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치 보이는 라디오가 이번에는 미래에셋 수석 애널리스트 이광수 위원의 ESG 두 번째 방송분이다. 첫번째 방송에서 이광수 위원은 기존의 투자 방법으로는 더 이상의 초과수익을 기대할 수 없는 현실에서 ESG는 기업과 투자자에 이익을 가져다주는 동시에, 빠르게 세상을 바꿀 수 있는 방법이라 설명했다. 이번 시간에는 ESG 관점에서 어떻게 투자하고, 어떻게 소비해야 할 지에 대해 이야기한다. 투자의 전복이라는 대제목에 어울리게 이광수 위원은 '노조가 강한 회사에 투자 하라', '임금 수준이 높은 기업에 투자하라'고 기존의 투자 문법과는 다른 방향으로 조언한다. 진행은 민경중 외국어대 초빙교수(민소장)과 메디치미디어 김현종 대표(메대표)가 맡았다.[편집자 주]

<피렌체의 식탁> X <메디치 보라> 공동기획, 경제를 알고 투자로 살아남기, 이광수편 #2

✔물가 오르면 노조 없는 회사 임금 투쟁으로 시끌   강성 노조 있는 회사는 임금 높고 파업보다 협상

✔투자자 입장에선 노조 잘 되어 있는 회사가 안정   회사 불확실성 커지고 임금 올라가면 옷값 올라

✔저임금으로 돈 약탈적으로 버는 옷 회사는 타격   노동가치 충분히 보장하고 있는 회사가 더 벌어

✔옷값 쌀 때는 금방 입고 버려 옷폐기물 문제 커   값 오르면 옷 재생·재활용 사업 잘돼 환경 도움

✔ 예전에는 투자 위해 누가 돈을 버나 살폈다면   앞으론 중대재해법-노사관계-안전관리 등 주목

최근에 노동 이슈가 굉장히 중요해요. 트리거가 생겼어요. 바로 물가상승입니다. 트리거가 생겼기 때문에 물가가 오르면 경제 주체들은 반응하게 되죠. 예를 들어 기업은 상품 가격을 올려요. 방어해야 하니까 정부는 긴축 정책을 쓰고 금리를 인상합니다. 그럼 가계는 어떻게 됩니까 가계는 소비를 줄이고 임금을 올려야 돼요. 물가가 오르는 것 이상으로 올려야겠지요. 그래서 인플레이션 기간에는 명목임금이 크게 상승합니다. 그러면 임금을 올리기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이 뭡니까?

투자 때 노사관계 살피는 것은 필수

메대표: 노사 협상을 잘 하거나 아니면 쟁의를 해야죠.

이광수: 그렇죠 내 임금을 올리려면 나의 기본적인 노동 3권 실행해야지요. 단결하고, 행동하고 요구해야 합니다. 그런 입장에서는 제일 먼저 노조를 결성해야 하고 그 다음에 쉽게 말해서 행동, 강하게는 파업까지 해야 하죠. 그게 임금을 올릴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방법입니다. 

1950년대부터 미국의 인플레이션과 그리고 파업 수를 비교해 보면요, 이렇게 똑같이 나와요. 쉽게 말해 물가가 오르면 파업을 많이 하게 돼요. 임금 올려달라고. 이게 사실은 지금의 우리가 노동을 보는 ESG의 노동의 관점입니다.

이제는 노사관계가 되게 불안정하게 될 거예요. 그러면 투자하는 입장에서는 그게 리스크 요인이죠. 왜냐하면 예를 들어서 어떤 기업이 제품을 만들고 있는데 파업 맨날 하면 그 회사 주가 계속 빠질 거 아닙니까. 리스크잖아요. 쉬운 예를 들면 작년 말에 CJ대한통운이 파업에 들어갔어요. 그래서 연말에 택배 잘 못 받으셨잖아요. 주가도 엄청 빠졌거든요. 투자하는 입장에서 리스크죠. 이제는 투자를 하실 때 노사관계가 어떤가 보셔야 해요. 그럼 역설적으로 a라는 기업이 있고 b라는 기업이 있습니다. a기업은 강성 노조가 있어요. b기업은 노조도 없어요. 어떤 회사 투자하실래요? 쉽게 말해서 어떤 회사가 더 불확실합니까?

