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의 제작과 생산 그리고 배급에는 한 나라가 가진 지배 문화의 이데올로기가 깊숙이 작용하는 경향이 강해 종종 정치적 매체로 분류된다. 패권국 미국과 미디어 콘텐츠의 독점적 강자 할리우드, 무기 시장에서 최상위권을 석권하는 미국 방위산업기업들의 브랜드가 만나 강력한 브랜드파워 시너지 효과를 낸다. 영화를 통해 소개되어 퍼포먼스를 자랑하고, 전세계로 팔려나가는 미국의 전쟁 산업 이야기를 권호천 필자가 들려준다. [편집자 주]

✔ 미국은 할리우드라는 콘텐츠 생산 도구로 무기체계 과시위협국 타깃 내세워 우방국엔 참여 독려, 적대국엔 경고✔ ‘세계경찰’로 세계 지키고 선도한다는 패권국 각인 효과할리우드는 넷플릭스 등 OTT 서비스로 작품 더욱 확산✔ SF·전쟁 영화에 시대 따라 실전·미래 무기 그대로 적용재미로 눈길 끌고 흥행으로 발길 잡아 지갑 활짝 열게✔ 세계 최상위 방산기업들 생산 무기 자연스레 ‘간접광고’화려하게 선보인 드론 MQ-9 리퍼·AH-64 아파치 모델미군 실제 작전 사용 넘어 우방국에게 팔려 실전 배치

정보통신기술(ICT: Information & Communication Technology)의 급속한 발달은 산업발전을 견인하며 인류의 생활을 풍요롭고 윤택하게 하는 데 크게 일조하고 있다. 2007년 애플의 아이폰이라는 스마트폰이 세상에 등장하며 산업과 경제의 새로운 패러다임의 변화를 촉발했다. 이를 기다렸다는 듯 각종 커뮤니케이션 기기들과 도구들이 등장해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벗어난 정보교환을 가능하게 만들었다.

ICT 적용 무기체계 등 연결한 ‘네트워크 중심전’

2016년 다보스포럼에서 클라우스 슈밥(Klaus Schwab) 회장은 처음으로 4차 산업혁명을 공식적으로 언급하며 세계의 혁신적 변화가 도래하고 있음을 선언했다. 그러나 4차 산업혁명의 변화는 이미 시작되어 진행되고 있었다. 일상 생활의 편리함을 견인하는 산업은 물론이고 군사 무기체계에도 4차 산업혁명의 기술들을 적용해 활용하면서 미래전에 대비한 변화가 시작되었다. 

미래전은 네트워크화와 무인화가 기본인 ‘네트워크 중심전(NCW: Network Centric Warfare)’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NCW는 군 작전의 효율성을 극대화해 전쟁에서 효과적인 승리를 거두기 위한 미래전의 핵심으로 자리 잡고 있다. 

NCW는 군 작전 운용에 필요한 각종 장비에 설치된 센서와 무기체계 등과 같은 모든 전력을 네트워크로 연결해 실시간으로 정보를 공유할 수 있는 시스템 통합 체계를 말한다. 이 시스템을 통해 지휘부의 의사결정과 교전 결심 그리고 타격까지의 모든 과정을 즉각적이고 효과적으로 진행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교전 상태에서의 강력한 승수 효과를 창출하기 위한 미래전의 핵심이다.

무기체계의 정밀성과 경제성 더욱 높이는 ICT

NCW가 실제로 가능하게 하기 위해서는 4차 산업혁명의 핵심인 ICT가 주요한 역할을 한다. ICT의 핵심기술인 AICBM(AI, IoT, Cloud, Big Data, Mobile)의 무기체계 적용은 무기체계의 소프트웨어화를 이끌고 있다. 이를 통해 하드웨어화를 기본으로 하는 재래식 무기체계보다 정밀성과 경제성을 더욱 높이는 효과로 이어진다. 미국은 이미 20세 말에 벌어진 각종 전쟁에서부터 현재까지 ICT를 무기체계에 점진적으로 적용하고 있다. 

그리고 그런 시험을 통해 새로운 무기체계의 정밀성과 경제성을 확인하고 미래전에 대비한 무기체계의 연구와 개발 그리고 배치의 방향을 설정했다. 이에 미국과 군사적 경쟁 관계에 있는 러시아와 중국은 물론이고 많은 국가가 이와 같은 방향으로 무기체계의 전환을 모색하고 있다.

