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선거가 마지막 코스에 접어들었다. 새 대통령이 뽑히는 3월9일까지 한국 정치는 ‘유권자는 짜증 나고, 관전자는 신이 날’ 것 같다. 윤석열 하락, 안철수 반사이익의 변화 속에 2강 1중이냐, 1강 2중이냐의 굳히기, 뒤집기 싸움이 치열하다. 멸공 구호나 여성가족부 해체 같은 논전이 세대와 젠더의 이익 추구-정책선거로 이어질지도 관심이다. 절박한 야권은 후보 단일화 논의를 조만간 시작하겠지만 윤석열, 안철수 후보 둘 다 대선 이후에도 정치를 계속해야 할 사유가 충분해 특정인의 양보 가능성은 현재로서 희박해 보인다. [편집자 주]      

✔ 윤석열은 로마 장군형 리더십, 수평적 관계없고 ‘형님’ 동생 관계 좋아하는 스타일  ✔ 이준석은 조직보다 ‘나’ 중심, 2030 세대의 특징, 김종인 나가며 유리해진 형국      ✔ 대선 패배한 쪽은 지지자 분기탱천, 정당은 질서 궤멸, 지방선거는 완패의 가능성 ✔ 이재명은 유능함 강조하며, 2030 끌어당길 이슈 파이팅이 40% 돌파의 관건

 

(사진: 셔터스톡)

 

수평적 관계란 없는 로마 장군 스타일의 윤석열 리더십

가오리: 야당이 정치 화제를 거의 독점하고 있다. 특히 이번 갈등 과정을 통해 그간 드러나지 않던 윤석열, 이준석, 김종인 세 사람의 캐릭터와 스타일이 여실히 드러나고 있다. 보면 볼수록 재미있다며 세 사람 다 ‘볼재’ 캐릭터라는 평이 있을 정도다. 

밀덕: 윤 후보는 모든 인간관계를 후견(Patron)-피후견(Client) 관계로 보는 것 같다. 자기보다 아래라고 생각하는 이가 자신을 형으로 모시는 순간 ‘형님’의 역할을 다하는 'patron'이 된다. 반대로 자신에게 굴복하지 않으면 바로 내친다. 수평적이거나 협력적인 관계는 없어 보인다. 패트런-클라이언트 관계가 로마 시대에 나왔듯 그는 로마 시대의 장군에 어울리는 스타일이다. 

인동초: 윤 후보는 쓴소리에 거부감이 있다. 부인 김건희 씨 문제가 불거졌을 때 검사 시절부터 알던 법조인이 “서둘러 사과하는 게 좋겠다”고 조언했는데 관계마저 끊어졌다는 후문이다. 대신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참 잘해주는데, 당 안팎에서는 ‘권7 장3이냐, 장7 권3이냐’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권성동, 장제원 의원이 실세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장의원은 윤 후보가 끓여준 라면을 먹고 감격하면서 친해졌다거나, 의원 부인들 사이에서는 권성동 의원 부인이 차기 대통령 부부와 직통하는 사이로 알려졌다는 등의 뒷얘기가 파다하다. 

산돌: 아무래도 위계질서가 가장 엄격한 검찰 출신이어서 그런 것 아닐까? 상명하복 문화에 익숙하고, 우직하고 체격 좋은 선봉장 형이다. 사법시험 9수, 좌천의 수모, 탄핵 특검을 통한 부활 등 파란만장한 과정을 거쳐 후보가 되었다. 전례가 없는 신화다. 검찰총장에게 다른 사람은 모두 부하다. 김종인 전 위원장과 이준석 대표도 예외는 없다.

가오리: 그렇다면 정치권의 또 다른 뉴스메이커 이준석 대표나 결국 사이가 벌어진 김종인 전 위원장은? 

인동초: 이준석 대표는 2030 세대의 특징 그대로 ‘당’보다는 ‘나’가 우선이다. 자기 정치를 하려는 경향이 짙다. 50대 이상의 시각으로 보면 서운할 수밖에. 여성가족부나 여성 할당제 폐지를 통해 극보수 이데올로기를 선점한 것으로 보인다. 일종의 정체성 정치 시도인데.  미국과 유럽에서 극우 정당이 반동성애, 반이민 등으로 지지층 확보에 성공했다고 보는 것은 아닌지 우려스럽다. 신세계 정용진 부회장의 ‘멸공 챌린지’, ‘나는 공산당이 싫어요’ 같은 말에 이 대표는 물론 윤석열, 나경원, 최재형 씨 등이 바로 호응하는 걸 보면 긴 호흡으로 사안을 보고 있는지 걱정스럽다. 이수정, 신지예 씨 영입과는 앞뒤가 안 맞는 흐름이다. 

