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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태환 칼럼] 푸틴은 정말 우크라이나를 합병하려는 속셈일까?

By | 2021년 12월 28일 | 국제, 미분류, 정치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사이에 전운이 감돌고 있다. 혹자는 러시아가 허세를 부리고 있을 뿐 실제로 우크라이나를 침공할 가능성은 낮다고 주장한다. 전쟁 발발 여부를 가늠하기 전에 양국 사이에 군사적 긴장이 고조되고 있는 이유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러시아는 미국과 NATO를 상대로 서로 다른 협정문 초안을 보냈다. 두 협정문의 핵심 내용은 미국과 NATO의 행동반경은 제약하고, 반대로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와 동유럽 그리고 중앙아시아에서 마음껏 행동할 수 있는 자유를 보장하는 것이다. 상대가 결코 수용할 수 없는 조건을 내건 러시아의 벼랑 끝 전술은 통할 것인가? 푸틴은 도대체 NATO에 왜 이렇게 강경한 태도며, 또 우크라이나에 대해 왜 이렇게 집착하는 것일까? [편집자 주]

✔ NATO 확장에 따른 러시아의 불안

✔러시아는 스스로 약자라 주장하지만 예전부터 주변국 침략의 역사 길어

✔민족주의와 종교를 구실로 주변국 침공하는 것은 정당화될 수 없어

✔서방이 러시아의 입장 이해하기에 앞서 러시아가 주변국의 입장을 이해해야

우크라이나 수도 키에프의 반 러시아, 반 푸틴 집회에 참석한 커플. (사진:셔터스톡)

러시아는 결국 우크라이나를 침공할 것인가?

서방의 외교안보 전문가들의 관심을 사로잡은 질문이다. 많은 이들이 그 가능성을 상당히 높게 점치고 있다. 미국 정부 관계자에 따르면 내년 초 러시아가 17만 5천 명에 달하는 병력을 동원하여 우크라이나를 공격할 가능성이 있다고 한다. 실제로 현재까지 약 12만 2천 명에 달하는 병력이 이미 우크라이나 동부에 집결했고, 탱크와 대포 등 중장비도 새로 배치됐다. 게다가 후방에는 약 14만여 명이 추가로 집결했다. 안보 문제 컨설팅회사 대표 디미트리 알페로비치(Dmitri Alperovitch)는 이와 같은 병력 동원은 양적으로 보나 질적으로 보나 과거와 전혀 다르다고 설명한다. 그에 따르면 현재 러시아의 전술 부대 약 75%가 전개된 상황이며 이는 엄청난 보급 문제와 비용을 유발한다. 그는 이어 보급과 비용 문제를 고려하면 이런 대규모 병력 전개를 내년 여름까지 유지하기 어렵기 때문에 러시아는 신속히 행동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더군다나 러시아는 지난 12월 15일 도저히 수용할 수 없는 조건을 미국에 내걸었다. 오바마 정부 당시 주러시아 미국 대사를 지낸 마이클 맥폴(Michael McFaul)은 이를 두고 “최후통첩” 같다고 평했다. 프랑스 외교안보 싱크탱크 IFRI의 러시아 센터장 타티아나 카스투예바-장(Tatiana Kastueva-Jean) 또한 “러시아의 요구 문건을 보기 전까지는 러시아의 무력행사 시나리오 가능성을 낮게 보았지만, 지금은 2014년 크림반도 합병 이후 가장 위험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푸틴 대통령은 해당 조건을 내건 후, 러시아가 더 후퇴할 여지는 없다고 말하면서 공을 서방에게 넘겼다. 러시아는 도대체 미국에게 어떤 내용의 문서를 보냈던 것일까?

