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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규 칼럼] 바다로 가자 Part 2. 평화로, 세종으로, 해군으로

By | 2021년 9월 28일 | 미분류, 한반도

생존과 번영은 어느 시대, 어느 조직, 누구에게나 최우선 과제다. ‘믿을 것은 현금과 근육 밖에 없다’, 사회생활 몇 년 한 친구들이 속삭이는 통찰이다. 현금과 근육이 상징하는 치밀한 현실 인식, 자강론(自强論)은 국가나 사회도 마찬가지다. 칼럼 필자의 바다론은 한국민의 더 확실한 생존과 더 큰 번영이 목표다. 김동규 필자의 바다론 두 번째 글을 반가운 마음으로 <피렌체의 식탁>에 올린다. [편집자 주]

김동규의 바다로 가자 9월 14일자 1회차 칼럼 바로가기https://firenzedt.com/19182

2019년 9월 필리핀 마닐라항을 친선 방문중인 대한민국 해군의 문무대왕함.    (사진=연합뉴스)

 

#통일을 얘기하면 약자인 북한이 긴장,
평화로 마음 풀게 해야

#서울은 한반도의 중심지로 두고
세종시는 남한의 임시 수도로
#해군력을 증강하여
육군 편향의 군제 개편
#다방면에서 호흡을 맞출 수 있는
인도와의 협력 강화

 

국토의 무게 중심을 남쪽으로, 바다를 향해 옮기자는 필자의 제안은 국제정치경제 논리에 기반한다. 첫째, 통일은 장기과제로 두고 우선 한반도 평화시스템 구축에 집중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둘째, 중국경제가 좀 더 ‘내향적’으로 바뀌어가고 있으며, 이에 따라 한국경제도 무역과 투자의 다변화를 통해 동남아시아, 인도로 적극 진출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바다로 가는 길 하나, 통일에서 평화로 

