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정인 세종연구소 이사장은 정치학자이기도 하지만, 김대중, 노무현, 문재인 세 명의 대통령을 수행하여 5번의 정상회담을 지켜 본 남북대화의 현장 증인이기도 하다. 최근 북한의 잇딴 도발로 인해 문재인 정부의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에 대해 결과적 무용론과 한시적 유효론이 맞서는 가운데 문정인 이사장은 문재인 정부의 한반도 프로세스를 돌아보며 세 번의 남북 정상회담과 두 번의 북미 정상회담처럼 굵직한 일은 잘 성사시켰다 평하고, 다만 개성공단 재가동이나 의약품 지원과 같은 작은 협력 사안을 많이 이루어내지 못한 점을 아쉬운 면으로 꼽았다. 희망과 좌절이 교차한 문재인 정부의 한반도 프로세스 5년. 진행은 민경중 외국어대 초빙교수(민소장)과 메디치미디어 김현종 대표(메대표)가 맡았다.[편집자 주]

<피렌체의 식탁> X <메디치 보라> 공동기획포스트 코로나 시대 – 문명과 삶, 문정인편 #5

✔ 평창올림픽으로 물꼬 트고 판문점선언으로 가속도

   남북 정상회담 3번, 북미 정상회담 2번 숨찬 행보

✔ 멈칫거리던 싱가포르 북미회담 문 대통령이 촉진

   트럼프 빅딜 내고 결국 노딜로 하노이회담 결렬

✔ 북, 적대 해소·경제제재 완화 조건, 비핵화 의지

   미, 생존 위협 안 했고 안보리 결의 위반 내세워

✔ 개성공단 등 작은 성공 못 만들어 가장 큰 실패

   타미플루 지원 조차 정부 자체 결정 못해 북 못 보내

메대표: 요즘 뉴스 보면 저성장 고물가 스태그플레이션이 걱정되는데요. 어제 IMF 발표를 보니 세계 주요 국가의 올해 경제성장률 추정치가 많이 떨어졌습니다. 수출로 먹고사는 나라들의 잠재적인 경제성장률이 더 많이 빠졌더라고요. 우리나라, 일본, 독일, 중국 이런 나라들인데요. 코로나19에 이어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이 났고, 전 세계적인 공급망 차질이 있어 보이는데 많이 걱정입니다. 

민소장: 문정인 선생님 안녕하세요. 오늘은 선생님의 수많은 이력 중 문재인 대통령의 외교 안보 특보, 그 시절 업무에 대해 들어볼까 합니다. 지난 5년 동안 어떠셨습니까. 

희비의 롤러코스터가 재현되는 아쉬움

문정인: 외교 특보라고 하는 게 정책 결정에 직접 참여하는 건 아니고요. 쉬운 말로 바람도 잡아주고, 정부 정책이 잘못 가면 비판도 하는 과정에 참가하는 거지요. 2017년은 위기의 한 해였기 때문에 저도 많이 긴장했고, 2018년은 희망과 평화의 한 해라 기대가 많았습니다. 2019년 2월 하노이 2차 북미 정상회담이 사실상 실패로 끝났을 때는 상당히 암울했고요. 그때의 교착 상태가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어 아쉽습니다. 시작은 상당히 위태로웠지만 2018년에 광대한 희망이 생겼는데 결국 또 막히고 말았지요. 어찌 보면 과거와 같은 롤러코스터 현상이 재현되는 것 아닌가 느끼게 되어 아쉬움이 큽니다.

민소장: 지금 요동치는 세계정세 속에서 한반도는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가, 그리고 윤석열 정부의 외교적 선택은 과연 어느 지점에서 어떻게 대처를 할 것인가 얘기하기 앞서 오늘은 지난 5년간 문재인 대통령의 전반적인 남북관계, 세계정세 속에서 과연 우리의 위상은 어땠는지 짚어주셨으면 합니다. 또 우리의 외교 안보 정책은 어느 정도의 평가를 받을 수 있을까. 오늘은 이 점에 초점을 맞추고 얘기를 나누려 합니다. 

문재인 정부의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의 진행 과정과 현 상황을 가장 가까이에서 지켜보셨는데요. 남북한 정상회담 또 북미 정상회담 그 현장에 다 계셨잖아요. 평양도 다녀오시고요.

문정인: 그렇죠. 제가 2018년 4월 27일 판문점 정상회담 때도 만찬에 참석했고, 그다음 2018년 9월 18, 19 평양 정상회담도 참석했습니다. 2000년 김대중 대통령-김정일 위원장 정상회담에도 참여했고, 그다음 2007년 노무현 대통령-김정일 위원장 정상회담에도 참석했으니 2018년 5월 26일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 사이 단독 회담을 빼놓고는 나머지 세 차례에 걸친 정상회담은 전부 다 참석했습니다. 저로서는 운이 좋았다고 생각합니다. 

메대표: 세 명의 대통령과 다섯 번의 정상회담이네요. 