메대표: 노조가 없는 회사겠죠. 

이광수: 노조 설립하고 파업하고 이 단계까지 가야죠. 강성 노조가 있는 회사는 이미 임금도 높아요. 그래서 이제는 테이블에 편히 앉아 협상합니다. 거리로 나오지 않아요. 그래서 투자자 입장에서는 노조가 잘 결성되어 있는 회사가 훨씬 더 안정성이 있다는 거예요. 예전하고 다르죠.

민소장: 스타벅스가 노조를 결성했다고 뉴욕타임스나 월스트리트 저널이 열심히 보도를 하더라고요.  외신을 볼 때는 그 생각을 못했는데 투자적 관점에서 보면 그게 앞으로 지속적으로 노조가 없을 때의 불안감보다 오히려 노조가 결성되면서 스타벅스의 주주 가치가 좀 안정적인 단계로 갈 수 있다고 해석할 수도 있겠죠.

그런데 지금까지 없었으니, 그 불안한 과정을 이제 겪어야 합니다. 아마존이 1994년도에 설립됐는데, 제프 베조스가 가장 싫어하는 게 노조예요. 그래서 임금을 높게 줬어요. 그런데 지금 아마존의 뉴욕 물류 창고에 노조가 처음으로 생겼어요. 30년 만이죠. 아마존 노동자들도 이제 요구할 때가 된 거예요. 그러니까 트리거가 생긴 거죠. 근데 투자자 입장에서 그거를 잘 모르고 있는 거와 그걸 감안하는 건 완전 차이가 나는 거죠.

메대표: ESG로 돌아가면 그건 S에 해당하는 건가요

이광수 

그렇죠.

메대표: 불안정성, 불확실성의 최소화 이것이 이제 ESG 경영을 잘하는 거겠네요.

임금 높은 회사가 투자 가치 커

이광수: E도 마찬가지입니다. 아까 제가 신재생 에너지 말씀을 드렸는데, 그 관점에서는 화석연료만 쓰는 게 불확실성이 큰 거죠. 나중에 어떻게 될지 모르니까요. 이처럼 ESG 관점에서 보면 과거하고 기업의 투자 판단이 달라진다는 겁니다.

이광수: 대표적으로 노동 이슈 중에서 가장 글로벌하게 이슈가 되는 건 사실은 의류산업입니다.

메대표: 노동집약적이니까.

이광수: 가장 노동 집약적이죠. 굉장히 흥미로운 사실이, 1960년대에는 미국에서 입는 옷의 95%를 미국에서 생산했어요. 지금은 미국에서 입는 옷의 3%만 미국에서 생산하고, 글로벌하게 공급망이 확대하면서 전 세계로 공장이 나눠진 거죠.

그런데 그 과정 속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냐면 옷값이 아주 싸졌어요. 이게 아이러니한 거죠. 노동이 많이 들어가는 상품인데, 가격이 안 올랐습니다. 그 얘기는 뭐냐면 급여가 계속 떨어진 겁니다. 급여를 어떻게 떨어뜨렸냐면 미국에 있는 공장을 방글라데시로 옮긴 거죠.

민소장: 아이티로도 옮기고요.

메대표: 소비자가 와이셔츠 사는 가격이 1970년에 비해 지금 오히려 가격이 떨어졌어요. 맞습니다. 그 얘기는 자라(Zara)나 의류 OEM 수출하는 한세실업 등의 주가를 볼 때 ESG 측면에서, 그중에서 노동 안정성을 잘 봐야 된다는 말씀이겠군요.

