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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한석의 아시아 포커스] 남태평양 섬들에서 세력 바둑 시전 나선 중국

By | 2022년 5월 30일 | 국제, 미분류

바이든 대통령이 한국과 일본을 방문하며 IPEF구성을 선언하자, 중국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 왕이는 남태평양 8개 도서국 순방에 나섰다. 미국은 잡고 잡히는 체스식 전략을 구사하고, 중국은 세력 형성후 포위하는 전략 차이를 보여왔다. 미국과 중국의 갈등 사이에서 발등에 불떨어진 호주는 화교 출신장관을 앞세워 진위파악 나서는 중이다. 중국 국영해운회사 (COSCO) 의 세계 4위 선박, 터미널 역량도 중국 해양력 강화에 일조하는 중이다. 남태평양이라는 커다란 바둑판 위에 대국을 펼치는 듯한 중국의 해양 외교를 고한석 필자가 외신을 통해 정리한다. [편집자 주]

✔ 먹고 먹히는 체스식 사고를 기반으로 하는 서구인의 군사 외교 전략
✔ 동양은 빈곳부터 공략하여 상대방을 포위하여 항복 끌어내는 바둑식
✔ 바이든의 한일 방문중 태평양 도서국 행보에 나선 중국 외교부장
✔ 세계 4위의 국영해운회사 역시 중국의 해양 영향력 강화에 일조

중국의 전략을 이해하는 한 수단, 시진핑의 바둑 사랑

중국 국가 주석 시진핑은 바둑 애호가로 유명하다. 그는 1979년 대학 졸업후 당시 중국공산당 중앙군사위원회 사무국장인 겅뱌오(耿飇)의 비서로 첫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겅뱌오는 직원들에게 군사전략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바둑을 배워야 한다고 강조해서 시진핑은 처음으로 바둑을 배우게 되었다. 곧 바둑에 심취하게 된 시진핑은 유명한 바둑 기사 녜웨이핑 9단과도 절친한 사이가 되었고 직접 특별과외를 받기도 했고 ‘바둑을 두며 치국(治國)의 도리를 배웠다’고 말하기도 했다. 2014년 방한시에는 직접 이창호 9단과 만나 이야기를 나누었고 당시 박근혜 대통령은 바둑판과 바둑알 세트를 그에게 선물하였다. 바둑 아마추어 3단인 문재인 전 대통령이 2017년에 중국을 방문했을 때 시진핑은 옥으로 만든 바둑판과 바둑알 세트를 선물로 주기도 하였을 정도이다. 시진핑의 바둑 사랑 이야기를 꺼낸 것은 최근 태평양에서 이어지는 중국의 전략적 행보를 이해하는 하나의 시각이 될 수도 있어서이다.

2004년에 미국 육군대학(Army War College) 소속 전략연구재단(Strategic Studies Institute)은 미국 공군대학(Air War College)의 교수이자 바둑 아마추어 고단자인 David Lai(중국 이름 來永慶)가 쓴 “他山之石”(Learning from the Stones)이라는 소논문을 발행하였다. 이 논문에서 저자는 중국과 서양이 군사 및 외교 전략을 바라보는 시각에서 어떻게 다른지를 설명하였다. 그는 서양이 상대방의 장기말을 소멸시키고 최종적으로 King을 잡는 체스식 전략 사고를 지향하지만 동양은 빈 곳에 수를 두고 장기간에 걸쳐 ‘세'(勢)를 형성하여 상대방이 항복하게 만드는 바둑식 전략 사고를 지향한다고 말했다. 키신저도 이러한 관점을 자신의 최근 저서 “중국에 대하여”(On China)에서 언급하였다. 바둑은 중국어로 ‘圍棋’ 즉 바둑돌을 포위하는 게임이다. ‘상대 손을 따라두지 않는다’는 바둑 격언이 있듯이 상대와 맞붙기 보다는 주로 비어있는 귀와 변에 포석을 깔면서 두는 전략 게임이다. 미국이 유럽 동맹국을 조직하여 러시아와 맞서고 아시아에서는 일본-한국-인도 등 중국과 지리적으로 가까운 나라들을 앞세워 중국을 압박하고 있는 상황에서 중국은 뜬금없이 사람도 별로 살지 않고 경제도 변변치 않은 남태평양에서 한 수를 두었다.

물론 미국도 이러한 상황을 예견하지 못한 것은 아니다. 올해 초 1월 25일자 Foreigh Policy에 따르면 바이든 행정부의 아시아-태평양 정책을 책임지는 정책조정관(속칭 ‘차르’) 커트 캠벨(Kurt Campbell)은 워싱턴의 ‘국제전략문제연구소'(CSIS)가 주최한 포럼에서 ‘향후 1-2년 내에 태평양 제도에서 중국이 ‘기습적 전략행보'(strategic surprise)를 할 가능성이 높은데 그 양상은 군사기지의 확보일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하지만 유럽에서 갑자기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면서 미국의 모든 신경이 유럽에 쏠린 사이에 중국이 깜짝 수를 둔 것이다.

