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스스로 날려버린 대외 신뢰도

정치는 말과 약속이고, 경제는 숫자와 통계다. 여기서 시작한다. 착오가 되었건, 조작이 되었건 통계란 약간의 실수도 허용되지 않는 영역이다. 국가 기관이 발표하는 자료에 등장하는 통계 수치는 바로 국가의 대외 신뢰도와 연결된다. 정부내 최고 엘리트 집단이라 할 수 있는 기재부가 매달 발행하고, 시중에 유료로 판매도 하는 <최근경제동향보고서> 2020년 5월 판에 그 전 달의 수출 액수가 100억 달러 가까이 잘못 기입되는 사고가 있었다. 취재 결과 관세청 자료가 아닌 기재부의 실수로 판명되었다. 하지만 기재부 측의 답변은 '오타였다. 수정할 예정이다.'뿐, 2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시정되지 않고 있다. 통계를 바라보는 공직 사회의 인식을 바꾸어야 할 필요도 있지만, 정부 기관 발행 문서에서 오류나 왜곡된 정보가 발견되었을 때 빠르게 바로 잡을 법적 제도 장치가 시급하다. [편집자 주]

✔ 잘못된 정책을 만들어 낼 수도 있어 위험한 정부 자료 통계 오류✔ 최고의 엘리트집단이라 자부하는 기재부 자료에 등장한 통계 오류✔ 수출입 통계상의 100억 달러 규모 오류, 발신지는 관세청 아닌 기재부✔ 오류나 왜곡된 정보 발견시 재빨리 바로잡을 법적 제도와 장치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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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실수도 허용 않는 통계의 세상

경제를 분석,진단하는 가장 중요한 지표이자 향후 경제 상황을 전망하는 기초 중의 기초 자료가 '통계'다. 이를 근거로 어느 시점에 얼마만큼의 규모로 어떤 정책을 수립해 시행할 것인지, 즉 경제 운용의 방향을 결정하는 시작점 역시 통계일 수밖에 없다. 숫자로 표현되는 통계는 그래서 정확해야 한다. 과장이나 축소 같은 왜곡이 없어야 하는 것은 당연하고, 아주 사소해 보일 수 있는 누락이나 오기(誤記) 같은 작은 실수조차 허락되지 않는 영역이다.

계산 착오나 수치 오기, 자료 왜곡 등 어떤 이유로든 잘못 작성됐거나 엉터리로 만들어진 통계는 자칫 경제 상황의 오판을 불러올 수 있다. 잘못된 정책을 생산하게 할 가능성도 크다. 이렇게 등장한 정책은 통화자본시장은 물론 경제의 씨앗인 산업계와 민생 경제까지 뒤죽박죽 엉망으로 만들어 버릴 수 있다. 통계가 품고 있는 신뢰성과 중요성이 그만큼 크다는 뜻이다.

무엇보다 정확해야 할 이런 통계를 믿을 수 없는 상황이 벌어진다면 어떻게 될까. 그것도 한 주요 경제 정책을 만들고 실행하는 국가, 즉 정부가 내놓은 공식 통계와 문건들이 정확성과는 거리가 먼 엉터리 자료라면. 놀랍게도 대한민국 정부에서 실제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다.

통계를 바라보는 공직사회 내 인식 변화와 교육이 필요한 상황이다. 국내외 시장의 신뢰성 확보를 위해서라도 통계 오류나 왜곡이 발견됐을 때 이를 빠르게 바로잡을 수 있는 제도적 장치의 도입 역시 시급하다.

통계·신뢰성·기획재정부

통계 오류나 왜곡은 신뢰성의 문제로 이어진다. 우리 내부에서 벌어지는 신뢰성 문제만이 아니다. 우리와 다양한 형태로 경제 관계를 맺고 있는 국가나 기업, 지역, 사회는 물론 우리의 경제 상황과 경제 체력을 진단하고 평가하는 국내외 외부 평가 기관에서 바라보는 신뢰성 문제도 발생할 수 있다. 특히 의도성이 담겨 있거나 오류왜곡의 규모가 크면 클수록, 또 통계 오류나 왜곡이 발견됐음에도 이를 바로 잡지 않는 행위들이 드러났을 때 발생하는 신뢰성 문제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더 심각한 상황으로 전개 될 수 있다.

