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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편집 2021. 09-15 06:32

[조동진 칼럼] 기업 물적분할 제도개선 시급하다

By | 2021년 9월 2일 | 미분류

#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 사업 진출
위한 물적분할 추진에 소액주주 반발
# ‘주주 등에 칼을 꽂는거냐?
’ VS ‘성장 위한 경영 미학일 뿐’ 대립
# 현 제도는 대주주에 명분
(신규사업 등 진출)과 실리(자금, 지배권)
다 쥐어주는 셈
# 모회사는 껍데기, 분할되는 자회사는
알짜 회사되는 것에 대한 보완조치 필요
# 미국 구글은 물적분할 후
모회사인 알파벳만 상장해
소액주주 권리 보호, 박탈감 보완

한 기업을 두개 이상의 기업으로 쪼개는 ‘회사 분할(이하 기업 분할)’ 중 하나가 ‘물적 분할’이다. SK와 LG 등 주요 기업들 사이 최근 유행처럼 번지고 있는 이 물적 분할을 둘러싸고 일반 주주들은 물론 일부 기관투자자와 시장 전문가들을 중심으로 강한 반발과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물적 분할이 일반 주주들의 주주 권리 침해와 투자 손실 확대를 유발하고 있다는 주장 때문이다. 분할 대상이 된 기존 기업 역시 핵심 사업 상실과 자본 유출 등 심각한 기업 가치 훼손 문제를 노출하며 시장 경쟁력마저 급락하고 있다. 이런 물적 분할 이슈가 발생한 기업과 관련 기업들을 중심으로 자본 시장에서는 ‘패닉 셀링(Panic Selling)’ 같은 투매와 주가 폭락 등 비정상적 시장 왜곡 현상까지 나타나고 있다.

여기에 최근 몇몇 기업이 밀어붙이듯 진행하고 있는 물적 분할에 대해 ‘특정인의 지배력 강화와 이익 확대를 위해 법의 허점을 파고든 편법’ 의혹과 함께 ‘자본·투자 시장을 교란한 꼼수’ 비판까지 고개를 들고 있다.

 

물적 분할이 죄는 아니지만…

주주권 침해·기업 가치 훼손에 분노 폭발

비판과 논란이 계속되면서, 최근 나타나고 있는 기업들의 물적 분할에 대한 보완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특히 일반 주주들의 주주 권리 침해와 기업 가치 훼손 최소화를 위한 대책, 또 물적 분할로 인한 자본 시장 교란과 혼란을 막기 위한 장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하지만 당장 이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이나 장치를 내 놓는다는 게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물적 분할은 법이 허용하고 있는 경영 행위이다. 기업이 택할 수 있는 중요한 자금 조달과 투자 확대 방안인 동시에 비용 대비 높은 효율성을 가진 기업 성장 전략이기도 하다. R&D 확대와 인력·조직 재편, 사업 조정 등 성장과 경쟁력 강화를 위한 경영 수단 중 하나라는 뜻이다.

투자자 반발을 이유로 무조건 규제하거나 주주 가치 훼손 행위로 매도해서는 안 되는 이유다. 이럴 경우 오히려 기업 활동 경직과 억압을 불러와 산업계 물론, 자본 시장의 성장과 활력까지 떨어뜨릴 수 있다. 편법과 꼼수 없이 제대로 활용한다면 기업에게 ‘최소의 비용으로 높은 효율’을 안겨 줄 수 있는 경영 수단이 바로 물적 분할이다.

하지만 늘 그렇듯 문제는 현실에 있다. 실제 최근 몇몇 주요 기업의 물적 분할 과정에서 사실상 일반 주주들이 희생을 강요당하는 듯한 실태가 드러났다. 문제는 이런 일이 반복되고 그때마다 주주와 시장의 문제 제기가 이어지고 있지만 이를 중재하거 막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기업의 구성 형태만 조금 달라졌을 뿐 고질적인 문어발식 기업 확장, 주주들 간 복잡한 이해 상충 문제, 소수의 지분으로 그룹 전체를 지배하는 한국 특유의 오너 중심 지배구조 실태 등 사실 물적 분할과 얽혀 함께 풀어야 할 문제가 하나둘이 아니다.

