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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한석-임도빈 대담] 살기 좋은 나라로의 초대

By | 2021년 12월 16일 | 미분류

누가 행정을 지루하다 했는가. 정책안이 공무원의 책상에 놓여 있으면 탁상공론이지만, 책상을 나와 거리로 적용되면 그 순간부터는 국민의 일상이다. 행정이란 곧 살기 좋은 나라로 만들기 위한 끊임없는 질문과 대답이고, 여기에 이어지는 실행이다. 시공간적 여유를 두고 신선한 시각으로 행정을 연구하는 학자 임도빈을 피렌체의 식탁의 고한석 필자가 만나보았다. [편집자 주]

✔️정무직 공무원과 경력직 공무원, 행정을 떠받치는 두 기둥
✔️중앙 정부 부처와 지방의 효율적인 협업 구조 확립이 절실
✔️행정고시보다 양질의 인재 뽑을 방안은
✔️살기 좋은 나라를 만들기  위한 행정부 재단장

사진 제공: 셔터스톡


시간, 공간적 여유를 주고 볼 때 더 좋아지는 행정 효율

♣고한석 토론자, 사회자, 발제자는 많이 해 봤지만 인터뷰어는 처음입니다. 이거 다 기록에 남을 텐데 어찌하나 고민되더라고요. 밤늦게까지 선생님 저서 <더 좋은 나라, 이렇게 하면 어떨까?>를 요약해 가며 읽었습니다. 기존 틀에서 벗어나 인간 시간 공간이라는 관점에서 정책을 바라보시는 관점이 독특하다 생각했습니다. 

♦임도빈 보통 정책을 바라볼 때 현시점, 좁은 공간만 보는 시각이 많습니다. 대표적인 예로 부동산 정책은 현시점이 아니라 시간을 조금 넓게 두고 본다면 더 좋은 정책을 낼 수도 있고, 당장 좋은 결과가 나오지 않는다고 비판하기 전에 조금 기다려 보면 제대로 효과를 낼 수도 있거든요. 

♣고한석 맞는 말씀입니다. 그렇다면 공간이라는 관점에서 가장 기억나거나 다른 관점에서 볼 수 있는 사례를 하나 들어주신다면 어떤 게 있을까요.

♦임도빈 우리가 공간은 주로 한반도, 그것도 70%가 산지니까 사람 사는 동네에만 몰려 살고, 그것도 주로 서울과 수도권 위주입니다. 대한민국 사람은 좁은 공간에 모든 것을 집중하는 성향이 있다고 해도 될 정도지요. 좁은 공간으로의 집중에서 벗어나면 우리 사고도 획기적으로 변화할 수 있습니다. 좋은 예가 사대문 안만을 서울로 여기다가, 한강 벌에 불과하던 강남으로 시야를 넓힌 경우지요. 사대문 밖의 한강 벌을 도시 안에 포함하겠다는 생각은 대단한 발상의 전환이었습니다.  또한 사무실 건물의 공간 형태만 봐도 그 조직의 소통이 얼마나 경직되어 있는지 알 수 있어요. 대기업 본사를 예로 들어 보겠습니다. 건물의 가장 좋은 자리는 아마 대표이사부터 직위 순으로 배치되어 있을 거예요. 성냥갑 같은 공간에 살다 보니 경직된 사고가 고착되는 것도 피할 수 없고요. 우리 사회의 가장 큰 문제라 할 수 있는 지나친 경쟁 역시 갑갑한 공간에서 유래한 사고 때문이 아닐까, 이런 가정도 가능합니다.  

행정 조직의 공간적 재배치, 지역국가행정청 개설 안

♣고한석 행정 조직을 공간적으로 다시 설정하는 제안 중 인상적이었던 것이 ‘특별 지방 행정 기관을 지역별로 통합하여 중앙의 역할을 가져오자’는 말씀입니다. 지역 국가 행정청이던가요? 그 제안에 대해 자세한 설명 부탁드립니다. 