현대전은 물론이고 미래전에서는 ICT를 더욱 전쟁의 핵심 도구로 활용할 것으로 예상한다. 기술적 적용 관점에서 일반산업과 군사산업의 경계가 ICT를 통해 희미해지는 효과가 늘어나며 미래전에서 그 효과가 더욱 증대할 것이다. 그리고 기술적 응용 관점에서도 무기체계와 일반산업 도구의 혼용을 통한 전쟁 수행 행위가 늘어날 것이다.

인터넷을 타고 번지는 ‘총보다 강한 메시지’

“펜은 칼보다 강하다”라는 말이 있다. 이 말은 현재 그리고 미래의 전쟁에 대입해 생각하면 “메시지는 총보다 강하다”라고 바꿀 수 있다. ICT의 급속한 발달은 미디어를 비롯한 각종 커뮤니케이션 도구의 변화를 이끌었다. 미디어와 커뮤니케이션 도구 환경은 3차 산업혁명의 효과를 정점으로 끌어올린 인터넷의 등장 이전과 이후의 시대로 구분할 수 있다. 

미국 고등연구계획국(DARPA: Defense Advanced Research Projects Agency)의 전신인 ARPA에서 무기체계 발전 연구를 위해 사용하던 ARPANet을 인터넷이라는 이름으로 민간에 이전하고 웹브라우저를 만들어 인터넷의 폭발적 확산을 이끌었다. 인터넷의 확산과 활용으로 사람들의 삶은 이전과는 완전히 다른 형태로 바뀌었다. 민간영역의 거의 모든 부분은 인터넷을 기반으로 네트워크화하면서 지식 정보화 사회로의 진입이 가속화 했다. 사람들의 삶은 더 빠르고 편해졌고 정보의 취합과 분석 능력은 증대했으며 정보유통의 다양성 또한 크게 향상했다. 

신문·TV·영화, 인터넷과 빠르게 융합

이런 사회적 변화는 미디어 시장에도 커다란 바람을 일으켰다. 올드 미디어인 신문과 TV 그리고 영화가 빠르게 인터넷과의 융합을 통한 변화를 시도하기 시작했고 현재의 콘텐츠 전달 구조는 ‘오프 & 온라인(Off & On Line)’ 병행체제로 자리 잡았다. 올드 미디어가 콘텐츠 전달의 핵심 창구로 기능하던 시기에는 국가에서 허가한 외국 콘텐츠만이 합법적으로 각 국가의 국민에게 노출되었다. 그 이외의 방식으로 전달된 외국 콘텐츠는 불법적 유통이라는 의미로 인식되었고 규제의 대상이 되기도 했었다. 특히 영화와 드라마 같은 영상 콘텐츠는 더욱 그런 풍조가 퍼졌다. 

그런 이유로 ‘전파월경(Frequency Spillover)’은 문화주권과 경제적 이해관계까지 걸린 중대한 분쟁요소로 작용했다. 1960년대부터 전파월경 문제로 미국과 캐나다는 첨예한 대립을 이어갔다. 캐나다인들의 생활양식에 미국의 문화가 침범해 그들을 동화하는 요인으로 작용했기 때문이다. 

한국과 일본도 전파월경으로 인한 갈등이 발생했다. 2008년 일본 위성디지털방송이 송출파워를 대폭 높이면서 한·일간 전파월경 문제가 다시 불거졌다. 일본과 거리상으로 비교적 가까운 부산과 남부지방에서 일본 방송 채널의 수신이 가능해지면서 심각한 문화주권 문제가 발생했다.

전파로 국경 넘는 콘텐츠, 문화 종속적 이식

그럼 왜 캐나다나 한국 그리고 그 밖의 나라들에서 전파월경이 심각한 문화주권의 문제로 떠오른 것일까?

한 나라의 미디어와 콘텐츠는 그 나라의 시장과 이념을 바탕으로 성장하고 만들어진다. 그리고 국민의 생각과 행동을 무의식적으로 같은 방향으로 이끌어가는 임무를 수행한다. 즉, 미디어 콘텐츠의 효과는 그것을 소비하는 대상을 설득하고 메시지에 담긴 프레임을 그 대상이 잠재적으로 수용하고 장기적으로 설정하도록 유도하는 힘이 있다. 