 

최대주주·경영진 편법·꼼수 막을 보완책

한 외국계 투자사 관계자의 말은 물적 분할 논란에 참고할 만하다. 그는 기자에게 “미국 기업들, 특히 상장 기업들 사이 물적 분할은 기업 가치 유지와 다수 주주들의 권리 문제에 중요한 포인트가 있다”며 “물적 분할 특히 분할 후 자회사 상장에 대해 최대주주는 물론 기업과 결정에 관여한 경영진이 매우 조심스러워 한다”고 했다. 법과 제도가 허용하고 있는 건 맞지만 주주 가치와 기업 가치 훼손에 대한 비판이 일거나, 이로 인한 주가 하락 이슈 발생 시 주주들에 의한 집단 소송 리스크 부담이 크기 때문이다.

모든 미국 기업이 이렇지는 않다. 하지만 상당수 기업들이 어떤 이유로든 분할로 모회사와 자회사, 둘 이상의 기업으로 쪼개졌을 때 서로의 기업 가치를 갉아 먹는 상황 최소화를 위해 모회사든 자회사든 한 기업만 상장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2004년 주식 시장에 상장한 구글은 2015년 지주사인 알파벳을 신설하며 모-자기업 관계가 되자, 모회사인 알파벳만 상장하고 기존의 구글 주식을 모두 알파벳 주식으로 전환해줬다. 모든 기업에 같은 상황을 적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구글의 사례는 참고할 만 하다. (사진=셔터스톡)

‘구글(Google)’이 대표적이다. 구글은 이미 2004년 주식 시장에 상장했다. 이 구글이 2015년 지주사인 알파벳(Alphabet)을 신설하며 기업의 사업과 지배 구조를 개편했고, 자산 배분도 재편했다. 알파벳과 구글이 모·자기업 관계가 되자 두 기업 모두 상장한 게 아니라 모회사인 알파벳만 상장했다. 기존 구글 주식을 모두 알파벳 주식으로 전환해 줬다. 세금 문제도 있지만 주주 간 이해 충돌, 내부자 정보 문제, 기업 가치 하락에 따른 주주 반발, 모·자 회사 간 자산 배분 과정에서 있을 수 있는 배임 등 각종 비판과 소송 부담을 덜기 위한 결정이라는 분석이 크다. 모든 미국 기업이 같은 건 아니지만 참고해 볼만한 사례다.

법과 제도, 자본 시장을 대하는 인식과 태도가 미국과 다른 한국 시장에서 최대주주와 기업, 경영진에게 이런 결정을 기대하기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그래서 차근차근 가능한 것부터 해야 한다. 물적 분할 시 분할되는 신설 회사가 기존 기업의 우량 자산을 싹쓸이 하듯 빼가는 행위, 또 기존 기업에 부채 등 빚을 떠넘기는 행위 등은 꾸준한 관찰과 정교한 분석을 통해 일정 수준 관리·감독이 가능하다. 하지만 갈등과 불만 등 각종 문제를 근본적 해결하는 데는 분명 한계가 있다.

그렇기에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법 개정과 제도 개편에 앞서 기업 경영권과 지배력에 절대적 영향력을 행사하는 최대주주의 합리적 인식 변화가 절실한 것이다. 경영진의 경영 행태 변화와 소신, 철학 역시 필요하다.

 

인적 분할과 물적 분할의 장단점으로 말하자면

한 회사로 운영 중인 기업을 둘 이상의 기업으로 쪼개는 데는 분사(分社) 등 몇몇 방법이 있다. 그중 최근 한국 기업들이 흔하게 활용하는 게 ‘기업 분할’이다. 기업 분할도 형태와 방식에 따라 몇 가지로 나뉘지만 크게 ‘인적 분할’과 ‘물적 분할’로 구분한다.