민소장: 학자 입장에서는 그런 역사적인 현장을 실제로 들여다보기가 쉽지 않은 기회잖아요.

핵무장력 완성 선언으로 최악을 향하던 2017

문정인: 우선 그 과정에서 북측 사람들과 직접 접촉하고 얘기를 해 본 게 큰 의미가 있었지요. 저야 기본적으로 특별 수행원 자격이라, 무슨 협상을 하는 건 아니지만 항상 북측 상대를 만나 많은 얘기를 나누고, 이를 통해 새로운 아이디어나 통찰을 얻는 장점도 있었습니다. 

민소장: 아까 말씀하셨지만 2017년 위기로 시작해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을 계기로 북측에서 사람들이 오고 미국에서도 오면서 대화의 단초가 마련이 됐고, 이게 평화의 가능성으로 가는가 하더니 바로 4월 27일에 판문점 남북 정상회담이 있지 않았습니까? 우선 그 당시로 돌아가서요. 당시 처음 판문점 정상회담에 참석하셨을 때 첫 인상은 어떠셨습니까

문정인: 남북이 관계를 맺으려 할 때 시그널링이 상당히 중요한 것 같아요. 2017년 7월부터 11월 29일 사이 대포동 15, 대륙간 탄도미사일을 발사하며 북은 이제 핵무장력을 완성했다고 선언합니다. 최악의 상황이 왔던 거죠. 

그런데 그해 12월에 평창 올림픽 준비 과정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미국 NBC하고 인터뷰하면서 ‘나는 올림픽 평화를 지향한다. 동계올림픽 기간에는 다 같이 자제하자. 우리는 한미 연합 군사훈련도 자제할 준비가 돼 있다’라는 메시지를 던졌거든요. 그에 대한 북쪽의 화답이 평창올림픽에 참석을 하겠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특사로 김여정, 단장으로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이 왔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상당히 따뜻하게 환대했고, 김여정 특사는 상당히 좋은 인상을 받고 돌아갔습니다. 그다음 북에서 특사단 오라는 답변이 왔습니다. 2018년 3월 4일 정의용 당시 안보실장을 단장으로 특사단이 가죠. 그때 김정은 위원장이 좋은 화답을 하죠. 정상 회담할 용의가 있다, 미국 대통령과도 만날 용의가 있다, 그다음에 우리에 대해 적대적 의도를 보이지 않는 한 한미 연합군사훈련도 용인할 준비가 돼 있다, 이런 내용이었습니다.

당시 정의용, 서훈 두 특사 입장에서는 생각보다 많은 수확을 거두었고, 두 분이 워싱턴을 바로 가죠. 그리고 김정은 위원장이 트럼프 미국 대통령하고 정상 회담을 할 용의가 있다는 것을 전달합니다. 그때 참모들이 상당히 반대하는데도 트럼프 대통령이 오케이, 하겠다라는 화답을 주고 우리도 북에다 전달합니다. 북에서는 남측 대통령을 만나는 것도 중요하지만, 미국 대통령을 만나는 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니까, 김정은 위원장이 원하는 것을 문재인 정부에서 사실상 연결해 준 셈이에요. 그 덕에 4월 판문점 정상회담이 빨리 움직이기 시작했죠. 판문점 정상회담에서 실질적인 얘기들이 상당히 많이 오갔고, 그다음 문재인 대통령이 평화와 비핵화를 동시에 추진하는 것이 우리의 가장 큰 역점이라고 설득했습니다.

김정은 위원장 얘기는 쉽게 말해 조건이 맞으면 비핵화 용의가 있다는 겁니다. 판문점 선언에서 제일 중요한 건 올해 안에 종전선언을 채택하고, 비핵화를 지향하며, 가을에 평양 정상회담 한다는 이야기였습니다.

‘비핵화 추진 합의’ 노동신문에도 보도

2007년 10.4 정상회담만 하더라도 종전선언은 등장했지만, 북측이 강하게 저항해서 비핵화 이야기는 담지를 못했어요. 하지만 4.27 판문점 선언에서는 비핵화를 향해서 나간다는데 합의 하고 그게 문구로 들어갔죠. 더 중요한 건 이 내용이 다음 날 노동신문에 보도됐어요. 거기부터 상당히 탄력을 받게 된 거죠.

그다음에 우여곡절이 있지만, 6월 12일 싱가포르 정상회담을 성사시키는데 우리 대통령이 상당히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기억나실 거예요. 그때 마이클 펜스 부통령하고 존 볼튼이 북한에 대해 비판적인 발언을 하니까 북 외교부 최선희 부부장이 이에 대해 제법 강한 발언을 합니다. 여기에 펜스 부통령이 이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 하면서, 상황이 상당히 어려워집니다. 트럼프 대통령까지도 6월 10일 싱가포르 정상회담 안 할 수도 있다고 한 상황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5월 26일 김정은 위원장하고 판문점에서 단독회담을 하죠. 엎어질 뻔한 회담을 성사시켜 6월 10일 정상회담을 개최한 겁니다. 이런 과정을 겪은 뒤라 그때는 정말 조심스럽게, 그러면서도 치밀하게 조율해 나가는 과정이었습니다.

