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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광수 칼럼] 베를린처럼 정부가 집을 뺏는다고?

By | 2021년 10월 25일 | 국제, 미분류, 정책

내년 5월에는 출범하는 새 정부의 과제 중 하나는 부동산값 안정이다. 경제 애널리스트이자 부동산 전문가인 이광수 필자는 정부가 주택의 유통시장에 직접 참여할 것을 제안한다. 신도시 등을 지어 공급을 늘리는 것은 시간이 많이 걸리고 과잉투자의 우려가 있는 만큼 민간의 주택을 사들여 싼값에 임대하자는 제안이다. 1949년 한국 정부가 시행한 농지개혁 방식, 즉 유상몰수 유상분배 방식을 한번 더 하자고 한다. 이른바 베를린식 발상인데 일부 대선 후보들도 이 방식을 진지하게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우리도 베를린의 논의를 면밀히 지켜볼 필요가 있다. [편집자 주]

# 부동산 문제는 철저하게 수요 공급 논리로 접근 필요하지만
비탄력적인 부동산 시장에선 국가의 시장조절 기능 중요
# 남한 농민, 땅 분배받고 공산주의에 면역력 생겨

그때의 농지개혁 ‘유상몰수 유상분배’ 방식 효과 컸다
# 캐나다는 집주인들이 빈집 늘려서 공급 줄이자 ‘빈집세’ 신설

진화하는 투기에 혁신적 부동산정책으로 맞서야

 

임대업자를 상어에 비유한 그림과 함께 ‘악덕 임대 업자 물러나라’는 피켓을 든 베를린 시민들. (사진=셔터스톡)

베를린 주민투표, 민간 임대주택 “몰수” 가결
2021년 9월 26일 베를린 시는 시민들의 청원을 받아 주택 3천호 이상을 보유한 민간 부동산회사의 주택을 수용하자는 안건에 대한 주민투표를 실시했다. 이른바 ‘도이체 보넨 몰수를 위한 주민투표’ 결과는 찬성 56.4%로 가결되었다. 수용대상은 민간 부동산 회사가 보유 중인 주택 24만채로 베를린 시내 전체 임대주택의 16%에 해당한다. 주민투표는 결의안 형식으로 베를린시가 법적으로 따를 의무는 없다. 그러나 주민 다수가 찬성한 만큼 시 당국과 시의회는 향후 실행 계획을 마련할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부동산 회사들은 이를 현실화하는 법안이 제출되면 위헌 소송을 내겠다는 입장이다. 무슨 일이 있었기에 베를린에서는 많은 시민들이 부동산 회사들의 집을 뺏어야 한다는 과격한(?) 청원을 했던 것일까? 최근 독일도 유동성 폭증 및 이민 등에 따른 집값과 임대료 급등으로 무주택자를 중심으로 한 시민들의 주거 기본권이 심각하게 훼손되고 있는 상황이었다. 베를린 시의 경우 최근 10년전에 비해 월세 상승률이 평균 80%를 상회했다.

유상몰수, 유상분배 ‘농지개혁’ 방식
격이 상승하면 공급이 증가하여 가격이 안정되는 일반 재화시장과 다르게 주택은 단기 공급 즉 착공을 통한 시장 안정화가 불가능하다. 집을 짓는데 오랜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한계 상황에서 베를린 시 뿐만 아니라 부동산 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모든 나라들은 부동산과 임대차 시장 안정을 위한 여러 가지 정책 대안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주목할 점은 공공 즉 정부의 역할이다. 베를린 시민은 청원을 통해 시장에 안정적인 임대 주택을 공급할 수 있도록 공공이 직접 유통시장에 참여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부동산 회사들이 보유하고 있는 주택을 공공이 유상 매입 후 저렴하게 임대하여 시장을 안정 시킨다는 방안은 기존에 없던 혁신적인 방법이다. 흡사 1949년에 시행된 한국의 농지개혁을 연상시킨다. 당시 이승만 대통령-조봉암 농림부장관의 대한민국 정부는 유상몰수, 유상분배 방식의 농지개혁을 단행했다. 다음해 공산군이 쳐들어왔을 때 김일성은 남한 농민의 적극적 호응을 기대했으나 이미 자기 땅을 갖게 된 농민들은 공산주의에 호응하지 않았고 이는 전쟁의 승리 원인 중 하나로 꼽힌다.

 

1949년 ‘유상 몰수, 유상 분배’에 의거한 농지개혁은 미군정이 시작하여 이승만 대통령과 조봉암 장관이 마무리지었다. 이후 한국 농촌은 거대 지주가 아닌 소농 중심으로 일변했다. (사진=셔터스톡)

실제 법안 제정을 통한 달성 여부를 떠나 역대 최악으로 치닫고 있는 부동산 시장에서 베를린 시민들은 공공의 혁신적인 참여를 요구하고 있다. 이러한 공공의 부동산 유통시장 참여는 효과를 발휘할 수 있을까? 공공의 적극적인 참여가 요구받고 있는 이면에는 베를린 뿐만 아니라 글로벌 주요 부동산 시장에서 확대되고 있는 투자, 투기 자본의 유입에 있다. 최근 미국에서 주택을 가장 많이 매입한 주체는 사모펀드인 블랙스톤으로 2021년에만 60억 달러 이상을 투자했다. 한국에서도 법인이나 다주택자들의 투자를 목적으로 한 주택 매수가 시장에 큰 영향을 주고 있다.

