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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편집 2021. 11.25, 00:00

[위민복 칼럼] 미국은 왜 독일 새 정부 구성에 감놔라 배놔라 할까

By | 2021년 11월 15일 | 국제, 미분류, 정치

 독일의 연립정권 협상이 한창인 가운데 미국의 대표적 경제학자인 조셉 스티글리츠와 애덤 투즈가 공동 명의 칼럼을 통해 ‘아무개는 안된다’고 독일 신문에 기고했다. 이를테면, 내년 출범할 한국의 새 정부를 두고 미국 유수의 경제학자들이 한겨레나 조선일보에 아무개는 경제 부총리 시키면 안된다고 기고를 하는 셈이다. 매우 이례적인 이번 ‘사건’은 대서양 동맹 간의 긴밀함을 보여주기보다 하나로 엮여 돌아가는 세계경제 현실을 웅변하는 사건이다. 독일 탐구가인 위민복 필자의 해설과 해당 기사의 전문 번역을 올린다. [편집자 주] 

#재무부 지원 없이는 기후 정책도 외교도 불가능
#보수주의자가 독일 재무장관이 되어서는 안된다는 미국 학자들의 기고
#젊은 유권자층 대변하는 노란색 자민당의 강점은 경제가 아니라 현대화와 자유화
#국가의 위상에 따라 내각 구성에 국제적인 관심이 쏠리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

사민당(빨강), 자민당(노랑), 녹색당(초록)은 현재 신호등 연정 수립을 목표로 협상 중이다. 총리는 당연히 제1당인 사민당의 올라프 숄츠가 맡지만, 재무부 장관 자리를 두고 자민당과 녹색당의 경합이 치열하다. (사진=셔터스톡)

미국 학자인 스티글리츠와 투즈, 독일 재무부 장관 임용을 향해 목소리를 내다

남의 나라 장관 인선에 누구를 올려라 혹은 누구를 올리지 마라 하는 기고문을 내는 광경은 어색하다. 하지만 조셉 스티글리츠와 애덤 투즈라는 세계적인 학자들이 그런 주장을 하면 어떨까? 과연 그들의 여론조성 노력은 과연 실제 임명에 영향을 끼칠까? 미국의 진보 경제학을대표하는 두 사람의 의견이 관철되면 세계는 이를 선의의 의사표시로 볼 것인가? 내정 간섭으로 볼 것인가? 국제 정치경제학의 관점에서 바라보자.   

배경은 이렇다. 독일은 대체로 총선 이후 연정협상을 통해 새 정권이 구성된다. 혼란을 막기 위해 새 정권이 구성될 때까지는 현 정권이 대신 한다. 메르켈이 총리 자격으로 글래스고우 기후변화협약 회의(COP 26)에 대표로 참석한 것은 이런 이유다. 연정 협상은 크리스마스 전 타결을 목표로 하고 있다. 사민당, 자민당, 녹색당은 현재 신호등 연정(사민당=빨강, 자민당=노랑, 녹색당=초록)의 수립을 목표로 협상 중이다. 총리는 당연히 제1당인 사민당의 올라프 숄츠가 맡지만 돈줄인 재무부장관을 두고 자민당과 녹색당의 경합이 치열하다. 특히 자민당의 린트너 당수가 자신이 재무부장관으로 가야 한다고 적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신호등 연정 수립을 위해 노력 중인 독일에서는 현재 자민당 당수 크리스티안 린트너가 자신을 재무부 장관에 임명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미국의 학자 스티글리츠와 투즈가 ‘자이트’ 지에 반대하는 내용의 칼럼을 공동으로 기고했다. (사진=셔터스톡)

이런 가운데 미국의 대표적 경제학자 둘이 독일의 유수 신문인 자이트 지에 린트너 불가론을 칼럼으로 썼다. 독일 국내 여론에 강속구를 선보인 것이다. 린트너 불가론의 요지는 재정 긴축과 부채 축소를 골자로 하는 경제에 대한 그의 인식이 1990년대에 머물러 있으며, 코로나 대처와 기후변화, 특히 중국과 러시아에 대응하기 위한 국방력 강화에 있어 독일 재정의 확장이 요청되는 이 시점에는 어울리지 않다는 요지다.

