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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편집 2022. 06.13, 00:00

[특별 집담회] 언니들, 스우파의 멋진 언니들을 이야기하다

By | 2021년 12월 31일 | 미분류, 사람, 집담회

 

현재 대한민국에서 가장 뜨거운 관심사는 아마도 케이블 채널 Mnet의 <스트릿 우먼 파이터>, 즉 스우파일 것이다. 피렌체의 식탁은 2021년 마지막 칼럼에서 이 열기가 어디에서 오는지 듣기 위해 외교안보 전문 뉴스레터 델타 월딩 대표이자 다양한 분야에 관심을 두고 글을 쓰는 별샛별 님에게 청탁 전화를 했다. 전화를 받은 필자는 즉석에서 더욱 많은 여성의 목소리를 듣기 위해 원고보다도 집담회를 열면 어떨까 제안했고, 곧이어  멤버 구성을 시작했다. 일사천리 집담회는 준비되었고, 지난 수요일 메디치미디어 지하 강당에서 실제로 모여 이야기를 나누었다. 별샛별 님은 이날 집담회의 사회를 맡고 스트릿 우먼 파이터처럼 토론 배틀의 형식으로 <스트릿 토론 파이터>, 즉 스토파를 이끌었다. 참가자들 사이의 놀라운 호흡과 생생한 목소리, 그 열정적인 집중력을 2차원 평면의 원고로 옮길 수는 없지만, 주요 내용만을 피렌체의 식탁이 정리했다. 스토파 영상 유튜브에서 시청할 수 있다. [편집자 주]

✔ 전문성, 다양성, 리더십, 커뮤니티. 스우파를 설명하는 키워드 

✔다른 경쟁에서 본 적 없는 욕망, 관계 그리고 갈등 구조

✔귀여움과 관능을 탈피한 여성 퍼포먼스의 새 장르

✔그림자, 백댄서, 이인자에서 벗어나 K wave의 뒷심이 되다

(사진:셔터스톡)

 

참가자
별샛별(40대, 델타 월딩 대표), 페미웨이브(40대, 페미니즘 활동가), 바다(30대, 직장인), 베이비가가(30대, 영화인, 제주 거주), 동근(20대, 학생)

정리
허원

★별샛별
안녕하세요. 델타 월딩의 별샛별입니다. 202년 하반기는 <스트릿 우먼 파이터>없이는 어떤 대화도 하기 힘들 정도로 선풍적인 열풍이 일었습니다. 줄여서 스우파라고 하죠. 독보적인 춤, 타고난 승부욕, 거침없는 스타일로, 춤으로 싸우는 여자들의 이야기라 할 수 있습니다. 오늘 스우파에 진심인 팬들이 모여 스우파 열풍의 사회적 함의를 스우파의 방식으로 말하는 시간을 가져보려 합니다. 저희는 이 프로젝트명을 <스트릿 토론 파이터>, 스토파로 정했습니다. 오늘의 참가자를 소개합니다. ‘계속 보여주면 언젠가는 익숙해진다. 이게 상식이다. 다 함께 미래로’라는 구호의 ‘페미웨이브’. 스트릿 토론 배틀 씬에 파란을 불러일으킬 멤버. 파워풀한 에너지와 젊은 감성으로 충만한 ‘동근’. 토론의 뽐을 보여주러 나온 뽐 나는 배틀러, ‘베이비 가가’. 토론에도 리액션이 중요하다. 믿고 보는 리액션러, ‘바다’. 스트릿 토른 배틀씬의 새 역사를 쓰기 위해 페미웨이브, 동근, 베이비가가, 바다 이렇게 네 분이 자리해 주셨습니다.

왜 스우파에 열광하는가?

★별샛별
첫 번째 순서로 스우파에 열광하는 팬심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각 참가자들이 가장 사랑하는 크루, 멤버, 혹은 스우파 최고의 순간이나 최고의 미션에 대해 개인적인 경험을 이야기해주시기 바랍니다.

◆페미웨이브
저는 가장 좋아하는 크루로 프라우드먼을 꼽습니다. 프라우드먼의 퍼포먼스는 최고의 자존감, 바른 메시지를 위한 노력, 이전에 보지 못한 종류의 춤, 등의 표현으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이전 방송에서 보여준 여성의 춤은 항상 섹시하거나 귀여움 두 가지 뿐이었습니다. 스우파에는 여태껏 봐오던 섹시하고 귀여운 춤에서 벗어나 ‘멋지다’와 웅장하다’같은 감탄사가 튀어나오는 순간이 많았습니다. 가장 좋아하는 멤버는 라치카의 가비입니다. 가비는 라치카에서, 아니 스우파에서 서사 담당이라고 불러도 될 정도로 이야깃거리가 많은 인물입니다. 시간제한이 있어 그 많은 이야기를 풀 수는 없고요. 궁금하신 분들은 직접 보시면 아실 겁니다.

