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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강래 칼럼] 수도권 집값, 공급 아닌 수요로 잡아야 하는 이유

By | 2021년 9월 20일 | 미분류, 정책

①성남시 대장동 개발 이익을 둘러싼 계속되는 공방, ②추석 연휴 첫 이틀 간 코로나 19 확진자 3,515명, 그중 75%가  수도권에서 발생. 뉴스 ①과 뉴스 ②의 바닥에 흐르는 저류는 수도권 과밀이다. 너무 많은 돈과 사람이 서울과 수도권에 몰리면서 나타나는 일이다. 한번의 개발 사업으로 수 천 억 원을 벌 수 있는 이유도, 인구의 51%인 수도권에서 확진자의 75%가 나오는 이유도 모두 수도권 과다 밀집에서 시작한다. 이번 칼럼의 필자는 경제 개발 이후 60년 동안 수도권 주택 정책은 신규 이주민(수요)이 주택(공급)을 낳고, 공급된 주택이 수요자인 이주민을 낳는, 확대-악순환 구조였다고 진단한다. 문제는 이처럼 지방 인구를 빼와 수도권을 살찌우는 구조가 양쪽 모두 한계에 직면한 점이다.

마강래 필자는 대안으로 지방 분권 논의의 최신 버전인 ‘지방 대도시권 육성 정책’을 적극 제안한다. 수도권 지식인으로서는 드문 자세다. 공교롭게 여야 4명의 유력 대통령 예비 후보들 중에서 3명이 ‘지사’출신이거나 현직 지사다. 21세기 세 번째 10년대(decade)의 실질적 이슈로 ‘왜 지방 대도시권으로 가야 하는가’ 주택과 도시의 과거와 현재를 통해 짚어봤다. [편집자 주]

# 서울은 언제까지 만원이어야 하는가,
‘우리는 과거로부터 배운 게 없다’
# ‘획기적으로 공급 늘리겠다’는 심리적 뻥카,
이번 대선도 마찬가지
# 수도권 2백만호 신규 공급?
5대 광역시 전체 아파트 숫자만큼 더 짓자는 것
# 동남권 메가 시티같은 대도시권 개발 정책,
스스로 중심 되도록 힘 실어줘야

[김동규 칼럼] 서울과 국가주의를 넘어 ‘바다로 가자’ 9월14일자 칼럼 바로 가기https://firenzedt.com/19182

 

명절 때 마주하는 서울 거리의 민낯은 낯섦 그 자체다. 번잡스런 행사가 끝나고 갑작스레 찾아온 적막을 대하는 느낌이랄까. 한국교통연구원에 따르면 이번 추석 연휴 기간 동안에도 3천만 명이 넘는 인구가 이동한다. 민족 대이동이 어떤 방향을 보일지는 자세한 설명이 필요 없을 듯하다. 이번에도 수도권의 인구는 밀물처럼 빠져나갔다가 썰물처럼 다시 들어올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수도권 시민 중 수도권 토박이는 반도 되지 않는다. 나이대가 높아질수록 토박이 비중은 큰 폭으로 줄어든다. 산업화 세대와 베이비부머 세대의 상당수가 지방을 떠나 수도권에 자리 잡았기 때문이다. 1960년대 중반 서울의 인구는 350만 정도에 불과했다. 당시 이호철의 <서울은 만원이다>란 소설이 인기를 끌었다. 만원이란 말이 무색하게 서울의 인구는 매해 20∼30만 명 씩 증가했다. 1988년 올림픽을 개최할 때는 서울은 처음으로 인구 1000만을 돌파했다. 갑작스레 인구가 늘자 여러 도시 문제들이 발생했다. 도로는 소음과 매연으로 뒤덮였고, 넘쳐나는 아이들을 수용하지 못한 학교는 2부제를 운영했다. 병원, 문화 시설 등의 공공 생활 인프라도 절대적으로 부족했다.

 

그중 가장 심각했던 건 주택 문제였다. 서울엔 일자리를 좇아 무작정 상경한 이들이 계속 늘었고, 주택은 턱없이 부족했다. 주택 가격이 폭등할 수밖에 없었다. 전세 가격도 폭등했다. 임대료를 감당하지 못해 목숨을 끊는 이들이 속출했다. 불안한 부동산 시장이 정권을 위협했다. 분당, 일산 등 1기 신도시가 발표되었고 여기에 주택 30만호가 공급되었다. 입주가 시작된 1991년부터 주택 가격이 안정되었다. 수도권의 인구 집중은 멈추지 않았다. 2002년 월드컵의 열기가 대한민국을 뜨겁게 달구던 해, 서울의 집값은 또 다시 치솟기 시작했다. 2003년에는 수도권 10곳에 2기 신도시가 개발되기 시작했다. 수도권은 점점 더 뚱뚱해진 모습으로 부피를 키워갔다. 수도권은 매해 새롭게 인구 기록을 갱신했다. 집값이 또 올랐다. 2018년에 3기 신도시가 발표되었다. 수도권 쏠림은 멈추지 않았고 작년에는 수도권 인구가 전국 인구의 반을 넘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이구동성으로 ‘서울에 더 많은 주택이 공급되었어야 했다’며 정부를 비판했다.

