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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향자 칼럼] 쫓기는 한국 반도체, 인재 육성만이 답이다. CES 현장 통신

By | 2022년 1월 25일 | 국제, 미분류, 정책

삼성전자 개발인력으로서 임원을 지낸 양향자 의원이 CES 2022에 다녀왔다. 양의원은 2년 만에 오프라인으로 열린 올해의 CES에서 일본 기업의 부활과 유럽 기업의 약진을 목격했다 말한다. 여기에 중국 업체들의 분발을 보며 위기감을 느꼈다고 한다. 마침 통과된 반도체 특별법에서 미진한 점 세 가지를 예로 들어 시행령 마련 과정에서의 분발을 당부하는 그의 견해를 소개한다. [편집자 주]     

✔ CES 2022의 인기 검색어 삼성, LG, 소니

✔ 기술 강국의 상징이자 원천, 시작도 끝도 반도체

✔ 과학기술 패권국으로 가는 초석, 반도체특별법

✔ 반도체 인력 확보 위한 재정적 제도적 지원이 절실

(사진: 셔터스톡)

CES 2022의 연관검색어 1, 2 ,3  삼성, LG, 소니 

CES 2022는 기술 강국으로서의 우리나라의 위치를 다시 확인할 수 있는 자리였다. 전 세계 2,200여 기업이 참가한 이번 CES에 한국 기업은 역대 최다인 500여 개가 참가했다. 1,300여 기업이 참가한 주최국 미국을 제외하면 가장 큰 규모다. 단순히 양적인 위세뿐이 아니다. 삼성과 LG는 전 세계적으로 CES와 관련하여 가장 많은 관심을 받은 기업으로 꼽힌다. 행사 기간을 전후해 CES 2022와 관련된 구글 검색어 중 1위가 삼성, 2위가 LG였다. 소니가 3위로 그 뒤를 이었다. 

동시에 CES 2022는 각국 기업들의 치열한 미래 준비를 확인할 수 있는 자리이기도 하다. 지금까지 중국 기업이 우리의 주요 견제 대상이었다면, 이번 CES에서는 일본 기업의 부활과 유럽 기업의 약진이 두드러졌다. 소니는 ‘소니 모빌리티’를 설립하며 자동차 시장 진출을 선언했다. 전기차 출시를 시작으로 자율주행차 경쟁에까지 가세하겠다는 포부다. 완제품 사업으로는 게임기나 TV, 음향기기 등 엔터테인먼트 기기가 대부분인 소니가 별안간 자동차를 만들겠다고 호기롭게 선언할 수 있는 것은 세계 1위인 이미지 센서 반도체에 대한 자신감 때문이다. 

영국의 로봇 기업인 엔지니어드 아츠(Engineered Arts)가 공개한 휴머노이드 로봇 ‘아메카(Ameca)’는 사람과 유사한 표정과 동작으로 화제를 모았다. 고도의 인공지능 반도체를 통해 자연스러운 표정과 동작을 구현하며 사람들과 대화도 나눈다. 

엔지니어로 평생을 살아온 사람으로서, 놀라운 기술적 성과를 이뤄낸 기업들을 보면 찬사가 절로 튀어나온다. 그러나 그에 앞서 우리가 생각하지 못하는 곳에서 생각하지 못한 방식으로 산업 지형이 뒤바뀌고 있는 것이 아닌지, 혹 새로운 시대의 경쟁 지형에서 우리만 뒤처지게 되는 것은 아닌지 우려가 앞선다. 자랑스러운 동시에 과학기술 패권국에 도달하기 위해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것 같아 조급한 마음이 들기도 한다.  

CES 2022의 전기차 부스 (사진:셔터스톡)

기술 강국의 상징이자 원천, 시작도 끝도 반도체 

이번 CES 2022에서도 빠지지 않고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관을 찾았다. 기술 유출에 대한 보안 때문에 아무나 볼 수 있는 공간도 아니고, 비전공자의 눈에는 패키지로 쌓인 손톱만 한 크기의 물건이 얼마나 위력적인지 피부에 와 닿지 않을 수도 있겠다. 하지만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관에 들어서는 순간 필자는 가슴이 울렁거리기까지 했다. 미국과 유럽, 일본 등 2차 산업혁명의 수혜를 입은 전통 산업 강국들이 CES의 주인공 자리를 누리던 시절, 우리나라는 경공업으로 겨우 경제를 일으키기 시작한 산업의 변방국이었다. 그런 우리가 지금 CES의 주인공으로 부상하게 된 배경에는 바로 반도체가 있었다. 한국은 3차 산업혁명을 기회 삼아 선진국으로 진입한 대표국가이다. 정보통신 혁명으로 일컬어지는 3차 산업혁명 시대의 핵심은 정보를 처리하고 저장하는 반도체에 있었고, 우리는 반도체 경쟁력을 발판 삼아 ICT 첨단산업을 꽃피울 수 있었다. 우리에게 반도체는 그야말로 ‘산업의 쌀’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리에게 반도체는 나라의 먹거리를 책임지는 최대 수출상품, GDP에 가장 크게 기여하는 산업, 한국경제의 주축 산업에만 그 의미가 그치는 것이 아니다. 공업 선진국 한국의 존재감 그 자체이다. 반도체 공급이 원활하지 않으면 세계의 공장들이 멈춰 선다. 돈벌이 수단이기도 하지만 한국의 전략무기이다. 각국의 산업과 경제가 구동되기 위해선 우리 반도체 공급에 의존하는 수밖에 없기 때문에, 반도체는 국제사회에서 우리나라의 이익을 보호하는 주요 수단이 되기도 한다.

