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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왕준 긴급제언] ‘확진자 수’보다 ‘백신 접종률’ 따라 방역 패러다임 전환해야

By | 2021년 8월 12일 | 정책

인천국제공항 제1터미널 출국장 의자에 붙어있는 ‘사회적 거리두기’ 스티커. 지난 11일 0시 기준 신규 확진자 수가 코로나19 이후 처음으로 2000명을 넘어 2223명까지 치솟았다.(사진=연합뉴스)

이왕준 박사(명지병원 이사장)는 2009년 신종플루 때부터 감염병 방역 일선에서 활약해왔다. 이 박사는 최근 미국, 영국, 이스라엘의 코로나19 확진자 폭증 사례를 들어 한국도 몇 달 후 겪을 5차 대유행의 대책을 말한다. 핵심은 세 가지다.
첫째, 사회적 거리두기보다 백신 접종률에 따른 통제전략을 실천해야 한다. 장차 치료제가 개발되면 ‘백신+치료제’라는 이중의 방어막을 활용할 수도 있다. 둘째, 코로나19에 감염돼 중증환자가 될 확률이 높은 고령자, 기저질환자, 사회적 취약계층에 대해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한다. 셋째, 코로나19 장기화에 대비해 의료역량과 자원 확보에 더 힘을 쏟아야 한다. 이를 위해 종합병원들이 감염병 환자와 일반 환자를 모두 돌볼 수 있는 듀얼 트랙 시스템(Dual Track System)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것이다. [편집자]

#코로나19 확진자 日 2000명 육박
 4차 대유행은 3월부터 예고된  것
#’짧고 굵게’ 통제하기 어려운 상황
 5차 대유행 대비할 세 가지 전략은?
①백신 접종률 따른 통제전략 실행
②코로나19 취약계층 보호 우선
③의료역량과 자원 확보에 힘 쏟아야

마침내 하루 확진자 수가 2000명 선을 오르내리고 있다. 7월 12일부터 시작된 4단계 거리두기에도 불구하고 1000명대에서 2000명대로 그 규모가 두 배로 커졌다. 이 추세는 머지않아 3000명을 훌쩍 넘어 4000명에 육박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8월 접어들어 필자에게 많은 문의가 쇄도하고 있다. 질문은 두 가지다.

첫째는 “이 확산 추세가 어디까지 갈 건가?”이고, 둘째는 “그러면 앞으로 어떻게 대처해야 하나? 계속 사회적 거리두기를 더 강화해야 하나?”이다.

#4차 대유행, 올해 3월부터 예고됐다

먼저 현재의 코로나19 4차 대유행에 대한 냉정한 분석이 요구된다.
많은 전문가들이 3차 유행 규모가 올해 3월 이후 소강상태로 접어들었을 때부터 몇 개월 후 다가올 연이은 4차 대유행을 경고했다. 크게 두 가지 이유였다.

첫째, 소강 국면에서도 바닥 레벨이 500명 이하로 떨어지지 않고 무증상 환자가 누적되고 있는 상황에서 4차 대유행은 필연적으로 도래하며, 그 진폭과 파고는 3차 때보다 최소 3~4배에 달할 거라는 예측이었다. 이런 경향은 해외 여러 나라에서도 목도되었다.

둘째, 델타 변이 바이러스의 급속한 확산이다. 델타 변이는 그 앞의 알파나 베타 변이와는 전혀 다르게 최대 8배까지의 전파력을 지니며, 백신의 중화항체 방어력을 3분의 1까지 떨어뜨릴 수 있는, 어찌 보면 제3의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라 여겨야 할 만큼 새로운 종자로 변이된 바이러스다.