민소장: 지금 말씀을 듣다 보니 불과 4년 조금 넘은 일인데 굉장히 오래된 사건 같습니다. 

메대표: 어찌 보면 엊그제 일 같고, 또 한 편으론 30년 전 일 같아요. 그만큼 압축적이었다는 얘기죠.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과의 1차 정상회담 이후 1년 정도 기대와 희망이 한반도에 있었는데. 지금은 참 안타깝습니다. 

민소장: 문정인 선생님은 현장을 지켜보셨으니까 아시겠지만, 많은 사람이 문재인 정부의 외교적 실패, 남북한 문제를 다룰 때 가장 실패는 우리가 속았다, 김정은이 과연 핵 포기 의사가 진정 있었느냐, 이걸 굉장히 궁금해하거든요. 

문 대통령 북 15만 군중 앞 비핵화 재확인

문정인: 저도 그걸 느꼈고 아마 문재인 대통령도 그걸 느꼈죠. 4월 판문점 정상회담에서 완전한 비핵화를 위해서 노력해 나간다는 이야기를 넣었어요. 그래서 9월 평양 정상회담에서 이걸 구체화시켜야 하는데 그때 남쪽 언론들, 특히 보수 언론에서는 어떤 얘기들이 나왔느냐면요, 김정은 위원장이 육성으로 비핵화에 대한 확신을 안 해주면 이 정상회담은 실패라고 얘기를 했어요. 서훈 원장이 엄청나게 노력했어요. 

결국 9월 19일 오전에 그걸 들어가게 하죠. 그래서 김정은 위원장이 노동당 당사에서 ‘나와 문재인 대통령은 오늘 핵무기가 없는 평화로운 한반도를 만들기 위해 노력해 나가기로 합의를 했다’고 말합니다. 그럼 김정은 위원장 육성으로 비핵화를 거론했고, 더 중요한 거는 문재인 대통령이 이를 다시 한 번 재확인하고 싶어 한 거예요.

그날 밤 능라도에 있는 5.1 경기장에서 평양 시민들 15만 정도 모인 자리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즉석에서 연설을 하겠다고 합니다. 이전에도 대통령이 평양에 몇 번 갔지만, 김대중 대통령은 5.1 경기장에 간 적이 없고, 노무현 대통령은 5.1 경기장서 아리랑을 관람했지만 연설 기회는 없었어요. 문재인 대통령이 그날 5.1 경기장에서 즉석으로 이렇게 연설합니다. ‘오늘 오전에 나는 여러분들의 지도자 김정은 위원장을 만나 핵무기가 없고 평화로운 한반도를 만들어서 후손들에게 넘겨주기로 합의했다.’ 대통령이 연설 마친 그 순간에는 주춤하고 조용하더라고요. 한 2, 3초 지나고 나니 그제서야 우레 같은 함성과 박수가 쏟아집니다. 그때 제가 서 있던 자리 앞에 주석단에 있었는데 저로서는 감회가...

메대표: 전율을 느끼셨군요.

문정인: 그럴 수밖에 없는 게, 이건 지도자하고만 약속한 게 아니고 15만 평양 군중들 앞에서 재확인한 거니까요. 문재인 대통령 입장에서는 그 정도까지 나왔는데 김 위원장의 비핵화 의지를 안 믿을 수가 없었죠. 어떻게 보면 북의 주민들하고의 약속인 셈이기도 한 건데 그런 점에서 우리는 북의 비핵화의 의지를 읽었다고 본 거고, 지금까지도 그렇게 봅니다. 그런데 북의 입장은 이거예요. ‘조건만 맞으면 비핵화 한다. 그런데 조건을 맞출 수 있느냐?’ 여기서 지금까지 문제가 생기는 겁니다.

북, 하노이에서 영변 핵시설 영구 폐기 제안

민소장: 그렇다면 그 조건의 주된 요구사항은 결국 북미 간 대화, 그리고 이를 넘어 북미 간의 수교 이런 것들일까요?

문정인: 조건을 분명히 밝혔어요. 2019년 하노이 회담 결렬 이후 미국에서는 계속 대화에 나오라 얘기하는데, 북에서는 이 두 가지 조건을 만족시키면 나오겠다 그러는 거예요. 첫째, 우리 생존을 위협하는 적대 정책을 해소해 달라, 두 번째로 인민의 발전을 저해하는 정책을 해소해 달라는 것. 

