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간 무역분쟁이 확전일로다. 미국이 500억 달러 규모의 중국산 제품 수입에 고율 관세를 부과한 데 이어 또다시 2,000억 달러 규모의 중국산 제품에 고율 관세를 부과했고, 중국도 맞대응에 나섰다. 두 나라뿐만 아니라 세계 경제와 안보지형까지 흔들 두 대국 패권전쟁의 최종승자는 어느 쪽일까? 한국에서 일상적으로 접하는 미국 우세, 중국 열세의 보도는 주로 서방 쪽 시각에 근거한다. 무역전쟁을 바라보는 중국 내부의 시각은 어떨까? 중국 전문가가 중국 매체와 지식인들의 주장을 정리했다. <편집자 주>

‘투키디데스의 함정’(패권 교체기에 기존의 패권국과 신흥 강대국 간에 충돌이 일어나는 경향. 그리스 역사가 투키디데스의 ‘펠로폰네소스 전쟁’에서 유래-편집자)에 빠진 것일까? ‘예정된 전쟁’(2018년에 발간된 미국 국가안보전문가 그레이엄 앨리슨의 저서)이 다가오는 징조일까? 적당한 선에서 타협할 줄 알았던 미중 간의 무역 전쟁이 날로 치열해지고 있다.

지난 3월 22일 트럼프 대통령이 500억 달러 규모의 중국산 제품에 25%의 고율 관세를 부과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하면서 시작된 무역전쟁도 어느덧 반년이 흘렀다. 그 사이 미국은 500억 달러의 중국 수입품에 대해 25%에 달하는 고율의 관세를 부과한 데 이어 9월 24일에는 사상 초유의 2,000억 달러 규모의 제품에 10%의 관세를 부과하였다. 중국도 이에 맞서 처음엔 동일한 보복조치를 하였고, 최근 조치에 대해서는 600억에 달하는 미국 수입품에 대해 5-10%의 관세를 부과하였다. 미국의 대중 수출액이 1,304억 달러, 수입액이 5,050억 달러(한국 무역협회 기준, 중국 상무부와 세관 기준은 대미 수출액 4,298억 달러, 수입액은 1,539억 달러)에 달하므로 미국에 수출하는 중국산 제품의 절반 혹은 그 이상이 이번 무역전의 피해를 보게 된 것이다.

미국은 미국우선주의와 보호무역주의를 기치로 동맹국인 유럽, 캐나다, 멕시코, 일본, 한국과도 전방위적으로 무역마찰을 일으키고 있다. 이는 ‘국지전(skirmish)’에 가깝다. 그러나 세계 제2위의 경제대국인 중국과 벌이는 무역마찰은 ‘전쟁’이라고 부를 만큼 규모가 크다.

 

미국은 무역전에서 무엇을 노리나?

이번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 결과는 어떻게 될까? 수출액보다 수입액이 훨씬 많은 미국이 관세를 부과할 여지가 많기 때문에 대부분 미국의 우세나 승리를 점치는 모양새다. 하지만 미중의 무역전쟁 양상이 어떻게 전개될지, 앞으로 어떠한 영향을 미칠지 아무도 알 수 없다. 명확한 것은 결국 양자 모두 피해를 볼 것이라는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이 중국을 상대로 무역전쟁을 벌이고, 중국이 굴복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중국에서는 이를 어떻게 보고 있을까?

미국이 무역전쟁을 벌인 표면적 이유는 무역적자 해소와 첨단 신기술 탈취에 대한 지적 재산권의 보호이다. 이를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는 중국 내 전문가는 없다. <인민일보>의 9월 19일 평론 문장에서는 미국의 의도를 '전술적 속임수를 통해 단기적으로는 중국이 (‘중국제조 2025’ 같은) 핵심 이익을 양보하도록 만들고, 장기적으로는 전략적 압박을 통해 중국의 발전적 기세를 제압하려는 것'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사실 무역적자는 양국 무역산업의 경쟁 우위와 비교 우위의 결과로 협상이나 산업구조조정을 통해 해결하면 될 일이다. 13조 달러 규모의 중국경제에서 3,000여억 달러 정도의 무역수지 차액을 해결하는 것은 큰 문제도 아니다. 첨단 신기술 탈취가 문제라면 증거를 제시하고 관련법에 따라 처리하면 된다. 양국뿐만 아니라 불안정한 세계 경제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이 명약관화한 무역전쟁을 벌일 일이 아니지 않은가? 성동격서는 중국만의 장기가 아니다.

