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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윤형 칼럼] BTS 너마저! 인구구조 변동이 가져온 남성 징병제의 예정된 파탄

By | 2021년 12월 14일 | 미분류, 정책

BTS의 병역 문제는 뜨거운 감자다. 인터넷에서는 찬반 논쟁이 한창이다. 세계만방에 한국의 이름을 빛낸 그들의 공로를 생각하면 병역의 의무를 면제해주고 싶은 심정이다. 하지만 일부의 소망일 뿐, 현역 판정률이 80%를 넘는 현 상황에서 사회적 합의를 끌어내기 쉽지 않다. 소속사나 팬클럽조차도 병역 특혜는 기대하지 않는다니 BTS의 군 복무는 조만간 현실이 될 것이다. BTS 때문에 다시 효율적인 병역 제도 개편 방안이 논의되는 것은 바람직하다. 이미 인구 절벽에 도달했기에 현역 자원은 갈수록 급감한다. 지금이야말로 병역 제도 개편을 공론의 장으로 끌어낼 때다. 강원도 화천에서 현역으로 군 복무를 마친 한윤형 필자가 오랜 기간 생각한 해법을 제시한다. [편집자 주]

✔️한국 실정 모르는 해외 아미들 ‘BTS를 군대에 보낼 수 없다!’
✔️현역 판정률 80% 시대, BTS도 피할 수 없는 현역 입대
✔️10-10-10으로의 군제 개편
✔️여성과 양심적 병역 거부자도 사회 복무제로 흡수

하태경이 쏘아 올린 작은 공 

BTS는 입대하게 될까? 아니면 어떤 방식으로든 병역을 면제받게 될까? 굳이 예측한다면, 필자는 BTS가 입대하게 될 거라 생각한다. 그리고 그편이 더 자연스럽고 바람직하다. 

BTS 병역 논란이 본격화된 건 3년 전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의 발언 때문이었다. 2018년 7월 하태경 의원은 “병역특례에도 형평성이 보장돼야 한다”면서 “대중가수가 병역특례 대상에서 빠지면 기존에 특혜 분야에 속했던 성악 가수도 빠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위 선양 기준으로 볼 때 BTS 같은 아이돌 가수들이 성악가보다 훨씬 기여도가 높다”면서 BTS를 언급했다.

하 의원의 발언을 꼼꼼하게 살펴보면 “BTS에 병역특례를 줘야 한다”는 것은 아니었다. 병역특례 대상에 순수예술과 스포츠 분야는 있고 대중문화는 없는 것은 공정하지 않다고 한 것이었다. 당시 국방부와 병무청, 문화체육관광부 등이 참여한 ‘범정부 병역특례 태스크포스(TF)’가 병역 자원이 줄어드는 현실을 고려해 대중예술인 등에 대한 조항은 신설하지 않을 예정이라고 밝힌 데 대한 의견이었다. 그러나 언론 보도가 될 당시에는 ‘BTS가 성악 가수보다 훨씬 국위 선양 기여도가 큰데 왜 병역특례 대상이 안 되느냐’라는 내용으로 이해될 수밖에 없었다. 

그때 국내에선 BTS 팬클럽인 아미조차도 하태경 의원의 발언에 대해 부정적이었다. 왜냐하면 애초 BTS 측에서 병역특례를 요청한 도 없었는데, 하태경 의원의 발언으로 ‘군대를 빠지고 싶어서 꼼수를 부리는 거냐’는 식의 부정적인 피드백을 대중으로부터 받게 됐기 때문이다. 

BTS의 해외 팬들의 경우 한국 실정도 모르고 한국 징병제에 대한 이해도 부족했기 때문에 BTS가 어떻게 군 복무에서 빠질 방법이 없느냐고 묻는 경우가 종종 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시리즈 <D.P.>에 대한 BTS 해외 팬덤의 반응 중 ‘BTS를 저런 곳에 보낼 수는 없다’가 있을 정도였다. 그러나 국내 팬의 경우 남녀 불문하고 BTS의 병역특례가 실현될 수 있다는 기대 자체가 별로 없는 편이다. 

