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국정감사에서는 대장동 스캔들과 함께 일산대교 운영권 환수 및 무료화 정책도 도마에 오를 전망이다. 주민 편의를 위한다지만 그럼 앞으로 민간 투자에 의한 사회간접자본 사업은 하지 말자는 것이냐는 지적이 있다. 법제도 안에서 이루어진다지만 사업을 소급해서 원천적으로 뒤집는 것에 대한 반발도 있다. 일단 반대쪽의 논리를 소개한다. [편집자 주]

#이자율 20% 후순위 채권으로인심 잃은 국민연금#이를 빌미로 국민연금을사채업자에 빗대어 비난하는 경기도#공공재는 과연 공짜이어야 하는가?#정치와 경제 논리가 충돌할 때우리는 무엇을 따져볼 것인가?

 

정치와 경제가 충돌할 때, 국민 된 입장에서 우리는 무엇을 따져보아야 하는가. 선심 쓰듯 정책을 남발하는 정치인 입장에서는 잃을 것은 없고, 운이 좋으면 표를 얻을 수도 있다. (사진=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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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대 길이 1.84㎞의 일산대교는 한강 하구 경기도 김포와 고양 일산을 잇는 다리다. 2003년 착공해 2008년 정식 개통했다. 민간자본이 기반시설을 만들어, 그 소유권은 정부나 지자체 등 주무관청에 넘겨주고, 대신 일정기간 운영권(사업권)을 보장받아 수익을 회수하는 BTO(Build Transfer Operation) 방식의 민자(民資) SOC사업이다. 현재 일산대교의 운영사는 2038년 5월까지 운영권을 갖고 있는 ‘일산대교 주식회사’이다. 일산대교(주)는 2002년 경기도로부터 ‘일산대교 민간투자시설사업’의 사업시행자로 지정 받아 사업을 실행했고 2009년 국민연금이 지분 100%를 인수했다. 2021년 10월 기준 통행료는 경차 600원, 승용차‧16인승 이하 승합차‧2.5톤 미만 화물차는 1200원이다.국민연금이 2009년 인수부터 지금까지 일산대교에 투입한 비용은 약 2500억원 이상(지분+채권 인수 비용)으로 알려져 있다. 김포 등지에 아파트가 많이 들어서면서 교통량이 늘고 그 결과 2017년부터는 흑자를 내고 있다. [/box]

 

지난 9월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의 대권 후보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국민연금공단(이하 국민연금)을 ‘악덕 사채업자’에 비유했다. 대선(大選)을 6개월 앞 둔 시점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국민연금을 ‘악덕 사채업자’에 비유한 표면적 이유는 ‘일산대교’에 있다. 하지만 일산대교는 표면적 이유일 뿐 유력 정치인의 ‘손해 볼 것 없는 선거용 포퓰리즘(Populism) 중 하나’라는 비판도 있다. 포퓰리즘은 자극적이다. 특히 선거가 가까워진 시점, 언론과 대중의 이목을 끌기에 그만한 카드가 없다. 그런 포퓰리즘이 경제와 마주했을 때 사회적 필요와 합의, 법과 신뢰를 바탕으로 운영 돼 온 경제 원칙과 자본주의 체제는 너무도 쉽게 충격을 받는다. 우리 사회가 경험해 온 사례만으로도 더는 부연 설명이 필요 없을 정도다.

 

<이자율 20% 후순위 채권으로 인심 잃은 국민연금>

민자 SOC 일산대교와 국민의 노후 버팀목인 국민연금이 여당의 대권 주자발 포퓰리즘 논란에 휩쓸린 이유부터 보자. 지난 9월3일, 김포시장, 고양시장 등과 함께 ‘일산대교 무료화 선언 현장 합동브리핑’ 자리에서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경기도민의 교통기본권 회복과 통행료 무료화를 위해 일산대교 공익처분을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민간 (투자) 사업자에게 있는 일산대교의 운영권을 경기도가 회수해, 10월부터 무료화하겠다’고 공언한 것이다.