‘인적 분할’은 한 회사를 둘 이상의 기업으로 나눌 때 특별한 조건이 없다면, 최대주주와 일반 주주 등 모든 주주가 분할 비율에 따라 보유한 기존 기업의 주식 비율만큼 기존 기업과 신설 기업의 지분을 수평적으로 나누어 갖는 방식이다. A기업을 1대 1 비율로 A와 B로 분할하면, 기존 A기업 주식 1% 보유 주주는 A기업 주식 1%는 물론 B기업 주식도 1%를 갖는 구조다. 기업 분할 전 A기업의 주주 구성과 지분율이 분할 후 기존 A와 신설한 B, 두 기업에서도 동일하게 이어진다. 일반 주주의 권리 훼손과 투자 가치 희석에 대한 반발이 없는 이유다. 투자 손실 위험도 없거나 적다는 인식이 일반적이다. 기존 기업의 핵심 사업과 주요 자산 상실 같은 기업 가치와 경쟁력 하락 문제도 상대적으로 자유롭다.

‘물적 분할’은 다르다. 물적 분할은 한 회사를 둘 이상 기업으로 쪼게 모(母)회사와 자(子)회사 구조로 만드는 것이다. 분할 전 기존 기업이 자신에게서 떼어낸 신설 기업의 주식 100% 전부를 독점해 완전 자회사화 하는 것이다. 이 말은 기존 기업의 주주들은 분할로 신설한 기업의 주식을 단 1주도 가질 수 없다는 뜻이다. A기업을 A와 B기업으로 쪼갤 때 기존 A기업 지분 1%를 가진 주주라도 분할 후 신설 기업 B의 주식이 0주가 되는 것이다. 이처럼 기존 일반 주주의 신설 기업 주식 배정을 사실상 배제하고 ‘모회사’와 ‘자회사’라는 ‘수직적 소유 구조’로 회사를 나누는 것이다.

일반 주주들의 반발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어제까지도 주주였는데 ‘분할’을 이유로 “당신은 이제 분할한 신설 기업의 주주가 아니다”라고 하니 일반 주주들이 받아들이기 쉽지 않은 게 사실이다. 특히 해당 기업 최대주주와 경영진이 공공연히 ‘미래 먹거리’임을 앞세워 기존 기업이 벌어 준 수익과 현금성 자산을 쏟아 붓듯 투자해 온 신성장 사업을 물적 분할하면 주주들의 반발이 더 거셀 수밖에 없다.

더구나 부채성 자산과 낮은 수익성, 성장성이 없는 사업은 기존 기업에 남기고 돈이 되는 주력 사업. 또 현금성 자산과 지적재산권(특허) 등 핵심 자산을 가진 알짜 사업만 떼어 물적 분할한다면 주주들의 동의는 고사하고 강한 반발을 피하기 힘들다. 자칫 배임 의혹 등 법적 문제도 발생할 수 있다. 물적 분할을 둘러싸고 주주들 사이 ‘특정인의 지배력 강화와 이익을 위해 법의 허점을 파고든 꼼수’라는 비판과 ‘자본시장을 교란하는 편법’이란 의혹이 제기되는 사례가 이런 경우들이다. 모회사가 자회사에 대한 통제력을 갖고 있으니 그게 그거라고 할 수 있지만 ‘한치 건너 두치’라고 소액주주들로서는 거리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 대주주는 회사를 두 개, 세 개 갖게 되지만 다른 주주들은 그렇지 않은 것이다. 만약 처음부터 분할 후 신설 기업의 ‘상장’을 전제로 물적 분할을 한 것이라면 이야기가 복잡해진다. 분할 직후 신설 기업은 기존 기업(모회사)의 완전자회사(지분 100%)가 된다. 주주 구성이 매우 단순해질 뿐 지배력에서는 분할 전과 큰 변화가 없다. 그런데 지분 100% 완전자회사였던 신설 기업을 상장하면, 신규 주주들이 대거 발생해 주주와 지분율 구성이 달라진다. 신규 주주들이 등장은 지배력과 기존 주주들의 보유 주식 가치에 변화가 생긴다는 뜻이다.
문제는 상장으로 100% 지배력을 갖고 있던 모회사의 지배력이 50%로 줄어들면, 물적 분할로 신설 기업 지분을 1주도 갖지 못한 채 모회사 지분만 갖고 있던 기존 주주들에게, 자회사에 대한 간접적 주주 권리마저 50%가 사라지게 된다. 즉 50%만큼 ‘가치 누수 현상’이 발생한다. 이렇게 누수 된 자회사 가치만큼 일반 주주들의 투자 손실이 발생하는 것이다.
“그럼 최대주주도 50%만큼 가치 손실이 발생하는 것 아니냐”고 반문할 수 있다. 정답은 “아니다.” 최대주주는 모회사에 대한 강한 지배력과 자회사의 다양해진 주주구성으로 덕분에 오히려 자회사 상장 이후 ‘자회사에 대한 경영권 프리미엄’이 발생하게 된다. 자신이 가진 모회사 지분(상장 당시 자회사 지분을 확보했다면 자회사 지분도 포함)의 실제 시장 가치(가격)보다 더 높은 프리미엄을 추가로 확보하는 것이다.
즉 물적 분할 후 지배력을 확보한 기업이 많아지고, 이 신설 기업이 상장에 성공할수록 지배주주는 더 높은 경영권 프리미엄을 챙기게 되지만, 일반주주는 반대로 그에 상응하는 만큼 주식 가치를 잃게 돼 오히려 투자 손실이 확대 되는 것이다. 기존 기업의 일반 주주들이 허탈함을 넘어 분노하고 비판하는 이유다.