한 나라의 미디어와 콘텐츠는 그 사회의 쟁점과 의제를 제공하는 동시에 그 쟁점에 가치와 방향을 부여한다. 즉, 미디어와 콘텐츠는 의식산업(Conscious Industry)으로서 기능하며 그 사회의 정체성을 형성하는 역할을 한다.

미디어 콘텐츠를 어떤 특정한 의도를 바탕으로 제작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그 콘텐츠에는 그 나라의 정치, 경제, 사회, 이념 등이 복합적으로 녹아들어 있다. 이런 콘텐츠에 오래 노출되면 사람은 그 속에 포함된 가치와 행동 양식이 무의식중에 이식되어 자신과 일체화되게 된다.

이런 일체화 현상이 자국의 국민이라면 큰 문제가 되지 않지만, 그것이 타국의 국민이라면 문제는 완전히 달라진다. 국가와 국민이 가진 전통적 가치와 문화적 주체성을 잃어버리고 문화적으로 종속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문화적 종속은 이념, 산업과 경제의 종속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념과 정치 수단으로 활용하는 영화

영화의 제작과 생산 그리고 배급에는 그 나라가 가진 지배문화의 이데올로기와 헤게모니가 깊숙이 작용하는 경향이 강하므로 종종 정치적 매체로 분류하기도 한다. 독일이 통일되기 전 동독, 소련, 중국, 쿠바, 북한 등에서는 영화를 주민 통제와 사상교육의 도구로 활용하며 체제 유지의 수단과 외부에 대한 체제 선전의 도구로 사용했다. 이렇듯 영화를 이념적 혹은 정치적 수단으로 활용하는 것은 민주주의 국가 체제에서도 늘 있었고 지금도 마찬가지로 작동하고 있다. 우리는 이것을 ‘국뽕’이라는 다소 민망한 단어로 표현하기도 한다. 

한국은 북한과 휴전선을 사이에 두고 70년 넘게 대치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탈북단체들이 한국의 드라마나 영화 같은 영상 콘텐츠가 저장된 CD나 USB를 풍선에 담아 북한으로 띄워 보내고 있다. 이런 행위는 북한 주민들에게 한국의 문화적 이데올로기와 헤게모니를 전달해 그들을 변화시키기 위한 것이다. 그래서 북한은 주민들의 한국 콘텐츠 시청을 극도로 경계하며 엄하게 처벌하는 것이다.

미디어 콘텐츠 노출 창구와 전송 방법이 인터넷을 비롯한 ICT의 발달과 더불어 변화하고 있다. 콘텐츠 노출 방식이 케이블, 위성, IPTV를 넘어 OTT(Over-the-Top) 서비스 형태로 바뀌었다. 이런 노출 창구의 변화는 콘텐츠의 다양화, 소비자 선택권의 증대, 그리고 콘텐츠 노출 편리성의 증대로 이어지고 있다. 특히 OTT의 출현은 세계인들이 누구의 간섭도 없이 다른 나라의 콘텐츠를 즐길 수 있는 ‘다문화, 다콘텐츠 환경’을 만들었다. 전파월경이 문화주권을 해치는 일이라며 국가 간 분쟁이 일어났던 시대의 관점에서 보면 천지가 개벽할 변화인 것이다.

미국 할리우드에서 제작한 영화가 OTT 서비스 창시기업인 미국의 ‘넷플릭스(Netflix)’를 필두로 다양한 사업자들을 통해 더욱 폭넓게 노출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졌다. 이러한 미국 콘텐츠 확산이 가속화 하면 그 콘텐츠에 계속 노출된 개인은 미국이 전달하려는 우월성 메시지에 영향을 받게 된다. 이런 노출 전략은 무기의 실제적 사용과 함께 적을 제압할 수 있는 심리적으로 수단으로 활용할 수 있다. 미국은 이런 전략을 오래전부터 사용하고 있다. 그리고 앞으로 메시지 노출 창구의 다변화 기술이 더 발전하면 그 효과는 더욱 늘어날 것이다.

할리우드 영화에 인코딩된 미국의 프레임

미국 할리우드는 세계 영화산업을 이끌어가는 중심지로서 해마다 수많은 영화를 제작해 전 세계에 노출하고 있다. 미국은 대중문화의 중심지로서 자본의 획득이라는 기본적 성향을 중심으로 하는 상업주의적 성격을 다양한 산업 분야에서 발현시키고 있다. 