첫 번째는 자연히 한미연합군사훈련이나 연습을 중단하고 미국의 전략무기를 한반도에 전진 배치하지 않으며 북미 관계를 개선시켜 나가는 게 포함되겠죠. 두 번째는 북한에 대한 제재를 완화해 주는 조건이죠. 그렇다면 북한이 그 반대급부로 뭘 줘야 되느냐는 것인데, 우리가 북에 계속 얘기하는 건 비핵화의 구체적인 진전을 보여 달라는 것이고 하노이에서 북에서 제안했던 안이 그겁니다. 영변에 있는 모든 핵시설을 영구적으로 폐기하겠다는 걸 들고 나왔는데, 북이 원하는 건 우리 생존을 위협하지 말라, 인민의 발전권을 존중해 달라, 이 두 가지에요.쉽게 얘기해서 북미관계 개선하고, 부분적으로라도 제재를 해제해 달라는 게 북의 조건인데 미국에서는 그 두 개를 기본적으로 안 들어주고 있죠. 미국 입장에서는 우리가 당신들 생존을 위협한 게 뭐가 있느냐? 그다음, 당신들이 지금까지 유엔 안보리 결의안을 위반했기 때문에 안보리에서 심지어 중국 러시아까지 동의해서 제재하는 것 아니냐? 그건 조건이 될 수 없다고 하는 게 미국의 입장이니까 도저히 진전이 안 되고 있는 것이죠.

메대표: 망하게 하지 않겠다는 안전 보장하고 경제 제재 해제 두 가지인데, 끝까지 안 된 거죠. 한때 될 뻔한 때가 있었나요?

끝내 접점 찾지 못하고 결렬된 하노이 회담

문정인: 2018년 9월 평양 정상회담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제일 노력을 기울였던 게 평양 선언 제일 끝 부분인데, ‘미국이 6.12 싱가포르 선언을 준수한다면 북은 영변에 있는 모든 핵시설을 완전히 영구적으로 폐기할 용의가 있다. 그리고 그 선언에 동창리 미사일 발사 실험대도 폐기할 용의가 있다’고 얘기를 한 거에요.

그리고 2019년 2월 27, 28일 하노이에서 열린 2차 북미 정상회담에서 그게 가장 중요한 의제였죠. 김정은 위원장은 ‘우리가 영변 핵시설을 영구적으로 완전 폐기할 용의가 있다. 평양 선언에 있는 것처럼, 2016년 10월 이후 유엔 안보리에서 채택한 5개의 제재 결의안 중 인민의 민생과 관련되고 민간 경제에 관련된 것을 부분 해제해 달라’고 얘기했는데 트럼프 대통령이 그걸 거절하죠. 반대급부로 낸 게 ‘북이 가진 모든 핵, 화생 무기, 미사일을 선제적으로 완전 폐기하면 북한 경제의 밝은 미래를 약속해 주겠다’는 것인데, 그러니까 빅딜을 내고 결국 노딜로 가버린 거죠. 

김정은의 협상 전략은 썸딜로 해서 작은 성공을 통해서 점진적으로 풀어나가자는 거였는데, 트럼프 대통령은 처음에 관심을 표하듯 했다가 빅딜을 내놓고 그냥 노딜로 가버린 거죠. 근데 여기에는 해석이 좀 엇갈립니다. 스티브 비건 당시 부장관이자 특사를 만나서 얘기했는데, 비건이 그래요. 27일 정상회담 전 일주일 전에 하노이 가서 북한 측하고 실무 협상을 하는데, 싱가포르 선언 1조는 북미 간의 관계를 개선 정상화한다, 2조 한반도에 항구적인 평화를 만들어 나가는 데 노력을 한다, 3조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위해 노력해 나간다, 4조 6.25 때 미군 유해를 발굴해서 송환한다는 것이었는데, 관계 정상화나 평화, 유해 발굴과 송환은 북측하고 얘기가 되는데 비핵화에 관해서는 북측에서 자기들 결정 사항이 아니다, 이게 위원장만이 할 수 있다, 이렇게 나오더랍니다. 그래서 거기서 협상을 전혀 못 했다는 거예요. 그래놓고 트럼프 대통령과 만나니까 그때 거기서  제안을 했다는 겁니다.

그런데 북측 얘기를 들으면, 그게 어디서 했든지 간에 김정은 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한테 안을 냈으면 그거 갖고 협의를 해야 하는데, 바로 확대 정상회담에서 존 볼턴 안보보좌관이 들고 간 누런 봉투 안에 문건이 있었다는 건데 그냥 빅딜을 딱 제시하더래요. 거기서 노딜을 하니까 원래 예정된 오찬 약속 취소하고 트럼프 대통령이 떠나버렸습니다.

그러니까 북이 해석하는 거 하고 스티브 비건이 저에게 얘기해 주는 거하고 격차가 분명히 있는 건 사실이었다고 봐요. 그러나 저는 하노이에서 접점을 찾을 수 있었다고 보는데 , 미·북이 그걸 찾지 못한 게 아쉽다고 생각합니다.

