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경제과 관련 기술의 발전은 산업 경제 뿐만 아니라 우리 생활 전반에 걸쳐 혁명적인 변화를 가져올 전망이다. 중심을 잃고 변화의 흐름에 휩쓸리지 않으려면 무엇보다 정부 차원의 준비가 필요하다. 디지털 경제의 영토를 선점하기 위한 국제 사회의 경쟁은 갈수록 격화되고 있다.  미국과 중국이 상당 부분 분점하고 있는 영역에 후발주자로 뛰어드는 우리나라의 경우 정부가 컨트롤 타워의 역할을 잘 수행해야 한다. ‘먼저 울타리를 치는 자’가 모든 것을 독점하는 디지털 세계에서 디지털 강국이 되려면 어떤 경로를 따라가야 하는지 안유화 교수가 로드맵을 제시한다. ‘디지털 자산 글로벌 선도국 KOREA 실현’ 정책포럼에서 발표된 내용을 재정리했다. [편집자 주]

✔ 데이터는 19세기의 석탄, 20세기의 석유처럼 21세기 산업경제의 원천적 자원

✔ IT 강국 한국도 옛 말, 디지털 경제는 이미 미국과 중국이 장악중

✔ 메타버스 산업의 핵심 키워드. NFT, 블록체인, 암호화폐

✔ 국제적 인재 유치, 제도적인 인프라 확충, 전담 기관 설립이 절실

 

사진:셔터스톡

토지, 노동, 기술, 자본과 더불어 생산 요소가 된 데이터

명실상부한 디지털 시대가 도래했다. 데이터가 생산 요소가 되는 시대다. 일반적인 생산 요소는 토지, 노동, 자본, 기술인데 거기에 데이터가 더해지는 것이다. 인터넷 3.0, 빅데이터, A.I, 5G, 3D, 블록체인 등, 그간 인류가 축적해 온 기술이 폭발적으로 발전하고 또 서로 융합하고 있다. 이런 기술의 시대에는 과거에는 꿈꾸기만 하고 실현할 수 없었던 일이 현실화된다. 우리의 미래는 디지털에 기반하게 된다.

기술의 변화는 산업의 변화를 이끌어 낸다. 모든 산업이 기술적 생산 요소들과 결합되면서 디지털 산업으로 변모하고 디지털 경제가 구축된다. 산업이 변하면 일자리 또한 큰 변화를 겪는다.  전통 산업에서 일자리가 사라지고 새로운 신기술을 통해 일자리가 창출된다. 기득권을 갖고 있는 전통 산업은 이런 발전을 거부하고 저항한다. 디지털 산업과 디지털 경제를 선도적으로 구축하려면 국가 차원에서 그런 저항을 다스리고 미래 비전을 제시할 기구가 필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기득권 세력의 저항으로 인해 신기술이 무너진다. 그런 사례가 이미 많이 등장하고 있다.

국경 없는 디지털 시장, 선점하는 자가 곧 강자

한국은 디지털 자산 강국이 되어야 한다. 여기에는 특별한 의미가 있다. 한국의 영토는 좁다. 그런데 디지털 세상은 그 자체가 국경이 없는 국제시장이다. 먼저 장악하는 자가 선을 그으면 거기까지 다 자신의 영토가 된다. 제한된 영토를 가졌고, 수출과 수입 모두 해외 의존도가 매우 높은 한국이기에 국제시장으로 빨리 가서 기술 선도국가가 되어야 한다.

현재 글로벌 디지털 시장은 매우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가상시장이 2,600조원 규모라고 하는데 IPO 시장보다 훨씬 더 크다. 기술 혁신 스타트업 기업들이 자금조달을 위해 IPO를 하는 것보다 ICO를 하는 것이 덧 용이하게 되는 것이다.  한국은 엔젤투자가 부족하고 벤처 투자 생태계가 부실하다. 가상시장이 커지면 관련 스타트업 기업들이 매우 쉽게 융자를 받으면서 기술 혁신을 선도적으로 할 수 있고, 또 그 자체가 국제시장이기 때문에 글로벌 경쟁력도 빠르게 키울 수 있다. 결과적으로 더 많은 엔젤투자, 벤처투자가 일어나는 선순환이 만들어진다.