미국과 NATO를 대상으로 한 협정문은 러시아의 최후통첩

러시아는 미국을 상대로 두 개의 협정문 초안을 발송했다. 하나는 미국과 러시아를 대상으로 한 협정이고, 다른 하나는 NATO와 러시아를 상대로 한 협정이다. 이틀 후 이를 러시아 외무부 사이트에 올려 모두가 볼 수 있게 했다. 민감한 안보 문제를 다루는 협정문 초안을 일방적으로 공개하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처음부터 진지한 협상을 할 의지가 없거나 또는 스스로 퇴로를 차단하여 긴장을 고조시키는 행위라고 비판하고 있다. 특히 해당 협정문 초안에는 최후통첩이라고 해도 이상하지 않을 만큼 상대국이 받아들일 수 없는 내용이 가득하다. 해당 협정문 초안 내용을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먼저 미국-러시아 협정문 초안이다. 제1조부터 제3조까지는 상호불가침 등의 내용을 다룬 일반조항이다. 그런데 제4조에서 러시아는 미국이 NATO의 추가 확장을 명시적으로 금지하도록 요구할 뿐만 아니라 구소련 국가들(우크라이나, 조지아 등)과의 군사 협력도 금지하도록 요구하고 있다. 해당 조항을 수용할 경우 NATO에 속하지 않은 러시아의 이웃 국가들은 러시아가 이들을 위협하여도 미국이나 NATO의 도움을 구할 수 없다. 아울러 제5조에서 러시아는 상호 영공과 영해에 위협이 될 수 있는 폭격기나 군함을 인근에 배치할 수 없도록 요구하고 있는데, 해당 요구를 수용할 경우 이론상 미국은 유럽에서는 물론, 일본과 한국에서도 전략자산이나 군함을 배치할 수 없다. 제7조에서는 국외에 있는 모든 핵무기를 철수할 것을 요구하고 있는데, 그럴 경우 미국 동맹국들을 방어하는 핵우산 시스템 자체가 무너진다. NATO 방어를 위해 벨기에, 독일, 이탈리아, 네덜란드에 미국 핵무기가 배치된 걸 노린 조항이다. NATO-러시아 협정문 초안도 마찬가지로 과감하다. 제1조부터 제3조까지는 상호불가침과 신뢰 구축 등을 다루는 조항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제4조부터 본격적인 요구가 등장한다. 제4조에서 러시아는 1997년 5월 기준 NATO 회원국이 아닌 곳에 병력이나 무기를 전개할 수 없도록 요구하고 있다. 이는 바꿔 말하면 현재 NATO 회원국인 폴란드나 발트 3국에 병력이나 무기를 지원하면 안 된다는 말이며 이들 국가를 위험에 빠뜨리게 하는 조항이다. 요컨대 1997년 이후 NATO의 확장을 사실상 인정하지 않겠다는 것과 같다. 제6조에서는 우크라이나를 포함한 다른 국가들이 NATO에 가입하는 것을 금지하도록 요구하고 있는데, 이는 우크라이나의 자결권을 부정하는 조항이다. 제7조는 NATO 회원국이 우크라이나 영토나 다른 동유럽 국가 또는 중앙아시아국가의 영토에서 군사적 행동을 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는데, 러시아에는 같은 의무를 부여하지 않고 있다. 즉,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동유럽, 중앙아시아에서 자유롭게 활동해도 된다는 의미이다. 상기 두 협정문 초안을 종합해서 보면 러시아는 미국과 NATO의 행동반경을 제약하고, 반대로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와 동유럽 그리고 중앙아시아에서 행동의 자유를 얻겠다는 속셈이다. 물론 미국과 NATO 입장에서 이와 같은 조항들은 도저히 받을 수 없는 요구사항이며, 더욱 중요한 건 정작 위기의 당사자인 우크라이나를 협상에서 완전히 배제한 문건이다. 하지만 미국이 이를 전면 거부하는 것도 어려운 상황이다. 푸틴 대통령은 본인이 내건 조건을 바탕으로 협상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았고 거기서 한 치도 물러설 수 없다고 엄포를 놓은 상황이기 때문이다. 그럼 푸틴은 도대체 NATO에 왜 이렇게 강경한 태도며, 또 우크라이나에 대해 왜 이렇게 집착하는 것일까?