궁지 몰린 트럼프 새벽 4시까지 계속 TV 봐

민소장: 그 대목에서 지금 나오는 얘기가 당시 트럼프 대통령이 국내 정치가 굉장히 어려워지면서 그런 결정을 내렸다고도 하는데, 이게 맞는 얘기입니까

문정인: 그런 해석이 상당히 있었죠. 그런데 그것과는 조금 다른 해석인데요. 2019년 2월 27일 밤 9시 하노이 시각이면, 워싱턴 아침 9시인데 바로 그때 낸시 펠로시 하원 의장이 마이클 코엔 전 트럼프 대통령 변호사를 미국 하원에 소환해서 청문회를 열어요. 거기서 마이클 코엔이 트럼프 대통령은 거짓말쟁이고 인종주의자고 이렇게 비판적으로 나오기 시작한 거예요. 

볼턴의 회고록을 보면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위원장하고 만찬 끝나서 바로 들어간 밤 9시부터 새벽 3시인가 4시까지 계속 TV를 봤다 그래요. 만약 김 위원장 제안을 받아들여서 영변 핵시설 완전히 영구적으로 해체하는 것에 대한 반대급부로 유엔 제재를 부분 해제를 해주기로 하고 워싱턴 갔을 때 민주당으로부터 엄청난 비판에 봉착하게 되었을 거라는 거지요.

메대표: 양보로 보인다. 이거죠.

문정인: 그건 양보로 보이고, 민주당은 또 거기에 포커스를 맞추고 있었어요.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이 초미세 어프로치를 한 거거든요. 왜냐하면 트럼프 대통령의 미디어 어텐션을 상쇄시키기 위해 같은 시간대에 마이클 코엔을 하원에서 불러서 청문회를 했어요. 청문회 시작하니까 모든 미디어의 관심이 워싱턴으로 가버린 거예요. 트럼프 대통령 입장에서는 언론의 관심이 쏠리지 않으면 하노이에 있을 필요가 없거든요.

메대표: 미디어 어텐션을 다시 가져오기 위해 부정적인 큰 뉴스를 만들었다.

문정인: 미디어 어텐션이 없다고 하면 여기서 어떤 성과를 내더라도 그게 뜨지 않는다고 하는 판단이 설 가능성이 상당히 있겠죠. 트럼프 대통령은 그런 데 상당히 민감한 사람이기 때문에 그런 해석도 있는 것 같아요. 

메대표: 해봐야 큰 뉴스가 안 된다

워싱턴 주류 ‘김정은 인정 자체가 인센티브’

문정인: 그뿐 아니고 국내 정치에 큰 도움이 될 것 같고, 빅딜에서 노딜로 돌아가야 국내 정치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할 수 있다는 해석이 있는데 제가 볼 땐 그 해석이 상당히 설득력이 있는 것 같습니다.

메대표: 지난번 미중 패권 때도 말씀하셨는데 범인은 국내 정치네요. 

문정인: 그거예요. 국내 정치.

민소장: 또 한 가지 제가 당시 들었던 얘기 중에 ‘트럼프 대통령이 과연 북한이 어디까지 양보하고 어디까지 내놓을 것인가에 대해 궁금하며 만났는데, 확인해 보니 북한의 김정은 위원장이 내놓을 수 있는 카드가 굉장히 제한적이고 한편으로는 굉장히 급하다. 쉽게 얘기하면 북한이 현재 굉장히 불안감을 느끼고 있기 때문에 서둘러서 저것을 들어줄 이유가 없다고 판단했다’는 겁니다. 최종적으로 그걸 확인하기 위해서 정상회담 추진했고, 막상 만나 보니 그랬기 때문에 그걸 깼다는 이야기가 있었어요.

문정인: 우리 정부가 계속 그걸 모니터링하고 있었거든요. 우리나라 정부는 사실상 하노이 회담이 성공할 걸로 알았죠. 문재인 대통령이 3.1절 기념사까지도 성공을 전제로 준비했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였으니까요. 저는 그 말은 사실이 아닐 것 같고요. 

그런데 한 가지 문제점은 워싱턴의 주류라고 하는 사람들이 북한 체제를 상당히 연약한 체제로 보고 조금만 최대한의 압박을 가하면 흔들릴 수도 있다고 많이 생각합니다. 워싱턴에서, 당시 특히 민주당 쪽에서는 그런 주장을 많이 했죠. 그러니까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을 만나주는 것 자체가 인센티브다. 제재 완화 이런 거까지 가기도 전에 만나주는 게 김정은의 북한 내 정통성을 향상에 도움이 된다’는 건데, 워싱턴의 주류 논객들이 인정 하나만으로도 충분한 인센티브를 주는 거라 생각했어요. 거기에 좀 한계가 좀 있었던 거죠.

메대표: 그 생각나네요. 명나라나 청나라 황제들이 조선 사신 만나 주는 자체로 그 왕을 인정한 것 같은. 저는 한 1년 정도에 평화가 참 싹트던 기간을 3개의 장면으로 기억이 남는데요. 