수도권 집값이 뛰고, 신도시가 발표되고, 인구가 유입되고, 또 집값이 뛰고, 또 신도시가 발표되고, 또 인구가 유입되고. 수도권은 공급이 더 큰 수요를 부르는 공간이었다. 하지만 지금도 공급 강박증이 온 나라를 뒤덮고 있다. 안타깝게도 우리는 과거에서 배운 게 아무 것도 없다.

신규 이주민의 수요에 맞추기 위해 수도권 주택 공급을 늘리면 이를 찾아 새로운 수요가 생겨나는 것을 우리는 과거에 이미 보아 왔다. 공급이 더 큰 수요를 부르는 악순환을 이제는 그만 둘 때가 되었다. (사진=셔터스톡)

 

천장 뚫린 집값, 그리고 아무 말 대잔치

수도권 집값이 먼저 들썩이면 지방 대도시 집값도 따라 출렁댔다. 현 정부 들어 서울 아파트 가격은 매달 1000만 원씩 올랐다. 강남 아파트는 이보다 더 크게 뛰었다. 최고가가 깨질 때마다 모두가 놀랐다. 집값이 꼭지란 얘기가 돌고 있는데, 그 꼭지가 자꾸 올라갔다. 지금도 집값은 일말의 주저함도 없이 자신의 길을 가고 있다. 집 없는 사람들은 분노했다. 삶이 녹록치 않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이생망(이번 생은 망했다는 푸념)의 원인이 ‘집’이 될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집 있는 사람들도 더 뛰는 옆 동네 집값에 씁쓸해 했다. 갑자기 오른 세금에도 화가 났다. 국민 모두가 불행해졌다.

현 정부 집권 초기만 해도 주택 공급엔 문제가 없다고 강조했다. 투기꾼이 문제라고 했다. 다주택자들에게 전방위적 압박을 가했다. 취득세, 보유세, 양도세 모두를 올렸다. 다주택자들의 입에선 헉 소리가 났다. 하지만 이들의 맷집은 생각보다 강했다. 다주택자들은 집을 내놓지 않았고, 집값도 떨어지지 않았다. 정부는 입장을 선회했다. 수차례에 걸쳐 주택 공급 계획을 발표했다. 정부는 2·4대책을 발표하며 수도권 누적 물량이 188만 호가 넘는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 며칠 후에는 광명·시흥지구를 3기 신도시로 추가했다. 최근에는 의왕·군포·안산 등을 비롯해 3차 신규 택지까지 발표했다. 지금까지 발표된 수도권 주택공급 물량은 200만 호 정도다. 단군 이래 최대 스케일이다. 집값 폭등으로 온 나라가 떠들썩했던 노태우 정부 때도 200만 호 건설 계획이 발표되긴 했다. 이중 수도권 물량은 90만 호 정도였다.

 

거품만 가득한 현실성 없는 주택 공급 계획

내 주변 전문가들 중 이런 스케일의 주택공급이 가능할 것이라 믿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수도권 200만호는 실현 가능한 수치가 아니다. 정부가 국민을 상대로 말도 안 되는 사기를 치고 있다고 말하는 건 아니다. 부동산은 심리라고, 우선은 불안한 국민들의 심리부터 안정시켜야 하지 않겠는가. 정부가 발표한 수도권 공급계 획은 카드 게임으로 치면 ‘뻥카드’에 가깝다. 뻥카드가 먹히려면 국민들이 그 수치에 흠칫해야만 한다. 하지만 평범한 시민들에게 100만 호나 200만 호나 그게 그거다. 이 정도면 체감될 수 있는 숫자가 아니다. 그냥 ‘많은 주택’일 뿐이다. 대선을 앞둔 지금, 후보들은 한 술을 더 뜨고 있다. ‘하나 받고 하나 더’ 공약이 난무한다. 이재명 후보는 임기 내 250만 호의 공급을 약속했다. 이에 뒤질세라 윤석열 후보도 임기 내 250만 호를 약속했다. 청년들에게 ‘원가 주택’ 30만 호를 공급하겠다는 약속도 덧붙였다. 다른 대선 후보들도 마찬가지다. 초등학교 건물을 높게 올려 6층 이상을 임대주택으로 공급하는 안, 서울공항 이전 후 대규모 주택 공급안, 집값 절반을 국가가 지원하는 공급안 등, 허경영씨도 놀랄만한 공약들이 줄줄이 나왔다. 누가 대통령이 되든지 서울의 용적률은 완화될 것이고 주택 공급은 줄지 않을 것이다.

