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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쟁점 분석] 남북정상회담? ‘늦가을 판문점’ 가능성이 가장 크다

By | 2021년 8월 3일 | 정치, 한반도

2018년 4월 27일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공동 식수를 마친 후 군사분계선 표식물이 있는 ‘도보다리’까지 산책을 하며 담소를 나누고 있다. (사진=한국 공동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과연 네 번째 정상회담을 갖고 한반도 평화 무드를 살려낼 수 있을까? 남북정상회담의 시기와 방식은 어떻게 될까? 정상회담을 통해 북측이 노리는 것은 무엇일까?

남북 간에 지난달 29일부터 통신연락선이 재개된 것을 계기로 정치권에선 정상회담을 둘러싼 관측과 전망이 무성하다. 임기를 9개월 남겨둔 문 대통령은 한반도 평화 정착에 대한 의지가 강력한 것으로 전해진다. 여권에선 제4차 정상회담을 통해 남북 화해협력 및 북핵 해결 진전 등이 이뤄질 경우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가 본격화될 것이라고 말한다. 차기 정권에서도 이를 계승할 수 있도록 확고한 틀을 잡아놓자는 얘기도 들린다.

지난해 11월 미국 대선 이후 열 달 남짓 북측은 핵·미사일 실험을 자제하고 돌발적인 도발행위를 눈에 띄게 줄여왔다. 남북한-미국 간에 대화 재개 가능성도 그만큼 높아지고 있다. 여권 고위관계자는 “2018년부터 정상회담과 친서 교환, 직간접 대화 등을 통해 남북 정상 간에 쌓아온 신뢰관계가 결정적으로 작용했다”고 해석했다.


북측은 왜 군 통신선을 14개월 만에 복원했을까? 지난 4월부터 김 위원장이 두 차례 친서 교환을 통해 문 대통령의 판문점선언 이행 의지를 재확인했기 때문이다. 익명을 요구한 고위 관계자는 “군부의 반대를 무릅쓰고 김정은 위원장이 결단을 내린 것 같다”고 말했다. 북한 매체들이 한동안 통신선 복구 사실을 공식 언급하지 않았던 이유다. 통신선 재가동을 일종의 탐색 카드(?)로 내민 것으로 풀이된다.

미국 정부도 트럼프 정부 때의 북미 합의 내용을 재검토하며 대북 정책을 가다듬고 있다. 바이든 정부 역시 북핵의 점진적, 단계적 해법에 원칙적으로 동의했다는 얘기가 들린다. 한미는 요즘 다양한 채널을 통해 정보 및 의견 교환을 하고 있으며 한미동맹에 대한 신뢰 역시 복원된 분위기라고 한다. 한미연합훈련 중단에 대해선 “북핵 해결에 도움이 된다면~”이라는 전제 아래 긍정적인 분위기라고 전해진다.

◇정상회담 방식을 둘러싼 네 가지 선택

여권에선 남북정상회담을 둘러싼 몇 가지 시나리오가 나돌고 있다. 시기적으로는 내년 1월 베이징 동계올림픽을 데드라인으로 거론한다. 2~3월엔 사실상 불가능하지 않겠냐는 분석이 나온다.
내년 3월 9일 대선 투표일을 감안하면 남북 정상회담의 타이밍은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자칫 ‘대선용 이벤트’라는 정치적 공세에 휩싸일 수 있어서다. 예컨대 지난 2000년 남북정상회담(6월)에 합의했지만 김대중 정부는 그 합의 내용을 제16대 총선(4월) 직전에 터뜨려 결과적으로 진영 갈등과 보수 결집을 증폭시킨 바 있다. 게다가 이번에는 코로나19 위기 상황이라는 더 큰 장애물이 놓여있다.

①유엔 동시 가입 30주년을 활용한다
올 가을 유엔 총회를 계기로 남북 정상이 뉴욕에서 만나는 방안이다. 남북한의 유엔 동시가입 30주년 되는 해를 기념하는 의미를 담아서다. 두 정상이 유엔사무총장 초청 형식으로 유엔 총회 연설을 한 뒤 현지에서 정상회담을 갖는다면 남북한은 물론 유엔 차원에서도 상징적 의미가 클 것이다.
다만 코로나19 확산세를 무릅쓰고 양측에서 각기 수백 명씩 오가는 게 힘들고 북측에서 평양~뉴욕 왕복 항공편을 확보하는 것도 마땅치 않다. 백신 접종률이 제로(0)인 북한으로선 모험이나 마찬가지다. 이 방안이 전격 성사될 경우 남북 정상과 바이든 대통령이 참가하는 남북미 정상회동도 가능하다.