첫째는 1차 정상회담 때 판문점에서 조그마한 콘크리트 덩어리 하나를 넘어갔다 넘어오고.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의 아주 유명한 장면이죠. 두 번째는 싱가포르 리조트에서 역사상 처음으로 미 합중국 대통령과 북한 위원장이 만나는 장면. 세 번째는 하노이 회담을 위해서 김정은 위원장이 2박 3일인가요 기차 타고 가던 그 장면으로 기억이 납니다.

민 소장도 질문이 많겠지만 저는 그거 하나만 딱 여쭤보고 싶은데 결과적으로 보면 왜 안 됐을까요. 협상 문화인가요, 상대에 대한 무지인가요, 아니면 국내 정치의 이용으로만 생각해서 그런가요.

현실적 제약 있었지만 2018년엔 운전자

문정인: 그러니까 미국에서 얘기하는 것은 결국 하노이에서 대타결을 못 본 가장 큰 이유 중에 하나는 북한 측에 준비가 안 됐다, 그러니까 제일 중요한 게 비핵화의 범주와 방법 로드맵 이런 것들인데 북한 측의 실무대표들이 그거에 대한 권한이 하나도 없더라, 그런 식으로 무슨 협상을 하겠느냐, 실무협상을 거치지 않고 어떻게 정상 간 협상 아젠더를 넣을 수 있느냐라고 하는 게 미국 입장입니다. 

북의 입장에서는 그런 중요한 것은 지도자만이 할 수 있는 거다, 영도자들만이 할 수 있는 건데 특히 트럼프 대통령하고 김정은 위원장 사이에는 이미 상당한 라포르(친밀도)가 형성됐으니 그 두 정상이 만나서 하도록 하자, 이게 첫 번째고요. 김대표께서도 얘기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국내 정치에 관한 계산, 존 볼턴 같은 강경파들의 훼방, 한국 정부의 제한된 영향력 등이 크게 작용을 했던 것 같아요.

메대표: 의미심장한 얘기를 하셨습니다.

문정인: 그건 사실이고요. 기본적으로 우리가 훨씬 큰 외교적 협상력이나 나름의 레버리지가 있었다면 미국에 더 압박을 가할 수 있었을 텐데. 거기에 우리의 한계가 있었던 거죠.

민소장: 역설적으로 제가 좀 질문을 드리고 싶은 건 문재인 대통령이 늘 강조했던 것이 한반도 운전자론으로, 우리가 운전의 주체가 되어야 한다는 말씀을 계속 하셨잖아요. 그런데 말씀하신 것처럼 우리가 할 수 있는 역할의 제한성 이건 조금 상충되는 부분이네요.

문정인: 우리가 한반도 운전자론이 되야 한다는 말이 문 대통령께서 많이 사용한 말도 아닌데, 한반도 운전자론이나 한반도 중재자론이라는 건 언론에서 필요 이상으로 부풀려 언급하는 것 같고요. 문재인 정부는 자기들이 갖고 있는 제약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한반도의 평화나, 운명을 결정 짓는 건 우리여야 한다는 당위론적 입장. 또 그런 것을 희망한다는 어떤 목적 지향성이 있어서 선언적으로 나온 거고요, 현실적으로는 제약이 많을 수밖에요. 어쨌든 2018년 상황은 우리가 운전자가 된 거예요. 그리고 우리가 촉진자였지요.

실패라기보다는 좋은 시행착오라 보아야

메대표: 구조적 한계를 감안하면 엄청 노력한 거죠. 세 번의 남북 정상회담, 그리고 두 번의 북미 정상회담. 물론 북핵 문제가 상당히 시급한 현안이기는 했지만 한국의 5년 임기 대통령 중 가장 많이 한 거 아닌가요. 그리고 지난번 말씀하셨듯이 그 덕에 우리가 평화를 정착시키지는 못했지만 또 전쟁 분위기는 많이 사라졌고요. 우리가 전쟁 걱정하는 건 없었지 않습니까

문정인; 사실이죠. 특히 2018년 9.19 남북 군사 합의 결과로 남도 북도 군사적 행동을 자제했고, 나름대로 긴장을 완화했고 신뢰를 상당히 구축했죠. 그래서 GP에서의 총격 사건 하나 빼고는 서해나 비무장지대에서 군사적 충돌이 한 번도 없었다는 점에서 상당히 의미가 있습니다. 

하지만 2020년부터 모든 상황이 악화돼 결국 시작은 창대했지만 말미는 참담하지 않느냐, 이렇게 얘기를 할 사람도 있을 거라 봅니다. 그러나 여기서 중요한 거는 평화는 과정이라는 사실입니다. 평화의 결과라고 하는 것을 그려내기는 상당히 힘들어요. 평화란 긴장을 완화하고 신뢰를 구축해 통합의 과정을 겪고, 화해 협력을 하는 이 과정 안에 있는 거거든요.