이 지사 측의 ‘일산대교 운영권 회수’와 ‘무료화’ 논리는 크게 세 가지 주장으로 정리할 수 있다. 1. 국민연금의 일산대교(주) 지분 100% 인수 후 두 차례 통행료를 올려 김포‧고양과 일부 파주 시민의 부담이 크고, 이에 불만이 커지는데 통행료 인하에 성의를 안 보이고 있다는 것, 2. 일산대교(주)의 선순위(이자율 8%)‧후순위(20%) 채권을 국민연금이 인수하는 식의 자기 대출로 고금리 이자 장사를 했고 이것이 통행료에 전가 돼 지역 주민의 고통이 크다는 것, 3. 도로는 국민의 이동권 실현 수단이니 무료라야 한다는 것이다.

 

 

국민연금은 2009년 일산대교(주)의 지분 100%를 인수했다. (사진=연합뉴스)

 

 

 

< 암울했던 일산대교의 적자 역사>

진영 논리를 배제하고 타당성이 있어 보이는 주장이다. 하지만 그간의 경영 실적과 운영 실태, 사업 환경 등 일산대교 내용과 사실관계를 알고 있다면 이야기가 사뭇 달라진다. 일산대교의 역사와 현실이 담겨있는 2003년부터 2020년까지, 18년치 일산대교(주) 재무제표를 확인했다. 2003년부터 2007년까지 일산대교(주) 매출은 0원에 매년 3억~6억원대 영업 적자와 순손실에 허덕였다. 통행료 수익이 발생한 2008년 개통 후 상황은 더 심각했다. 2008년 매출 45억원에 순적자가 119억원 육박. 2009년 순적자는 133억원에 이른다. 2012년 96억원대 순적자 이후 손실을 조금씩 줄이며 2017년 적자에서 벗어났다. 설립 후 15년, 개통 후 9년, 국민연금 인수 8년 만인 2017년에야 첫 흑자였을 만큼 상황이 좋지 못했다. 이후 2020년까지 매년 40억원대 흑자를 내고 있다.

일산대교의 사업 실태를 말한 건 국민연금이 일산대교를 인수한 2009년까지, 또 최근까지의 ‘재무적 사실관계’를 이해하기 위함이다. 2009년 말 일산대교의 결손금이 275억3200만원을 넘었다. 적자와 부실 상태의 일산대교를 인수하며 국민연금이 투입한 비용은 약 2500억원 이상(지분+채권 인수 비용)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사기업과 펀드 등 다른 투자 자본이었다면, 지속되는 적자와 수백억대 결손금, 행정력 규제와 정치권력의 눈치를 살펴야하는 사업 환경을 들어 ‘까다롭게 설계한 2‧3중의 수익 안전망’ 보장 없이는 인수는 고사하고 투자도 쉽지 않다.

2009년 말 일산대교의 원래 주주들인 대림산업‧현대건설·대우건설‧금호산업 등. 국민연금과는 비교도 안 될 만큼 직접적이고 더 노골적으로 수익을 추구하는 사기업들조차 매년 쌓이기만 하는 대규모 적자와 답답한 사업 환경에 손을 털고 떠났을 정도다.

 

<이재명 지사측 주장이 설득력 얻으려면>

‘공익’과 ‘주민 고통 해소’ ‘이동 기본권 보장’을 앞세워 일산대교 무료화를 주장하는 이재명 경기도지사 측 주장이 설득력과 정당성을 얻으려면 사실 ‘지금’이 아닌 ‘바로 그때’ 주무관청인 경기도, 또 김포‧고양 등 관련 지자체들이 일산대교 운영권을 인수해 직접 운영 했어야 한다. 이유야 있겠지만, 당시 경기도 등 해당 지자체들은 당시 일산대교의 운영권을 회수(인수)하지 않았다. 지금 이 지사 측이 말하는 ‘공익’과 ‘주민들의 이동권 기본권 침해’라는 것이 모르긴 몰라도 적지만 흑자로 정상 운영되고 있는 지금보다, 적자가 쌓이고 부실이 커져 시장 매물로 나왔던 그때가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당시 국민연금은 설립 7년 만에 결손금이 275억으로 치솟았을 만큼 처참한 상황이던 일산대교를 인수했다. 물론 인수 후 8년간 적자가 계속 됐을 만큼 답답한 사업 환경을 벗어나지 못했다. 2020년 말 기준 566억1000만원대 결손금이 이를 짐작케 한다.

