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경기 부진과 취업난은 최근의 일본경제 호경기와 자주 대비되면서 더욱 도드라져 보인다. 일본 호경기를 부른 대규모 엔 방출과 그에 따른 엔 약세가 더 나은 일본을 위한 해법이자 축포요 그 길을 택하지 않거나 못하는 한국은 잘못된 길을 가고 있다는 얘기도 들린다. 과연 그럴까? 아베노믹스는 일본을 구할까? 그리고 한국 역시 그쪽으로 방향을 틀어야 할까? 엔 약세는 일본에 축포? 이달 초 약세 기조이던 일본 엔화 가치가 더 떨어져 3개월 만에 다시 가장 낮은 수준이 됐다. 이 사실을 전하는 국내 일간지 기사 제목은 “일본 기업은 ‘엔저 축포’, 한국은 ‘수출 비상’”(<한국일보>)이었다. 그날 일본 엔과 우리나라 원의 환율은 100엔당 975.65원으로, 원화에 대한 엔 시세는 전날보다 100엔당 1.88원 더 떨어졌다. 그 기사는 이렇게 이어진다. “일본 상품 구매나 여행을 계획하고 있는 국내 소비자들에게는 반가운 소식이지만 세계 시장에서 일본 제품과 경쟁해야 하는 국내 수출업체엔 비상이 걸렸다. 사실 반도체를 제외한 12대 주력 품목의 수출은 이미 감소세로 돌아선 상태다. 한국 기업들이 이처럼 울상인 반면, 엔저에 닛케이지수가 27년 만에 최고 수준으로 치솟자 일본 기업들은 축포를 터트리고 있다.” 한국도 수출은 여전히 양호한 편이지만, 기사에서 지적했듯이 일본 엔 가치가 계속 하락하면(엔 저, 엔 환율 고) 한국을 비롯한 경쟁국들의 수출에 부정적 영향을 끼칠 것은 명약관화다. 엔 시세가 내려가면 같은 물품도 수입국에선 더 싸게 살 수 있을 테니 일본은 수출이 더 잘 되고, 그런 만큼 경쟁국의 수출 여건은 나빠질 것이다. 그러니까 우리도 일본보다 자국 통화 가치를 더 내려 환율경쟁에서 이기는 게 살길일까? 아니 그 전에, 엔 약세가 과연 일본에 축포이기만 할까? 엔 약세에 대한 일본 시각 이 문제를 일본에선 어떻게 보고 있을까? <아사히 신문>의 하라 마코토 편집위원이 이런 글을 썼다. “일본은 이제 패전 때와 같은 심각한 차금(차입)재정으로 거액의 재정적자를 계속 방류하고 있다. 계속 이렇게 할 수 있는 것은, 일본은행(중앙은행)이 대량의 지폐(전자 데이터 발행도 포함해서)를 마구 찍어서 정부의 재정 적자를 메워 주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주가가 높은 수준에서 안정된 것(닛케이 지수는 지난해에 이미 1991년 거품경제 붕괴 직전 수준을 회복했다)도 일본은행이 거액의 자금을 주식시장에 공급해 적극적으로 매수를 떠받쳐 주고 있기 때문이다.”(칼럼 ‘파문풍문(波聞風門)’, <아사히> 2018.9.18.) 하라 위원은 수출 호조와 주가 고등으로 대표되는 거품경제 이래의 최근 일본 ‘호경기’를 떠받치고 있는 것이 이처럼 막대한 통화발행·공급(금융완화) 덕임을 지적하면서 이렇게 얘기한다. “이런 정책이 계속 이어질 수 있다면 납세자나 투자가에게 이런 큰 복이 달리 없을 것이다. 하지만 그런 요술 방망이는 존재하지 않는다. 실제론 재정이 언제 파탄의 내리막길로 굴러떨어진다 해도 이상할 게 없고, 일본은행 자금의 막대한 방출이 중단되면 주가가 급락할 게 분명하다.” 