이광수: 이제는 시장에 큰 변화가 일어날 겁니다. 왜냐하면 인플레이션이 오면서 많은 노동자들이 자기의 가치에 대해서 고민할 거예요. 그건 미국에 있는 노동자든 방글라데시에 있는 노동자든 똑같아요. 방글라데시의 노동자들은 밥 안 먹습니까? 밥값이 오르면 자기의 처지에 대해서 고민하기 시작해요. 그러면 전 세계에 있는 임금이 올라가잖아요. 그러면 옷값이 오르기 시작할 거예요. 이럴 때 우리는 어떤 투자를 생각해야 할까요. 아주 직관적으로 전 세계 의류 회사들을 놓고 누가 누가 임금이 높은가를 보고, 임금이 높은 회사에 투자하셔야 해요

메대표: 그걸 감당하고 있다는 얘기니까요

이광수: 예를 들어서 우리가 패스트 패션이라고 하죠. 엄청 많잖아요. 만원 안팎으로 왠만한 거 사잖아요. 그런 회사들 임금 수준이 엄청 낮습니다. 그런 회사들은 앞으로 어떻게 될까요. 비용 압박이 엄청 커질 거예요. 그래서 옷값은 오르더라도 회사 이익은 크지 않죠. 반면 이미 임금을 많이 주고 있는 회사가 있어요. 그동안은 투자자들이 관심도 없었어요. 여기는 효율성이 떨어진다 생각해서 투자자들이 관심 없었지요. 근데 앞으로는 옷값이 오르는 족족 다 돈으로 들어올 겁니다.

비싸도 상대적으로 싸게 느껴지는 브랜드

메대표: 재미있는 역전이네요.

이광수: 바로 이렇게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거예요. 이제 방글라데시 노동자들도 임금이 올라갑니다. 방글라데시의 최저임금이 한 달에 10만 원이에요. 근데 최근에 방글라데시에서 파업이 일어났어요. 한 번도 없다가 한 1만 3천 명 정도가 임금을 50% 올려 달라고.

아쉽게도 첫 시도니까 다 수용되진 않았는데. 그런 요구들이 계속 나올 겁니다. 그러면 회사의 불확실성도 커지고 임금이 올라갈 건데, 그렇게 되면 쉽게 말해 앞으로는 옷값이 올라갑니다. 여러분들 입고 계신 옷값이 다 올라갈 거예요. 그러면 의류 기업들이 돈을 벌겠죠. 근데 돈을 버는 정도가 다르다는 거죠. 이미 노동의 가치를 충분히 보장하고 있는 회사들은 더 많이 벌 거고, 저임금으로 돈을 약탈적으로 버는 회사들은 타격이 있을 겁니다. 그런 차이를 여러분들이 판단을 잘 하셔야 합니다. 

또 한 가지. 한 번 더 생각해 보죠. 옷값이 올라가면 또 어떤 일이 일어날까요. 제가 조사를 해봤더니요, 전 세계적으로 2000년도 초반에는 옷을 한 벌 사면 200번 정도를 입었어요. 정확히는 207회를 입는다고 합니다. 그런데 2016년도에는 전 세계는 130회로 떨어졌고, 중국은 무려 60회 정도로 떨어져요. 옷값이 싸지니까 이제 금방 입고 버려요. 그래서 지금 전 세계적으로 옷 폐기물의 문제가 엄청 커졌습니다.

메대표: 그렇겠네요.

민소장: 자연친화적인 기업 중에 파타고니아라고 있잖아요. 옷값이 싸지 않아요. 그런데 이 브랜드가 과거부터 상당히 친환경적이고 자연을 생각하는 고급 이미지를 주면서, 소비자들은 비싼데도 여기 옷을 사 입었어요. 투자적 관점에서 보면 파타고니아 같은 기업을 더 주의 깊게 볼 필요가 있겠네요.

이광수: 일반 옷 가격이 오르면 파타고니의 옷은 상대적으로 싸게 느껴지겠지요. 훨씬 더 잘 팔리겠죠. 그리고 옷값이 올라가면 사람들이 옷을 더 많이, 오래 입게 될 겁니다. 그렇게 되면 폐기물이 줄어드니 환경에 도움이 돼요. 

