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bpx
최근 편집 2022. 05.13, 00:00

[문정인의 ‘포스트 코로나- 문명과 삶’ #3] 피할 수 있었던 우크라이나 전쟁, 우리 모두가 패자

By | 2022년 4월 21일 | 국제, 메디치 보라_세계와 경제를 읽는 창

두 번째 대담에서 문정인 교수는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해묵은 역사적 갈등 배경을 설명하고, 다양한 관점에서 전쟁을 바라본다. CNN의 라이브 뉴스로 전달되던 이라크 전쟁에서 한 발 더 나아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 소식은 시민들의 SNS로 전세계에 실시간으로 전해지고 있다. 따라서 전쟁에 대한 책임도 실시간으로 물을 수 있는 시대가 되었다. 문정인 교수는 전쟁을 일으킨 책임을 묻는 것도 중요하지만, 막을 수 있었던 이번 전쟁을 막지 못한 것에 개탄하며 현재의 관심은 어떻게 하면 빨리 전쟁을 끝낼 수 있는가에 모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진행은 CBS 베이징 특파원 출신인 민경중 외국어대 초빙교수(민소장)와 메디치미디어 김현종 대표(메대표)가 맡았다. [편집자 주]

<피렌체의 식탁> X <메디치 보라> 공동기획
포스트 코로나 시대 – 문명과 삶, 문정인편 #3

✔ 우크라이나 점령 뒤 젤렌스키 제거하고 직접 통치 

    목적 달성하지 못하고 물러나 실패…주류 쪽 다수설

✔ 우크라이나 군사 기반 시설 파괴해 러시아측 위험 제거

    돈바스 유리한 고지 구축 전략적 목표 달성…소수설

✔ 푸틴 모험·팽창주의-나토 동진 제동 등이 참상 불러

    젤렌스키 나토가입-중립국-핵무장 ‘1구 3언’도 한몫

✔ 미국은 대서양 동맹 체제 부활 등 큰 이득 봤지만

    푸틴 설득 못해 신뢰에 금가는 손실 ‘빛과 그림자’

[문정인의 ‘포스트 코로나- 문명과 삶’ #1] 미-중 패권 경쟁, 어디로 가나?
[문정인의 ‘포스트 코로나- 문명과 삶’ #2] 미중의 ‘위험한 동거’…안보에서 디지털화폐까지!

민소장: 지난 시간 미·중 관계를 우리가 좀 살펴봤고요, 그리고 미·중 관계가 앞으로 어떻게 변할 것인지 이런 얘기를 나누지 않았습니까. 오늘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주제로 이야기를 나눠봤으면 합니다.

메대표: 오늘은 요즘 국제면을 가장 뜨겁게 달구는 주제인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의 전쟁을 살펴보겠습니다. 저희가 함께 운영하는 <피렌체의 식탁>에서 최근에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칼럼을 몇 개 실었거든요. 역대 최고의 조회 수를 기록했습니다. 그런데 리얼 폴리틱스 측면에서 다뤘더니 <피렌체의 식탁> 독자들이 조금 화를 낸 분들이 계세요. 푸틴의 침략이라든지 학살 이런 문제들이 있는데 너무 힘 위주로 다루었다는 반응이지요. 

민소장: 그런 칼럼이 관심을 받는 이유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전쟁이 전 세계에 미치는 영향이 그만큼 크기 때문이겠지요. 문정인 선생님은 어떻게 보십니까

문정인: <피렌체의 식탁>에 올라온 이해영 교수 글이 아주 좋았어요. 박상현 선생의 반론도 상당히 좋았습니다. 우크라이나 사태를 보는 관점이 이해영 선생님 같은 경우는 한국에서는 완전히 비주류적 시각이라 신선한 측면이 있었습니다. 박상현 선생도 상당히 서구적 시각에서 대단히 예리하게 썼고. 그래서 글이 좋으면 관심이 몰리는 것 아닌가 싶습니다. 주제도 주제이지만 그 기고자들이 좋은 글, 탄탄한 글을 썼다는 점을 높이 평가하고 싶습니다.

하이브리드 전쟁 성격 강해 진단 어려워

민소장: 우크라이나 전쟁의 전체적인 이야기는 역사적으로 평가할 문제지만, 현재 시점의 전황을 선생님은 어떻게 보고 계십니까? 과연 누가 이기고 있고 누가 지고 있는 겁니까?