한반도의 운명은 중국대륙과 뗄레야 뗄 수가 없다. 대한민국(남한)은 1949년까지 중국대륙을 통치했던 중화민국과 깊은 관련이 있었고,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북한)은 49년 이후 대륙을 통치하게 된 중화인민공화국과 관련된다. 장개석의 중화민국이 대륙을 통일했다면, 과연 북한에 공산정권이 수립될 수 있었을지, 또는 이 공산정권이 1950년에 남침을 강행할 수 있었을지 의문이다. 거꾸로 중국공산당 역시 만주지역을 먼저 장악하여 대륙 석권의 발판을 만들었는데, 이 역시 먼저 친소 공산화되고 있었던 압록강, 두만강 이남 북한 지역의 도움을 받았다. 장개석의 국민당 군은 압록강, 두만강을 넘나들 수 없었지만, 중국 공산군은 그것이 가능했다. 북한과 중국공산당은 처음부터 ‘순망치한’의 관계였던 것이다.
한국전 동안에도 북한지역, 더 정확히 평양-원산 라인 이북의 접경지역이 중국의 ‘사활적 이해관계’(vital interest)가 걸려있는 지역, 즉 중국과 (미국 중심)서방세력사이의 ‘완충 지대’(buffer zone)라는 것은 인천상륙작전에 뒤이은 유엔군 북진시 모택동이 주은래에게 지시한 내용에서도 잘 알 수 있다. 모택동은 주은래에게 ‘미군이 평양-원산 라인을 넘지 않으면 먼저 공격하지 마라’고 지시한 바 있다. 이 말은 ‘완충 지대’로 진입하면 즉각 공격하라는 의미이기도 하다. 북한이 중국에게 있어서 ‘완충 지대’라는 점은 지금도 마찬가지다. 그런데, 완충 지대라는 것은 중국과 미국이 대립을 해야 그 역할이 생긴다. 만약 중국이나 미국 중 하나가 몰락해버리거나 양측이 사이좋게 지내게 된다면, 완충 지대의 존재이유는 사라진다. 용도가 없어져 폐기처분될 수 있는 것이다. 중국이 개혁개방을 거치면서 ‘친미화’ 경향을 보임에 따라 북한이 스스로의 안전에 대한 불안감을 갖게 되었고, 이에 따라 중국의 도움 없이도 생존할 수 있도록 무리하게 모험한 결과가 핵무기 개발이다. 중국은 미국에 가까워지고 있었고, 남한은 경제 규모가 북한의 수 십 배 이상으로 커지면서 경제력에 맞춰 막강한 재래식 군사력을 쌓아가고 있을 때였다. 이러한 상황에서 핵무기 개발은 북한에게 생사를 건 모험이었다.
이젠 상황이 바뀌었다. 중국이 경제 규모 세계2위에 오르면서 미국의 세계 패권에 도전하기 시작했다. 북한이 다시 ‘완충 지대’로서의 가치를 갖게 된 것이다. 물론, 아직은 중국의 결기를 완전히 신뢰하긴 어려울 것이고, 또 핵을 대체할 재래식 군비를 확충하기에는 북한의 경제력이 못 받쳐준다. 그럼에도, 한반도 평화 구축, 북중간의 군사 협력을 강화를 통해 안전을 보장받을 수 있게 된다면, 중국식 경제발전 전략을 채택해 재래식 군비의 남북한 균형을 어느 정도라도 만들어내면서 비핵화로 나아가는 것이 북한정권으로서는 가장 합리적인 정책이 될 것이다. 사실 그러한 방향 전환의 조짐도 최근 몇 년 간 보였다. 재래식 군비가 약하고, 중국을 100% 신뢰하지 못하는 북한은 이러한 전환 과정의 마지막 순간에서야 ‘비핵화’로 자신을 갖고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이 점이 트럼프 행정부의 볼턴같은 매파들이 이해하지 못하는 부분이다. 트럼프의 대북외교 실패는 이러한 전체 그림에 대한 이해 부족 때문이라 하겠다.
일부에서는 북한의 조기 붕괴로 통일이 가까운 시일에 올 것이라고 믿기도 하는데, 배후에 있는 중화인민공화국이 건재하는 한 북한의 조기 붕괴는 불가능하다. 독일이 통일될 수 있었던 것은 동독을 떠받치고 있던 소련이 무너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중화인민공화국 체제가 크게 흔들리거나 무너져야만 북한이 무너지고 남북한의 통일이 이루어질 수 있는 것이다. 우리는 이 점을 정확히 이해하면서 국가전략을 만들어야 할 것이다. 대한민국의 국가전략은 ‘통일’이라는 단어가 들어오는 순간부터 흔들리기 시작한다. 그리고, 경제력으로나 재래식 군사력으로나 북한을 압도하는 남한이 ‘통일’을 얘기하는 순간부터 북한은 경계심을 갖게 되고 남북한 사이의 긴장은 높아진다. 노무현 대통령이 얘기했듯 남한이 통일을 논하는 것은 북한을 긴장시킬 것이고, 통일은 장기적인 과제로서 우리가 평화정착에 집중하는 사이에 밤도둑처럼 찾아오게 될 것이다.

 

여의도 국회의사당에 해가 떠오르고 있다. 국회는 9월 28일 세종시에 국회의사당 분원을 설치하는 내용의 국회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세종 의사당이 지어지고 그 기능을 하게 되면 국가 균형 발전의 해가 떠오를 전망이다. (사진=연합뉴스)

 

 

