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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영 칼럼] 서방 언론은 허구였다! 러시아 뜻대로 끝나가는 전쟁

By | 2022년 4월 4일 | 국제, 미분류

처음도 끝도 러시아를 위한, 러시아에 의한 전쟁으로 진행  

휴전 조건으로 유력시되는 6개항은 대부분 러시아 요구사항 

전투는 러시아의 중규모 대대단위 전술의 승리로 보여  

키에프 공격은 남부 돈바스 지역 장악 위한 ‘성동격서’

북부 전선은 미끼였다

아랍, 프랑스, 인도, 터키, 이스라엘, 브라질은 독자적 시각과 해석 

한국 언론은 왜 우크라이나 발표, 서방언론 보도의 최종 하치장인가 

러시아군은 죽어도 죽지 않는 좀비인가? 미국과 영국의 언론을 통해 전쟁 개황을 살펴보면 러시아군은 매일 크게 패배하고 있다. 이해영 필자는 이것은 서방의 심리전, 홍보전의 결과이며 가려지는 것은 사실(fact)이라고 해석한다. 그는 서방 언론과 상이한 여러 나라의 여러 판단과 시각, 전망을 주목한다. 필자가 인용하는 알 자지라 방송의 보도, 인도 언론의 보도들은 심지어 프랑스군의 판단과 거의 일치한다. 중재에 나선 터키의 시각, 미국의 오랜 우방임에도 대러 제재에 동참하지 않는 이스라엘의 입장은 왜 그러한가. 필자는 여러 미들파워가 독자적 분석과 전망을 갖고 있는데 반해 한국 언론과 정부가 서방언론 일색인 것을 게으름의 결과라고 진단하고 젤렌스키 대통령의 한국 국회 화상 연설을 앞두고 ‘나머지 절반’이 담긴 칼럼을 보내왔다. [편집자 주] 

사진:셔터스톡

영화 <매트릭스>에 저 유명한 파란약, 빨간약 이야기가 나온다. 주인공 네오가 마침내 모피어스 앞에 서게 되고 모피어스는 파란약과 빨간약을 보여 주며 네오에게 말한다. 파란약을 먹으면, “네가 믿고 싶은 걸 믿게 돼”. 그런데 빨간 약을 먹으면 “진실을 못 보도록 눈을 가리는 … ”무슨 진실요?” “너가 노예라는 진실. 그리고 “빨간 약을 먹으면 끝까지 가게 된다”. 주인공이 파란약을 선택할 리가 없다. 그래서 네오는 포스트 트루스의 가상세계를 분연히 떨치고 일어나 매트릭스의 진실을 찾아 고난의 장정에 나선다.  

현대의 전쟁은 경제전인 동시에 프로파간다전

혹자는 말한다. ‘전쟁이 나면 첫 번째 사망자는 진실이다’. 현대전쟁은 단순히 군사전이 아니다. 그것은 경제전이고 동시에 프로파간다전이다. 이 번 우크라이나전쟁의 전상자 추산이 그 매우 좋은 예다. 국내 언론은 3월 20일을 전후 일제히 합창을 시작하는데 그 논조는 이러하다. 

  1. 서방 소식통에 의하면 개전이후 러군이 보수적으로 따져도 7천명 이상이 죽었다. 부상자는 만4천- 2만천쯤 된다. 러 육군이 37만 정도인데, 이 중 15만 이상이 투입되어 사상률이 10%를 훨씬 넘어 이제 전투불가능선을 넘었다. 대 참극이다. 러시아군이 대패했다.
  2. 여기에 우크라이나 측에 따르면 러시아군 사망자는 만 4천쯤인데 반해, 알려진 바로 우크라이나 전사자는 천 미만이다.
  3. 미 정보당국은 “이미 탱크 1대에 탑승하는 인원을 알고 있기 때문에” 불타는 전차수를 세어서 계산한 수라고 조사방법까지 알려주고 있다. 
  4. 현대 러시아 전차의 탑승인원은 3명이다고 할 때, 전차만 놓고 계산하면 7천이 사망하자면 7000÷3=2333대가 파괴되어야 한다. 러시아 군은 약 만2천대의 전차를 보유하고 있으니 개전 20여일 만에 러시아는 총 보유전차의 20퍼센트를 잃었다. 대패다. 
  5. 그럼에도 미국이 카미카제 드론을 제공, 이번 전쟁의 게임체인저가 될 것이다. 

서방 소식통-러시아, 전혀 다른 전상자 추산

그러자 그 뒤 일주일쯤 지나 러합참 작전지휘본부 본부장 루드스코이 중장이 브리핑에 나섰다. 러시아 타스통신이 보도한 대강의 내용은 이러하다.

1. 우크라이나 공군, 방공망은 거의 완전히 파괴되었고, 해군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2. 전투중 우크라이나군 총 260,200명 중 사상자 3만명, 그 중 사망 14,000명 부상 16,000명이며 이 중 돈바스지역 주둔 병력의 1/4 이상인 7,000명이 포함되어 있다.

3. 우크라이나 군 예비병력은 고갈되었고, 제대로 군사 훈련을 받지 않은 영토방위군으로 충원중이다.

4. 우크라이나 군 탱크 및 장갑차 113대 포획, 재블린 및 NLAW 대 탱크 휴대용 미사일 138기를 돈바스지역 민병대에 이양했다.