1999년 헝가리의 NATO 가입을 기념하는 우표. (사진:셔터스톡)

NATO의 확장과 러시아의 불안

푸틴의 최후통첩을 보면 그는 NATO의 범위를 1997년 이전 상태로 되돌리고 싶어 하는 것처럼 보인다. 즉, 현재 NATO 회원국인 폴란드나 발트 3국도 서방으로부터 지원을 받으면 안 된다는 뜻이다. 일부 러시아 전문가들은 러시아가 서방으로부터 줄곧 침공당했기 때문에 러시아는 완충 지대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1812년 나폴레옹의 러시아 침공, 또는 1941년 나치독일의 소련 침공이 대표적인 사례이다. 나폴레옹 전쟁과 독소전쟁에서 모두 러시아는 대규모 희생을 감내해야만 했고, 처절한 투쟁을 통해 간신히 위기를 극복했다. 따라서 잠재적인 적성국가의 침공을 막기 위해 러시아는 넓은 완충지대가 필요하다. 게다가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고 소련이 해체될 무렵 NATO와 대치하던 바르샤바조약기구(WTO)는 자발적으로 해산하였는데, NATO는 계속 유지되었을 뿐만 아니라 과거 바르샤바조약기구 회원국이었던 폴란드와 헝가리 그리고 발트 3국 등까지 흡수하게 되었다. 이에 러시아는 미국이 과거 NATO 확장은 없을 거라고 약속했다고 주장하면서 미국과 서방을 맹렬히 비난하고 있다.

약자라 주장하기엔 심히 유장한 러시아의 주변 침략사

이와 같은 러시아의 서사에는 몇 가지 오류가 있다. 먼저 러시아는 서방으로부터 침공당한 피해자이기 전에 적극적으로 서쪽으로 진출하여 인접 약소국을 합병한 포식자였다. 러시아인들은 나폴레옹이 일으킨 전쟁을 비난하는데, 정작 나폴레옹이 대두하기 이전에 폴란드를 침공하고 폴란드의 분할합병을 주도한 건 러시아였다. 이에 많은 수의 폴란드 장교들이 프랑스로 망명을 떠나 프랑스군에 합류하여 나폴레옹을 도왔다. 오늘날 폴란드 국가(國歌)는 이 무렵 탄생했고, 다음과 같은 가사가 등장한다. “(나폴레옹) 보나파르트가 우리에게 승리하는 법을 가르쳤도다.” 아울러 스탈린의 소련도 히틀러의 나치독일 못지않게 무자비했다. 스탈린은 히틀러와 야합하여 몰로토프-리벤트로프 조약을 체결했고, 1939년에는 사이 좋게 폴란드를 분할했다. 그리고 폴란드의 장교와 지식인 수천 명을 카틴 숲에서 학살하는 만행을 저질렀다. 이듬해인 1940년 소련은 에스토니아, 라트비아, 리투아니아를 침공하고 이들을 합병했다. 당시 미국과 서방국가들은 소련의 발트 3국 합병을 불법으로 간주하고 인정하지 않았다. 하지만 독일과 소련 간에 전쟁이 발발하자, 소련은 미국과 영국의 동맹국이 되었고 소련의 발트 3국 합병은 묵인될 수밖에 없었다. 발트 3국이 독립을 회복한 건 1991년 소련 해체에 이르러서였다. 이와 같은 역사를 살펴보면 소련 해체 이후 러시아 이웃 국가들이 왜 NATO 가입을 그토록 바랐는지 이해하기 어렵지 않다. 당장 바르샤바 조약기구 회원국이었던 폴란드와 체코슬로바키아는 소련이 해체되자마자 먼저 NATO 가입을 요구했다. 애초에 바르샤바 조약기구는 소련이 인위적으로 만든 군사동맹이었으며 회원국은 사실상 주권이 없는 위성국가들이었다. 소련 뜻에 반하는 국가들은 철저히 소련군에 의해 짓밟혔다. 1956년 소련에서 벗어나고자 했던 헝가리, 그리고 1968년 개혁을 추진한 체코슬로바키아가 대표적인 사례이다. 당시 부다페스트와 프라하의 시민들은 소련군에 의해 학살당했다. 소련의 만행을 똑똑히 기억하고 있던 폴란드의 지도자 레흐 바웬사와 체코슬로바키아의 지도자 바츨라프 하벨은 자국의 안전을 위해 서방의 지원이 필수적이라고 생각했다. 한편 NATO의 경우 바르샤바 조약기구와는 전혀 태생이 다르다. NATO의 전신은 1947년 영국과 프랑스 간에 맺어진 양자 군사동맹이었다. 그리고 이듬해 브뤼셀 조약이라는 형태로 베네룩스(벨기에, 네덜란드, 룩셈부르크) 국가들이 가맹했다. 그다음 영국의 적극적인 설득 끝에 미국, 캐나다, 이탈리아, 포르투갈, 노르웨이 등이 가맹하여 북대서양조약기구(NATO)가 탄생했다. 요컨대 NATO는 바르샤바 조약기구와 달리 상대적으로 수평적이며 또 자발적인 조직이다. 사실 프랑스는 한때 NATO를 부분적으로 탈퇴한 적도 있었다. 따라서 NATO에 가맹하거나 탈퇴하는 것은 각국의 주권적 선택이며 러시아 이웃 국가들 또한 주권국가로서 국제기구에 참여할 권리가 있다.