♦임도빈 지방자치제가 실시되기 전에는 중앙정부, 대통령, 국무총리, 그다음 내무부 장관 그리고 도지사 이런 식으로 임명했습니다. 일사불란 군대처럼 명령체계가 있었지요. 이제는 도지사나 시장이나 모두 선거로 뽑아요. 국민들이 직접 선출했기 때문에 여기에 정통성이 있습니다. 중앙정부의 부하직원이 아니란 뜻입니다. 여기는 여기대로의 지방 자체의 정치 체계가 구성되거든요. 그러다 보니 새로운 행정 체계가 필요합니다. 그렇다고 국가가 없어도 된다는 뜻은 아닙니다. 예를 들어 환경부가 지역마다 지방 환경청을 설치하듯이, 지방에는 각 중앙부처의 지방 사무소들이 다 있습니다. 노동부에는 지방 노동청도 있고요. 행정학 용어로는 특별지방행정기관이라고 하는데요, 현재는 이 구성이 흐트러져 있습니다. 같은 영역 중에서도 지자체가 하는 일이 있고, 중앙이 하는 일이 있어서 손발이 안 맞기도 합니다. 특히 소속 정당이 다를 때 엇박자가 나기 쉽지요. 특정 시점 같은 무대에 배우 두 명이 한 역할을 하는 격이에요. 중앙의 특별지방행정기관은 아주 많습니다. 종류도 많고 점점 늘어나고 있습니다. 이 기관들과 지방의 협업 잘 이루어져야 지방이 커지는 건데, 일이 잘 안 되면 지자체와 중앙정부가 서로 비난만 하는 거지요.

♣고한석 지금도 기관장 협의회라는 게 존재하는 거로 압니다만. 

♦임도빈 있기는 하지만 아무 권한이 없다 보니 거의 기관장들 친목회 비슷합니다. 제 구상은 이렇습니다. 행정 실무 담당하는 사람들을 한 청사 안에 몰아넣어도 좋고, 근무지는 흩어져도 괜찮습니다. 한 청사 안에 근무하지 않는다면 네트워크 조직하여 실무자들끼리 업무 조력하도록 기반을 조성하는 겁니다. 중앙 정부는 모든 부처의 대표를 국가 간 대사를 파견하듯 파견하고, 지방 실무자들에게 어느 정도의 실무 권한을 부여해 보자는 말입니다. 일자리 창출 같은 문제는 중앙서 아무리 이야기해 봤자, 지방에서 움직이지 않으면 소용이 없어요. 이런 공조 시스템이 정착하면 탁상행정에서도 벗어날 수 있고, 인력 양성 측면에서도 이익입니다. 큰 정책은 중앙 부처에서 짜고, 정책을 실행은 지방 실무자들이 짜고 이행합니다. 물론 중앙 정부는 지방에 그만큼의 재량 권한을 주어야겠지요.

사진 제공: 셔터스톡


행정고시에서 벗어난 공무원 인력 확보

♣고한석 공무원들이 현장을 잘 파악해가는 방법으로도 의미가 있겠습니다. 책에서 공무원 충원 과정에 대해서도 다루셨는데요. 그 부분 개혁방안에 관해 설명 좀 해 주시겠습니까?

♦임도빈 공무원들이 사무관 시험 보고 수습 기간 끝나고 나면 지방이 어떻게 돌아가는지를 아직 몰라요. 하지만 이런 지역 국가 행정청이 제도적으로 안정되고 나면, 행정고시 붙은 뒤에 1년이나 2년 정도 지방 근무를 시키는 겁니다. 대전에도 있어 보고, 경상도 산골에도 있어 보고 본청에 와서 정책의 틀을 짜면 확실히 책상에서 벗어나 피부로 느낄 수 있는 좋은 정책이 나옵니다. 인력 양성 측면에서도 상당한 순기능이 예상되고요. 특히나 요즘은 생활 행정이 중요하거든요. 중앙의 큰 정책이나, 몇 개년 계획도 중요하지만, 국민이 쉽게 체감하는 것은 일상 속의 행정이니까요. 

♣고한석 선생님 책을 읽다 보니 기존 행시 제도가 청년들의 삶을 피폐하게 한다고 보시는 것 같습니다만. 학교에 계시니 제자분들 보면 특히 실감하실 것 같아요. 그 부분의 개혁 방안에 대해 더 해 주실 말씀은 없으신지요.

