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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편집 2021. 11.25, 00:00

[이상민 칼럼] 예산 규모로 볼 때 우리나라는 큰 정부일까? 작은 정부일까?

By | 2021년 11월 17일 | 미분류, 정책

이상민 필자의 예산안 시리즈 칼럼의 세 번째 시간이다. 첫 회에서는 기재부의 비효율적인 예산 설명 자료와 탄력없이 운영되는 지방재정교부금과 지방교육재정 교부금에 대해 배웠고, 두 번째 칼럼에서는 진보 정권답지 않게 밋밋한 복지 환경 예산에 대해 자세히 들여다 보았다. 이번 칼럼에서는 2022년 예산안 중 경제 관련 지출액, 그 중에서도 평균 이상으로 증가한 항목을 중심으로 설명을 들을 예정이다. 그 중에서도 가장 큰 증가율을 보이는 과학기술연구개발, 항공·공항 부문 에너지및자원개발 부문, 정보통신 부문의 예산을 보면 우리의 경제 발전 전략을 엿볼 수 있어 나라 살림의 큰 그림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 또한 모든 이의 숙원이라 할 수 있는, 유연하고 효율적인 예산 배분을 위한 제안으로 내년 예산안에 대한 이상민 칼럼을 마무리한다. [편집자주]

#왜 우리나라의 GDP대비 일반정부 지출 규모는 OECD 하위권인가?
#경제활동 지출액은 크고 사회복지 지출액은 적어
#돈이 많아 생기는 문제, 재정 칸막이
#경제환경은 끊임없이 변화하므로 재정의 칸막이를 유연하게 움직일 방법이 필요

국민총생산 대비 예안 지출액을 들여다 볼 때, 경제 지출 규모로 볼 때, 우리나라는 큰 정부일까 작은 정부일까? (사진=셔터스톡)

OECD 국가 중 바닥권에 해당하는 우리나라의 GDP 대비 일반 정부 지출 규모

OECD 국가 GDP 대비 일반정부 지출 규모를 비교해보자. 일반정부(General Government)란 중앙정부, 지방정부는 물론 건강보험 지출액 같은 비영리 공공기관 지출까지 포함한 개념이다. 놀랍게도 일반정부가 GDP(국내총생산) 액수의 절반이 넘는 규모의 돈을 지출하는 나라도 존재한다. 무슨 공산주의 국가 얘기가 아니다. 프랑스(55.3%), 핀란드(53.3%), 벨기에(51.8%), 노르웨이(51.5%) 등 북유럽 국가 GDP 대비 정부 지출 규모는 무려 50%가 넘는다. 

이탈리아(48.5%), 독일(44.9%), 스페인(42.1%) 같은 서유럽 국가의 GDP 대비 정부지출 규모는 40~50% 사이다. 그리고 영국(40.3%), 일본(38.7%), 미국(38.3%)과 같은 영미계 국가의 정부지출 비율은 40% 전후에 위치한다. 미국과 일본처럼 어마어마한 GDP를 자랑하는 나라도 그 엄청난 GDP 대비 정부가 40% 가까운 돈을 지출한다니 놀라운 일이다.

우리나라는 31.1%다. 그래도 꼴찌는 면했을까? 우리보다 뒤에 있는 나라는 칠레다. 경제 규모나 민주적 성숙도 등에서 칠레와 비교하기엔 우리나라는 이미 너무 선진국이다.(칠레 비하 발언은 아니다.) 꼴찌는 아일랜드다. 아일랜드는 사실상 조세피난처 국이다. 애플, 구글, 화이자 등 전 세계 초대기업의 유럽 본사와 페이퍼컴퍼니가 몰려있는 나라다. 페이퍼컴퍼니가 많다 보니 페이퍼 GDP가 뻥튀기된다. 서류상으로는 아일랜드 1인당 GDP가 8만불에 육박한다. 분모인 GDP가 과장되었다는 얘기다. 결국, 페이퍼 GDP로 통계착시를  불러일으키는 아일랜드와 칠레를 제외하고는 우리나라 정부 규모는 OECD에서 가장 작은 규모다. 