주택을 보유한 기업과 다주택자는 유동성이 확대되고 주택시장에 투자(투기)수요가 급증하면 매도 물량(공급) 줄이기에 나선다. 집값 올리기가 목적이다. 특히 임대료 인상은 장기간에 걸쳐 안정적으로 집값을 올리는데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다. 심지어 임대물량을 줄여서 임대료를 인상시키기 위한 빈집도 증가하고 있다. 최근 캐나다에서 도입된 ‘빈집세’도 빈집을 통한 집값 올리기에 대응한 정부 정책 중 하나였다. 매도 물량 감소와 임대료 상승을 통한 ‘창의적인’ 집값 올리기에 대응하여 정부 정책은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다. 집을 바로 공급할 수 없다는 현실적인 문제 뿐만 아니라 유통시장을 안정시킬 수 있는 주택을 보유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만약 정부가 충분한 공공 주택을 보유하고 있다면 매물과 임대물량 조절을 통해 시장을 안정시킬 수 있다.

싱가포르는 80% 이상이 공공주택 거주
공공주택을 다수 보유한 싱가포르의 경우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임대차 시장을 유지하고 있다. 싱가포르에서는 인구 80% 이상이 공공 성격의 주택에 거주하고 있다. 싱가포르 정부가 많은 공공주택을 보유하게 된 계기는 1960년대 사유지 몰수를 통한 공공 부동산 확보가 시작이었다. 반면, 부동산 시장 불안을 겪고 있는 대부분의 국가는 공공주택 보유 물량이 현저히 부족한 상황이다. 공공임대주택 비중은 한국 7.4%, 독일 2.9%, 미국 3.3%에 불과하다.

공공주택은 분명 시장 안정화에 도움이 될 수있다. 문제는 어떻게 공공주택을 확보할 것 인가이다. 그동안 한국을 포함한 대부분의 정부가 공공주택을 확보한 방법은 공공 주도의 신축을 통한 방법이었다. 한국 신도시 개발이 대표적인 예였다. 그러나, 새로 짓는 방법은 시장 안정화에 한계를 가지고 있다. 우선 토지 확보나 건설 등 장기간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시장을 안정시키는 데 시차가 존재한다. 한국에서도 3기 신도시를 포함대 대규모 공급을 예고하고 있지만 한계를 알고 있는 시장 참여자들은 전혀 동요하지 않고 있다. 뿐만 아니라 님비 현상 등으로 공공주택 신축에 대한 주민 반발이 극심한 상황이다.

빼곡히 서있는 수도권 아파트 모습. 차기 정부의 주요 과제 중 하나는 부동산값을 안정시키는 것이다.  (사진=셔터스톡)

대규모 신축 추진한 일본, ‘시장 실패’로 전체 주택 14%가 빈집
단기적인 문제 뿐만 아니라 장기에도 대규모 신축을 통한 공공주택 공급은 문제점을 가지고 있다. 인구 감소, 고령화 시대에 주택 총량을 늘리는 것은 향후 경제에 큰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일본은 부동산 문제를 신도시 공급으로 대응했지만 현재 전체 주택의 14%가 빈집으로 남아있다. 단기에 충분한 임대주택을 공급하고 장기로 인구 구조 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효과적인 방안 중 하나는 정부가 주택을 유통시장에서 매입하는 방법이다. 베를린에서 기업으로부터 정부가 주택을 매입한다면 임대 시장 안정 뿐만 아니라 투기적인 자본의 부동산 시장 유입을 차단할 수 있는 효과적인 방법이 될 수 있다. 부동산 시장은 다른 시장과 비교하여 근본적인 한계를 가지고 있다. 가격에 따라 공급이 탄력있게 조정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따라서 많은 시장 실패 현상이 나타난다. 반면, 부동산 시장은 어떤 재화보다 시민과 서민의 삶에 중대한 영향을 미친다. 부동산 시장에서 시장 실패를 교정하고 시민 주거 복지를 달성하기 위한 정부의 적극적인 참여는 불가피하다. 문제는 정부가 어떻게 시장에 참여하는가다. 세상은 바꾸는 혁신은 논리보다 현실적인 방법에서 나온다.

베를린 시민들의 청원은 직접 겪는 현실에서 나왔다. 매월 올려줘야 하는 임대료와 치솟는 부동산 가격을 몸으로 겪으며 그들은 이제 새로운 정책이 필요하다는 요구를 하고 있다. 개인 또는 법인이 가지고 있는 집을 몰수한다고? 자유를 논하는 사람들에게는 과격하게 들릴 수도 있다. 그러나, 현실을 살아야 하는 많은 사람들은 공공의 적극적인 유통시장 참여를 요청하고 있다.

관행과 관습에 메인 부동산 정책으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시민이 질 수 밖에 없다. 이미 경험하고 있는 현실이다. 우리도 이제 진화하고 있는 투자(투기)에 대응하기 위한 혁신적인 부동산 정책이 필요하다. Ctrl + C와 V로는 절대 좋은 세상을 만들 수 없다.


글쓴이 이광수는
미래에셋대우 리서치센터에서 애널리스트로 일하고 있다. 리츠과 부동산 시장 그리고 건설기업을 분석한다. 투자자를 위해 근거 있고 선명한 리서치를 하려고 노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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