2017년부터 숨통이 조금은 트였다. 2010년대 김포와 파주 지역 대규모 아파트 완공, 최근 몇 년 서울 집값 폭등이 이 지역 인구를 빠르게 늘리며 교통량 증가로 이어졌다. 2017년 시작된 흑자의 중요한 요인이다. 최악을 벗어나 그나마 상황이 조금 나아지고 있는 지금 대선 후보인 이재명 지사와 경기도가 ‘운영권을 회수하겠다’고 나선 모양새는, 주장의 타당성을 떠나 설득력에서 점수를 얻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이재명 경기도지사 측의 일산대교 무료화 명분에서 특히 주목할 부분이 있다. 앞서 잠깐 언급했던 ‘일산대교(주)의 선순위‧후순위 채권을 국민연금이 인수하는 식의 자기 대출로 고금리 이자 장사를 했고, 이것이 통행료에 전가 돼 지역 주민에 큰 고통을 준다’는 것이다.

이 지사가 국민연금을 ‘악덕 사채업자’로 비유하는데 빌미가 된 선순위‧후순위 채권을 보자. 2020년 말 기준, 국민연금의 일산대교(주) 선순위 채권은 1162억원(이자율 8%), 후순위 채권은 360억원(2014년부터 이자율 20%, 2010년~2013년까지 7~13%)이다. 이 채권은 일산대교(주)가 기존에 있던 빚을 갚는 ‘기존 프로젝트금융 상환 자금’(선순위)과 2009년 이뤄진 ‘유상 감자액’(후순위) 지급 용도로 2009년 말 발행됐다. 이를 국민연금이 모두 설정한 것이다. 일산대교(주)가 이를 ‘장기차입금’으로 분류한 것에서 알 수 있듯 사실상 국민연금의 자금 지원인 셈이다. 문제는 이중 360억원 규모의 후순위 채권이다. 약정 금리가 20%다.

이자율 20%, 누가 봐도 사채 수준이다. 공적 투자 기능을 가진 국민연금의 한국 내 특히 SOC 투자에서는 과한 게 사실이다. 비판의 대상이 될 수 있는 지점이다. 하나 짚어볼 부분이 있다. 인수 당시 결손금 275억, 배당이 애초 불가능한 일산대교 투자 속에 담긴 360억원대 후순위 채권의 성격이다. 만성 적자와 배당이 없고, 리스크가 분명한 기업에 약 2500억원을 투자하는 국민연금으로서는 ‘안정적 기금 운용 수익 회수’와 ‘만약 있을 수 있는 투자 손실 최소화’를 고민할 수밖에 없다. 기금 운용 실패 가능성을 낮추기 위한 최소한의 기금 회수 방안으로 고금리 상품인 후순위 채권을 활용했을 가능성이 큰 것이다.

일산대교(주)에서 국민연금이 기대하는 운용 수익은 연 약 8%로 알려져 있다. 쉽게 말해 이 ‘8%라는 운용 기대 수익’에 맞춰 지분과 채권 인수 등 자금 지원 같은 투자 포트폴리오와 회수 스케줄을 구성했을 것이라는 뜻이다. 그래서 1523억원이 조금 넘는 전체 채권 중 약 24%의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후순위 채권에 이자율 20%를 적용했을 것이라는 게 자본시장의 일반적 시각이다. 큰 리스크의 적자 기업에 투자와 자금 지원을 한 국민연금으로서는 배당이 없는 상태에서 이 정도 금리라야 연 8% 남짓의 운용 수익을 기대할 수 있었을 것이다.

 

<이자를 낮출 방안은 없었을까?>

BTO로 진행되는 상당수 대형 SOC 사업들은 정부‧지자체 등 관련 공적 기관에 소유권을 넘겨주고, 사업 기간이 정해져 있는 운영권만으로 수익을 내야 하는 특수성이 있다. 실제 SOC 등 대형 사업에 참여하는 민간 자본들 역시 리스크와 안정적인 수익 배분을 위해 선‧후순위 채권 인수 같은 자금 지원 방식을 빌려 최소한의 기대 수익을 확보하려는 모습들이 있다.

민자 사업의 후순위 차입금(채권) 조달과 관련해 상황에 따라 다르겠지만 눈여겨 볼 부분이 있다. 2015년 서울고등법원이 “민간투자시설 완공 후 자본금을 감자하고 이를 대체하는 후순위차입금을 조달 해 자본구조를 변경하는 것은 민간투자사업기본계획에서 예상하고 있는 것”이라며 “이런 자금재조달 방법은 정부의 승인을 받은 것으로 민간투자사업의 도입 경위와 기본 구조에 부합한다”고 판결했다. 변호사 출신의 이지사가 이 내용을 모르진 않을 것이다.

