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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편집 2022. 09.23. 00:00

[윤영호가 채집한 목소리] 올레나, 저격수가 된 우크라이나 기자

By | 2022년 5월 23일 | 국제, 미분류, 여성

전쟁은 모든 사람의 인생을 바꾸어 놓지만, 유독 변화의 드라마를 크게 겪는 이들이 있다. 40대 초반의 우크라이나 여성 올레나가 그런 경우다. 올레나는 문학을 좋아하고, 시를 쓰고, 외국 시를 번역하기도 했고 기자로 오래 일했다. 설마 하면서도 러시아의 침략에 대비해 취미 삼아 사격과 전투 기술을 배우게 되었고, 2014년 러시아 침공 이래로 전선으로 자원한 이래 법령을 바꾸어 가면서까지 현역 저격수로 활동하고 있다. 대개의 저격수들과는 달리 이름과 얼굴까지 드러내어 자신의 목소리를 들려 주었다. 이미 러시아의 타겟 리스트 맨 위에 이름이 있기 때문이다. 누가 그녀의 손에 펜 대신 라이플을 쥐게 하였는가. [편집자 주]

✔시를 쓰던 키이우의 기자 2014년 침략에 전장으로 달려가다
✔병조림으로 드론 공격하고 탱크를 막아서는 우크라이나 여성
✔러시아군에게 ‘주머니에 해바라기 씨를 넣고 다녀라’ 저주
✔어느 나라 여성이라도 우리 처지가 되면 그리 할 것이 분명해
✔우크라이나와 러시아는 하나라는 300년 된 프로파간다 끝내야

저격수는 절대 민간인을 쏘지 않는다

전장을 누비는 저격수를 전쟁 중에 온라인으로 인터뷰할 수 있는 세상을 살고 있다. 세상은 이렇게 쉽게 연결되고, 원하기만 하면 누구의 목소리도 언제든지 생생히 들을 수 있다. 많은 사람에게 열려 있는 이러한 연결 세상은 단절된 삶을 살았던 세상과는 본질적으로 다른가? 우크라이나 전쟁은 그런 생각이 틀렸다는 것을 보여 준다. 우리는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으로, 왓츠앱과 텔레그램으로, 그리고 줌으로 우크라이나 군인을 연결할 수 있고, 전장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 그러나 전쟁의 비극은 연결 고리가 없었을 때나 지금이나 똑같다. 어떤 비극이 진행되고 있을까?

: 당신은 누구입니까? 신분을 드러낼 수 없다면, 소개하지 않아도 됩니다.

올레나: 제 이름은 올레나 빌로제르스카, 42세입니다. 우크라이나 키이우에서 태어나 자랐어요. 문학 작품을 읽는 것을 좋아하고, 시를 쓰기도 하고, 시를 번역하기도 했어요. 나는 누구에게도 신분을 숨기지 않습니다. 저격수는 자신과 자기 일에 관해 이야기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고, 이야기한다고 해도 얼굴을 가리죠. 나는 내 의견을 솔직히 이야기를 하고, 얼굴을 가리지 않아요. 이미 러시아의 타겟 리스트 상단에 있는 걸요. 더 이상 숨길 것도 없어요.

: 가족 관계는 어떻게 되나요? 가족은 당신에 대해 걱정하지 않나요?

올레나: 부모님과 남편이 있어요. 당연히 엄마와 아빠는 저에 대해 걱정이 많으시죠. 그래도 저를 지지해 주고 있어요. 나는 2014년부터 전쟁에 참여해 왔으니, 이제는 익숙해졌을 만도 한데요. 남편은 군인으로 저의 스승이자 친구죠.

: 어떤 과정을 통해 군인이 되었나요?