메신저를 예로 들어보자. 카카오톡은 사용처가 한국으로 제한되어있지만 라인은 전체 일본과 동남아 다수 지역에서 쓰이고 있다. 가상 세계에서는 사실상 라인이 일본 영토를 장악하고 있는 것이다. 라인이 플랫폼을 통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일본과 동남아에서 다 할 수 있다는 의미다. 제페토의 경우 현재 2억 5천만 명의 유저가 있는데 한국 인구 5천만 명의 5배다. 제페토의 가상세계 영토가 대한민국보다 훨씬 더 크다고 볼 수 있다.

디지털 경제는 미국과 중국이 이미 장악중

앞으로는 디지털 경제의 격차가 국가 간 부의 격차를 결정하게 된다. 디지털 경제는 미국과 중국이 선도하고 있다. 놀랍게도 전 세계 플랫폼의 90% 이상을 미국과 중국이 장악했다. IoT,  블록체인, 3D 등등 거의 모든 기술 영역에서 70% 이상을 미국과 중국이 차지하고 있다..

메타버스도 예외가 아니다. 한.중.미.일 4개국을 비교하면 역시 미국이 이념의 개척자이자 선도 국가고, 중국은 방대한 시장을 기반으로 신속한 상용화가 가능하기 때문에 강한 경쟁력을 가졌다. 그에 비해 한국과 일본은 많이 뒤쳐졌지만 아직은 초기 단계이기 때문에 앞으로 치고 나갈 기회가 여전히 많다.

인터넷 기술 차원으로는 PC 시대와 모바일 인터넷 시대를 거쳐 이른바 인터넷3.0이라고 하는 메타버스 시대가 도래했다. 인터넷 시대가 크게 바뀌면서 디바이스 개념 또한 변하고 있다. PC시대의 디바이스는 PC였고, 모바일 시대에는 스마트폰이었다. 그런데 메타버스 시대에는 디바이스가 꼭 스마트폰에 국한되지 않는다. 자동차, 스마트워치, VR기기가 다 메타버스 디바이스가 될 수 있다. 앞으로 모든 사물이 연결되면서 새로운 빅테크 기업과 플랫폼 기업이 등장하게 된다. 5G, 6G로 발전하면서 누가 먼저 디지털 생태계를 장악하느냐에 따라 지금의 구글과 아마존의 자리를 차지하게 될 것이다.

이미지:셔터스톡

디지털 경제 강국이 되기 위한 전제 조건, 한국은 더이상 IT강국이 아니다

메타버스 산업생태계에는 인프라 기술, 디바이스 플랫폼, 콘텐츠 인터페이스가 유기적으로 연결된다. 가장 토대가 되는 것은 인프라 기술이다. 4차 산업 기술 영역 대부분을 포괄한다. 특히 NFT, 블록체인, 암호화폐가 중요하다. 가까운 미래에 실물 세계와 가상 세계를 연결해 주는 디바이스 플랫폼 산업이 급속히 성장할 전망이다. 한국의 스타트업 기업들이 선도적으로 치고 나가야 할 분야다.

한국이 앞으로 디지털 경제 강국이 되려면 3가지 부문이 동시에 발전해야 한다. 우선 하드웨어 쪽에서 선도 기업이 나와야 한다. 스마트폰은 삼성전자 같은 글로벌 기업이 있는데 VR, AR, 전기자동차, 자율자동차 등에서도 세계적인 선도 기업이 출현해야 한다. 그 다음은 디지털 플랫폼 생태계다. 현재 네이버 같은 기업이 잘하고 있지만 더 커지지 않으면 안 된다. 마지막으로 실물 경제의 결합이다. 실물 경제가 모두 디지털 경제로 옮겨가는 상황이니 전통 산업도 변해야 한다. 디지털이라는 새로운 옷을 입고, 보유한 자산을 모두 디지털 자산으로 바꿔 나가야만 한다.

