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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정인의 ‘포스트 코로나- 문명과 삶’#4] 우크라이나 전쟁, 강대국 협의체 통해서 평화 만들어야 

By | 2022년 4월 24일 | 국제, 메디치 보라_세계와 경제를 읽는 창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 대담의 후반부에서 문정인 교수는 러시아의 잔악함에 주목하기보다 존재하는 강대국으로서의 러시아에 초점을 맞춰 평화협상을 맺는게 유익할 것으로 전망했다. 가까운 예로 1815년의 비엔나 회의 때 열강은 ‘유럽 동란’의 원인 제공자인 프랑스를 대등한 강대국으로 인정하고 협상을 맺은게 1백년의 평화로 이어졌다는 것. 반면 1차 대전 후의 베르사이유 협상은 전쟁 도발국인 독일에 가혹한 배상을 물려 결국 2차대전으로 치달은 측면이 있다는 것. 한국과 러시아의 무역규모, 현대차와 삼성, LG등 주요 대기업의 러시아 진출 등을 감안하면 한국에 이제 ‘남의 일은 없다’는게 이번 일의 교훈이기도 하다. 진행은 민경중 외국어대 초빙교수(민소장)과 메디치미디어 김현종 대표(메대표)가 맡았다. [편집자 주]        

<피렌체의 식탁> X <메디치 보라> 공동기획
포스트 코로나 시대 – 문명과 삶, 문정인편 #4

✔ 예전같지 않은 패권 국가 미국의 영향력
동맹국도 각자의 국익에 따라 제각각 행보
✔ 강국 러시아와 인접한 핀란드, 스웨덴의 자구책
자유 민주주의 지향하지만 정치적으로는 중립
✔ 워싱턴과 모스크바 사이의 대화 채널 부재
쿠바 미사일 위기때보다 지금이 더 어려워
✔ 패전국 프랑스를 참여시켜 평화 토대 만든
비엔나 회의를 모델삼아 전후 처리 방안 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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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의 달인 바이든, 맥을 못추는 바이든 행정부의 외교

민소장: 오늘도 문정인 선생님 모시고 우크라이나 사태를 전쟁이 아닌 협상으로 어떻게 끝낼 것인가에 관해 현재 진행 상황 등을 알아보려 합니다. 미국 바이든 대통령은 상원 외교위원장도 오래 했고, 외교는 달인이라 볼 수 있겠지요. 전임 트럼프 대통령이 워낙 외교적으로 많이 망쳐 놨고요. 트럼프가 아메리카 퍼스트 정책으로 세계 외교 질서를 혼돈으로 몰고 갔는데, 결과적으로 오히려 트럼프의 인기가 상승하고 바이든은 외교에서 왜 맥을 못 추는지요?

문정인: 과거에는 미국이 강력한 힘을 바탕으로 미국적 가치인 자유민주주의, 인권 향상, 시장 경제를 확산시키려는데 저항이 별로 없었습니다. 그런데 지금 미국의 힘은 상대적으로 쇠퇴하는데 여전히 미국은 미국 고유의 가치를 전 지구적으로 확산하는데 역점을 둡니다. 이런 배경에서 충돌이 생깁니다. 중국과의 관계, 현재 푸틴을 보는 시각, 다 여기서 출발합니다. 제가 볼 때는 이게 미국 외교 정책의 가장 구조적 제약이 아닐까 합니다.

메대표: 계속 주도국가 역할을 해야 되는데 힘은 조금씩 부족하니 그게 문제군요.

문정인: 미국이 힘이 좀 빠졌는데 과거의 패권적 관성은 계속 유지하려다 보니 힘이 들고, 여기에다 가치 확산도 포함시키니 자꾸 미국 외교 정책이 삐걱대는 거지요.

그러니까 미국 입장에서는 그걸 극복하려는 게 동맹과 파트너. 이들과의 연대를 확산시켜서 그 힘을 빌어서 하겠다고 하는데 그 나라들도 자기네 국익이 있지 않습니까. 항상 동조하기는 상당히 어렵겠죠.

