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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태 칼럼] 대전환을 겪는 자동차 산업, 세상을 어떻게 바꿀 것인가?

By | 2022년 1월 27일 | 미분류, 산업

이탈리아 제노바에서 1906년에 생산된 전기차 도라. (사진:셔터스톡)

가장 흔한 탈것인 자동차는 일상의 일부분이다. 그러다 보니 자동차 산업 자체가 가진 혁신성을 놓치기 쉽다. 자동차가 탄생할 무렵 지배적인 동력 기관은 증기기관이었다. 하지만 증기기관 자동차가 아니라 내연기관 자동차가 시장에서 승자가 되었다. 그 이유는 복합적이다. 내연기관 자동차 제조업체의 혜안과 전략이 있었을 뿐만 아니라 도시 간 도로망 같은 인프라가 적기에 구축되었고, 무엇보다 자동차 산업 발전에 대한 사회적 요구가 있었다. 자동차 산업은 사회적 변화의 산물이었고 동시에 사회적 변화를 광범위하게 이끌어냈다. 현재 자동차 산업은 새로운 변환을 꾀하고 있다. 변환의 폭과 깊이를 가늠하려면 자동차 산업 ‘내부자’의 말에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자동차 산업, 지금 무엇이 어떻게 변하고 있는가? 박근태 필자의 해설이다.  [편집자 주]

✔텍사스 유전, 고속도로 확충, 포드의 자동차 대중화가 맞물려 시장의 지배자가 된 내연 자동차

✔사회의 변화가 만들어내는 자동차 산업 패러다임 전환

✔피할 수 없는 자동차 산업 구조 변화, 사회는 어떤 방향으로 바뀌어야 하는가?

 

다양한 상호 작용으로 탄생한 자동차 산업

최초의 자동차는 어떤 차일까? 벤츠의 페이턴트 모터바겐? 벤츠의 페이턴트 모터바겐은 최초의 자동차가 아니라 최초의 실용적인 내연기관차일 뿐이다. 최초의 자동차도, 최초의 실용적인 자동차도 내연기관차가 아니라 증기자동차였다. 산업혁명의 동력기관이었던 증기기관을 이용한 증기자동차가 가장 먼저 등장한 것은 당연하지 않은가? 최근 주목받고 있는 전기자동차도 내연기관차보다 먼저 등장했다. 그런데 왜 벤츠의 페이턴트 모터바겐이 최초의 (실용적인) 자동차로 알려졌을까? 경쟁에서 내연기관차가 승리해 자동차산업의 지배자가 되었기 때문이다. 자동차산업에서도 승자 위주로 역사가 쓰인 것이다.

그럼 왜 가장 나중에 등장한 내연기관차가 경쟁에서 승리했을까? 성능이 뛰어나서? 아니다. 사회 환경과 기술 발전, 행위자들의 경합이 상호작용한 결과이다. 자동차의 대중화(motorization)가 가장 먼저 진행된 미국을 사례로 살펴보자.

1901년 텍사스에서 거대한 유전이 발견되어 휘발유가 획기적으로 싸졌고, 구하기도 쉬워졌다. 이후 휘발유 차의 급유 편의가 향상되면서, 운용 비용 또한 내려갔다. 1920년대까지 미국의 도시 간 도로 연결 시스템이 개선되었는데 긴 운행 거리와 더 빠른 속도, 급유 인프라를 갖춘 내연기관차에 유리한 환경이 조성되었다. 전기 시동 장치(electric starter) 등 기술 발전으로 시동이 어려운 내연기관차의 단점 또한 보완되었다. 이런 상황에서 포드는 경량, 견고함, 단순성과 파워를 갖춘 성능이 우수하고 저렴한 자동차를 대량 생산해 대중용 차 시장을 개척했다.

포드는 어떻게 자동차를 대량으로 생산할 수 있었을까? 컨베이어 시스템을 도입해서? 아니다. 모델 T가 대량으로 판매되었기 때문이다. 모델 T는 왜 대량으로 판매되었을까? 성능이 소비자의 기대를 충족했고 가격이 저렴했기 때문이다. 자동차가 부자들만의 사치품이던 시절에 포드가 우수한 성능의 저렴한 차를 만든 것은 대중을 위한 차를 만들겠다는 신념이 있었기 때문이다. 포드는 대중을 위한 다목적 교통수단이라는 새로운 가치를 제시했고, 그것을 실현하기 위해 제품 혁신과 생산 혁신을 이뤘다. 현대적인 자동차산업이 성립된 바탕이었다.