왕이의 태평양 도서국 순방, 깜짝 놀란 미국과 호주

이미지:셔터스톡

지난 4월 중국은 치안 및 안보 관련 협정을 솔로몬 제도 정부와 맺기로 합의하여 미국과 호주를 놀라게 만들었다. 미국의 바이든 대통령이 아시아 순방을 하면서 13개국이 참여하는 인도-태평양 경제 프레임(IPEF) 출범을 선언한 직후 중국 외교부 장관 왕이(王毅)는 대규모 사절단을 이끌고 5월 26일부터 6월4일까지 태평양 섬나라 8개국 순방에 나섰다. 솔로몬, 키라바시, 사모아, 피지, 통가, 파푸아 뉴기니, 동티모르가 순방 대상국이다. 왕이는 솔로몬 제도에서 지난 달에 합의한 안보 협정 체결식을 가진 후 피지 방문시 제2차 중국-태평양 도서국 외교장관 회담을 가질 예정이다. 5월 27일자 Nikkei Asia의 기사에 의하면 이 외교장관 회담에서 중국과 수교중인 태평양의 14개 섬나라들 중 10개국을 포괄하는 공동 경제개발 협력 비전을 공개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지난 주에 새로 출범한 호주의 노동당 정부는 이러한 중국의 기습적 진출에 대응하기 위해서 말레이시아 화교 아버지를 둔 페이 웡 외교부 장관을 취임한지 며칠 만에 급히 피지에 파견하였다. 남태평양 섬나라들은 기후변화로 인해서 장기적으로 수몰되어 나라가 사라질 수 있기에 위기감이 크다. 그래서인지 과거 노동당 정부에서 기후변화 장관으로 일했던 페이 웡을 외교부 장관으로 임명하였고 남태평양 섬나라들에 대한 호주의 정책적 영향력을 키우려고 한다. 5월 26일자 Nikkei Asia 기사.

5월 20일자 Financial Times 기사에 의하면 중국은 솔로몬 제도 외에 추가로 2개 섬나라와 유사한 협약을 협상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 대상으로 키리바시(Kiribati)와 통가(Tonga)가 거론되고 있다. 이로 인해서 또한번 미국이 긴장하고 있다. 키리바시는 태평양 한 가운데 날짜구분선 바로 옆에 있는 작은 섬나라이다. 키리바시는 33개의 섬(그 중 21개는 무인도)이 동서로 1,600km, 남북으로 3,200km에 걸쳐서 산재되어 있는 나라로 인구는 12만 명이다. 중국은 키리바시의 캔톤(Kanton) 섬 국제공항의 업그레이드를 지원해주기로 하였하였다. 문제는 이 키리바시가 미군 인도-태평양 사령부가 있는 하와이로부터 불과 3천 킬로미터 떨어진 곳에 위치하고 있다는 점이다. 키리바시는 과거 중국과 외교관계를 유지하던 시절에 이곳에서 위성 추적 기지를 운영하였는데 미국을 감시하는 레이더 기지로 의심받았다. 이에 따라 키리바시는 2003년에 중국과 단교하고 대만과 수교하였지만 중국의 노력으로 다시 2019년에 외교관계가 복원되었다.

중국은 남태평양 바누아투의 루간빌 국제공항에 대한 개보수도 지원하기로 했는데 이곳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에 반격하기 위한 미군 기지가 설치되어 4만 명의 미군 병사들이 주둔했던 곳이다.

이미지:셔터스톡

5월 20일자 Nikkei Asia 기사에 의하면 중국은 독립 20년을 맞는 동티모르에서도 존재감을 키워가고 있다. 1976년 인도네시아가 동티모르를 합병했을 때 중국은 동티모르의 독립을 지지했고 2002년 독립후 최초로 외교관계를 맺은 나라들 중 하나였다. 현재 중국은 동티모르의 북부에서 남해안으로 이어지는 고속도로를 건설하고 있는데 동티모르 남해안은 호주 북부의 다윈을 마주보고 있는 곳이다. 다윈은 호주의 국방 및 안보의 중심도시로 호주의 공군기지가 있고 미국 해병대가 주두하고 있으며 최근 미국 정부는 이 곳에 새로운 해군 기지를 확충할 계획이고 전투기 보급용 항공유 3억 리터를 저장할 수 있는 초대형 급유 기지를 내년 9월까지 건설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런데 중국의 랜드브리지라는 업체가 지난 2015년에 다윈항을 99년간 사용하겠다며 4,200억 원 규모의 장기 계약을 맺어 이 지역에서 미-중이 묘한 동거를 하는 상태가 되었다. 지난 2-3년 사이 호주와 중국의 사이가 틀어지면서 다윈항 임대 계약을 철회하라는 요구가 계속 제기되었지만 호주 국방부는 오랜 검토 끝에 작년 말에 “임대 계약 파기를 권고할 국가안보상 이유가 없다”고 결론 내렸다.