올레나: 2014년 이전에는 10년 동안 기자로 일했어요. 그리고 스포츠 사격 및 군사기술을 가르치는 모임에 나갔죠. 이 단체 회원 중에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공격할 경우에 대비해 총 쏘는 법과 전투 기술을 배워야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었죠. 당시에 나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공격할 것이라고 믿지 않았어요. 내게는 취미에 가까웠어요. 그러나 2014년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이 있었죠. 전투에 필요한 지식과 기술, 동료와 협력하는 법을 배웠기에 전쟁이 시작되고 최대한 빨리 전선으로 갔어요.

: 당신은 저격수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왜 저격수를 선택했나요?

올레나
: 나는 침착하고, 균형 잡히고, 부지런하며, 참을성이 많아요. 그리고 항상 총을 잘 쏘았지요. 내가 전쟁에 참여한다면, 저격수가 가장 적성에 맞을 것이라고 오래전부터 생각했어요.

2차 세계대전 때부터 이어져 온 여성 저격수의 역사

: 2차 세계대전 때부터 여성 저격수가 많았습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에서 유명한 여성 저격수가 많았는데요. 여성이 저격수에 적합한 이유가 있나요?

올레나: 여성은 일반적으로 남성보다 참을성 있고, 집중력이 강하고, 부지런하다고 생각해요. 적어도 우크라이나에서는 그런 것 같아요. 그런 특성이 저격수에 적합하다고 생각해요. 저격수는 다른 병종과 달리 상당한 수준의 육체적 힘이 필요하지는 않죠.

: 저격수로서 처음으로 적에게 방아쇠를 당겼을 때, 심적 괴로움이나 주저함이 있었나요? 그 순간을 어떻게 기억하나요?

올레나: 심적 고통은 없었어요. 그런 이야기는 전쟁을 모르는 사람의 생각일 뿐이에요. 조국을 위해 싸우고 있어요. 적들은 비행기로 폭탄을 투하해 마을을 폐허로 만들고, 탱크로 동네를 쑥대밭으로 만들며, 군인만이 아니고 민간인을 죽여요. 그리고 상대는 방금 전까지 나를 죽이려고 했어요. 그들에게 방아쇠를 당기면서 감상에 빠질 수가 없어요. 그저 방아쇠를 당기죠. 처음 적을 죽였을 때의 느낌요? 내가 쏜 총이 적을 곤경에 빠트렸다는 것을 알았지만, 정확히 명중했는지는 알 수가 없었어요. 그 순간에 코티지 치즈(cottage cheese)와 계란을 사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교대자가 왔고, 코티지 치즈와 계란을 사기 위해 서둘렀지요. 돌아오는 길에 우리 부대 군인을 만났는데, 내 총탄이 명중했고, 러시아 병사가 죽었다고 말해줬어요. 그들은 적의 무전 교신을 감청하여 그 사실을 알게 되었죠.

: 그때 무슨 생각이 들었나요?

올레나: 내가 적을 죽였구나. 죽음이 확인되었구나. 잘 됐다. 잘했다. 그렇게 생각했어요. 굳이 감정으로 표현하라고 한다면, 임무를 잘 수행했다는 사실에 행복했어요.

: 듣는 입장에서는 꽤 고통스러운 이야기군요. 왜 하필이면 코티지 치즈와 계란이었나요?

올레나: 왜냐구요? 그것은 그냥 상점에서 파는 것이 아니었어요. 가정집에서 만드는 맛있고 영양이 좋은 제품이었죠. 전투가 벌어지는 인근 마을 주민이 염소와 닭을 키웠어요. 전쟁 중에 신선한 좋은 재료로 요리하는 것은 놀랍고 미묘한 일이죠.

윤: 핀란드 저격수인 시모 하이하(Simo Hayha)는 2차 세계대전 초기 핀란드와 러시아 전쟁에서 500명이 넘는 사람을 죽였어요. 방아쇠를 당기면서 무엇을 느끼냐는 질문을 받았을 때, ‘그저 총의 반동을 느낄 뿐이다’라고 말했죠. 당신도 마찬가지인가요?