유럽와 미국이 원하는 독일 재무부 장관은 ‘제동장치형’이 아니라 ‘변화의 주체’
좀 더 자세히 설명을 하자면 이렇다. 독일은 2009년 기본법 상으로 부채 제동(Schuldenbremse) 조항(제109조 제3항)을 추가한다. 마스트리히트 조약에서 고정시킨 GDP 대비 부채비율 60%를 맞추기 위해, 연방 및 주의 재정이 차입수입 없이 균형을 맞춰야 한다는 내용이다. 이를 언론은 보통 검정 제로(Schwarze Null)라 부른다. 재정 균형 혹은 흑자만 허용하니까 말이다.

바로 이 조항 때문에 독일의 공공투자는 코로나 이전 시기까지 크게 뒤쳐져 있었으며, 작게는 유럽 다른 국가들에 비해 유독 독일 기차가 시간을 안 지키는 것부터 시작해서 크게는 러시아가 침공할 때 곧바로 띄울 수 있는 유로파이터 전투기가 나라 전체에 5대가 안 되는 지경에 이르게 된 것이다.

물론 코로나19와 같은 사태를 기본법 조항 상의 자연재해(Naturkatastrophe) 혹은 비상적 긴급상황(außergewöhnliche Notsituation)이라는 예외적 재정지출로 간주하여 독일이 공공투자를 크게 늘리기는 했다. 하지만 그건 예외일 뿐이며, 기후변화와 그 외 유럽과 세계가 요청하는 독일의 역할에 수반되는 기대에는 크게 못 미친다. 독일 국내에서는 이에따라 사민당, 녹색당등 좌파를 중심으로 기본법 제109조 제3항을 철폐 혹은 완화하자는 여론이 제법인데 린트너는 이를 완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미국 입장에서 보면 독일은 코로나 19 이후의 유럽 경제질서 회복을 위해 좀더 적극적이어야 한다. 독일 정부가 독일은 물론 전 유럽에 돈을 더 풀어야 한다는 뜻이다. 코로나 국면에서 좀 풀기는 했으나 아직 미흡하다고 보던 차에 돈줄을 조이자는 보수 자민당 당수가 재무부장관을 맡겠다고 하자 깜짝 놀라 공개 반론을 편 것이다. 미국 정부와 통한 메시지일까? 앞뒤 정황으로 보면 바이든 행정부는 스티글리츠나 투즈와 같은 마음으로 보인다. 서반구는 미국과 유럽연합(EU)으로 구성돼 있고 그 EU는 독일이 주도하는 현실을 냉엄히 보여주는 대목이다. 적어도 EU 내에서 돈 하면 독일의 역할은 한마디로 ‘매우 크다’고 할 수 밖에 없다. 

린트너는 자이트 지에 실린 이러한 비판에 대해, 오히려 그 비판이 자신을 재무부장관 적임자로 말하고 있다고 대응한다. 자신의 인스타그램에서 그는 인플레이션 때문에 미국이 금리를 높일 수 있는 상황을 봐야 하며, 유럽중앙은행(ECB)의 채권구매 프로그램 없이 재정 확보를 못 하는 유럽 국가들이 있는 상황에서 독일은 지속 가능한 재정을 갖춰야 한다는 주장이다.

베를린에 있는 독일 연방 재무부 건물 모습 (사진=셔터스톡)

린트너의 인스타그램 페이지 바로 가기

한국도 남의 일이라고만 볼 수는 없어
한국 입장에서는 먼 나라 이웃 나라 간의 갈등아닌 갈등을 보면서 두 가지 측면을 생각해봐야 할 것같다. 첫 번째는 생각 폭의 확장이다. 한국 정부의 재정 정책도 한국 만의 일이 아니다. 스티글리츠와 투즈가 말하는 독일 재무부의 역할에서처럼 (1) 한국 (2) 아시아 (3) 세계의 측면에서 파급력과 영향력을 보고 짜야 한다. 한국이 비록 중규모 개방경제이기는 하지만, 외교의 측면에서 볼 때 비단 유상원조만이 아니라 세계은행이나 IMF, ADB나 AMRO(역내거시경제조사기구), 등을 통해 한국의 역할이 커질 수도 작아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가령 유럽이 했던 것처럼, 아시아의 금융안정 체계를 세울 때 특정 국가 혹은 그 국가의 예산을 담보로 채권을 구성한다면? 그 역할을 할 수 있거나 논의를 주도할 국가가 몇 없다. 쉽게 말해 앞으로는 한국의 경제 부총리 인선에 관심을 기울일 국가가 많아지고, 때로 공개발언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고 보고 대비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독일 이야기가 남의 이야기만은 아니다. 세계는 이미 하나다. 돈과 정보, 제조와 물류에서는. 

