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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쟁점 분석] 여권發 ‘용산공원 아파트공급론’에서 놓치고 있는 세 가지

By | 2021년 8월 2일 | 정책

서울 용산 미군기지 전경(사진=연합뉴스)

문재인 정부 내내 이어진 서울과 수도권의 아파트값 폭등으로 계층 간 자산격차가 크게 벌어지고 사회적 갈등도 증폭됐다. 내년 3월 대선을 앞두고 서울의 집값 문제 해법은 여야 대선 후보들의 중요 공약이 될 가능성이 커졌다. 지난 4·7 재보궐 선거 참패 후 여권 내부에서 서울 용산공원 내 대규모 주택공급론이 나오는 배경이다. 그 방안도 갈수록 구체적으로 거론된다. 향후 논란이 될 수 있는 용산공원 공급론의 3대 쟁점을 미리 짚어본다. [편집자]

#여권 내부 용산공원 택지전환 ‘솔솔’
 서울 도심 대규모 아파트 신축?
#교통·상하수도 등 인프라 구축 간과
 수도권 집중현상 , ‘서울공화국’ 강화
#용산공원 조성 번복, 행정 신뢰 실추
 쟁점 사안 해답 없이 ‘공급론’ 무리

여권 일각에서 내년 대선을 앞두고 서울의 집값을 잡기 위한 방안으로 용산공원 공급론이 다시 제기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인 강병원 의원(재선)은 지난 5월부터 용산공원 부지에 8만~9만 세대의 아파트를 공급하자는 주장을 지속적으로 펼치고 있다. 여권의 1위 주자인 이재명 경기도지사 캠프에 합류한 박주민 의원(재선) 역시 최근 당내 정책조정회의에서 “서울 도심, 용산공원 예정 부지 일부에 공공주택을 짓는 파격적 방안도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며 거들고 나섰다.

용산공원 공급론은 서울 집값 문제 해결을 위해 곧잘 언급되는 방안이다. 2018년에는 청와대 국민청원 계시판에 “용산국가공원 부지에 임대주택 50만호를 허하라”는 청원이 수차례 올라오기도 했다. 올해 2월에는 미래에셋그룹의 박현주 회장이 용산에 공원 조성보다 아파트를 공급하는 편이 낫다고 주장했다. 민간에서 주장하던 용산공원 공급론이 최근 여당 중진 의원들에 의해 불 지펴지고 있는 이유는 대선 공약으로 그만큼 폭발력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젊은 세대의 표심을 잡는데 그만한 효과를 낼 공약 후보군을 찾아보기 힘들다.

용산공원 공급론이 서울의 부동산 문제 해법으로 진지한 논의가 되기 위해서는 크게 세 가지 측면의 쟁점들을 해결해야 한다. 이에 대한 공급론자들의 해답이 나와야 그 주장에 힘이 실릴 수 있다.

도심 내 24만 인구 신도시, 인프라 확충 문제

먼저 서울 도심 내 인프라 확충 문제다. 현시점에서 용산공원 공급론의 가장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한 강병원 의원은 용산공원 내 역세권에 용적률을 올려줘 8만 가구의 아파트 공급이 가능하다고 주장한다. 산술적으로 8만 세대의 아파트가 들어설 경우 세대당 3인 기준만 해도 24만 명이 새로 거주하게 된다.

따지고 보면 인구 24만 명도 결코 적은 숫자가 아니다. 춘천시와 하남시, 거제시 등의 인구가 20만 명에서 30만 명 사이다. 용산공원 내 8만 가구 신규 공급은 서울 용산 도심에 웬만한 지방도시 규모의 상주인구가 더 늘어난다는 것을 의미한다. 참고로 미 8군이 용산에 주둔하던 당시 상주인구는 약 5만 명 정도로 알려졌다. 단순히 계산해도 기존 인프라가 감당하던 인구보다 3~4배 정도 상주인구가 증가하는 셈이다.

공급론에서 간과하는 지점들이 교통과 상하수도, 교육, 환경 등 기반 시설의 인프라 구축이다. 거주 인구가 늘어나면 그만큼 교통시설이 뒷받침되어야 하고 상하수도 처리와 전력, 그리고 학교 증설 등 고려해야 할 지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용산공원의 대규모 주택공급론을 주장하는 이들은 거주 인구의 폭증 시 따라오는 인프라 수요에 대한 시뮬레이션 결과를 제시해야 한다. 하지만 공급론을 주장하는 이들 중에서 용산공원 내 대규모 공급을 하더라도 도시 인프라 관점에서 무리가 없다는 것을 설명하는 경우를 아직 보지 못했다.