하라 위원이나 <아사히>의 시각이 일본인 전체를 대표하는 것은 아니겠고, 다른 의견들도 많겠지만, 분명한 것은 일본 내에 지금의 일본경제(‘아베노믹스’)를 이런 시각으로 보는 강력한 견해가 존재한다는 점이다. 독자들이 이를 어떻게 받아들일지는 물론 독자들 몫이다. 교토대에서 오랫동안 가르쳐 온 경제정책 전공의 이론경제학자 이토 미쓰하루 명예교수 역시 지금의 일본 엔 약세와 수출 호조, 주가 상승이 돈을 엄청나게 찍어 뿌린 덕분이며, 그것은 아베 신조 총리 2차 내각(2012년 말 이후) 이전부터 이미 채용된 정책이지만 아베노믹스에서 차원이 다르게 전개되고 있다고 얘기한다. 이토 교수에 따르면 일본 정부의 최대 펀드라고 할 수 있는 ‘연금적립금관리운용독립행정법인’(GPIF)이 자금 살포의 유력한 통로인데, 2017년 3월의 이 법인 소유자산은 144.9034조 엔(약 1450조 원)이다. 세계적으로도 몇 손가락 안에 드는 대형 정부펀드다. 이 법인이 2017년 3월 말에 갖고 있던 외국채권, 외국주식은 54.6079조 엔(약 550조 원)어치였다. 그런데 아베노믹스 개시 이전인 2012년 3월 말 현재 이 법인이 소유했던 외국채권과 외국주식은 22.9506조 엔(약 230조 원)이었다. 그 차액이 약 32조 엔(약 320조 원, 3200억 달러)인데, 이토 교수는 그 막대한 돈이 엔 약세를 유도하기 위해 일본 정부가 뿌린 것으로 본다.(‘아베 경제정책을 전면 부정한다’, <세카이> 2018년 5월호) 외국(특히 미국) 국채나 주식을 (달러로) 대량으로 사들이면서 엔화를 뿌려 엔 약세를 유도하는 것이 아베 정권이 구사해 온 전형적인 ‘환율개입’ 정책이다. 돈 풀기 아베노믹스 언제까지 갈까 이토 교수에 따르면 아베 정권의 환율개입은 시장에서 달러를 현금으로 사들이는 직접개입 방식이 아니라 이처럼 정부 펀드 등을 앞세워 외국 국채나 주식을 대량으로 사들이는 간접개입 방식이다. 직접개입은 환율조작이라는 비판 및 제재를 받기 때문에 이런 간접개입 방식을 취하는데, 이 방식은 경쟁국들의 국채나 주식 가격을 높이고 떠받쳐주기 때문에 오히려 환영받는다고 한다. 말하자면 환율개입·조작 논란을 피하면서 사실상 환율개입을 해서 수출환경을 인위적으로 바꾸는 것이다. 이건 물론 일본이 세계 유수의 채권국으로, 그동안 벌어 놓은 돈이 있으니까 쓸 수 있는 수법이다. 하지만 언제까지 이런 방식을 고수할 수 있을까? 그리고 이게 옳은 길일까? 이런 방식 외에 다른 길은 없을까? <이코노미스트> 기사(‘아베의 야심’, 2018년 9월 22-28일)도 지적했듯이 얼마 전 집권 자민당 총재선거에서 3연임에 성공한 아베 정권이 안고 있는 주요 문제 중의 하나는, 연임 성공 직후에 치러진 오키나와현 지사 선거에서 미군기지와 아베 정권 반대의 기치를 내건 후보가 당선된 것이다. 아베 정권으로선 매우 난감하겠지만, 그러나 관건이 될 최대의 난제는 역시 경제문제다. 오키나와 문제라는 ‘복병’도 얕볼 수 없지만, 무엇보다 경제가 잘 풀리지 않으면 20121년까지 재임의, 예약된 ‘역대 최장수 총리’ 타이틀도 도중에 날아가 버릴 수 있다. 일본의 재정적자(국공채 발행고)는 GDP(국내총생산)의 무려 250%로 세계 1위다. 일본의 연간 국내총생산액(546.488조 엔, 약 5465조 원, 2017년 기준)의 두 배 반이나 되는 빚을 정부가 지고 있다는 얘기다. 