문정인: 얘기하기가 대단히 힘들 거예요. 지금 전쟁이 진행 중이고 그 과정에서 단순히 군사적 측면뿐만이 아니고 정보전, 심리전, 사이버전이 동시에 전개되는 일종의 하이브리드 전쟁의 성격이 강하거든요. 정보전의 측면에서 어느 게 진짜 정보이고 어느 게 가짜인가 구별하기 어렵습니다. 이해영 선생님도 지적했지만 우리가 서구 언론 쪽에 너무 많이 편중돼 있다, 그 현상을 똑바로 보자고 하는데, 지금 두 가지 시각이 있는 것 같아요. 

주류 시각은 이겁니다. 결국 러시아의 의도는 우크라이나 전체를 사실상 점령하고 그다음에 젤렌스키 대통령을 제거한 뒤 우크라이나를 과거 소련 위성국가처럼 러시아가 직접 통치하에 두려는 의도인데, 달성하지 못하고 일종의 부분 퇴각하면서 돈바스 쪽으로 가고 있다, 결국 푸틴은 전쟁에서 지고 있다고 하는 게 다수설입니다. 

지난 12일 푸틴이 러시아 우주의 날 연설에서 이런 이야기를 해요. “우리의 목표는 기본적으로 돈바스에 있는 러시아계 주민을 보호하는 데 있었고, 그 과정에서 우크라이나의 주요 군사 기반 시설들을 완전히 파괴해서 우크라이나가 우리를 공격하지 못하게 만들었다. 그 목적도 달성했다. 마지막 단계는 돈바스 지역 자치권 확보이기 때문에 거기에 우리 군사력을 집중시키는 것이다.” 

그러면 러시아의 기본적인 의도가 우크라이나 점령이 아니고 돈바스 지역 확보인가. 이해영 교수도 성동격서라고 하는 표현을 썼지만, 한편에서는 ‘우크라이나 주요 지역에 대해서 주요 군사 기반 시설을 파괴하면서 실질적으로는 돈반스에 있어서 유리한 고지를 구축하기 위한 전략적 움직임이다’라는 시각에서 보면 러시아가 꼭 실패한 거라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그런데 이거는 소수설에 해당이 됩니다. 그리고 러시아적 시각이 상당히 강한 거죠. 그래서 지금 예단하기는 몹시 어려운 문제입니다. 

하나 분명한 것은 러시아 정부의 주장이 ‘우크라이나의 주요 군사시설을 파괴했기 때문에 우리에게 큰 위협이 되지 않고 이제는 돈바스에 집중하겠다’인데, 이게 처음부터의 전략적 목표였다면 러시아가 그 목표를 달성했다고 볼 수 있고요. 그게 아니라 우크라이나 전체를 점령하고 우크라이나 국민을 러시아에 복속시키겠다는 의도였다면 실패한 거라 볼 수가 있겠죠.

하다 보니 돈바스? 처음부터 돈바스?

메대표: 푸틴이 하다 보니 돈바스 확보냐 아니면 처음부터 돈바스 확보냐 그런 논쟁의 소지가 있지만 어쨌든 대체로 우크라이나의 동남부 돈바스 지역에서의 패권을 놓고 다투는 것 같다는 말씀이시죠.

문정인: 원래 러시아 군사학을 전공한 사람들은 처음부터 그 주장을 했어요. 기본적으로 크림반도하고 돈바스를 확보하는 게 핵심이고, 돈바스 지역의 마리우폴, 아조프 부대를 포함한 우크라이나의 정예 부대가 다 그쪽에 집중돼 있기 때문에 섬멸한다는 게 러시아 기본적 의도라는 거지요. 이해영 교수님 글의 성동격서라는 얘기도 같은 맥락에서 나왔던 거고요. 

한편으로는 벨라루스에서 남쪽으로 내려와 키예프 북부 지역에 위협을 가하고 남쪽에서 올라가고 했지만, 결국 이 모든 것들이 돈바스 확보를 위한 것이고, 우크라이나 주력군을 와해시키려는 목적을 갖고 2월 24일에 침공했다고 보는 건데요. 만약 그 해석이 사실이라고 한다면 푸틴이 그렇게 전쟁에 실패했다고 볼 수는 없는 거고요. 그렇지 않다는 다수설의 시각에서 본다면 푸틴 입장에서는 엄청난 실패를 한 거라 볼 수 있습니다.