국가 지출 규모에 비해 상당히 큰 정부 경제 활동 지출액

그런데 우리나라 국가지출 규모는 적지만 의외로 우리나라 정부의 경제활동 지출액은 상당히 크다. 우리나라는 전체 GDP의 약 14% 이상을 경제활동에 지출하는데, 이는 일본 9.5%나 미국 8.9%보다도 크다. 특히, GDP 대비 정부지출 규모가 무려 55%가 넘는 프랑스 정부 경제활동 지출 비중(10.3%)보다도 크다.

다른 나라보다 정부가 돈을 덜 쓰는데, 경제활동 부문에는 오히려 더 많을 돈을 쓸 수 있는 비결은 무엇일까? 복지 쪽에 돈을 덜 쓰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우리나라 GDP 대비 사회복지 분야 지출률(10.8%)은 OECD 평균(19.8%)의 약 절반밖에 안 된다. 즉, 우리나라가 OECD 평균 사회복지 지출률의 약 절반밖에 지출하지 못하는 이유는 두 가지다. 첫째는 정부지출 규모 자체가 적다. 둘째는 경제 분야에는 OECD 국가보다 오히려 더 많은 돈을 지출하기에 사회복지에 쓸 돈은 더욱 부족해진다. 

복지 분야 지출을 희생하며 크게 잡은 경제 분야 지출액, 제대로 쓰이고 있는가?

우리나라 경제 분야 지출액을 찬찬히 분석해야 할 이유다. 복지 분야 지출을 희생하면서까지 경제 분야에 많은 돈을 쓰고 있는데, 만일 비효율적으로 쓰이고 있다면 대단히 큰 문제다. 그런 의미에서 내년도 경제 관련 지출액을 분석해보고자 한다.

내년도 총지출은 올해보다 8.3% 증가한다. 즉, 8.3%보다 더 증가하면 평균이상, 덜 증가하면 평균 이하 증가했다는 의미다. 과학기술 분야, SOC 분야(교통 및 물류 + 국토 및 지역개발), 농림수산 분야, 산업중소기업및에너지 분야,  통신 분야 등 모든 경제 관련 분야는 총지출 증가율 보다 덜 증가했다. 

경제 분야 지출이 평균에 못 미친다고 사회복지 분야가 평균 이상이 아님은 두 번째 칼럼 진보정권의 밋밋한 복지 환경 예산, 그 패러독스와 딜레마를 통해 강조한 바 있다. 내년도는 경제 분야는 물론, 복지 분야 증가율도 평균을 넘지 못한다. 보건, 교육, 지방행정, 환경 분야 증가율만 평균 이상이다. 다만, 경제 분야도 경제 분야 나름이다. 일부 부문은 제법 많이 증가한 부문도 있다. 이에 평균 이상 증가한 부문을 분석해보자. 

국가 경제 발전 전략을 보는 창이 되는 증가 부문 예산

첫째, 과학기술연구개발 부문이 5200억원(13%) 증가한 이유는 1700억원이 신규로 편성된 ‘한국형발사체고도화사업’ 덕분이다. 또한, 연구자 지원예산인 ‘개인기초연구’가 1500억원(10%) 증액된 효과도 크다. 이외에도 ‘혁신원자력연구개발기반조성 사업이 무려 710%증가(640억원)했다.

둘째, 항공・공항 부문도 18.8%(670억원) 큰 폭으로 증가했다. 항공・공항 부문 증가는 ‘울릉도 소형 공항건설’(340억원), 드론 관련 지출(300억원), ‘무안국제공항 활주로연장’(136억원), 새만금 신공항건설(80억원) 때문이다. 다만, 가덕도 신공항건설, 제주 제2공항 건설, 김해 신공항 건설 예산은 0원이다.