그리고 계속 불어나고 있다. 일본 연간 정부예산의 30%가 빚이고 그 원리금을 갚기 위해 그만큼 빚을 새로 내야 한다. 말하자면 그만큼 국공채 발행으로 메우고 있다. 이렇게 되면 사회보장(복지)이나 경기·고용 쪽에 제대로 대처하기 어렵다. 게다가 이 막대한 빚은 지금 세대가 쓰고, 갚기는 다음 세대 몫이다. 인구 감소와 고령화로 사회보장 비용은 가속도로 늘어날 텐데, 사용할 수 있는 재원은 갈수록 준다면 앞날이 어둡다. 2008년의 월스트리트 발 세계 금융위기(‘리먼 쇼크’) 이후 취해 온 초저금리의 대규모 금융완화 정책을 마감하기 위한 ‘출구’전략을 찾고 있는 미국·유럽과는 달리 아베노믹스는 여전히 금융완화에 집착하고 있다. 자민당 총재 3기 연임(총리 연임) 성공 뒤 아베는 ‘출구’ 고민은 하겠지만 기존정책을 고수하겠다는 견해를 밝혔다. 아베노믹스 자체가 출구가 없다. 출구를 찾으려면 기존 아베노믹스를 포기해야 한다. 지금 아베 정권은 그럴 능력도 의사도 없어 보인다. 왜 아베노믹스? 일본 정부가 이렇게 돈(엔화)을 마구 뿌리는 이유는 1990년대 초의 거품경제 붕괴 이후 찾아온 장기 경기침체, 특히 끝도 없이 이어지는 ‘디플레’ 상태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다. 아베노믹스가 내세운 구호 중의 하나가 ‘물가 2%’선 회복이다. 물품 가격이 계속 내려가기만 하는 디플레 경제는 생산과 소비가 모두 줄어들면서 성장 전망이 보이지 않는 축소 일변도의 경제다. 막대한 돈 뿌리기는 이를 반전시키기 위한 극약처방이다. ‘잃어버린 10년’에서 ‘잃어버린 20년’으로 가더니 지금은 ‘잃어버린 30년’이라는 얘기까지 듣고 있는 일본 디플레 경제 흐름을 돌려놓기 위한 도박이라고 할 수 있다. 아베노믹스의 도박은 분명 상당한 성과를 내고 있다. 수출은 호조고, 실업률은 2.5% 정도로 완전고용에 가까우며, 주가도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다. 한국은 높은 실업률에 구직난이 심각한데, 이웃 일본은 완전고용에 구인난으로 외국인 노동력 수입을 확대하고 있다는 국내 보도들이 자주 등장하는 까닭이 여기에 있다. 이런 보도들은 통상 일본경제 호조 그 자체에 주목한 것과 이에 빗대어 한국경제 부진을 부각해 비판하려는 것, 크게 이 두 부류가 있다. 하지만 어느 쪽이든 실제 현실과는 좀 거리가 있어 보인다. 따져볼 필요가 있다. 수출경기는 이미 2002~3년부터 좋아지기 시작했으나 ‘리먼 쇼크’로 가라앉았다가 아베노믹스가 시작된 2013년부터 다시 호조다. 이는 엔 약세와 연동돼 있다. 즉 아베노믹스 시작 전인 2011년에 엔은 미국 달러에 대해 1달러당 97.67엔, 2012년엔 86.32엔으로 강세를 유지했고 무역수지도 적자와 흑자를 오가다가, 아베노믹스가 시작된 2013년에는 1달러당 105.37로 떨어졌다. 이후 달러당 110엔대를 계속 유지했으며 2015년부터 흑자 기조로 돌아섰다. 지금의 일본 호경기는 거의 전적으로 이 수출호조에 따른 것이고, 이는 곧 엔 약세 기조, 즉 아베 정부의 막대한 돈 풀기 덕이라고 할 수 있다. 