여의도 차르 김종인과 로마 장군 윤석열은 애초부터 예고된 이별

 김종인 위원장은 스스로 ‘여의도 차르’나 ‘카이사르’라는 별명을 좋아한다고 한 적이 있을 정도로 독선적이다. 김종인 위원장이 ‘별의 순간’을 얘기하면서 윤 후보를 대선판으로 끌어들인 것은 자신이 대선판을 좌지우지하려는 욕심 때문이었던 것 같다. 윤석열 후보로서는 도저히 김종인 위원장과 같이 갈 수 없었다. 잘못된 만남이었고, 예고된 이별이었다. 

가오리: 윤석열, 김종인 관계가 미국의 아들 부시 대통령과 강력한 부통령이자 네오콘의 대부였던 딕 체니 관계와 비슷하다는 얘기를 전에 이 자리에서 나눈 바 있다. 

밀덕: 이준석의 행동은 일본 연구자들이 말하는 잇키(一揆)와 아주 흡사하다. 얼핏 보면 상급자에게 대드는 하급자 같지만, 사실은 체제 수호에 순기능으로 작동하는 스타일이다. 이 대표는 선거에 승리하기 위해 윤 후보가 자신의 제언에 따라줘야 한다는 점을 의총에서 부르짖었고, 윤이 엄지손가락을 치켜들어줌으로써 갈등이 한순간에 해소되었다. 그래서 잇키는 윗사람에 대한 아랫사람의 응석 부리기라는 비판도 있다. 후보가 대표 말을 따르는 한 대표는 후보를 거역하지 않을 것이다. 문제는 지지율이다. 1월 말까지 이 대표 말대로 했는데 지지율이 회복 안 되면 그때는 아무도 알 수 없다. 

가오리: 시한부 협력이라는 말인데 결과가 궁금하다.  

밀덕: 윤 후보가 보기에 이준석은 응석이지만 김종인은 상왕 노릇을 하려 드는 사람이다. 사실 이준석의 '2030 중시론'이나 김종인의 '중도 중시론'이나 선거에서 이기자고 하는 소리인데 윤 후보가 유독 김 위원장을 내친 것은 수직적 인간관계 때문 아닐까? 

지난 1월 6일 극적으로 화해한 윤석열 후보와 이준석 당대표의 협력은 당분간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사진: 연합뉴스)

한동안은 든든할 이준석-윤석열의 협력 관계

가오리: 세 사람의 관계는 이제 고착된 것인가? 김종인 위원장은 나가고, 이 대표는 남고? 

인동초: 윤석열-이준석 동거 체제는 당분간 계속될 것 같다. ‘후보는 윤석열, 노선은 2030’으로 정리된 분위기다. 안철수 후보와의 단일화로 두 사람 사이가 벌어질 것 같지도 않다. 안철수와의 단일화 논의는 누구도 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 윤-이 두 사람이 김종인 전 위원장에게 예의를 차리고 지혜를 구하는 장면이 좀 있겠지만 큰 의미는 없다. 

산돌: 국민의힘 3두 마차는 각기 다른 성공 방정식을 가진 사람들이다. 김종인 전 위원장은 감과 경륜으로 천기를 읽는 도사형이고, 늘 이길만한 터에 돗자리를 깔았다. 이준석 대표는 나이는 젊지만, 잔기술이 좋고 뇌지컬이 뛰어난 모사형이다. 2021년 서울시장 재보궐선거부터 성공 방정식을 경험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정당사상 최연소 당 대표가 되었고. 이번 대선은 그런 이 대표에게 세 번째 성공의 기회다. 이대남이라는 아미로 승부를 거는. 이 대표뿐만 아니라 윤 후보도 지금의 신앙은 세대포위론이다. 여기서 이기면 이준석은 신화 창조자가 된다. 그래서 이준석에게는 그 무엇보다 자신의 방식대로 이기는 게 중요하다. 

