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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규의 눈] 소형 원자로를 바다나 배에 설치한다면

By | 2021년 11월 3일 | 국제, 김동규의 눈, 미분류, 정책

탄소중립은 이번 G20 로마 회의에서 보았듯 가장 중요한 글로벌 이슈 중 하나이다. 물론 우리 대선에서도 중요한 이슈가 될 것이다. 문재인 정부는 ‘탈원전’ 기치를 전면에 내세웠는데, 지금은 성급한 ‘탈원전’에 대한 회의론도 만만치 않다. 원전의 대안으로는 화력발전과 재생에너지가 있는데, 화력발전은 대기오염의 문제, 재생에너지는 공급의 안정성, 경제성의 문제가 있다. 원전도 탈원전도 각각의 합리와 불합리가 있다고 하겠다. 에너지는 일상생활과 경제활동을 관통하는 혈류와도 같다. 그만큼 신중에 신중을 기한 ‘에너지 믹스’를 구성해야 하는데, 국내에서는 진영에 따라 ‘나와 비슷한 생각하는 이들의 말이 맞겠지…’라는 마음으로 에너지 문제도 진영따라 갈리기 쉬운 상황이다. <피렌체의식탁>은 현안에 대해 깊고 넓은 견해를 원하는 독자들의 수요에 부응해 새로운 실험을 해봤다. 즉 칼럼 필자가 자신의 의견을 적고, 권위있는 관련 외신이나 논문을 함께 소개하는 방식이다. 김동규 필자가 소형 원자로에 관한 최근 10년간의 주요 해외 기사 중에서 가장 주목할 세 편의 글을 찾아냈다.  [편집자 주]

 

#원전 Vs 탈원전의 복잡한 득과 실

#소형원자로는 기존 핵발전의 흡족스러운 대안이 될 수 있을까?

#크기는 소형이지만, 위험의 크기는 소형이 아닌 소형원자로

#에너지, 많이 만들 것인가? 적게 쓸 것인가?

 

경제성, 환경에 끼치는 영향, 생산 방식의 안전까지 고려하여 에너지 공급 구성을 짜는 것이 앞으로의 과제이다. (사진제공=셔터스톡)

 

 

전기라는 재화만의 특수성: 저장이 어려워 원칙적으로 생산 즉시 소비

 전기는 일반 재화와 달리 재고를 쌓아두기 어렵다. 축적(storage) 기술이 발전하고는 있지만 아직은 ‘생산 즉시 소비’가 원칙이다. 시시각각 변하는 전기 소비량에 공급을 맞추는 것이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그런 점에서 태양광이나 풍력 같은 재생에너지는 생산량이 마음대로 조절되지 않는다는 문제점이 있다. 반면, 원자력은 한번 가동하기 시작하면 일정량을 안정적으로 공급하지만, 역시 공급이 탄력적이지 않다. 공급량 조절은 천연가스 등을 이용하는 화력발전이 가장 쉽다. 각 에너지원의 특성을 잘 고려해 ‘에너지 믹스’를 구성해나가야 할 것이다.

 

반세기 이상 실용성이 검증된 소형 원자로에서 찾은 대안

소형원자로는 아주 새로운 기술은 아니다. 미국 등이 반세기 이상 운용해온 ‘핵추진’ 잠수함, ‘핵추진’ 항공모함에 사용하는 동력원이 바로 소형원자로이다. 지금까지 600개 이상이 운용되었는데, 큰 문제가 없었다는 것이 찬성론자들의 주장이다. 찬성론자들의 주장 몇 가지 더 들어보면, 주로 비용이나 활용성 측면의 이야기가 많다. 예컨대, 소형이다보니 ‘건설’하는 것이 아니라 공장에서 일률적으로 ‘제작’해 용이하게 배치할 수 있는 것이 장점이라고 한다. 소형원자로는 모듈로 제작되기 때문에 전기공급량을 늘리고 싶으면 여러 개를 연결시켜 대형의 원전으로 만들어낼 수도 있다. 또한 소형원자로는 입지가 통상의 대형원전에 비해 덜 까다롭기 때문에 전기 수요가 있는 곳 가까이에 설치할 수 있다. 따라서 북한이나 다른 저개발국가처럼 전력망이 잘 갖춰있지 않은 곳에서도 운용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또한, 찬성론자들은 원자로의 작은 사이즈 때문에 초기 ‘매몰비용’이 적고 투자회수 속도가 빠르다는 장점도 강조한다. 

