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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정훈 칼럼] ‘무료-저가’ 빅테크 기업들, 바이든 정권은 왜 그들과 싸울까?

By | 2021년 7월 29일 | 美 정치 깊이·멀리 보기, 국제

조 바이든 대통령이 지난 8일 백악관에서 연설하고 있다. (사진=AFP/연합뉴스)

미중 패권전쟁을 벌이는 조 바이든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이 약속이나 한 듯 국내에선 빅테크와의 전쟁을 벌이고 있다. 정치체제에 관계없이 온갖 데이터를 독과점한 ‘빅 브러더’의 출현을 우려하고 있는 것이다. 한국에선 요즘 ‘네카라쿠배’라는 유행어가 나돈다. 네이버, 카카오, 라인, 쿠팡, 배달의민족을 말한다. 반독점 전선은 한국으로도 확대될 수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행정부 인사를 통해 빅테크 규제의지를 본격화하고 있다. 민주당 안에서 ‘빅테크 규제 3인방’으로 손꼽혔던 인사들을 모두 발탁했다. 연방공정거래위(FTC), 법무부 반독점국, 국가경제위(NEC)의 고위직에 배치한 것이다. 중국에서는 알리바바에 이어 내로라하는 빅테크들이 전전긍긍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마윈(馬雲, 알리바바 창업자)의 체제 비판 발언 이후 각종 규제 법안과 조치 등이 잇따르고 있어서다.
한편 빅테크 기업들은 코로나19 상황에서도 환상적인 경영실적을 과시했다. 예컨대 애플은 지난 2분기(4~6월)에 지난해 동기보다 36% 급증한 814억 달러(약 94조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구글의 모회사인 알파벳은 618억 달러(+62%), 마이크로소프트는 462억 달러(+21%)였다. 아마존, 넷플릭스 등도 비슷하다. [편집자]

#빅테크 反독점 3인방, 요직 포진
  규제 법안·행정명령 등 전면전 박차
#美 반독점법, ‘소비자 후생’에 기반
  가격 상승 없으면 규제하기 어려워
#低價 내세워 개인정보 모으는 빅테크
  저임금 노동자 종속, 민주정치 위협
#반독점 혁명, 패러다임 뒤집는 시도
  한국 ‘네카라쿠배’도 영향 받을 것

“평범한 시민들은 독점기업에 무엇을 해야할까? 혹은 어떻게 생각해야 하는가?”

지난해 10월 29일 뉴욕타임즈의 IT전문 팟캐스트 Sway에 서른 한 살의 젊은 교수가 출연했다. 주제는 미국내 빅테크 기업의 독점 논란이었다. 테크 저널리스트인 카라 스위셔의 질문에 교수는 이렇게 답했다.

“소비자 불매운동에 대한 유혹이 있겠지만 많은 경우 빅테크 기업의 서비스가 인프라기 때문에 소비자 불매운동은 혼란에 빠질 수 있다. 이런 문제는 소비자로서 받아들여야 하는 게 아니라 정치적인 시민으로서 받아들이고 직면해야 할 문제다. 사람들이 정치적 변화와 입법의 변화를 위해 조직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개혁은 입법과정과 정부로부터 이루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빅테크 기업의 독점에 맞서 시민들을 조직화해야 한다고 주장한 젊은 교수는 당시 컬럼비아대학 로스쿨 부교수였던 리나 칸(Lina Khan)이었다. 리나 칸은 지난 6월 미국 연방공정거래위원회 역대 최연소 위원장으로 이름을 올렸다.

