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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편집 2020. 01-21. 16:03

22세기를 위한 준비, 초광역 지방정부제의 도입

by | 2018년 10월 8일 | 정책

규모의 경제, 인구 5백만은 되어야 독자적 성장 도모할 수 있어

충청권, 전라권, 대구경북권, 부산울산경남권, 초광역으로 키워볼 만

국세 배분 늘려주고 초광역화하면 가용재원 엄청 커져

선의의 경쟁 유도해야 진정한 혁신성장, 자치분권 달성

 

현대 한국 70년의 역사는 수도권 1극 육성론의 도입과 실행사라고 할 수 있다. 1995년 ‘지방에 의한, 지방을 위한 지방의 자치’를 도입했지만, 수도권 1극과 나머지 지방의 관계는 여전히 종속적, 부수적, 타율적이다. 문제는 비효율이다. 집권정당의 중견 간부인 필자는 인구 5백만 단위의 초광역 지방정부제 도입을 통한 성장과 발전을 제언한다. 얼핏 2차 대전 이후 유럽에서 인구 5백만-1천만 단위의 여러 수도권 외 지역이 도입해 극적인 부흥을 맞이한 초광역권 정부(meso-government)의 개념을 연상시킨다.(스페인 카탈루니아, 영국 스코틀랜드, 독일 바이에른, 이탈리아 밀라노권 등이 대표적) 87년 헌법 체제의 수정 가능성, 급물살을 타는 남북 평화기조 정착을 앞두고 <피렌체의 식탁>에서 담대한 상상력 놀이를 해보자. (편집자 주)

 

수도권 집중 현상을 막기 위해서 지방분권 및 균형발전 정책을 추진하고 있지만, 노력은 노력대로 기울이면서도 결국 수도권 집중현상은 심화되고 있다. 가장 큰 이유는 ‘지방’을 제대로 정의하지 않았다는 점, 특히 잠재적으로 지방을 226개의 ‘기초자치단체’로 정의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분권’과 ‘균형’의 대상이 너무 잘게 나누어져서 백설공주와 226명의 난쟁이가 제각기 살길을 찾는 형국이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는 핵심은 ‘경제적으로 서울과 맞먹을 가능성이 있는 크기’, 즉 ‘권역’으로 지방분권 및 균형발전의 대상과 주체를 설정하는 것이다.

이를 실현하는 방법은 수도권, 강원 및 제주를 제외한 지방들을 허브도시를 중심으로 충청도(대전), 전라도(광주), 경북도(대구), 경남도(부산)로 통합한 초광역지방정부를 설치하는 것이다. 그리고 여기에 법인세 및 소득세의 부분적 징수와 관련된 재정 자율권, 그리고 신산업 허용과 관련된 규제 자율권을 부여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서 지역 차원에서 자원의 집적과 효과적 이용 및 독자적인 경제발전 경로의 수립을 가능케 하고, 독점적 규제 장벽을 허무는 효과를 얻을 수 있게 될 것이다.

 

 

1. 균형 발전과 대도시 경제권 육성

 

경제발전에는 몇 가지 원칙이 있다. 첫째는 불균등 발전이고, 둘째는 (그것의 지리적 반영인) 도시 중심 발전이고, 셋째는 지리적 낙수 효과이다.

이는 도시 경제학(urban economics)에서 말하는 이른바 ‘집적의 경제성’(economies of agglomeration) 즉 ‘규모에 대한 수확체증’(increasing returns to scale)이 작용하기 때문이다. 기업의 규모가 클수록 경제적 효율성이 커지는 것은 ‘내부적’인 규모의 경제성이라고 한다면 가까운 곳에 기업들이 많이 모일수록 경제적 효율성이 커지는 것을 ‘외부적’인 규모의 경제성이라고 부른다. 집적의 경제성은 지리적으로 도시가 형성되게 되는 경제학적 원리이다.