♦임도빈 청년들이 희망 절벽에 사는 것은 대부분 ‘원하는 직장에 일할 수 없다는 것’. 특히 문과생은 ‘로스쿨’, 아니면 ‘공무원 시험’이 가장 현실적인 선택이에요. 예전엔 행정학과 학생들이 공무원 시험을 봤는데, 이제는 전공 불문, 심지어 이공계까지도 공무원 시험에 몰립니다. 그 결과로 대학 교육이 더 피폐해졌습니다. 현실적인 관점에서 보자면 학생들의 선택을 나무랄 수도 없고요. 학교 교육은 망가지고, 학생들은 국가 행정에 대한 이해나, 국가에 대한 마인드를 갖추지는 못한 채 시험 성적만 올리게 되고, 결과적으로 국가는 인재를 확보하기 어려워집니다. 

저는 철밥통이 좋아 공직을 희망하는 친구들보다는 대학 교육을 충실히 받은 이들이 공직에 오는 게 맞다 생각합니다. 대학 교육을 충실히 받은 학생들에게 유리한 방법으로 인재를 뽑는다면, 대학 교육 정상화에도 기여하고 인재 확보에도 도움이 되겠지요. 또 한 가지 방법이 있는데 행정학과의 집단 이기주의라 보일 수도 있겠습니다. 행정학이라던가 국가나 사회, 공공에 관한 과목을 들은 친구는 가산점을 주는 방법도 생각해 보았습니다. 이런 수업을 한 과목이라도 들은 학생은 비록 수업을 대충 들었다 하더라도, 한 학기 수업하는 동안 그들 나름의 국가와 사회에 대해 고민은 할 거라고 보거든요. 

다음 방안은 현재의 7급 정도의 공무원직으로 들어오는 입구를 일원화하는 겁니다. 굳이 7급을 언급하는 건 지방에서는 7급 공무원 정도부터 아주 중요한 일을 하기 때문입니다. 시험은 필기나 인터뷰 위주로. 대학 4년 동안의 생활이 반영되는 방법으로 정착시켰으면 합니다. 또 하나는 학과나 대학장 추천을 받는 방법인데, 책이 나온 다음에 이 방법을 두고 말이 많았습니다. 공정성 문제 때문이지요. 우리 정서상 친척이나 사돈의 팔촌 부탁을 외면하기 어렵거든요. 하지만 요즘은 AI며, 각종 데이터까지, 우리가 활용할 수 있는 신기술이 많아졌어요. 적어도 학과, 단과대 내에서 공개적으로 추천 심사하고, 표로 보일 수 있는 자료 제출하여 추천 결과 발표하는 프로세스 정립하면 밀실 추천보다는 낫습니다.  

♣고한석 추천 심사위원회 같은 거로군요.

♦임도빈 그렇지요. 학생들이 결과에 수긍할 수 있을 정도로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하면 됩니다. 추천이지만 밀실을 벗어난다는 점이 중요합니다. 이런 정도의 과정이라면 한 학생의 4년 동안의 학교생활이 어느 정도 반영가능하고, 공부도 하고 국가와 공직에 관한 마인드도 갖춘 인재를 선발할 수 있다 봅니다. 대학 역시 취업 준비 기관을 면할 수 있을 테고요. 물론 제도를 갑자기 바꾸면 혼란스럽겠지만, 조금씩 바꿔가다 보면 균형을 갖출 수 있을 거로 생각합니다.

정무직 vs 경력직, 공직 사회를 지탱하는 두 기둥

♣고한석 그렇게 충원이 되면 공무원 생활이 시작하는데요. 책에서 정무직 공무원과 경력직 공무원의 관계도 많이 말씀하셨는데요. 사실 저도 정무직 공무원 해봤습니다. 서울시 시장 비서실장 하면서 여러 가지 느낀 것도 많은데요. 두 가지 방면에서 모두 개혁이 많이 필요하다 보시는 것 같습니다. 정무직에 지나치게 많은 힘이 실리고, 경력직 공무원은 너무 정치 쪽의 눈치를 보는 이런 문제겠지요? 그리고 실제 인력 분포도는 네모인데, 공무원 자리는 피라미드 형태라 경쟁도 심하지만 승진할수록 문제가 쌓인다는 말씀도 인상적이었어요. 이상적으로 생각하시는 정무직과 경력직의 조화는 어떤 것일까요?