자동차산업에서 창출한 대량생산시스템과 노동방식은 다른 산업으로 확산되었다. ‘대량 생산, 대량 소비’는 현대사회의 지배적인 규범, 대표적인 축적 양식으로 점차 자리잡았다. 자동차산업은 현대의 경제•사회•문화 전반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대변혁을 겪고 있는 자동차 산업

시가 총액이 가장 큰 자동차기업은 어딜까? 그렇다. 테슬라다. 2021.10.25 기준 테슬라의 시총은 1조100억 달러로 도요타, 폭스바겐, GM, 포드, 피아트, 크라이슬러, 푸조(스텔란티스), 혼다, 닛산, 르노 등 미국 증시에 상장된 8개 자동차 업체의 시가총액 합인 7,042억 달러보다 43% 높다. 도요타는 지난해 미국 시장에서 총 233만2천대를 판매해 GM(221만8천대)을 앞질렀다. 오랫동안 세계 1위 자동차기업이었던 GM이 이제 본국에서도 2등으로 전락했다. 올해 초 CES에 직접 참석한 현대차그룹 정의선 회장은 자동차가 아니라 로봇과 함께 등장했다.

왜 이런 변화가 일어나고 있을까? 현실판 아이언 맨 일론 머스크 때문에? 아니면 이른바 ‘4차 산업혁명’ 때문에? 자동차산업에서 근본적인 전환이 진행되는 이유는 현재의 체제가 더 이상 지속 가능하지 않기 때문이다.

전문가들도 실시간으로 동향을 추적하기 벅찰 만큼 빠르고 깊고 다양하게 진행되고 있는 변화의 핵심은 사회 변화와 기술 변화, 행위자들의 경쟁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자동차산업의 패러다임 전환’이다. 자동차산업의 전환에는 사회의 변화가 전제되어 있다. 기후 위기에 대한 우려가 고조되면서 친환경성이 강조된다. 자동차 배기가스 규제는 갈수록 강화되며 더 나아가 내연기관차의 판매를 제한하고 전기자동차 판매를 장려하는 국가가 늘어가고 있다. “대량 생산, 대량 소비”는 이제 한계에 봉착했다. 거대 도시로 인구가 집중되고, 소득 구조가 악화되고, 공유경제가 확산되면서 자동차에 대한 개념 자체가 변하고 있다.

디지털화가 확산되면서 만들어진 기술 환경의 변화, 2차 전지 기술과 정보통신기술 등의 발달은 자동차산업의 제품과 생산시스템의 변화를 촉진하고 있다. 이런 사회 변화와 기술 변화에 대응하면서 자동차산업의 주도권을 유지/쟁취하려는 각국 정부의 산업정책과 자동차기업들 간의 치열한 경쟁이 맞물리면서 현재의 변화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자동차 산업 패러다임 전환, 무엇이 어떻게 바뀌는가?

첫째, 산업의 패러다임이 변한다는 것은 산업생태계가 근본적으로 바뀌는 것이다. 산업의 가치 제안(Values Proposition)과 지배 제품, 생산시스템, 그리고 경쟁력의 원천이 달라진다는 뜻이기도 하다. 자동차회사의 가치 제안은 만족스러운 자동차라는 제품을 제공하는 것에서 소비자를 만족시키는 이동 서비스 (MaaS: Mobility as a Service)를 제공하는 것으로 발전하고 있다. 이에 따라 사업 모델(Business Model) 혁신도 추구되고 있다. 이제 경쟁력의 원천은 제품과 제조 능력이 아니라 서비스 플랫폼과 운영 능력으로 확장되어 갈 것이다.