 

더 많은 돈·손쉬운 기업 지배력

주주 반발·비난에도 물적 분할 호황

이런 반발과 비판에도 최대주주와 경영진이 인적 분할이 아닌 물적 분할을 택하는 가장 큰 이유는 더 많은 돈을 자기 통제력 안에 넣을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최소의 비용으로 지배구조 정점에 있는 최대주주 등 실질적 기업 지배자의 지배력까지 쉽게 강화할 수 있다.

기업은 분할 이외에도 유상증자나 채권 발행, 대출 등 외부 투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다른 방법들이 많다. 하지만 이 경우 주주 지분율 희석으로 특히 최대주주의 지배력이 약해질 수 있다. 기업 신용등급이 낮아지거나, 이자 비용도 증가한다.

기업 분할, 그중에서도 물적 분할은 이런 부담을 피할 수 있는 방법이다. 일반적으로 인적 분할보다 물적 분할이 최대주주의 지분율 희석 부담과 비용 지출 없이 더 많은 외부 자금을 끌어 모을 수 있다.

A기업이 10조원짜리로 평가받은 B사업을 보유하고 있다. 이 A기업의 최대주주 지분율은 33%이고 나머지 67%가 일반 주주가 개인·기관·외국인이다. 인적 분할로 A기업을 기존 A와 신설사 B로 쪼개면 10조원 가치로 평가된 신설 회사 B의 주주·지분 구성은 기존 A기업과 동일한 최대주주 33%, 나머지 67%가 된다. 지분 평가액도 이 비율대로 최대주주 3조3000억원, 나머지 주주 6조7000억원이 된다.

이때 B기업을 활용해 외부 투자금을 조달하면 최대 6조5000억원까지 가능하다. 하지만 이 경우 최대주주 등 주주들의 지분율이 희석된다. 공정거래법상 지주사가 상장 자회사를 지배하려면 최소 지분율이 20% 이상(비상장사는 40%)이라야 한다. 이 기준에 따라 신설 기업 B를 활용해 최대 6조5000억원의 신규 투자금을 외부에서 조달하면 최대주주 지분율은 20%, 기존 일반 주주(개인·기관·외국인 등)의 지분율은 40.6%로 낮아진다. 반면 분할 때만 해도 없었던 신규 주주의 지분율이 단숨에 39.4%로 늘어난다.