5. 러시아 정보국 추산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측 해외용병은 62개국 6,595명인데 현재 감소 추세이며, 이들의 야보리브 훈련기지에 대한 3.13일 폭격으로 200명 이상이 사망하고 400명 이상 부상했다. 새롭게 충원된 해외용병은 관찰되지 않으며 지난 주 285명의 용병이 폴란드, 헝가리, 루마니아로 도피했다.(폴란드 접경지대에 있는 야보리브기지는 사실상 나토군의 우크 전진기지로서 개전 몇 일전까지 미군이 군사교관명목으로 주둔하고 있었다. 또 한국인 용병을 비롯 모든 해외용병이 적응 훈련을 거치는 곳이다.)

6. 아조프, 아이다르, 우익섹터소속 신나치를 비롯한 7천명 이상의 마리우폴 우크라이나 민병대는 지금까지 그래 왔듯이 민간인을 인간방패삼아 도네츠크공화국 군의 진군을 가로막고 있다. 우크라이나 군 통제하 돈바스의 270개 촌락이 루간스크와 도네츠크 군에게 넘어갔으며, 이들은 현재 러시아군과 합동으로 도네츠크 서부지역 해방을 위해 작전중이다. 

북부전선은 미끼. 기만당한 미·영

이런 양측의 보도내용은 누구나 어디서든 임의로 추출할 수 있다. 단지 러시아측 발표는 한국에서 거의 보도를 하지 않을 뿐이다. 단적으로 전사자 수만 놓고 봐도 우크라이나 측은 러시아군 만4천명이, 러시아측은 우크라이나군 만4천명이 사망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제 4월 2일자 전황도를 한 번 살펴보자. 이 전황도는 <알자지라>가 매일 업데이트하는 것이다. 참고로 프랑스 국방부의 전황도를 대조해 보는 데 거의 차이가 없다. 지도상 붉은 곳이 개전후 러시아군이 새로이 점령한 지역을 표시한다. 지도상 남동부 갈색은 돈바스지역을 가리키고 짙은 적색 우측이 이른바 루한스크 인민공화국, 좌측이 도네츠크 인민공화국인데 그 위 노란 점선은 전전의 양 친러 공화국 민병대와 우크라이나 군의 경계를 말한다. 녹색은 러시아 측이 장악했다고 주장하는 지역이다.  

1. 러시아가 지난 주 작전 2단계를 선언하고 키에프전선의 작전규모를 축소하겠다고 발표 한 뒤 수도 키에프 동서부에서 우크라이나군의 통제지역 (지도상 파란색)이 확장되었다. 하지만 이것이 러시아군이 ‘재배치’의 결과인지 전투를 통해 탈환인지는 평가가 다를 수 있다. 북부 키에프뿐만 아니라 4월 2일자 전황에서 일부 동부지역에서도 우크라이나군 통제지역이 군데군데 확인된다. 하지만 전략적 관점에서 보자면 전체 전세를 반전시킬 규모는 아니다. 

2. 5차 평화회담을 앞둔 지난 3월 30일 러시아 국방부 대변인은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와 돈바스에서 수행 중인 특별군사작전 1단계에서는 적이 병력과 군사장비 등을 키에프를 포함한 해당 방면에 집중하도록 계획했었다”고 언급했다. 덧붙여 “러시아군 재편성의 목적은 우선적 방면에서의 행동 활성화이며, 특히 돈바스의 완전한 해방 작전 완수”라고 한다.(<경향신문> 2022년 3월 31일자) 러시아 국방부 말을 있는 그대로 보자면 개전 초 러시아군이 진입한 3방면 즉 북부, 동부, 남부중 수도 키에프를 둘러싼 북부전선은 특히 남부 돈바스지역을 장악하기 위한 일종의 ‘성동격서’였단 말이다. 돈바스를 취하기 위해 수도등 주요 도시를 포위, 우크라이나군을 산개시켜 그 자리에 묶어 두고, 그 사이 남부에 대규모 점령지를 확보했다. 실제 키에프 문턱까지 진출한 러시아군은 짐 풀고 원거리 포격에만 치중했지 키에프 진입을 시도하지 않았다. 동부 하르코프도 마찬가지다. 러시아군의 주장이 맞다면 우크라이나군은 물론이고, 그 배후의 미, 영은 완벽히 기만당한 셈이다. 이에 따르면 지금도 언론에서 흔히 보이는 러시아군의 무능과 작전 실패로 인해 키에프를 점령못했다는 주장은 근거를 잃는다. 북부전선은 애당초 키에프 점령이 아니라, 남부 돈바스 확보를 위해 던진 거대 미끼였기 때문이다.   

현대전은 경제전인 동시에 프로파간다 전이다. (사진:셔터스톡)

네오나치부대 본거지 마리우폴 함락

3. 남부 마리우폴시는 우크라이나의 숨구멍이라 일컬어지는 바, 네오나치부대 아조프부대의 본거지이기도 하고, 러시아로서는 2014년 병합한 크림반도와 동부의 양 친러시아 공화국을 연결하는 지리적 요충이다. 키에프와는 달리 마리우폴은 처음부터 러시아와 친러시아 민병대가 체첸특수부대를 앞세워 완전 포위 점령하는 것이 목표였다. 한 달에 걸친 격렬한 전투 끝에 결국 함락시켰고, 네오나치부대 잔존병력이 아조프철강 등 시내 공장 3 곳에 고립, 포위되어 있다. 이 우크라이나 정예부대가 한달동안 포위되어 있었지만 그 어디서도 지원군은 오지 않았고 현재 전멸위기에 와 있다. 