이 과정에서 도심 상권을 중심에 놓고 그 주변의 주거지역, 도시 교외지역, 근처 공단, 농촌 배후지는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각자 상호보완적 기능을 하게 된다. 세계화로 인해서 대기업이 가져다주는 낙수효과가 크게 줄어든 반면, 도시를 중심으로 한 지리적 낙수효과는 오히려 더 중요해지고 있다. 서울은 단순히 서울 시민들만의 경제활동 근거지가 아니다. 서울과 1시간 거리 이내에 있는 파주, 고양, 의정부, 남양주, 구리, 광주, 하남, 성남, 과천, 안양, 수원, 광명, 시흥, 부천 등 서울을 빙 둘러싼 도시들, 그리고 사실상 경기도의 상당부분이 서울이라는 허브 도시와 경제적으로 연계되어 성장하여 왔다. 서울의 발전이 주변 중소도시의 발전을 이끄는 것이다.

 

기초자치단체 중심 발전론의 한계

 

그런데 지방분권 및 균형발전이라는 목적으로 예산을 전국 226개 기초자치단체에 고르게 나누어준다는 것은 (서울의 자치구가 25개이므로) 서울이라는 거인에 개별적으로 맞서는 200명의 난쟁이를 유지하는 꼴이 되어 버린다. 결국 기초자치단체들로 하여금 스스로 충분한 먹을거리를 만드는 자생적 경제발전을 포기하고 중앙 정부가 나눠주는 빵에 의존하여 연명하도록 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이러다 보니 기초 지자체들은 자신만의 경쟁우위 확보에 대한 고민 없이 서로 출혈경쟁하기에 바쁘다. 어느 한 곳의 축제가 성공하면 다른 곳에서 베껴서 유사한 축제를 만들고, 한 지역에서 바이오 산업 단지를 만들면 또 다른 지역에서 이를 따라 유사한 산업 단지를 조성하여 레드오션 같은 상황을 연출한다.

반면에 거대 1극 도시인 서울은 이처럼 취약한 지방도시의 사람과 돈을 자석처럼 계속 빨아들이기 때문에 지금 이대로라면 200개의 지방 기초지자체는 점점 더 쇠락할 수밖에 없다. (서울의 집값만 오르고, 지방의 집값은 내려가는 이유 중 하나이다) 이러한 지방 퇴보 현상은 최근 <지방도시 살생부>의 저자 마강래 교수도 지적한 바이며, 일본에서는 ‘지방소멸’이라는 전망까지 현실화되고 있다.

중국에는 전국의 22개 성(省) 및 2,800여 개의 현(縣)이 있지만, 이들을 균형적으로 발전시키기 보다는 19개의 ‘슈퍼시티 권역’을 집중적으로 육성하고 있다. 각 권역은 하나의 허브 도시와 10여 개의 주변 도시로 이루어지며 그 중 3개(베이징시/톈진시/허베이성 지역, 상하이시/쑤저우시/항저우시/난징시 지역, 홍콩/선전/둥관/광저우/광동성 지역) 슈퍼시티 권역의 총 GDP는 각기 스페인보다 더 크다.

일본에서는 최근 도도부현(都道府縣)의 지방행정체계를 광역행정체계로 개편하는 도주(道州)제 도입 논의가 활발히 전개되고 있다. 즉, 광역자치단체인 현행 도도부현을 대신할 도(道) 또는 주(州)를 설치하여 지방자치계층을 도주와 시정촌(市町村)의 2층제로 구성하자는 것이 주된 골자로서 현재 평균 인구규모 1,000만 정도의 9~13개 도주안들이 제시되고 있다.

 

2. 초광역 지방정부와 재정 자주권

 

한국에서 광역시와 도(道)는 사실 하나의 유기적 경제권 및 생활권을 형성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행정상으로는 분절적으로 운영되어서 그 경제적 효율성이 낮을 수밖에 없다. 광역시는 인위적으로 그어진 경계 내에 갇힌 채로 발전을 모색하며, 배후기지로서 유기적 역할을 하는 주변의 다른 기초지자체와의 일관된 정책 협력도 어렵다. 도는 도대로 가장 경제활동이 활발한 대도시 지역을 제외한 중소도시와 농촌만 가지고 정책을 펼쳐야 하는 어려움에 직면한다.

대안은 수도권을 제외하고 문화적으로나 경제적으로나 가까운 광역자치단체들을 각 지역의 허브도시를 중심으로 묶어서 인구 500만 명 정도의 초광역 지방정부를 설치하는 것이다. 충청도(대전/충남/충북, 인구 합계 약 520만 명), 전라도(광주/전남/전북, 인구 합계 약 530만 명), 경북도(대구/경북, 인구 합계 약 520만 명), 경남도(부산/울산/경남, 인구 합계 약 810만 명)로 통합하는 것이다. 다만 섬으로 특별자치구를 운영하는 제주, 적절한 권역을 형성하지 못하는 강원은 그대로 둔다. 이는 이명박 정부 시절의 5+2 구상과 유사한 구상이다.