엇갈리는 동맹들 간의 국익, 변수로 작용하는 인도, 사우디, UAE

민소장: 국익이라는 측면에서 이번 전쟁중 인도의 행보가 아주 국제적으로 묘합니다. 쿼드(QUAD) 안에서 미국이 인도에게 제법 공을 들인 걸로 아는데요. 이번에 러시아 석유를 계속 수입하고 (있습니다.) 러시아가 제제 중에도 인도의 대금 결제 등을 통해서 숨통이 틔었어요. 

문정인: 인도뿐이 아니죠. 사우디아라비아하고 UAE(아랍 에미레이트) 같은 경우도 석유 값, 가스 값 올라가니 덕을 보는 중이고. 바이든 대통령이 사우디의 모하메드 빈 살만 황태자한테 전화를 해서 오펙(OPEC) 쪽에서 석유 증산 시켜달라 석유 값 좀 내리자 부탁하려 했는데, 황태자가 전화를 안 받았어요. UAE 황세자도 전화 안 받고요. 이란하고 협상에 대해서 불만을 표시하는 거에요. JCPOA(이란 핵합의)에 대해서 이제 반대 입장이기 때문이라 그래요. 인도네시아도 미국하고 상당히 가까운 국가지만 이번에 중립적 입장을 취했습니다.

메대표: 이번 사태 보면서 전과 좀 다르다 싶은 게 이라크 전쟁 때는 독일하고 프랑스가 미국에 발을 안 맞춰줬잖아요. 이번에는 유럽은 다 맞춰줬는데, 의외로 중간지대에 있는 미들 사이즈의 국가들의 입장이 다 제각각이에요.

문정인: 그게 다 국익의 문제예요. 한 축에 인도가 있지요. 그 다음에 중국도 변수죠. 중국이 변수로 가면 파키스탄도 거기 따라오겠죠. 그다음 중앙아시아 국가들이라고 하는 게 전통적으로 러시아와 가깝습니다. 일부 중동 국가와 동남아 국가가 집단적으로 러시아에 우호적이거나 동조적이라고 한다면, 미국 중심의 블록과 그쪽 블록들 사이에 상당히 큰 차이가 있겠죠. 그래서 어떤 학자들은 지금 러시아를 중심으로 그런 국가들이 새로운 형태의 비동맹을 만드는 것 아니냐 그러면 다시 세계가 블록 진영으로 나눠지는 것 아니냐 하는 우려도 있죠. 그런 걸 피해야 되겠지만, 미국이 제재라는 카드를 계속 쓰면 이를 우려하는 국가들끼리 그런 식으로 블록을 형성할 수는 있겠죠.

러시아와 인접한 핀란드, 스웨덴 만의 독특한 생존 방식

민소장: 핀란드나 스웨덴은 중립국이고 러시아 바로 옆에 위치하지요. 이런 환경 탓에 여태까지는 비교적 러시아의 입장도 조금 배려했다고 보는데요. 이번 경우에는 (이 나라들이) 직접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공급하겠다고 나섰습니다.

문정인: 재미있는 얘기입니다. 핀란드화(Finlandization) 현상이라는 게 있어요. 핀란드가 자유 진영에 속하는데도 불구하고 외교안보 부분에 있어서는 중립적 입장을 취하고, 소련하고 관계를 개선해 나가는 것에 대해서 우려를 표명하는 겁니다. 핀란드가 나토 국가 서방 국가들을 배신하는 것 아니냐 이런 비판입니다. 

그런데 내가 핀란드에 가서 아티 사리 전 대통령이나 거기 학자들하고 얘기해보니 그 사람들이 그래요. 이건 웃기는 얘기다. 우리 생존의 방식일 뿐이다. 우리는 러시아하고 두 번 크게 싸웠고, 두 번 다 패전해서 영토까지 뺏겼다. 더 이상 러시아하고 싸우기 싫다. 우리 정치체제는 민주주의고 경제체제는 자본주의 체제, 다 서방과 함께 가지만 외교 문제에 있어서는 중립적 태도를 취하겠다. 