물론 분할 후 유상증자를 통해 외부 자금을 확보하면 지분율 희석은 없다. 하지만 최대주주 등 주주들도 유증 주식 배정 비율에 상응하는 돈을 부담해야 한다. 앞서 말한 주주·지분 구성에서 2조원의 투자금을 조달하면 최대주주는 6600억원을 내야 한다. 자금 조달 규모가 6조5000억원이라면 최대주주가 내야 할 돈은 무려 2조1450억원에 이른다.

물적 분할을 보자. 시장에서 10조원 가치로 평가 받은 사업을 물적 분할해 신설 기업을 만들고, 이를 통해 신규 외부 투자금 10조원을 조달해도 A기업은 B기업의 지분율 50%+1주를 유지할 수 있다. A기업이 B기업의 지분율을 지주사의 상장 자회사 지분 규정인 20%까지 낮추면 산술적으로 외부 투자금을 무려 40조원까지 손에 쥘 수 있다.

물적 분할한 신설 기업 B를 주식 시장에 실제 상장하면, A기업은 더 많은 돈을 손에 쥘 수 있다. 분할 전 A기업으로부터 집중적인 투자를 받았던 신성장 사업이고, 알짜 자산을 다수 갖고 있다면 B기업의 시장 평가와 투자 가치가 더 커지기 때문이다.

돈 문제만이 아니다. 대기업, 특히 재벌 체제의 상당수 그룹이 공통적으로 골치 아파하는 현실적 고민이 있다. 지배구조 정점에 있는 최대주주의 지배력을 최소의 비용으로 어떻게 강화할 수 있느냐이다. 돈 되는 사업과 우량 자산을 가진 알짜 사업 물적 분할이 이들의 고민 해결책으로 떠오르는 분위기가 뚜렷하다. 기존 기업과 신설기업이 ’계열사‘ 관계인 수평 구조로 기업을 쪼개는 인적 분할과 달리, 물적 분할은 기존 기업이 신설 기업 지분 모두를 독점해 ‘완전 자회사’화하는 수직 구조로 기업을 나눈다. 흔히 최대주주가 기존 기업의 지분만 손에 쥐고 있어도 지분율 희석 없이 신설 기업까지 강하게 지배할 수 있는 체제인 셈이다. 더구나 이 과정에서 최대주주는 한 푼의 돈도 부담할 필요가 없다.

지주사와 계열사에 대한 지분율이 낮고 현금 동원력이 약한 몇몇 대기업과 재벌의 최대주주, 또 경영진과 기업에게 물적 분할에 숨겨진 이들 요소는 매력적일 수밖에 없다. 반대로 이런 요소들이 일반 주주에게는 주주 권리 침해와 투자 가치 훼손, 심지어 주가 급락에 따른 직접적 재산 손실 가능성으로 작용하게 된다.

 

SK이노베이션 물적 분할 선언 후 투자자 분노, 주가 폭락

변동성 적은 대형주로 꼽혀 온 SK이노베이션의 주가가 배터리 사업 물적 분할 발표 이후 50일 만에 22%가량 폭락하고 이는 소액주주들의 불만으로 이어지고 있다.(사진=셔터스톡)

자본 시장에서 최근 물적 분할 이슈로 뒤숭숭한 대표적인 곳이 SK이노베이션이다. 정유 등 석유·화학과 미래 먹거리로 홍보해 막대한 투자를 쏟아 붓고 있는 2차전지(배터리) 사업이 주력인 SK이노베이션은 SK텔레콤과 함께 SK그룹의 양대 축이다.

지난 7월1일 SK이노베이션 김준 사장의 ‘분할’ 관련 첫 언급 한 달 뒤 8월4일, SK그룹과 SK이노베이션 경영진은 “SK이노베이션의 2차전지 사업(분할 후 ‘SK배터리)과 석유·LNG개발 사업(분할 후 ’SK E&P’)을 물적 분할해 자회사화 하겠다”고 선언했다. 그 즉시부터 SK이노베이션의 주가도 걷잡을 수 없이 폭락하고 있다.