'통계'라는 표현으로 시작해 '신뢰성'이라는 주제로 이야기를 이어간 이유가 있다. '한국 정부가 만든 주요 공식 문서에 엉터리 통계가 사용했고, 심지어 이 공식 문서를 만든 해당 정부 부처의 공직자들이 엉터리 통계가 사용 됐다'는 사실을 알고 있으면서도 무슨 이유때문인지 이를 그대로 방치해 두고 있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우선 한국 정부의 통계 왜곡 혹은 오류가 발생한 시작점부터 살펴보자. 한국 정부 조직 안에서도 최고의 엘리트 공직자들이 모이는 부처를 꼽으라면 단연 '기획재정부'부터 언급할 수 있다. 이런 인식 때문인지 기획재정부(이하 '기재부'로 표기)는 정부 조직 중에서도 국가 운영에 핵심 기능을 담당하고 있다. 본예산과 추경 등 대한민국의 살림살이를 기획편성해 집행하고 나라 재산인 국고와 국가 부채 관리 같은 재정 운영도 총괄하고 있다. 또 중장기 또 연차별 경제 정책 방향의 수립집행, 국가 재원의 분배 기능 역시 기재부의 몫이다. 여기에 각종 세금 등 조세 정책과 제도를 총괄하고 외환 시장 대응 같은 대외 경제 및 국내외 자본 동향 파악, 주요 산업의 성장과 수출수입 실태 관리, 물가 대응과 재원 분배 등 민생 경제와 각종 공공기관 운영 및 관리·감독, 일자리와 복지 같은 공공 영역의 경제는 물론 심지어 남북 경제교류까지 관장하고 있다. '경제'와 관련한 거의 모든 분야를 총괄하는 말 그대로 한국 경제 컨트롤타워가 바로 기재부이다.

 

 

기재부 '최근경제동향' 보고서의 통계 오류

이런 기재부가 직접 만들어 공개발표하는 우리 정부의 공식 경제보고서가 있다. 초록색 겉표지로 인해 '그린북(Green Book)'이라는 별칭으로 더 유명한 '최근경제동향'이라는 경제보고서가 바로 그것이다. 이 경제보고서는 기준금리와 경제성장률 전망치 등을 결정하는 한국은행의 금융통화위원회가 열리기 직전 기재부가 직접 발표하고 발행하는 우리 정부의 대표적인 공식 문건이다. 고용물가재정소비투자수출입국제지수산업 생산금융과 외환, 부동산 시장은 물론 미국과 중국, 일본, 유럽 등 해외 경제 현황에 이르기까지 사실상 우리 경제와 조금이라도 관련 있거나, 경제 범주 안에 포함할 수 있는 모든 분야의 동향과 통계들을 파악해 그 실태를 기재부가 직접 분석해 놓은 한국 경제 종합 자료집이 바로 최근경제동향 보고서다.

여기까지 확인했다면 이제 시계를 2년 전인 2020년으로 돌려 보자. 매월 그렇듯 2020년 5월15일 기획재정부는 어김없이 표지와 목차 등을 포함해 총 80쪽 분량(본문 76쪽)의 '최근경제동향'(5월호)을 공개했다.

그런데 기재부의 이 경제 보고서를 찬찬히 읽다 보면 이상한 수치 하나를 확인 할 수 있다. 'Ⅰ종합평가'와 'Ⅱ부문별 동향', 마지막 참고부분인 '주요경제지표'까지 세 개의 장(章)으로 구성된 경제 보고서 중 각종 통계와 수치로 가득한 'Ⅱ부문별 동향' 항목에서 말이다. 참고로 기재부의 최근경제동향 5월호 속 2장에 해당하는 'Ⅱ부문별 동향'은 고용물가재정해외경제민간소비수출입국세수지각종 생산현황외환 시장은 물론 부동산 시장 상황에 이르기까지 국내외 경제와 관련된 거의 모든 영역을 14개 부문으로 나누어, 하나하나 그 실태를 세밀히 분석해 놓은 부분이다. 한국 경제를 해부하듯 종합적으로 분석한 이 보고서의 중심인 셈이다.

무슨 이유 때문인지 이 보고서의 뼈대이자 핵심인 'Ⅱ부문별 동향' 부분에 사실과 다른 엉뚱한 통계 수치가 등장한다. 기재부가 엉뚱한 통계 수치를 등장시키면서 '최신경제동향'의 핵심 부분이 엉터리 내용으로 추락해 버린 것이다.