스웨덴도 마찬가지예요. 이제 한번 지켜봐야 되겠지요. 6월 되면 거기도 이 문제로 국민투표를 한다고 하는데. 그 결과따라 러시아 입장에서는 자기들 국익에 손실이 날 수 있습니다. 어떻게든 간에 핀란드하고 스웨덴이 중립국이 되며 그게 일종의 완충지대 역할을 했는데, 만약 이 두 나라가 나토 가입한다고 하면 그만큼 나토가 북쪽으로 확장하는 건데요. 반면에 만약 내가 스웨덴이나 핀란드 사람이라면 걱정이 많을 거예요. 그렇게 되면 러시아의 위협이 더 가시화가 되는 거거든요. 

민소장: 우리 한반도를 포함해서 전 세계인들이 3차 세계대전이라는 것이 일어날 수도 있겠구나, 굉장히 현실감있게 다가오고 있어요.  진짜 3차 대전의 가능성이 있는 겁니까?

문정인: 냉전이 끝나는 시기와 세계화의 확산 시기가 딱 맞물려요. 1990년대 초 그때 이제 전쟁과 평화에 대한 이론들이 여러 가지가 나오는데, 그때 지배적인 이론 중 하나가 칸트가 얘기한 자본주의 평화론. 무역하는 국가끼리는 싸우지 않는다, 경제적 상호의존이 확산되다 보면은 그들 국가끼리는 싸움하지 않는다는 이론. 두 번째는 민주 평화론이라는 거. 그것도 칸트가 얘기한건데요. 영구 평화론에서 얘기하기를 민주주의 국가끼리는 싸우지 않는다 그랬어요.

그런데 세계화가 오기 시작하면서 시작한 게 시장 경제의 확산, 또 그에 따른 민주주의 확산.  제3파 민주화 흐름이라는 게 거기서 나왔습니다. 세 번째로 칸트가 또 어떤 얘기를 하느냐 하면 영구 평화를 가져오려고 하면 퍼시픽 페더레이션(Pacific Federation), 즉 평화 연방이 만들어져야 된다. 일종의 세계 정부 비슷한 거예요. 그래서 다자주의 협력이 많이 활성화가 되고  국제기구의 구속이 구속력과 집행력이 확산되면, 전쟁을 막을 수 있지 않느냐. 그런 상황이 1990년대 초부터 이렇게 나타났거든요. 평화에 대한 많은 기대도 생겨났고요.

그 중 대표적인 게 동아시아 평화론. 동아시아에서 중국이 특히 이제 개혁 개방을 하고 WTO 들어가면서, 한국의 민주화, 대만 민주화 이루어지면서 동아시아에서는 전쟁이 일어나지 않을 거라는 얘기도 많이 나왔습니다. 여기서 우리가 간과했던 게 사뮤엘 헌팅턴이 문명 충돌론에서 얘기했던 문명이라는 변수, 특히 정체성이라는 변수가 상당히 중요할 것 같아요. 이번 우크라이나 전쟁도 어찌 보면 두 개의 상반된 정체성의 충돌이거든요.

지금 남북도 그렇고 어떻게 보면 미국과 중국의 충돌도 문명 충돌적 성격이 상당히 강합니다. 이런 변수들 때문에 전쟁의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보는 거죠.

민소장: 예를 들어 걸프전같은 전쟁이 났을 때는 그 전쟁에서 3차 세계대전 걱정을 하지는 않았거든요. 그런데 지금 우크라이나는 왜 3차 대전을 떠올리냐면요.이게 대리전 양상이기는 하지만 러시아와 미국이라고 하는 두 강대국이 우크라이나라는 상황 속에서 직접 대결할 가능성이 고조가 되고 있는 점(입니다.)

대서양 위원회가 제시하는 이번 전쟁의 네 가지 시나리오

문정인: 이번 전쟁이 어떤 식으로 전개될지에 관한 시나리오에 대해 많은 논쟁이 있어요. 니얼 퍼거슨 같은 이는 일곱 개 시나리오를 얘기합니다. 그중에 설득력 있는 게 대서양 위원회(Atlantic Council, 국제문제 전문 싱크탱크) 같은 데에서 얘기하는 네 가지 시나리오가 있어요. 