ⓒ 피렌체의 식탁

물론 중앙에서 강제로 정하는 것이 아니라 해당 지역 주민들의 주민투표를 통해서 먼저 통합에 합의한 지역에 우선적으로 초광역 지방정부를 인정하고 자주 재정과 자주 입법을 할 수 있도록 권한을 부여하면 된다. 3개 지역을 합치고 국세 대 지방세의 비율을 현재의 8:2에서 6:4로 두 배 늘려주면 1개의 초광역 지방정부는 기존의 광역자치단체가 집행할 수 있는 예산의 12배를 사용할 수 있게 된다.

 

세제 조정, 초광역 지방정부 도입으로 재정력 증대

 

권역별 경제발전이 진정으로 혁신적 의미를 가지려면 단순히 국세 대 지방세의 배분 비율을 바꾸는 것만이 아니라 핵심적인 경제 3세의 부분적 징수 권한 및 세율 조정 권한을 부여해야 한다. 여기서 말하는 경제 3세란 부가세, 소득세, 법인세이다.

기업은 특히 법인세에 민감하다. 법인세 중 절반만이라도 지방정부가 자율적으로 세율을 설정할 수 있으면 지방정부가 선호하는 특정 산업을 대상으로 법인세율을 인하하여 관련 기업들을 유치할 수 있다. 이로 인해서 법인세의 세수는 줄어들지만, 일자리가 늘어나면서 소득세 세수가 증대된다. 반대로 부가세를 낮추면 소비가 늘어나서 (특히 유통업체들의) 매출이 늘게 되고, 소득세를 낮추면 다른 지역에서 인구 유입이 늘어나서 역시 소비가 늘고 매출이 늘게 되어 지방정부의 법인세 세수 증대로 이어진다.

이렇게 되면 사실상 ‘경제 연방제’가 된다. 즉 외교/국방/안보/통화 정책 등은 중앙정부가 하되 경제성장의 방법론은 지방마다 자신에게 특화된 방향으로 나아가게 된다. 중앙 정부는 다만 권역별로 상당한 경제적 차이가 발생할 경우 낙후된 지역의 재정을 보완해주는 역할을 하면 된다.

미국의 경우 연방정부/주정부/지방(시/카운티) 정부가 각기 독립적으로 세금을 거둔다. 연방정부는 개인소득세, 법인세, 고용세(employment tax: 의료보장세와 사회보장세 포함), 상속 및 증여세를 거둔다. 주정부도 소득세, 법인세, 상속세, 증여세를 징수하고 이 외에 재산세와 소비세(sales tax: 판매세라고도 하며 한국의 부가가치세에 해당)를 징수한다. 지방(시/카운티)정부 역시 재산세와 소비세를 징수한다.

(필자가 미국에서 공부하던 시절 매사추세츠주에서는 담배 관련 소비세가 매우 높았다. 그런데 차를 몰고 3시간 정도 가면 나오는 뉴햄프셔주에서는 소비세가 0%라서 매사추세츠 주의 많은 주민이 종종 뉴햄프셔 주에 가서 쇼핑을 한다. 그래서 주 접경 지역에는 거대한 쇼핑몰 타운이 형성되어 있고, 적지 않은 뉴햄프셔 주민들의 일자리가 여기에 기반하며, 유통업체의 매출이 상대적으로 높았다)

중국의 경우 중앙세, 지방세, 공통세가 있다. 중앙세는 소비세, 관세, 자동차세 등이 있고 지방세는 토지사용세, 재산세, 담배세 등이 있으며 공통세에는 개인소득세, 기업소득세, 부가가치세, 영업세, 인지세, 자원세 등이 있다. 공통세는 세목별로 중앙과 지방이 각기 다른 비율로 나누어 가진다. 중앙 대 지방으로 보면 개인소득세와 기업소득세는 60:40, 부가가치세는 75:25, 영업세는 본사(總公司)의 경우 중앙정부에, 지사(分公司)의 경우 지방정부에 납부한다.(중국의 경우 중앙의 총공사와 각 성별 분공사는 독립채산제를 실시한다)