 

중국의 대응, 주화(主和)에서 주전(主戰)으로

무역전쟁이 격화되면서 중국 내에서 다양한 반응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양보해야 한다는 주장부터 공세로 전환해 싸워야 한다는 주장까지 다양하다. 관세부과의 규모가 전례 없이 커지면서 민간 여론도 점차 주전파(主戰派)로 기울고 있다. 초반엔 주로 중국 내 ‘주화파(主和派)’ 혹은 ‘투항파’의 주장이 외신을 통해 우리 언론에도 소개되었다.

대표적인 것이 중국이 종합국력에서 이미 미국을 능가했다는 주장으로 유명한 후안강(胡鞍鋼) 교수를 파면해야 한다는 칭화대 동문들에 관한 보도이다. 헛된 주장으로 국가정책을 잘못된 방향으로 이끌어서 미국의 경계심을 불러일으켰다는 것이다. 이는 사실 가십거리에 불과하다. 논쟁의 여지가 있는 주장을 폈다고 교수를 파면하는 것도 말이 되지 않거니와 한 학자의 과장된 주장 때문에 미국이 무역전을 벌이는 것이라면 미국을 거의 바보로 보는 것이 아닌가?

사태가 악화되면서 중국 내의 이런 ‘타협적인’ 주장은 설 자리를 잃어버렸다. 양보하거나 다시 도광양회(韜光養晦)로 돌아간다고 해결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님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지난 3월 트럼프가 중국 수입품에 대해 관세부과 계획을 발표했을 때 중국 정부는 처음부터 '끝까지 받들어 모시겠다!(奉陪到底, 봉배도저)'라며 미국과 맞서 싸우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 9월 18일 기존의 네 배에 해당하는 액수의 수입품에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발표와 함께 중국의 반격이 있을 경우 추가로 2,670억 달러의 수입품에 대해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위협했을 때도 <인민일보>의 공식 SNS 계정인 샤커다오(俠客島)를 통해 미국의 극단적인 압력은 분명히 주판알을 잘못 튕긴 것이라고 즉각 반박하였다.

미국과의 무역전에 대비해 상당히 준비하지 않았다면 나올 수 없는 반응이다. 이번에 중국이 보복조치로 관세를 부과하기로 예고한 600억 달러의 수입품은 미국에 비해 액수도 적고 관세율도 비교적 낮지만, 훨씬 정교하게 계산한 측면이 있다. 대체하기 어려운 원자재는 비교적 적은 관세를, 대체 가능성이 높거나 사치품이나 비필수품, 국내 제조업과 경쟁관계에 있는 제품에는 비교적 높은 관세를 적용하는 등 차등을 둔 것이다.

 

미중 장기전, 누가 승리할까?

그런데 지난번엔 정보기술 품목을 포함한 산업재가 대부분이었던 데에 비해 이번 조치는 액수가 어마어마하지만, 카메라, 가구, 자전거 등 소비재가 많이 포함되어 있어 결국 미국 소비자의 부담으로 돌아갈 가능성이 크다. 미리 손을 쓴 미국 최고의 납세자인 애플 관련 제품은 제외되었지만 말이다. 중국의 경우 보복을 하더라도 자국에 미칠 부정적 영향은 최소로 줄이고 있는 데 반해, 미국의 조치는 일견 호쾌해 보이지만 결국 제 발등을 찍는 것일 수 있다.

IT기업부터 소매회사, 장난감 제조업체, 농장 등에 이르기까지 미국 산업의 전 업종을 망라하는 수천 개의 기업이 'AFT(Americans for Free Trade)'라는 단체를 결성해 관세 반대 로비를 벌이고 있는 사실이 이를 방증한다.

물론 중국도 큰 피해를 본다. 하지만 외부의 우려만큼 심각하지 않다는 주장도 주목할 만하다. 인민은행장을 지낸 저우샤오촨(周小川)은 최근 인터뷰에서 이번 무역전의 영향이 중국 GDP의 0.5% 이내에 머무는 등 중국경제에 커다란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니라고 밝혔다. 설령 미국이 5,000억 달러에 관세를 매기더라도 수출을 미국이 아닌 곳으로 돌리면 되고 이를 바로 실천에 옮길 수 있다고 주장했다.

칭화대학교 경제학과 웨이제(魏杰) 교수에 따르면 중국경제의 수출의존도가 70%(2007년)에서 10% 내외(2017년)로 낮아졌고, 그중에서 미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3분의 1이 되지 않는다고 한다. 바로 이 점이 이번 무역전이 중국의 GDP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다는 주장의 근거이다. 만약 10년 전에 미국이 무역전쟁을 벌였다면 중국이 무릎을 꿇었겠지만, 금융위기 이후 국가발전전략을 조정했기 때문에 중국이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라는 것이다.

