시각 세계경제 기상도, 아시아 구름 약간, 유럽 흐리고 비

우크라이나 전쟁의 장기화로 세계 경제의 피로도가 축적되는 가운데 아시아 경제가 상대적으로 선방하고 있어 주목된다. 당사자인 나토 국가들, 유럽과 미국은 에너지 쇼크, 고물가, 고금리 추세에서 빠져나오질 못하고 있다. 아시아 경제는 물가나, 금리에서 안정적이고 주식시장 신규상장(IPO)도 활발하다. 가장 큰 10개의 IPO중 8개가 아시아 지역에서 이루어졌다. 개별 지표나 산업의 움직임을 보면 부활이라는 표현도 가능하다. 신남방이든 인도태평양이든 정부와 기업은 아시아의 판정승이...

[메보라 방송] 코로나 르네상스가 온다! 최재천의 생태 백신

경제도 국방도 외교 안보도 중요하지만, 이번 방송에서는 이화여대 석좌교수 최재천 교수를 모시고 인간과 지구의 생존 이야기를 들어 보았다. 오미크론의 폭발적인 증폭과 함께 코로나19는 잠시 수그러드는 듯 했지만, 유럽과 미국에서는 또 다른 변종이 등장하고, 원숭이 두창 등 다른 종류의 인수 공통 감염병이 뉴스를 오르내린다. 인간은 어떻게 독점적인 지구 사용에서 한 걸음 물러나 자연과 공생하는 법을 다시 배울 것인가. 진행은 민경중 외국어대 초빙교수(민소장)과 메디치미디어 김현종...

[박창진 칼럼] 정의당, ‘고육계(苦肉計)’가 절실한 시점이다

필자는 대한항공의 객실 승무원으로 20년 넘게 일했다. 알다시피 어느 날 사주 가족으로부터 부당한 대우와 폭력을 겪었고, 노동자이자 인간으로서 남의 발에 밟히지 않으려다 보니 계획에 없던 ‘투쟁’을 하게 되었다. 그 몇 년간 ‘박창진이 회사 다니는 걸 보며 나도 싫은 회사를 꾸역꾸역 다닌다’는 노동자가 많았다. 2020년 정의당 비례대표 후보로 정치를 시작했다. 당내 경선에서 승보다 패가 많았다. 그 사이 정의당은 노동자 대표성보다 젠더 대표성이 부각되었고, 더 크게는 언론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