6월30일 29만5500원(종가)이던 주가는 김준 사장의 언급이 나온 7월1일 26만9500원으로 하루만에 8.8% 급락했다. 배터리 사업 물적 분할을 못 박은 8월4일도 3.8%나 추락했다. 급등락 등 주가 변동성이 적은 대형주로 꼽혀 온 SK이노베이션의 주가가 7월1일~8월19일, 불과 한 달 20일 만에 22.17%나 폭락하는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당장 일반 주주들의 반발과 분노가 폭발하고 있다. 상당수 주주들은 그룹 최대주주의 침묵 속에 측근들로 구성된 해당 계열사 경영진이 밀어붙이고 있는 물적 분할이 주주 권리를 일방적으로 제한하고, 기업 가치까지 훼손하고 있다는 주장을 강하게 내놓고 있다.

일부 주주들 사이에선 ‘소수의 경영진이 누군가의 지배력 확대와 이익을 위해 물적 분할을 동원한 게 아니냐’는 의혹까지 떠돈다. 주총 반대 표결은 물론, 물적 분할 내용 중 몇몇 부분을 거론해 ‘자본 시장을 교란하는 요소이자, 편법 꼼수 경영’이라며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을 통한 항의와 법적 대응 의사를 밝히는 강경한 주주들까지 나오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의 물적 분할은 그동안 SK그룹 차원에서 그동안 미래 사업으로 홍보하며 집중 투자해 온 2차전지 사업을 신설 회사(가칭 SK배터리)로 분할하고, 기존 SK이노베이션의 현금성 자산 상당 부분을 분할 한 SK배터리가 가져가는 것이다. 올해 1분기 결산을 기준으로 SK이노베이션 측이 이런 물적 분할을 단행했을 때 물적 분할 전 기존 기업(분할 전 SK이노베이션)과 분할 후 존속(SK이노베이션) 및 신설 기업(SK배터리)의 재무 상태를 비교한 것이 있다.(‘실제 분할기일 기준으로 작성될 재무 상태와 차이가 있을 수 있다’는 단서가 달려 있다.)

SK이노베이션의 서산 배터리 공장 전경. SK이노베이션은 9월 16일 임시 주주총회를 열고 배터리 사업을 100% 자회사로 물적 분할하는 안건을 논의할 예정이다. (사진=연합뉴스)

 

껍데기뿐인 기업과 알짜로 배 채운 기업

 

올 1분기 기준 SK이노베이션 총자산은 18조4809억원이다. 그런데 2차전지 사업을 물적 분할하면 총자산의 25.1%인 4조6308억8700만원을 신설 기업 SK배터리가 자산으로 가져간다. 눈에 들어오는 내용이 있다. 현재 SK이노베이션이 소유한 5165억원 규모의 현금과 현금성 자산(단기금융상품 포함) 중 73%인 약 3771억원을 물적 분할 시 SK배터리가 가져간다는 점이다. 이렇게 되면 존속 기업인 SK이노베이션에 남는 현금과 현금성자산(단기금융상품 포함)은 878억원에 불과하다.

물적 분할 전인 1분기 SK이노베이션이 갚아야 할 빚인 사채 및 장기차입금은 2조2336억원이다. 물적 분할로 현금과 현금성 자산의 73%(단기금융상품 포함)를 가져가는 SK배터리가, 빚인 사채 및 장기차입금은 불과 31.2%인 6976억원만 가져간다. 분리 후에도 기존 SK이노베이션은 이보다 두 배 이상 많은 사채 및 장기차입금 1조4778억원을 계속 책임져야 한다.

참고로 2021년 1분기 기준 SK이노베이션의 총매출 중 2차전지 등 배터리 사업의 매출 비중은 6%에 불과했다. 재무상 전체 매출 비중이 6%인 사업이 물적 분리를 통해 기존 기업이 보유한 총자산 25.1%를, 현금 포함 전체 현금성 자산은 무려 73%를 빼가는 것이다. SK이노베이션 기존 주주들은 분할 후 SK배터리 주식을 단 1주도 갖지 못하는데, 현금과 현금성 자산은 SK배터리가 챙겨가고 갚아야할 빚 상당액을 SK이노베이션에 남기는 현실에 불만이 폭발한 것이다.