4. 개전초 동쪽에서 진입한 러시아군 본진은 동부 최대도시 하르코프에 대한 포위망만 유지한 채 남진중이다. 이 과정에서 돈바스지역 도네츠강 우크측 방어선이 돌파된 것으로 보인다. 돈바스지역 도네츠크주 임시주도인 크라마토르스크 진입을 준비중인데 지난 24시간 동안 격렬한 전투가 계속되고 있다. 지도상에 보듯이 동진중인 크림반도발 러시아군과 북진중인 친러 공화국 민병대 모두 도네츠크 방향으로 집결중이다. 즉 돈바스 우크라이나군은 자칫 포위섬멸 위험에 처해 있다. 돈바스 주둔 우크라이나군은 최정예부대인데 전병력의 약 40%에 해당한다. 도네츠크가 무너질 경우 우크라이나 남부 전역이 러시아 수중에 떨어지고 전세는 회복불가능할 수도 있다. 

5. 터키가 중개한 5차 휴전협상에서 양측간 일정한 진전이 있고, 또 우크라이나 측이 안을 제시했음에도 푸틴이 지금까지 가타부타 어떤 반응대신 2단계 전략전환과 함께 공세수위를 오히려 올리는 것은 바로 이러한 전황과 연관된다. 우크라이나 남부전역을 도모할 만큼 전황이 나쁘지 않은 데 젤렌스키를 만나 수명을 늘여 줄 필요는 없을 거로 판단했을 수 있다. 따라서 평화협상은 돈바스전역을 포함, 우크라이나 남부전역의 사실상 점령이 완성될 때 대전기를 맞을 것이다.

6. 우크라이나군 정보부가 뜬금없이 소환한 ‘한반도 시나리오’ 즉 영토분할안은 국내적으로 민족주의를 고취하고 국제적으로 나토군의 위기감을 제고하는 목적이겠지만 다른 한편으로 현 전황을 반영하는 것이기도 하다. 유럽의 역사에서 강대국에 의한 영토분할은 흔히 있는 비즈니스이다. 그리고 그 분할이 동서일지 남동부일지 아니면 남부일지 지금으로서는 예단하기 어려우나 일단 러시아가 내건 개전사유로서 ‘돈바스 해방’을 군사적으로 관철하겠다는 목표는 명확하다 하겠다.

4월2일 현재 교전 상황(필자 제공)

협상 6개 쟁점 중 5개 반이 러시아의 개전 사유

그렇다면 이제 시선을 전장에서 협상장으로 옮겨 보자. 협상력은 전장의 총구에서 나오는 것이다. 그런데 여기서 잠깐 푸틴이 말한 개전이유를 상기해 두자. 서방측이 믿거나 말거나 러시아는 한 번도 우크라이나 정복이나 키에프 점령을 내세운 적이 없다. 러시아는 지금도 이 말을 되풀이 되고 있다. 그 대신 푸틴은 1. 우크라이나 중립화, 2. 탈나치화 즉 나치제거, 3. 비무장Demilitarization, 4. 크림 및 루한스크 /도네츠크 승인등을 내세웠다. 시중에선 이 모든 것이 다 구실이고 전쟁은 푸틴의 야욕 때문이라고 한다. 여기에 대해 지금 왈가왈부할 일은 아니다. 중요한 것은 러시아가 어쨌든 이를 이유로 전쟁을 개시했다는 점이다.  

5차 평화회담이전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사이 중재에 나선 터키 에드도간 대통령이 밝힌 바에 따르면 양측이 합의에 많이 다가섰다고 한다. 그가 언급한 양자간 쟁점은 6개다. 

1. 우크라이나 중립화

2. 우크라이나 비무장과 안전보장 

3. 탈나치화 

4. 우크라이나 내 러시아어 사용보장 

5. 돈바스 2개 공화국 지위 

6. 크림반도 지위. 

역사상 그 언제 그 어디서도 패전한 나라가 의제를 결정하진 않는다. 의제설정은 교전당사국의 역학 관계를 적나라하게 반영하는 법이다. 에르도간 대통령이 밝힌 6대 쟁점 중 다섯 개 반이 러시아가 개전사유로 들이 댄 것이고, 두 번째 비무장과 함께 들어 있는 안전보장만이 우크라이나의 요구다.  

나름 ‘건설적’이었다고 평가되는 이번 이스탄불회담이후 러시아 협상단 측을 통해 흘러나온 합의 내용의 핵심은 이렇다. 일반적으로 언론에 알려진 내용과는 약간 다른 뉘앙스도 포함되어 있다. 

1. 우크라이나의 독립에 대한 국제적 보장 하에 핵무기 소유를 포기하는 중립국이 될 태세가 되어 있다 

2. 이 국제적 보장은 돈바스지역과 러시아 소유 크림반도에 적용되는 것은 아니며 키에프정부는 크림반도를 군사적으로 재합병할 의사를 공식적으로 포기한다 

3. 우크라이나에는 나토군과 러시아군을 포함 어떤 외국군도 주둔할 수 없다 

4.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의 EU가입에 반대하지 않는다 

5. 키에프정부는 러시아 우크라이나 양국 정상에 의한 최종협약을 통해 공식할 것을 요청한다.(여기서  돈바스지역은 국제 안전보장 대상지가 아니라고 합의 했다는 점에 유의하자!)    

