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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편집 2022. 05.13, 00:00

[윤영호가 채집한 목소리] “러시아의 최종목표는 혹시 우리나라?” 발트 3국민의 불안

By | 2022년 5월 9일 | 국제, 미분류, 사람, 여성

5월 9일은 1945년 소비에트 러시아가 나치독일로부터 항복을 받은 날이다. 이 전쟁으로 이른바 동부전선에서 죽은 이는 군인, 민간인 합쳐서 3천만명에 육박한다. 러시아와 독일 사이에 끼어 있으며 서방 경제체제를 받아들인 6개국(발트 3국, 스칸디나비아 3국)에게 우크라이나 침공은 역사가 다시 현실이 되지 않을까 초긴장할 수 밖에 없는 걱정거리다. 러시아의 대조국 전쟁 승리 77주년을 맞아 달라진 발트 3국민의 정서를 라트비아 출신 여성 자야 스쿠지니에게 들어봤다. 라트비아 국민의 불안과 위협, 그리고 주변에 깔린 오래된 슬픔, 여기에 라트비아 올림픽 위원회 소속인 자야가 베이징 동계올림픽 현장에서 목도한 전쟁 피해자들의 슬픔까지 생생히 전해진다. [편집자 주]

✔ 독일, 러시아, 폴란드, 스웨덴 등의 통치 겪은 라트비아 수난사 
✔ 러시아어 사용자조차도 러시아보다 서방에 더욱 우호적인 태도
✔ 푸틴이 일으킨 전쟁인데 피해는 러시아 장애인 선수단이 입어
✔ 우크라이나 선수단은 메달을 따고도 메달 들고 갈 곳이 없어
✔ 모든 러시아 주변국이 느끼는 위협, 다음은 우리 차례구나

러시아, 독일, 스웨덴, 핀란드, 폴란드 사이에 자리한 라트비아의 지정학적 위치(이미지:셔터스톡)

4월을 가장 잔인한 달이라 했는가

‘4월은 연중 가장 잔인한 달(April is the cruelest month of the year)’이라는 말은 TS 엘리엇의 전쟁에 관한 시 ‘황무지’의 첫 구절이다. 전쟁은 4월에만 있는 것은 아닌데, 4월은 왜 더 잔인할까? 추운 겨울은 전쟁도 얼어붙게 만들고, 대규모 전투는 2월이 끝날 무렵에 전개되는 것일까? 파묻혔던 시신이 눈이 녹으면서 거짓말처럼 세상에 드러나고, 살아남은 자는 시신을 수습하여 자작나무와 참나무 아래에 묻을까? 봄비가 잠든 뿌리를 깨우면서 들꽃이 피고, 라일락이 피고, 자작나무는 초록 잎으로 무성할까? 죽음과 삶이라는 대조가 4월을 더 고통스럽게 만들까? 그래서 살아남은 자는 큰 슬픔에 빠질까?

<전쟁은 여자의 얼굴을 하지 않는다>의 저자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에 의하면, ‘고통은 어떠한 거짓도 녹여내고 없애버린다.’ 거짓으로 시작한 4월이 고통 속에 사라진다. 5월은 노동이라는 말과 함께 시작한다. 5월에 전쟁이 끝나기 때문일까? 전쟁이 끝나면 무너진 돌더미를 치우고, 벽돌을 날라 집과 공장을 지어야 한다.

종전 77. 59일은 소련의 전승기념일

2차 세계대전은 5월 8일에 독일의 조건 없는 항복으로 끝났다. 독일은 아무것도 반대할 수 없었고, 소련과 미국은 무엇이든 할 수 있었다. 비무장화도, 동서 분단도, 베를린 장벽도, 미군과 소련군의 주둔도. 독일의 항복한 다음날은 5월 9일은 소련 시절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러시아인들의 전승기념일이다. 1989년에 서독은 소련군을 동독에서 철수시키기 위해서 천문학적인 돈을 지불하고 통일을 이뤄냈다.