그 가운데 특히 영화라는 분야는 미국의 문화와 사회 그리고 가치관을 포괄적으로 보여주는 아주 좋은 하나의 문화텍스트(Cultural Text)라고 할 수 있다. 영화라는 문화 콘텐츠 안에 인코딩(Encoding)되어 있는 메시지를 통해 미국이 추구하는 방향을 간접적으로 읽고 이해할 수 있다. 

미국 할리우드에서 제작하는 영화는 시대별로 미국의 정치적, 사회적 문제와 추구하는 국가 이익의 방향을 읽어낼 수 있는 좋은 자료이다. 할리우드에서 제작되는 영화는 여러 장르로 그 범위가 넓지만, SF나 전쟁 영화에 포함된 메시지를 통해 현재와 미래의 무기체계 그리고 미국과 미군의 미디어 전략을 어느 정도 가늠할 수 있다. 

할리우드에서 제작하는 SF와 전쟁 영화에서 우리가 찾을 수 있는 프레임은 무엇일까? 이런 장르의 영화에는 세계 경찰로의 역할 강조와 미래형 무기체계의 노출을 통한 강한 국방과 미래지향적 군사력 강조라는 기본적 프레임이 작동하고 있다. 미국은 국가 안보와 관련한 이슈에서는 보수적 성격을 가진 공화당이나 진보 성향이 있는 민주당이나 모두 일관된 기조를 유지한다. 특히 미국의 ‘세계 경찰’로서의 역할을 강조하는 것에는 더욱 그런 경향이 강하다.

미국민엔 자긍심, 상대국엔 위축감

미국은 할리우드라는 콘텐츠 생산 도구를 통해 무기체계의 개발과 활용에 있어 자국의 이해와 이익을 극대화는 전략을 택하고 있다. 

첫째는 군사·심리적 전략적 메시지 전달 효과이다. 미국은 SF와 전쟁 영화를 통해 ‘세계 경찰’로서의 역할과 메시지를 부각하기 위해 막강하고 첨단화된 군사력 노출 전략을 적극적으로 실행한다. 

이런 메시지 전략은 미국 국민에는 자국에 대한 자긍심 고취를 달성할 수 있는 도구로 작용한다. 그리고 이 전략은 미국과 군사·외교·경제적 파트너십을 가진 우방국 정부와 국민에는 미국과의 관계를 더욱 공고히 하는 것이 자국의 이익에 부합한다는 메시지 전달의 도구로 사용한다. 

반대로 미국과 어떤 형태로든 경쟁 혹은 분쟁의 관계에 있는 국가의 정권과 국민에게는 미국의 강력한 군사력이 두려움의 대상으로 인식되게 한다. 이를 통해 혹시 벌어질 수 있는 전쟁이나 분쟁에서 심리적으로 위축되게 만드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러시아, 중국, 북한군 위협적인 존재로 등장

둘째는 정치·군사적 경쟁 관계 설정과 견제의 효과이다. 할리우드의 전쟁 영화를 보면 시대별로 어떤 국가가 그 시대에 미국에 정치적 혹은 군사적으로 가장 위협적 존재인지가 나타난다. 냉전이 한창이던 시대에는 미군의 상대로 늘 소련군이 있었고, 냉전이 종식되고 난 후 시간이 지나며 중국군이 미군의 상대로 영화에 등장하고 있다. 그리고 북한의 핵과 미사일 개발이 상당히 진척되고 사이버전 능력이 증대되자 할리우드 발 영화에 미군의 상대로 북한군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이런 정치·군사적 긴장 메시지는 미국의 우방국에 참여를 독려하는 메시지로 그리고 적대국엔 경고의 메시지로 작용한다.

무기들의 퍼포먼스 구매 의욕 부추겨

셋째는 상업적 이익 극대화 효과이다. 할리우드에서 제작하는 SF와 전쟁 영화는 다분히 상업적 이익을 우선하는 경향이 강하다. 이런 상업적 관점에서 SF와 전쟁 영화는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재미를 줌으로써 그들이 기꺼이 지갑을 열게 하는 것에 최우선 목적을 두고 있다. 그리고 재미를 통한 이목 집중을 위해 현재 실제 배치해 사용하는 무기체계는 물론 미래에 출현할 가능성이 큰 무기체계를 강력한 흥미 유발 도구로 활용하고 있다. 