국민투표, 또 하나의 눈물의 씨앗이 될 수도

그래서 보자면 6대 쟁점 중 중립화는 진즉 합의한 것이고 새롭지 않다. 더 거슬러 올라 가면 2015년 이후 미 시카고대 미어샤이머 교수가 주장했던 내용이다. 만에 하나 우크라이나가 동유럽의 스위스처럼만 될 수 있다면, 나토와 러시아 사이에 거대한 완충지대가 생기는 동시에 또 우크라이나 국민들에게도 매우 좋은 일이다.

비핵화를 전제한 중립국 우크라이나의 적정 무장수준을 조율하는 문제는 여전히 열려 있다. 다음으로 우크라이나의 국제적 안전보장문제인데 우크라이나는 나토조약을 모델로 제시했다. 피침시 자동개입인데 한미동맹의 인계철선 개념이다. 우크라이나의 국제 안전보장은 이미 1994년 부다페스트 의정서에 선례가 있다. 당시 우크라이나는 비핵화하는 대신, 미, 영,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의 주권과 영토보전을 보장한다는 것이 핵심이다. 미국상원은 의정서를 당연히! 비준하지 않았다. 문제의 본질은 안전보장이 “법적 구속력이 있는지(legally binding)“이다. 그래서 이번 회담을 중재한 터키는 물론이고 심지어 이스라엘까지 끌어 들이는 것이다. 과연 누가 이런 부담을 지고자 할 까. 아마 이 문제는 1994년 때처럼 문구조정으로 적당히 넘어가게 될 공산이 크다.

러시아어의 공식사용 허용은 마이단혁명이후 반러시아 정권이 제정한 러시아어 사용금지법을 철폐하면 된다. 2014년 이래 러시아가 실효지배하고있는 크림반도를 군사적으로 재탈환 시도를 하지 않겠다는 말은 있으나 없으나 별 의미 없다. 우크라이나의 군사력이 러시아에 대해 우위에 있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6대 쟁점중 하나는 정리가 된 셈이다.

젤렌스키가 중립화등 합의사항을 국민투표에 회부하겠다는 것은 국내, 국제 양측면을 갖는다. 2014년 이래 젤렌스키정권에 이르기까지 우크라이나의 반러시아 정권은 극우 묵인하 리버럴-민족주의 성격을 강하게 띤다. 물론 국민투표의 내용까지 지켜봐야겠지만,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 하듯이 이것이 또 다른 눈물의 씨앗이 될 지도 모르겠다. 러시아도 젤렌스키의 국민투표안에 대해 도대체 무엇에 대해 국민투표를 어떻게 하자는 것인가에 대해 회의적이다. 특히 전국민투표를 실시할 경우 러시아계 주민이 전인구의 20% 미만인데 무슨 수로 예컨대 돈바스 독립이 통과되겠는가. 국민투표를 통한 정당성 확보전략은 또 다른 측면이 있다. 루한스크, 도네츠크 역시 주민투표를 통해 러시아 연방 귀속 여부를 결정하고자 하기 때문이다.

인명과 땅 둘 다 지킬 수는 없다는 젤렌스키의 토로

6대 쟁점중 나치제거는 일단 표적이 된 아조프부대 등등이 주로 남부 마리우폴에 포위되어 있기 때문에 러시아는 차제에 협상이 아니라 무력으로 ‘갈아버릴’ 공산이 크다. 그렇다고 우크라이나 서부 루이우를 본거로 하는 우크라이나 민족주의가 소멸되진 않을 것이다.

역시 최고의 쟁점은 돈바스다. 이 돈바스문제는 이미 2015년 독ㆍ불이 중재한 민스크협정에서 자치보장을 합의한 바 있다. 이를 무시한 것은 우크다. 개전직전 러시아는 루한스크, 도네츠크를 독립공화국으로 승인했다. 완전 독립후 러시아 연방에 가입하는 것이 고려될 수 있다. 

지금까지의 협상상황과 앞서 말한 전황을 교차대조해 보면 교전이 가일층 격렬해 지는 이유를 어렵지 않게 추론해 볼 수 있는 것이다. 러시아는 돈바스를 비롯한 남부전역을 군사력으로 도모함으로써 돈바스문제를 항구적으로 정리하고 이를 평화협정을 통해 마무리 짓겠다는 것이다. 나아가 나머지 점령지를 반환할 것인지 그리고 실제 ‘한반도 시나리오’까지 갈 것인지도 여전히 열린 문제다. 반면 우크라이나 입장에선 가뜩이나 굴욕적일 지도 모를 지금까지의 합의도 그렇지만 여기에 영토문제에서도 완벽히 제압당한다면 정권의 미래도 장담하기 어렵다. 지난 3월 27일자 젤렌스키와 <이코노미스트>인터뷰에서 그가 ‘국민의 생명도 지키고 땅도 지키고 다 할 수는 없다’. ‘땅은 그저 영역( just territory)일 뿐’이라고 토로하는 것은 매우 주목할 만하다. 곧 국민의 생명을 지키는 것이 승리아니냐는 말이다.