미국에서 지난해 스레드업이라는 회사가 상장됐는데요. 이 회사는 쉽게 말해 옷을 재사용하는 플랫폼을 만들었어요. 제가 옷을 이 회사에 팔면, 이 회사가 또 다른 데 팔아줍니다. 쉽게 말해서 헌옷 장사를 하는 회사가 상장이 됐어요. 미국에 처음으로 이건 세상의 변화를 얘기하는 거죠. 앞으로 옷값이 올라가면 옷을 재생하고 재활용하는 사업이 굉장히 커질 겁니다.

메대표: 그거는 제조업체가 만든 건 아니죠. 유통업체죠

이광수: 플랫폼 업체입니다.

헌옷을 매입하여 재판매하는 플랫폼 스레드업(threadUP)은 나스닥 상장 기업이다.

투자하고 연결될 때 더 빨리 변화하는 사회

메대표: 정리하자면 그동안에는 낮은 임금으로도 괜찮은 품질이 나오도록 일종의 통제관리를 잘하는 회사가 좋은 회사고 주가 상승 여력이 있는 회사였습니다. 이제부터는 조화로운데다 임금도 좀 주고 그렇게 해야 좀 더 장기적으로 안정적으로 간다, 이와 동시에 소비도 줄거나 사이클이 길어져 환경에도 도움이 된다는 얘기지요? 

이광수: 그렇습니다. 그래서 앞으로 일단 여러분들이 옷을 좀 사 놓으시라는 말입니다. 옷값이 올라갈 테니까. 이게 생활투자거든요. 

민소장: 처음에 시작할 때는 ESG가 우리 삶과는 조금 먼 얘기 같았는데, 얘기를 나누다 보니까 이미 우리 주변에 깊숙이 자리 잡았네요.

메대표: 간단치 않은 것 같아요.

민소장: 우리에게 삶에 큰 영향을 미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이 방송의 유익함이 바로 그런 데 있는 것 같습니다.

이광수: 저는 투자에 도움을 드리는 사람이고 애널리스트의 입장이기 때문에 투자로 세상을 바라보거든요. 그러니까 저도 개인적으로 관심이 있죠. 좋은 세상을 만들고 세상을 바꾸는 데 관심이 있지만, 이게 투자하고 연결되면 훨씬 더 빠른 변화를 가져온다고 생각해요. 돈도 벌고 세상도 바꾸니 더 좋은 일이지요. 

메대표: 그 얘기를 지금 물러나는 정부의 부동산정책 하신 분들이 좀 들었으면. 지난 몇 년의 부동산 정책이 당위성을 기반으로 했잖아요. 인간의 욕구와 이기심은 별로 인정하지 않았잖아요. 그러니까 이렇게 하면 옳은 일도 하면서 돈도 번다, 이런 ESG 경영처럼 정책을 폈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갑자기 듭니다.

이광수: 맞습니다.

정책의 영향성은 미미, 이윤 추구 면에서 ESG는 대세

민소장: 좀 민감할 수도 있는 문제를 여쭤보려고 했는데요. 문재인 정부 하에서는 신재생에너지, 기후, 환경 이런 부분들에서 사실 기업들이 가야 하는 방향은 맞지만 부담이 된다는 얘기들이 참 많았어요. 단도직입적으로 여쭤본다면 ESG가 기업에게 미치는 영향이 문재인 정부와 윤석열 정부가 다를까요.

이광수: 지켜봐야겠지만 아직 정책 방향성은 안 나와서, 뭐라 판단하기는 어려울 것 같고요. 하지만 ESG 방향성은 대세라 생각합니다. 이미 말씀드린 것처럼 이제 기업이 돈을 벌기 위해서는 그렇게 가야 해요. 예를 들어서 정부가 제발 신재생 에너지 사업, 태양광, 풍력발전 하지 말라고 뜯어 말려도 해야 해요. 돈을 벌고 투자 유치하기 위해서는 꼭 필요해요. 정책의 영향성은 점점 미미해지고 있다고 봅니다.