♥베이비가가
제가 가장 좋아하는 크루는 보라색의 홀리뱅이고요. 스우파를 보며 최고의 순간이라 느낀 때가 물론 있지요. 스우파를 보고 있으면서 태어나서 처음으로 리더가 되어 보고 싶다는 욕망이 생겼거든요. 그걸 깨달은 시점이 제 최고의 순간입니다. 리더란 이렇게 멋진 자리이구나, 리더십이 이렇게 아름답다는 점을 볼 때마다 느낍니다. 가장 좋아하는 멤버 역시 홀리뱅의 리더 허니제이인데요. 자신의 결점까지 부끄럼 없이 다 드러내 보이는 허니제이의 솔직한 리더십, 리더지만 멤버들과 동등한 위치에서 함께 성장해가는 모습에 환호했습니다.

♠바다
제가 꼽는 스우파 최고의 순간은 ‘맨 오브 우먼’ 미션이었습니다. 저의 최애 크루 역시 프라우드먼이고요. 최애 멤버 또한 프라우드먼의 리더 모니카입니다. 저와 MBTI가 같아서 더욱 공감된다 하면 이해하실까요? 프라우드먼에게는 가족과도 같은 결속력과 반항아적 매력이 공존합니다. 프라우드먼의 모니카와 크루 사이에는 사제지간같은 감정보다는 가족처럼 무조건 믿고 따르는 끈끈함이 있어요.

♣동근
제가 가장 좋아하는 크루는 단연 라치카입니다. 가장 좋았던 미션은 ‘런 더 월드(Run the World)’. 이 미션에서 라치카가 보여준 공연은 세상 모든 여성, 모든 별종, 소수자, 부적응자들을 향한 헌사라 생각합니다. 저 역시 가장 멋지다 생각하는 멤버로는 가비를 꼽을 수밖에 없네요. 악마적인 스타성, 당당한 애티튜드, “됐고, 다른 건 다 모르겠고, 너가 제일 잘했고, 너만 잘하면 된거야.” 이 말이 가비를 가장 잘 표현한다 생각해요.

스우파, 나의 무엇을 충족시켰길래

★별샛별
이번 순서는 ‘스우파는 나의 000을 충족시켜 주었다.’입니다. 스우파는 여러분의 무엇을 채워 주었나요?

◆페미웨이브
스우파는 무엇보다도 나의 자부심을 충족시켜주었습니다. 여태까지의 오디션, 여성 대상 경연 프로그램이 인기를 얻으면 다음 수순은 그 인기에 힘입어 같은 포맷의 남성 경연이었습니다. 스우파의 차기 프로젝트가 남성 경연이 아니라, 그보다 조금 어린 다음 세대 여성들이란 점에서 그 전문성이 돋보였습니다. 그리고 스우파에는 실로 다양한 종류의 신체가 나오는데, 신체에 대한 평가가 나오지 않으니 보는 내내 어찌나 쾌적한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입니다. 오로지 중요한 것은 안무가로서의 전문성, 각 댄스 장르의 전문성만이 드러난다는 점. 또한 윗사람 아랫사람이 따로 없는 탈권위적 커뮤니티가 돋보입니다. 스우파 현상을 이해하는 키워드로 감히 여성으로서의 자부심, 전문성, 커뮤니티를 꼽고 싶습니다.

♣동근
스우파는 제게 언니의 부재를 충족시켜주었습니다. 자기 분야의 전문성에서 정점을 찍은 언니들이 등장하여 길을 닦아 주고, 비전을 제시하며 긍정적인 언니 상을 확립해 주었습니다. 또한 스우파는 여성 커뮤니티에 대한 기존의 편견을 여지없이 깨준다는 점에서 독보적입니다. 스우파를 보고 있으면 세상의 흔한 오해와는 다르게 여성의 연대는 쉽게 깨지지 않고, 언니들은 기대고 의지할 만한 존재라는 점을 깨닫거든요.