사진:셔터스톡

600~1000명으로 구성된 60개 부대 배치 

그렇다면 이제 우크라이나 전쟁의 성격을 좀 더 명확히 하고 또 그 원인은 무엇이며 향후 전망은 어떤 지에 대해 얘기해 보자. 개전초기부터 나는 이 전쟁이 고전적 전면전, 적지 곧 적영토전부의 점령을 동반한 적의 완전 섬멸을 목적으로 하는 최대주의적인 것이 아니라, 설정된 정치적 목적달성을 위한 또 조건에 따라 목표 상향을 배제하지 않는 “제한전(limited war)”이라는 견해를 표명해 왔다. 그래서 이런 견해는 미영계 언론과 국제뉴스에 관한 한 미영에 거의 종속되다시피 한 국내 언론과는 상당한 시각차가 날 수 밖에 없다. 그래서 푸틴이 미쳤다고 할 때도, 러시아 군이 전멸되었다고 할 때도, 러시아가 참패했다고 할 때도, 키에프 점령이 실패했다고 할 때도 이건 아니다라고 보고 있었다.

이 번 전쟁의 본질을 살펴봄에 있어 저 클라우제비츠의 전쟁사상을 출발점으로 삼는 것은 상당한 분석상의 장점을 담보한다고 나는 강조하고 싶다. 즉 전쟁은 수단일 뿐이다. 전전, 전중, 전후 모두에서 정치적 교섭은 어떤 선으로 이어져 계속되는 것이고, 전쟁은 외교 즉 펜이 하던 것을 총이 대신하는 것일 뿐이다. 한마디로 전쟁이란 다른 수단에 의한 정치의 계속이다. 그래서 전쟁은 정치에서 기원해 정치적 목적에 종속되는 현상이다. 

전쟁이 수단인 한 그 수단과 정치적 목표는 합목적적 비례관계를 갖는 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즉 우크라이나 전쟁이 특정한 정치적 목적을 위한 제한전이라는 나의 견해를 지지하는 강력한 근거중 하나를 미 육군 제병협동센터FMSO 연구보고서에서 찾을 수 있었다.(방종관, “미군도 못해본 파격…지역분쟁 딱 맞춘 ‘푸틴 대대전술단’ 위력”, <중앙일보> 2022년 2월 15일자) 이번 전쟁에서 러시아 육군의 모든 작전은 이른바 대대전술단 BTC, Battalion Tactical Group에 기반 수행되었다. 그런데 이 대대전술단은 “강대국간의 전면전쟁에 대비하는” 것이 아니라 “러시아의 영향권내에서 발생하는 지역분쟁에 최적화된 부대편성”이라는 것이다. 약 600-1000명으로 구성된 약 60개의 대대전술단이 개전 전 국경지역에 배치된 것이 확인되는데,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와의 전면전쟁이 아니라 일종의 지역분쟁 개입이 목적이었던 것이다. 러시아가 한사코 이 전쟁을 특별군사작전이라고 부른 이유도 이와 연관된다. 사단, 여단규모 제병협동작전이었다면 전쟁 양상은 또 달랐을 것이다. 또 러시아의 전략자산의 본격 투사도 일어나지 않은 이유이기도 하다.

반소 냉전 설계자 “나토 확장은 미국의 치명적 실책

우크라이나를 둘러싼 정치적 교섭의 인과의 선을 따라가면 만나게 되는 우크라이나 전쟁의 기원은 1989년 독일통일이다. “동쪽으로 단 일인치도(Not one inch eastward)!” 이 유명한 표현은 1990년 미 국무장관 베이커가 고르바초프 소련 서기장에게 한 약속이었다. 독일이 재통일되더라도 나토는 “단 일 인치”도 움직이지 않을 것이라고 말이다. 하지만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 냉전 종식후 바르샤바 조약기구는 해체되었지만 나토는 남았다. 미국은 이후 일억 인치 동진했다 (독일 뮌헨에서 우크 동쪽 끝까지 일억 인치 곧 2천km가 넘는다). 지난 달 하순 폴란드를 방문한 뒤 바이든이 말했다. “단 일 인치도 나토 영토로 이동한다고 생각도 하지마라. 바라건대 푸틴이 권력을 유지해서는 안 된다”.

소련 붕괴이후 30년의 미러 관계사를 이 자리에서 복기하는 건 불가능하고 의미도 없다. 그런데 여기서 1997년 2월 5일자 당시 90세가 넘은 조지 케넌의 <뉴욕타임즈> 칼럼이 재소환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하다. 조지 케넌이 누구인가. 바로 반소 냉전의 설계자이다. 모든 현대외교사 수업 거의 첫 시간에 언급되는 그 케넌이 말한다. “나토확장은 탈냉전기 전체를 통틀어 미외교정책의 가장 치명적인 실책이 될 것이다. 그 결정은 러 민족주의, 반서구주의, 군사주의 경향에 불을 붙이고 러시아 민주정치 발전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며, 동서관계에 냉전 분위기를 조장하고, 러시아 외교정책을 결단코 우리가 원치 않는 방향으로 몰아 갈 것이다.” 우크라이나 전쟁은 이미 적어도 1997년 예측된 것이고 또 불가피한 것도 아니었다. 하지만 세계는 케넌의 예언대로 흘러갔다. 1997년 나토와 러시아가 <기본조약Founding Act>를 체결하며 동유럽 나토회원국에 핵무기와 군대주둔을 하지 않겠다고 했지만 이 또한 지켜지지 않았다. 

나토확장은 이후 단계적으로 진행되었다. 

1. 1999년 폴란드, 헝가리, 체코가 가입. 