우크라이나 민족주의 아조프 부대의 정체

민소장: 궁금해서 다시 한 가지 좀 여쭤보는데 아조프 부대라고 있잖아요. 우크라이나는 젤렌스키를 비롯해 제법 많은 유대계 사람들이 잡고 있는데. 이게 신나치주의자들은 사실 과거의 히틀러를 추종하는 세력이어서 나치입니까?

문정인: 우선 하나를 전제해야 할 게 제가 우크라이나 전공도 아니고 유럽 전공도 아니에요. 일반적인 국제 정치학자로서의 코멘트입니다. 아조프 부대라는 건 제가 알기로 민병대로 시작했어요. 이 민병대의 핵심이 우크라이나 민족주의, 돈바스나 크림반도 분리주의에 반대하는 무장 세력으로 시작했다가 이제는 국경수비대에 정식으로 편입이 됐고 우크라이나 정규군 핵심 전력으로 남아 있는 거죠. 

마리우폴 같은 데서 끝까지 저항한 게 지금 아조프 부대를 포함한 비슷한 형태의 두 부대가 있는데, 이들이 민병대 시절처럼 나치 문양 같은 걸 사용하기도 하고, 나치 찬양하는 행태도 보이고. SNS에 그런 게시물을 올리면서, 신나치라고 나쁜 평판을 받기 시작했던 거거든요.

메대표: 뿌리가 있지 않나요? 2차 대전 때 히틀러에 협력했죠. 

문정인: 그건 무슨 이야기인가 하면 우크라이나가 갈라질 때 반 이상은 제정 러시아로 들어갔고 나머지는 오스트로-헝가리 제국으로 들어갔어요. 오스트로-헝가리 제국으로 들어갔기 때문에 사실상 독일 영향을 많이 받았고, 2차 대전 때 히틀러가 이들을 이용해 거의 500만 명 이상을 대량 살상했습니다.

그중 유대인만 해도 200만 정도, 그 다음으로 러시아인이 대부분이 많이 죽었습니다. 지금 아조프 부대의 연원을 거기에서 찾는 사람도 있는데, 지금 제일 중요한 건 이들이 러시아말을 사용하는 러시아계 우크라이나에 대해서 아주 공격적이고, 그다음 나치 문양 같은 걸 사용하면서 나치하고 정체성을 동일시하는 경향이 있어 푸틴을 포함 러시아 정부에서는 신나치 세력이라고 하는 겁니다. 지금은 우크라이나 정규군에 편입돼 있기 때문에 그런 표현을 쓰는 게 옳은지는 모르겠어요.

민소장: 러시아가 침공 이후로 개전 초기에 루간스크나 돈바스 지역의 러시아의 우크라이나인들을 아조프 부대가 평소 굉장히 탄압했고 심지어 살해도 했다는 말을 많이 했지요. 그 때문에 바로 러시아계 우크라이나인들을 구하기 위해서 왔다가 개전 초 러시아에 하나의 명분을 줬고.

푸틴, 젤렌스키 영향력 회의감

문정인: 어제 푸틴이 한 얘기도 똑같아요. 돈바스에는 러시아 말 사용하는 사람들 보호하려고 군사 작전을 폈다고 얘기해요. 절대 침공이라는 표현을 쓰지 않거든요. 여기서 재밌는 게 지금 푸틴 쪽에서는 우크라이나하고 협상하는데 젤렌스키 영향력에 대해 상당히 회의감이 있어요. 그러니까 젤렌스키가 꼭두각시 아니냐고 하는 얘기를 계속 한다는 거죠. 바로 유로마이단을 포함해서 우크라이나 민족주의자들, 아주 강경한 반러주의자들의 꼭두각시라는 거죠.

메대표: 오스트리아 헝가리 제국의 영향을 받은 우크라이나 사람들, 그리고 한쪽에는 러시아의 영향을 받은 우크라이나 사람들, 이렇게 들리는데요.

문정인: 그러니까 그 둘 싸움이에요. 

민소장: 서쪽에 있는 우크라이나인들은 유럽 쪽에 가깝고, 동쪽에 있는 사람들이 러시아에 가까이 있다 보니까 정서적으로도 드네프르 강 이쪽과 저쪽의 성향이 다르더라고요. 과거부터 쭉 그래왔었고.