369.2억 달러 469.1억 달러로 둔갑, 기재부의 엉터리 통계 실태

좀 더 살펴보자. 2020년 5월 최근경제동향 보고서 2장 'Ⅱ부문별 동향'에서 비중 있게 다뤄지는 부분이 있다. 바로 '수출과 수입' 관련 내용이다. 한국 경제와 산업은 원료와 부자재를 수입해 부품 등 중간재와 완제품을 제조수출해 돈을 버는, 전형적인 수출주도형 가공무역으로 성장해 왔다. 지금도 이 형태의 산업구조를 바탕으로 세계 시장에서 경쟁하며 세계 10위권 경제 규모를 유지하고 있다. 한국에서 수출과 수입 관련 통계가 중요하게 다뤄 질 수밖에 없는 이유다. 기재부 역시 자신들이 만든 최근경제동향 보고서에서 '수출입 부분'을 비중 있게 다루고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바로 이 부분에서 기재부발(發) 엉터리 통계를 확인할 수 있다. 2020년 4월 잠정치 기준 한국의 수출액(최근경제동향 5월호는 4월 수출액을 '확정치' 대신 '잠정치'로 사용)은 369억 2,000만 달러다. 이것은 1년 전 2019년 4월 수출액인 487억 8,000만 달러 대비 -24.3%, 즉 1/4이나 쪼그라든 것일 만큼 좋지 못한 수출 상황을 그대로 보여주는 통계다. 기재부는 최근경제동향 보고서 속에 등장하는 4월 수출액 통계로 당연히 369억 2,000만 달러를 기재해야 한다.

기재부가 이 수치를 아예 쓰지 않은 건 아니다. 최근경제동향 5월호 '수출입 관련 항목' 첫 줄에 딱 한번이지만 "4월 수출(잠정)은… 369.2억 달러…"라는 표현이 등장하고 있으니 말이다. 하지만 무슨 이유 때문인지 정상적인 이 수출액 통계는 이 한 줄 이후 기재부의 최근경제동향 보고서에서 사라진다. 그리고 이후부터 기재부는 2020년 4월 수출액(잠정치)을 실제 수출액보다 부풀려진 '469억 1,000만 달러'라고 기재하기 시작했다.

2020년 5월호 최근경제동향 보고서의 수출입 관련 항목을 좀 더 살펴보자. 이 보고서 '8. 수출입(통관기준)' 항목의 본문 정중앙에는 직사각형 모양으로 큰 분량을 차지하고 있는 '수출 통계표'가 자리하고 있다. 이 '수출 통계표'에 사용된 가장 중요한 통계는 단연 '수출액'이다. 기재부가 바로 이 수출액을 엉터리로 작성한 것이다.

27% 넘게 부풀려진 수출액은 무슨 영문?

앞서 말한 것처럼 2020년 5월호 최근경제동향 보고서 본문에 등장하는 수출 통계표에, 정상적이라는 4월 수출액이 369억 2,000만 달러로 기재 돼 있어야 한다. 하지만 기재부는 이 정상적인 통계 수치를 쓰지 않았다. 대신 4월 수출액이 '469억 1,000만 달러'라고 기재해 놓았다. 실제 수출액보다 무려 27.06%나 많은 99억 9,000만 달러, 즉 100억 달러 가까이 부풀려진 수치를 수출 통계표 상에 4월 수출액이라며 공개한 것이다. 기재부가 작성한 수출 통계표 속 통계대로라면 우리나라의 2020년 4월 수출액이 실제 보다 무려 12조 2,927억원(2020년 5월 15일 환율 기준, 이하 동일)이나 더 많아지게 된다. 수출액 통계가 27% 이상 부풀려진 엉터리 통계 자료가 등장한 것이다.

한국 경제 컨트롤타워이자 정부 각 부처 중에서도 손꼽히는 엘리트 조직인 기재부가 대체 왜 이런 엉터리 수출액 통계를 정부의 공식 경제 보고서에 등장시킨 것일까. 실제보다 27% 이상 부풀려진 엉터리 수출액 통계(표)의 출처로 기재부는 최근경제동향 보고서 속에 '자료 : 관세청'으로 기재해 놓고 있다. 이 짧은 한 줄을 다르게 말하면 '수출액을 조사집계한 관세청이 수출입 통계표에 4월 수출액을 469억 1,000만 달러로 기재했고, 이런 수출액 통계 수치와 표를 기재부가 그대로 사용했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는 부분이다. 기재부가 '자료 : 관세청'이라고 적어 놓은 것처럼 정부 조직이 만들어낸 엉터리 수출액 통계의 출발점이 정말 관세청일까.