미국 정가와 빅테크 기업(구글, 애플, 페이스북, 아마존, 넷플릭스) 간에 전면전이 불붙고 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대표적 빅테크 규제론자 팀 우(Tim Wu)를 국가경제위원회 테크 및 경쟁정책 담당 특별자문역으로 영입했다. 또한 로스쿨 재학 시절 발표한 아마존의 반독점 역설(Amazon’s Antitrust Paradox)이라는 논문으로 스타가 된 리나 칸을 연방공정거래위(FTC) 위원장으로 임명했다. 여기에 ‘구글의 적’이라 불릴 정도로 빅테크 기업에 맞서 왔던 변호사 조너선 캔터(Jonathan Kanter)를 지난 20일 법무부 반독점국장으로 지명했다. 민주당 내 진보진영이 바이든 정부 출범 당시부터 요구했던 빅테크 반독점 3인방 ‘Wu & Khan & Kanter’의 고위직 임명이 현실화된 것이다. <아래 사진 참조>

반독점 인사들 요직 배치, 관련 법안들 처리

미 하원 법사위에서는 지난 6월 반독점 법안 6건이 통과됐다. <관련 New York Times 기사> 이 법안들은 빅테크가 자사가 운영하는 플랫폼에서 다른 참여 기업들과의 이해 충돌 행위를 못하도록 금지하는 등 사업모델 자체에 영향을 미치는 내용까지 포함한다. 예컨대, 아마존이 아마존닷컴에서 자체 브랜드 상품을 파는 데 제약을 받게 되고, 구글이 검색 결과에 구글맵이나 유튜브 검색 결과를 먼저 노출하지 못하게 막는 것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반독점 관련 행보를 서두르고 있다. 7월 9일 테크기업 외에도 노동시장, 헬스케어, 운송, 농업, 소비자금융 등 다양한 분야에서 10여 개 정부기관에 대한 72개의 지시를 담은 경쟁 촉진을 위한 행정명령을 발령했다. 백악관이 배포한 근거자료에는 경쟁 제한으로 인해 미국 중위가구가 연간 5000달러씩 손해를 보고 있다는 구체적 수치와 이를 뒷받침하는 통계자료가 제시되어 있다. 바이든 백악관은 정부 차원에서 독자적으로 할 수 있는 정책은 의회 입법을 기다리지 않고 시행하고 있다.
바이든은 20세기 초반 석유와 철도의 독점 해체를 단행한 ‘테디’, 1930년대 뉴딜 정국에서 적극적으로 반독점 정책을 집행한 ‘프랭클린’, 두 명의 루스벨트 대통령을 직접 언급하며 반독점 행보 의지를 보이고 있다.

‘Wu & Khan & Kanter’ 머그컵을 들고 의사당에 앉아있는 민주당 먼데어 존스 하원의원. (사진=트위터 캡처)

反독점법은 무엇을 규제하는가?

바이든 정부의 행보는 단순히 ‘빅테크의 문제가 심각하니 빅테크 비판론자를 요직에 앉혀 규제를 강화하자’는 수준이 아니다. 이 싸움의 전선은 ‘반독점법은 무엇을 규제하는가 혹은 규제해야 하는가’라는 근본적 질문이다. 지금의 국면을 ‘바이든의 반독점 혁명’(The Biden Antitrust Revolution)이라고까지 부를 만한 이유가 있다. <관련 New Yorker 기사>

그렇다면 빅테크를 반독점 차원에서 규제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아마존에서 최저가로 물건을 살 수 있으면 되는 것 아닌가? 아마존이 자영업자에게 피해를 주거나, 노동자를 가혹하게 다룬다면, 반독점 기구가 아니라 다른 정부기관이 해결할 문제가 아닌가? 이런 의문들을 갖게 든다면, 그야말로 미국에서 지금 지배적인 반독점법 이론과 같은 사고방식을 가진 것이다.

현재 반독점법의 규제 대상은 독점 자체가 아니다. 구글이 미국 검색엔진 시장의 90%를 장악했다 해서, 페이스북에 필적하는 소셜미디어 경쟁자가 없다고 해서, 그 자체로 규제 대상이 되는 것은 아니다. 반독점법 위반 여부의 판단 기준은 경쟁 사업자 수, 시장점유율이나 집중도 등 구조적 요소가 아니라 바로 ‘소비자 후생’(consumer welfare)이다. 어떤 기업이 경쟁에서 이겨 시장을 독점하게 될 수 있지만 소비자가 그로 인한 가격 상승이라는 부담을 지지 않으면 괜찮다는 것이다.