러시아는 2008년 2월 20일 우크라이나 크림반도를 공격했고, 2022년 2월 24일 우크라이나를 전면 침공했다. 너무 춥지 않지만, 여전히 눈이 있는 때를 선택했다. 눈이 녹으면서 시신이 들어 났고, 4월은 다시 잔인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은 봄비가 잠든 뿌리를 깨우듯 독일을 깨웠다. 독일은 강력한 재무장의 길을 갈 것이고, 어쩌면 NATO를 넘어서는 단독 방위를 생각할 지도 모른다. 독일은 지금도 강한 군대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재무장이라는 단어가 적절한 지는 모르겠다. 주변국은 독일의 군비확충을 우려하고 있을까? 강대국 옆에서 중요하지 않은 나라 취급을 당하기도 하는 나라들은 이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라트비아 올림픽 위원회에서 일하고 있는 자네 스쿠지나(Zane Skujina)에게 물었다. 그녀는 등산, 자전거, 수영을 좋아하는 28세 여성으로 올 해 결혼을 앞두고 있다.

라트비아는 역사적으로 스웨덴, 폴란드, 러시아, 독일의 지배를 받았다. 1918년 1차 대전이 끝나면서 독일로부터 독립했다. 1941년 나찌 독일에게 점령당했고, 1944년 소비에트에 의해 점령되어 소련의 일원이 되었다. 한 마디로 제정 러시아로 시작하여 독일, 독일과 소련이 주거니 받거니 하며 라트비아를 점령 지배했다. 1991년 소련 붕괴와 함께 독립하여 지금에 이르고 있다.

베이징 올림픽에서 언론과 인터뷰하는 자네

나토 안에서 더욱 안전하다고 느끼는 라트비아 국민

: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가장 놀란 나라 중의 하나가 독일이 아닐까 합니다. 천연가스를 비롯하여 러시아와 긴밀한 관계를 유지해 왔기 때문입니다. 이번 전쟁으로 독일은 안보에 대해 새롭게 생각할 것이고, 군사력을 크게 강화할 것입니다. 이 점이 주변국을 불안하게 만들지는 않을까요?

자네: 독일이 국방비를 늘리고, 군사력을 강화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반응이라고 생각해요. 독일 군사력 증강이 라트비아를 비롯한 주변국에 위협이 된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그것은 세상에서 가장 강력한 군사조약인 나토를 더욱 강하게 만들 거예요.

: 라트비아가 나토에 가입한 때가 2004년이죠? 라트비아에서 나토 가입에 반대하는 사람도 있었나요? 나토 가입 후에 라트비아는 어떻게 달라졌나요?

자네: 가입 당시에 절대다수가 찬성했어요. 일부가 나토 가입에 반대했고, 최근까지도 일부가 부정적으로 말했죠. ‘있지도 않은 위협을 가정하여 왜 나토 분담금을 내야 하느냐?’는 것이죠. 그러나 그런 생각은 이제 사라졌다. 나토 안에서 우리는 훨씬 더 안전하다고 느껴요.

 

라트비아에서는 러시아어 사용자 마저도 서방에 우호적

: 그 일부는 라트비아에 있는 친러시아 세력을 말하는 것인가요? 라트비아에 아직도 러시아 흔적이 많이 남아 있나요? 러시아어 만으로도 불편없이 살수 있을 정도로 라트비아인은 러시아어를 잘 하나요? 라트비아에는 얼마나 많은 러시아인이 살고 있나요?

자네: 세대마다 다르죠. 젊은 세대는 러시아어를 잘 못해요. 우리는 학교에서 라트비아어, 영어 순으로 배워요. 그리고 독일어와 러시아어 중 선택해서 하나를 배우는 것이 보통이죠. 저는 독일어를 배웠죠. 러시아어는 조금 이해할 수 있는 정도예요. 라트비아에는 25% 정도의 러시아인이 살고 있어요. 벨라루스인과 일부 우크라이나인까지 포함하면, 러시아어를 제1 언어로 사용하는 사람이 30% 정도예요. 2012년에 러시아어 제2 공용어 지정 여부를 묻는 국민투표가 있었어요. 반대가 75%, 찬성이 25%였어요. 압도적으로 부결되었죠.

처음에 러시아어로 인터뷰를 하자고 했을 때 그녀는 조금 당황하여 영어로 하는 것이 좋겠다고 했다. 그녀의 영어는 완벽에 가까웠고, 독일어로도 유창하게 자신의 의사를 표현할 수 있었지만, 러시아어는 서툴렀다.