기자는 관세청이 작성한 4월 수출액 통계 수치가 나오는 문서와 자료들을 확인해 봤다. 관세청이 만든 수출입 통계와 자료, 문건 중 4월 수출액을 469억 1,000만 달러로 표시한 것은 존재하지 않았다. 혹시라도 실수나 오해를 불러올 수 있을 만큼 애매한 표기나 표현 역시 전혀 찾을 수 없었다. 사실 기재부가 그린북을 발표하기 2주 전인 5월 1일, 관세청은 '2020년 4월 수출입 현황' 자료를 먼저 내놨다. 관세청은 이 자료에 2020년 4월 수출액(잠정치 기준)을 369억 2,300만 달러로 정확히 기재했다. 이 자료만이 아니다.

관세청이 만든 '4월 수출액 실적(통관기준 잠정치)'과 '월별 수출입 현황' 등 자신들이 만든 다른 모든 '수출 통계(표)'와 자료에도 2020년 4월 수출액을 369억 2,300만 달러로 정확히 기재해 놓았다. 관세청 관계자 역시 기자에게 "잠정치 기준으로 관세청이 집계작성해 발표한 4월 수출액은 369억 2,300만 달러 하나뿐"임을 확인해 줬다. "관세청 자료를 사용한 것이라면 2020년 4월 수출액이 절대 400억 달러를 넘어갈 수 없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정부 문서에 100억 달러 차이나는 오류,ᅠ"오타, 수정하겠다"

ᅠ'최신경제동향' 보고서에 잘못된 통계를 사용한 이유에 대해 당시 기재부 측은 기자에게 "취재 내용에 대한 사실 여부와 관련 내용을 확인하고 답변하겠다"며 즉답을 피했었다. 이후 기자에게 연락해 온 기재부 관계자는 "469억 1,000만 달러는 생각하지 않아도 되는 숫자이고 369억 2,000만 달러로 봐달라"고 했다. "실제 수출액보다 99억 9,000만 달러, 2020년 5월 환율 기준 우리 돈 12조 2,927억원이나 부풀려진 469억 1,000만 달러라는 통계가 기재부에서 나온 배경"을 묻자 기재부 관계자는 "오타(誤打)"라는 주장과 함께 "수정하겠다"고 했다. 기재부발 엉터리 통계는 실수였고, 기자의 취재로 이를 알게 됐으니 바로잡겠다는 것이다.

그런데 '실수였다'는 취지의 기재부 주장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기 개운치 않은 내용들이 많다. 먼저 기재부 주장처럼 정말 오타로 인한 실수였을까. 2020년 4월 실제 수출액 369억 2,000만 달러와 기재부가 엉터리로 부풀려 놓은 수출액 469억 1,000만 달러 간 차이가 무려 99억 9,000만 달러에 이른다. 실제 수출액과 엉터리 수출액, 두 통계 수치를 비교해 보면 오타가 나오기 쉽지 않은 숫자 구성이다. 흔히 사용하는 컴퓨터 키보드의 오른쪽에 배치된 숫자 배열 버튼들이나, 또는 전자계산기의 숫자 버튼을 조금만 살펴보면 왜 그런지를 쉽게 이해할 수 있다. 더구나 '최근경제동향' 보고서는 기재부가 발행하는 문건들 중 우리 정부의 가장 중요한 공식 문서이자, 심지어 대외적으로 '유료' 판매까지 하는 대한민국 정부의 대표적인 공식 경제 보고서이다. 이런 성격의 보고서를 검토하는 과정에서 본문 중앙에 가장 잘 보이는 위치에 자리 잡은 커다란 통계표 속, 무려 12조 3,000억원 가까이 수치가 틀린 엉터리 통계를 발견하지 못했다는 게 오히려 더 이상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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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못된 통계, 2년째 고쳐지지 않고 방치중