♦임도빈 정무직 공무원과 경력직 공무원, 쉽게 하는 말로 어공과 늘공 아닙니까. 둘은 참 미묘한 관계에요. 둘 다 행정 시스템에 꼭 필요한 두 축이거든요. 어느 한 쪽도 없으면 안 돼요. 현재 우리에게 늘공을 채용하고 육성하는 시스템은 어느 정도 갖춰져 있습니다. 하지만 어공 육성 시스템은 없습니다. 그것도 이해가 되는 것이, 우리는 역사적으로 행정만 커 왔지, 민주주의는 도입이 늦었거든요. 행정직에 있던 사람이 어쩌다 보면 정치도 하고 그랬어요. 하지만 이제는 분명히 정치 부문이 활성화되어 있고, 시민 사회도 그만큼 성장했으니 이 부분의 리더가 분명 필요합니다. 

어공을 육성하는 시스템을 정립할 필요가 있어요. 앞서 이야기한 대학 시스템과도 연계가 필요하고, 정당 시스템과도 이어져야 해요. 정치에 진짜 뜻이 있고 재능도 있는 사람이 있거든요. 어공이 늘공과 같이 한 번도 단절 없이 경력을 이어가기는 어려울 거예요. 하지만 대략적이나마 어공이 커나가는 틀이 갖추어져야 우리나라 민주주의가 산다고 봅니다.  

공무원들에게 중요한 게 몇 가지 있습니다. 일단 어공과 늘공의 커리어 라인이 정립되어야 합니다. 그다음은 국민이 주인이라는 인식. 이들의 상사는 윗 직급 공무원이 아니라 궁극적으로는 국민입니다. 따라서 늘공들은 국민이 상사라는 점을 자각하고 법치주의 원칙 안에서 활동해야 합니다. 늘공들이 국장 정도까지, 국장 이상은 어공이 적당하다고 봅니다. 이런 인력 구조는 피라미드가 아닌 모래시계 형으로. AI 덕에 중간 관리자 업무 축소. 현장 근무자와 정책 집행자가 핵심이 되었습니다. 

인력 계획이란 어공 중에서도, 기관장들 인선 이야기입니다. 국민 정서상 어공 기관장이라도 어느 정도 업무 연관성은 갖춘 선에서 임명하고, 인선 과정에 투명성 도입 필수적으로 자리 잡게 해야 합니다. 기관장 자리도 그 수는 뻔하고, 임기가 정해져 있으니 세어 보면 몇 년에도 몇 자리가 나온다, 미리 알 수 있거든요. 이 수요를 공개하고, 공개 모집을 하는 겁니다. 실제 충원도 위원회를 구성하고, 임기 시작 전까지 서서히 후보군을 좁혀 오는 거예요. 이 방법이 최선의 기관장을 보장해주지는 못해도, 최악의 기관장 인사를 막을 수 있다고 봅니다. 

♣고한석 대학의 인재 양성, 정무직 공무원 양성 방법, 정당의 청년 양성에 관한 이야기까지 선생님께서 많이 다루셨는데요. 저도 하버드 대학의 케네디 스쿨을 다녀보니, 공공분야 엘리트 훈련에 대한 아이디어가 참 많더군요. 선생님도 그 분야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하셨을 것 같습니다. 국가인재위원회 같은 제안도 신선합니다. 어공 충원 방식에 관한 논의이지요? 

♦임도빈 지금은 청와대에 인사수석실이 있고 그 안에서 어공을 검증하는 시스템인데요. 인사수석실도 나름으로 열심히 일하고 그 업무 역시 존중받아야겠지만, 결과만 보는 국민들의 불만은 큽니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회전문 인사라는 이야기도 나오고요. 현재의 청와대 시스템으로는 이 불만을 해소하기가 어렵습니다. 대통령 결정 전에 청와대 인사위원회가 검증하지만 별로 그 결과를 신뢰하지 않습니다. 위원회가 청와대 소속이면 아무래도 국민적인 신뢰와 공감을 얻는 데에는 한계가 있지요.