즉 8만 가구의 규모를 제대로 가늠하지 않거나 이를 외면하다 보니 이런 일이 생긴다. 8만 가구 규모의 대략 10분의 1 수준일 때를 떠올리면 상상하기 쉽다. 서울 송파구 가락시영아파트를 재개발한 헬리오시티는 현재 9510세대로 단일 규모로 한국에서 가장 큰 대단지 아파트다. 대지면적은 40만5782㎡로 여의도공원(22만 9539㎡)의 약 1.8배다. 용산공원 예정부지 공급론의 맹점이 또 하나 나오는 지점이다.

현재 용산공원 예정부지 면적은 약 243만㎡이다. 이곳은 기존 미 8군의 사우스포스트와 메인포스트가 있던 곳이다. 여기에 유엔사와 유엔사 수송부, 캠프 킴 등 부속부지가 약 18만㎡ 규모다. 헬리오시티 같은 규모의 단지가 5개에서 6개 정도 들어가는 게 최대치라고 할 수 있다.

물론 헬리오시티보다 용적률을 더 높여 초고층, 초고밀로 아파트를 지으면 공급 세대 수가 더 늘어날 수 있다. 강 의원이 예를 들었던 ‘용산 베르디움 프렌즈’의 대지면적은 7037㎡로 지하 7층에다 지상 35~37층 2개 동 1086가구 규모다. 용산공원 예정부지(유엔사, 유엔사 수송부, 캠프 킴 등 포함) 약 263만㎡부지에 ‘용산 베르디움 프렌즈’와 같은 규모의 아파트를 지으면 산술적으로 37만 세대의 아파트를 공급할 수 있다는 계산은 나온다.

단 ‘용산 베르디움 프렌즈’는 소형 평형 중심의 아파트다. 19㎡와 49㎡가 주력 평형이다. 그래서 강 의원도 “반환부지를 20% 활용해 공공주택 8만 세대를 짓자”고 나름의 절충안을 제시했다고 보인다. 하지만 ‘용산 베르디움 프렌즈’는 지하철 4호선 삼각지역 인근 철로변 자투리땅을 이용한 이른바 ‘나 홀로 단지’에 가깝고 청년과 신혼부부들을 위해 특화된 임대아파트이다. 굳이 용산공원 예정부지를 건들지 않더라도 역세권 내 고밀 개발과 주택공급은 서울시와 국토교통부에서 현재 진행하고 있는 사업이기도 하다.

1000여 가구에 달하는 서울 최대 규모의 청년주택 ‘용산 베르디움 프렌즈아파트’.  입주가 시작된 2월 15일 아파트 앞으로 차량들이 이동하고 있다. 이 청년주택은 지하 7층, 지상 35∼37층 2개 동이다. 건폐율 57.52%, 용적률 961.97%가 적용됐다. (사진=연합뉴스)

서울 도심 구심력 확대 따른 수도권 집중 강화

용산공원 공급이 가져올 또 다른 부작용은 바로 서울 집중을 묵인하는 시그널을 정부가 준다는 점이다. 서울의 집값은 사실 문재인 정부 들어서 갑자기 불거진 문제는 아니다. 박철수 서울시립대 교수의 <한국주택 유전자 I·II>에 따르면 서울의 집값은 이미 일제 강점기부터 다른 지방에 비해 늘 비쌌다. 집값이 비싼 이유는 서울에서 살고 싶은 인구가 계속 늘어나서다.

따라서 서울의 아파트값 급등 문제는 갈수록 서울공화국이 되어가고 있는 한국 사회의 근본적인 쇄신 없이는 풀기가 어렵다. 때문에 문재인 정부가 원형으로 삼고 있는 참여정부에서는 행정수도 이전을 비롯해 지역균형발전론을 앞세워 서울의 정치·행정·경제 권력을 지방으로 분산하려 했다. 하다못해 박정희, 전두환, 노태우 정부도 서울 집중 현상을 막기 위해 3군 본부가 내려가 있는 계룡대 등을 행정수도로 이전하는 계획을 세운 바 있고 이런 맥락에서 대전에 제2정부종합청사가 지어지기도 했다.