향후 한국이 디지털 경제를 선도하려면 다음 3가지 파워를 키울 필요가 있다. 데이터 파워, 클라우드 컴퓨팅 파워, 알고리즘 파워가 그것이다. 인슈어테크 보험 산업의 경우, 앞으로는 보험회사가 아니라 자신이 자신에게 맞는 보험을 직접 설계하는 개념이 된다. 고객 맞춤형 보험이 되려면 해당 고객의 데이터를 확보해야 한다. 빅데이터가 그래서 있어야 하고, 클라우드 컴퓨팅과 알고리즘을 통해서 고객 맞춤형으로 변해야 된다.

한국은 과거에는 IT 강국이었으나 미래 4차 기술 영역, 위에서 언급한 인프라 기술 영역에서는 순위가 매우 뒤처졌다. 글로벌 AI 인덱스에 따르면 8위에 랭크되었다. 뿐만 아니라 관련 인재의 숫자도 OECD 국가 중 최하위 수준이다. 특히 자율주행 자동차 분야에는 기술 인재가 거의 없다. 이런 상황이라면 앞으로 나가기 어렵다. 기술 인재와 인프라가 없는데 국가적 비전도 없고, 기업들도 변화를 주저하면 우리의 미래는 없다고 하겠다.

중고차 매매와 부동산 거래로 이해하는 디지털 경제 개념

사진:셔터스톡

어떤 형태의 디지털 경제가 도래하는지를 알려면 앞으로의 디지털 거래 방식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이더리움 창시자 비탈릭 부테린이 왜 이더리움을 만들었는 가를 가상의 중고차 매매를 통해서 알아보자. A가 자기 중고차를 B에게 팔고자 한다. 그런데 일반적인 중고차 거래 플랫폼을 이용하지 않고 둘 사이에 P2P 거래가 이뤄진다. 이 중고차 매매는 두 사람이 모두 거래하는 블록체인의 스마트 계약으로 기록된다. 그것을 모든 노드가 인정해준다. 그 과정에서 거래의 대상이 된 중고차가 진짜로 A의 소유인지, B가 지불 대금이 실제로 있는지 확인해준다. 2가지 조건이 다 yes면 자동으로 스마트 계약이 완료된다. 그럼 B가 A로부터 자동차만 전달받으면 자기 차가 된다. 포인트는 이 거래에 어떤 중간 플랫폼도 필요하지 않다는 점이다. 현실에서 중고차를 구매하려면 은행 계좌로 돈을 이체하든지 신용카드를 이용해야 하는데 그럴 필요가 없다.

또 다른 예는 부동산 거래다. 지금은 매도인과 매수인이 부동산 중개사 앞에서 매매계약서에 사인하고 공증받는다. 그것을 등기소에 등록하면 정부 데이터베이스에 기록된다. 그런데 블록체인을 이용하면 중개소가 필요 없다. 거래는 블록체인에 기록되고, 은행 계좌 대신 디지털 계좌를 통해 대금이 오고간다. 그러니까 앞으로 정부가 모든 부동산 거래를 디지털화하려면 블록체인을 정부가 콘트롤해야 한다.

디지털 경제는 전통적인 은행 계좌가 아닌 디지털 계좌에 기반해야 한다. 은행 계좌를 통해서는 디지털 경제가 돌아가지 않는다. 스마트 거래를 할 수 없고 디지털 자산을 담보로 금융을 일으킬 수 없다. 디지털 경제를 구축하려면 개인 간의 거래(P2P), 기업과 정부의 거래(B2G), 기업과 개인의 거래(B2C), 그리고 정부와 정부 부처 간의 거래 다 디지털화해야 한다. 지금은 기업(B)과 정부(G)는 디지털화 되지 않은 채 개인(C)들만 디지털 소비와 거래를 하는 상황이다. 그러니까 정부가 디지털 생태계 안에 들어와줘야 한다.