바다로 가는 길 둘, 서울에서 세종으로 수도 임시 이전

하나의 민족이 꼭 하나의 국가를 이뤄야 하는 것은 아니다. 영어를 쓰는 앵글로색슨 민족은 영국, 미국,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 등 여러 나라에 나뉘어 살고 있다. 독일어 사용 인구 역시 독일, 오스트리아, 스위스 등에 나뉘어 살고 있다. 중국 역시 역사를 통해 여러 나라로 나뉘어 있다가 다시 통일이 되기도 했다. 앵글로색슨이나 독일어 사용자들을 보면 비록 국경은 나뉘어도 서로 교류하며 사이좋게 지내고 있다. 특별히 불편함은 없다. 오히려 평화롭게 잘 지내고 있다. 만약 미국이 캐나다와 통일하겠다고 천명하거나, 호주가 뉴질랜드와 통일하겠다고 한다면, 이들 국가들 관계가 긴장되기 시작할 것이다. 만약 독일이 오스트리아와 통일하겠다고 하면 양국은 외교적, 군사적으로 긴장하기 시작할 것이다. 통일이라는 말은 약한 쪽에게는 위협으로 들리는 법이다.
중화인민공화국이 건재하는 한 북한의 조기 붕괴는 불가능하다는 사실에 기초해 모든 국가 전략을 다시 수립해야하는데, 그 중 가장 중요한 것이 수도의 위치 재조정이다. 서울은 한반도 전체에서는 중심이라고 할 수 있으나, 남한만 볼 때는 너무 북쪽에 치우쳐있다. 국토의 균형발전에 방해가 된다. 게다가 국가의 위정자들과 여론 주도층이 북한의 장사정포 사정권 안에서 생활하다보니 국가 운영이 의식적, 무의식적으로 엄청난 ‘긴장감’ ‘공포감’ 아래 놓이고, 이러한 긴장과 공포는 국가권력을 한 명에게 집중시키는 경향을 낳았다. 북한의 장사정포는 대략 경기도 안양 정도까지 사정권에 둔다.
국회는 28일 의사당을 세종시로 옮기는 국회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독일이 분단 기간 동안 수도를 베를린이 아닌 서쪽의 본(Bonn)에 두었다가 통일 후 정식으로 베를린으로 이전했듯이, 우리도 분단 기간 동안은 남한의 국토 중심지에 있는 세종시를 ‘임시 수도’로 승격시켜, 행정부, 입법부, 사법부를 옮겨야 할 것이다. 서울은 ‘공식 수도’로 정하고, 세종은 국가 경영을 담당할 임시 수도로 삼아 ‘세종특별시’로 지정하는 방안을 추진해야 할 것이다.

 

 

바다로 가는 길 셋, 해군력 강화로 3군의 균형을 맞추자

국가 주요 기관들이 북한의 기습공격 사정권 밖으로 안전하게 이전하게 되면, 지금까지 수도권 방어를 위해 파주(문산)-일산-수색 라인을 포함한 서울 북부지역에 특히 집중되어 있는 육군의 병력과 화력을 느슨하게 재조정할 여지가 생긴다. 우리 군 구조에서 보병, 포병, 기갑 중심의 육군이 해군과 공군에 비해 비대해진 것은 우리가 한미연합작전에서 해공군 전력을 미군에 많이 의존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수도 서울이 휴전선에서 너무 가깝다는 점도 중요한 원인이 된다. 그런 점에서, 국가의 정치적 중심이 좀 더 안전한 충남 지역으로 옮겨가게 되는 경우, 육군에서 해공군, 특히 해군 쪽으로 군 구조의 균형을 재조정하는 것이 가능하게 된다.
우리 공군은 단독으로 전쟁을 종결시킬 수 있는 ‘전략 공군’이 아니라 주로 육해군을 지원하는 ‘전술 공군’이라 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공군의 역할은 크게 변하지 않을 것이다. 우선적인 과제는 국방력의 무게 중심이 육군에서 해군 쪽으로 조금만 이동하는 것이다. 휴전선을 둘러싼 긴장을 줄이고 국가의 무게중심이 한발 더 남쪽으로 해양에 가까워지게 되면, 육군을 줄이고 해군을 강화해야 할 필요성이 생긴다. 그런데, ‘육군에서 해군으로’ 군 구조 개편이 이뤄지면 우리의 정치 체제에도 큰 영향을 미치게 된다. 한 나라의 전쟁 방식은 그 나라의 정치 방식에 영향을 미친다. 보통 육군이 커지면 국내 정치를 긴장시키고, 해군이 커지면 국제 관계를 긴장시킨다. 인원이 많은 육군이 커지면 국가의 규모에 비해 큰 군대를 가져야 하는데, 이는 육군 장군들에 의한 쿠데타 위험을 높이게 되고, 수많은 퇴역 병사들을 중심으로 좌우익 포퓰리즘 정치가 나타날 위험성이 높아진다. 고대 그리스에서도 전쟁 방식이 소수 중장보병의 팔랑스(phalanx)에서 다수의 수병 겸 경장보병들이 함선을 타고 다니며 상륙해 전투를 벌이는 방식으로 바뀌며 아테네 정치가 포퓰리즘 정치로 변한 적이 있다. 사실 이러한 일은 역사상 빈번히 나타났다. 한편, 해군이 너무 강해지는 경우에는, 자국 해역을 넘어 활동하는 해군의 특성상 주변국들을 긴장시킬 위험이 있다. 우리 국군이 육군 편향적인 군 구조를 가졌기에 해군 쪽으로 좀 더 균형점을 옮길 필요가 있지만, 장기적으로 해군이 너무 강해지는 것 역시 주변국과의 국제 관계를 긴장시킬 요인이 된다는 점은 알고 있어야 할 것이다.