이미 전 세계가 급속하게 이 델타 변이종으로 대체되고 있고 우리나라도 조만간 거의 100% 대체될 것이다. 미국 및 유럽의 질병통제예방센터(CDC)들이 코로나19 대응의 패러다임 변경을 선언했고, 시민들에게 다시 마스크를 쓰게 하고, 부스터 백신 접종에 돌입했다. 한국의 4차 대유행은 첫째와 둘째 요인이 합쳐지면서 ‘결코 짧고 굵게 통제될 수 없는’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미국, 이스라엘, 한국의 확진자 수와 백신 접종률 추이>

**미국, 이스라엘은 한국보다 백신 접종률이 상대적으로 높은 나라다. 백신 접종률이 높아지면서 확진자 수는 지난 6월까지 감소하는 경향을 보이지만 델타 변이 등의 확산으로 백신 효과를 무력화시키고 있다. 한국의 경우 상대적으로 백신 접종률이 낮아 비교하기는 쉽지 않지만 델타 변이 확산의 영향으로 지속적으로 확진자 수가 증가하는 추세다. 백신 접종률이 확진자 수의 증가율을 따라 잡지 못하면 의료시스템의 붕괴 등 심각한 위기를 맞을 수 있다.

#몇 달 후 5차 대유행 대책은?

그렇다면 어떻게 이 상황에 대응하고 새로운 통제 시스템을 짤 것인가?

①백신 접종률 따른 통제전략 실행해야

첫째, 전문가 집단의 폭넓은 의견을 바탕으로 시급하게 패러다임 변환을 시도하고 국민적 공감과 이해를 얻어가야 할 것이다.
4차 대유행이 설령 앞으로 한 달여 후에 잠시 소강상태를 맞이해도, (※여기서 소강상태라고 해봐야 매일 1000명대 수준이 유지되는 정도다.) 또 몇 달 후에는 5차 대유행이 올 수 있음을 고려해야 한다.
백신 접종률이 70% 수준에 도달해도 5차 유행이 올 수 있다는 것은 이미 미국, 영국, 이스라엘 등에서 생생하게 목도하고 있는 사실이다.

따라서 앞으로는 단순히 확진자 수의 증감에 따른 기계적 대응 패러다임을 버리고 새로운 전략적 통제 시스템을 정교하고 치밀하게 다시 수립해야 한다. 현재의 가장 유력한 게임 체인저는 백신 접종이니만큼 확진자 수가 아니라 백신 접종률에 따른 통제 전략을 세우고 이를 전략적으로 구현해야 한다. 그래야 국민들이 미래를 예측하며 스스로 상황 통제 기전(機轉)에 참여할 수 있다.

우리의 현재 상태는 아직 백신 접종이 많이 저조하기 때문에 단기적으로 사회적 거리두기 전략을 병행할 수밖에 없지만 백신 접종률에 연동해 보다 신속한 패러다임 전환을 선언해야 할 것이다. 이럴 경우 백신 접종에 대한 자발적인 국민적 참여도 동시에 유도할 수 있다. (※하반기 경구치료제가 도입되면 ‘백신+치료제’라는 이중의 방어막을 활용할 수 있다.)

백신 공급이 좀 더 원활해진다면 이러한 패러다임 전환은 훨씬 수월해질 수 있을 것이다. 아이슬란드 등 여러 국가나 기관의 의학적 보고에 따르면 백신 접종자의 경우에는 (※아스트라제네카와 화이자 백신이 반반이었다.) 돌파감염이 일어나도 사망률이 거의 10분의 1로 떨어지는 것으로 보고된다. 이 정도면 ‘계절 독감’ 수준이니만큼 의학적으로 감당할 수 있는 부담이 획기적으로 개선된 것이다.