②베이징 동계올림픽 때 만난다
내년 1월 베이징 동계올림픽 개막식에 남북 정상이 각기 참석하는 방식이다. 지난 2018년 2월 평창 동계올림픽 당시에는 김여정 부부장의 참석을 계기로 남북 화해무드가 조성되고 그해 4월 제1차 남북정상회담이 열릴 수 있었다.
평양~베이징 국제열차노선을 활용하면 김정은 위원장 일행은 육로 편으로 쉽게 이동할 수 있다. 중국에 깔린 북한의 외교안보 인프라도 100% 활용 가능하다. 중국과 북한을 오가는 인력에 대해선 백신 사전 접종이 필요한데 북측이 동의할지 의문이다. 게다가 중국이 남북 사이를 중재하고 한반도 문제에 개입하는 모양새가 여러모로 부담스럽다.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이 남북 정상 사이에 끼어드는 장면을 국민정서상 받아들이기 곤란하다.

③교황의 방북 가능성에 주목한다
로마교황청이 타진 중인 프란치스코 교황의 방북이 성사될 경우 남북 정상이 만나는 방안이다. 교황은 김 위원장의 초청장이 오면 방북하겠다는 의사가 확실하다. 북측도 ‘검토해보겠다’는 분위기라고 한다.
교황이 서울-판문점-평양 순으로 남북한을 방문하되 문 대통령이 교황과 함께 평양으로 가서 남북정상회담을 열 수 있다. 교황청 성직자성 장관에 발탁된 유흥식 대주교는 최근 “교황 방북 가능성이 어느 때보다 높다”고 말한 바 있다.
이럴 경우 가장 큰 변수는 북한의 코로나19 방역 상황이다. 북한으로선 대규모 환영 행사를 열거나 국빈 방문 행사를 치르는 게 불가능하다. 반면 바이든 대통령이 독실한 가톨릭 신도라는 점은 약간의 플러스 요인이다. 요한 바오로 2세는 1998년 1월 쿠바를 방문해 쿠바의 문호 개방을 촉진했는데 프란치스코 교황의 방북 모델이 될 만하다.

④판문점에서 부담 없이 만난다
남북 정상이 화상회의를 통해 한두 차례 대화를 나눈 뒤 2018년 정상회담 당시처럼 판문점에서 만나는 방식이다. 코로나19 확산에 대한 북측의 공포심이 강력한데다 국내외 방역 시스템을 못 갖추었기 때문이다. 북중 국경을 꽁꽁 닫아걸었는데 남측에 대해서만 사람과 물자의 왕래를 허용할 리 없다. 남북은 판문점에서 이미 세 차례나 큰 행사를 치러봤고 야외에서, 예컨대 도보다리에서 두 정상이 환담하는 장면을 연출한 경험도 있다.
판문점이란 ‘통제된 공간’에서 남북 양쪽의 ‘제한된 인원’이 백신 접종 및 철저한 방역을 전제조건으로 만날 경우 코로나19 상황에서 가장 현실적인 정상회담 방안이라 할 만하다. 계절적으로는 늦가을이 유력하지만 내년 1~2월에 성사돼도 무방하다.

문재인 대통령(오른쪽부터)과 김정은 국무위원장,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2019년 6월 30일 판문점 자유의집 앞에서 만나 나란히 서 있다. (사진=판AP/연합뉴스)

◇정상회담의 크고 작은 변수들

북측은 정상회담으로 가는 과정에서 크고 작은 요구와 시비를 계속할 것으로 예상된다. 코로나19와 자연재해, 경제제재 등으로 극히 위축된 국내 상황을 타개하고 김정은 위원장의 위신을 세우기 위한 용도일 가능성이 크다.

가장 큰 변수는 8월 중 예정된 한미연합훈련이다. 북측은 훈련 중단을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 우리는 규모를 축소하거나 도상훈련으로 원만히 넘어가는 방안을 검토 중이나 북측은 대북 적대행위를 중단하는 상징으로 간주하고 있다.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은 지난 1일 저녁 담화문을 발표해 “희망이냐 절망이냐”를 선택하라고 촉구했다. 북측에선 통신선 복원을 언제든 원점으로 돌릴 수 있다.