 

황당함을 넘어 슬프기까지 한 용산 공원 개발 계획

최근에는 용산 공원의 일부 부지에 공공주택을 지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왔다. 용산 공원 전체 면적은 300만 제곱미터다. 한 정치인은 공원의 20%(60만 제곱미터)의 부지에 용적률 1000%를 적용해 8만 가구를 수용할 수 있는 초고층 아파트 짓는 계획을 밝혔다. 집값 안정을 위한 그냥 하나의 의견이려니 했다. 그런데 이런 사업을 가능하게 하는 법률 개정안도 발의되었다. 건폐율과 용적률이 만들어내는 공간의 밀도를 한 번이라도 경험한 이들이라면 절대 이런 계획을 구상할 수 없다. 가락시영아파트를 재건축한 헬리오시티는 미니 신도시급 아파트 단지이다. 사업구역은 40만 제곱미터, 적용된 용적률은 285% 정도다. 한 번 가보시라. 35층짜리 건물들이 시야를 압도하는 곳이다. 이런 고밀개발 단지에 9500명 가구가 살고 있다. 60만 제곱미터에 8만 가구 계획을 듣자마자 떠오른 그림은 ‘전시 수용소’였다. ‘아니면 말고’식 부동산 대책을 접하며, 나도 점점 정치인들의 언어에 무뎌져 가고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아니었다. 용산공원 8만 공공주택 이야기는 황당함을 넘어 슬픈 아픔까지 느끼게 했다. 아무 말에도 정도가 있다는 걸 정치인들로부터 배우고 있었다.

 

수도권 주택공급은 더 큰 수요를 부를 것

젊은이들이 고향을 떠나는 이유는 수도권이 자신의 꿈을 펼칠 수 있는 최적의 장소라서가 아니다. 더 나은 삶을 위한 공간이 우리나라엔 오직 한 군데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들에게 수도권은 최선이 아닌 ‘차악’의 선택지다. 서울, 경기, 인천은 하나의 서울처럼 통으로 묶이며 빠른 속도로 진화하고 있다. 첨단 일자리도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혁신 성장 기업들은 수도권 대학 졸업자를 더 선호했다. 이에 따라 청년들의 수도권 대학 선호도 한 해 한 해 커져 갔다. 지방에서 대학을 졸업한 청년들도 일자리를 좇아 수도권으로 이동했다.

수도권 집값을 끌어올리는 근원적 힘은 공간을 향한 욕망이다. 그 욕망은 실수요로 나타나기도 하고, 투기 수요나 대기 수요로 확대되기도 한다. 지방에서조차, 기회만 된다면 서울에 집 사두라는 권고가 낯설지 않다. 최근 외지인들의 서울 주택 구매가 대폭 늘었다. 서울의 주택 수요는 점점 더 광역화되고 있다. 이에 반해 공급은 국지적일 수밖에 없다. 인구 감소 시대에 집값이 내려갈 것이란 예측은 서울과는 전혀 관계가 없다. 대한민국 인구가 반토막이 나도, 많은 이들이 서울에 살길 원한다면, 또한 서울에 집을 사길 원한다면 집값은 오를 수밖에 없다.

수도권에 대규모 주택 사업이 진행되면 주택만 공급되는 것이 아니다. 여러 생활 인프라도 함께 깔린다. 낙후된 생활 인프라는 새롭게 업그레이드된다. 광역 교통망도 깔리면서 중심지와의 접근성도 좋아진다. 모두가 살고 싶은 지역으로 변해간다. 이 과정을 통해 주택 공급은 또 다른 수요를 부른다. 현 정부의 공격적인 주택 공급 정책으로 인해 수도권 주택 시장은 수년 내로 안정화 될 가능성이 크다(물론 해외 경제상황과 금리인상에 따른 폭락 가능성도 있다). 부동산 시장이 작동하는 원리도 궁극적으론 수요와 공급의 법칙을 따르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가 이미 경험해 보지 않았는가. 주택 가격 안정은 잠시 뿐이다. 수도권 주택 공급은 장기적으로 더 많은 수요를 끌어낼 것이다.