물론 이들 태평양 섬나라들은 중국과 군사안보적 협약을 맺은 것은 아니라고 말하고 있다. 대부분의 경우 중국의 일대일로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주요 인프라 시설 특히 항만, 공항, 고속도로 등의 건설을 위한 협력으로 알려져 있다.

시진핑의 또 다른 바둑돌이라 할 국영 해운회사 Cosco

세계 4위 규모의 COSCO. (자료:FT)

그러나 문제는 그리 간단하지가 않다. 5월 24일 Financial Times는 ‘자매지’ Nikkei Asia의 5월 13일자 “COSCO: 중국의 거대 해운회사가 세계적 영향력을 확장하고 있다’는 제목의 기사를 그대로 옮겨 실었다. COSCO(中國遠洋運輸集團)는 중국 최대의 국영 해운 그룹으로 이 그룹 웹사이트에 따르면 올해 3월 현재 코스코 해운은 전 세계 558개 항구를 오가는 400여척의 컨테이너선과 수백척의 유조선 및 기타 선박을 소유하고 운영 중인 세계 제4위의 선박회사이다. 이보다 더 전략적으로 중요한 것은 코스코의 항만 운영 자회사가 전세계 16개 나라 항만 터미널에 투자한 세계 3대 항만 사업자에 속한다는 점이다. 특히 동부 지중해의 최대 해운항만인 그리스의 피레우스 항만의 경우 코스코 해운이 100% 지분을 가지고 있다. 심지어 대만 가오슝의 항만 터미널에도 20%의 지분을 가지고 있어서 대만 당국의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참고로 부산 신항만에도 4%의 지분을 가지고 있다.)

COSCO이 보유한 세계 주요 항만 시설 지분율. (자료:FT)

쉬리룽(許立榮) 코스코 회장은 이 회사 내 당위원회 서기를 맡고 있으며 올해 3월 전국인민대표대회에 대표로 참석해 중국 공산당 내에서 그의 정치적 위상을 과시했다. 현재 중국 해군은 아프리카의 뿔 지역에 위치한 지부티 단 한 곳에만 해외 기지를 두고 있지만, 코스코가 움직이는 곳이라면 어디든지 보급과 기타 물류 지원이 가능하다. 이 기사에 따르면 2013년, 중국 해군 군사 연구소의 카오웨이둥 대령은 “코스코는 민간 선박에 매일 서비스를 제공하는 수많은 공급 지점을 가지고 있다. 중국 해군 전함이 이 지역에 있을 때, 그들은 보급을 위해 항구에 들어갈 수 있다”고 언급했다. 2019년 중국 국방부는 자신의 웹사이트에서 코스코의 홍콩 국적 민간 컨테이너선 푸저우(Fuzhou)호가 해상에서 중국 해군의 호위함 린이(Linyi)호에 대해 함대함 재보급을 성공적으로 수행하였음을 알렸다. 중국 국방부는 이번 실험이 중국 해군으로 하여금 공해상으로 장기간 진출할 수 있게 한 “돌파구”라고 밝혔다.

‘3귀에 통어복(通魚腹)’이라고 하는 바둑 격언에 따르면 3개의 귀퉁이를 점령하고 이를 중앙에서 이어지게 하면 사실상 승부가 갈리게 된다. 어쩌면 중국은 이를 추구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러한 군사안보적 전략만으로는 중국은 미국을 압도할 수 있는 ‘세’를 형성할 수 없다. 국제전략연구재단(International Institute for Strategic Studies)의 아시아 책임 디렉터 제임스 크랩트리(James Crabtree)가 5월 11일자 Foreign Policy에 기고한 글에서 그는 최근 중국이 군사 전략의 틀을 넘어서서 안보 협력 차원에서 미국을 대체하는 글로벌 안보 이니셔티브(GSI)를 추진하겠다고 선언하였지만 중국의 패권적 행태가 오히려 이를 방해하고 있다고 지적하였다. 또한 세계 안보 질서를 주도하는 국가가 되려면 자신의 이익에 반하는 행동도 수용하는 개방적, 규칙 기반 제도 및 기관을 발전시켜야 하는데 중국은 아직 이러한 능력도 의지도 부재하다고 비판하였다.


글쓴이 고한석은
서울대 중문과를 졸업하고 하버드대학 케네디스쿨에서 IT정책으로 석사학위를 받았다. SK China에서 4년 동안 일했으며 삼성네트웍스에서 글로벌사업추진팀장을 맡기도 했다. 이후 열린우리당 정책연구원 정책기획 연구원과 정세분석국장, 더불어민주당 싱크탱크인 민주연구원 부원장 등을 거쳐 서울디지털재단 이사장을 역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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