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일 오후 서울  YTN미디어센터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대선 예비후보 토론회를 앞두고 이재명 후보가 이낙연 후보 옆을 지나고 있다. (사진=국회사진기자단)

손자병법에 나오는 ‘지피지기 백전불태’라는 말은 선거판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보수·진보 진영은 상대방 캠프의 경쟁력을 어떻게 평가하고 있을까.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지난 8일 경북 안동의 토크콘서트에서 내년 대선과 관련해 이런 발언을 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다시 나오지 않는 이상 5% 이상 차이로 패할 것이다.” 2030세대의 지지를 촉구하기 위한 발언이지만, 동시에 상대방에 대한 전력(戰力) 평가를 은연중 드러낸 것이다.<피렌체의 식탁>은 보수·진보 논객들의 글을 기획시리즈로 싣는다. 차기 대선을 앞두고 여야 양쪽을 객관적으로 분석하는 한편 장·단기 판세를 예측해보기 위해서다. 첫 번째 필자는 ‘보수 성향’의 장경상 박사다. 장 박사는 더불어민주당의 강점과 약점을 짚어본다. [편집자]

#이재명·이낙연 난타전에 경선 흥행  군소 후보 존재감 줄고 중도층 주춤#지지율 압도했던 '명박대전'과 달라   과도한 네거티브, 본선 후유증 남겨#본선 승리는 '수도권 경쟁력'이 좌우  상대방 텃밭 공략, 삶의 서사도 중요#이재명 유리하지만 親文 지지층 변수  후보 단일화가 막판 변수 될지 주목

차기 대선이 딱 7개월 남았다. 더불어민주당의 당내 경선도 3분의 1 지점을 지나고 있다. 7월 11일 예비경선 컷오프 결과가 발표된 후, 경선 초반 한 달은 이낙연 후보가 반전의 계기를 마련한 시간이었다. 1등 주자인 이재명 경기지사는 상대적으로 주춤거렸다. 하지만 후발 주자들의 견제와 검증 공세에다, 야권의 네거티브 공격까지 겹쳤던 걸 감안하면 나름 선방한 셈이다.

민주당의 본격적인 순회경선은 9월 4일 대전·충남에서 시작될 예정이다. 1등의 굳히기와 2등의 뒤집기가 8월 한 달을 더욱 뜨겁게 달굴 것으로 보인다. 과연 9월 순회경선에서는 어떤 드라마가 펼쳐질지 기대된다.

그들만의 리그, 결선투표 확률 낮아져

경선 초반 한 달의 주인공은 이낙연 후보였다. 마냥 신사일 줄 알았던 그의 공격적 자세는 예상을 뛰어넘었다. 이재명 후보도 그냥 당하지만은 않았다. 두 후보는 바지, 형수 욕설, 백제 발언, 탄핵과 적통, 옵티머스 뇌물 등을 키워드로 치열한 난타전을 벌였다.

1위, 2위 간의 치열한 경쟁 덕에 경선 흥행의 불씨는 타올랐지만, 군소 후보들의 도약이라는 또 다른 흥행 요소를 잠재웠다. 특히 민주당의 외연 확장 측면에서 기대를 모았던 박용진 후보의 경우 갈수록 존재감이 작아지고 있다. 여권 지지층 간의 혈투가 중도성향 유권자의 접근을 차단하는 기제로도 작용하고 있는 셈이다.

군소 후보들의 왜소화는 이낙연 후보에게 부메랑으로 돌아올 수 있다. 결선투표 가능성을 낮출 수 있어서다. 두 후보로의 쏠림현상은 결국 순회경선에서 1위 주자의 과반 득표 가능성을 높인다.

2017년 민주당 경선 당시 안희정 충남지사는 1월 6%에서 2월에 22%까지 치고 올라가며 경선 흥행을 주도했다. 반면, 2016년 12월 18%의 지지율로 한껏 기세를 올렸던 이재명 성남시장은 2월 8%로 주저앉았다.안희정 지사는 결선투표 분위기를 한껏 띄웠으나, 대세를 못 뒤집어 4월 3일 문재인 후보가 57%의 지지율로 결선투표 없이 승리를 굳혔다.

이번 경선 초반에도 이낙연 후보가 이재명 후보의 독주를 막은 것은 사실이나 그 격차는 여전하고 갈 길은 멀다. 독자적인 뒤집기가 최선이겠지만, 지금부턴 결선투표를 향한 경선구도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 그렇게 하려면 네거티브 공방을 정책-비전 경쟁으로 바꿔야 한다. 그래야 중도층의 관심을 끌 수 있고, 군소 후보에게도 도약할 공간이 생긴다.

네거티브 경선흥행? 명박대전과는 달라

이재명·이낙연 두 후보 간의 치열한 싸움은 경선 흥행에 기여했다. 야권 1위 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까지 네거티브 공방에 끌어들여 윤석열의 지지 기반을 흔드는 부수 효과까지 거두었다.