셋째, 에너지및자원개발 부문이 6400억원(14%) 증가한 이유는 ‘신재생에너지금융지원(융자)’사업이 1900억원(36%), ‘전략핵심소재자립화기술개발’ 사업이 신규로 1800억원 증가했기 때문이다. 신재생에너지금융지원 사업은 융자를 통해 태양광 발전 등을 공급하는 사업이다. 이는 보조금이 아니라 융자기 때문에 실제 지원금액은 1900억원 융자액 전액이 아니라 시장금리와 정책금리 차이에 불과하다.(만일 그 차이가 2%면 실질 지원금액은 38억원에 불과)

넷째, 정보통신 부문이 29%(7400억원) 급증한 이유는 ‘인공지능학습용데이터구축’ 사업이 4500억원 증액되었기 때문이다. 이 사업은 인공지능용 각종 텍스트, 사진, 동영상 데이터를 구매하여 집적하는 사업이다. 

이상 경제 분야 중, 증가율이 10% 초과한 4개 부문 사업을 모두 살펴보았다. 이를 통해 우리나라 경제 발전 전략을 엿볼 수 있다. 우리나라는 한국형발사체, AI, 드론, 원자력, 그리고 공항 쪽에 자원을 투입한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그런데 경제 지원 방향과 그 금액은 누가 어떻게 정할까? 물론 민관 전문가와 전문 기관(이를테면 한국연구재단) 등이 잘 선별한다. 그런데 이런 전문가가 완전한 제로베이스에서 한국의 과학기술의 미래 경제 산업 전망만을 보고 결정하고 있을까? 그런 결과가 울릉도와 무안공항 예산 투입일까?

국가의 모든 재정지출의 출발점이 같은 것은 아니다. 공항사업, AI, 개인기초연구지원, 원자력 등등의 후보자가 동시에 종합격투기 경기장에 올라와서 아무런 룰 없이 싸우고 예산을 쟁취하는 구조가 아니다. 이미 각각의 경기장이 이미 존재한다. 일반회계를 위한 경기장, 교통시설특별회계라는 경기장, 에너지자원특별회계용 경기장, 기후대응기금용 경기장 등이 각각 따로 있다는 이야기다. 

그리고 각각의 경기장별로 배분된 예산 금액이 정해져 있다. 즉, 1조원짜리 경기장에서 싸우는 예산사업은 입상만 해도 100억원을 가져갈 수 있으나, 100억원짜리 경기장에 출전하는 사업은 1등을 해도 가져갈 수 있는 예산액은 수십억원에 불과하다. 어떤 경기장에 출전하는지에 따라서 경기를 해보기 전에 예산 규모의 상당 부분이 이미 정해지는 부분도 있다.

이제 우리나라에 어떤 예산 경기장(회계)이 있는지 파악해보자. 교통시설특별회계는 무려 15조원을 지출하는 대형 경기장이다. 교통시설특별회계의 재원은 소위 유류세(교통에너지환경세)의 73%다. 우리가 주유소에서 휘발유나 경유를 구입할 때마다 납부하는 교통에너지환경세의 73%가 교통시설특별회계에 들어간다니 교통시설특별회계가 얼마나 큰 경기장인지 충분히 짐작된다.

돈이 많이 들어와 문제가 되는 상황, 재정 칸막이

문제는 교통시설특별회계에 돈이 너무 많다는 점이다. 많은 돈이 들어오니 국토교통부는 교통시설에 어떻게든지 돈을 써야 한다. 도로, 철도, 공항, 항만 등 각각의 계정별로 써야할 돈의 비율도 자체 시행규칙을 통해 마련해 놓았다. 돈이 없어서 문제가 아니다. 돈이 많아서 문제인 곳도 있다는 얘기다. 이러한 ‘재정의 칸막이’를 방지하고자 교통에너지환경세 폐지 법률안이 여야 합의로 통과된 것은 벌써 10여년 전인 2009년 일이다. 15조원이라는 큰 규모의 세입이 재정 칸막이 때문에 특정 용도에만 쓰는 것이 불합리하다는 사회적 합의 때문이다. 물론 세목이 폐지된다고 유류세 납부를 안 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걷는 형식만 교통에너지환경세가 아니라 개별소비세로 바뀐다는 의미다. 단지 교통시설 등에 쓰여야 하는 목적만 없어지고 일반세(보통세)로 전환이 될뿐이다. 

