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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영 칼럼] 대통령과 셀럽들의 ‘책밍아웃’을 기대한다

By | 2022년 4월 25일 | 미분류, 책 세상으로 초대

해마다 여름 휴가철이면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은 그해의 ‘여름 독서 리스트’를 SNS에 공개한다. 빌 게이츠의 독서 리스트도 유명하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책에는 음악이나 TV 프로그램, 영화와 다르게 나를 안정시켜주는 특별한 힘이 있다’고 인터뷰에서 밝힌 적 있을 정도로 애서가이자 다독가이다. 그의 독서 리스트는 정치, 실용, 문학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를 아우른다. 최근 애플 티비에서 드라마로 공개된 <파친코> 역시 오바마의 독서 리스트를 통해 유명세를 얻었다. 독자들이 책 읽기의 장점을 몰라서 안 읽는 것이 아니다. 쏟아지는 신종 미디어들 덕에 책을 손에 쥐기까지 장애물이 많아졌다. 의사출신 저널리스트 박재영 필자가 4월 23일 책의날을 맞아 책을 가까이 할 홍보 수단으로 ‘책밍아웃’을 권한다. 대통령과 셀럽들이 오바마 전 대통령이나 빌 게이츠처럼 너도 나도 읽은 책, 읽으려고 사 둔 책, 추천 받은 책을 소개하자는 아이디어이다. [편집자 주]

✔ 연평균 독서량 영국 프랑스는 100권 이상
미국 80권 , 일본 40권, 말레이시아 15권
✔ 매달 13일마다 SNS에 책을 소개하는 루틴
해시태그 BOOKDAY13을 제안한다
✔ 대통령, 당선자, 기업 총수, 인플루언서 적극 참여
한 달에 하루라도 책밍아웃하는 날로 정하자

‘발에 걸려 넘어지면, 사야 함’이라는 간판과 함께 책을 파는 노점상. (이미지:셔터스톡)

‘최악의 출판 불황, 책 안 읽는 사회’라는 거국적 고민

1월 4일과 5일에 걸쳐 네 개의 신문이 거의 같은 내용의 사설을 실었다. ‘최악의 출판 불황, 책 안 읽는 사회’, ‘책 읽는 사회라야 희망 있다’, ‘책 안 읽는 사회엔 미래 없다’, ‘책 읽는 국가라야 부흥한다’. 이는 각각 경향신문, 한국일보, 서울신문, 국민일보의 사설 제목이다.

올해가 아니라 2005년의 일이다. 당시 통계청이 발표한 ‘2004 한국의 사회지표’에서 2003년에 출간된 신간 서적(만화 제외)의 권수가 7,800여만 권으로 1997년 대비 58.6%나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그 이후엔 어떻게 되었을까?

통계청의 ‘2009 한국의 사회지표’를 보면 2008년의 신간 도서 발행 부수는 8,960만 권으로, 2007년의 1억1,440만권에 비해 21.7%나 감소했다. 지속해서 줄지는 않고 그래도 늘었다 줄었다 한다는 데서 위안을 찾아야 할까.

최근의 같은 통계는 아예 없다. 통계청이 2012년에 지표를 개편해서 신간 도서 발행 부수는 집계하지 않기 때문이다. 대한출판문화협회가 펴낸 ‘2021년 한국출판연감’에 따르면 2020년의 신간 발행 부수는 8,100만 권이다. 20년 동안 제자리걸음인 셈. 점점 더 책 읽는 사람이 줄어드는 것 같고, 스마트폰과 OTT로 인해 책 읽을 시간은 더 없어지는 것 같은데, 20년 전과 비슷한 수준이라는 게 오히려 놀라운 일일지도 모르겠다.

해도 너무한 우리의 연평균 독서량, 8.3권

우리가 책을 적게 읽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자료마다 다르지만, 2017년의 한 조사에 의하면 한국인의 연평균 독서량은 8.3권인데, 일본은 40권, 미국은 80권, 프랑스나 영국은 100권이 넘는다고 하며, 말레이시아도 15권에 달한다. 중국도 우리보다 세 배 넘게 책을 읽는다는 다른 통계도 있다.

정부도 문제라고 생각하는지, 문화체육관광부는 제3차 독서문화진흥 기본계획에서 국민 연평균 독서량을 2023년까지 12권까지 늘리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하지만 정부가 강제로 책을 읽힐 수도 없고, 한국인의 독서량을 늘릴 묘수는 없어 보인다.

지난 4월 23일은 유네스코가 정한 세계 책의 날이었다. (사진:셔터스톡)

매월 13일을 책의날로 정해 인플루언서들이 책을 소개하자

그래서 제안한다. 대중에게 미치는 영향력이 큰 분들이 좀 나서 달라. 어려운 걸 부탁하는 게 아니라, 한 달에 한 번씩만 자신의 SNS 등에 책 표지를 올려 주시라. 최근에 읽은 책도 좋고, 인생 책도 좋고, 읽고 싶은 책도 좋다. 대통령도 해 주시고, SNS 활동 열심히 하시는 몇몇 ‘회장님’들도 참여해 주시고, 인스타그램에 제품 사진 하나 올려주는 대가로 큰돈 버시는 셀럽들도 동참해 주시라. 자신들이 가진 막대한 영향력을 한 달에 한 번쯤은 선하게 행사해 주시라. (심지어 그 와중에 ‘이미지’도 좋아질 수 있다.) 날짜도 정해 드린다. 13일에 하자. 숫자 13이 책을 뜻하는 영어단어의 첫 글자와 비슷하니 기억하기 쉽다. (외국에도 수출할 생각이다!)