밀덕: 1월 말까지 윤 후보의 지지율 회복 여부가 관건이다. 그러면 이준석이 주도권을 계속 잡고 갈 것이다. 안되면 1) 후보 단일화, 2) 후보 교체 3) 이준석 퇴진의 종합선물세트가 국힘 의원들 사이에서 날아올 것이다. 그 점에서 이준석이 먼저 단일화 카드를 꺼내 들 수도 있다.

가오리: 자 이제 앞으로 남은 기간 가장 큰 변수인 후보 단일화, 후보 교체론 등을 얘기해보자. 현실적으로 가능할까. 

윤석열, 안철수, 이준석의 동상3몽, 단일화는 어려울 것

밀덕: 국민의힘 당내 셈법이 복잡하다. 윤 후보는 안철수 후보를 흡수 통합하는 방식의 단일화. 상당수 국힘 의원들은 안철수로의 교체를 상정한 단일화론에 기울 것 같다. 이 대표는 논의는 먼저 꺼내고 입장은 미루는 상황론을 채택할 것이고. 이런 동상 3몽 때문에 단일화는 잘 안 될 것이다. 안철수 후보도 윤 후보와 나란히 떨어질 경우 자신의 미래를 더 밝게 전망하기 때문에 전처럼 양보하는 일이 없을 것이다. 

인동초: 두 가지 시나리오가 있다. 첫째, 윤석열 후보가 상승세로 돌아서면서 다시 이재명-윤석열 2강 체제로 되돌아갈 가능성이다. 2강 1중에서 윤석열 후보는 안철수 지지층을 흡수하기 위한 단일화를 공세적으로 추진할 것이다. 공동정부, 장관직 반분의 1997년 김대중-김종필 연대를 참고할 것으로 예상한다.

 둘째, 안철수 후보가 상승세를 이어가며 이재명-윤석열-안철수 3강 또는 1강 2중 체제가 되는 상황이다. 그러면 2월 13~14일 후보자 등록 전까지 윤석열-안철수 후보 단일화가 이번 대선의 최대 이벤트로 떠오른다. 2002년 노무현-정몽준 후보 단일화, 2021년 4·7 서울시장 보궐선거 오세훈-안철수 후보 단일화가 참고 사례다. 

보수 정당 밖의 또 다른 핵심그룹의 판단이 주목된다. 일단 이들은 단일화를 향해 강력하게 압박할 것이다. 윤-안 후보간 단일화가 성사되면 대선 승리 가능성이 커지고, 또 한 번의 역동성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누구로든 후보 단일화가 되면 이재명 후보와 더불어민주당은 매우 난감하다. 보수 기득권 세력이 집권하면 나라가 망한다는 ‘보수 심판론’과 이재명 후보가 되면 문재인 정부와 전혀 다른 이재명 정부가 들어설 것이라는 차별화 전략 정도로 돌파하려고 할 것이다. 이재명 후보는 이미 문재인 정부와의 차별화에 어느 정도 성공하고 있으니 후보 단일화가 이뤄지면 윤 또는 안 후보의 ‘문재인 정부 심판론’과 이재명 후보의 ‘이재명 정부 비전론’이 격돌할 것 같다. 과거와 미래의 대결이 되는 셈이다.

산돌: 윤 후보는 이준석 대표와 다시 손을 잡으면서 1강 2중 구도로의 추락은 일단 막았다. 단골 메뉴인 후보 단일화가 최대변수로 등장할 시기가 온 셈이다. 단일화는 여야 후보 중 뒤지는 후보가 유력 제3후보를 포섭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져왔다. 윤 후보는 안철수 후보와의 단일화를 염두에 두고 포석을 해왔다. 김한길, 김민전 등의 영입이 그것이다. 윤 후보는 당초 구상대로 안 후보와의 단일화에 적극 나설 가능성이 높다. 이준석 대표는 안철수 후보와 상극이다. 이 지점이 아마도 윤석렬 후보와 이준석 대표 간 세 번째 고비가 되고, 상황에 따라 김종인 전 위원장의 재등장 계기가 되지 않을까 싶다. 서로가 서로를 물 수 있다. 이준석 대표가 정말 대표직이라도 던진다면, 단일화는 하나마나한 일이 되기 때문이다. 또다시 윤 후보, 김 전 위원장, 이 대표의 삼두마차 체제가 형성돼 고차방정식 풀이에 놓일 것이다. 