두 번째는 재정 지출에 대한 인식이다. 코로나19 위기 이전부터 경제에 있어 재정의 확장적 역할은 전미경제학회(2020년 1월)의 주된 테마이기도 했고, 독일 일부 학계는 그런 조항을 헌법에 넣지 마라 조언을 하던(2019년) 상황이었다. 재정 부채는 가계 부채와 인식이 달라야 하며, 적절히 확충하여 지혜롭게 지출하느냐가 더 논의의 중점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재정 기능의 확대론은 기후위기의 심도있는 논의와 함께, 코로나19로 인해 어려운 지금은 더욱 절실하다.

자이트 지에 실린 칼럼(10.29일자)에도 불구하고 11월 둘째 주의 신호등연정 협상 분위기를 보면, 녹색당이 더 이상 재무부장관직을 고집하지 않는다는 보도가 있었다. 아마도 녹색정책의 실효를 더 얻을 수 있는 교통부장관 등에 더 연연하는 듯하다. 린트너가 실제로 재무부장관을 맡을 가능성이 좀 올라간 셈이다. 그러나 자민당에게는 우려할 만한 전례가 있다. 메르켈 2기 내각(2009-2013) 구성 당시 기민당/기사당 연합(CDU/CSU)는 자민당과 연정을 했고, 당시 자민당 당수인 기도 베스터벨레(Guido Westerwelle) 는 연정협상에서 외교부 장관직을 고집하여 결국 원하는 바를 얻어냈다. 그 결과는? 자손(自損) 사고였다. 자민당은 기도 외교부장관의 범실로 인해 2013년 총선에서 봉쇄조항(5%) 이상의 득표를 하지 못해 요근래 처음으로 의석을 갖지 못 하는 상황에 빠진 적이 있다. 자민당과 린트너에게 이번 파동이 새옹지마일지, 고지 확보일지, 독일 재무부장관 인선을 둘러싼 줄다리기는 앞으로 1-2년 독일의 재정정책 향방을 읽는 키포인트가 될 듯하다.  

독일 기본법 제109조 제3항 (법제처 번역본) 연방과 주의 예산은 원칙적으로 차입 수입 없이 균형을 이루어야 한다. 연방과 주는 정상 국면을 벗어난 경기변동의 영향을 경기호황 및 침체시에 균형있게 고려하기 위한 규정과 국가의 통제를 벗어나고 국가의 재정적 기반을 현저히 잠식하는 자연재해 또는 비상적긴급상황에 대한 예외규정을 제정할 수 있다. 예외 규정에 대하여는 그에 상응하는 상환 규정도 제정되어야 한다. 연방의 예산과 관련된 자세한 사항은 차입 수입이 명목 국내총생산의 0.35 퍼센트를 초과하지 않을 때 제1문에 부합한다는 기준에 따라 제115 조에서 정한다. 주의 예산과 관련된 자세한 사항은 어떠한 차입 수입도 허용되지 않는 경우에만 제1문에 부합한다는 기준에 따라 주가 그 헌법적 권한의 범위 내에서 규율한다.

[전문 번역]
2021년 10월 27일자 <디 자이트(Die Zeit)> 

그의 바람을 들어주는 것은 실수가 될 것이다
경제학자 조셉 스티글리츠(Joseph E. Stiglitz, 사진 오른쪽)와 애덤 투즈(Adam Tooze, 사진 왼쪽)에 따르면, 크리스티안 린트너(Christian Lindner)는 재무부장관으로 적합하지 않지만 디지털 부문을 맡는 장관으로서는 좋은 선택이다. 조셉 스티글리츠는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이자 세계은행의 전임 수석경제학자였다. 애덤 투즈는 컬럼비아 대학교에서 가르치고 있으며, 동 대학교의 유럽연구소장(Director of the European Institute)을 역임하고 있다.