그런데 폐지 법률안이 국회를 통과하고 공포까지 된 이후에 폐지 시점을 연장하는 법안이 통과되었다. 그리고 3년 마다 이미 폐지된 법률안의 폐지시점만 연장하는 법안이 지속적으로 통과되어서 올해 2021년 다섯 번 째로 폐지시점이 연장되기를 기다리는 기묘한 일이 반복되고 있다. 교통에너지환경세법은 이미 폐지되어 죽었는데 살아서 움직이는 ‘좀비법률’이 되어 주유소에서 돌아다니고 있다. 이 좀비 법률에 따라 교통시설특별회계 도로계정에는 43~ 49%, 철도에는 30~ 36%, 항만에는 7~ 13% 쓰이도록 내부규정이 마련되어 있다. 자체적으로 정한 규정에 따라 특정 지출 규모가 이미 정해져있는 재정의 칸막이가 발생한다는 의미다. 물론 이러한 재정의 칸막이가 공항 건설과 무관하지는 않다. 

재정 칸막이의 불합리성을 해소하면 나라 살림 훨씬 나아져

전력산업기반기금도 마찬가지다. 이 기금은 전기요금의 3.7%가 자동으로 적립되니 세원이 풍부하다. 과거에 전력기반시설을 만들고자 만든 회계지만 이제는 쓸 곳이 부족해서 돈이 넘쳐난다. 에너지및자원개발 부문 증가율이 높은 이유를 설명할 수 있다.

에너지및자원사업특별회계는 석유나  LNG 수입판매업체에 부과되는 부담금이 주된 수입원인 특별회계다. 여기에도 돈이 넘쳐난다. 2022년 공공자금관리기금에 저금할 돈만 5600억원이 넘는다. 그러다 보니 이 돈을 쓰기위한 눈물겨운(?)노력도 많다. 석탄이나 연탄 가격을 낮추는데 큰 규모의 자금이 지출된다. 왜 석탄이나 연탄 가격을 낮출까? 저소득층 에너지원을 싸게 공급하기 위함이다. 탄광노동자 소득보전 측면도 있다. 그래서 아직까지 저소득층은 위험하고 불편한 연탄을 사용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문제는 왜 저소득층에게 연탄을 싸게 공급하도록 국가가 돈을 지출해야 할까? 차라리 이 돈으로 저소득층 연탄보일러를 전환하고 에너지바우처를 지원하는 것이 더 효율적이지 않을까? 이미 자본잠식된지 오래된 석탄공사 악성부채를 갚는데 300억원을 출자하고 광해광업공단 올해 출연금만 무려 1500억원이 넘는다. 광해관리공단 출연금 1500억원을 그냥 광산노동자에게 나누어주는게 광부를 위해, 환경을 위해 더 좋지 않을까?

종합격투기에서 태권도의 고수와 쿵푸의 고수가 맞붙어 싸우면 누가 이길까 궁금해서 종합격투기를 본다. 그러나 결국 바닥에서 뒹구는 싸움을 보게된다. 이단 뒤돌려차기 같은 멋진 기술은 사용되지 않는다. 태권도와 쿵푸를 각각 다른 경기장에서 진행해야 할 이유다. 각각의 회계와 기금을 통해 자체재원을 마련하여 유치산업을 보호하고 특정 지출에 자원을 몰아줄 필요는 있다. 

그러나 처음 회계와 기금을 만들어 재정의 칸막이를 세운 이후에도 경제환경은 끊임없이 변한다. 재정의 칸막이도 새롭게 변화된 환경에 맞춰서 지속적으로 변화해야 한다는 의미다. 재정의 칸막이가 지나치게 높으면 한쪽에서는 돈이 모자라지만 한쪽에서는 돈이 남는 비효율이 발생할 수 밖에 없다. 재정의 칸막이에 환기구나 창문이라도 달지 않는다면 칸막이 안은 썩게 될 수도 있다. 


글쓴이 이상민은
분석하는 게 일이다.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예산서, 결산서, 집행내역을 매일 업데이트하고 분석한다. 참여연대 간사, 국회의원 보좌관을 거쳐 현재는 나라살림연구소 수석연구위원으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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