단일화도 단독 출마도 어려운 안철수, 기다림 끝에 빛을 보는가

가오리: 안철수 후보는 정말 단일화에 응할까? 그도 꿈은 2022년이 아니면 2027년 대선일텐데. 그 점에서 양보는 없을 것 같다. 

산돌: 안철수 후보에게 단일화는 영원히 떨치고 싶은 악몽이다. 안 후보는 그간 세 번 크게 양보했다. 2011년 서울시장 재보궐선거(박원순에게 양보), 2012년 대선(문재인에게 양보), 2021년 서울시장 재보궐 선거(오세훈에게 양보). 이번에는 안철수 후보도 후보 단일화 논의에 적극 임하리라고 본다. 단독 출마 시 자칫 대선 패배 책임론을 뒤집어쓸 수 있기 때문이다. 막판까지 긴장도는 높이겠지만 끝까지 고집할 가능성은 많지 않아 보인다. 단일후보에 실패해도 종로라는 기회의 땅이 있다. 

밀덕: 윤 후보가 이대남을 다시 잡아도 지지율이 5%포인트 이상 상승하기 어렵다. 이 말은 안 후보가 계속 두 자릿수 지지율 유지하며 4(이):3(윤):2(안) 정도에서 조금씩 오르락내리락할 거란 얘기다. 그러나 윤, 안 후보가 비슷한, 1강 2중 체제가 고착되는 것 같으면, 단일화 압박이 거세질 것이다. 특히 보수 언론이 다양한 경로로 압박을 가할 것이다. 

먼저 단일화 방법을 두고 싸움이 시작되리라 전망한다. 국민:지지층=5:5로 여론조사 방식이나 안철수 후보의 국힘 당 입당 후 당원 여론조사 등이 있다. 보수 언론이 어떤 방식으로든 여론조사(시뮬레이션)를 해서 방안을 내놓을 가능성이 크다. 선거는 ‘불확실성의 제도화’일 때 뭔가 묘수풀이가 먹힌다. 그러나 방식에 따라 결과의 유불리가 확연히 나뉘면 불리한 쪽이 응하지 않아 성사가 어렵다. 이재명 후보는 안철수 후보가 10~15% 선에 묶여 있는 게 최상이다. 이를 바라보고 지금 이상으로 중도층 잡기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 

가오리: 내가 안철수 후보라면 단일화 파국의 욕은 먹지 않도록 하되 15%만 득표할 자신이 있으면 끝까지 가겠다. 몇 백억 원의 대선 비용도 보전 받고 여당이 정권 재창출하더라도 이후의 불가피한 야권 재편 과정에서 자신이 유리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그는 2016년 총선 때에도 제3당 전략으로 수도권에서 비 문재인, 반 국민의힘 유권자 층을 20% 이상 확보했다. 6월 지방선거에서 후보를 대거 공천해서 세력을 키우면 이걸 바탕으로 2024년 총선, 2027년 대선으로 갈 수 있다. 무엇보다 보수 야당을 흡수할 가능성이 보인다. 

사람들이 안철수 후보를 ‘아직 아마추어’로 보는 데 아니다. 그는 3김과 정주영 이후 최초로 선거에서 원내교섭단체를 만들어낸(2016년 총선) 창업자 스타일이다. 이미 도전과 성공을 맛 보았기에 물러날 이유가 없다. 2027년이라고 해봐야 만 66세다.   

밀덕: 나는 이번 선거를 통해 한국 정치도 세대와 젠더에 기반한 이익의 정치, 정책 선거로 갈 수 있을지 궁금하다. 개인적으로는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지금까지 한국 선거가 지역> 세대> 학력 순으로 투표 결정 요인이 작동한 건 사실. 이번 대선도 세 요인이 주요하게 작용할 것이다. 관건은 2030 상당수가 보수정당을 지지하거나 전과 달리 진보 정당을 지지하지 않는다는 점인데 나는 이걸 세대 효과로 본다. 왜 2030 세대가 보수정당을 지지할까에 대한 답은 이익-정책 때문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이들에게 가치는 멀고 이익은 가깝다. 부동산-젠더가 다 집단 이익이 걸린 문제다. 