기존의 병역특례 제도에 대해서도 비판적인 여론이 확산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에게 익숙한 스포츠 영역의 기준을 말한다면, 병역특례를 위해선 올림픽 메달(금, 은, 동)이나 아시안게임 금메달이 필요하다. 그런데 지금은 이 정도 성취를 내더라도 환영받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지난여름 도쿄올림픽에서 양궁 대표팀이 화제가 됐을 때, 우리는 금메달 두 개를 획득한 고교생 김제덕 선수가 병역특례의 대열에 합류하는 것을 기꺼이 축하해줬다. 그러나 프로야구 선수들에 대해선 그 졸전에 너무 실망한 나머지 그들이 혹시나 3위로 동메달이라도 따서 병역면제를 받게 될까 봐 걱정했던 이들도 있었다. 한편 축구선수 손흥민의 경우 병역특례를 받기 바랐기 때문에, 2018년 자카르타-팔렌방 아시안게임 남자축구를 손에 땀을 쥐며 시청하면서 금메달 획득을 기원했던 게 나 하나만은 아닐 것이다. 여전히 상황은 천차만별이다. 누군가에 대해선 ‘군대 면제됐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있기는 하나, 지금 시점에서 이 제도는 확대되기는커녕 축소되어야 하는 흐름다. 결론적으로 BTS 멤버들 역시 보내고 싶지 않지만, 군대에 보내게 될 상황이다. 

인구 감소로 인한 ‘80% 이상 현역 판정률’

근본적인 이유는 인구구조 변동에 따른 현역 자원 감소다. 연도별 출생자 수 추이를 볼 때 1970년에 태어난 한국의 신생아 숫자가 100만 여 명이었다면 2000년에는 64만 여명, 2020년에는 27만 여명으로 반세기만에 ‘반 토막’도 아니라 ‘반의 반 토막’ 수준이다. 편의상 남성 인구가 절반이라면 1970년생이 성장해서 입대하던 시기 1990년대 초반엔 매년 50만 여명의 남성 중에서 현역 자원을 추렸다. 2000년생이 입대하는 시기라 볼 수 있는 지금은 매년 32만여 명의 남성 사이에서 현역 자원을 추리는 셈이다. 오랫동안 ‘60만 장병’이라는 관용어구로 불렸던 한국군이 최근 ‘50만 장병’을 기준으로 계산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불과 이십여 년 후에는 매년 13만 5천여 명의 남성 사이에서 현역 자원을 선발해야만 한다. 이대로는 유지할 수 없는 ‘예정된 파탄’인 셈이다. 

청년 남성층에 널리 통용되는 징병에 대한 불만 중 하나로 ‘현역판정률’의 문제가 다. 1970년대생, 특히 초반생들과 얘기를 나눠보면 신체에 별 문제가 없어도 서울지역 4년제 대학생인 경우 ‘방위’나 ‘병특’ 등으로 병역을 이행한 경우가 흔했다. 당시에는 ‘60만 장병’을 유지하기 위해 굳이 그들까지 현역 복무를 해야 할 이유가 없었기 때문이다. 한편 2000년대 이후에는 현역 판정률이 80% 미만으로 떨어진 적이 없다. 

한국 사회의 많은 영역이 그러하듯 ‘군대 문제’도 시간이 지날수록 개선되기 마련이다. 그래서 1970년대 생은 자신들이 경험한 1990년대 군대 경험을 환기하며 현시기 청년남성층의 군대 경험을 다소 얕잡아보는 경향이 있다. 객관적으로 봤을 때 1990년대 군대가 더 힘들었으며, 병장 월급 1만 원에도 못 미치는 그 시절의 착취가 더 심했던 것은 사실이다. 지금은 주로 노무현 정부와 문재인 정부의 사병 월급 인상의 영향으로 2021년 병장 월급 기준 60만 원을 돌파했으며, 2025년까지 96만 원이 될 예정이다.

크게 두 가지 점에서 지금의 청년남성층의 군대 경험을 우습게 볼 수가 없는데, 먼저 ‘개천에서 개구리 잡으며 성장한 세대’와 ‘스마트폰을 손에 쥐고 성장한 세대’의 ‘마음의 내구성’은 강도가 다를 수밖에 없다. 다음으로 문제가 되는 것은 현역 판정률이다. 예전 같으면 면제나 공익 판정을 받았을, 몸과 마음이 아픈 이들 현역판정을 받는다. 함께 생활하는 다른 병사들이 그들의 부적응으로 인한 고생을 나눠 안게 된다.러한 ‘경험’의 누적은 지금의 청년남성층에서 크나큰 불만과 억울함의 원인이 되고 있다. 