2. 2004년 발틱3국, 슬로바키아, 루마니아, 불가리아 가입 

3. 미러관계에서 가장 중요한 전환점은 2008년 부카레스트 나토정상회의였다. 당시 나토-러 정상회담에서 푸틴은 폴란드, 체코에 미MD배치와 조지아와 우크라이나의 나토가입에 명확한 반대 의사를 표명한다. 러시아의 경고다. “조지아의 나토가입은 코카서스에서의 전쟁에 방아쇠를 당긴 것으로 간주될 것이다. 우크라이나의 나토가입은 러시아와의 분쟁을 조장하는 시도로 해석될 것이다.” 당시 부카레스트 정상회담은 양국의 나토가입을 환영하고, 다음 단계로 가입전 협의프로그램 MAP(Membership Action Plan)을 제안했다. 

탈냉전 30년 역시 또 다른 ‘30년 전쟁’기

하지만 우크라이나 내 여론은 나토가입을 지지하는 서우크라이나와 결사적으로 반대하는 동남 우크라이나로 확연히 양분되었다. 그리고 조지아에서의 사태전개는 마치 지금의 우크라이나 전쟁 전개의 거의 완벽한 축소판을 보는 듯하다. 조지아 나토가입시도, 러시아와 조지아의 접경지대에 있는 압바스와 남오세티아에 대한 조지아의 공격, 러시아의 양 공화국 독립 승인후 무력개입, 러시아-조지아 전쟁, 미국 조지아 지원, 조지아 항복, 휴전,    

나토동진은 전쟁의 구조적 원인에 해당된다. 여기에 좀 더 직접적인 원인으로는 러시아 입장에서 미CIA가 사주한 친미 쿠데타로 규정되는 2014년 이른바 유로마이단 운동과 그 이후의 장기간의 돈바스내전을 들 수 있다. 유로마이단은 우크라이나 네오나치의 공간을 활짝 열어 놓았다. 당시 미국의 지원은 나토주재 대사를 지냈고 현 바이든 행정부 국무부차관인 빅토리아 눌런드가 핵심고리역할을 했다 (위키리스크가 폭로한 눌런드의 통화내용에 따르면 50억 달러정도를 미국이 썼다고 한다). 눌런드는 유서깊은 미국 네오콘 집안의 며느리다. 그녀의 네오콘 남편 케이건은 소위 ‘리버럴 개입주의‘를 외치며 거의 네오콘이라 할 수 있는 힐러리 클린턴을 지지했다. 

냉전 45년은 물론이고 이후 탈냉전 30년 역시 또 다른 ‘30년 전쟁’기였다. 이 시기 고독한 초강국 미국외교는 1. 친미정권 강화 2. 반미정권 쿠데타 전복 (이른바 레짐체인지) 3.미군 군사개입, 이 공식을 정확하게 반복해 왔다. 대 우크라이나 정책도 이 공식이 그대로 적용된다. 공식 3만 빼고 말이다. 왜? 상대가 러시아이기 때문이다. 미국도 아직 못 가진 초음속 미사일과 핵으로 무장한 군사대국이기 때문이다.  

미, 민주화의 이름으로 우크라이나 네오나치의 ‘뒷배‘

전 세계를 통틀어 네오나치가 합법무장한 경우는 우크라이나가 유일하다. 특히 아조프부대는 지리멸렬한 우크라이나 군경을 대신해 사실상 미국이 조직한 우크라이나 국립경찰 상당부분을 차지했고 돈바스내전 과정에서 우크라이나군에 정식 편입, 우크라이나군의 정예부대가 된다. 우리 해방직후를 생각하면 된다. 미국으로선 적의 적은 친구란 이유로, 또 우크라이나 민주화 지원이란 구실로 이들 인종주의, 백인우월주의, 반유대주의를 표방하는 나치들의 뒷배가 된다. 이들 우크라이나 극우 민족주의 부대들이 돈바스 내전중 친러시아계 주민에 대한 각종 테러행위들은 국제적으로 전범논란을 야기시켰고 또 전쟁의 구실이 되었다. 흥미롭게도 푸틴은 바로 이번 주 TV연설에서 우크라이나군 안의 네오나치를 ‘독전대blocking detachments’라고 규정하고 우크라이나 정규군이 아니라 적이라고 강조하는 장면이 등장한다. 구 소비에트 군의 ‘정치위원’이나 우리 보안사를 연상해보면 되겠다. 지금의 젤렌스키 정권은 강한 민족주의 성향을 갖고 있다. 이 정권과 네오나치의 관계는 한마디로 규정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아무튼 젤렌스키의 스폰서였던 우크라이나 부패 올리가르히이자 유태계인 콜로모이스키가 동시에 아조프부대의 돈 줄이었다는 점은 지적해 두자. 오래전부터 우크라이나 네오나치를 면밀히 관찰해 온 이스라엘이 이번 전쟁에서 대러 제재에 참여하지 않는 것도 아울러 눈여겨 볼 대목이다.

‘정치군사적 양극, 경제적 다극+‘으로

일찍이 역사가 홉스봄은 20세기를 일종의 3부작, 즉 1914-1945 파국, 1945-1972 냉전, 1972-1989 불확실성으로, ‘단기’ 20세기 혹은 ‘극단의 시대’로 파악한 바 있다. 그렇다면 사회주의 붕괴이후 즉 1989이후- 2022년 오늘까지의  세계사를 어떻게 볼 것인가. 