 

<가천의대 정재훈 교수 연구팀이 7월 초에 예측한 수리과학적 모델링>

**여섯 가지 시나리오 중 감염재생산지수가 1.3이 되는 최악의 경우 10월 초에 하루 확진자 수가 2000명을 넘길 것으로 예측되었다. 그러나 최악의 시나리오보다 더 나쁜 상황이 지금 벌어지고 있다. 델타 변이 바이러스의 전파력이 매우 높기 때문이다. 하지만 유일한 희망은 확진자의 급증에도 불구하고 사망자와 중환자는 급증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강력한 사회적 거리두기의 효과도 없지 않겠지만, 실제 인구 이동량이 줄지 않은 것을 감안하면 이는 백신 접종의 효과로 보아야 한다. 특히 백신의 사망예방효과는 변이 바이러스 유행에도 크게 영향을 받지 않는다. 따라서 백신 접종률이 높아지고 전체적인 면역 수준이 올라가면서 특히 고위험군에 대한 보호 조치가 적절히 취해질 경우, 영국·싱가포르 등이 고려하고 있는 방역의 패러다임 전환도 고려해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아직은 그럴 시점이 아니다. 백신 접종률이 1차가 40%를 겨우 넘겼고 완료 비율은 아직 20%에 한참 못 미치고, 고위험군 중에도 미접종자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방역 패러다임 변화는 1차 접종률이 ‘최소한’ 60~70%에 도달했을 때 고려해야 하는 사항이다. 그래서 낮은 백신 접종률이 더욱 안타깝다.

②코로나19 취약계층 보호를 우선해야

둘째, 취약계층과 중환자에 대한 선제적 보호 전략을 세워야 한다. 코로나19의 전 지구적 상시화 상황에서 4차, 5차 대유행에 효율적으로 대응하려면 중환자로 악화될 확률이 높은 고령자, 기저질환자, 사회적 취약계층에 대해 선제적인 대응을 해야 한다. 부스터를 포함한 백신 접종에 우선순위가 주어져야 하는 것은 기본이다. 취약 계층을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다면 더 이상 무리한 사회적 봉쇄를 지속할 필요가 없어질 것이기 때문이다.
전체 확진자 숫자를 줄이는 데 최종 목표가 맞춰지는 게 아니라 코로나19에 취약한 대상과 계층을 보호하는데 기본 목적을 두어야 한다.

델타 변이 확산으로 인해 ‘70% 백신접종이면 집단면역이 형성된다’는 개념이 무력화되면, 향후 방역의 목표 자체가 달라진다. 즉 확진자 수를 줄이는 게 아니고 중환자를 잘 치료하고 사망자를 줄이는 것으로 변경되는 것이다.

이미 상대적으로 치명률이 낮은 젊은층(20대는 0.01%, 30대는 0.03%, 40대는 0.06%)에 비한다면 실제 방역의 타깃은 고령자를 포함한 고위험군이다. 따라서 백신 접종의 우선순위 또는 부스터 샷의 배정 순위 등이 이 원리에 따라 움직일 수밖에 없다. 국내의 경우도 올해 봄부터 백신 공급이 시작되면서 작년 1.5%를 넘나들던 코로나19의 치명률이 올해 6월 들어서는 0.2% 수준으로 떨어졌다.

③의료역량과 자원 확보에 힘 쏟아야

셋째, 코로나19 장기화에 대비해 지속 가능한 의료역량과 자원 확보에 더 힘을 쏟아야 한다.

작년 12월의 3차 대유행이 시작된 이후에야 부랴부랴 서둘러 증설한 중환자 시설 및 음압격리병실은 벌써 한계를 드러내기 시작했다.
일본의 경우도 확진자가 하루 1만5000명을 넘으면서 병상이 포화상태에 이르렀다. 원래 7만7000개의 병상이 준비되어 있는데 실제 입원한 사람은 12만6000명을 넘어섰고, 도쿄와 수도권은 400% 초과 상태라고 한다.
우리는 생활치료센터 등 중간시설을 통해 버퍼 역량을 키웠지만, 아직도 중환자를 돌볼 수 있는 병상과 인력은 턱없이 모자라는 형편이다. 과연 지금보다 중환자가 더 늘어나고 유행기간이 길어진다면 어떻게 감당할 수 있을지 심히 염려되는 대목이다.