인동초: 2030 세대는 집단보다 개인, 우리보다 ‘나’를 소중히 여기는 세대다. 이재명 후보의 탈모인 공약이 대박을 친 것도 2030의 개인주의에서 출발한다. 유권자가 자신의 이해에 따라 투표하는 것은 분명 바람직한 현상이나 지금까지는 계급 투표, 계층 투표가 제대로 이뤄진 적이 없었다. 경상도의 빈곤층이 한나라당에 투표했고, 전라도의 부자가 민주당에 투표했다. 젊은 사람은 노무현에 투표했고, 늙은 사람은 이회창에 투표했다.

 1987년 대선을 계기로 형성된 지역 투표, 2002년 대선을 계기로 출현한 세대 투표의 위력이 여전히 막강하다고 본다. 이번 대선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최근 여론조사 수치로도 확인되고 있다. 우리나라 유권자가 자신의 정치적 정체성을 결정할 때 고려하는 요인은 여전히 첫 번째 지역, 두 번째 세대, 세 번째가 이익-정책이라고 봐야 한다. 우선순위에서 밀린다. 이익-정책 이슈는 ‘존재하나 결정적 요인이 아니다.’

산돌: 현재 젊은 세대 중 두드러진, 또는 결집 가능성이 높은 계층은 이대남, 20대 남자 그룹이다. 2021년 서울시장 재보궐선거때 확 기울게 나타난 이대남 표심의 기폭제는 안티 페미와 공정이었다. 이 둘은 한 몸이다. 이대남이 바라보는 페미니즘의 문제는 불공정이다. 지역 이익주의의 출발점을 불균형이라고 본다면, 불공정과 불균형은 궤를 같이할 수도 있을 것 같다.

 2002년 대선에서 수도 이전 문제로 촉발된 지역 균형 발전론에 이어 이번 대선부터 세대와 젠더에 균형론이 새로운 과제로 자리 잡을 수도 있다. 이대남은 세대에서도 젠더에서도 일방적인 희생을 강요당하고 있다고 느끼는 것 같다. 일방적이고 강요된 희생이 곧 불공정이다. 젠더 측면에서는 여성 평등을 내세우며 여성우대를 당연시하고, 세대 측면에서는 ‘꼰과 틀’문화가 이대남의 반발을 ‘사내놈들이 쩨쩨하게’라며 이중삼중으로 짓누른다. 

그러면서 젊은 여성과 ‘꼰과 틀’들은 일자리 등 좋은 건 다 차지한다는 게 이대남들의 분노다. 이 분노가 집단적으로 균질하다. 그래서인지 여론에서도 집단적 쏠림으로 나타난다. 지역 이익주의가 선거에서 지역주의를 낳았듯이 안티-페미와 공정을 둘러싼 세대와 젠더 이익주의는 선거에서 남자 청년 세대를 중심으로 한 표 쏠림 현상을 낳고 있다. 표 쏠림은 정치권의 제1관심사가 될 수밖에 없고, 그렇게 되면 당연히 정치권의 핵심의제로 자리 잡게 된다. 

가오리: 이대남의 불만과 결집은 근거가 있고, 설령 근거가 없다 하더라도 쉬 풀리지 않을 것이란 얘기 같다. 그것과 세대-젠더 이익 우선 성향은 좀 다르면서 같은 것 같은데. 

밀덕: 사실 정책 요인은 선거를 거치는 동안 점차 비중이 커져 온 게 사실이다. 행정수도-무상급식-4대강과 강북 뉴타운 논쟁 등이 그 예다. 이번에 윤 후보 지지율이 빠진 것도 물론 태도나 자질, 능력 문제가 기본이긴 하나, 삼프로TV의 경제 토론이나 신지예+이수정 등 페미니스트 영입 등이 계기로 작용했다고 봐야 한다. 이재명 후보가 대장동 등 도덕성 공격으로 10% 이상 지다가 반전에 성공한 것도 정책 소화 능력 외에 달리 설명이 불가능하다. 

정부 수립 후 오랜 선거의 역사가 보여주는 것은 경상도, 전라도, 충청도 같은 지역과 남북분단이 정당 체제의 기본 구도를 형성해 정책에 대한 유권자의 반응성을 억눌러왔다. 그런데 요즘 변하고 있다. 이번 대선에서 유권자의 정책 반응성은 획기적으로 높아 보인다. 어쩌면 선거의 정상화 과정이다. 민주당은 가치에서 이익으로 정치의 목표를 재조정해야 하고, 보수정당은 누구의 이익을 지켜줄 것인가에 대한 재조정이 필요한 상황에 들어가고 있다.  