문정인: 1922년 볼셰비키 혁명 후에 소비에트가 우크라이나를 병합하는 과정에서 많은 러시아인이 이주했죠. 그 중 특히 러시아 사는 유대인들이 많이 옮겨 갔고, 지금의 200만, 300만이라는 숫자 역시 그때 통계를 가지고 센 거예요. 과거의 분할 통치 결과가 지금까지 남아 있는 거지요.

젤렌스키 대통령 지지율 22%에서 91%까지

민소장: 우크라이나의 선거가 내년인데, 현재 국민들의 정서 자체는 젤렌스키 대통령 지지도가 거의 91%까지 올라갔어요. 개전 직전만 해도 인기가 20%대까지 떨어졌거든요. 전쟁의 상황은 누구나 지도자를 지원할 수밖에 없지 않습니까. 그런 상황 속에서 국민들의 이런 정서가 계속 이어질 수 있을까요.

문정인: 쉽지는 않을 거예요. 젤렌스키가 2019년 대선에서 72%로 당선이 됐거든요. 상당히 압도적 다수로 당선이 됐는데, 지난 1월 22%까지 내려갔다가 그다음에 바로 전쟁이 시작하면서 올라갔습니다. 젤렌스키가 외교적 능력을 보이면서 91%까지 올라갔는데요, 그렇다고 내년 선거에 당선이 될 것인가는 아직은 모릅니다. 역으로 먼지가 가라앉고 난 후에 전쟁 책임에 대한 내부적 논쟁도 많을 거고요. 젤렌스키가 잘 했느냐 못 했느냐 거기서도 반대 세력도 있을 테니까 그걸 들고 나올 테지요. 예측은 못 하는데 전쟁이 지속되는 한 젤렌스키 대통령 지지도는 상당히 높을 거라고 보고요. 

하나 안타까운 점은 전쟁 뒤의 우크라이나 시민 그러니까 러시아말 쓰는 우크라이나 시민이 걱정입니다. 얼마 전에는 푸틴의 오랜 친구인 우크라이나 기업가도 잡혔다 하고요. 우리의 6.25 때와 같은 상황이 오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들어요. 러시아 협조 세력들 누구냐 해서 우리 아픈 과거처럼 되살아날 수 있는 그런 상황이 올 텐데요. 

우크라이나가 서방 세계의 지지를 받고 있고, 우리가 지지하는 이유도 우크라이나가 약하기 때문만은 아니고, 민주주의를 지향하고 인권을 소중하기 여기기 때문에 지지하는 건데, 러시아 협조 세력에 대해서는 우크라이나 당국자들이 무척 신중하게 다뤄야 한다 생각됩니다.

이라크 땐 CNN 전쟁, 이번엔 SNS 전쟁

민소장: 말씀하신 것처럼 우크라이나 보안국에서 기업가이자 푸틴의 오랜 친구인 빅토르 메드베드추크를 체포, 구속한 상황을 언론에 릴리스 했더라고요. 우크라이나 아이들과 서로 맞교환하자고 하면서.

어떻게 보면 현대 전쟁에서 SNS를 통한 그런 어떤 선전 선동 방법이 과거와 달라진 것 같아요. 과거에는 CNN 같은 외신들이 중계했다면 지금은 시민들이 직접 그러한 전황이나 민간인들의 피해 상황을 SNS에 직접 올리고 오히려 언론들이 그 사진과 영상들을 받아 보도하는 상황이에요. 이런 점은 어떻게 보십니까?

문정인: 그게 완전히 변화된 전쟁의 양상들이죠. 이번 우크라이나 전쟁과 예전 전쟁의 대표적인 차이점이, 이번에는 전쟁 현장에 종군 기자들이 거의 가지 않았어요. 종군기자들이 안전 때문에 우크라이나 서부 쪽에 주로 있고, 러시아가 떠난 다음 소위 서구 종군 기자들이 들어가서 보도하지요. 

그다음에 대부분 뉴스가 시민들이 사진 찍어 SNS 통해 올리면서 확산되고 있거든요. 예전에는 전쟁이 나면 그 기간 동안 모든 게 암흑 상태와 같고, 사실을 은닉시킬 수 있었어요. 지금은 더 이상 그게 가능하지 않기 때문에 전쟁의 비용, 그에 대한 책임 등을 피하기가 아주 어려워졌지요.