주변 국가 침공의 구실을 마련해주는 러시아 민족주의

러시아의 공세에 우크라이나는 어떤 위치를 점하고 있을까? 지난 11월 18일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 외무부에서 러시아의 외교목표를 나열하는 장시간의 연설을 했다. 그중에는 해외에 있는 러시아 동포와의 연계 강화, 해외 러시아 교포에게 시민권을 부여하는 등의 목표가 거론됐다. 어떻게 보면 일반적인 이야기처럼 들릴 수 있지만 사실 전혀 아니다. 왜냐하면 러시아 이웃 나라에는 러시아 국민이 아니면서 러시아계 후손인 주민들이 다수 분포해 있고, 러시아는 이들의 보호를 명분으로 이들 나라에 개입하고 또 전쟁을 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2008년 러시아의 조지아 침공이다. 당시 조지아는 분리독립을 요구하는 남오세티아(러시아계 주민들로 구성된 자치구)와 갈등을 빚고 있었는데 러시아는 남오세티아를 수호한다는 명분으로 조지아를 침공했다. 러시아계 주민들이 다수 분포하는 나라 중에는 카자흐스탄(약 360만 명), 벨라루스(약 150만 명), 우즈베키스탄(약 65만 명), 키르기스탄(약 60만 명), 라트비아(약 47만 명)가 있다. 그리고 우크라이나에는 약 9백만 명의 러시아계 후손들이 살고 있다. 러시아는 해외 러시아 동포들을 모두 러시아 국민처럼 간주하면서 이들에게 여권과 시민권을 발급하여 러시아가 국경 밖으로 진출할 수 있는 근거를 만들고자 한다. 특히 우크라이나 동부는 러시아계 주민이 인구의 다수를 점유하고 있기 때문에, 러시아는 이들 지방이 마땅히 러시아에 귀속되어야 한다고 인식하고 있으며 실제로 2014년 크림반도 합병으로 이를 부분적으로 달성했다. 현재 우크라이나는 내전 중에 있다. 2014년 친 러시아 대통령 빅토르 야누코비치가 실각하고 친서방 정부가 수립된 이래 돈바스 지역(우크라이나 동부)은 분리독립을 요구하며 봉기하여 정부군과 대치 중이다. 하지만 러시아는 사건 초기부터 우크라이나에 깊숙이 개입하여 의용군 형태로 분리독립 세력을 지원하였으며 무기와 물자를 제공했다. 게다가 러시아는 사이버 공격 및 가짜뉴스 유포 등으로 우크라이나 여론을 분열시켰고, 우크라이나 내정 문제가 평화적으로 해결되기 어렵게 만들었다. 따라서 우크라이나 정부는 지방정부를 상대하는 것이 아니라 사실상 러시아와 대치하고 있던 셈이다. 그리고 우크라이나에 러시아계 주민들이 사는 이상 러시아는 우크라이나를 외국으로 보지 않는다. 게다가 우크라이나는 러시아 민족주의 서사에 중요한 위치를 점하고 있는 나라이다. 왜냐하면 러시아 민족주의를 지탱하는 힘, 러시아 정교회의 발상지가 오늘날 우크라이나의 수도 키예프이기 때문이다. 푸틴 대통령은 정교회를 통해 가부장적이고 보수적인 문화를 수호하고 또 과거 차르 시대 러시아의 영광과 전통을 회복하려고 한다. 1991년 소련 해체 당시 31%에 불과했던 러시아 정교회 신자 비율은, 2008년이 되자 72%로 급증했고 공산주의라는 믿음이 사라진 후, 정교회가 러시아인의 구심점이 되었다.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 정교회를 전폭적으로 후원하고 있으며, 지난해 6월에는 러시아군을 위해 정부 지원으로 압도적인 위용을 자랑하는 정교회 대성당이 건립됐다.