결국 코로나 거점병원뿐만 아니라 모든 의료시스템이 감염병 환자와 일반 환자를 모두 돌볼 수 있는 듀얼 트랙 시스템(Dual Track System)으로 전환되어야 한다. 이 시스템은 작년 초반부터 의료계 전문가들이 모두 동의한 지속가능한 모델이다.

즉 종합병원급 이상의 의료기관들 중 능력과 의지가 있는 곳을 지정해, 전체 capacity의 10% 정도를 감염병 전담병상과 시설로 전환시키고 일반 진료기능을 유지하면서도 코로나 중증전담병원 역할을 부여하는 것이다.

더불어 팬데믹 초기부터 제기된 ‘감염재난수가’가 시급히 상설화되어야 할 것이다. 현재의 코로나 전담병원에만 한시적으로 적용되는 수가가 아니라 재난수가로서의 안정된 재정지원이 없이 의료기관들의 적극적 참여를 독려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8월 10일 기준으로 에크모(ECMO, 혈액을 몸 밖으로 빼낸 뒤 산소를 공급해 다시 주입하는 장치) 치료를 받는 ‘초위중’ 코로나19 환자의 수가 53명에 달한다. 집계를 시작한 작년 9월 이후 최고치인데, 최근 한 달 새 두 배로 늘어난 것이다. 특히 50대 이하 젊은 중환자 비중이 늘어나고 있어서 중환자 병상이 빠르게 소진되고 있다. 의료 체계에 주는 부담 측면에서는 확진자 전체 숫자보다는 위중증 환자의 숫자가 훨씬 중요하다. 백신 접종률 제고와 함께 우리가 가장 고민해야 하는 것은 시설-인력 측면에서 중환자 치료 역량을 확충하는 일이다. (자료=대한흉부심장혈관외과학회)

결론적으로 우리가 취해야 할 전략은 매우 자명하다. 이번 코로나 팬데믹은 ‘장기전’과 ‘진지전’을 병행하여 대응하지 않으면 필패(必敗)다. 유행의 파고가 지나갈 때마다 일희일비하면서 쥐었다 풀었다를 반복하는 대응전략은 더 이상 작동하기 어려울 것이다.

유발 하라리의 다음 발언은 우리의 선택에서 무엇이 본질인지를 다시 짚어내고 있다.

“우리는 바이러스에 직면하고 있는 상황을 충분히 이해하고 있고, 기술이 있으며, 이를 극복할 경제력이 있다. 문제는 ‘이런 힘을 어떻게 쓰느냐’이다. 그리고 이건 본질적으로 정치적인 물음이다.”

 

**백신 접종률이 올라가면 사망자가 감소하는 것은 확실하다. 위 그림에서 이스라엘(B)과 미국(D)은 백신 접종 후 사망자와 감염자가 확실히 감소했다. 영국(C)의 경우도 확진자가 최근 늘어나고 있지만 사망자는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다. 우리나라(A)는 백신 접종률이 그리 높지 않지만, 확진자가 늘어나는데 비해 사망자는 증가하지 않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자료 출처=https://ourworldindata.org/coronavirus)


이왕준 필자

서울대 의대를 졸업한 외과 전문의이자 의학박사다. 현재 명지병원 이사장이며 신문 <청년의사> 발행인이다. ‘병원을 고치는 의사’, ‘영원한 청년의사’, ‘의료계 최고의 마당발’ 등으로 불린다. 외과 의사이지만, 2009년 신종플루 때부터 감염병 일선에서 일해왔다. 당시 질병관리본부의 전문가위원회에 처음 위촉된 후 감염병이 돌 때마다 전문가위원으로 11년째 활약하고 있다. 대한병원협회에서도 신종플루 상황실장(2009년), 메르스 대책위원장(2015년)에 이어 신종 코로나 비상대응실무단장(2020년)을 맡았다. 최근 국무총리를 위원장으로 하는 민관합동 ‘글로벌 백신 허브화 추진위’ 민간위원에 위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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