1914-1945 ‘30년 전쟁’과 비교해 지난 30년은 지배적인 앵글로색슨의 리버럴 단극체제unipolarity에 대한 이슬람권의 식민지 이후(post-colonial) 시대적 도전이 주된 측면이었고, 단극체제와 중러의 경쟁적 공동통치(condominium)이 보조축이었다고 나는 본다.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의 세계체제의 재구조화 경향으로 보자면 중러간의 반(反) 또는 비 (非) 리버럴 세력간의  잠재적인 전략적 제휴가 어느 정도의 불신이 있긴 하지만 대체로 같은 길을 걷는 미·EU 대서양동맹에 정식 도전장을 낸 것으로 볼 수 있다. 리버럴 세계질서는 이제 지금까지의 ‘정치군사적 단극, 경제적 다극’에서 ‘정치군사적 양극, 경제적 다극+’로 형태변경을 요구받게 되었다. 이 체제를 그저 신냉전이라고 구분하는 것은 이미 1980년대에 등장한 신냉전과 구분해야 한다는 점에서 충분치 않지만, 더 나은 개념규정이 나올 때 까지 ‘냉전Cold War II’로 만족할 수밖에 없어 보인다. 

이 흐름이 정치군사적 양극체제로 자리 잡을지, 즉 미 대 중+러시아간 집단안보체제의 대결이 구조화 될지 여부도 여기에 인도변수까지 산입할 경우 구도는 더욱 혼잡해 진다. 엄격히 말해 이 체제는 러시아가 원해서라기보다 리버럴 개입주의의 확장으로 인해 강제된 측면이 아울러 있기 때문이다. 중국과 러시아가 집단안보체제 형성까지 갈지의 여부도 아직은 불확실하다. 확실한 불확실성 외에 당분간 명확한 것은 없을 것이다. 대러 제재에 동참한 이른바 ‘서방the West’즉 한 묶음으로 통칭될 그런 것이 과연 있는 지도 의문이다. 미영과 비교해, 독일은 재빨리 재무장을 선언하면서 19세기 말부터 내려온 이른바 ‘중유럽 Mitteleuropa’라는 지정학적 공간을 재구상할 교두보를 확보하면서, 에너지의존으로 인한 전통적인 친러노선을 전면 폐기할 것인지 시험대에 올랐다. 대러 제재에 동참한 이른바 ‘서방(the West)’이라는 한 묶음으로 통칭될 그런 것이 과연 있는지도 의문이다. 미영과 비교해, 독일은 재빨리 재무장을 선언하면서 19세기 말부터 내려온 이른바 ‘중유럽(Mitteleuropa)’이라는 지정학적 공간을 재구상할 교두보를 확보하면서, 에너지 의존으로 인한 전통적인 친러노선을 전면 폐기할 것인지 시험대에 올랐다. 프랑스는 전쟁 중개를 통해 더 많은 역내 공간을 확보하고자 하겠지만 대개 실리에 약한 프랑스외교의 특성상 그 성공여부는 장담하기 어렵다. 기타 유럽 강소, 약소국은 지역 안정과 조기종전에 우선 관심이 있다. 

한국 대응은 어설프고 아마추어스러워

개전과 더불어 미국의 외교전 역시 치열하다. 하지만 그 성과는 다른 문제다. 이른바 ‘서방’이 속을 들여다 보면 각개의 산법이 서로 다르듯이 비서방은 훨씬 더 다양하다. 중국이 대러 성토에 나서지 않는다고 성토하는 미국 외교는 다소 안쓰럽고 블랙 유머같은 얘기다. 러시아를 향한 중국의 우호중립은 전략적 판단으로 보인다. 인도를 쿼드로 묶어 반중견제전선을 구축하는 것이 미국의 인태전략의 축 가운데 하나지만, 굳이 인도가 대러제재까지 거들 필요는 없다. 실리중립이다. 브릭스의 또 다른 국가인 브라질도 마찬가지다. 대러 제재전선에서 중독국가군이 보이는 스탠스도 흥미롭다. 사우디가 움직이지 않고, 국제사회에서 한국과 더불어 ‘무조건’ 미국편인 이스라엘의 태도는 또 무언가. 전략적 중립으로 본다. 터키는 사우디를 견제하면서 역내 주도권을 겨누고 있기 때문에 미국이 통제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국제사회의 다양한 대러 지형도를 놓고 보면, 한국의 대응은 참으로 어설프고 아마추어스럽다. 전황에 대한 객관적 판세 분석, 국제사회의 흐름, 남북관계, 대중, 대러 관계에 대한 종합적 분석은 간데 없고, 차기 대통령이 전화부터 돌리고, 국회는 젤렌스키의 티셔츠 화상연설에 자리를 만들었다. 상황의 불확실성이 전혀 제거되지 않은 마당에 먼저 고개 드는 쪽이 유리할 일 없다. 당장 국적항공기의 러시아 영공 통과가 금지되면서 애꿎게 국민들만 피해보고 있지 않은가.    