 : 25%는 적다면 적고, 많다면 많은 수치입니다. 그러나 이들이 모두 친 러시아는 아니며, 이번 전쟁에 찬성하는 사람도 아닐 것입니다. 러시아어 사용자와 이번 전쟁 찬성자는 어떤 상관 관계를 가질까요?

자네: 2020년 조사에 의하면, 러시아어 사용자 중, 73%가 러시아적인 가치보다는 유럽적인 가치를 선호한다고 대답했어요. 러시아어 사용자 중, 61%가 라트비아에 사는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고 대답했고, 러사아어 사용자 중, 51%가 자신은 라트비아 애국자라는 정체성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어요. 그렇다고 나머지 49%가 러시아 애국자라는 의미도 아니죠. 러시아어를 구사한다는 것과 러시아 정책에 찬성한다는 것은 전혀 다른 이야기죠. 러시아어 사용자가 리가에서 반전 시위를 벌였을 때, 3천 명 정도가 모였는데, 이 정도 규모는 리가에서는 매우 큰 시위죠.

베이징 동계 올림픽에서 생생히 목도한 우크라이나 전쟁

: 이 전쟁이 당신 삶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고 있나요?

자네: 전쟁 초기에 저는 중국 베이징에 있었어요. 라트비아 선수단 임원으로 장애인 올림픽에 참가했지요. 전쟁 시작은 224일이었고, 장애인 올림픽은 34일에 시작했죠. 올림픽위원회는 러시아 국기를 사용하지 않고, 시상식에 참석하지 않는 조건으로 러시아 선수를 대회에 참가시키려 했어요. 그러나 반러시아 분위기가 고조되면서, 최종적으로는 러시아 선수의 참가를 허락하지 않았어요. 그게 33일이죠. 러시아 장애인 선수들은 대회에 참여하지 못하고 쓸쓸히 돌아가야 했어요. 그 뒷모습을 보는 것은 몹시 슬펐지요. 전쟁에 대한 책임을 왜 하필 장애인 선수가 지어야 하는지, 기가 막혔어요. 그보다 더 슬픈 장면은 우크라이나 선수를 보는 거였어요. 우크라이나 선수는 모두 슬픔에 잠겨 있었죠. 그들은 좋은 성적을 냈고, 메달도 많이 땄어요. 그러나 대회가 끝나고 갈 곳이 없었어요. 그들은 일단은 폴란드로 가지만, 다음에는 어떻게 될지 아무도 몰랐죠. 메달을 딴 선수가, 메달을 따지 못했어도 대회를 마친 선수가 달려가고 싶은 곳은 어디일까요? 엄마가 있는 고향 마을이잖아요. 모든 것이 잔인했어요. 라트비아로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더 강하게 전쟁에 반대하고, 더 열심히 우크라이나를 도와야겠다 생각했어요.

베이징 올림픽 관람 중에

: 라트비아로 돌아와서도 계속 힘들었나요? 여성이기 때문에 이번 전쟁에 대해 더 특별한 연민을 가지게 되었나요?

자네: 감정적으로 매우 어려운 상황이 지속되고 있어요. 올해 결혼을 앞둔 저는 우크라이나 난민을 보며 나의 행복에 대해 다시 생각해 봐요. 특히 여성과 어린이 난민을 보면서 슬픔을 느끼지요. 동시에 그들와 아주 강한 연대감을 갖습니다. 그렇다고 제가 여성이기 때문에 이 전쟁에 대해  더 감정적이 된다거나 더 큰 연민을 느낀다고는 생각하지 않아요. 주변을 보면 성별에 상관없이 이 상황에 대해 똑같은 연민을 느끼고 있어요. 남자친구는 우크라이나 난민을 데려오기 위해 몇 번이나 폴란드까지 운전하여 다녀왔어요. 그리고 남자들은 다른 측면에서 가능한 시나리오를 생각하고 있을 수도 있죠. 전쟁이 라트비아로 확대되는 시나리오 말이지요. 그때가 되면 대규모 징집이 있을 것이고, 내 남자친구를 포함하여 누구도 쉽게 나라를 떠나지 못할 거예요.