2010년에서 2014년까지는 현역판정률이 90%가 넘는 시기가 있었는데(2004년~2007년에도 90%를 상회), 2014년에는 격오지 부대의 가혹행위로 사망한 ‘윤 일병 폭행 사망 사건’이 터진다. 그리고 이 사건의 피해자인 윤 일병이나 가해자인 이 병장은 예전 같으면 현역판정을 받지 않았을 것이라 춫측한다. 90% 이상 현역 판정률이 윤 일병 사건의 직접적인 원인이라 말할 수는 없을지라도, 사람들에게 경각심을 심어준 지극히 상징적인 사건이란 사실은 분명하다.

BTS 병역, 피할 수 없다면 가장 효율적인 방법으로

다시 BTS로 돌아가자. 만약 현시기 한국 사회의 인구구조가 1970년대 초반생들의 군 복무 당시와 흡사하다면, ‘곳간에서 인심 난다’는 속담처럼 청년 세대는 BTS로까지 확대되는 병역특례 제도의 개편에 기꺼이 찬성했을 가능성이 크다. 지금은 ‘예정된 파탄’ 문제를 해결하지도 않은 채 임시방편으로 BTS의 병역특례를 추진하는 것에 박수를 보내기 어려운 실정이다. 

따라서 높은 확률로 BTS는 병역 문제를 피하지는 못한 채, 병무청에서 최대한 편의를 봐주는 식으로 일의 진행이 흘러가게 될 것이다. 병무청이 줄 수 있는 최대한 편의는 나이가 제각각인 그들 멤버의 병역 연기 요구를 최대한 수용하여(물론 이 과정에서도 제도의 수정이 필요할 수 있는데, 이 정도까지는 청년 세대 포함한 대부분의 사람이 이해할 것으로 생각된다) 그들 멤버들이 사실상 전원 모두 거의 같은 시기에 복역하는 방식이 되리라 전망한다. 현역 기준 18개월의 복무기간 동안 미리 준비해 둔 뮤직비디오, 음원, 다큐멘터리 등을 순차적으로 공개하는 식으로 글로벌 팬덤을 상대로 공백기를 최대한 메꾸는 방식으로 기획사가 준비하게 될 것이다. 

12월 2일(현지시간) 미국 LA 소파이 스타디움에서 열린 BTS 대면 콘서트 마지막 날 공연에 팬들이 입장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BTS 이후의 병역을 설계하라

BTS마저 입대하게 된 이후에는 ‘남성 독박 징병 논란’이 더 거세질 것으로 추측한다. 꼭 논란이 생기지 않더라도 ‘예정된 파탄’에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에 대한 사회적 논의는 시급하다. 현재 국방부는 2030년대 중반까지는 ‘50만 장병’의 수급 계획이 세워져있다고 주장한다. 말인즉슨 그 후로는 어렵다는 것이고, 지금부터 제도개혁을 설계해서 적용한다 하더라도 시간이 십수년 밖에 남지 않았다는 것이다. 

제도개혁은 큰 방향으로 볼 때 ‘모병제 전환’이라는 대안과 ‘여성 징병’을 포함한 ‘남녀 개병제로의 전환’이라는 대안으로 나뉘게 된다. 청년 남성들이 특별히 동년배 여성들을 함께 고생시키고 싶은 마음으로 ‘모병제’보다 ‘여성 징병’을 선호하는 것 같지는 않다. ‘모병제’가 어려운 이유는 남성들의 불만 때문이라기보다는 다른 여러 가지 문제 때문이다. 

먼저 군대가 결코 매력적인 직장이 아니라는 점이다. 모병제까지 가지 않더라도 현역 자원 감소 문제를 해결하려면 간부 중심 군대가 되어야 하고 사병들이 담당하던 각종 업무는 민간 영역에 외주화되어야 한다. 그런데 간부와 민간인력의 충원도 원활하지 않다. 국방부가 의회에 제출한 자료에 의하면 군 간부 지원자는 2016년 총 10만9천 명에서 2020년 8만 명으로 오히려 약 26%나 줄었다. 최근 부실 급식 및 조리병 혹사 논란 때문에 군부대는 부랴부랴 민간조리원 및 영양사들을 증원 채용한다고 하는데, 급여 수준이 높지 않을뿐더러 전방 군부대 지역에서 활동할 경우 사람들이 선호하지 않는 지역에서 출퇴근해야 한다는 문제가 추가되어 호응이 높지 않다.   