올레나: 그는 매우 정확하게 말한 거예요. 오로지 어깨에 반동을 느낄 뿐 다른 감정은 생기지 않아요. 물론 아드레날린이 솟아 오르죠. 아마 그것 때문에 전투가 전혀 무섭지 않게 느껴지는 것 같아요. 그러나 아드레날린이 과도해도 너무 흥분하기 때문에 사격 정확도에 영향을 미칩니다.

: 당신의 유효 사거리는 어느 정도인가요? 저격수가 되려면 어느 정도의 훈련을 받아야 하나요? 얼마나 많은 사람을 죽였느냐는 질문을 받은 적도 있나요?

올레나: 600미터까지를 자신 있게 커버해요. 저격수가 되기 위해 정해진 기간은 없어요. 전장에 투입되기까지는 사람마다 다르겠죠. 아주 기초적인 과정을 소화하는 데는 아마 한 달이면 될 거예요. 그러나 저격수가 되는 과정은 쉬지 않고 기술을 연마해야 하는 끊임없는 독학의 과정이에요. 저격수는 공격 기회가 있으면 그 순간을 잡아야 하고, 기회를 놓쳤다고 생각하면 방아쇠를 당겨서는 안 돼요. 자신이 없을 때는 총을 쏴서도 안되고요. 그런 상황에서 총을 쏜다면 파트너나 내가 오히려 총을 맞을 수 있어요. 그렇기 때문에 기초 과정 이수 후에 전장에 투입될 수는 있지만, 전투 경험이 쌓이기 전까지 저격수를 할 수는 없어요. 저격수는 숫자를 이야기하지 않아요. 우리끼리 있을 때는 사망이 확인된 숫자를 이야기할 수 있어요. 확인되지 않은 사례를 포함하면, 사망자 수는 아마 3배 이상 증가할 거예요. 우리 부대에는 1,500m 거리를 커버하는 친구도 있어요. 2017년에 내 친구는 1,760미터 거리 목표를 명중시켰어요. 그 친구가 진정한 저격수죠. 그에 비하면 나는 평범한 사격수죠.

더 자세히 묻지는 못했다. 1,760미터 거리의 목표를 저격하는 것이 가능한지 찾아보았다. 1,760미터도 흔치 않은 기록이지만, 이라크 전쟁에서 캐나다 군인 JTF-2(코드명)는 3,540미터 떨어진 목표물을 명중시킨 적도 있다. 저격수가 방아쇠를 당길 때 고려해야 하는 것은 한둘이 아니다. 중력, 고도, 바람, 총알의 스핀, 온도, 습도는 물론이고, 지구 자전까지 고려해야 한다. 타겟이 동쪽에 있다면 총알은 생각보다 위에 떨어지고, 타겟이 서쪽에 있다면 총알은 생각보다 아래에 떨어진다. 타겟이 남쪽이나 북쪽에 있다면 지구 자전은 고려할 필요가 없다. 보도에 따르면, 캐나다 최고 저격수 중 한 명이 우크라이나를 도와주러 갔다. 많은 사람이 JTF-2가 갔다고 말했지만, 우크라이나 전장에서 활약하는 저격수는 왈리라고 알려져 있다. 그는 JTF-2는 자신이 아닌 다른 캐나다 군인이라고 말했다.

: 2016년까지 우크라이나에서는 여성의 전투 참여가 허용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당신은 법의 개정을 위해 노력했습니다. 왜 그런 법 개정이 필요했나요?

올레나: 2016년까지 여성은 군대에서 요리사나 회계사로 복무하는 것은 가능했지만, 기관총을 들고 복무하는 것은 불가능했어요. 그러나 실제로는 전투에 참여하는 군인이 있었어요. 그래도 공식 기록에는 요리사나 회계사 등으로 거짓 기재되어 있었죠. 이는 옳지 않아요. 여성이 유령 부대 소속 군인이 되서는 안 되잖아요. 여성이 싸우기 위해 전선으로 오는데, 이를 허락하지 않으면, 지휘관은 동기부여가 잘 되어 있는 군인을 놓치는 것이고, 여군은 결국 다른 부대를 찾아갈 겁니다. 소녀든 숙녀든 누구든지 싸우러 온다면, 그녀를 싸우게 해야 해요.