: 전쟁의 위협을 피부로 느끼는 사람들이 많군요?

자네: 우리 세대는 어머니 세대와 달리 러시아에 대해 나쁜 감정은 없었어요. 그러나 이번 전쟁으로 러시아의 위협을 아주 가까이서 느끼게 되었어요. 내가 사는 곳에서 러시아 국경까지는 직선거리로 210km 밖에 떨어져 있지 않기 때문에 큰 위협을 느낄 수밖에 없죠. 우리도 언제든지 우크라이나처럼 될 수 있으니까요.

모든 러시아 주변국이 느끼는 위협, 다음은 우리 차례

러시아 주변국에는 어디나 ‘다음은 우리다’라는 우려가 존재한다. 나토 회원국이 아닌 몰도바는 우크라이나와 같은 처지다. 카자흐스탄은 유라시아 제국을 꿈꾸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다음으로 노리는 곳은 중앙아시아라고 염려한다. 폴란드는 폴란드가 러시아가 노리는 궁극적인 목표라고 생각한다. 에스토니아, 라트비아와 리투아니아는 러시아 본토와 칼리닌그라드 사이에 위치한 발트 3국의 지정학적인 위치에 위협을 느낀다. 우크라이나와 마찬가지로 라트비아에도 동남부에 러시아인 집중 거주 지역이 있다. 아주 일부 지역에서는 러시아어를 제2 공용어로 채택하자는 국민투표에서 90% 이상 찬성한 곳도 있다. 이는 확장을 노리는 푸틴에게 좋은 구실이 될 수 있다.

: 라트비아가 우크라이나 전쟁을 남 일처럼 보지 않는 이유가 있군요. 라트비아는 우크라이나를 돕기 위해 어떤 일을 하나요?

자네: 지금까지 26,000명의 난민을 받았어요. 1/3은 라트비아 시민이 자발적으로 주택을 제공했고, 2/3는 라트비아 정부가 제공했어요. 라트비아 최저 생계비 수준으로 지원하고 있고, 교통비는 무료예요. 라트비아 정부의 지원이 충분하지는 않지만 노력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많은 회사에서 우크라이나 난민을 위한 일자리를 제공하고 있어요.

: 라트비아도 러시아 천연가스에 대한 의존도가 높나요? 물건 가격은 많이 올랐나요? 시민들이 아직 참을 수 정도 있는 수준인가요?

자네: 2021년 기준 유럽에서 사용하는 천연가스의 40%를 러시아가 공급했을 거예요. 라트비아는 천연가스의 90%를 러시아에서 수입했어요. 우리는 러시아 천연가스를 수입하면서도, 가즈프롬(러시아 국영 에너지 회사) 의존도가 높은 것이 얼마나 위험한지 잘 알고 있었죠. 발트해 연안의 리투아니아 도시 클라이페다에는 대규모 LNG 터미널과 저장 창고가 지어졌죠. 발트 3국은 지난 41일부터 러시아 천연가스 수입을 전면 중단했어요. 클라이페다에서 공급받는 가스가 러시아 천연가스보다 조금 비싸지만, 그것은 중요하지 않아요. 물론 인플레이션이 있어요. 주유소 휘발유 가격도 올랐으니까요. 그러나 우리는 그런 것을 불평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해요.

찾아보니 그랬다. 리투아니아 대통령은 4월 3일 트위터에서 다음과 같은 멋진 말을 했다. ‘우리는 이제 더 이상 러시아 독가스를 1 입방 센티미터도 사용하지 않을 것이다. 수년 전부터 우리는 이런 사태를 대비했고, 이제 아무런 고통 없이 침략자와 연계된 에너지를 끊어 버릴 수 있게 되었다. 우리가 할 수 있다면, 나머지 유럽 국가도 할 수 있다.’ 라트비아는 천연가스 저장시설을 충분히 가지고 있지만, 추가로 LNG 터미널과 저장시설을 만들 예정이다.

다른 듯 같고 같은 듯 다른, 평화로운 공생 발트 3

: 발트 3국은 서로 다른 언어를 쓰나요? 독립 이후 에스토니아, 라트비아, 리투아니아는 국경이나 국가 이익을 놓고 분쟁을 일으킨 적이 없나요? 상호 신뢰가 두텁나요?