하나는 분쟁의 장기화 현상이에요. 그러니까 러시아가 돈바스 지역을 점령하고 계속 돈바스와 크림반도를 러시아 위성국으로 만들고. 우크라이나는 그걸 계속 회복하려고 하고, 그러면서 전쟁이 장기화되는 가능성. 

두번째는 진짜 이걸 계기로 나토하고 러시아가 직접 맞붙게 되고, 중국이 러시아 편을 들게 되면서 세계적 수준의 신냉전이 장기화되는 경우의 수. 이러한 신냉전이 장기화 국면을 잘못 관리를 해서 우발적 충돌 핵전쟁으로 확산되는 가능성도 배제를 못하죠. 

그러면 세 번째로 핵 재앙이 오는 거를 예상할 수 있습니다. 만에 하나 미국과 국제사회가 개입해서 결국 러시아가 돈바스를 가지고, 우크라이나하고 평화협정을 맺게 하고, 그 시나리오에 따르면 그래요. 푸틴 입장에서는 그게 승리가 아니고 패배가 될 겁니다. 

그 다음에 이제 러시아가 2024년 대통령 선거가 있습니다. 그때 푸틴이 실각한다. 그러면서 러시아가 새로운 모습으로 국제사회에 다시 복귀하는 경우, 미국하고 러시아 협력도 되고 또 중국도 이번 우크라이나 사태를 계기로 보다 더 전향적인 외교 정책을 펴게 된다면. UN도 활성화가 되고 G20 같은 것이 활성화가 되며 새로운 국제질서가 올 수도 있는 것 아니냐. 낙관적으로 보는 것도 있죠. 그 네 가지가 다 연계가 돼 있어요. 

네 가지 시나리오가 다 연계돼 있어요. 여기서 피해야 할 최악의 상황은 핵 재앙으로 가는 것. 가장 바람직한 것은 새로운 세계를 다자주의 협력을 통해서 만들어 가는 것이죠. 이 경우 미국이 일극이나 또는 양극 체제로 가는 게 아니고, 국제사회의 다극화 현상을 인정하여 G 20 같은 걸 통해서 다자적으로 세계 문제를 풀어나가는 게 가장 바람직하겠지요. 지금으로서는 예측하기 어렵겠지만 제가 보기에 우크라이나 사태는 장기화되겠지만, 핵 재앙으로 확전되는 것은 어떻게든 막으려 노력할 겁니다. 

푸틴은 정말로 핵 선제 불사용 원칙(No First Use)을 뒤 엎을 것인가

민소장: 푸틴 대통령이 핵을 사용할 수 있다는 말을 하지 않았습니까. 이에 대해 미국의 대통령은 가능성이 있다고 얘기를 했거든요.

문정인: 이 얘기는 결국 핵 경계 태세에 들어가라. 러시아의 핵심 이익에 위배되는 행동을 하면 우리가 (핵을) 사용할 수 있다고 천명했습니다. 러시아는 전통적으로 No first use. 핵 선제 불사용 원칙을 옹호해 왔었는데 푸틴이 집권하고 바뀐 것이 그 대목에서 나타납니다.

얼마 전에 푸틴이 러시아 국내의 장례식에 갔는데, 전에 안 보이던 것들이, 핵 버튼이 든 검정 가방을 든 수행원이 이제 옆에 따라 다녀요. 핵 사용 가능성에 대한 논란을 계속 일으키고 있거든요. 

그러나 미국의 입장에서는 그렇습니다. 국가 안보에는 설마가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핵 사용 가능성도 전제로 해야 하는 겁니다. 그렇다면 결국 상호 확증 파괴(mutually assuered distruction, 적이 핵공격을 가하면 도달여부와 관계없이 핵보복을 통해 상호 전멸을 꾀하는 전략)라는 것도 생각해 봐야 합니다. 핵탄두와 대륙간 탄도 미사일 수는 러시아가 미국보다 더 많이 갖고 있기 때문에, 이런 것들은 생각할 수도 없지만, 현재는 생각할 수도 없는 걸 염두에 둬야 하는 지점에 온 것 아닌가 생각이 됩니다.