과거에는 전쟁 중 범죄 행위가 있었다면 그걸 찾고 그거에 대해서 소위 판단을 내리는데 어려움이 많았습니다. 지금은 누구나 다 감시하고 있고, 사방에 CCTV가 있기 때문에 전쟁 중의 범죄도 모두 드러나게 되어 있다는 게 우크라이나에서 보여주는 중요한 교훈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메대표: 이라크 전쟁은 CNN 전쟁이었지요. CNN 방송으로 비디오게임 보듯이 했고, 이번 전쟁은 SNS 전쟁 같아요. 

러시아 국내에는 푸틴을 막을 민주주의적 제어 장치 없어

민소장: 우리가 여기서 가장 궁금한 것이요, 전쟁이라는 게 항상 원인을 두고 침공을 유도했느냐, 침공하려는 자가 일으켰냐 아닙니까.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침공한 원인이 나토에 가입하는 문제라고 하는데. 애초부터 그런 부분들은 어떻게 봐야 합니까

문정인: 기본적으로 일반적인 서구 학자들을 포함해 러시아를 관측하는 사람들은 기본적으로 이번 전쟁은 푸틴 대통령의 군사적 모험주의, 러시아 민족주의, 팽창주의, 팽창주의는 제정 러시아 때부터 쭉 내려오던 러시아의 전략 문화인데, 이런 것들이 크게 작동했다고 봅니다. 그리고 푸틴이 그런 결정을 내렸을 때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국내의 제어 장치가 있는데 러시아는 그게 없었습니다. 

두 번째 시각은 나토의 동진, 러시아를 억제하려는 안보 위협이 푸틴이 우크라이나를 침공하게 했다는 설도 있고. 또 다른 한 가설은 하버드 대학 스테판 월트 교수 같은 사람의 주장인데, 단순히 나토 동진이라고 하는 전략적 움직임 뿐만 아니고 그와 연관 지어 민주주의와 시장경제라는 서구의 가치를 동쪽으로 확장하려고 하는 것 때문이라고 보기도 합니다. 이미 그거는 2008년부터 시작이 되죠. 조지아 전쟁이 일어났을 때 보랏빛 혁명이라고 하는 게 일어났고. 그다음에 2014년에 소위 색깔 혁명도 일어났고, 이렇게 동유럽이 점차 민주주의 체제로 전환되고 그 배후에 나토를 포함한 미국과 서구 국가들이 있었고, 이런 가치의 도전, 그리고 체제의 위협을 느꼈을 푸틴이 과민하게 반응한 거라고 보는 시각도 있습니다. 

유로마이단 쿠데타로 친러 대통령 망명

세 번째 시각은 우크라이나의 국내 구조를 보는 거예요. 우크라이나 인구의 70%는 가톨릭을 믿고, 우크라이나 말을 사용하고, 서구 유럽과의 통합을 강조하는 사람들입니다. 돈바스나 크림 반도 쪽의 30% 정도는 러시아 정교회를 믿고, 러시아 말을 사용하고, 기본적으로 러시아와의 관계를 중요시하지요. 이 두 세력 간의 다툼이 컸던 겁니다.

2014년 색깔 혁명할 때 이야기입니다. 당시 야노코비치라는 대통령이 있었는데 이 사람은 러시아 말을 사용하는 친러 대통령이지만, 당시 우크라이나 경제가 어려우니까 EU 가입을 열심히 추진했어요. 그런데 EU 쪽에서는 부정부패를 척결하지 않으면 가입할 수 없다고 얘기하고, 거시경제 정책을 안정화하지 않으면 가입할 수 없다 합니다.

야노코비치가 푸틴을 찾아가서 도움을 청해요. 푸틴이 어떻게 얘기했냐면 EU 러시아 우크라이나 3자가 모여 협의해서 우크라이나 경제 극복 방안을 얘기하자고 제안했어요. 그 과정에서 유럽 통합을 강조하는 유로마이단이라고 하는 우크라이나 민족주의적 성격을 강하게 띠는 집단이 시민혁명이라는 이름으로 쿠데타를 일으키죠. 야노코비치가 결국 러시아로 망명을 가요.

그리고 친 유럽, 친 EU 정부가 수립이 된 거죠. 그 과정에서 러시아가 개입해서 크림반도를 병합했습니다. 러시아 입장에서 보면 우크라이나가 완전히 친 서방 친 나토로 가는 것 아니냐 하는 이런 문제가 생겼어요. 이 과정에서 우크라이나 민족주의자들하고 친러 세력 간에 엄청난 갈등과 대립이 있게 된 거죠. 