지금까지 진행중인 베를린의 연정협상을 보면 두 가지 사항이 확실하다. 첫째, 해당 정당들의 색깔 때문에 별명이 붙은 소위 신호등 연정은 독일이 지금 당장 필요로 하는 정부라는 점. 둘째는 신호등 연정을 구성하는 세 정당, 붉은색의 중도 좌파 사민당(SPD)과 기업 친화적인 노란색의 자민당(FDP) 그리고 녹색당은 안도감과 혁신의 균형을 맞출 것이라는 점이다. 다만 그들이 언어와 이민, 권리에 있어 새로운 표현에 동의할 수 있다 하더라도 다수가 우려하듯, 세 정당들 간의 공통 분모는 낮다. 가령 신호등 연정협상에서 처음 나온 사전 협상 문건에 따르면 기후변화에 대한 언급이 충격적으로 약하다. 디지털 인프라도 약소하고, 유럽정책에 대한 표현도 전망이 희망적이지 않다.

결국 신호등 연정이 성공할 것으로 보이기는 하지만, 현재의 여러가지 도전에 대응하기에는 역부족인 약한 정부가 나올 위험이 있다는 의미다. 중요한 점은 여러 장관직들을 누가 맡느냐이다. 좋은 인물들로 구성된 강한 장관들이라면 성과를 크게 낼 수 있을 것이다. 제일 좋은 사례는 바로 연정 협상이 마무리되면 총리 자리에 오르게 될 올라프 숄츠(Olaf Scholz) 자신이다.

숄츠 장관 치하에서 독일 재무부는 제동장치 역할에서 벗어나 변화의 주체로 변신했다. 지난 수십년 간 지체되어 왔던 공공투자가 크게 늘어나기 시작한 것이다. 2020년이라는 중요한 순간 독일 재무부는 돈줄을 풀었고, 독일 사회와 경제는 덕분에 코로나 바이러스가 가져온 충격을 헤쳐나갈 수 있었다.

숄츠와 그의 팀은 지금의 재무부 치적을 신경써야 한다. 이전의 성과가 거대했기 때문이다. 녹색당도 주지해야 할 텐데, 재무부 통제 없이는 중대한 기후 정책도 있을 수 없다. 재무부는 정부 내 2인자 자리이며, 연정의 두 번째 정당으로서 녹색당이 재무부를 차지해야 한다. 재무부장관으로서 녹색당 공동대표인 로베르트 하벡(Robert Habeck)과 그의 연방의회 재무부 정무차관(PStS, 의회와 내각을 연결하는 역할)으로서 스벤 기골트(Sven Giegold)라면 그럴싸한 리더십 팀을 구성할 수 있을 것이다.

기능적이면서 정치적인 힘, 그리고 국내와 국제 문제를 아우르는 기능 때문에 재무부는 다른 어떠한 부처보다도 중요하다. 독일에 물론 외교부 장관도 있기는 하다. 하지만 독일의 일상적인 대외 관계에 있어 제일 중요한 부처는 총리 자신을 제외한다면 재무부이다. 외교 관계에 있어 재무부의 지배력은 독일 정부가 스스로 택한 길이다. 독일이 국방에 더 중점을 둔다면 좀 달라지겠지만, 독일은 무엇보다도 경제 강국이 되기로 선택했고 당연히 재무부가 핵심이다.