기존 기업의 가치 추락과 주가 폭락 등 투자 가치 훼손 문제와 함께, ‘물적 분할로 가장 큰 이익을 챙기는 이가 결국 누구인가’에 대한 문제 제기와 의혹이 끊임없이 이어지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물적 분할로 가장 큰 이익을 챙기는 사람

사실 알짜 사업, 돈 될 것이 분명한 핵심 사업을 떼어내는 물적 분할에 반발하고 있는 건 SK이노베이션의 주주들만이 아니다. 자율주행과 무인·무선전기차충전 사업 물적 분할에 나선 자동차 부품사 만도, SK보다 먼저 배터리 사업 물적 분할에 나선 LG화학 등 다른 기업 주주들 역시 그룹 최대주주와 경영진이 내놓은 분할 내용과 형태, 방식과 시기에 강하게 반발하며 자본 시장 교란과 편법 논란에 불을 붙이고 있다.

자본시장과 기업 경영 과정에서 일반 주주는 투자자임에도 불구하고 약자의 위치에 있는 게 현실이다. 최대주주와 경영진이 분할 후 신설 회사를 상장까지 시킨다면 일반 주주의 허탈감은 더 커 질 수밖에 없다. 분할 전 기존 주주들의 투자를 밑천으로 다져진 기업의 부(富)와 가치가 지배주주에게 그대로 이전되는 현상이 나타나기 때문이다.

주주의 권리 침해를 최소화할 보완책과 기업 성장할 수 있는 방안을 함께 찾는 건 쉽지 않은 문제다. 분명한 건 물적 분할을 단순히 ‘좋은 것 혹은, 나쁜 것’이라는 이분법 논리로 접근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기업과 주주 간 신뢰, 수긍 가능한 합리성과 도덕성이 훼손되면 기업도 주주도 시장도 모두 상처를 받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조동진 필자
17년차 기자. 사회 현안에 대한 이슈와 함께, 경제와 금융, 그리고 자본 시장과 기업들의 지배구조, 자금 흐름에 대한 이야기를 취재하고 써왔다. 특히 여러 이해관계자들 예컨대 기업·정부·정치·주주 소비자 등이 얽혀 서로 부딪치는 난수표같은 자본의 흐름을 풀어헤치는 일에서 일의 재미를 찾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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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과 갈등이 끝나도 상대는 남는다. 미국은 한국(1953), 쿠바(1959), 베트남(1975), 이란(1980)에서 이를 학습했다. 어떤 때에는 봉합을 서둘러야 했고 어떤 때에는 딱쟁이가 진 뒤에도 내버려뒀다. 미국과 아프간 관계는 어떠할까? 미국의 외교 목표가 중국에 대한 전략적 다층적 포위망 구축에 있다면 향후 미-아프간 관계는 ‘적절한 수준의 대화와 협력’이 점쳐진다.  아프간 문제는 남의 일이 아니다. 한국 언론과 최초로 인터뷰한 아프간 대표부의 샤힌 대변인은...

[김택환 칼럼] 슈뢰더는 메르켈을 낳고, 메르켈은 숄츠를 낳는 기묘한 독일식 민주주의

  독일 정치는 연정이 특징이다. 메르켈 총리의 16년 집권기간은 그가 이끄는 기민당의 시간이기도 했지만 임기내내 메르켈 정부는 사민당의 참여하에 운영된 좌우합작 연합정권이었다. 9월 26일 총선을 보름여 앞둔 독일 정가는 좌파 정당 강세가 뚜렸하다. 비록 녹색당 최초의 총리 후보인 1980년생 베어복이 자충수로 지지율을 일부 깎아먹었지만 좌파인 사민당과 녹색당의 지지율 합계 41%는 다당제인 독일에서 이례적으로 높은 지지율이다. 독일은 과연 좌우합작에서 좌-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