 

다른 경쟁에서는 본 적 없는 욕망, 관계, 갈등 구조

♥베이비가가
경쟁 프로의 등장인물들이 굳이 갈등하는 관계가 아니어도, 갈등이 절정으로 치달아 파국을 향하지 않아도, 상업적으로 성공할 수 있다고 증명해 주어 스우파가 대단하다 생각합니다. 아티스트로서의 욕망보다 잘 팔리는 여성상을 내세우던 아이돌 오디션에서 탈피한 점이 너무 신선하고요. 가장된 겸손은 떨치고 이기고 싶다는 욕망을 솔직하게 드러내는 진솔한 모습에서 번번이 무릎을 치며 감탄합니다. 어떤 경쟁에서도 본 적 없는 순수한 욕망입니다.

♠바다
저는 리정이 보여준 성공에 대한 욕망이 너무나 솔직하고, 겸손을 가장하지 않는 그 순수함과 자신감에 열광합니다. 상업 방송국 제작진의 애초 의도는 분명 파국으로 치닫는 갈등 구조일 텐데, 순수한 관계와 솔직한 욕망 속에서 애초 의도한 갈등 구조는 무너져 버렸지요. 아이키와 가비의 약자 지목 배틀이 좋은 예인데요. 명백한 갈등 선이 분명 있었는데 둘이 협력하며 긍정적으로 풀어나가거든요. 갈등을 상품화할 여지도 없고 악마의 편집이 끼어들 틈도 없이 갈등이 해소되는 모습에서 순수 그 자체의 카타르시스를 느꼈습니다.

 

스우파가 우리에게 던지는 질문은? 리더십, 대안 모델, 그림자, 다양성

◆페미웨이브
스우파를 정의하는 다른 키워드는 단연 리더십, 대안 모델, 그림자, 다양성이지요.

♣동근
사회에서 만년 이인자, 그림자로 획일화된 여성상에서 탈피한 그 세계에서 저는 극도의 해방감을 느낍니다. 가림막을 치우니 그림자의 본질이 보이고, 그 주체성이 드러나는 순간이 정말 짜릿했어요. 엄마처럼 다독이는 아이키가 양육형 리더라면, 허니제이는 ‘우리가 맞아, 우리가 멋있어’ 같은 말로 흔들릴 때 붙잡아 주는 중심축 같은 리더에요.

◆페미웨이브
저는 여성 리더가 더욱 필요하다는 이야기를 강조할 때마다 ‘자주 보면 익숙해진다’는 말을 잘 쓰는데요. 스우파의 리더들은 영어 백(back)이라는 단어의 정의를 새로 쓴다 생각합니다. 여성 댄서를 표현하는 ‘2인자’, ‘그림자’라는 동근 님의 비유는 정말로 탁월합니다. 스우파를 계기로 ‘여성 댄서=백 댄서’라는 과거의 등식에서 벗어나 여성들은 back을 떼고 댄서로 서게 되었다 볼 수 있습니다. 이제는 주인공 뒤 병풍 같은 백댄서의 back이 아니라, K pop, K wave의 백그라운드(background), 든든한 뒷배가 되어주는 back으로 한 단계 도약한 기분입니다. 초반에 말한 저의 자부심을 충족시켰다는 말과 같은 맥락이지요.

또한 스우파는 우리 사회에서 여성 리더가 집단으로 등장한 첫 사례입니다. 리더십의 대안 모델이자, 다양한 여성 리더 상을 제시한 좋은 기회였다 봅니다. 앞으로 더 많은 여성이 베이비가가 님이 얘기한 것처럼 리더가 되기를 갈망하기 기대합니다.

스우파, 이들에게 꼭 보라고 권하고 싶다

♥베이비가가
저는 대한민국의 수많은 베이비가가들에게 보여주고 싶습니다. 내 딴에는 주체적으로 내 삶을 살아왔다고 생각했는데, 거침없이 자유로운 스우파 크루들을 보니 사회의 통념을 기준으로 내가 나 자신을 좌절시킨 적이 많았구나 싶은 후회가 있어요. 시작할 때, 스우파를 보며 처음으로 리더가 되고 싶다고 느꼈다고 했는데, 이는 조직의 리더이기도 하고 내 인생의 리더를 말하기도 합니다.

◆페미웨이브
감동적인 동시에 아쉬운 순간도 있었습니다. 라치카의 맨 오브 우먼 미션. Mnet은 이를 가리켜 별종이라 했으나, 사실 저는 그 별종이 LGBT의 다른 모습이라 인식했습니다. 소외된 축에 속하던 여성과 소수자가 손을 잡으면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이 확장될 거라 확신합니다. 소수자를 향한 혐오가 여성의 안전을 지킨다고 오해하고 있는 모든 사람들이 스우파를 보았으면 합니다.