수도권 주택 200만 호 계획은 실현되지 못할 것이다. 아니 솔직한 심정은, 그 어려운 일을 우리가 해낼까 두렵다. 주택 ‘공급 폭탄’이 진짜 폭탄으로 돌변해 우리에게 큰 해를 가할 것이기 때문이다. 지방에서 가장 큰 도시 부산에는 65만 호 정도의 아파트가, 두 번째로 큰 도시 대구엔 55만 호 정도의 아파트가 있다. 나머지 광역시(광주 37만 호, 대전 30만 호, 울산 17만 호)엔 84만 호 정도의 아파트가 있다. 수도권 200만 호는 지방 5대 광역시 아파트 거주민 모두를 수용할 수 있을 정도의 스케일이다. 공급 계획이 실현되는 날이면 지방은 초토화될 수밖에 없다. 말 그대로 ‘폭탄’이다. 수도권 200만 호 계획이 현실화 된 후에도 지방이 꿋꿋이 버틴다면 나는 그걸 ‘기적’이라 부를 것이다.

 

수도권에 주택을 더 짓는 것 만으로는 주택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부산, 대구, 대전, 광주 등 교통의 거점이 되는 지방 대도시로 인구와 산업을 모아 수도권으로 쏠린 입구 압력을 빼내어 부동산 시장의 안정을 꾀해야 한다. (사진=셔터스톡)

 

지방 대도시권 정책으로 부동산 시장 안정 꾀해야

수도권 집값 오르는 건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이들은 다음과 같이 말한다. “집값은 경쟁력의 지표다. 강남 집값이 강남의 경쟁력을 보여주고 있는 것처럼. 수도권이 세져야 대한민국도 번성할 수 있지 않겠는가.” 틀린 말은 아니다. 하지만 이들의 생각이 닿지 않는 부분이 있다. 그건 바로, 수도권에서 증가한 인구는 지방으로부터 이전된 것이란 점이다. 일자리도 마찬가지다. 지금껏 수도권의 힘이 강해지는 속도보다 지방의 힘이 빠지는 속도가 더 빨랐다.

하지만, 이젠 수도권도 집적의 불경제를 넘어 지속가능성을 걱정해야 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평범한 시민이 사는 서울 아파트 가격은 이미 10억을 넘었고, 살아남기 위해 발버둥 치는 청년들은 결혼을 미루거나 포기하고 있다. 서울의 합계출산율 0.64는 해외의 인구 전문가들도 믿기 어려운 수치다. 지방은 집적의 경제가 약화되는 단계를 넘어, 존망의 위기를 걱정해야 하는 단계에 이르렀다. 인구가 줄어드니 행정 인프라가 제때 공급되지 못하고, 이에 젊은 인구가 또 다시 유출되는 악순환을 겪고 있다. 수도권 일극화는 이렇게 수도권, 지방 모두를 위협하고 있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 최근엔 지방에도 서울과 같은 집적된 공간이 필요하다는 주장에 더 많은 이들이 공감하고 있다. 맞다. 지방에도 수도권과 같은 강력한 공간이 있어야 한다. 강력한 대도시권을 만들어야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맞는 신산업을 육성할 수 있다. 그래야 청년 인구의 수도권 유출을 막을 수 있다. 지방 대도시의 핵심부로 인구와 산업을 모아야 한다. 광역 교통 거점을 중심으로 일자리, 대학, 문화, 상업 시설이 연계된 ‘공간 플랫폼’을 조성해야 한다. 그래야 수도권으로만 쏠린 압력을 뺄 수 있다.

다시 한 번 강조한다. 집값은 주택 공급 만으로 잡을 수는 없다. 공급이 수요를 부르는 구조에서는 더더욱 그렇다. 수요를 관리하는 쪽으로 나가야 한다. 하지만 각종 규제를 통해 수요를 억제하는 건 부작용이 더 크다. 수요를 억제하기 보다는 수요를 분산하는 쪽으로 정책을 펴야 한다. 균형 발전 정책은 장기적으로 부동산 시장을 안정시키는 가장 강력한 대안이다. 이것이 지방 대도시권 육성 정책이 부동산 정책으로 들어와야 하는 이유이다.


필자 마강래는

지방이 살아야 나라가 산다는 믿고 있는 도시계획학자. 중앙대학교 응용통계학과를 졸업하고 서울대학교에서 도시밑 지역계획학과 석사, 영국 런던대학교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2007년부터 중앙대학교 도시계획부동산학과 교수로 재직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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