14년 간 이동권을 침해하며 고통을 주고 있다는 일산대교 통행료는 사실 이슈로 부상한 선‧후순위 채권의 이자율과는 직접적인 관련성이 낮다. 운영권자와 경기도의 협약에 따라 경기도가 허용하는 사업 수익률 범위 내에서만 일산대교 차입금 이자 비용이 지급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국민연금의 후순위채권 이자율 20%는 과한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일산대교 운영권 회수’나 ‘공짜 통행’이라는 자극적·선동적 구호로는 ‘공익’과 ‘주민 고통’을 앞세운 이 지사 측 주장이 정당성과 설득력을 얻을 수 없다. 차라리 ‘사채 수준인 20% 후순위채 금리를 어떻게든 낮출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겠다’는 정책을 내 놨어야 한다.

 

<공공재는 꼭 공짜여야 할까?>

도로와 교량 등 대규모 사회간접자본은 공공재다. 공익과 이동권 보장이라는 목적에 우선 사용 돼야 한다. 하지만 중요한 부분이 있다. 정당한 계약에 의해, 불법 요소 없이 정부‧지자체 등 공적 기관 대신 대규모 자본을 투자하고 정상적으로 운영 중인 민간 투자 시설에 대해, 시설 사용자(수혜자)는 약속된 기간 동안 적정한 사용료를 지불해야 한다는 것이다.

경제학에서 공공재는 순수공공재(Pure public goods)와 비순수공공재(Impure public goods)로 나눌 수 있다. 소비의 경합성, 배제성이 존재하기 사실상 불가능한 국방‧치안‧외교 같은 것이 대표적인 순수공공재다. 반면 사용자가 늘어 사용자간 소비 경합성이 나타나거나, 반드시 사용하지 않아도 되는 공공재가 비순수공공재다. 도로는 대표적인 공공재다. 그런데 이 도로의 이용자와 통행량이 증가해 이용자 간 경합성이 발생하면 그 순간 비순수공공재가 된다. 사용자의 필요나 대체재 등으로 소비 배제가 가능한 대표적인 유료 SOC인 고속도로 역시 비순수공공재다. 지하철, 주차장, 철도 등이 이에 해당할 수 있다.

이 개념을 설명을 한 이유가 있다. 순수공공재와 구분 되는 비순순공공재의 경우 사용자의 배제성과 경합성을 고려해 적정 수준의 비용을 지불하고 관리하는 것. 즉 유료로 운영하는 것이 합리성과 효율성에서 더 유효하다. 정부와 지자체의 세금 지출과 운영 등 재정 분배 효율성을 키울 수 있고, 이를 통해 더 광범위한 공공사업 추진이 가능해지는 등 공익성 역시 좀 더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비순수공공재 역시 무료화, 즉 누구나 공짜로 이용할 수 있다면 가장 좋을 것이다. 하지만 현실과 이상은 전혀 다르다. 문제가 하나둘이 아니다. 당장 무임승차자의 폭증을 피할 수 없다. 무임승차로 인한 공적 비용 폭증은 국민 부담이 증가시킨다. 무엇보다 해당 공공재를 전혀 사용하지 않는 국민, 또 사용할 필요조차 없는 국민에게까지 세금은 물론 준조세 형태로 전가된다. 공공재의 질과 편의성 훼손도 불가피하다. 이런 문제 때문에 정부는 공공재, 특히 SOC 중 수요‧재정 분배‧수익‧서비스의 질 유지 등 다양한 요인을 고려해 민간 자본에 건설과 운영을 맡겨 공공성·효율성을 추구하는 민자 사업을 진행하는 것이다.

 

<보상금의 출처는 결국 경기도민의 세금>

이재명 지사를 중심으로 경기도는 ‘국민연금에 보상을 하고 일산대교 운영권을 회수하는 것’이라고 강변한다. 법이 정한 절차와 공정한 제3자가 정하는 수준의 돈을 주고 운영권을 회수하는 것이라는 주장이다. 언론을 통해 경기도 등 관련 지자체가 제시한 보상금이 2000억원 정도로 알려져 있다. 국민연금이 이 돈을 받고 운영권을 넘길 가능성은 없다. 국민의 돈을 위탁받아 단지 투자‧운용을 대신할 뿐인 국민연금이기에 그래서도 안 된다. 그렇게 하면 배임 가능성이 짙다. 2038년까지 일산대교 관련 국민연금의 기대 수익 추정치가 7000억원이라고 한다. 배임 논란을 피하기 위해 소송 가능성이 농후하다. 경기도와 김포‧고양시 등이 운영권 회수를 위해 주민 세금으로 부담하는 실제 보상 규모도 2000억보다 더 클 가능성이 높다.