 

 

3. 규제 분권과 혁신 성장

 

혁신 성장을 위해서는 규제 권한도 지방정부에 부분적으로 이양해야 한다. 모든 혁신은 기득권 세력의 저항에 부딪힐 수밖에 없다. 서양이 근대에 와서 동양을 앞서게 된 이유에 대해서 여러 연구 서적들은 ‘봉건제 및 민족국가 체제에서의 분열과 경쟁’으로 인해서 기득권층의 억압이 분산되어 새로운 기술과 제도를 주장하는 세력들이 그 틈바구니를 이용하여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을 그 이유로 꼽는다. 중국이나 조선과 같은 나라들은 중앙집중적 관료 지배 시스템이 너무나 완숙하게 자리 잡고 있어서 체제를 위협할 가능성이 있는 새로운 사상, 기술, 제도를 주장하는 세력을 철저하게 억압하였기 때문에 오히려 혁신에 실패한 것이다.

대한민국의 모든 규제는 법에서 정해놓은 것만을 허용하는 ‘포지티브’ 규제이다. 즉 법에서 정해놓지 않은 ‘새로운’ 것은 언제나 불법이 될 수 있다. 이를 법에서 금지하는 것 외에는 모두 허용하는 ‘네거티브’ 규제로 바꾸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특정 분야 또는 지역에서 포지티브 규제를 네거티브 규제로 바뀐다고 하더라도 하나의 사업은 다양한 분야와 지역에 걸쳐서 이루어질 수밖에 없다. 다른 지역 또는 특정 영역은 여전히 네거티브 규제이기 때문에 기득권적 이익집단이 법률 소송을 하면 새로운 세력은 질 수밖에 없다. 현재 규제권한은 중앙정부와 국회가 가지고 있으므로 기득권 이익집단은 중앙정부와 국회를 대상으로 투쟁과 로비를 진행하면 된다. 권한이 한 곳에 몰려 있으니 이익집단이 대응하기가 훨씬 수월한 것이다.

‘안전/위생’ 등과 관련된 규제를 제외하고 사업의 진입장벽이나 행정적 허가 관련 규제는 지방정부에 이양해야 한다. 그렇게 되면 각 지방은 새로운 혁신기업들의 유치를 위해서 이러한 규제를 풀어주는 ‘경주’를 시작하게 된다. 결국 포지티브 규제가 빠른 시일 내에 ‘강제’가 아니라 ‘경쟁’에 의해서 자연스럽게 네거티브 규제로 전환될 수 있다. 제각기 사업 관련 규제를 완화하기 때문에 기존 이익집단은 이곳저곳의 각기 다른 규제 변화에 한꺼번에 대응하는 방법을 찾기가 어려워진다. 한 지역에서 새로운 산업의 진입장벽을 완화하면 기존 사업자들이 반발하겠지만, 절이 싫으면 다른 지역으로 떠나면 된다. 대신 새로 유치한 혁신적 기업이 성장하면 경제가 활성화된다. 이렇게 혁신적 서비스가 한 지역에 몰리게 되면 그 옆의 지방정부는 이를 그냥 무시할 수 없고, 결국 새로운 서비스를 허용하는 규제완화 정책을 내놓을 수밖에 없다. 마치 유럽 근대 국가 간의 과학기술 및 산업육성 경쟁과 중국 춘추전국 시대에 백가쟁명(百家爭鳴: 많은 학자나 지식인 등이 주장을 자유롭게 발표하여, 논쟁하고 토론함), 백화제방(百花齊放: 많은 꽃이 일제히 피듯이 온갖 학문이나 예술, 사상이 함께 왕성함)이 있었듯이 지자체들 간의 경쟁 우위를 점하려는 노력은 결국 새로운 산업의 발전과 지역경제 혁신으로 이어지게 된다.

만약 정부가 다시 지방분권형 개헌을 추진할 예정이라면, 지방분권의 주체를 명확히 기초자치단체가 아니라 권역별 초광역지방정부로 설정하고 그에 걸맞은 권한을 부여하는 내용을 헌법 조항에 넣어야 한다. 지방 대도시가 잘 살아야 지방 중소도시가 잘 살 수 있고 지방이 잘 살아야 서울도 살만한 도시가 될 수 있다.

고한석/ 민주정책연구원 부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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