(사진:셔터스톡)

현재에도 여전히 반도체, 미래에는 더욱더 반도체

지금 우리 앞에 와 있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어떠할까. 나는 ‘여전히 반도체’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아니, ‘더욱더 반도체’라고 하는 것이 알맞을 것이다. 3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주로 ICT 기기에 반도체가 들어갔다면, 모든 기계가 전자장치로 변신하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우리 인류가 활동하는 모든 영역, 공간 곳곳에 반도체가 들어간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반도체 기술이 산업의 경쟁력, 더 나아가서는 삶의 질을 판가름하게 될 것이다. 반도체가 모든 산업의 주인공이 된다. 이미지센서 반도체 기술을 믿고 자동차 산업 진출을 선언하는 소니가 말해주고 있지 않은가.

이 세계적 경쟁 체제에서 우리의 경쟁 상대는 많다. 미국은 올해에만 24조 5,000억 원의 정부 예산을 반도체에 투입한다. 2026년까지 59조 원을 반도체 경쟁력 강화에 쏟아부을 예정이다. 그야말로 ‘투하’다. 우리나라의 반도체 예산은 파악조차 어려우며, 그나마 파악된 것은 3,000억 수준에 불과하다. 일본 정부도 수조 원대에 이르는 반도체 투자를 시작했다. 일본 정부로부터 4조 원이 넘는 자금을 지원받은 소니와 TSMC의 반도체 공장이 올해 착공된다. 선진 산업 국가들은 글로벌 반도체 경쟁이 결국 대기업 간의 기술·규모 경쟁이며, 탄탄한 대기업이 있어야 중견·중소기업 생태계가 형성되는 것을 알기 때문에 대기업 지원에 적극적이다. 중국은 어떠한가. 대규모의 지원은 말할 것도 없고, 2025년까지 반도체 인재 30만 명을 양성하기 위해 유수의 대학들이 반도체 학과를 신설하고 있다. 

과학 기술 패권국으로 가는 초석 반도체특별법

CES 2022 참관 차 미국 출장 중이었던 지난 1월 11일 반도체특별법(국가첨단전략산업 경쟁력 강화 및 보호에 관한 특별법)이 국회를 통과했다. 쉽지 않은 과정이었지만, 무엇보다도 ‘과학기술 패권국’으로 계속 나아가기 위한 첫 단추를 무사히 끼운 데 대한 기쁨이 크다. 법안 통과에 힘써 주신 동료 의원들 및 관계자 모든 분께 깊은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다.

이번 반도체 특별법 통과로 특화단지 내의 산업 기반시설에 대해 국가와 지자체가 비용을 우선적으로 지원할 수 있게 되었다. 또한 인허가 과정을 신속화하고 예비타당성 조사를 면제하는 등 행정적 지원도 더해지면서 첨단산업단지 조성의 어려움이 어느 정도 해소될 것으로 기대된다. 해외로의 첨단기술과 전문 인력 유출을 막는 방안도 특별법에서 마련되었다. 기술을 수출하거나 우리 기업이 해외로 인수합병 될 시 정부의 승인을 얻도록 해 유출 가능성도 줄였다. 

남은 과제는 반도체 인력 확보를 위한 제도적 지원

하지만 이게 끝이 아니다. 법안은 통과되었으나 반도체 사업의 핵심인 인재 양성 방안이 많이 빈약하다. 첫째, 수도권 과밀화 방지 정책에 따라 수도권 대학의 반도체 관련 학과 정원 확대는 대부분 제외됐다. 둘째, 기업이 기술 실무교육을 맡고, 정부는 교육비 일부를 보전해 주는 방식의 반도체 인력 육성 지원책도 결국 포함되지 못했다. 기업에 교육의 주도권을 맡길 수 없다는 반대 논리를 넘는 데 실패했다. 셋째, 반도체 연구·개발 인력의 주 52시간 근무 탄력 적용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연구·개발 분야는 업무 특성상 일을 할 때 몰아 하는 경우가 많아 이 점이 몹시 아쉽다.

부처 간 시행령 마련 과정에서 조금이라도 진일보하기를 강력히 희망한다. 대기업이 하는 일, 현재 잘하고 있는 일에는 정부의 재정 지원이나 제도 지원이 미흡한 것이 한국의 특징이다. 이해하고 인정한다. 하지만 한국의 최대 매출 산업이자 산업 패권 유지의 4번 타자격인 반도체는 지금 생과 사의 갈림길을 매일 넘고 있다. 차라리 내가 틀렸으면 싶다.


글쓴이 양향자는
기획재정위 소속 국회의원(광주 서구 을). 전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 원장. 더불어민주당 반도체특위 위원장 등을 역임했다. 1985년 광주여상 졸업후 삼성전자에 연구원 보조사원으로 입사해 연구임원직인  메모리사업부 플래시개발실 상무이사으로 일했다. 2016년 정계에 투신해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 및 전국여성위원장 등을 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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