 

소형이지만 원전의 위험도 소형은 아니라는 맹점

하지만 찬성론자들도 원전이 가지는 궁극적 위험성에 대해서는 설명이 궁색해진다. 소형원자로의 위험성 문제는 근본적으로 계란 30개를 한 판에 담아 옮길 것인가 아니면 몇 개로 나눠 옮길 것인가의 문제와 같다. 아직 ‘핵 분열(fission)’이 가지는 위험성이 근본적으로 해결되지 않은 상태에서 ‘소형’이라고해서 더 안전해지는 것은 아니다. 원자로를 대형에서 소형으로 잘게 나누면 원전사고시 사고규모가 줄어들긴 할 것이다. 하지만, 원자로의 갯수가 많아지기 때문에 사고의 확률은 그만큼 증가한다. 즉, 대형이든 소형이든 ‘위험의 기대값’은 비슷하다. 재생에너지와의 경쟁도 관전 포인트다. 태양광, 풍력 등 재생에너지 기술은 빠른 속도로 발전하고 있고, 또 축적(storage) 기술도 발전하고 있다. 

 

에너지 소비 감소에 대한 논의가 절실한 국내 현실

한국은 ‘전기 먹는 하마’라고도 불릴 산업체가 많아 전기소비가 많은 나라로 분류되고 있는데, 현재의 논의에서 전기의 ‘소비 측면’에 대한 이야기가 별로 없는 것은 심각한 문제다. ‘전기를 어떻게 많이 생산할지’뿐만 아니라 ‘전기를 어떻게 덜 소비할지’에 대해서도 방법을 찾아야 한다.  

탄소중립, 소형원자로의 미래는 아직 가보지 않은 미지의 바다이다. 이러한 바다로 접어들 때 가장 위험한 것은 미리 단정적으로 예단하고는 급하게 나아가는 것이다. 다른 배들의 움직임도 봐 가면서 눈을 크게 뜨고 천천히 움직여야 할 것이다. 목표는 흔들림없이 탄소중립이어야겠지만, 조타는 항상 조심스러워야 한다. 

 

핵 에너지: 탄력성을 보이는 원자력발전” (Financial Times, 2013.02.15) https://www.ft.com/content/71d62476-706e-11e2-ab31-00144feab49a

사진 속의 막대기가 바로 ‘우라늄 연료봉’이다. 우라늄의 순도를 높이면 순간적으로 엄청난 화력을 뿜는 살상 무기가 되고, 순도를 낮추면 천천히 열을 내어 에너지를 생산한다. (사진제공=셔터스톡)

 

소형(모듈)원자로는 초기 매몰비용이 적어 경제적 투자가치가 높다. 보통 300메가와트 이하의 원자로를 소형원자로라고 부르는데, 발전 용량은 대형원자로의 1/5 수준이며, 크기는 1/3 수준이다. 이 수치에서도 알 수 있듯 원전은 규모가 커질 수록 경제성이 높아지는 것이 사실이다. 이러한 이유로 원전은 계속해서 커져왔다. 원전의 대형화 추세는 동일본지진에 의한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꺾여버렸고, 이후 탈원전이 새로운 추세가 되어버렸다. 현재 미국, 아르헨티나, 중국, 러시아, 한국 등이 소형원자로 계획을 추진하고 있는데, 소형원자로 기술은 사실 아주 오래된 것이다. 1955년 미국의 핵추진잠수함 노틸러스가 등장했는데, 이 잠수함의 동력원이 바로 10메가와트급 소형원자로였다. 이후 600개 이상의 원자로가 운용되었고, 국제원자력기구(IAEA)에 따르면 2013년 현재 28개국에서 125기의 소형원자로가 운용중에 있으며, 17기의 새 원자로가 제작중이다. 소형원자로는 노심, 파이프, 펌프 등이 일체형이어서 부품이 적고 설계가 단순해 그 만큼 고장의 위험이 적다. 그리고 원자로의 대부분은 땅속에 묻어버릴 계획이라고 한다. 웨스팅하우스(Westinghouse)가 미국 정부의 지원을 받아 원자로 2기를 개발중인데 발전용량은 총 360메가와트이다. 비판론도 만만치 않은데, 많은 수의 원자로가 여러 곳에 나뉘어져있기 때문에 테러에 노출될 위험성이 높다는 점, 사이즈가 작아 폭풍이나 지진에 취약하다는 점, 위기 대응능력이 약한 제3세계로 널리 보급될 경우 발생할 위험 등이 지적된다.