기업은 이윤을 추구하는 거잖아요. ESG가 훨씬 더 빠르게 정착하고, 그 속도에 정책이 도움을 줄 수 있죠. 우리나라가 ESG 면에서 우월적인 위치를 차지하기 위해서는 정부 정책이 도움을 주면 훨씬 빠를 텐데. 아직까지는 좀 아쉬운 측면이 좀 많습니다. 

민소장: ESG는 대세이기 때문에 어느 정부든 갈 수밖에 없다는 걸 인정하는군요. 예를 들어서 문재인 정부가 ‘사람이 먼저다’라는 모토로 중대재해법 통과시켰는데요, 이제 법안에 잉크도 마르기 전에 벌써부터 일부 경제단체 중심으로 중대재해법 너무 과하지 않느냐, 기업이 이런 리스크를 안아야 하느냐, 라고 하면서 이걸 완화시켜야 한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어요. 

윤석열 정부가 들어서면서 기업들이 그런 요구들이 있을 때, 글로벌 스탠드 기업 평가 기관들에서는 한국의 기업들의 그런 마인드가 바뀌었다는 걸 모르겠습니까. 당연히 알겠죠. 그런 평가 부분에서 우리가 우리 홀로 갈 수 없는 건데. 이런 부분들이 어떻게 조화롭게 갈 것인가 걱정됩니다.

투자문법의 큰 교체기

이광수: 맞습니다. 예를 들어서 중대재해법의 처벌이 강화됐는데, 그게 다시 완화되면 쉬운 말로 평가가 낮아지겠죠. 이건 뭐 철저히 객관적인 거니까요. 그런데 기업들은 낮춘다고 해서 그 안전설계를 방만하게 하지는 않을 거예요. 더 노력을 해야 합니다. 그래야 돈을 받을 수 있으니까.

일부 기업들은 다른 방향으로 갈 수 있겠지만 세계를 상대로 무역을 하는데는 그게 중요하기 때문에 어쨌든 정책의 속도 차이는 있지만 갈 길은 간다고 봅니다. 아까 말씀드렸잖아요. 기업들은 영속성을 전제로 합니다. 법인은 영원하지만, 사실 정부는 5년이지 않습니까. 그런 차원에서는 정책에 크게 구애받지 않고 기업이 훨씬 더 ESG에 관심을 더 많이 갖고 변화가 그런 쪽으로 이루어질 거라 봅니다. 

메대표: 정부가 개입할 수 있다면 속도 정도다, 라는 말 상당히 와 닿았습니다.

이광수: 그래서 정부가 도움을 주면 한국의 기업들이 빨리 가서 선점하고 그리고 글로벌하게 일종의 좋은 위치를 차지할 수 있는데 그 지점이 아쉬운 거지, 그 방향성을 틀지는 못합니다. 

메대표: 이렇게 와 닿네요. 투자문법의 큰 교체기가 왔다, 방아쇠를 잘 당겨라, 선점하면 돈을 벌 것이다, 라는 식으로. 

이광수: 여러분들이 그동안 하고 계셨던 투자에 대한 생각, 기업 이익에 대한 생각을 한 번 더 전복할 필요가 있습니다. 누가 빨리 그걸 바꾸느냐에 따라 결국 돈이 결정될 겁니다. 이게 저희가 대단한 얘기를 하는 게 아니에요. 기업을 보실 때 예전에는 누가 돈을 잘 버는가 눈여겨 보았다면, 앞으로는 중대재해법, 노사관계, 안전관리같은 면도 유심히 봐야 한다는 이야기에요. 그게 굉장히 중요한 조건이고 기업을 운영할 때도 되게 중요한 겁니다.