대선 이후, 바로 실시될 지방선거는 어떻게 전망하는가?

가오리: 아직 승패가 난 건 아니지만 대선 후 지방선거 국면은 어떻게 진행될까? 눈앞이 잘 안 보이면 시선을 잠깐 멀리 돌려보자는 취지다. 

인동초: 유권자의 확증편향이 점점 더 강해지고 있다. 낙선한 후보를 찍은 유권자들의 불복 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 대선 결과를 직접적으로 부정할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언제든 당선자나 대통령의 작은 실수를 계기로 보수든 진보든 광화문으로 쏟아져 나올 수 있다. 울고 싶은 사람의 뺨을 때리면 안 된다. 건드려서도 안 된다.

 승자는 3월 9일 나오고 취임은 5월 10일이다. 지방선거는 그 20일 뒤인 6월 1일이다. 상식적으로는 대선에서 이긴 정당이 6월 1일 선거도 압승해야 한다. 하지만 새 대통령이 당선자 기간이나 취임 직후에 실수를 저지르면, 반대편 지지층이 광화문으로 쏟아져 나올 것이다. 야당은 새 대통령의 독선과 독주를 막기 위해 서울시장, 경기지사, 인천시장은 야당에 줘야 한다는 견제론을 들고나올 것이다. 의외로 이런 견제론이 먹힐 수도 있다. 이긴 쪽의 긴장감은 이완되고 패배한 진영의 울분은 여전한 가운데 대선 결과와 지방선거 결과의 불일치도 가능하다. 

산돌: 패배한 쪽의 내상이 심해서 체계적인 선거 준비를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정당과 별도로 유권자 그룹의 분기탱천은 매우 심할 것이다. 여야 모두 패배한 쪽은 내부를 추스르며 지방선거 후보를 선출하는 일이 버거울 것이다. 

밀덕: 대선 결과에 따라 완전히 달라진다. 민주당과 이재명이 이기면 새 정부 밀어주기냐, 견제냐의 논쟁이 치열할 것이고, 국힘과 윤석열 후보가 이기면 전면 교체 바람 속에 민주당의 대패가 예상된다. 다만 국힘당은 윤 당선자와 이 대표 간의 공천권 경쟁을 어떻게 푸느냐가 관건이다. 대선 승리 후 당이 비대위 체제로 가면서 이준석 대표가 팽(彭) 당할 가능성도 있다. 

가오리: 오늘 긴 이야기를 나눴다. 한국 대선은 뒤로 갈수록 정말 볼거리가 많다. 더구나 여야를 막론하고 승리 지상주의가 최고의 교리가 되면서 기기묘묘한 수가 많이 나온다. 큰 틀에서 이번 대선은 안철수 후보가 막판 스퍼트하면서 2012년 박근혜(52%)- 문재인(48%) 양자 대결 구도와 다른 선거가 되었다. 단일화가 된다면 야권이 당연히 우세하다. 

안되면 어떤 결과가 나올지 생각해보았다. 첫 번째 참고할 유형은 2017년 문재인(41%)- 홍준표(25%)- 안철수(21%) 대결 선거, 또는 1987년의 노태우(36%)- 김영삼(25%)-김대중(24%) 선거의 모델이다. 1강 2중 구도다. 2중의 득표 합계는 당연히 1강의 그것보다 크다. 

두 번째 모델은 1992년 김영삼(42%)- 김대중(34%)- 정주영(16%)이다. 2위와 3위 후보의 합이 1위의 득표보다 크지만, 전체적으로 2강 1중 구도를 말한다. 1997년 김대중(40.3%)- 이회창(38.7%)- 이인제(19.2%) 구도도 이와 비슷하다. 

어느 유형과 가까운 결과가 나올지 모르지만, 단일화 협상에도 불구하고 윤석열, 안철수 두 후보 중 누구 하나가 중도 포기할 가능성은 적어 보인다. 윤 후보는 지더라도 야당을 접수해 당권을 쥐는 게 안전을 보장받는 지름길일 수 있고, 안 후보 역시 대권 4수 끝에 DJ처럼 승리하려면 이번 선거 완주를 통해 세력을 구축해 놓아야 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