일본의 대표기업 도요타 자동차의 경우 2018년도 연결순익은 2조 4,000억 엔(약 24조 원)으로 예상되고 있다. 아베노믹스의 한계와 문제 그리하여 지금 일본의 기업(특히 대기업)은 살판이 났다. 2017년 일본 재무성 법인기업통계에 따르면 2016년의 기업 내부(사내)유보는 406.2384조 엔으로, 4년 전인 2012년 말의 이익잉여금 304조 엔보다 100조 엔 넘게 늘었다. 아베 정권은 그런데도 계속 법인세를 낮췄다. 아베노믹스 전에 40%에 가까웠던 법인실무세율은 2015년도에는 34.6%로 낮아졌고, 2016년에는 다시 29%대로 인하됐으며, 2018년에는 20.74%까지로 낮출 예정이다.(이토 미쓰하루) 이렇게 해서 기업은 점점 더 부자가 돼가는데, 노동자들 임금은 별 변동이 없다. 도요타의 경우 2013년 이후 실적 호조에 따라 노동자 연간 보너스를 급여액의 6~7배씩 주면서도 기본급은 올리지 않았다. 임금 정체는 소비 정체로 이어지고 다시 생산 정체와도 연결된다. 일본의 높은 취업률, 구인난은 물론 반길 일이지만 그 내용이 꼭 바람직한지는 의문이다. 파트타임에 저임 기조의 임금구조는 최근 외국인 노동자 수입 개방 추세와도 밀접하게 얽혀 있는 듯하다. 수입 외국인 노동자들의 경우 대부분 단기계약직으로 체류기간이 짧고 가족이 함께할 수 없다. 장기 정착형이 아니라 단기 수급조절형인 셈이다. 기업들은 이처럼 사정이 좋지 않으면 언제든 다시 깎아 버릴 수 있는 일시금 보너스를 줄지언정 기본급은 올리지 않는다. 이에 따라 기업이 쌓은 부는 사회로 확산되지 않고 기업 내에 흡수돼 타 산업에도 파급되지 않는데, 이것이 1960년대 고도성장기의 일본경제와 근본적으로 다른 점이라고 이토 교수는 지적한다. 그는 이런 현상을 초저금리 시대엔 이자율이 아무리 낮아져도 돈이 돌아 투자로 전환되진 않는다는 유동성 부재의 ‘유동성의 덫(liquidity trap)’ 개념으로 설명했다. <아사히>(2018년 9월 20일)가 금융청 자료를 인용해 보도한 바에 따르면, 일본 전국에 100개가 넘는 지방은행들 절반이 대출 분야에서 적자를 보고 있다. 2017년도 대출 수익과 금융 서비스 제공에 따른 수수로 등 ‘본업’ 수입을 합산한 지방은행들의 수익 조사에서 54개 은행이 적자였으며, 52개 은행은 2년 연속 적자, 20개 은행은 5년 이상 연속적자였다. 2년 연속 작자 은행 수는 2015년도엔 전체의 30%가 채 되지 않았으나 2016년엔 약 40%, 2017년엔 약 50%로 계속 나빠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돈이 돌지 않고 투자도 줄고 있다는 얘기다. 2%로 끌어올리겠다던 물가도 별로 바뀐 게 없다. 아베노믹스가 안고 있는 모든 문제를 해결해 주리라 기대하고 있는 궁극의 해결책인 경제성장 기조 회복 역시 전망은 낙관적이지 못하다. 디플레에서 탈출하지 못한 채 계속 성장에 제동이 걸릴 경우 이를 탈피하기 위해 시도한 아베노믹스의 대규모 정부 차입경제는 오히려 일본경제 지반을 더욱 침하시킬 수도 있다. 이는 일본 인구변동 추이와도 연동돼 있다. <이코노미스트>도 인용했듯이 일본은 지금 매일 1000명씩 인구가 줄어가는 데다, 5명당 1명이 70살 이상인 고령화가 급속히 진행되고 있다. 이 ‘소자고령(小子高齡)화’는 생산과 소비 위축, 성장 정체 내지 후퇴로 이어진다. 