재무부는 세 가지 층위에서 중요하다. 유럽과 전세계 그리고 미국과의 대서양 양안 관계다. 유로존의 설계는 헌법적 측면으로 볼 때 불완전하다. 통화 동맹이라고는 하지만 재정 정책이 없기 때문이다. 한편 의회를 통한 민주적 정당성도 불완전하며, 조약의 완전한 개정을 통해 유로존을 더 완전하게 하려는 정치적인 의지도 없어 보인다. 즉, 유럽의 성공적인 기능은 그날그날의 운영 관리에 달려있다는 이야기다. 유로존의 역사적 발전은 결국 요령껏 이뤄졌을 뿐이며, 볼프강 쇼이블레(Wolfgang Schäuble) 가 재무부장관을 맡았던 2009년부터 2017년까지는 독일 재무부가 유로존 위기를 주도하고 있다는 악평을 들었다. 그러나 숄츠가 장관일 때는 그런 긴장이 사라진다. 2018년 이탈리아에서 포퓰리스트들이 성공했을 때, 숄츠는 속을 보이지 않으며 침묵을 유지했다. 이는 그가 할 수 있는 최고의 정책이었다. 2019년 실업보험과 은행연합이 절실했던 당시, 연방 재무부는 적절히 장단을 맞춰주었고, 2020년 NextGen EU 패키지는 공동 재정정책의 문을 여는 동시에 유럽의 위기에 대한 즉각적인 해결책이 되기도 했다. 이 패키지의 다수는 독일 재무부가 이끌어 성공시킨 협상의 산물이었다.

확실히 말해서 유럽은 패권국가 독일을 원하지 않지만, 그렇다고 이타적으로  독일이 양보하기만을 바라지도 않는다. 독일은 지리적 위치 덕분에 유럽으로부터 거대한 이익을 얻고 있다. 유럽은 무역흑자를 거두는 국가들이 파트너들도 같이 번성시켜야 한다는 점을 인식하는 독일의 재무부장관을 필요로 한다. 그런 재무부장관이라면 재정 지속성의 문제가 생길 때, 분자의 부채는 물론 분모의 GDP도 중요하다는 사실을 깨달을 것이다. 따라서 그런 재무부장관이라면 이 문제가 그저 독일 국내 유권자들만의 문제가 아니라 유럽의 재정 협상에도 적용시켜야 한다는 사실 또한 깨달아야 한다. 유럽 민주주의 최대의 위협은 러시아와 같은 외부의 힘이 아니다.  “북부” 국가들의 소수 연합이 주도하는 부적절하고도 타이밍이 안 맞는 재정준칙을 유럽 유권자 다수에게 강요하는 행위가 유럽 민주주의에 더 큰 위협이 된다. 만약 독일이 자민당(FDP)의 공약처럼 그런 연합을 주도한다면 이는 재앙이며, 독일 재무부는 이제 이탈리아의 국수주의적인 포퓰리스트들과 맞설 가능성이 커질 것이다. 이탈리아에게도 재앙일 테고 유럽에게도 마찬가지다. 독일에게도 나쁠 것이다.

독일 재무부는 국외적으로도 중요한 역할을 갖는다. 사실 세계 무대에서 독일의 제일 중요한 역할은 논쟁의 여지가 있기는 해도 아마 IMF 및 세계은행에 있어서의 지분일 것이다. 2020년의 위기가 반복적으로 보여주듯, IMF 및 세계은행은 계속 제 역할을 못 하고 있다. IMF에서 유럽 국가들이 아프리카 국가들과 함께 최근 건설적인 방향을 추진하고 있기는 하지만, 백신과 채무 면제, 세계 기후 정책에 대해서는 훨씬 더 긴급한 행동이 절실하다. IMF와 세계은행 모두에서 미국은 의사결정 저지국(blocking minority)을 갖고 있으며, 전세계 금융에 있어서도 금융 시스템 안정성이든 범세계적인 법인세이든 유럽과 미국의 파트너십은 분명 중요하다. 지난 20년간 이라크 전쟁까지 거슬러 올라가면 대서양 양안관계는 어려웠다. 돌이켜 보면 이라크와 리비아에서 보여준 독일의 신중함은 심지어 미국의 외교정책 커뮤니티에서도 존경을 얻었다. 그러나 금융 면에서는 정반대가 진실이다. 독일 보수주의자들은 스스로를 건전한 경제정책의 롤모델로 여기고 싶어하지만, 실질적인 평판은 자신들의 상상과는 다르다.