수입액과 수출액의 비대칭에서 보면 중국이 불리하지만, 중국은 관세 이외의 다양한 반격 카드를 쥐고 있다. 첨단제품의 필수 원자재인 희토류 수출을 제한한다든지, 중국 내 미국 기업에 제재를 가한다든지, 미국과 다른 중국적 방식〔你打你的 我打我的〕)으로 싸울 방법은 많다. 전쟁이란 '다른 방법에 의한 정치의 연속'이라고 말한 칼 폰 클라우제비츠보다 이천여 년 전에 '백번 싸워 백번 이기는 것은 가장 잘한 용병이 아니다. 싸우지 않고 남을 굴복시키는 용병이 가장 좋은 것'이라고 하면서 "정치와 전쟁이라는 두 개의 장(場)을 하나로 융합시킨"(헨리 키신저의 평가) 손자병법이 몸에 밴 나라가 중국 아니던가? 힘이나 무기야 미국을 능가할 수 없지만, 전쟁은 무기만 가지고 하는 것이 아니지 않은가? 무엇보다 중국은 40년에 걸친 개혁개방을 통해 대체 불가능한 거대한 소비시장을 형성했으며, 세계에서 가장 완전하고 고효율의 산업체제를 구축했다.

최근 중국은 ZTE 사태(핵심기술을 미국에 의존하던 중국의 주요 통신장비업체 ZTE가 미국의 제재 조치로 영업중단을 선언한 사건)를 통해 위기의식을 가지고 ‘중국제조 2025’ 계획에 더욱 박차를 가하고 있다. 머지않은 장래에 결국 세계 최대의 경제대국이 될 것이라는 점에서도 시간은 중국 편이라고 할 수 있다. 이것이 중국이 가진 최고의 카드이다.

물론 현재 미국경제는 좋고 중국은 그렇지 않기 때문에 단기적으로는 중국의 어려움이 예상된다. 심리적 영향을 강하게 받는 주식시장도 좋지 않은 상태이다. 하지만 트럼프에겐 목전에 둔 중간선거가 장기전이 될 무역전쟁보다 더욱 시급한 일이다. 이러한 사정을 잘 아는 중국이 쉽사리 타협하지는 않을 것이다. 핵심이익이 부딪치고 있기 때문에 타협의 여지도 적다. 장기적으로 중국이 이번 위기를 활용해 더욱 개혁과 개방을 진전시키고, 과거 바세나르 협약(‘재래식 무기와 전략 물자 및 기술’의 수출을 통제하기 위해 미국 주도로 결성된 다국적 협의체)이 중국으로 하여금 기술의 자주적 연구개발을 촉진케 했던 것처럼 첨단과학기술의 자주적 발전에 박차를 가한다면 전화위복의 계기가 될 수 있다. 중국은 더 이상 19세기 영국과의 아편전쟁 당시처럼 ‘아시아의 병자(東亞病夫)’도, 지난 1980년대의 일본도 아니다. 섣불리 승패를 예단하기보다는 냉정하게 지켜볼 일이다.

 

중국 억제와 무역적자 해소 사이

24일은 중추절이자 2,000억 달러 규모의 중국산 제품에 대한 미국의 관세조치가 발효되는 날이다. 이날 중국 국무원 신문판공실은 '중미 경제무역 마찰에 관한 사실과 중국 측 입장'이라는 3만 6천 자의 백서를 발표했다. 백서는 “2017년 새로운 미국정부가 출범한 후 '미국 우선주의'의 구호 하에 상호 존중과 평등 협력 등 국제 교류의 기본 준칙을 버리고 일방주의, 보호주의 및 경제패권주의를 실행하면서 많은 국가와 지역, 특히 중국에 대해 사실에 어긋나는 비난을 했고 부단히 관세부과 등의 수단을 이용해 경제적 협박을 지속하면서 극한적인 폭압적 방법으로 자신의 이익을 중국에서 얻어내려 시도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협력만이 유일하고 정확한 선택이며, 상생해야만 더 밝은 미래로 나아갈 수 있다”고 문제의 합리적 해결을 촉구하고 있다.

미국의 목표는 무역적자 해결과 중국 억제의 사이에 있다. 중국의 부상을 억제하려는 목표는 너무 크고, 무역적자 해결은 너무 작은 목표이기 때문이다. 무역의 질투로 드러난 ‘예정된 전쟁’에서 미국의 다음 ‘초식’(검술, 싸움 등에서 얘기하는 공격과 방어의 패턴)이 주목된다.

황희경/ 동양철학·중국학 연구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