자네: 언어는 모두 달라요. 라트비아어와 리투아니아어가 많이 비슷하고, 에스토니아어는 핀란드어와 비슷하죠. 소련 시기 러시아인은 에스토니아와 라트비아로 많이 왔어요. 그래서 러시아의 영향은 에스토니아와 라트비아가 비슷하게 많이 받았고, 리투아니아가 좀 다르죠. 에스토니아와 라트비아에는 25%의 러시아인이 있지만, 리투아니아에는 5% 내외에 불과할 거예요. 발트 3국은 다른 듯 같고, 같은 듯 다르다 생각해요. 그러나 우리의 다른 점은 전혀 중요하지 않아요. 우리는 모두 친한 친구로 독립 이후에 한번도 갈등을 겪은 적이 없으며, 앞으로도 그럴 거예요.

하이킹 중에 찍은 사진

: 올해 결혼을 앞두고 있죠? 미리 축하합니다. 우리는 오는 6월에 결혼 예정이었던 폴란드 여성을 인터뷰한 적이 있어요. 그녀는 우크라이나 마리우폴 출신으로 현재는 폴란드 국적이지만, 부모님과 조부모님 모두 마리우폴에 살고 있죠. 결혼식은 언제 열릴지 알 수 없어요. 그녀는 레스토랑 메뉴, 웨딩드레스, 결혼식에 신을 구두까지 골라 놓았는데요. 그녀에게 혹시 해주고 싶은 말이 있나요?

자네: 전쟁과 포화에도 불구하고 우리 일상은 계속됩니다. 그럴 수 있다는 점이 다행이기도 하죠. 고국에서 전쟁이 일어나고 주위 사람이 죽고 피난을 가는 상황에서 그녀가 결혼식을 올리기 어렵다는 것을 알며, 그 상황이 얼마나 감정적으로 견디기 어려운지 짐작할 수 있어요. 특히 고향이 마리우폴이라면서요. ! 저는 그분에게 라트비아 사람들이 여기 있다. 우리는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돕겠다. 그런 이야기를 제일 먼저 해주고 싶어요. 언젠가 아름답고 사랑스러운 결혼식을 부모님과 할머니 할아버지와 함께 할 수 있기를 바래요. 그리고 미래의 남편과 오래오래 행복하기를 바래요. 어려운 시기일수록 힘을 내기를 바라며, 슬라바 우크라이나(우크라이나에 영광을)!

다행스럽게도 자네와 우리의 일상은 지속된다. 현재 전쟁을 겪는 우크라이나 사람들에게도 언젠가 전쟁이 끝나고 일상이 다시 시작할 것이다. 그러나 그 일상은 전쟁 전과 같을 수 없다. 아마 꽁꽁 싸맨 상처와 같은 일상일 것이다. <전쟁은 여자의 얼굴을 하지 않는다>를 보면, 소녀 군인들은 전쟁 후에도 전쟁 후유증과 여군에 대한 편견 때문에 평온한 일상을 찾지 못했다. 전쟁에 대한 기억을 지우기 위해 전쟁과 관련한 기록과 문서를 모두 찢었고, 훈장을 버렸다. 조금이라도 빨리 일상을 되찾는 것이 가장 중요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일상은 돌아오지 않았고, 나이가 들어 병원에 가야하고, 연금을 받아야 할 때는 오히려 버려버린 기록이 몹시도 필요했다. 전쟁은 누구에게나 큰 상처이고 슬픔이지만, 여성인 그들에게는 더 크고 평생을 가는 슬픔이었다.


글쓴이 윤영호는
서울대학교 외교학과와 같은 대학원에서 공부했다. 증권사, 보험회사, 자산운용사에서 펀드매니저로 일했고, 카자흐스탄 증권사 겸 자산운용사인 세븐 리버스 캐피털(Seven Rivers Capital)에서 대표로 일했다. 현재는 영국 런던에서 자산을 운용하며 런던 라이프에 관한 글을 쓰고 있다. 저서로 《옵션투자 바이블》, 《유라시아 골든 허브》, 《그러니까, 영국》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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