그래서 돈바스라고 하는 게 결국 크림 내부에 있는데 그곳의 친러 세력들이 분리주의 운동을 전개하다 크림반도로 넘어갔고, 친러 세력들과 친서방 세력 간에 격돌이 생기고 그러다 러시아의 정치 군사적 개입을 가져온 것 아니냐 하는 해석이 있습니다. 저는 그게 상당히 중요한 변수라고 봐요.

지지 세력-러시아-서구에 각기 다른 메시지

마지막으로 지도자 변수도 있죠. 푸틴의 독단적인 성격이 이번 전쟁이라는 참상을 가져왔다는 것도 사실이지만, 젤렌스키에 대한 해석도 다양합니다. 젤랜스키 역시 러시아가 침공할 거라는 걸 사전에 다 알고 있었거든요. 그 과정에서 젤렌스키는 우크라이나내 지지 세력들한테는 나토에 가입한다고 공언하고, 다른 한편으로 푸틴한테는 중립국으로 남고 나토에 들어가지 않을 거라 말합니다.

그리고 서구에는 다르게 얘기합니다. 2월 22일 미 안보 회의에 젤렌스키가 가요. 거기서 ‘1994년에 부다페스트 합의 각서에서 우리가 핵을 포기하지 않았더라면 우리가 러시아 침공을 안 받았을 것이다. 1900개나 되는 핵폭탄을 포기하면서 지금 어려운 상황이 왔다. 우리는 핵무장을 할 용의가 있다’ 이렇게 얘기했어요. 절박한 위기의 순간에 우크라이나 지도자가 세계에 각기 다른 메시지를 보낸 거예요.

전쟁 예방이 대통령의 가장 중요한 책무

메대표: 일구이언도 아니고 일구삼언, 그러니까 EU에, 러시아에, 자국민에 각각 다른 얘기를 한 것이 갈등을 더 크게 키워서 전쟁으로까지 갔군요. 지금이야 의연한 저항적 지도자의 면모를 보이고 있지만. 전쟁이 터지게 되는 데까지는 젤렌스키도 일부 책임이 있다는 시각이 있더라고요

문정인: 그거는 상당히 중요한 시각이죠. 국가의 지도자는 제일 중요한 게 국민의 안전과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는 겁니다. 전쟁을 예방하는 게 가장 중요한 대통령의 책무라고 봅니다. 그 점에서 실패했죠. 그러나 전쟁이 터진 후에는 국제적인 지지를 얻고, 그다음에 국내적인 합의를 구축하고, 테러 저항 전선을 펴는 데는 젤렌스키 대통령이 상당히 중요한 역할을 했어요. 그러나 그건 차선책이라 봅니다. 대통령 입장에서는 처음에 그 위기 상황 속에서 아주 명민한 판단을 하고 용기 있는 행동을 함으로써 전쟁을 막는 노력이 필요한데 그게 없었다는 거죠. 

국제 정치 이론에서 보면 전쟁이 나는 세 가지 큰 이론이 있어요. 케네스 왈츠라고 지금은 돌아가셨지만, 버클리 대학 교수 오래 하셨던 분이 있어요. 첫 번째는 지도자의 잘못된 판단, 욕심 때문에 전쟁이 일어나고, 두 번째 국내 정치 구조 때문에 전쟁이 일어나며, 세 번째 세력 균형에 있어 변화가 있었을 때 국제 체제가 전쟁을 촉발한다고 하는 세계의 경합 이론이 있어요. 우크라이나 침공을 설명하기 위해서는 이 세 가지 변수를 다 같이 봐야 한다는 게 제 주장입니다.

민소장: 러시아가 처음 침공했을 때 간과했던 것이 군사력이나 모든 면에서 열세였던 우크라이나에 결국은 국민의 저항 의식, 민족적 저항의식 아닌가 생각합니다. 당초에 좀 쉽게 무너질 것 같다는 게 전문가들의 예측이었는데.

3차 세계대전으로 가는 길 동의 안 해

문정인: 제가 볼 때 젤렌스키의 전술적 실수라고 하면 이런 겁니다. 러시아가 계속 기동훈련을 한다고 해서 벨라루스하고 서부 러시아, 돈바스 바로 국경 건너 쪽에 대규모 군대를 집결시키고 있었거든요. 미 정보당국에서는 2월 16일 침공한다, 17일 총공한다, 이렇게 나오는데도 불구하고 젤렌스키 대통령은 어떤 메시지를 보내느냐면 우크라이나 국민들한테는 절대 러시아가 침공 안 할 거라고 계속 안심을 시켜요. 그러면서 서구에는 침공할 것 같으니까 군사 무기 지원해달라고 그랬어요. 이런 것들이 크게 제가 볼 때는 잘못된 시그널을 준 것 아니냐고 봅니다. 