바이든 행정부 구성원은 대부분 오바마 시절 인물들이다. 그들에게 메르켈의 두 번째 연정이 어땠는지 물어 보시라. 쇼이블레 재무부장관과 FDP의 라이너 브뤼데를레(Rainer Brüderle) 경제부장관에 대해 물으면 아마도 경기를 일으킬 듯한 반응을 볼 수 있을 것이다. G-20 회의에서 독일은 미국에게 재정 준칙에 대해 강의하고 돌아와서는 유럽에 혼돈을 일으켰다. 잘 봐주어야 “호러 쇼”였다고 정리되겠다. 바이든 행정부 사람들은 급진적이지 않은데도 불구하고 독일 보수주의자들을 단순히 세계 경제의 현실과 동떨어진 고집쟁이라 생각한다. 독일 보수주의자들의 손아귀에 있는 유럽은 안전하지 않다.

코로나 위기가 심화되면서 독일과 유럽의 운명도 서로 완전히 얽히고 있다. 유럽 없이는 의미 있는 기후 정책도 있을 수 없으며, 미국도 파트너로서 묶여 있어야 한다. 그리고 만약, 연정 사전협상문이 과감하고도 올바르게 선언하듯, 독일이 이민자 국가가 된다면 세계 경제정책에 있어 독일의 중요성은 더욱 커질 것이다. 2017년 발족한 메르켈의 아프리카 국가들에 대한 마샬 계획은 올바른 아이디어이지만 타이밍이 좋지 않았다. 독일과 유럽은 아프리카라는 거대한 남쪽 이웃과의 미래 관계를 위한 정연한 비전을 시급히 만들어야 한다. 이 문제에 있어서는 세계은행과 IMF가 핵심 파트너이며, 다시 말하지만 독일 재무부는 여기서 큰 성과를 낼 수 있다.

모두들 아시듯 FDP의 리더, 크리스티안 린트너는 재무부장관 자리를 원한다. 심지어 재무부장관 역할은 그의 핵심 공약사항이기도 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하여 그의 바람을 들어주는 것이 실수라는 첫 번째 이유가 그것이다. 자기 정당의 보수주의 재정의 색깔을 재무부에 입히려는 정치인이 재무부장관이 되는 상황은 독일이나 유럽 어느 쪽도 바라지 않는 일이다. 유럽 재정 규칙이나 기본법상의 부채 제동을 유럽 전역으로 확대시키고자 하는 린트너의 경제정책만이 문제가 아니다. 경제에 대한 그의 인식이 전형적인 보수주의의 상투성, 1990년대라는 옛날 옛적 클리셰라는 점이 더 문제이다. 우리는 더 이상 1990년대에 있지 않지만 이 문제는 금융과 지정학, 환경에 있어 30여년 간 전세계에 확대되어 있다. 우리가 현재 살고 있는 세상이 어떤 곳인지는 솔직히 불확실하다.  누군가가 경제정책에 있어서 “경쟁력”을 자신있게 주장한다면 우리는 그를 의심해야 한다. 다만 분명한 점이 있다. 주요 쟁점은 대규모의 공공투자이며, 1992년에 인준된 마스트리히트 재정 조약의 부활은 해결책이 될 수 없다.

그렇다고 하여 FDP가 유권자 다수를 대표하지 못 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FDP는 특히 독일의 젊은 유권자들을 대변하고 있다. 특히 하이테크와 현대화, 자유화, 기업가정신 추구에 있어 FDP는 진정한 정치력을 구현하고 있다. 현대화 어젠다를 갖고 디지털-테크를 전문적으로 다루는 거대 부처로 이들 부문을 모두 아우른다면 좋은 소식이 될 것이다. 그러나 오늘날의 재정 상황에서 구태의연한 재정 어젠다를 적용시키려는 불가능한 임무를 시행하려는 린트너는 재무부와 떨어뜨려야 한다. 린트너 재무부장관은 독일이나 유럽 모두 감당할만한 충돌 테스트가 아니다. 자이트 기사 원문 바로가기

 


글쓴이 위민복은
대한민국의 외교관이다. 대학에서는 경제학을 전공했다. 관심사는 스포츠를 제외한 모든 것이고, 다양한 분야를 기록하고 모아 이야기를 만드는 것이 취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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