민족을 명분으로 타국의 침범을 정당화할 수 없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개입을 우크라이나 내 러시아계 민족의 안전을 위한 것이라고 정당화하고 있다. 앞서 언급하였듯이 러시아는 2008년 같은 명분으로 조지아를 침공한 바 있다. 그런데 이와 같은 사례는 낯설지 않다. 히틀러 역시 1938년 같은 명분으로 체코슬로바키아 침공을 정당화한 적이 있다. 당시 독일은 같은 독일계 국가였던 오스트리아를 합병한 직후 독일민족의 통일을 완수하기 위해 체코슬로바키아에 눈을 들였다. 당시 체코슬로바키아 인구의 23.4%가 독일계였으며, 이들 중 다수가 주데텐란트라는 지방에 거주하고 있었다. 히틀러는 주데텐란트의 독일인들이 핍박받고 있다고 주장하면서, 무력을 동원해 해당 지역 주민들의 자결권을 인정하라고 체코슬로바키아를 압박했다. 그리고 이 지역을 둘러싼 위기를 무마하기 위해 타결된 것이 바로 그 유명한 “뮌헨 협상”이다. 당시 세계 주요 열강이었던 영국,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가 뮌헨에 회동하여 협상한 결과 체코슬로바키아는 주데텐란트를 독일에 할양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영국 총리 네빌 쳄버레인(Neville Chamberlain)은 “우리 시대의 평화”가 달성됐다고 자축했다. 그런데 그가 말한 평화는 오래 가지 않았다. 바로 이듬해 히틀러가 약속을 어기고 체코슬로바키아를 침공했기 때문이다. 같은 해 히틀러가 폴란드마저 침공하면서 제2차 세계대전이 발발했다. 히틀러는 폴란드 침공 당시 폴란드군이 먼저 침범했다고 거짓말하는 동시에 “폴란드 내 독일민족이 탄압받고 있다”는 명분을 활용했다. 이런 맥락에서 히틀러의 전쟁은 모두 해외에서 억압받고 있는 “독일민족의 해방”을 위한 것이었다. 푸틴 대통령이 오늘날 우크라이나를 상대로 벌이는 위협은 1938년 히틀러의 수법과 무척 유사하다. 우크라이나 내 러시아민족을 보호하기 위해 우크라이나에 개입할 수밖에 없다는 논리는 히틀러가 활용했던 논리와 같다. 한편 러시아를 만족시키기 위해 우크라이나 동부를 러시아 권역으로 인정해야 한다는 논리는, 뮌헨 협상 당시 주데텐란트를 독일에 할양해야 한다는 논리와 같다. 1938년 독일은 제1차 세계대전 이후 획정된 국경을 지킬 의무가 있었는데, 이를 거부했다. 2021년 러시아 또한 소련 해체 이후 획정된 국경을 준수할 의무가 있다. 이는 우크라이나와 러시아가 소련을 자발적으로 해체하면서 합의한 국경이다. 하지만 푸틴 대통령은 소련 해체와 그 결과를 인정할 마음이 없다. 그는 과거 “소련의 해체야말로 가장 커다란 지정학적 비극”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그리고 지난 12월 27일 연례 기자회견에서 “우크라이나는 레닌이 소련을 건국하고 나서야 생긴 나라”라며 그 존재 자체를 폄훼했다. 나아가 “돈바스 지역 주민들은 언제나 스스로 러시아인이라고 생각했다”라 하며 “돈바스의 운명은 돈바스 주민들이 결정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푸틴 대통령의 이와 같은 발언을 고려하면 돈바스 지역을 크림반도처럼 러시아에 합병시키고자 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는 사실상 타국에 대한 침략행위이며, 국제 질서를 뒤흔드는 일이다.