: 당신의 남편은 어떤 군인입니까? 당신은 남편에게서 저격술을 배웠나요?

올레나: 남편은 정찰단 사령관이죠. 전쟁 전에 우리에게 정찰과 방해 공작 전술을 가르쳤어요. 그는 저격수가 아니고, 사격술 역시 남편에게서 배운 것은 아니에요. 우리 부대는 남편이 관할하는 조직의 일부이기에 우리는 같은 부대에서 근무하고 있는 셈이에요.

전통적으로 비교적 동등한 남녀 관계, 이번 전쟁으로 여군 병력 증가

: 2021년 보고서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여성 군인 수는 31,757명이며, 전체 군인 중에 15.6%가 여군이라고 합니다. 2월 24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후에 많은 여성이 군대에 자원했습니다. 지금은 여군이 얼마나 늘었을까요?

올레나: 전쟁 발발 후에 여성 자원이 크게 늘어났어요. 우크라이나 군대에서 17%가 여성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물론 그들 중 다수는 비전투 분야에 종사하고 있어요. 그러나 남성과 동등하게 최전선에서 싸우는 여성이 점점 많아지고 있다는 걸 전장에서 체감하고 있어요.

: 우크라이나 여성이 전쟁을 두려워하지 않는 이유는 무엇입니까? 이에 대한 역사적 배경이 있습니까?

올레나: 우크라이나 여성은 역사적으로 러시아 여성보다 자유롭고 남편과의 관계가 평등했습니다. 남편이 없을 때 우크라이나 여성은 모든 집안일과 농사일을 독립적으로 도맡아 했어요. 남자들은 종종 전쟁에 나가거나 크림반도로 소금을 사러 갔지요. 옛날에는 남자들이 직접 크림반도에 가서 소금을 사 왔는데, 이런 여행은 아주 오랜 시간이 걸렸지요.

: 어느 우크라이나 여성이 러시아 무장 군인에게 ‘주머니에 해바라기 씨를 넣어두라’라고 말했습니다. 러시아 군의 시체를 양분으로 그 흙에서 우크라이나의 해바라기가 더욱 무성하게 자랄 거라는 저주였지요. 다른 우크라이나 여성은 탱크를 멈춰 세우고, ‘우리 동네는 모든 여자가 마녀다’라고 말했습니다. 토마토 병조림을 던져 러시아 드론을 떨어트린 여성도 있어요. 그런 용기는 어디에서 나오나요?

올레나: 그런 이야기는 이제 전설이 되어가고 있네요. 최전선 병사의 용기와 민간인의 용기는 우리 땅이 적에 의해 초토화되었다는 사실에서 나옵니다. 맙소사! 생각해 보세요. 당신의 도시에 폭탄이 떨어지고, 도시가 불에 타고, 군인과 민간인이 죽고 있다고 생각해 보세요. 당신도 무기를 들고나올 것이고, 당신 나라 여성도 그럴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렇게 하지 않는 것이 오히려 이상한 일이지요.

: 어느 우크라이나 군인은 전투에 나갈 때 화장하는 것을 잊지 않는다고 말했어요. 그런데도 자신이 더 사나워지고, 불친절해지고 있다고 하더군요. 당신에게도 그러한 변화가 있나요?

올레나: 먼저 나는 전투에 나가면서 화장을 하지는 않아요. 내가 많이 변했다고 생각하지도 않아요. 어쩌면 조금 변했을까요? 조금 더 성숙해지고, 조금 더 책임감을 가지게 되었다는 것이 긍정적 변화일 거예요. 부정적 변화도 있겠지요. 그것은 남편에게 물어봐야겠어요.