둘째, 제품 관점에서 자동차산업 패러다임 전환은 이전과는 근본적으로 다른 제품이 주류가 된다. 이러한 변화는 흔히 CASE(Connected, Autonomous, Shared, Electric)로 요약되는데, 동시에 진행되고 있지만 각 차원의 진행 속도에는 차이가 있으며 전동화가 가장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다. 자동차의 주류가 내연기관차에서 전기자동차로 변화하고 있으며, 나아가 스마트폰처럼 소프트웨어에 의해 구동되고 차별화되는 ‘소프트웨어 정의 차량(Software-Defined Vehicle: 이하 SDV)’으로 진화하는 중이다.

셋째, 제품 혁신과 기술 발전은 생산시스템의 진화를 촉진하는데, 지금의 진화는 노동이 아니라 기술을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다. 그리고 생산 시스템의 진화는 기술체계(technical system)를 변화시키고 있으나 아직 작업조직(work organization)에는 본질적인 변화가 없다.

넷째, 가치사슬(Value Chain)이 재구성되고 있다. 자동차가 지능화, 전동화, 경량화하면서 자동차산업은 전자 및 정보통신산업, 화학/전지산업, 소재산업과의 융복합화가 가속되고, 부품 공급망이 대폭 변화하고 있다. 산업생태계는 자연히 확장되고 있다.

다섯째, 산업 패러다임 전환으로 자동차산업 구조에 변환이 생긴다. 인수・합병 및 사업 분할, 생산 거점 조정 등 구조조정과 주요 행위자들의 합종연횡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이상의 내용을 표로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자동차산업 패러다임의 성립과 전환

 

피할 수 없는 자동차 산업 구조 변환, 사회는 어떻게 바뀌어야 하는가

자동차산업의 전환이 사회에 미칠 영향 중 가장 먼저 부각될 것은 역시 일자리 문제다. 기존 일자리, 특히 생산 관련 일자리는 축소된다. 국내 자동차 생산 규모가 축소되며 대당 생산에 필요한 노동력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전기자동차는 필요한 부품 수가 내연기관차에 비해 대폭 줄어든다. 따라서 모듈화 및 자동화를 적용하기 쉽고, 부품 및 완성차 생산에 필요한 노동력이 감소한다. 물론 이런 기술적 요인만으로 일자리 수가 결정되지는 않는다. 현재 전기자동차는 내연기관차보다 훨씬 비싸기 때문에 인건비 등 원가 절감의 유인이 매우 크지만, 노동자 수를 줄이는 대신 인당 노동시간을 줄이면 일자리 감소를 완화할 수 있다. 따라서 고용 유지, 직무 전환만이 아니라 노동소득 감소에 따른 소득 보전, 삶의 질 유지에 대한 대책이 필요하다.

줄어드는 일자리만 있는 게 아니라 새로 생겨나는 일자리도 있다. 대표적인 게 충전 설비 제조, 설치, 운영, 유지 등에 관련된 일자리이다. 이미 현직자가 있는 기존 일자리에 비해 신규 일자리는 사회적 주목도가 떨어지기 마련이다. 신규 일자리를 좋은 일자리로 만들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일자리 수만이 아니라 질에도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산업 전환을 계기로 ‘친환경 교통 시스템’ – 환경에 덜 해로운 교통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다. 내연기관차를 전기자동차로 대체한다고 해서 자동차가 유발하는 환경 문제가 자동으로 해결되지 않는다. 배기가스는 사라지지만, 전기자동차 제조와 소비 전력 생산이 환경에 주는 악영향은 그대로다. 편리하고 쾌적한 공공교통을 만들기 위해 큰 노력과 투자가 필요하다.

이렇듯 자동차산업에 거대한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자동차산업의 전환은 사회 전환의 일부다. 자동차 대중화가 우리 삶과 사회에 커다란 변화를 가져왔듯이 현재 진행 중인 자동차산업 패러다임 전환도 우리 삶과 사회에 막대한 영향을 미칠 것이다. 사회적으로 바람직한 전환이 되도록 지혜를 모으고 공동의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글쓴이 박근태는
아인슈타인을 동경했으나, 천재가 아니라서 공학을 전공하였다.  현재의 주 관심사는 자동차 산업과 노동, 노사관계이다. 철 들어 보니 로봇 태권 V’보다 노동조합이 더 중요하다는 생각에 현대차노동조합 남양본부장(‘04~’05), 전국금속노조 부위원장(‘07~’09)을 역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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