♣고한석 청와대는 검증도 안 하고 뭐 했냐, 이런 비난만 주로 듣지요. 

♦임도빈 이 방식을 벗어나지 않으면 문제는 계속될 거라 봅니다. 박근혜 정부 때 청와대 인사위원회라는 걸 만들었어요. 아직도 남아 있는 조직인데요, 대통령이 결정하기 전에 비서실장하고 관련 수석 몇 사람의 의견을 한 번 사전에 조율한 거거든요. 결론은 큰 차이가 없다는 겁니다. 인재 선발 조직이 청와대 안에 있기 때문이지요. 

그리고 나면 장기 인력 계획에 들어가는 그 자리의 인물들을 1차, 2차 선발하는 기구로서 청와대 밖에 위원회를 또 하나 두자는 말이지요. 국가인재위원회는 공정거래위원회처럼 독립적으로 운영해야 합니다. 독립적으로 운영되려면 위원 구성이 중요한데요, 탈정치적으로, 신망 두터운 이들로 선정하는 방향이 좋겠지요. 

♣고한석 대통령의 인사권은 제한하며 인사의 투명성을 강화하자는 이야기지요. 정부 쪽 개혁 내용 보면, 청와대 권한 조정하며 국무조정실에 힘 실어주는 분위기 아닐까요.

♦임도빈 수석은 차관급인데 대통령에게 직속으로 보고하는 자리이다 보니, 장관이 오히려 수석의 눈치를 보는 어이없는 상황이 생깁니다. 수석실이 있는 한 제왕적 대통령이라는 표현을 면하기는 어려운 거지요. 제 아이디어는 이렇습니다. 일상적인 관리, 통상적인 정책 기능은 조직 자체를 국무총리실로 이관하고, 총리와 장관이 챙기는 시스템으로 가자는 거지요. 현재 정책실 중에 대통령 어젠다가 있습니다. 대통령의 어젠다만 챙길 수석만 두자는 것이지요. 명칭도 수석보다는 자문관(어드바이저), 대통령은 임기 중 이루고 싶은 변화에 집중할 수 있게 하는 겁니다. 사실 이런 변화를 집행하는 것도 부처거든요. 

♣고한석 결국 총리와 국무조정실의 권한이 강화되는 건데요. 국무조정실은 거의 100% 늘공인데, 아무리 일상적인 업무라 하더라도 청와대 정책실 기능을 가져오면 어공 개입이 필요하지 않을까요?

♦임도빈 물론입니다. 하이 폴리틱스에 가면 어공은 반드시 필요합니다. 대통령과 총리의 신뢰를 동시에 받는 어공이 일부 들어가야 하겠지요. 국무조정실 내 각 부처의 장관 비서실에도 어공이 일부 있어야지요. 어공이 맡을 부분이 확고히 있습니다. 어찌 보면 하루하루가 어공과 늘공의 갈등과 해결일 수 있습니다. 

♣고한석 제가 중문과 출신인 티를 내려는 건 아닌데, 중국에서는 이 비슷한 상황을 가리켜 홍과 전(당과 전문 공무원 집단)의 싸움이라 하던데. 이와 비슷하군요. 

♦임도빈 맞습니다. 비슷한 공산당은 명백히 당이 사회를 주도하기 때문에, 전이 홍을 따르게 되어 있습니다. 민주 국가에서는 어공이 모든 걸 이끌지는 않고요, 법의 테두리 벗어나면 늘공이 거부할 권한 있다는 차이가 있지요. 

♣고한석 국무조정실과 더불어 또 하나 중요한 분야가 남아 있습니다. 기재부, 예산 개혁, 재정 개혁 부분입니다. 전체적으로 분권화에 대한 개념이 선생님 책에 포함이 되는 것 같아요. 기재부의 권한을 부처로 분산하는 내용도 있어 보입니다. 어쩌다 보니 기재부가 공공의 적 같은 그런 처지가 되었습니다. 각 부처 공무원들도 불만이 많고, 어공이나 청와대에서도 불만이 많고, 강력한 권한을 쥐고 있어서 여기를 어떻게 해야 하나 그런 고민이 많던데 선생님 견해 좀 말씀해 주세요. 