이른바 ‘명낙대전’이라고 불리는 네거티브 공방을 통해 민주당은 경선 흥행과 야권 1위 견제라는 ‘양수겸장’ 효과를 본 것은 사실이다. 2007년 대선 당시 한나라당의 이명박·박근혜 검증공방(이하 ‘명박대전’)에 견주는 목소리도 나온다. 그런 연장선상에서 당 내부의 ‘후보 검증단’ 요구까지 제기되고 있다. 경선 흥행을 넘어 본선 경쟁력까지 확보하겠다는 심모원려가 있는지 필자로선 알 길이 없다.그러나 2007년 명박대전과 2021년 명낙대전은 엄연히 다르다.

위 표에서 보듯이 2007년 한나라당의 두 후보는 여야 전체 지지율에서 그 합이 60%를 넘어섰다. 사실상 누가 후보가 되든지 본선에서 이길 거라는 낙관론이 팽배했다. 그런 분위기에서 당 차원의 검증청문회를 실시한 것이다.

경선후유증을 걱정해 검증청문회를 실시했지만, 막상 본선에서는 이회창 무소속 후보의 깜짝 등장으로 보수-중도층에서 15.1%가 이탈하는 결과를 낳고 말았다. 당시 이명박 후보는 과반에 못 미치는 48.7%로 대통령에 당선됐다.현재 민주당은 당시 한나라당이 처했던 상황과는 아주 다르다. 여야 주자들의 지지율 합(合)을 비교해 보면, 국힘보다 앞서고 있는 것은 사실이나 압도할 만한 수준은 아니다.

위 표에서 보는 것처럼 차기주자군 간의 지지율 총합과 여야 격차는 10%p 안팎이다. 민주당 후보들의 지나친 네거티브와 검증 공방은 2007년 한나라당 사례에서 보듯이 본선 경쟁력과 경선 후유증 측면에서 바람직하지 않다. 2007년 8월 20일 한나라당 경선에선 ‘이명박 49.6%, 박근혜 48.1%’로 박빙의 승부를 연출했다.

당시 박근혜 후보는 전당대회 직후 곧바로 승복을 선언했다. 하지만 이명박 진영은 본선에서 박근혜 후보 측을 멀리했다. 그러다 이회창 무소속 후보가 등장하자 태도를 바꿔 박 후보 측에 도움을 요청하게 된다.

본선 승리를 100% 장담하는 상황에서 벌어진 검증공방도 이랬을진대, 아직 본선 승리를 장담하기에 역부족인 민주당이 과연 검증공방의 후유증을 감당할 수 있을까? 경선 흥행에 취해 네거티브 공방에 깊숙이 빠져들면, 본선에 가서 중도층 이탈과 경선 후유증이라는 역풍에 반드시 직면하게 될 것이다. 민주당은 그런 이중고를 감당할 정도로 대세를 장악한 상황이 아니다.

본선 승리는 ‘수도권 경쟁력’이 좌우

이낙연 후보가 경선 초반에 기세를 올리고 있지만, 결국 핵심은 수도권에 있다. 본선 경쟁력에서 제일 중요한 게 수도권 민심이기 때문이다. 이 지점에서 이낙연 후보는 이재명 후보에게 여전히 뒤지고 있다.

한국갤럽 8월 1주차 조사만 놓고 보자면, 이낙연은 윤석열의 16%에도 미치지 못한다. 이재명에게 경쟁력의 원천은 수도권이다. 이 점에서 이재명은 확실한 본선 경쟁력 우위를 과시하고 있다.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은 정몽준 후보와의 단일화 과정을 통해 수도권 경쟁력을 확보했고, 이명박 전 대통령은 서울시장 경력 및 성과를 통해 이를 선점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2012년 대선에서 안철수와의 단일화를 통해 경쟁력을 보완했다.

대선 본선에서 승부를 가르는 두 번째 변수는 상대방 텃밭 공략이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은 자신의 고향과 후보 단일화를 활용해 부산·울산·경남을 흔들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구(舊)민주계와의 연대를 통해 호남 민심을 흔들었다. 그 덕에 전북에서 13.22%, 전남에서 10% 득표율을 올렸다.

이런 측면에서도 이재명 후보는 상대적 우위를 점한다. 아래 표에서 양이(兩李)에 대한 대구·경북 지지율 추이를 살펴보면, 그 차이를 분명하게 알 수 있다.

삶의 서사, 친문 표심도 주요 변수로 작용

세 번째 변수가 있다면, 유권자의 감성을 자극할 내러티브, 삶의 서사(敍事)일 것이다. 한국인들은 역사의 굴곡이 심해서인지 개개인 삶의 어려움을 공감하는데 인색하지 않다. 소년공에서 대선후보까지 성공드라마를 써온 이재명 후보의 삶은 한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서사구조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물론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도 마찬가지였다.