메대표: 3차 대전 위기는 한국전쟁을 포함해서 여러 번 나왔고 또 실제 유럽 대륙에서도 가끔 등장했는데요. 과거 위기와 지금 이 우크라이나 위기가 좀 양상이나 전망이 좀 다른 점이 있다면 어떤 걸까요?

핵전쟁, 3차대전에 가장 가까이 갔던 쿠바 미사일 위기의 교훈

문정인: 역사적으로 가장 걱정스러웠던 3차 세계대전, 핵전쟁 위기는 쿠바 미사일 위기 때인데요. 피그만 미사일 위기 때는 정말 명분과 실리가 조화를 잘 이뤘어요. 당시 케네디 대통령은 강경 일변으로 나와 핵전쟁 불사론으로 나가면서 친동생인 로버트 케네디 법무장관 자기 동생을 워싱턴 주재 러시아 대사하고 접촉하게 해서 협상에 들어가게 되요. 

당시 흐루시쵸프의 요구 사항은 미국이 터키하고 이탈리아에 중거리 탄도미사일 두고 있다, 그걸 철수하지 않으면 우리 쿠바 미사일  철수 못하겠다. 우리도 핵전쟁 갈 수 있다. 이렇게 나갔었거든요. 그때 케네디 대통령이 그걸 수락해서 위기를 넘겼어요.

공개적으로 얘기하진 않았지만 터키와 이탈리아에 있는 주피터 미사일을 철수시키고, 흐루시쵸프는 쿠바(에 있는) 미사일 철수시켜 12일 동안의 위기가 극복됐거든요. 지금은 그때하고 상황이 좀 다른 게, 그때는 미국하고 소련이라는 강대국 정상인 흐루시쵸프하고 케네디 사이에 여러 가지 형태의 소통을 통해서 풀어나갔어요. 김 대표께서도 지적했지만 지금은 일종의 대리 전쟁 같은 양상이 좀 있는데, 그 대리인이 러시아하고 우크라이나에요. 이것이 어떻게 확장되느냐 에 따라 대응이 달라질 수 있는데, 지금은 워싱턴과 모스크바 사이의 지금 긴밀한 커뮤니케이션 채널이 없어요. 그나마 프랑스 마크롱 대통령과 독일 숄츠 총리가 만나서 러시아 쪽하고 얘기하는데, 기본적으로 국내 정서가 상당히 달라지고 있어요. 오죽했으면 이번 르펜이 결선투표까지 가는 것도 아마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하고 상당히 관련이 있을 거예요. 독일도 2차 대전 이후에는 평화주의 외교안보 노선을 계속 유지해 왔거든요. 그런데 지금 숄츠도 국방비를 1천억 유로 증강하고, 우크라이나에 무기 공급합니다. 강경 일변으로 가고 있다는 말이에요.

이런 상황에서 정말 사이버 공격을 해서 지휘 통제 시스템을 마비시켜서도 핵 충돌이 일어날 가능성이 있고, 그다음 푸틴의 행태로 볼 때 핵 사용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지요.저는 쿠바 미사일 위기 때보다 오히려 지금 상황이 더 어렵다고 봅니다.

메대표: 타결될 만 한 협상안으로 어떤게 있을까요

문정인: 지금 러시아가 내놓은 게 여섯 개 아이템 아닙니까. 첫째, 나토 불개입을 통한 중립화. 우크라이나는 비군사화 비무장하라. 우크라이나는 우리가 어떻게 그걸 수용하냐, 그렇다면 국제적으로 우리에 대한 안전 보장을 해 달라. 그리고 돈바스 지역을 둔 다툼. 세 번째는 러시아어 사용하는 우크라이나 사람들에게 러시아어 사용할 권한을 달라. 그 다음이 돈바스에 대한 분할 자치, 크림반도에 대한 분할 자치. 이런 것들이 핵심 아젠다인데 돈바스와 크림반도에 대한 분할 자체는 우크라이나가 수용 못하겠다 하고. 양자 사이에 지금 괴리가 상당히 커요. 쉽지는 않을 겁니다. 어쨌든 간에 지금 전쟁을 중지시키고 평화협정으로 가기 위해서는 결국 양쪽이 수용할 수 있는 대안들을 좀 짜야 될 거예요.