눈앞의 전투 상황에서 전후의 심리 상황 걱정할 여유 없어

: <전쟁은 여자의 얼굴을 하지 않는다> 책에 보면, 전쟁이 끝난 후 정신적 고통을 겪는 여군 이야기가 많습니다. 전쟁이 끝난 후에 나타날 심리적 상처가 두렵지 않나요?

올레나: 참전용사가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를 겪는다는 것이 널리 알려져 있죠. 미국에서는 ‘베트남 증후군’이라고 불린다는 소리를 들었어요. 아직 그것이 무엇인지 잘 모르겠어요. 나는 강한 정신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해요. 포격 소리가 들리는 집에서도 아기처럼 평화롭게 잠을 잘 수가 있어요. 심리적인 상처가 전쟁 후 내 생활을 괴롭힐 것이란 생각이 지금으로선 들지 않아요.

: 어느 여성은 상대적으로 안전한 장소에 있을 때, 두려움을 더 느낀다고 말했습니다. 당신은 어떤가요?

올레나: 전선에 있을 때와 후방에 있을 때는 다르죠. 그 여성이 무슨 말을 하는지는 알겠어요. 다만 저는 그녀와는 다른 각도에서 두려움을 느껴요. 사랑하는 사람과 같이 전장에 있을 때가 혼자 안전한 곳에 있을 때보다 더 평온해요. 그렇지만 휴가 중에 정신적인 불안을 느끼거나 갈등 상황에 빠지지는 않아요. 저는 부드러운 사람이고 사교적인 사람이라고 생각해요.

훈련받지 못 한 러시아군. 소비에트 시절부터 병사는 고깃덩어리 취급

: 서구 언론에 의하면 러시아 군인은 훈련을 잘 받지 못했고, 전쟁에 대한 동기 부여가 없으며, 작전을 잘 수행하지 못하는 것으로 묘사됩니다. 당신이 전쟁터에서 느끼는 것도 그렇습니까? 아니면 러시아군은 여전히 강력한 상대입니까?

올레나: 제도 그렇게 느낍니다. 그들은 형편없을 때가 많아요. 다만 수적으로 많죠. 그들은 강하지 않고, 그저 길게 늘어섰을 뿐이예요. 역사적으로 항상 그랬어요. 러시아는 군인을 죽음으로 내던지며, 적과 싸웠어요. 인해전술로 싸운 거예요. 러시아에는 이런 속담이 있어요. ‘여자는 새로운 사람을 낳는다.’ 러시아어 말에는 ‘던져진 고기’라는 표현도 있습니다. 러시아 사령관은 자신의 부하를 귀하게 생각하지 않으며, 대량 학살에 던져 넣습니다. 소비에트 시절 주코프(Zhukov)라는 사령관이 있었어요. 그는 지뢰밭을 청소하기 위해 보병을 전진하게 했죠. 병사들은 걸으면서 지뢰와 함께 폭발했고, 다른 병사들이 죽은 병사 시체 위를 걸었죠. 이것이 바로 군인을 고기로 활용한 전형적인 예입니다.

: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2차 세계 대전에서 함께 싸웠습니다. 당신 할머니와 할아버지는 소련을 위해 목숨을 바쳤을텐데요. 이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적이 되었습니다. 역사의 아이러니가 느껴지나요?

올레나: 이것은 역사의 아이러니가 아니라 역사의 비극입니다. 1991년까지 우크라이나는 300년 동안 사실상 러시아 식민지였어요. 300년 동안 러시아는 우크라이나를 러시아화하기 위해 노력했어요. 우리가 독립된 민족이 아니고, 러시아 민족의 일부라는 말을 귀에 못이 박히게 들었습니다. 이것이 바로 300년간 지속되어 온 프로파간다입니다.

: 이 전쟁은 전적으로 푸틴의 책임입니까? 푸틴은 도대체 무엇을 얻으려고 하는 걸까요?