앞으로 기업은 디지털화, 스마트화, 모바일화, 자동화가 되고 모든 실물 자산은 디지털 자산이 되는 디지털 경제가 형성된다. 디지털 자산을 기반으로 디지털 금융이 형성된다. 모든 실물 자산이 디지털 자산 형태가 되면 스마트 계약을 통해 자동으로 P2B, B2B, B2G, G2G 거래가 가능하도록 금융 시스템이 구축되어야 한다. 그것이 디지털 자산 개념이고 디지털 자산 금융 체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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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NFT 블록체인 기반 탄소배출 거래소 작동 방식을 가지고 정부가 어떤 시스템을 만들어야 하는지 설명하겠다. 이것은 정부 사업이기 때문에 G가 들어와야 하는 대표적인 디지털 자산 사례다. 탄소 배출권은 환경부가 인증하기 때문이다. 어떤 친환경 기업이 탄소 배출권을 발행하고 그것을 구매하고자 하는 또 다른 기업이 있다고 치자. 일단 양자 간에 B2B 거래가 가능해야 한다. 또한 NFT 디지털 탄소 배출권 발행이 가능해야 하고 전자 인증도 되어야 한다. 이 탄소 배출권 NFT을 산 기업은 필요한 경우 그것을 담보로 대출도 받을 수 있어야 하고 파생 상품 발행도 가능해야 한다. 이런 시스템이 작동하려면 그 안에서 신원 인증 기반의 블록체인, 디지털 통화 결제 시스템, 기업과 정부 간의 양방향 인증, P2B 거래가 가능해야 한다. 예시를 통해 다시 한 번 정리하면 이런 시스템이 구축되어야 디지털 사회, 디지털 경제, 디지털 자산 시스템이 만들어지고 종국에는 디지털 강국이 될 수 있다.

디지털 강국으로 가는 길: 국제적 인재 유치, 제도적 인프라 확충, 강력한 전담 기관 설립

디지털 경제 강국이 되고자 모든 선진국이 역동적인 준비를 하고 있다. 미국과 중국은 물론 유럽 국가들도 빠르게 앞으로 나가는 중이다. 한국은 어떻게 해야 하는가? 일차적인 목표는 디지털 강국이 되는 것이다. 특히 디지털 자산 표준 플랫폼 강국이 되어야 한다. 디지털 표준을 선도적으로 만드는 나라가 되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첫째, 국제적 인재를 유치해야 한다. 이민국을 설치해서 종교, 민족, 인종, 성별을 불문하고 외국 인재를 유치하자. 한국의 자체 인재만으로는 너무 부족하다. 둘째, 제도적 측면에서는 우리가 인프라를 만들고, 전문가를 육성하고 기술개발을 선도적으로 하되 그것이 국제 표준에 맞춰져서 국제시장 진입이 용이하도록 설계해야 한다. 셋째, 정부는 벤처 투자 환경을 만들고, 무엇보다 국가적 비전을 가진 전담 기관을 반드시 설치해야 한다. 이 기관은 이해관계가 얽힌 부처 간의 알력을 조정할 수 있게 훨씬 상위 기관이지 않으면 안 된다.


강연자 안유화는

중국 지린성 출신으로 옌벤 대학 교수를 거쳐 현재 성균관대 금융학과 교수로 있다. 주로 한중 양국 정부의 경제와 금융협력에 대한 연구와 자문 역할을 해왔으며, 주요 연구 분야는 국제금융, 기업 재무와 지배구조, IPO, M&A, PEF 등의 영역이다. 유튜브와 지상파 방송 등을 통해 중국 경제에 대해 생생한 강의를 많이 하기로 유명하다. 최근 가장 관심이 있는 분야는 디지털 경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