이에 대해서는 인구를 늘리든지, 그게 여의치 않을 경우 외부 노동자를 수입하거나 경제규모 자체를 축소 조정하면서 성장이 아닌 삶의 질을 높이는 쪽으로 전환해야 한다. 어느 쪽도 쉽지 않아 보인다. 우익민족주의 성향이 강한 아베 정권이 경제규모 축소나 외국인 노동자 수입개방 확대를 받아들이긴 쉽지 않을 것이다. 금리 인상에 발목 잡힐 일본 미래 금리를 올리면서 금융완화 출구전략을 찾고 있는 미국과 유럽 등 주요 경제국들의 정책전환도 막대한 재정적자를 안고 있는 일본에 불리하다. 지금 일본 중앙정부와 지자체 예산을 지탱하는데 초저금리 득을 크게 보고 있는데, 금리가 올라갈 경우 큰 어려움에 부닥칠 가능성이 있다. 이토 교수에 따르면 금리가 1%만 올라도 일본이 국채 이자로 추가 지급해야 할 돈이 10조 엔(100조 원)이 넘어 당장 예산편성부터 곤란해질 것이라고 한다. 미국은 얼마 전에도 금리를 0.25%로 올렸지만, 앞으로도 몇 차례 더 올릴 예정이다. 지금 –0.1%인 일본의 금리는 최고 2.25%인 미국과 2.35%나 차이가 난다. 이렇게 되면 일본도 출구전략을 찾을 수밖에 없다. 아베 총리도 출구를 모색하고 있다고 말은 하지만, <이코노미스트>는 이를 위한 선행조건으로서의 근본적인 구조개혁을 아베 정권에서 바라기는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아베 총리는 1기 내각 때도 구조개혁을 부르짖었으나 조금씩 찔끔찔끔하는(dribs and drabs) 임기응변식의 대응에 그쳤으며, 최장 3년이나 남은 마지막 임기에도 그런 기조를 유지할 것이란다. <아사히>의 하라 편집위원은 자민당 총재선거에서 바로 이런 문제를 집중적으로 토론했어야 하는데, 제대로 언급조차 하지 않고 넘어갔다고 비판했다. 대항마였던 이시바 시게루 전 간사장도 마찬가지였다. 찔끔거리다 말 것이라는 <이코노미스트>의 예측과도 맞아떨어진다고 해야 할까. 토론 부재야말로 진짜 문제 거듭 말하거니와, 이런 시각은 아베노믹스를 비판적으로 보는 사람들의 견해다. 이와 다른 견해를 지닌 사람들도 있겠지만, 정말 중요한 것은 그런 차이를 비교하며 옳고 그름을 따져볼 토론의 장이 서지 않는다는 점일지도 모르겠다. 토론의 부재야말로 아베와 아베노믹스의 진짜 문제일 수 있는 것이다. 이런 일본에 빗댄 한국경제 관련 설명이 왕성한 듯하지만, 토론이 부재하기는 한국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소득주도 성장이나 최저임금 인상을 둘러싼 저간의 논란, 특히 정치권의 논란은 분명 요란한 소리를 내긴 했다. 하지만 그것이 제대로 된 토론이었던가. 한국경제가 안고 있는 문제의 상당부분이 일본경제가 안고 있는 문제들과 겹쳐 있다. 그럼에도 소득주도 성장론이나 최저임금 인상 같은 경우 그것을 둘러싼 시비가 거셌지만 일단 실행에 옮긴 것은 일본 아베노믹스와는 다른 점이 있었다. 어느쪽을 지지하느냐는 것은 나중 문제고, 정치적 구호를 외치기 전에 우선 각자 나름의 전략을 갖고 차분히 제대로된 토론부터 해봤어야 하지 않은가.

한승동/ 본지 편집인, 전 <한겨레> 국제부 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