테스트 베드로 탁월한 우리나라 공기업

메대표: 공인된 평가 기준이 우리나라에도 있으면 좋겠네요. 유력한 기준은 있는데 공인된 기준은 없더라고요.

이광수: 맞습니다. 정부가 이제 노력은 하는데요. 정부는 일종의 탑다운으로 규정을 만들다 보니 좀 무리하게 재단한 측면도 있고요. 그리고 밑에서도 기관들이 만들고 있는데 아직까지 미미한 측면이 있습니다. 그런데 여기에서 그 규정을 만드는 데 출발점은 기업이에요. 기업이 얼마나 많은 정보를 제공하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기업 스스로 이산화탄소 배출이 어느 정도인지부터 시작해서 정보를 잘 기록하는 게 그 나라의 ESG의 경쟁력을 측정하는 겁니다. 근데 기록은 중요한 게 하나 있습니다. 자랑이 아니라 반성이어야 해요

그러니까 지금 많은 기업들이 ESG팀을 만들고, 본부를 만들고, 보고서를 만들어서 자랑하려고 합니다. 우리 회사 일회용 컵 사용 안 한다고 자랑하는 거지요. 그런데 ESG 보고서의 내용은 반성이어야 해요. 우리 기업이 이산화탄소 배출량 이 정도인데, 이렇게 반성하고 이렇게 하는데 앞으로는 이렇게 할 거다. 이런 보고서가 훨씬 더 높은 점수를 받고, 변화를 얘기해야 한다는 거예요. 

지금 한국에서는 그게 가장 중요한 겁니다. 정책이라든지 ESG에서 가장 큰 출발점은 반성하는 보고서를 잘 만들자는 규정을 만드는 겁니다. 기업들이 이를 잘 하게끔 인센티브도 주고 규정을 만들어야 합니다.

메대표: 정부가 ESG 경영이 정착하도록 이런 류의 기업 내 활동에 대해서는 세제나 금융 지원을 좀 해 주면 좋겠다는 그런 생각이 드네요.

이광수: 맞습니다. 그래서 이제 정부에서 그렇게 컨설팅이라든지 아니면 프레임워크라고 그래서 일종의 제도 같은 걸 만들어서 지원을 해주고요. 우리나라는 굉장히 좋은 테스트 베드가 있어요. 공기업을 통해서 적용해 보고 테스트해보면 좋은데, 아쉽게도 공기업들이 ESG에 대해서 강조는 하지만 방향성을 잘 못 잡고 있어요. 

전 세계에서 공기업이 이렇게 많은 분야에 탄탄하게 구성돼 있는 나라도 흔치 않습니다. 저는 정부가 일단 공기업의 ESG에서 뭔가 좀 의미 있는 변화를 줬으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메대표: 공기업이 보통 민간 기업에 비해서 굼뜬데 이번에는 좀 앞서갈 수도 있나요. 

이광수: 인센티브를 줘야죠. 지금도 공기업은 경영평가 결과 따라 보너스가 달라지고 기관장 유임이라든가 이런 것도 결정하는데, ESG 항목이 들어가 있긴 합니다. 그런데 그 내용이 본질적인 거에 대해서는 미진합니다. 

메대표: 임금 수준이 높은 기업이 오히려 경쟁력이 있을 수 있다, 노조가 있는 기업이 오히려 경쟁력이 있을 수 있다는 이런 반전들을 배운 시간이었습니다.

이광수: 마무리하면서 여러분들한테 꼭 드리고 싶은 말씀이 ESG가 관념적인 사항이 아니고, 우리가 당위론적으로 접근할 내용이 아니라는 겁니다. ESG는 현실로 다가오고 있고 우리 투자에 지대한 영향을 끼칠 수 있다, 이런 이야기입니다. 여러분들이 이거를 현실적으로 고민하셔야 합니다. 많은 분들이 ESG를 좀 더 현실적으로, 삶과 투자와 연결해서 고민, 접근하시고 이런 강의도 듣고 하셨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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