 메대표: 근데 전쟁은 계속 길어지고, 사람은 죽고, 세계 경제에도 차질이 있고, 그 피해는 골고루 다 뒤집어쓰는 중인데, 조만간 뭔가 새로운 국면이 좀 올 가능성은 없나요.

문정인: 개전 전에는 프랑스하고 독일이 중요한 중재 역할을 했는데 효과를 보지 못했고요. 개전 후에는 미국 포함 나토 국가들이 전부 다 우크라이나 편을 들기 때문에 우크라이나 편을 드는 국가가 중재하는 건 러시아가 받아들이지 못할 거예요. 많은 사람들은 이제 시진핑 주석이 나서야 된다, 푸틴한테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사람은 시진핑 주석밖에 없다고 하는데. 중국은 지금 중립적 입장을 취하고 주목 받을 행동을 안하고 있거든요. 제 개인적인 생각은 어떻게 보면 강대국 협의체 비슷한 건데, 러시아, 중국, 미국하고 영국 포함해서 프랑스, 독일 등이 협의체를 만들고, 젤렌스키와 푸틴을 초청하여 설득을 해야 할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이게 특정 국가에 가서 협의하기는 힘들 거고요, 힘 있는 국가들이 가서 이렇게 얘기를 좀 할 필요가 있지 않나 싶습니다. 

전후 처리, 100년 평화의 토대 비엔나 회의에서 배우자

여기서 하나 기억할 교훈은 우리가 보통 유럽 외교사를 할 때 두 개의 전후 질서에 대해 얘기합니다. 하나는 1814년, 15년 사이에 열렸던 비엔나 회의. 이건 나폴레옹 전쟁이 끝난 다음에 유럽 질서를 새로 짤 때 패전국인 프랑스를 비엔나 회의에 참여시켜요 그래서 승전국인 영국 러시아 프로이센 오스트리아 다 같이 모여 유럽의 질서를 어떻게 만들 것이냐. 그래서 세력균형 질서라고 하는 걸 만들고, 동시에 패전국인 프랑스에 대해 상당히 많은 자율성을 줬어요. 패전국으로 대한 게 아니라 같은 강대국으로서 동등하게 협상에 참여시켜 100년의 평화를 가져왔거든요. 

그와 정반대되는 게 1919년에 1차 대전이 끝날 때 만든 베르사이유 조약. 그건 케인즈 선생도 얘기했듯이 대표적인 카르타고 식 평화라고 얘기합니다. (로마가) 카르타고에, 옛날에 전쟁에서 이기면 패전국을 완전히 초토화시켜요. 당시 베르사유 조약의 결과로 독일은 엄청난 배상금을 내고, 그런 것들이 독일 경제의 파괴를 가져오고 그 토양 속에서 히틀러가 세력을 키웠습니다. 이 두 가지 사례에서 우리가 비엔나 회의의 사례를 좀 배워야 될 것 아닌가. 강대국 협의체의 필요성. 이기든 지든 간에 이 전쟁의 결과는 푸틴에게는 상당히 불리하게 작용을 할 거예요. 

국제적으로도 그렇고 국내적으로도 그렇고. 그러나 푸틴이 권좌에 있는 한, 명분과 실리를 찾을 수 있는 출구를 마련해주지 않으면 전쟁은 어려워지고 3차 대전의 가능성까지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그런 최악의 상황은 막아야 한다 생각됩니다.

민소장: 어쨌든 협상을 통해서 이 전쟁을 끝내야 된다는 대전제의 말씀을 해주셨습니다. 그런데 이런 상황 속에서 남북한이 이 전쟁을 바라보는 입장은 또 다르잖아요. 지금 러시아가 북한에 대해서 무기를 요청했다는 얘기가 있었거든요. 북한은 러시아의 무기 제공 요청에 대해서 어떤 입장을 취할까요?

문정인: 북에서 공식적으로는 부인한 걸로 아는데요. 북한 입장에서 지금 러시아에 이렇게 무기를 공급하여 국제사회에서 더욱 고립되려고 하지는 않을 거라는 느낌이 듭니다. 물론 은밀하게는 이루어질 수는 있겠지만, 공개적으로 그렇게 지지하기는 어려울 거라 봅니다. 하나 분명한 거는 아마 북도 자강의 중요성을 느꼈을 겁니다. 자기들의 영토와 주권. 언제든지 침범당할 수 있다고 보고, 자주 국방을 더 강조하고 핵무장력 더 강조할 가능성이 크다고 봅니다.