내가 꿈꾸는 건 이런 거다. 매달 13일이 되면 수많은 셀럽이 SNS에 책 사진을 올리고, 누가 무슨 책 사진을 올렸다는 기사들이 쏟아지고, 그들의 팬들이 그 책에 관심을 갖게 되는 것. BTS나 블랙핑크 멤버들이 한국 소설책 표지를 올리면 전 세계의 출판 관계자들이 그 책에 관심을 기울이고 결과적으로 우리 저작물이 해외로 널리 수출되는 것. 사람들이 매달 13일에는 자기 친구들이 무슨 책을 읽고 있는지 눈으로 확인하며, ‘아무도 책을 안 읽는 줄 알았는데 남들은 책을 읽고 있구나’라고 생각하는 것. 오히려 소수집단이 되어 버린 애서가들이 당당하게 자신의 독서 취향을 드러내게 되는 것. 정치인, 회장님, 연예인, 인플루언서 등등 ‘좋은 이미지’가 필요한 많은 사람이 매달 책 사진을 올리고, 책을 고르는 과정에서 더 많은 책을 살펴보고, 그중 일부는 의무감에라도 읽게 되는 것.

사실 이런 캠페인은 이미 시작됐다. 내가 과학 전문기자 강양구와 함께 5년 넘게 진행하고 있는 ‘YG와 JYP의 책걸상’이라는 이름의 책 팟캐스트를 통해서다. 책을 사랑하는 소수의 팬이 제작비를 크라우드펀딩으로 마련해 주는 방송인데, 애청자 중 일부가 이미 매달 13일이 되면 ‘bookday13’이라는 해시태그를 달아서 책 표지를 올리고 있다. 그러나 그분들이 책 많이 읽느라 친구 사귈 시간이 부족하신 건지, 전파 속도가 너무 더디다.

과거 우리나라에서 가장 성공한 독서 캠페인은 2000년대 초 MBC에서 방영한 ‘느낌표’라는 프로그램의 ‘책책책 책을 읽읍시다’가 아니었을까 싶다. 2년 반 동안 총 25권의 책을 소개하여 대부분 베스트셀러가 됐고, 그 수익으로 시작된 ‘기적의 도서관’ 만들기는 방송이 종료된 이후에도 지속됐다. 당시 ‘방송에 나온 책만 팔릴 뿐, 다른 책은 오히려 안 팔린다’는 이야기도 있었지만, 잠시나마 독서 열풍을 일으켰던 것은 분명해 보인다. (그 코너의 진행자였던 유재석, 김용만 두 분도 새로운 독서 캠페인이 동참해 주시라.)

SNS에 공개된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의 2021년 독서 리스트. 한국계 뮤지션 미셸 자우너의 수필 <H마트의 눈물>이 눈에 띈다.

#bookday13(13일은 책의날로), 기업도 총수도 참여하자

기업들도 참여해 주시면 더욱 좋겠다. 가령 대형 서점들은 영수증 하단에 ‘매달 13일은 SNS에 책 표지 올리는 날, #bookday13’ 같은 문구를 인쇄해 줄 수 있을 것이다. 4천500만명의 액티브 유저를 자랑하는 국민 메신저 카카오는 광고가 돌아가는 하단 공간을 매달 13일에 1시간 만이라도 공익 캠페인을 위해 할애해 주면 좋겠다. 기념일마다 오늘이 무슨 날인지 알려주는 네이버도 매달 13일에는 오늘이 바로 그날임을 슬쩍 알려주면 좋겠다. 회장님들이 SNS 열심히 하시는 신세계나 SK는 이마트나 주유소 영수증, 혹은 자사의 앱을 통해 캠페인에 참여할 수도 있을 것이다. (큰 돈 드는 일도 아니지 않나.) 독서량 감소의 주범(?)으로 지목되어도 별로 할 말이 없을 CJ나 넷플릭스가 그들의 막강한 홍보 역량의 극히 일부분만 활용해 주면 좋겠다.

4월 23일은 유네스코가 지정한 ‘세계 책의 날’이었다. 이미 책 많이 읽는 선진국들에게 ‘책의 날’은 1년에 하루면 충분할지 모르겠지만, 독서 후진국 우리에겐 매달 하루쯤이 필요하다. 당장 다음달 13일부터, 많은 분이 동참해 주셨으면 좋겠다. 우리 모두 ‘책밍아웃’ 하자고요.


글쓴이 박재영은
의사 출신의 23년차 저널리스트이자 작가로, 의료전문신문 <청년의사>의 편집주간이다. 한국의료의 과거와 현재와 미래를 조망하는 책 <개념의료>와 에세이 <여행준비의 기술>, 장편소설 <종합병원2.0> 등 8권의 책을 썼고, <차가운 의학, 따뜻한 의사> 등 8권의 책을 번역했다. 팟캐스트/유튜브 <나는 의사다>의 PD 겸 진행자이며, 네이버 오디오클립 <정신과의사가 여러분의 고민을 들어드립니다>와 <YG와 JYP의 책걸상>의 MC다. 병원, 기업, 대학 등에서 연간 40회 안팎의 강연을 한다. 연세의대를 졸업했고, 같은 대학에서 의료법윤리학 전공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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