‘의무’의 요소가 완전히 사라진다면 도대체 얼마를 지급해야 군부대에, 그것도 사병으로 사람을 붙들어 놓을 수 있을 따져봐야 한다. 2012년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때 김두관 후보는 (당시 65만에서) 30만 명으로 군인 인원을 축소하면서 사병 월급 200만 원의 모병제로의 전환을 공약한 바 있다. 200만 원으로 충분할까? 최근 정의당에서는 월급 300만 원을 얘기하고 있다. 300만 원이라면 충분할까? 온전히 모병제로의 전환을 얘기한 것은 아니고 혼합병역제도란 형식이지만 2021년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때 박용진 후보는 모병제 사병에 대해 ‘100대 기업 초봉 수준의 연봉’을 약속한 바 있다.  

현실적으로 모병제로의 전환 후 사병 월급을 급격하게 인상할 때엔 장교 및 부사관들의 임금 체계를 고려해야 한다는 큰 문제가 있다. ‘소위’나 ‘하사’의 월급을 ‘병장’보다 적게 책정하기 어렵다. 그래서 비용 계산이 쉽게 되지 않는다. 사병 월급을 한정 없이 올리자는 얘기보다 2021년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때 이낙연 후보가 제시한 ‘사병 전역 시 사회출발자금 3천만 원 지급’ 같은 대안이 오히려 현실적인 이유가 여기에 있다.   

‘군 규모를 어디까지 줄일 수 있는가’의 문제도 핵심적이다. 오랫동안 사병임금이 한국보다 높은 징병제 체제였다가 몇 년 전 모병제로 전환한 대만은 한동안 한국 징병제 체제가 먼저 가야 할 길을 개척한 모범 사례로 여겨졌다. 그러나 모병제 전환 후 대만군은 2,300만 인구에 18만 병력을 유지하는 것에도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거대한 중국이 가상적국이라지만 섬이라서 육군 규모를 크게 유지해야 할 필요가 없는 대만이 그러할진대, 당장 육로로 북한을 맞대고 근미래 중국의 위협을 염두에 두지 않을 수 없는 한국의 선택지는 현저하게 좁아진다. ‘현역 자원 감소 때문에 모병제 전환이 필연적이다’보다는 ‘현역 자원이 감소하는데 모병제로 전환할 수는 있는 것인가?’라는 물음이 더 현실적이다. 

개편안 하나, 10개월 복무, 상비군 10만, 예비군 10년

필자가 생각하는 바람직한 군체제 개편 방안은 징병제에서만 가능한 ‘짐 나눠 들기’다. 징병제 개편에 대한 정책대안은 편의상 ‘10-10-10’으로 정리한다. 여기서 ‘10-10-10’이란 10개월 복무, 상비군 10만, 예비군 10년이다. 상비군은 10만이지만 유사시 동원 가능 병력은 수십만 이상을 유지하자는 것이다. 현시점 군대에 만연한 철책 경계와 주둔진지 유지 노역으로 인한 인력 낭비를 자동화와 사단 개편을 통해 덜어내고, 10개월 현역 복무 기간은 전투를 대비한 교육 및 훈련 위주 개편하며, 전쟁 시 동원 병력은 현행 예비역 체제를 좀 더 효율적이고 실천적으로 개선하여 유지하자는 발상이다. 물론 이렇게 개혁하는 과도기의 과정별 이행 목표는 따로 필요할 것이다. 

그리고 이 방향으로 개편할 때 군 복무의 의무가 남성에게만 집중되어야 할 이유는 딱히 없게 된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군 복무의 의무를 그보다 상위범주인 사회복무 의무의 일환으로 포섭하는 방향으로 개편하면서, 남녀가 공평하게 사회복무의 의무를 짊어지게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개편안 둘, 여성과 양심적 병역 거부자까지 포괄하는 사회 복무제

사회복무제로의 개편은 과거 노무현 정부 때부터 논의된 것으로서, 남녀성역할의 격차가 과거보다 상당히 사라졌음에도 쉽게 추가하기 어려웠던 ‘여성 징병 문제’와 국제적 인권 기준으로 볼 때 어떻게든 집총이 생략된 대체복무제를 만들어서 해소해야 했던 ‘양심적 병역 거부 문제’를 동시에 해소할 수 있는 대안으로 평가받았다. 