민소장: 저는 예전에 취재차 평양에 두 번 다녀왔는데, 그때 북한 관료가 한 얘기가 기억에 남습니다. 제가 베이징 특파원을 했다고 하니까 중국에 대해서 민 선생은 어떻게 생각합니까 물어요. 그리고는 이런 얘기를 하더라고요 사실 중국이나 러시아나 결국 강대국들 아닙니까. 결국 북과 남이 한마음으로 있어야 주변국 보기에 자강을 통해 우리 민족끼리의 국가를 만들어 나갈 수 있는 거 아니냐고요. 저는 이번 전쟁을 보면서 북한 입장에서 보면 굉장히 복잡한 심경이겠다 싶어요. 

문정인: 당연히 자강의 능력이 없으면 언제라도 영토와 주권을 농락당할 수 있다고 하는 인식을 분명히 했을 거고요. 한편에서는 속마음은 러시아에 대해 상당히 비판적일 수 있죠. 우크라이나 영토와 주권을 침해한 것에 대해서는 상당히 비판적으로 생각하지만, 발언은 안 하겠죠.

다른 한편에서 또 미국과 전 세계가 러시아에 대해 제재를 가하는 것에 대해서도 비판적일 수있겠죠. 그러나 제가 보기에 이번 우크라이나 전쟁이 주는 함의 중에 제일 큰 것은 핵 미사일 능력에 관한 것이에요. 그러니까 젤랜스키 대통령이 유엔 안보회의에 가서 ‘1994년 부다페스트 양해각서 체결에서 우리가 핵무기 포기했다가 지금 러시아로부터 이렇게 당했다’ 고 하는 발언이 북한에 주는 함의가 상당히 클 겁니다. 그러니까 북한의 비핵화 협상은 상당히 어려워질 수 있겠지요.

민소장: 핵을 포기하지 않는다.

이번 전쟁을 보며 북한의 핵 포기 조건이 훨씬 높아질 것

문정인: 그 가능성이 상당히 높지요. 북의 입장에서는 조건만 맞으면 당장 핵포기하겠다는 건데, 이제 그 조건이 훨씬 높아지겠죠. 그런데 이제 그렇게 됐을 때는 얼마 전 뉴욕타임스 보도도 나왔습니다만, 결국 우리 한국도 핵무장을 해야 되겠다. 특히 북한이 핵을 포기 안 할 것 같으니까 미국하고 확장 억지력을 구축하기는 하는데 미국도 별로 믿을 수 없다. 그러니 우리가 독자적인 핵무장을 하자(는 주장이 대두할 수 있지요.)  

그런데 남과 북이 핵무장을 하면 당장 일본이 위협을 느끼니까 또 핵무장을 할 것이고 또 대만도 그렇게 되면 핵무장을 할 거예요. 그러면 동북아의 뉴클리어 도미노, 핵도미노 현상이 생겨나는데 이것도 지정학적 함의가 상당히 큰 것 아닌가 싶고요. 경제적으로는 문제가 있겠죠. 

석유하고 가스 시장의 불안정이 우리에게 당장 영향을 줄 것이고. 그 다음에 곡물 포함 식량 문제에 있어도 우리가 영향을 받을테고. 그 다음으로 크립톤, 네온, 제논 할 것 없이 여러 산업에 당장 필요한 원자재, 광물 자원 수급 부족으로 받는 영향도 클 테지요. 지정학 지경학적으로 우리 한국에 주는 함의는 상당히 크다, 우리에게 직접 군사적 위협을 가져오는 건 아니지만 지정학 지경학적인 위협은 우리에게 상당히 피부로 다가오고 있다고 봅니다.