그리고 젤렌스키의 큰 실수 중 하나는 서구의 지원을 너무 과신했던 것 같아요. 전쟁이 전개되는 과정에서 러시아가 제공권을 갖고 자기들이 감당할 수 없으니까, 비행금지구역(No Fly Zone) 설정을 하자고 합니다. 그러니까 나토하고 미국 보고 러시아가 로켓을 발사하거나 쳐들어 오면 나토 군이나 미군더러 요격시켜 달라 하는 겁니다. 그러나 그렇게 되면 3차 세계대전으로 가는 것이기 때문에 미국이나 나토가 거기에 동의할 이유가 없어요.

메대표: 거기까지 젤렌스키가 가능할 거라 예측했나요. 그러니까 나토의 공군 정도는 들어올 수 있다고.

문정인: 내가 보기엔 그걸 기대했어요. 젤렌스키가 미국의 화상연설에서도 강조하는 게, 노 플라이 존을 설정해 달라. 하지만 우크라이나를 지지하는 미국의 정치인들도 그건 어렵다고 얘기합니다. 그렇게 되면 전쟁에 연루될 위험이 커지고, 미국하고 러시아가 직접적인 충돌, 미국하고 나토국들 사이에 직접적 충돌이 있으니까요. 그래서 그건 못한다고 하고, 재블린같은 무기만 제공을 해줬던 거죠.

미국 동맹들도 경제적 압박

민소장: 자연스럽게 미국이 이 전쟁을 바라보는 시각이 궁금해지는데요. 미국이 이 전쟁에서 잃을 것과 얻을 것은 뭡니까

문정인: 미국 입장에서는 이번에 가장 크게 얻은 것은 대서양 미국 동맹 체제가 다시 되살아난 거요. 독일, 프랑스가 미국하고 공조하는 데 주저하는 면이 있었거든요. 그런데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침공하면서 유럽 국가와 미국 사이의 관계가 다시 강해졌다고 하는 게 큰 이득이었습니다. 

그 다음 이해영 교수도 칼럼에서 지적했지만, 경제적으로도 러시아 석유, 가스가 안 들어오게 되면 미국은 석유도 나고, 가스도 나고, 셰일 오일도 나니까, 미국에 대한 에너지 의존도도 상당히 높아질 수 있다는 점. 

또 다른 하나는 이해영 교수가 잘 지적했고, 많은 서구 지식인이 지적하고 있는 것처럼 이번 전쟁의 결과로서 가장 큰 이득을 본 쪽은 미국의 방산 업체. 미국의 군산복합체가 가장 큰 수혜자가 아니냐는 얘기도 있지만, 저는 미국이 잃을 것도 많다고 봅니다. 

시진핑이 아니라 바이든 대통령이야말로 푸틴을 설득할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인데 결국 그걸 못했다라고 하는 점이 큰 문제죠. 그건 미국에 대한 신뢰가 금이 갔다는 뜻이라 할 수가 있겠죠. 

두 번째로는 이렇게 되면 지경학적인 부정적 효과도 상당히 클 거예요. 우선 에너지로 미국이 덕을 본다고 하지만 전반적인 인플레이션. 오일, 가스 가격이 올라갈 것이고, 그 다음에 곡물 가격도 올라가고, 인플레이션의 압박이 커질 겁니다. 인플레이션 압력은 미국이 지금 가장 크게 받고 있습니다. 미국 뿐 아니라 미국의 동맹국들도 그런 경제적 압박을 많이 받을 테죠. 미국 입장에서도 이번 전쟁의 빛과 그림자가 같이 있습니다.

도덕적 비난 얼마든지 가능하지만…

민소장: <메디치 보라> 론칭 특집 문정인 선생님과의 대담, ‘포스트 코로나 이후의 세계와 한반도’ 오늘 두 번째 시간 우크라이나 침공에 관한 여러 가지 얘기를 나누다 보니까 금방 시간이 갑니다.

메대표: 또 한 번 국제정치학 강의받았습니다.