사진:셔터스톡

미·EU 제재 통한 우크라이나 분쟁 종식 가능성 낮아

우크라이나 전쟁의 중장기화 전망과 관련해 역시 중요한 것은 경제전이다. 2020년 기준 우크라이나의 GDP규모는 1,556억 달러로 인접 루마니아의 2,487억 달러에도 훨씬 못 미친다. 또 일인당 GDP는 3,727달러 정도로 벨라루스의 6,411달러에 한 참 뒤처진다. 반면 러시아의 경우 같은 기간 GDP 1조5천억 달러, 일인당 GDP는 10,126달러를 기록하고 있다 (한국은 동기간 GDP 1조6천억 달러, 일인당 GDP 31,489달러) 특히 러시아는 오일머니 유입으로 급성장하는 나라다. 그리 보면 우크라이나는 경제규모로 러시아의 1/10이며, 일인당 GDP는 유럽에서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여기에 오랜 내전과 특히 이 번 한 달간의 전쟁으로 GDP의 –20%가 예상되기도 하고, 러시아의 통신, 도로, 항만등 사회 기반 시설 집중폭격으로 산업생산은 거의 중단된 상태다. 양적 지표만으로만 볼 때 더 이상의 전쟁은 무의미하다. 그리고 중장기전으로 갈수록 절대 불리하다.   

대러 경제제재 일환으로 국제결제시스템 스위프트(SWIFT)에서 러를 퇴출했다. 하지만 미·EU의 장기제재 대비차원에서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침공 이전부터 미·EU농산물수입을 금지했고 이러한 보호무역주의의 결과 러 농산물 수출이 천연가스를 뛰어 넘는 300억 달러로 성장하는 역설이 등장했다. 미주도 국제금융시스템에 대응하기 위해 미국채를 대량 매각, 대신 중국 국채를 사들이고 있고 자국 통화를 방어하기 위해 GDP 1/3에 해당되는 준비금을 축적했다. 스위프트 퇴출에 대비해 자체 금융결제망SPFS과 국내결제용 은행카드 Mir를 러시아 국민 87%에게 발급했다. 그리고 중러간 무역의 달러화결제 비중을 꾸준히 감축시켜 왔고 23개 러시아 은행은 위안화국제결제시스템 CIPS에 연결했다. 하지만 이 모든 것에도 불구하고 아직은 SWIFT에 대항할 수준이 아님은 자명하다. 중요한 것은 1차 대전이후 국제연맹시절에 도입된 국제제재가 특히 강대국이 관련된 국제분쟁을 해결할 유의미한 수단이 된 적은 한 번도 없다는 점이다. 미·EU의 제재를 통한 우크라이나 분쟁 종식가능성도 마찬가지다. 제재중독에 대응해 러시아가 어느 정도 내성을 키워왔고 특히 중국이 우호중립노선을 포기하지 않는 한 이 번의 경제제재가 성공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말이다. 오히려 제재의 수단으로 달러화가 남용되면서 기축통화로서의 달러에 대한 크레딧이 훼손되어 ‘탈달러화’ 경향을 가속시킬 우려가 제기된다는 점이다. 달러의 유일독점적 지위는 힘의 과도한 투사로 인해 오히려 부메랑을 맞을 수 있고 이로 인해 경제다극화경향이 강화될 수 있다는 말이다. 

파란약의 파란세계, 빨간약의 빨간세계

향후 새로운 구조가 임베딩(embedding)되는 그 기간동안 달러주도 신자유주의 세계화에 편승 급속히 ‘선진국’에 진입한 한국의 정치경제도 마찬가지. 불가피하게 구조변경을 해야만 할 것이다. 기존의 외교 역시 마찬가지다.

요컨대 우크라이나 전쟁이후 세계질서는 동시에 포스트 테러와의 전쟁 질서를 의미하는 것으로, 미국의 리버럴 헤게모니에 대항한 중국과 러시아의 전략적 경쟁시기로 짚어 볼 만하다. 이 새로운 불확실성의 시대는 상당 기간의 불안정과 조정기를 경과할 수밖에 없어 보인다. 

그렇다면 이제 마지막으로 다시 처음 매트릭스의 세계로 돌아가 보자. 파란약을 먹고사는 파란 세계와 빨간약을 먹고 사는 빨간 세계 말이다. 우리 언론은 빨간 세계의 고단함을 위해 파란세계의 아늑함을 포기할 생각이 없어 보인다. 눈이 좁은 탓인지 서방의 수많은 언론인이 전쟁현장에서 소식을 전하는 동안 나는 단 한명의 한국 언론인도 현장에 있는 것을 본 적이 없다. 그저 주로 미영이 흘려주는 뉴스를 베꼈을 뿐이다. 이른바 서방 언론이 제조, 공급한 일방적 이미지와 논조에 가스라이팅된 도덕적 흥분만을 보탰을 뿐이다. 파란약의 약효가 떨어 질 때쯤이면, 언더도기즘underdogism에서 비롯된 ‘약자편’이라는 도덕적 자족감에다 ‘침략은 나쁜 거야’식 위약효과를 혼입해 왔다. 진보 언론이라고 다를 바 없다. 사실상 자신들의 대리전쟁을 치루는 우크라이나를 위해 글로벌 선전전을 맹렬히 전개하는 미영 언론의 조직적 오보와 오리엔탈리즘에 자발적으로 귀순한 게으름에 있어서 말이다. 또 최소한의 검증도 포기한 것 말이다.


글쓴이 이해영은
서울대학교 외교학과 및 동 대학원을 마친 뒤 독일(당시로선 서독) 마부룩(Marburg) 대학교에서 철학박사(Dr.Phil.) 학위를 받았다. 주된 연구 영역은 서양정치사상과 국제정치경제다. 대학에선 마키아벨리, 그람시, 슈미트, 하버마스 등을 강의한다. 국제관계에서는 국제통상을 주되게 하면서 한미관계도 연구하고 있다. 최근에는 오리엔탈리즘과 지정학에 각별한 관심을 갖고 연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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