이와 더불어 전 세계 무기 시장에서 무기체계 개발의 가장 선두에 서 있는 미국의 방위산업기업들이 생산한 무기를 자연스럽게 광고할 수 있는 일종의 ‘제품 간접 광고(PPL: Product Placement)’의 역할도 수행한다. 실제 전쟁이 벌어지는 상황에서 특정 무기체계의 활용을 직접 볼 수 없었던 예전이나 소셜미디어를 통해 일부나마 직접 볼 수 있는 현재나 영화에 등장하는 무기들의 퍼포먼스는 다른 국가의 정부나 국민에게 구매 의욕을 불러일으키는 효과를 유발한다. 

미시시피주 콜럼버스의 공군 기지 격납고에서 정비중인 공격용 드론 MQ-9 리퍼 (사진:셔터스톡)

<아이 인더 스카이>와 <이글 아이>에 등장한 공격형 드론

몇 가지 예를 들어보자. 할리우드발 영화에 등장하는 무기가 미군의 실제 작전에 사용되는 것을 넘어 미국의 우방국들에 판매되어 실전에 배치된 사례로 가장 대표적인 것은 공격형 드론이다. 2015년 작 <아이 인더 스카이(Eye In the Sky)>와 2008년 작 <이글 아이(Eagle Eye)>에는 ‘공격형 드론’인 MQ-9 리퍼가 등장한다. 

MQ-9 리퍼는 ‘하늘의 암살자’ 또는 ‘헌터 킬러(Hunter-killer)로 불리며 이라크전과 아프가니스탄전 등에서 알카에다 지휘부를 공격하는 데 적극적으로 사용했던 공중자산이다. MQ-9 리퍼는 AGM-114 헬파이어 공대지 미사일 14발 혹은 AGM-114 헬파이어 공대지 미사일 4발과 GBU-12 레이저유도폭탄 2발을 탑재하고 14시간 작전할 수 있다. 

육상 탱크를 잡는 귀신으로 정평이 난 아파치 헬기가 일반적으로 헬파이어 미사일 8발을 탑재하고 2시간 정도 작전을 수행하는 것에 비하면 그 파괴력과 공격력은 상당하다고 할 수 있다. 미국은 MQ-9 리퍼를 2020년 1월 이란 혁명수비대 쿠드수군 사령관인 가셈 솔레이마니를 암살하는 데도 사용했다. 이 사건은 전 세계 국가들이 드론의 효용성과 가공할 공격력에 관심을 보이는 계기를 만들었다. 

한국은 북한을 견제하기 위해 미국산 드론인 글로벌호크를 구매해 운용하고 있다. 군산 공군기지에는 현재 미 공군 소속의 MQ-9 리퍼를 배치해 작전을 수행하고 있다. 미국은 MQ-9 리퍼의 판매에 있어 의회의 승인을 거쳐야 하며 우방국이라도 선별적으로 판매를 진행하고 있다. MQ-9 리퍼는 현재 영국, 이탈리아, 프랑스, 스페인, 호주, 네덜란드 등의 국가에 판매되어 작전을 수행중이며, 한국도 구매를 타진하고 있다. 동시에 한국은 MQ-9 리퍼와 유사한 기능을 가진 국산 무인 공격기의 개발도 진행하고 있다. 

MQ-9리퍼에 탑재된 AGM-114 헬파이어 미사일(사진:셔터스톡)

한국도 도입한 영화 속 AH-64 아파치 최신 모델

할리우드 영화에 등장한 공격용 헬기 중 가장 출현 빈도가 높아 일반인에게 친숙한 AH-64 아파치는 1990년 작 영화 <아파치(Fire Birds)>에서는 그 위용과 활용 가치를 적나라하게 보여주었다. 현재 AH-64A 아파치, AH-64D 롱보우 아파치, AH-64E 아파치 가디언 등의 모델을 개발해 운용하고 있다. 미국과 한국 육군에서 운용하고 있으며, 이스라엘과 네덜란드는 공군에서 운용하고 있다. AH-64D 롱보우 아파치는 A형보다 화력과 기술력이 진화한 형태로 로터 위에 레이더가 장착되어 목표물 탐지와 미사일 조준을 할 수 있다는 대표적 차이점을 가진다. 그리고 같은 기종 간 목표물 데이터 공유가 가능해 작전 수행을 더욱 효율적으로 할 수 있다는 특징이 있다. 