예산권과 함께 기재부의 일부 권한 분산

♣고한석 기재부의 권한을 부처로 이송하는 이야기도 있던데요. 

♦임도빈 예산권 독점 때문에 기재부 출신의 승진이 가장 빠르고, 인사권까지도 기재부가 영향 끼칠 수 있다 보니 기재부는 정부 내 공공의 적 같은 존재가 되어 버렸죠. 기재부가 국정 전반에 걸쳐 간섭하는 그런 모양새가 되기도 하고요. 현재는 정부에 대통령, 총리, 기재부만 있는 그런 느낌인 거죠. 

노무현 대통령 때 정부의 회계 부분을 다 전산화하고 디브레인이라는 걸 기획했어요. 그 디브레인만 제대로 운영되었더라면, 예산실이 이렇게까지 막강해지지는 않아요. 제도가 아무리 좋아도 운영을 사람이 하다 보면 예외가 생기고, 하나, 둘 간섭하다 보니 예산실이 옛날 총무처하고 똑같아 진 거에요.

그 해결책 하나는 이런 막강한 권력을 분산하는 건데요. 예산 편성권은 핵심 중의 핵심이거든요. 예산 편성(기획 기능. 예전의 기획 예산처 같은 운영 방식)만 총리실 이관을 하고, 집행은 각 부처가 하게 하는 겁니다. 진정한 책임 총리제로 갈 수 있는 가능성이 열리는 거죠.

♣고한석 총리가 막강해진다는 이야기인데요, 그렇다면 장관 역시 책임 장관처럼 맡길 여지는 없을까요. 장관실 인력에 대한 이야기도 들려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우리나라는 장관실에 정책 보좌관을 2명 임명할 수 있는데, 프랑스의 경우에는 총리와 대통령이 서로 견제하는 사이에서 장관실 자체가 규모가 꽤 커서 장관실 인력들이 꽤 있다고 들었거든요. 그렇다면 총리의 권한이 강화되었을 때 장관의 역할은 어찌 되어야 할까요. 

♦임도빈 현재의 정부 권력은 사실 역피라미드 모양입니다. 우리는 별로 인식 못 하고 있지요. 대통령에게 가장 많은 권한이 실려 있는데, 이걸 피라미드 형태로 바꾸어 나가는 거지요. 힘을 실어 줄 수단으로 예산권도 쥐여 주는 거에요. 숫자가 중요한 건 아니지만 중요하지 않은 업무 인원은 줄이고, 장관 정책 보좌관을 현재 두 명에서, 3, 4명, 아니 5명 선까지 늘려보고요. 장관이 꽂아준 별정직을 떠날 때 정식 직원으로 꽂아주는 관행을 없애야 합니다. 

♣고한석 원리에 어긋나는 일이지요.

♦임도빈 그리고 공익 요원 중에 정치에 관심 있는 친구들, 인턴처럼 장관실에서 일하게 해도 괜찮을 거 같단 말이지요. 자기 소관 분야에서 대통령의 신임을 받았으니 소신껏, 법의 테두리 안에서 많은 것을 해 볼 수 있도록 재량권을 주어야 한다는 말입니다. 

♣고한석 현 정부는 유일하게 인수위 없이 정부조직 위원회 없이 정권 인수를 했기 때문에 정부 조직 개편 없이 출발했는데요. 사실 이전 정부를 봐도 행정 부처 체계에 큰 변화는 없었던 것 같습니다. 정부 개편에 관한 선생님의 주장은 큰 규모의 개편이라기보다는 새로운 조직 원칙에 관한 것 같습니다만. 