 

“원전의 위치는 먼 바다가 육지보다 좋을 수 있다.” (The Economist, 2017.08.10) https://www.economist.com/science-and-technology/2017/08/10/atomic-power-stations-out-at-sea-may-be-better-than-inland-ones

1957년에 진수된 최초의 핵추진 선박인 구 소련의 쇄빙선 레닌의 모습. 러시아는 현재 북극해의 쇄빙선에 운용중인 원자로를 변형하여 원자로 2개를 실은 선박을 건조 중이다. 충격에 강한 쇄빙선 용 원자로이기 때문에 매우 견고하다는 장점이 있고, 해안과 200미터 거리를 두고 단단히 고정된 채 도시로 전력을 공급할 예정이다. (사진=셔터스톡)

 

수면 위든 아래든 바다에 원전을 설치하는 것이 쓰나미 같은 것에 덜 취약해진다. 해안에서 떨어진 바다에서는 쓰나미가 아직 작은 파도에 불과하고, 수면 아래라면 더더욱 안전하다.  프랑스 원자력위원회(CEA)의 소형원자로팀은 해안에서 15km 떨어진 해저에 100만명이 사용할 전기를 생산하는 발전용량 250메가와트급 소형원자로 시스템을 계획하고 있다.  러시아는 35메가와트급 원자로 2개를 실은 선박을 건조중인데, 이 원자로는 북극해의 쇄빙선에 운용중인 것을 변형한 것이다. 충격에 강한 쇄빙선용 원자로이기 때문에 매우 견고하게 제조되었다. 이 ‘핵발전 선박’은 해안과 200미터 거리를 두고 단단히 고정될 것이며, 여기서 전력을 도시로 공급할 것이다. 중국 정부 역시 2020년대에 이러한 ‘바다에 떠있는 원전’을 최대 20개까지 설치한다는 계획인데, 이는 남중국해에 대한 전략과도 관련있다.

 

“핵발전은 작은 것이 더 좋을까?” (Yale Environment 360, 2020.02.19)

https://e360.yale.edu/features/when-it-comes-to-nuclear-power-could-smaller-be-better

소형원자로는 핵폐기물로 인한 안전에 대한 문제와 더불어 대형 원자로에 비해 경제성이 떨어진다는 단점이 있다. (사진=셔터스톡)

 

소형원자로는 통상적인 대형원자로의 문제들, 즉 안전성의 문제, 핵폐기물의 문제를 여전히 가지고 있다. 그리고, 원자력에너지는 건설 및 유지 비용까지 감안하면 상당히 비싼 에너지다.  경제성 있는 소형원자로 설계에 실패가 연이었다. 웨스팅하우스는 10여년간 연구를 해왔는데, 2014년에 사업을 접었다. 메사츄세츠에 소재한 Transatomic Power도 2018년에 사업을 접었고, 미국 정부가 1110만 달러를 지원했음에도 Babcock&Wilcox 역시 2017년에 손을 들었다. ‘바다에 떠있는 원자로’를 개발한 러시아도 급증하는 비용문제를 안고 있는데, 실제 만들어보니 원래의 계획보다 4배 가량 비용이 더 들고 있고, 전기 생산비용도 미국의 통상적 원자로보다 4배가 더 들 것으로 예측된다. 


글쓴이 김동규는
공화주의자이자 자유주의자. 서울대 정치학과를 나와 케임브리지대에서 박사과정 중이다. 해군사관학교 교수를 지냈고 외무고시에 합격해 외교관 생활을 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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