우리 언론들은 이를 남북 통신선 복원에 대한 청구서라고 해석하나 여권 내부에선 “정상회담의 사전 조건”이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남북 관계가 진전되지 못할 경우 북측의 역선택도 우려된다. 미국을 겨냥한 핵·미사일 실험 재개, 한국의 차기 대선 국면을 흔들 도발행위를 재개할 수 있어서다.

이와 관련해 미국 측은 이중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미 국무부 대변인은 2일(현지시간) “한국의 안보와 연합방위태세를 유지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면서도 “미국은 남북 대화와 관여를 지지하고 남북 소통과 관련한 최근 움직임을 환영한다”고 밝혔다. 남북 정상회담이 성사될 경우 한반도 비핵화, 북미 관계 진전, 미중 패권경쟁 등에 미칠 영향을 감안한 것 같다. 그 바탕에는 한미동맹에 대한 신뢰가 깔려 있다.

북한은 한미연합훈련 말고도 다른 논란거리를 계속 제기할 것으로 봐야 한다.
예컨대 영국의 최신예 항모 ‘퀸 엘리자베스’호가 부산항에 들어오는 것도 그냥 넘어가지 않을 소지가 있다. 모두 8척으로 구성된 영국 항모 전단은 인도양을 거쳐 이달 말 한국으로 올 예정인데 북측은 이를 대북 압박용으로 간주하고 있다고 한다. 미국, 일본, 영국, 한국 사이에 이뤄지는 군사협력 구도로 볼 수 있어서다. 크게 보면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과 맞물려 있다.
한편 퀸 엘리자베스 호는 코로나19 집단 발병으로 인해 부산항 입항 행사를 당초 계획보다 크게 축소할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깨알’ 같은 문제제기로 남측의 인내심을 시험하고 남남 갈등을 부채질할 수 있다. 북한 인권단체의 대북 전단 살포는 물론이고, 할리우드 영화 <암살자들>의 국내 개봉 같은 것도 빌미로 삼을 가능성이 있다. 북한체제의 내부 단속용이라 봐도 무방하다.
※영화 <암살자들>은 김정은 위원장의 이복형 김정남이 2017년 2월 13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국제공항에서 두 여성에게 피살당한 사건을 재구성해 암살의 실체를 추적하는 다큐멘터리 영화다.

그러나 북한이 가장 큰 관심을 보일 분야는 코로나19 백신 확보와 경제 지원이라고 여권 관계자들은 입을 모은다. 국정원이 3일 정보위 회의에서 ‘북한이 북미회담의 전제조건으로 광물 수출 허용, 정제유 수입 허용, 생필품 수입 허용 등을 요구하고 있다’는 취지로 말했다는 게 이를 방증한다. 일단은 미국의 경제제재 수위를 낮춰야 급한 불을 꺼나갈 수 있다.

김정은 위원장은 지난해부터 코로나19 상황과 관련해 “전쟁 못지않은 시련”이라며 자신의 명예를 걸고 봉쇄조치를 계속하고 있다. 그러나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언젠가는 2300만 주민에게 백신 접종, 집단 면역을 실현해줘야 북한 사회가 정상 생활로 돌아갈 수 있다. 장마당과 한류(韓流)에 익숙해진 젊은 세대들은 북한 체제의 새로운 변수로 떠올랐다. 갈수록 팍팍해지는 생활에 주민들이 동요하는 걸 막아야 한다.

코로나19 백신 접종과 관련해 북한은 중국 정부가 제안한 시노백 백신이나 러시아의 스푸트니크V 백신을 거부해왔다. 요컨대 미국의 화이자, 모더나 백신을 원하고 있다는 거다. 전 세계에서 그걸 지원해줄 수 있는 상대는 대한민국밖에 없다. 하지만 우리도 9월까지 1차 백신 접종률이 70% 정도밖에 되지 않아 지금 당장 북한에 지원해줄 여력이 없다. 최소한 올 연말을 넘겨야 할 판이다. 국제사회의 백신 확보 전쟁은 내년에도 만만치 않다.

통일부는 최근 코백스 퍼실리티(COVAX Facility, 국제 백신 공유 프로젝트)를 활용해 대북 백신 지원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인도주의 차원에서 국제기구를 통해 간접 지원하는 게 그나마 정치적 논란을 최소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남측의 성의 표시에 북측이 얼마나 만족할지는 미지수이지만.


종합정리=한은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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