저는 그래요 자꾸 문재인 정부의 평화 구상이 실패했다고 얘기를 하는데,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게 좋은 시행착오가 되고, 그다음 정부는 거기에서 새롭게 시작을 할 수가 있겠죠. 그러나 그 과정을 버릴 수는 없어요. 어떻든 정상회담 해야 될 것이고 그러면 문재인 정부에서 세 차례 정상회담 하며 쌓아놓은 아젠다, 의전, 경호의 노하우가 모두 있으니 그거 활용하면 될 것이고. 그리고 회담 내용도 아젠다가 달라지지 않습니다. 전쟁하지 말자, 평화 만들자, 한반도 비핵화하자, 그러려면 북한 비핵화 해야 될 것 아니냐, 이걸 다루는 거고, 그다음에 또 우리가 남북이 평화적 통일을 하려 하면, 주변 4강 어떻게 다룰 것인가하는 거지요.

그거는 새 정부가 다르고 문재인 정부가 다를 수 있을까요. 그런 점에서 본다면 지금 제가 안타깝게 생각하는 것 중에 하나는 문재인 정부의 한반도 평화 구상에 대한 이해가 너무 모자란다는 점이에요. 

아이러니컬하게도 제일 잘된 분야가 안보

문재인 정부의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는 세 개로 구성이 돼 있어요. 첫째, 평화 유지(Peace Keeping)입니다. 군사적 억제력의 강화와 동맹 강화를 통해 한반도에서 전쟁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겠다는 것이고, 그래서 국방비도 증강시키고 미사일 방어체제에 들어가는 무기들도 많이 샀습니다. 이 문제는 제가 볼 때 제대로 잘한 것 같아요. 그건 한 축이거든요. 그러나 거기에서 머물면 문재인 정부의 평화 프로세스는 아무 의미가 없죠. 

그래서 한 단계 올라간 게 둘째, 평화 만들기(Peace Making) 단계입니다. 긴장을 완화하고, 신뢰를 구축하고, 종전선언 채택하고,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전환해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를 만들며 그 과정에서 한반도 비핵화와 북한의 비핵화를 더불어 추진해 나가는 것입니다. 이거는 판문점 선언, 9.19 남북 군사합의, 9.19 남북 정상선언 이런 걸 통해 사실상 어느 정도 이루어졌죠.

긴장 완화나 신뢰 구축에서는 진전을 봤는데, 종전선언은 진전을 못 봤고 그다음에 정전협정의 지휘 변화에 관한 것도 성과를 못 보았으며 그와 병행 추진하겠다는 비핵화에서도 진전을 보지 못했죠. 피스 메이킹 쪽에서는 제가 볼 땐 40에서 50점 정도는 줄 수 있을 것 같아요.

세 번째는 평화 경제라는 거예요. 한반도 신경제지도에 따라 남북한 경제 교류 협력을 확대하고 그 과정에서 북한과 도로와 철도도 연결시키고, 에너지 네트워크도 만들고, 그 다음 몇 가지 시범 사업을 통해서 경제 협력 프로그램도 만드는 등 남북 간 경제 교류 협력을 확대시키면서 남북 경제 공동체를 만들겠다는 부분입니다. 이거는 현재 제로죠. 제로의 제로에요. 왜냐하면 유엔 안보리 제재, 미국의 독자적인 제재 때문에 여기에서는 하나도 진전해 나갈 수가 없었죠. 

아이러니컬하게도 제일 잘 된 부분은 군사적 억지력과 동맹을 통한 평화 유지입니다. 그런데 보수 진영에서는 문재인 정부가 안보를 망쳤다고 하는데, 그거는 사실과 다른 거죠. 그게 제일 잘 된 부분이고 그 다음에 평화를 만들고, 이어 평화 경제를 통해서 항구적인 평화 구축 또는 경제 공동체 만드는 부분에 있어서는 진전이 전혀 없었죠. 그런 점에서는 상당히 복합적인 결과를 가져왔다고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민소장: 키핑과 메이킹은 성공했는데 빌딩은 아쉬운 점이 많았다는 것이지요?

문정인: 그 사이에 전쟁이 없었으니 피스 키핑은 A, 그 다음 피스 메이킹은 B라고 얘기할 수 있고. 피스 빌딩 또는 평화 경제 이 쪽은 F에 가깝다고 얘기를 할 수 있겠죠. 

큰 성과에 비해 작은 성과 미흡한 것이 한계  

민소장: 저도 개성에 가 봤지만, 개성공단이 북한으로서는 굉장히 성공한 모델이었고, 개성이 과거에 굉장한 군사 요충지였는데 그것을 모두 북한 군부 내부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금강산도 그렇지만 특히 개성은 뒤로 다 물렸단 말이에요.

최소한 문재인 정부가 미국의 눈치를 보지 않고 할 수 있는 개성공단의 재개 이것은 우리 쪽 기업인들도 원했고 북측도 간절히 원했는데 왜 담대하게 그걸 못 했는지…. 북측에서도 그 부분에 대해서 가장 섭섭해 한다는 얘기가 있던데요.