올레나: 푸틴은 1991년 이전의 소련을 부활시키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는 러시아에서 멀어진 나라를 다시 가져오려고 하고 있어요. 그 중 일부는 이미 NATO 회원국인데 말입니다. 책임은 푸틴에게만 있는 것이 아니라 러시아 국민 전체에게 있습니다. 대다수가 푸틴을 지지하기 때문입니다. 그들은 우리가 나찌라고 말하며, 나찌 억압으로부터 우리를 구원하겠다고 말하고 있어요. 그게 도대체 무슨 말입니까?

: 이 전쟁이 어떻게 끝날 것 같습니까? 우크라이나가 총공세를 통해 돈바스를 탈환할 수 있을까요? 그러기 위해서는 더 많은 피를 흘릴 수밖에 없잖아요?

평화를 대가로 영토 포기 못해. 러시아는 절대 약속 지키지 않을 것

올레나: 우크라이나 승리는 돈바스는 물론이고 크림반도까지 되찾는 것입니다. 국제적으로 인정된 국경 내에서 우리 영토에 대한 완전한 통제권을 회복하는 것만이 승리입니다. Lend-Lease 계약에 따라 우리에게 보내질 무기 덕분에 가능할 것이라 생각합니다. 물론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모두 더 많은 피를 흘려야 하죠. 그것은 더 없는 불행이죠.

: 젤렌스키 대통령이 돈바스를 러시아에 넘겨주고 서방과 러시아로부터 안전을 약속 받기로 합의한다면, 당신은 이에 동의하겠습니까?

올레나: 평화를 대가로 우리 영토의 일부를 포기한다는 뜻입니까? 아니오, 저는 그런 안에는 절대 동의할 수 없습니다. 러시아와 약속을 한다는 것은 전혀 쓸모가 없는 일이며, 그들은 그런 약속을 지키지 않습니다.

: 우크라이나에 대한 미국과 유럽의 지원은 충분하고 적절합니까?

올레나: 우크라이나인은 미국과 영국에 대해 불만이 없습니다. 원하는 것이 있다면 지원 범위가 아니라 지원 속도입니다. 일부 유럽 국가는 러시아와 싸우는 것을 두려워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시간이 갈수록 그들도 점점 덜 두려워하고 있습니다.

: 국민들의 영웅적인 노력에도 불구하고 우크라이나 미래는 불확실합니다. 유럽은 우크라이나의 NATO 및 EU 가입에 대해 수동적이거나 양면적인 태도를 보여 왔습니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요?

올레나: 전쟁이 끝나면 국제관계 양상이 변할 수밖에 없으며, 분명히 러시아에 유리하지 않을 것입니다. 지금 일어나고 있는 일은 사실상 3차 세계 대전입니다. 전쟁이 끝나면 국제질서가 새롭게 재편되겠지요.

: 여성과 아이들이 전쟁에서 더 고통받는 것 같습니다. 러시아군이 민간인을 학살하고, 우크라이나 여성을 강간한다는 뉴스도 있었습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군이 러시아 포로에게 총을 쏘았다고 말했습니다. 지금까지 세계 여론의 다수는 우크라이나를 지지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사람들은 피로감을 느낄 것이고, 양비론에 빠질 것입니다. 양비론에 빠질 사람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나요?

올레나: 간단합니다. 러시아 또는 친러시아 출처의 모든 정보는 거짓입니다. 항상 그랬습니다. 그들이 말하는 정보를 믿어서는 안됩니다. 예를 들어, 그들은 내가 민간인을 죽였다고 반복적으로 공표합니다. 그들은 내 친구가 러시아인 시체에 나치 문양을 새겼고, 그것을 소셜 미디어에 자랑했다고 했습니다. 나와 내 친구는 절대로 그런 일을 한 적이 없습니다.