징병제 체제를 저렇게 개편하면서 사회복무제 개편까지 추진하게 될 경우 남녀 모두 짊어지는 사회복무제의 의무 안에 군 복무 의무와 대체복무제 의무라는 두 개의 방편이 존재하게 되는 것인데, ‘10-10-10’의 의무에 뒤지지 않는 수준으로 대체복무제를 현명하게 설계해야 한다는 문제가 남는다. 

앞서 나온 대안들을 종합해서 대략 설계해본다면, ‘10개월 현역 복무’에 대비되는 ‘24개월 대체복무제’가 있고 양쪽 모두 최저임금 50% 이상의 임금을 받지만, 현역 복무의 위험과 전쟁 시 의무 및 예비군 활동까지 포함해서 수천만 원의 사회출발자금은 현역 복무 병에게만 지급하는 정도의 격차를 두면 어느 정도 납득 가능하지 않을까 싶다. 현재 한국 사회는 고령화로 인해 돌봄 노동 수요도 증가하는 상황이므로 사회복무제의 효용이야 차고 넘친다고 볼 수 있다. 

최근 나온 정책 대안 중에서는 지난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당시 박용진 후보의 ‘남녀동등 군사훈련 및 혼합병역제도’가 그나마 이에 근사하지만, 집총을 거부하는 신념을 가진 이들의 문제까지 해소하려 했던 과거 사회복무제 개편이란 아이디어에 비해 세부적인 부분에서는 다소 못 미치는 느낌이다. 

위 정책 대안들은 노무현 정부 시기 군 복무를 하면서 당시 열린우리당 임종인 의원이 주도한 사병 월급 인상안의 혜택을 입었던 필자가 그 후 십수년의 시간 동안 줄곧 고민하면서 조금씩 정리하고 고쳐온 것들이다. 그렇더라도 부족한 부분이 많을 것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십 수년전 처음 문제의식을 가졌을 때와 비교해도 우리에게 남은 시간이 많지 않고, 개혁이 지연 될수록 후세대 남성들에게 집중되는 피해가 누적될 것이란 사실이다. 

가망 없는 모병제는 과감히 포기하고 국방의 짐은 함께 나누어 들기로

‘모병제’ 논란은 빈 수레가 요란한 것처럼 적정 임금 수준과 소모예산 추이나 따져보다가 별다른 개선책도 마련하지 못한 채 사그라드는 것을 자주 목격했다. 징병제 체제 자체는 일단 상수로 두되 그 안에서 혁신적인 수준의 개편 방안을 심각하게 고민하는 일이 절실히 필요하다.  

모병제로 전환될 경우 병력 규모를 유지하는데에도 어려움을 겪을뿐더러, ‘빈곤층 자녀의 군대’ 내지는 ‘사회적 취약계층의 군대’가 되어 군 인권 문제가 한국 사회의 전체로 인식되지 못하고 특정 계층의 문제로 인식되게 될 위험이 있다. 그보다는 ‘시민의 군대’ 혹은 ‘군복 입은 시민’으로서의 징병제 군대의 짐을 사회 전체가 나누어 드는 것이 장기적으로 공동체 의식을 유지하기에 유리할 거라고 기대한다.

필자가 해당 주제에 관해 쓴 과거 글들

2014년 11월 24일 [‘곰신’ 만난 문재인의 ‘모병제’ 발언, 그러나 치밀하지 않다] 

2014년 8월 13일 [기득권 세력의 음모에 가까운 모병제, 문제 잘못 짚었다]


글쓴이 한윤형은
한국 사회의 청년세대 문제, 미디어 문제, 그리고 현실정치에 관한 글을 써왔다. 매체비평 전문지 <미디어스>에서 2012년부터 3년간 정치부 기자로 일했다. 이후 몇몇 여론조사기관과 선거컨설턴트 업체에서 일했다. 주요 저서로 <청춘을 위한 나라는 없다>, <미디어 시민의 탄생>이 있다. 최근 1980년대 출생 저자들과 함께 <추월의 시대>를 출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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