AH-64E 아파치 가디언은 D형인 롱보우 아파치보다 레이더 기능과 전자 장비류의 기술적 향상이 이루어진 모델이다. 무장력과 내구력, 비행성능, 장갑방어력 등이 크게 높아졌다는 특징과 더불어 눈에 띄는 특징은 AH-64E 아파치 가디어 1대가 AH-6U 무인기 3대를 조종하며 작전을 수행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국도 현재 AH-64E 아파치 가디언을 수입해 사용하고 있으며 이와 함께 운용되는 AH-6U 대신 기존에 사용하던 500MD를 무인기로 개조해 작전에서 활용하고 있다.

AH-64 공격용 아파치 헬리콥터. 미국 보잉 사 제품. (사진:셔터스톡)

전쟁 영화의 기본 공식이 된 미국산 최첨단 무기

할리우드발 SF와 전쟁 영화에는 시대와 기술발전을 그대로 적용하고 있다. 전쟁 영화에는 기본 공식처럼 항상 항공모함과 첨단 전투기, 핵추진항공모함, 인공위성과 데이터 링크, 그리고 각종 첨단 개인장비와 무기로 무장한 해병대 소속 특수부대와 육군의 특수전사령부 소속 델타포스나 레인저가 등장한다. 

<인디펜던스 데이(Independence Day)>에서는 핵미사일도 뚫지 못하던 난공불락의 외계인 방어막을 컴퓨터 해킹 기술로 해제하고 결국 승리를 쟁취한다. <트렌스포머>에서는 재래식 무기로는 공격할 수 없는 외계의 로봇군단을 쓰러뜨리는 ‘레일건’이 등장한다. 이런 무기들은 해당 시기에서 가장 강력한 무기로 인정받는 게임 체인저였거나 개발을 진행하고 있던 무기이다. 

<미션 임파서블(Mission: Impossible)>에서는 3D 프린팅으로 가면을 만들거나, 혼합현실 기능이 내장된 콘택트렌즈로 서류를 전송하거나, 적에게 노출되지 않게 하는 투명막을 이용해 적을 속이는 등 다양한 행동에 어울리는 첨단 장비들을 여럿 보여주었다. 

<지·아이·조>에서는 적의 시야에서 사라지게 하는 투명망토, 상대 모르게 날아가 정보를 취합하거나 목표물을 폭파하거나 요인을 암살하는 극소형 공격 드론봇, 대기권 밖에서 텅스텐 막대기를 떨어뜨려 지상의 목표를 초토화하는 ‘신의 지팡이’ 등이 등장해 눈길을 끌었다. 이 외에도 수많은 영화에 많은 첨단 무기체계들이 등장하며 최첨단 무기는 항상 미국에서 만들어진다는 이미지가 영화에 전제됨으로써 미국의 군사 무기체계의 우월성을 강조하고 있다. 

외계인 침공을 해결하는 것도 늘 미국산 무기

넷째는 ‘미국이 세계를 선도한다’라는 패권국 각인 효과이다. 할리우드발 SF나 전쟁 영화에는 사회·문화적 성향뿐 아니라 정치·외교·안보적 성향이 녹아있다. 자국민에 미국은 강력하며 세계를 지키고 선도하고 있다는 의미로 각인되는 효과를 극대화하는 전략으로 영화를 활용하고 있다. 이런 각인 효과는 현재처럼 전 세계 누구나 콘텐츠를 쉽게 수용할 수 있는 기술적 환경이 마련된 상황에서 콘텐츠 시장을 독점하다시피 하는 미국의 영화를 통해 쉽게 전파되고 흡수될 수 있다.

“왜 외계인은 늘 미국에 가장 먼저 오는 것일까?”라는 질문을 해본 경험이 있는가? 할리우드에서 제작하는 SF 영화에 단골 메뉴로 등장하는 외계 생명체는 지구에 불시착하거나 침공해도 미국에 가장 먼저 등장하고 피해를 발생시킨다. 그리고 외계인 침공이라는 전 지구적 문제를 해결하는 주체는 언제나 미국의 과학자와 군대이며 다른 국가는 보조적 역할을 하거나 무기력하게 당하며 미국의 구조를 기다리는 것으로 묘사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리고 미국의 ‘국가 안보(National Security)’는 곧 전 세계 민주주의 국가의 안보와 직결된다는 설정도 영화에서 자주 볼 수 있다. 미국의 국가 이익과 안보에 위협이 된다고 생각하면 전 세계 어디든 미국의 군대나 특수 요원이 출동해 각종 첨단 무기로 공격하는 것이 당연하다는 메시지를 영화에 담고 있다. CIA를 비롯해 미국의 각종 정보기관 소속 요원들의 작전 반경은 지구 그 어디에도 한계가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그려진다.