민간인 저격은 범죄, 어느 저격수라도 민간인 군인은 구분해

: 당신은 민간인을 공격한 적이 없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전장에서는 군인과 민간인을 구분할 수 없는 상황도 혹시 발생하지 않나요? 이건 만일의 경우인데, 당신에게 민간인을 죽이라는 명령이 내려진다면, 당신은 그 명령을 수행하나요?

올레나: 전장에서 특히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장에서 민간인과 군인을 구별할 수 없는 상황은 발생하지 않습니다. 군인은 민간인과 다릅니다. 군인은 사복을 입고 있어도 다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한번도 군복을 입지 않은 사람을 쏴 본 적이 없습니다. 저격수는 절대로 민간인을 쏘지 않습니다. 만일 그런 일이 벌어지면, 동료 저격수 모두가 그 사람을 경멸할 것입니다. 민간인을 죽이라는 것은 명백한 범죄입니다. 군법에는 불법적인 지시를 받았을 때, 그것을 행할 의무가 없다고 명시되어 있습니다. 그런 명령을 내린 자는 반드시 처벌을 받아야 합니다.

: 전쟁이 끝나면 무엇을 하고 싶습니까?

올레나: 우리 가족에게 돌아가 평범하고 평화로운 삶을 살고 싶어요. 애완동물을 키우고 싶어요. 2014년부터 이어져 내려오는 전쟁 이야기를 다큐멘터리 형식으로 풀어내는 책을 쓰고 싶어요.

: 당신이 들려준 많은 이야기가 감동적이며, 일부는 충격적입니다. 당신의 강인함이 인상적이어서 어떤 사람은 당신을 자신과는 다른 사람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앞에서 당신은 부드러운 사람이라고 했는데, 그걸 뒷받침할 만한 이야기가 있을까요?

올레나: 나는 반드시 필요한 경우에도 다른 사람에게 큰소리는 낸 적이 없어요. 그리고 부하들의 요구사항을 거절하지 못해요. 순번외 휴가를 달라는 부하도 있고, 전투업무 배제를 부탁하는 부하도 있어요. 전투에 대한 회의감과 불안감이 커지는 순간이 있으니까요. 그럴 때, 나는 그들의 요구를 들어줍니다. 그에 대한 질책을 상관으로부터 받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하들 요구를 들어주는 것을 선택합니다.

현대전에서 저격수는 성능이 좋은 총으로 먼 거리 목표물을 노린다. 병사가 현실을 게임으로 착각할 우려가 있을까? 이런 우려도 전쟁을 모르는 사람의 생각이다. 병사는 현실을 가상으로 착각하는 것이 아니라, 현실에 진지하게 임한다. 현실은 가상 게임과는 보상과 징벌이 다르다. 가상 게임에서 승리할 경우 전투력이 증가하고, 레벨이 향상된다. 패할 경우 소액 결제로 무기를 업그레이드하고, 시작 버튼을 다시 누르면 된다. 현실에서 패할 경우, 병사는 목숨을 잃고, 가족의 삶은 무너지고, 나라는 땅을 빼앗긴다. 승리해도 얻을 수 있는 것은 별반 없다. 가상 게임에서는 방아쇠를 당기며 감상에 빠지는 경우가 없다. 현실에서는 방아쇠를 당기며 감상에 빠질 여유가 없다. 내가 맞추지 못하면, 상대가 나를 맞춘다. 다시 시작할 수 있는 버튼 같은 것은 없다.


글쓴이 윤영호는
서울대학교 외교학과와 같은 대학원에서 공부했다. 증권사, 보험회사, 자산운용사에서 펀드매니저로 일했고, 카자흐스탄 증권사 겸 자산운용사인 세븐 리버스 캐피털(Seven Rivers Capital)에서 대표로 일했다. 현재는 영국 런던에서 자산을 운용하며 런던 라이프에 관한 글을 쓰고 있다. 저서로 《옵션투자 바이블》, 《유라시아 골든 허브》, 《그러니까, 영국》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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