 

비동맹 전통이 강한 인도이지만 파키스탄과 중국의 협력에 맞설 대안으로 조금씩 미국 중심의 태평양 세력들과 친해지려 노력하고 있다. 사진은 지난 9월 24일 백악관에서 이루어진 바이든 대통령과 모디 총리의 정상 회담. (사진=연합뉴스)

 

 

중국에서 인도로 – 무역과 투자의 다변화

중국은 최근 들어 경제의 ‘쌍순환’(雙循環)을 강조하고 있다. 즉, 경제 흐름이 세계 경제와 맞물려 돌아갈 뿐만 아니라 중국 국내 경제와도 더욱 긴밀히 맞물려야 한다는 것이다. 즉, 더 이상 수출에만 의존하는 것으로는 안 되고, 중국 내수시장을 키워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서민 경제를 활성화해 이 동력으로 중국 내수를 키우겠다는 것인데, 최근 시진핑 주석이 강조하는 ‘공동 부유’와 관련된다.
이러한 중국의 정책 기조 변화는 우리나라의 중국 경제에 대한 의존이 점점 위험해진다는 뜻이다. 중국은 ‘세계의 공장’에서 한 발짝 물러나 ‘중국의 공장’으로 자리 잡으려 하는 것이다. 무역 의존도가 높은 우리로서는 중국 시장의 접근이 어려워지게 됨에 따라 새로운 시장을 개척해야 하는데, 그 대안은 동남아시아와 인도 시장이 될 것이다. 동남아시아와 인도 역시 나라에 따라 편차는 있지만 꾸준히 경제 성장을 하고 있고, 한국 상품에 대한 호감도도 올라가고 있다. 특히, 인도의 경우, 한국과의 방산 협력도 강화되고 있고, 한국산 자동차 판매가 급증하고 있다. 중국의 지정학 전략인 ‘일대일로’의 핵심요소 중 하나가 중국 신장에서 파키스탄 카라치 항구로 이어지는 교통망인데, 중국은 이 교통망을 통해 인도양, 걸프만으로 가는 지름길을 확보하려 하고 있다. 이는 중국과 파키스탄의 긴밀한 협력을 의미하기 때문에 파키스탄과 항시 대립중인 인도로서는 중국-파키스탄 파트너쉽에 맞설 방도를 찾을 수밖에 없다. 비동맹 전통이 강한 인도이지만 조금씩 미국을 중심으로 하는 태평양의 해양 세력들에 접근하고 있다. 한국과의 방산 협력, 경제 협력이 강화되고 있는 것도 이러한 지정학적, 지경학적 움직임과 관련 있는 것이다. 동남아시아에 비해 거리는 멀지만 경제의 규모를 고려할 때 중국 시장으로부터의 다변화 출구를 찾는다면, 인도가 가장 중요한 후보지가 될 것이다.

 


글쓴이 김동규는

공화주의자이자 자유주의자. 서울대 정치학과를 나와 케임브리지대에서 박사과정 중이다. 해군사관학교 교수를 지냈고 외무고시에 합격해 잠깐 외교관 생활을 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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