경기도민이 낸 세금 2000억원으로 운영권을 회수, 김포‧고양과 일부 파주 시민의 일산대교 공짜 통행이 이뤄졌다고 가정해 보자. 이 2000억원에는 이 지역 시민 이외에 일산대교를 이용하지도, 할 필요도 없는 경기도 다른 지역 도민이 낸 세금까지 투입하게 된다. 수천억원의 1회성 세금만이 아니다. 그동안 이 다리 이용자들이 낸 통행료로 충당하던 다리 유지·보수 등 운영비 역시 일산대교와 무관한 다른 지역 경기도민들에게 또 다시 세금을 부담시켜야 한다. 더욱이 이 세금 부담은 일산대교가 운영되는 한 계속될 수밖에 없다. 앞서 말한 대책 없이 이뤄지는 비순수공공재의 무료화에서 나타날 수 있는 문제가 현실화 되는 것이다.

 

<정치인에겐 잃을 것 없는 장사>

민자로 진행된 SOC에서 공익성 훼손 문제가 발생하거나, 편법과 꼼수가 있다면 바르게 고쳐야 한다. 탐욕적·약탈적 자본, 투기적 자본이 공공재를 점령해 공공성을 해치거나 국민 부담을 키운다면 이 역시 바로 잡아야 한다. 실제 외국계 자본을 중심으로 SOC 투자관련 문제들이 터졌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이런 경우가 아니라면 정당한 계약에 의해 정상 운영되고 있는 민간 SOC사업을 행정 권력, 특히 정치권력이 개입해 뒤흔들어서는 안 된다. 선거를 앞둔 정치의 계절이라면 더욱 그렇다. 순수성·설득력에서 공감을 얻기 힘들다.

민자 사업은 정부 재정의 효율적 분배가 어렵거나 속된 말로 돈이 없을 때, 또 해당 SOC 사업의 수익성‧경제성이 현저히 낮을 경우 민간 자본을 활용해 시설을 만들고 일정 기간 운영권을 보장하는 정부(지자체 포함)와 민간 자본 간 계약이다. 정당한 계약을 어느 날 갑자기 행정력이, 특히 정치권력이 개입 해 뒤집어 버린다면 누가 그런 정부와 지자체에 투자하려 하겠는가. SOC뿐 아니라 지역 개발도 마찬가지다.

‘일산대교 무료화’는 공공성으로 포장한 이슈 생산이라는 면에서 선거를 앞둔 시점, 정치적으로 손해 볼 것 없는 카드라는 분석이 끊이지 않고 있다. 높은 통행료에 주민이 낸 세금까지 챙겨 배를 채운다는 악덕 사채업자 국민연금, 통행료 부담에 10년 넘게 이동권 침해로 고통 받아 왔다며 피해를 주장하는 주민들, 문제를 해결하겠다며 불쑥 나선 마초맨 히어로. 공공성·재정 효율성·민관 사업의 신뢰성·경제 원칙 같은 머리 아픈 이야기들은 제쳐 두고 이렇게 짜인 모양새가 언론을 타고 대거 보도 됐다는 것만으로도 이미 정치적으로 손해 볼 것 없는 구도라는 것이다. 우리 사회 특히 정치권과 정치인들이 ‘국민을 위한 진짜 공익’에 대해 깊이 또 곰곰이 고민해야 할 이야기다.

 

 


 

필자 조동진은17년차 기자. 사회 현안에 대한 이슈와 함께, 경제와 금융, 그리고 자본 시장과 기업들의 지배구조, 자금 흐름에 대한 이야기를 취재하고 써왔다. 특히 여러 이해관계자들 예컨대 기업·정부·정치·주주 소비자 등이 얽혀 서로 부딪치는 난수표같은 자본의 흐름을 풀어헤치는 일에서 일의 재미를 찾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