민소장: 문 선생님 오늘 좀 정리를 해주십시오. 우크라이나의 여러 가지 전황이라든가 어떻게 보면 이 외에 이 전쟁이 발생했는가 이런 얘기를 해 주셨는데요, 종합적으로 이 전쟁의 성격을 한마디로 규정하신다면요?

문정인: 저는 이게 피할 수 있는 전쟁 아니었나 생각합니다. 국제사회, 우크라이나 지도자들, 러시아 지도자들이 피할 수 있는 전쟁을 피비린내 나는 전쟁으로 만들었다고 봅니다. 국제사회의 책임도 상당히 크다 생각하고요. 두 번째로 느끼는 거는 전쟁은 일단 예방에 실패하면 모든 국가와 모든 사람이 패자가 된다는 것입니다. 전쟁은 승자가 없다고 하는 걸 지금 이 순간에도 느낍니다. 세 번째로는 전쟁의 고통을 받는 사람들, 우크라이나의 무고한 사람들, 이 사람들 빼놓고는 다 방관자라는 안타까움이 있어요. 

마지막으로 강조하고 싶은 것은 푸틴을 도덕적으로 비판하는 건 얼마든지 가능한데, 이 시점에는 문제 해결에 더 역점을 둬야 한다고 봅니다. 전쟁이 났을 때 책임론을 묻는 건 쉽지만 전쟁을 끝내는 데에 더 큰 노력이 있어야 되지 않느냐고 강조하고 싶습니다.

민소장: 오늘은 우크라이나 전쟁이 왜 일어났는지에 대한 원인 부분을 우리가 좀 살펴봤고요, 다음 이 시간에는 조금 전에 문 선생님께서 말씀하셨던 것처럼 과연 이 전쟁을 어떻게 끝낼 것인가, 이 상황 속에서 우리 한반도는 어떠한 지정학적인 영향을 받을 것인가 이런 부분들을 좀 더 얘기를 나누도록 하겠습니다. 

‘피할 수 있었던 우크라이나 전쟁, 우리 모두가 패자’ 방송 바로 보기

최신기사 링크

[이광수의 투자의 전복 ESG #1] ESG, 돈이 몰리는 투자의 새로운 오아시스

메디치 보이는 라디오가 이번에는 미래에셋 수석 애널리스트 이광수 위원과 투자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어 보았다. 전작 문정인 6부작이 국가 간의 전쟁과 평화를 이야기했다면, 이광수 5부작은 누구나 승자가 될 수 있는 투자 전쟁을 다룰 예정이다. 첫 번째 주제는 ESG. 이광수 위원은 당위적인 관점에서 본 ESG가 아니라, 이윤 추구와 투자의 관점에서 ESG가 얼마나 중요한지 강조한다. 기존의 투자 방법으로는 더 이상의 초과수익을 기대할 수 없는 현실에서 ESG는 기업과 투자자에...

[유정훈 칼럼] 여성을 돕는 남성 배우자(supportive spouse) 열전

윤석열 대통령 취임식 사절단의 대표로 카말라 해리스 부통령의 남편 더글러스 엠호프가 방한하며 세컨드 젠틀맨이라는 낯선 표현이 우리 언론에 자주 등장하고 있다. 엠호프는 아내의 부통령 취임으로 캘리포니아에서 바쁜 변호사 일을 접고 워싱턴의 로스쿨로 자리를 옮겼다. 비록 전세계 수많은 여성들이 겪는 경력 단절은 아니지만, 여전히 남성이 아내 직장에 따라 자신의 커리어와 거주지를 조정한다는 것은 뉴스가 되는 세상이다. 20세기 영국에는 이미 여왕이 될 공주와 결혼하며 해군 커리어를...

[윤영호가 채집한 목소리] 발트해의 ‘꽃 밀수꾼’ 할머니

5월 14일 0시를 기해 러시아는 핀란드로 가는 전력 공급을 중단했다. 전쟁의 긴장감은 발트해 곳곳으로 퍼져나가고 있다. 에!라!리! 북쪽에서부터 에스토니아, 라트비아, 리투아니아. 이른바 발트3국이다. 라트비아 출신으로 에스토니아에 살고 있는 디아나의 할머니는 꽃다발을 들고 국경너머 할아버지의 묘를 찾았다가 ‘꽃 밀수꾼’이 되었다. 디아나 가족의 여자 4대와 전쟁에 얽힌 이야기를 들어봤다. [편집자 주] ✔에스토니아에 살며 작품활동하는 라트비아 예술가 디아나 러시아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