통계 이야기를 하며 2년 전 2020년에 벌어진, 그래서 마치 구문(舊聞)처럼 느껴질 수 있는 일을 지금 꺼내 든 이유가 있다. 한국 정부의 핵심 부처인 기재부발 엉터리 통계 오류 혹은 왜곡 문제가 매듭지어지지 않은 채 현재 진행형으로 지금껏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외에 공개한 우리 정부의 주요 공식 경제 보고서 속 핵심 통계인 수출액이 사실과 다르게 엉터리로 부풀려져 있는 실태를 기재부 측도 모두 알고 있다. 이와 관련해 두 차례나 기자에게 "잘못된 통계는 수정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한국 정부의 정책 신뢰를 위해서라도 100억 달러 가까이 부풀려진 엉터리 수출액 통계를 기재부 스스로 수정(修正) 또는 정정(訂正)했어야 한다.

가능하다면 '사실과 다르게 부풀려진 엉터리 통계 수치가 정부의 주요 공식 경제 보고서에 사용됐고, 이를 바르게 수정 또는 정정했다'는 내용까지 정확히 공개했어야 하는 게 맞다. 앞서 말했던 통계가 품고 있는 신뢰성 문제 때문이다. 한국 정부의 핵심 부처이자 경제 컨트롤타워로 불리는 기재부가 수출액 통계를 엉터리로 작성해 주요 보고서에 사용했다는 사실만으로도 국내외에서 신뢰성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더구나 이 문제는 통계와 관련한 한국 정부의 투명성과 신뢰도, 또 정부 통계의 정확성 문제로 이어질 수도 있는 사안이다.

그렇기에 통계가 엉터리였다는 사실이 드러난 그 즉시 기재부 스스로 이를 수정 혹은 정정했어야만 한다. 2년이 지난 지금 실태는 어떨까. 기자는 실제 수출액보다 99억 9,000만 달러나 부풀려진 엉터리 수출액 통계를 무슨 이유 때문인지 2022년 6월 현재까지도 기재부가 전혀 수정하지 않고 있는 것을 확인했다.

정확성과 신뢰성이 생명인 정부기관 생산 통계

그린북으로 불리는 기재부의 '최근경제동향'은 우리 정부의 공식 경제 보고서들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자료로 꼽히고 있다. 그렇기에 수출입 총액 등 그 속에 담긴 각종 통계 모두 우리 사회 각 영역에서 매우 중요한 자료로 인식되고 있다. 기재부는 물론 정부 내 다른 부처들과 중앙은행인 한국은행까지도 경제 실태 파악과 각종 정책 수립, 또 향후 경제 전망과 재정통화 운영 방향 결정을 위한 핵심 자료로 활용하고 있다. 정부와 중앙은행만이 아니다. 국내외 각종 경영경제연구소, 금융사, 기업들 역시 정부가 생산한 통계들을 바탕으로 현실을 분석해 경영 전략을 짜거나 시장 대응 방안을 수립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언론도 마찬가지다.

정부 부처와 공적 기관들이 생산공개하는 통계와 자료들이 그 무엇보다 정확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각종 경제 지표와 수치들을 임의로 가공하거나, 수정변경해서는 안 된다. 의도성이 묻어 있는 과장이나 축소 같은 왜곡은 당연하고, 오기나 누락 같은 사소한 실수조차 있어서는 안 되는 영역이다.

우리 경제를 둘러싼 대내외적 요인들이 우호적이지 못한 상황이다. 인플레이션, 유가와 곡물가 급등, 소비 침체와 제조 둔화, 전쟁 등 골치 아픈 사안들로 가득하다. 이런 상황을 냉정하고 정확하게 파악해, 가장 효과적인 대응 방안을 마련하는데 기초 자료가 바로 통계다. 정부는 물론 공적 기관에서 생산한 통계들의 정확성과 신뢰성 문제가 그래서 중요하다. 기재부가 만들어 낸 엉터리 통계, 또 이 엉터리 통계를 대하는 기재부의 태도는 우리 정부의 신뢰성과 경쟁력이라는 부분에서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든다.

 

 


 

조동진 필자18년차 기자. 사회 현안에 대한 이슈와 함께, 경제와 금융, 그리고 자본 시장과 기업들의 지배구조, 자금 흐름에 대한 이야기를 취재하고 써왔다. 특히 여러 이해관계자들 예컨대 기업·정부·정치·주주 소비자 등이 얽혀 서로 부딪치는 난수표같은 자본의 흐름을 풀어헤치는 일에서 일의 재미를 찾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