서울에 사는 입장에서는 당장 서울 도심에 대규모 신규 아파트가 공급되면 아파트값이 안정될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대한민국은 5200만 인구 중 서울에서 사는 970만 명만을 위한 나라는 아니다. 서울의 집값이 비싸졌으니 도심 내 대규모 공급을 통해 집값을 끌어내리겠다는 논리는 한 쪽에서는 박수를 칠 수도 있지만, 이는 서울의 구심력을 더 강화하겠다는 ‘서울공화국’  중심의 논리일 수 있다. 국토균형발전이란 관점에서 보면 서울의 높은 집값은 그나마 지방의 경쟁력을 살리는 지점일 수 있다. 그럼에도 서울 도심에 대규모로 아파트를 공급해 수십만 명의 인구를 더 서울로 유입시키겠다는 정책을 다른 지역에서는 어떻게 받아들일 수 있을까?

‘사회적 합의’ 용산공원특별법 번복 문제

세 번째는 한국 사회 원칙과 합의의 문제다. 용산은 역사적으로 한국의 자주성이 침해당했던 대표적인 지역이었다. 구한말 청나라 군대부터 시작해 일제 강점기에는 일본군이 차지하고 있었고 해방 후에는 미군이 용산을 차지했다. 주권국가의 수도 한복판을 외국 군대에 무상으로 내어주었던 셈이다. 1990년 용산기지 반환 문제가 처음 공론화된 이후 2003년 노무현 정부 당시 한미 정상 간에 용산기지 이전을 합의했고 이를 계기로 용산기지 이전협상 국회비준, 2005년 국내 최초 국가도시공원 조성 발표를 거쳐 2008년 ‘용산공원 조성 특별법’이 제정됐다. 이후 정권이 몇 차례 바뀌었지만 ‘용산공원 조성 특별법’에 손을 대자는 목소리는 정치권에서 일절 나오지 않았다.

오히려 이명박 정권 시절인 2011년 공원 조성의 기본구상인 종합기본 계획을 수립했고 더디지만 용산공원 조성을 위한 정부 차원의 작업은 지속됐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에도 2019년 ‘용산공원조성추진위원회’가 총리 직속으로 격상되었고 특별법 제정 의도대로 공원화를 위한 계획이 세워지고 있다. 용산공원조성추진위는 국무총리와 민간위원장(유홍준 명지대 석좌교수)이 공동위원장을 맡고 있다. 민간위원 외에 기획재정부, 국방부, 행정안전부, 문화체육관광부, 환경부, 국토교통부 등 6개 부처 장관과 국무조정실장, 서울시장 등이 정부 쪽 위원으로 참여하고 있다.

용산공원 조성계획은 올해 안에 최종 확정될 가능성이 크다. 때문에 용산공원 안에 주택을 공급하기 위해서는 특별법을 개정해야 하고 추진위원회의 용산공원 조성계획안에 주택 공급안을 담아야 한다. 그렇기에 현재 여권 일부에서 제기되는 용산공원 주택공급론은 더욱더 탄력을 받아야 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런 움직임들은 결국 한국 사회가 모처럼 합의한 국가 행정의 원칙을 스스로 허문다는 관점으로도 접근할 수 있다. 용산공원 조성계획은 이미 1990년부터 국민적인 논쟁을 거쳐 한국이 비교적 장기적인 계획을 가지고 추진해온 국가 프로젝트다. 가뜩이나 진영·이념 등으로 갈라진 한국 사회가 오랜 기간 논의하고 합의해 특별법으로 만들어 손을 대지 못하도록 했다. 이를 다시 번복한다는 것은 국가 행정에 대한 신뢰를 떨어뜨리는 일이다. 향후에도 국가적 합의를 하고 특별법으로 제정해도 정치권의 표 계산으로 이를 번복할 수 있다는 사례로 남을 수 있다. 이에 대한 반론은 어떻게 제시할 것인가.

용산공원 내 대규모 주택공급은 서울 사람들에게 장밋빛 공약이 될 수 있다. 서울 아파트값이 폭등한 상황에서 서울 도심에 택지가 없으니 용산공원에 집을 지어 집값을 안정화시키자는 주장은 타당해 보인다. 공공임대, 민간임대, 분양 등 그 방식은 다르지만 그곳에 수만 세대의 집을 공급하면 서울 집값은 떨어진다는 주장은 이론적으로 설득력이 있다. 하지만 앞서 언급한 세 가지 이유로 그 이면의 문제점들을 같이 들여다봐야 한다.

게다가 한국은 출산율이 전 세계에서 유례 없이 낮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서울 용산에 국가공원 대신 대규모로 아파트를 지었을 때 파생할 10년 후, 20년 후 문제점에 대해 용산공원 주택공급론자들은 어떤 복안을 가지고 있는지 궁금하다. 주택가격은 시대 흐름과 수요에 따라 움직일 수 있지만 한번 지어진 집은 움직이지 않는다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글=김용운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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