당당히 노출하는 미군의 미디어 전략

이런 정치·외교·안보적 관심사, 상업적 이익에 기반한 산업적 관심사, 그리고 사회·문화적 관심사를 영화를 통해 표출하기 위해서는 미국 정부와 미군의 미디어 전략과 지원이 없이는 불가능하다. 다른 국가와 비교해 미국 할리우드에서 제작되는 SF나 전쟁 관련 영화에는 미군의 전략 무기들이 많이 등장한다. 일반적으로 전략 무기라고 생각할 수 있는 것들은 대외비에 해당해 웬만해선 외부에 노출을 꺼리는 것이 일반적인 국가들의 기본 방침일 것이다. 그런데 미군은 그 반대로 영화를 통해 “우린 이런 무기도 있고, 이건 이럴 때 사용하는 것이다”라고 마치 광고나 PR을 하는 것처럼 보인다. 

이런 차별화와 효과 극대화 전략은 최고의 패권국 미국이라는 국가 브랜드, 전 세계 미디어 콘텐츠 시장에서 독점적 위치를 차지한 할리우드라는 브랜드, 그리고 세계 무기 시장에서 최상위권을 석권하고 강력한 영향력을 과시하는 미국 방위산업기업들의 브랜드가 서로 만나 강력한 브랜드파워 시너지 효과를 가지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이런 브랜드파워 효과를 바라보고 이에 자극받은 중국도 현재 미국과 같은 전략을 구사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각종 영화에서 자국의 첨단 무기체계와 장비들을 조금씩 선보이며 미국을 따라 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그러나 그 효과는 그리 크지 않은 듯 보인다. 결정적으로 위에서 언급한 세 가지 브랜드 중 무엇도 가지고 있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한국은 어떤가? 한국도 영화 콘텐츠에서 무기체계를 보여주는 경우는 재래식 무기인 소총, 탱크, 오래된 전투기가 전부였고 그것도 매우 제한적으로 등장했다. 왜 한국에 제작한 전쟁 영화에는 이렇게 무기가 빈약하게 등장하는 것일까? 미국과 같은 협찬과 상호 이익적 구조가 형성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즉, 정부, 군, 방위산업업체, 영화 제작사라는 협업 체계를 통해 이익을 창출할 수 있는 구조가 우리에겐 아직 없기 때문이다. 

대한민국은 세계 국방력 6위, 방위비 지출 8~9위, 경제력 10위의 선진국으로 도약했다. 미래 네트워크 중심전을 대비하기 위한 무기체계 개발에 ICT를 적용하면서 우리가 가진 장점을 최대한 접목해 첨단화하는 작업은 반드시 달성해야 할 과제이다. 이와 동시에 우리가 강점으로 내세울 수 있는 콘텐츠 제작의 브랜드파워를 살려 우리가 개발한 무기체계를 간접 PR할 수 있는 방법도 고민해 봐야 할 시점이다.


글쓴이 권호천은글로벌 ICT연구소 소장으로 빅데이터를 포함한 정보통신기술, 산업, 정책 등의 연구와 자문 업무 및 집필 활동을 하고 있다. 한국전기공사협회 남북전기협력추진위원회 자문위원, 국회 산하 (사)국방안보포럼 ICT 위원장, 국방부 산하 (사)한국방위산업학회 운영이사/ICT 위원장, 용산학포럼 위원, 국회 산하 (사)K-정책 플랫폼 신산업 연구위원, 경희대학교 경영대학원 겸임교수 등으로 활동 중이다. 블록체인, 남북 전기 교류, 국방산업, 용산 미군 기지 이전 후 공원화 사업 추진, 대한민국 중장기 신산업 정책 제안과 발전 전략 연구, ICT를 접목한 미래 경영 전략 교육, 방위 산업 발전 등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저서에 <크라이시스 커뮤니케이션(2021)>, < ICT가 승패를 결정한다, 모던 워페어>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