(사진:셔터스톡)

러시아는 과연 우크라이나 동부를 획득하기 위해 전쟁을 벌일 것인가?

러시아가 실제로 행동에 나설지 아닐지는 사실 예측하기는 어렵다. 어쩌면 푸틴 대통령 본인도 모를 수 있다. 그러나 푸틴 대통령은 협상으로 만족할 만한 결과를 얻는 데 실패한다면 곧장 군사행동을 개시할 것처럼 이야기하고 있으며 이는 푸틴 대통령 본인의 선택지를 제약시키는 행위기도 하다. 그럼 미국을 위시한 서방국가들은 무력충돌을 회피하기 위해 우크라이나에 압력을 행사하여 동부 우크라이나를 포기하도록 해야 할까? 영국 총리 체임벌레인은 체코슬로바키아를 압박해서 주데텐란트를 포기하도록 강요했지만, 히틀러를 만족시킬 수 없었고 전쟁을 막지도 못했다. 사실 러시아의 무력행사 위협은 최대한의 양보를 얻어내기 위한 허세일 수도 있다. 하지만 러시아의 위협에 굴복하게 된다면 우크라이나의 독립이 위태로워지고, 아울러 대만을 노리는 중국에도 안 좋은 선례를 남길 수 있다. 그렇게 될 경우 무력으로 타국의 영토를 합병하지 않는다는 규칙, 즉 세계대전 이후 확립된 국제 질서가 무너지게 된다. 러시아의 압력에 순응하지 않으며 올바른 협상을 하려면 미국을 위시한 서방세계는 단일대오를 유지하며 강력한 결의를 보여줘야 한다. 반대로 푸틴 대통령은 자신의 요구사항을 축소하고 대범함을 보일 필요가 있다. 러시아는 서방세계가 역지사지하여 러시아의 입장을 이해하라고 하는데, 러시아는 역지사지하여 동유럽 국가들의 입장을 이해해야 한다.


글쓴이 신태환은 서울대 외교학과를 다닐 때 한국외교사 수업을 통해 나라 안과 밖의 문제는 항상 연결되어 있다는 점을 배웠다한반도의 여러 비극은 국제정치적 맥락을 빼놓고 설명할 수 없으며 이를 되풀이하지 않으려면 다른 나라들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계속 연구해야 할 필요가 있음을 절감했다책을 좋아하며 특히 일본프랑스 쪽에서 나오는 출판물을 읽고 종종 SNS를 통해 관련 안내 내용을 소개해왔다현재는 민간기업에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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