♦임도빈 사실 우리 정부 조직은 비교적 안정적이었다 봐도 되겠습니다. 하지만 조직이란 인체처럼 유기적이라, 가만히 두면 나쁜 것은 더 커지는 그런 문제가 있어요. 한 번씩 뒤집어 주면 문제점도 발견되고 고칠 수가 있습니다. 지금은 10년 넘도록 정부 조직이 큰 개편을 못 해 온 상황이니 한 번 쯤은 대대적인 개편 필요합니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부처 이기주의 타개. 이를 위해서는 갈등하는 두 부처를 묶어서 한 조직에 두는 역발상이 어떨까 합니다. 외부 갈등이 내부 갈등이 된다면 해결책이 쉽게 보일 수도 있거든요. 정책이란 것이 공무원의 책상 밖으로 나오면 국민의 일상입니다. 앞으로는 기획보다는 집행에 집중해야 한다고 봅니다. 부(기획)와 청(집행) 중에 청을 늘리는 것이지요. 현재는 머리만 큰 상황이라 할 수 있는데, 청을 늘리면 손발로 힘이 분산되며 균형이 맞추어지는 것입니다. 

♣고한석 갈등 부서를 묶어 두면, 집행이 쉬워지겠군요.

♦임도빈 정책 결정에서 집행까지 걸리는 시간을 줄이는 것이 중요합니다. 중앙과 지방이 한 몸처럼 움직여야 하는 이유도 거기 있습니다. 정책 결정에서 집행까지 시간이 걸리다 보니 개혁이 어려운 겁니다.  

♣고한석 때가 때이다 보니 선거 이야기를 안 할 수가 없는데요, 혹시 차기 행정부가 첫 일 년 동안 우선시해야 하는 업무로 무얼 꼽으시는지요?

♦임도빈 첫 번째로 해야 할 정책의 임상은 인사라고 봅니다. 잘못된 인선으로 행정에 누를 끼치는 경우를 많이, 오래 보아 왔지 않습니까. 그리고 조직 개편, 예산. 순서라 생각합니다.  

♣고한석 책에서 인적 자원 개혁에 대해 비중 있게 다루셨네요. 대학에 계시다 보니, 대학의 개혁과 교육 정책 관련된 개혁에 대한 구상이 있으신지요. 

♦임도빈 현재 대학은 유교 사회에서 시작한 학벌 높이기, 신분 상승, 사회적 지위 높이는 수단의 연장이라 할 수 있습니다. 당연히 지식이나 태도, 가치관 형성 기능은 약하다고 봅니다. 교수 잘못도 있지만 전적으로라고는 하기 어렵고, 일부는 시대의 탓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때에 정부가 교육에 대해 할 수 있는 일은, 교육부가 초중고 교육과 대학 교육을 분리하면 어떨까 하는 겁니다. 현재는 입시로 긴밀히 연결되어 있지 않습니까.

다음 세대의 무대는 한반도가 아니라 전 세계입니다. 교육이 전 세계를 리드할 수 있는 마음과 기능을 키우는 방향으로 전환하기를 희망합니다. 여기서도 가장 큰 문제가 일단 절대적으로 예산 부족인데요. 장학금을 늘리는 전제하에 등록금 인상도 좋은 방법입니다. 미국식 사립대학 모델은 우리 현실에 어려움이 많겠고, 우리 현실은 아무래도 국립 대학 모델이 아닐까 싶습니다. 마침 예산 중에 많이 남는 실정인 지방 교육 교부금을 대학 쪽으로 투입하는 것도 한 방법이 되겠고요.

대학 교육이 제대로 안 된다면 국가의 미래가 없습니다. 대학도 각성해야 할 것은, 취업률과 같은 수치, 기업이 원하는 기능인보다는, 성숙한 인간, 미래 사회 구성원 양성에 집중하는 것입니다. 4년 동안 한 인간을 얼마나 키워낼 수 있는가에 대한 질적인 고민이 필요합니다. 인적 자원이란 무한하기 때문에 현재 상황에만 초점을 맞추면, 국가 차원에서 손해나는 장사 같아 보일 수 있어요. 이것도 시간적 여유를 두고 보아야 하는 정책 중 하나입니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같아 보여도, 이 아이들이 자라 우리나라를 이끌고 세계를 이끈다는 마음가짐이 필요합니다.