메대표: 조금 부연 설명 드리면 문재인 정부가 할 수 있었던 것 중에 조금 제한된 공간이지만 링을 좀 더 넓게 쓸 수 있었는데 못 써서 아쉽다,  그 대표적인 게 개성공단 재개하고 금강산 관광 재개 이런 것들 아니었나 이런 이야기입니다. 

문정인: 그것도 동의하고요. 저도 그 점에 대해서는 문재인 정부하고도 저는 입장이 엇갈렸습니다. 저는 문재인 정부가 시작하자마자 2017년 5월 19일일 쯤 특보 위촉을 받았는데 그때는 이제 남북한 관계가 악화가 되기 전에요. 7월부터 악화가 됐으니까요.

5.24 조치는 사실상 유명무실화 됐으니까 개성공단 재개하자, 정 안 되면 개성공단 입주 대표자 입주 대표자들이라도 보내자, 그리고 금강산 관광도 개별 관광의 경우는 유엔 안보리 제재를 받지 않지 않느냐며 그걸 착수하자고 대놓고 얘기를 했었죠. 그런데 미국에서 상당한 민감한 반응을 보이면서 문재인 정부가 그걸 할 수가 없었던 걸로 저는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문재인 정부의 가장 큰 실패라고 하는 것은 작은 성공을 못 만들어낸 거예요. 

타미플루도 못 보내지 않았어요? 나중에 제가 취재를 하다 보니까 그게 무슨 유엔군사령부에서 제재에 나선 게 아니고 우리 정부에서 결정 못 해서 못 보낸 거거든요. 북에서는 계속 와서 타미플로 받아가려고 한 달 이상 기다리고 하는데 우리가 사실 북에다 가져다주지 못했단 말이에요. 이런 것들이 아쉬운 대목이죠. 사실상 판문점 선언, 평양선언 이런 것들은 상당히 담대한 것들인데, 그런 것들이 작은 성공에서부터 나왔어야 되는데, 그 작은 성공을 이루지 못한 데서 문재인 정부의 대북 정책에 한계가 있었던 것 아니냐고 생각합니다.

새 정부는 문재인 정부의 공과 복기하고 정책 짜기를

메대표: 저는 말씀드리면서 그런 생각이 드는데요. 조만간 취임할 윤석열 정부가 본인들도 남북관계를 파탄에 빠뜨리겠다는 생각은 아닐 거라고 보거든요. 당연히 좀 발전시키고 하려는데 문재인 정부의 이러한 노력과 일부 좌절 이런 것에 대해서, 그걸 그대로 갖다 베끼라는 얘기가 아니라, 벤치마킹하고 하나늬 테스트 케이스로 좀 잘 연구해서 자기들 정책이나 판단에 반영하면 좋겠고, 그렇다면 문 선생님을 포함한 몇몇 분들을 좀 비공식으로라도 초청해서 이야기를 들어보는 게 좀 우리 국가의 역량 낭비를 줄이는 길이 아닌가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문정인: 그런데 뭐 윤석열 당선자께서도 지난 정부 정책이라는 걸 다 버려서는 안 된다, 취사선택할 수 있는 건 하자라고 얘기를 했는데, 그러나 선거 기간 동안에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는 완전한 실패라고 선언을 해버렸기 때문에 취사선택의 여지가 없어져 버린 게 아닌가 싶지만, 타산지석으로 삼을 건 상당히 많다고 봅니다.

민소장: 지난 5년 동안 문재인 정부가 정말 추진했던 여러 가지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의 과정들, 그리고 그 속에서 숨 가빴던 남북한 정상회담 또 북미 정상회담, 이런 현장에 계셨던 문정인 선생님의 말씀을 듣다 보니까 참 아쉬운 점도 많고요, 또 우리가 이뤄냈던 성과도 굉장히 컸다는 생각도 듭니다. 종합적으로 문재인 정부의 남북한 문제, 한반도 문제에 대한 총평을 마지막으로 정리해 주시는 걸로 이 시간 마무리를 할까 합니다.

문정인: 2018년 반전의 지평을 여는 데는 상당히 성공을 했고, 그리고 상당히 많은 희망을 줬지만 결국 결과는 교착으로 끝났기 때문에 아쉬운 점이 많습니다. 그러나 어느 정부가 들어서든지 남북관계를 하는 데는 문재인 정부의 경험이 상당히 소중한 자료가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실패한 부분도 있지만 상당히 중요한 역사적 자료가 될 것이고 그렇기 때문에 하여간 문재인 정부의 정책들을 세심히 복기해보고 거기에서 새 정책을 짜는 게 바람직하다고 봅니다.

민소장: 메디치 보라 런칭 특집 ‘포스트 코로나 시대 세계와 한반도’ 문정인 선생님과의 오늘 대담은 문재인 정부의 지난 한반도 프로세스 5년동안의 과정들에 대해 얘기를 나누었습니다. 

다음 시간에는 윤석열 새 정부의 외교정책과 남북한 관계는 어떻게 풀어야 할지에 대해서 얘기를 나눠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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