마지막으로 변수 하나를 추가하자면, 대선 주자와 현직 대통령과의 관계다. 현직 대통령에 대한 부정과 폄하는 역대 집권여당의 당내 경선에서 약방의 감초였다. 김영삼 전 대통령과 이회창 후보, 박근혜 전 대통령은 모두 자당 출신의 현직 대통령에 대한 비판공세로 본선경쟁력을 높였다.

그런데 20대 대통령선거를 앞둔 여당은 그와 전혀 다른 상황을 겪고 있다. 8월 1주차(한국갤럽) 대통령 직무수행 지지율은 연중 최고치인 41%나 됐다. 임기 5년차 대통령으로서는 매우 이례적이고, 역대 대통령의 동기(同期) 지지율보다 압도적으로 높은 편이다. <아래 그림 참조>

문재인 대통령의 높은 지지율은 민주당 경선주자들에게 현직 대통령과 각을 세우기 어렵게 만든다. 야권도 예외는 아니다. 반문(反文) 구호만으로는 정권교체가 어렵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금처럼 지지율 고공 행진을 계속할지는 장담할 수 없다. 하지만, 정국 흐름상 급작스런 하락을 기대하기 어려워 보인다. 이 지점에서 이재명 후보와 이낙연 후보의 희비가 엇갈린다. 이재명의 지지율에는 상대적으로 반문(反文)의 농도가 짙게 투영돼 있기 때문이다.

이번엔 보수가 막판에 후보단일화?

역대 대통령선거에서 진보진영이 후보단일화 없이 본선을 치른 경우는 2017년 19대 대통령선거가 유일하다. 1987년 13대 대선 땐 YS와 DJ의 동반 출마로 정권교체에 실패했다. 1992년 14대 대선에서는 YS와 맞붙은 DJ(33.8%)가 제3후보인 정주영(16.3%), 박찬종(6.4%)에게 발목이 잡혔다.

하지만 DJ는 1998년 15대 대선에서 DJP 연합으로 정권교체를 이룬다. 이후 진보진영은 단일화를 통한 승리 경험을 쌓아나간다.2002년 16대 대선에서는 노무현-정몽준 단일화로 정권연장에 성공한다. 2012년 18대 대선에서 문재인 후보는 안철수와의 단일화로 박근혜 후보에 맞선다. 결과는 3.53%p 차이 석패였다. ‘대통령 탄핵’이라는 특수상황에서 치른 19대 대선을 제외하면, 후보단일화는 대부분 진보 진영의 단골 메뉴였다.

물론 내년 대선을 앞두곤 제3지대 후보군의 존재감은 어느 대선 때보다 미약하다. 굵직한 제3후보감들이 일찌감치 야당 행을 결정했기 때문이다.하지만 역대 대선은 대부분 1%p 내지 4%p 차이로 승패가 엇갈렸다. 중도층의 민심을 등에 업고, 이번 대선에서도 김동연 전 부총리나 안철수 대표가 선거 막판에 몸값을 올릴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박빙의 승부에선 포용과 유연성 중요

정권교체를 꿈꾸는 국민의힘은 제3지대 후보군을 거의 모두 당내로 흡수한 상태다. 안철수 대표마저 합당에 동의한다면, 사실상 김동연 전 부총리가 홀로 남게 된다.박빙의 승부세계에선 깃털 하나로도 저울추의 균형을 깰 수도 있다. 제3지대의 세력이 작지만 누군가 막판에 캐스팅보트를 쥐지 않으리라고 누가 장담할 수 있겠는가?보수·진보 어느 쪽이든 제3지대와 언제든지 손을 잡을 수 있는 포용성과 유연성이 요구되는 이유다. 이 부분은 원래 진보 진영의 경쟁력이 강했다.

민주당 당내 경선은 재미와 흥미를 더하면서 전개되고 있다. 지금으로서는 이재명 후보가 이길 가능성이 높고 본선경쟁력 측면에서도 유리한 게 사실이다. 하지만 한국 대통령선거는 늘 변화무쌍하게, 영화 같은 스토리를 만들어냈다.

8월 말부터 국민의힘 경선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면, 그와 맞물려 선거판에 어떤 새로운 변수들이 등장할지 아무도 모른다.싸울 때 싸우더라도 네거티브 공방보다는 더 나은 대한민국의 미래와 국민의 삶을 위한 생각과 담론의 충돌이 많이 일어나길 필자는 기대해 본다. 험난하고 복잡한 코로나19의 다음 세상을 책임져야 하는 국가지도자를 뽑는 여정이 아닌가?


장경상 필자

국가경영연구원 사무국장. 문학박사(고전번역). 청와대 행정관을 거쳐 기획재정부 장관정책보좌관을 역임했다. 공저로 <새 정부에 바란다>가 있다. 현재는 국가경영연구원에서 리더십연구에 힘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