민소장: 젤렌스키 대통령이 우리 정부에 대해서 무기를 제공해달라라고 했지만 문재인 대통령은 인도적인 물자에 한해서 지원한다고 분명히 선을 그었습니다. 얼마 있으면 윤석열 정부가 새로 들어서게 될 텐데 미국 입장에서 보면 자신들이 직접적인 무기를 제공하고 있는 상황 속에서 우회적으로 윤석열 정부 자체가 한미 동맹을 강조하는 상황 속에 또 문재인 대통령이 이런 입장이 변할 가능성 있다고 보십니까

문정인: 인수위 측에서 그런 얘기를 했던데요. 지대공 미사일 같은 거 제공할 용의가 있다라고 얘기하는데, 공식적인 건 아닌 것 같습니다. 그러나 그 문제는 상당히 신중을 기해야 한다고 봅니다. 그런 행동이 북한과 러시아의 군사관계를 강화시킨다고 합니다. 

그러면 러시아가 우리에게 또 위협으로 다가올 것이기 때문에 우리 입장에선 상당히 신중을 할 필요가 있겠죠. 인도적 지원 갖고는 뭐 러시아도 큰 얘기 얘기할 건 없지만, 무기를 우크라이나에 제공하기 시작하면 러시아는 우리를 적대적으로 볼 거 아니겠어요. 그러면 우리의 적인 북한은 러시아에 가까운 동맹이 될 수밖에 없으니까. 러시아가 우리에게 직접적 위협을 가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결국에 북한에 대한 군사적 지원을 할 겁니다. 또 러시아는 블라디보스톡에 극동 함대를 포함해서 극동 군사력을 갖고 있습니다. 그리고 전술핵 포함 핵 미사일 능력까지도 갖고 있기 때문에, 우리가 러시아하고까지도 척을 진다면 우리가 상당히 어려운 상황에 처할 수도 있습니다. 정부는 그걸 실용적으로 생각해야 할 겁니다.

국제 질서 파괴한 푸틴 비난하되 우리의 국익은 제대로 챙겨야

민소장: 그렇다면 우리가 외교적인 어떤 대안 어떤 게 있을까요.

 문정인: 한편에서는 명분을 중시해야 되니까 러시아가 국제법을 어기고 우크라이나 영토와  주권을 침해한 것에 대해서는 강력히 비판을 하고, 전쟁 수행 과정에서 수용할 수 없는 많은 잔악상을 보였기 때문에 이에 대해서는 분명히 비판할 필요가 있다고 보고요. 그리고 국제 질서를 파괴한 거. 이런 것들은 원칙적으로 비판해야 되지만 그러나 또 실리도 생각해야겠지요. 실리는 지정학적인 함의를 우리가 명민하게 따져서 현명하게 대처할 필요가 있다 봅니다. 언젠가 전쟁은 끝날 것이고 러시아아의 관계가 다시 복원이 돼야 된다면, 이런 중장기적인 시각에서 러시아를 볼 필요가 있지 않나 싶습니다. 

메대표: 너무 척지면 안 된다 이 말씀이시죠. 이제는 또 그걸 보고 전략적 모호성이라고 비판을 하겠지만 저는 그게 우리의 운명이라고 봅니다. 자료 보니까 러시아와의 무역 규모가 한국의 무역 규모에서 한 10위권 되더라고요 수출입 합쳐가지고 주로 많이 사 오던데요.

문정인: 그것도 있지만 지금 현대자동차가 세인트 뻬쩨르스부르그 공장에 투자한 것도 있죠.  삼성도 있죠. LG도 있죠. 거기는 전부 고정 투자한 것들이 있는데, 이런 것들을 생각하면 우리 기업에 미칠 영향도 상당히 크겠죠.

메대표: 세계 10위의 경제력 그리고 한 7~8위권의 무역국가로서 정말 이 세계 이 지구에서 벌어지는 일은 남의 일이 하나도 없다는 걸 요즘 많이 느낍니다.

문정인: 그렇습니다. 하여간 저는 원칙을 지키되 국익을 위한 실용 외교가 우리 외교 정책의 지침이 돼야 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민소장: 평화보다 더 소중한 가치는 없다. 그리고 전쟁의 승자는 없다. 모두가 패자라는 선생님의 말씀이 평화의 소중함을 더욱 느끼게 하는 핵심적인 가치인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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