대학은 확실히 위기에 처했습니다. 삼성과 BTS는 세계만방에 이름을 떨치는데 대한민국의 대학이 새로이 중심을 잡고 세계로 뻗어 나가지 못한다면, 너무 암울하지 않겠습니까. 저는 국민의 80%가 대학 진학하는 현실 자체는 나쁘지 않다고 봅니다. 하지만 대학이 어떤 인재를 키우느냐도 중요합니다. 고급 공무원 만이 아니라 장래에는 세계의 학문도 이끌어갈 인재 양성할 수 있어야 합니다.  

(대담 정리: 허원, 사진: 박종찬)


인터뷰를 맡은 고한석 님은 피렌체의 식탁 인기 필자로 서울대 중문과를 졸업하고 하버드대학 케네디스쿨에서 IT 정책으로 석사학위를 받았다. SK China IT/인터넷 사업개발팀장으로 중국에서 4년 동안 일했으며 삼성네트웍스에서 글로벌사업추진팀장으로 5개 해외사무소를 총괄했다. 이후 열린우리당 정책연구원 정책기획 연구원과 정세분석국장, 더불어민주당 싱크탱크인 민주연구원 부원장 등을 거쳐 서울디지털재단 이사장을 역임했다.

 

대담을 함께 한 서울대 행정대학원 임도빈 교수님은 서울대학교 행정대학원 교수이며, 한국행정학회 회장, 서울대 행정대학원 원장을 역임하였다. 최근에는 정부 및 관료의 역할에 초점을 맞추어 각국의 정부경쟁력을 높일 방법을 연구하고 있다. 최신 저작 <더 좋은 나라, 이렇게 하면 어떨까? 한국 사회가 묻고, 임도빈이 답하다>를 현재 서점에서 만나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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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향자 칼럼] 쫓기는 한국 반도체, 인재 육성만이 답이다. CES 현장 통신

삼성전자 개발인력으로서 임원을 지낸 양향자 의원이 CES 2022에 다녀왔다. 양의원은 2년 만에 오프라인으로 열린 올해의 CES에서 일본 기업의 부활과 유럽 기업의 약진을 목격했다 말한다. 여기에 중국 업체들의 분발을 보며 위기감을 느꼈다고 한다. 마침 통과된 반도체 특별법에서 미진한 점 세 가지를 예로 들어 시행령 마련 과정에서의 분발을 당부하는 그의 견해를 소개한다. [편집자 주]      ✔ CES 2022의 인기 검색어 삼성, LG, 소니 ✔ 기술 강국의 상징이자...

[하헌기 칼럼] 다시 三的(3적)에 빠진 민주당. 아재적, 진보적, 기득권적 가치들

민주당은 윤석열 후보의 지지율을 보며 일희일비할 것이 아니라 청년을 보아야 한다. 청년들의 눈에 페미니즘적 가치, 친중 친북적 태도, 민주노총적 노동 운동은 바로 기득권의 다른 이름들이다. 청년들의 마음을 얻으려면 이런 아재적 기득권에서 벗어난 새로운 버전의 민주당을 보여주어야 한다. 청년들은 기성세대가 생각하는 것보다 현명하다. 민주당이 상대방의 약점에 안도하며 날개라도 단 듯 착각하다가는 어느새 추락하는 수가 있다. 그리고 민주당은 비슷한 추락을 4.7 보궐 선거때 이미...

[윤영호 칼럼] 조코비치 대통령? 호주 방역이 낳은 안티 백서의 ‘어쩌다’ 영웅

현대의 정치 지도자는 출신이 다양하다. 2019년 우크라이나 대통령에 당선된 젤렌스키는 텔레비전에서 코미디언으로 활동해오다가 인기에 힘입어 대선에 출마했다. 필리핀의 세계적인 프로복서인 파키아오는 대통령 선거에 출마한 상태다. 필리핀에서는 그 전에 영화배우 출신 조지피 에스트라다가 대통령에 두 번이나 선출됐다. 라이베리아의 현직 대통령 조지 웨아는 AS 모나코, AC 밀란, 맨시티 등에서 활약한 축구선수였다. 백신 미접종을 이유로 호주 오픈에 참가하지 못한 노박 조코비치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