♣동근
소위 꼰대라 하는 답답한 기성세대들이 보았으면 합니다. 꼰대 자신의 오해와 달리 그들은 여성 전문가가 아니거든요. 아이키와 모니카는 처음부터 댄서는 아니었습니다. 사회의 제도권에 들어가 안정적으로 순응하며 살 수 있는 사람들이었으나, 사랑하는 춤을 위해 과감히 제도권이 주는 안정을 박차고 나온 사람들이에요. 심지어 케이데이는 춤이랑은 전혀 어울리기 어려운 종갓집 딸이고요. 23살의 나를 포함하여 야망을 찾고, 열광할 대상을 찾는 모든 청춘에게도 스우파를 권합니다. 이 글이나 영상을 보면서 댓글에 ‘아니죠~’를 다는 사람이 바로 제가 말하는 꼰대입니다. 이거 읽으며 ‘아니죠~’라고 한 번이라도 말 한 적 있는 분들은 스우파 꼭 보셔야 합니다.

★별샛별
듣다 보니 유력 대통령 후보 두 분에게 꼭 보시라 권하고 싶어지네요. 이 시대가 원하는 리더십을 배우고, 청년, 특히 청년 여성이 원하는 게 무엇인지 대통령 후보들이 부디 스우파를 통해 학습하길 바랍니다.

오늘 집담회를 마친 소감은?

♣동근
가능할 것이라 생각해 본 적도 없는데, 이렇게 여성들의 이야기를 들어볼 자리를 항상 꿈꿔 왔어요. 직업 연령, 사는 지역이 서로 다른 여성들의 이야기를 공개적으로, 이렇게나 대등하고 다양한 시각으로 나눌 수 있다는 점이 믿어지지 않고, 존경스러운 언니들과 한 자리에 서게 되어 영광이라 생각합니다.

♥베이비가가
메이저 상업 방송국 프로에서 이렇게나 다양한 신체가 등장하는 것을 보며 시야가 확장되었고, 그와 동시에 사고도 확장되었습니다. 저도 한 자리에서 이렇게 다양한 목소리를 듣게 되어 정말 기쁩니다. 제주에서 서울까지 비행기 타고 온 노력이 전혀 아깝지 않습니다.

◆페미웨이브
처음에는 젊은이들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다는 사실에 기대를 많이 했습니다. 그래서 사실 섭외 전화도 귀찮을 정도로 스케줄이 바쁜 한 주인데 그냥 무조건 오케이 한 거에요. 여성의 이야기를 전하는데 가장 부족한 면이 ‘다양성’이거든요. 그런데 연령, 지역까지 다양한 여성들이 나온다니 거부할 수가 없었지요. 막상 이 자리에 나와서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새로운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지난 2년간 줌 미팅으로 인한 피로가 얼마나 컸고 내가 얼마나 사람을 그리워했는지 깨닫게 되었어요.

♠바다
누구에게나 삶이 녹록지 않은 요즘 상황. 주체적으로 살려고 노력하고, 가치 우선적으로 살려 했지만, 자본주의적 욕망과 가치우선적인 신념이 다투던 순간이 참 많았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스우파를 보게 되었습니다. 멤버들을 보면서 배운 것도 많지만, 사회적 가치를 두고 다양한 각도로 접근한다는 사실이 가장 대단하다 생각해요. 나의 사랑하는 친구들에게 스우파를 꼭 보라고 권하고 싶습니다. 30대 초반이면 나이가 많다고 할 수는 없는데, 저를 제외한 제 친구들은 모두 엄마이고, 경력 단절을 경험하는 중입니다. 아이 키우며 하루하루를 전투같이 살아내는 나의 친구들, 과연 내가 다시 무언가 할 수 있을까 고민하며 낙심하고 있는 사랑하는 친구들이 스우파를 꼭 보았으면 합니다.

★별샛별
에디터의 섭외 전화를 처음 받았을 때 제가 한 말이 있습니다. ‘저는 여성의 목소리를 들려주는 글, 그런 시도에서 가장 부족한 점이 다양성이라 생각하거든요. 여성들의 나이도 제각각이고 생활하는 지리적 환경과 활동 영역도 모두 다른데, 그 많은 이야기를 하나의 글에 담기는 어려우니 우리 최대한 다양한 멤버로 구성하여 집담회를 하면 어떨까요’. 칼럼을 써달라고 전화하신 분께는 죄송하게 됐지만, 오늘 이런 큰 판까지 벌이게 되었습니다. 애초의 기획 의도에서 많이 벗어난 이런 큰 판 벌이게 도와주신 <피렌체의 식탁> 감사드리고요, 외교안보 전문 뉴스레터 <델타 월딩>에도 많은 관심 보여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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