현대의 반독점법 이론을 정립한 로버트 보크(Robert Bork, 1927~2012)는 <반독점의 역설(Antitrust Paradox)>이라는 저서를 통해 ‘반독점법의 유일한 목적은 소비자 후생이고, 소비자 후생만 나아지면 독점도 상관없다’고 주장했다. 미국 연방대법원 역시 1979년 이런 법리를 받아들였다. <로버트 보크의 영향력에 관한 Washington Post 기사>

이런 기준은 충분히 합리적이고, 경제학으로 측정 가능한 지표를 제시하기 때문에 유용하다. 하지만 빅테크 규제에는 무력하기 짝이 없다. ‘네트워크 효과’에 기반한 플랫폼 기업은 사용자를 많이 모을수록 가격을 내리거나 심지어 공짜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빅테크의 시장점유율이 독점에 가까워지고 천문학적 기업 규모에 엄청난 영향력을 갖게 되었지만, 소비자 가격에 영향이 없는 한 반독점법으로 규제하기는 사실상 어려웠다.

20세기 초반 反독점 법조인의 부활

결국 빅테크의 영향력에 대한 문제의식을 가진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그들의 주장이 최근 몇 년 새 점점 세력을 확대하게 된다. 소비자 후생이라는 기준이 법에 못 박혀 있는 것도 아니고 처음부터 언제나 당연했던 것도 아니므로, 반독점법으로 빅테크를 규제할 수 있다는 혹은 규제를 해야 한다는 논리는 얼마든지 생각할 수 있다.

리나 칸의 논문 아마존의 반독점 역설(Amazon’s Antitrust Paradox)은 기업이 시장을 독점해도 가격에만 영향이 없으면 독점규제에 위반하지 않는다고 보는 전통적 시각은 빅테크에 적합하지 않다는 점에서 출발한다. 아마존을 이용하는 소비자가 지불하는 가격이 낮아졌다는 이유로 이를 규제하지 않으면 그 지배력은 더욱 커지고 그 플랫폼에 소상공인, 저임금 노동자 등이 종속되어 발생하는 경제적 문제는 해결할 수 없다는 점을 정면으로 제기한다.
팀 우 역시 자신의 저서 <빅니스(원제: The Curse of Bigness)>에서 패전국인 독일이나 일본의 역사를 통해 알 수 있는 것처럼 독점기업과 정치권력의 결탁은 결국 혁신과 국가경제에 악영향을 준다고 주장한다.

20세기 초 활동했던 미국의 법조인 루이스 브랜다이스.

흥미롭게도 이들은 20세기 초반의 변호사이자 법조인이었던 루이스 브랜다이스(Louis Brandeis, 1856~1941)를 소환한다. 정유업계를 지배한 록펠러, 철도 독점회사를 시도한 J.P. 모건 등에 맞서 ‘민중의 변호사(People’s lawyer)’로 불렸던 인물이다. 1916년부터 1939년까지 무려 23년간 연방대법관을 역임했다. 브랜다이스는 특정 기업에 힘이 집중되면 민주주의에 위협이 된다는 점을 반독점의 근거로 제시했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소비자 후생이란 게 반독점 규제를 하지 않을 충분한 이유가 될 수 없다는 것이다. 독점기업은 경제적 효율의 문제가 아니라 민주주의 체제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관련 WSJ 기사>

팀 우의 저서, 리나 칸의 논문은 모두 브랜다이스의 사상에 기반해 있고, 그런 이유로 이들을 ‘新브랜다이스주의자’(Neo-Bransdeisians)라 부른다. <시카고대학 로스쿨 교수 Eric Posner의 관련 분석> 브랜다이스의 21세기 후예들은, 미국의 고도성장과 경제력 집중이 동시에 이루어진 도금시대(Gilded Age)의 록펠러, 카네기 등과 마찬가지로 지금의 빅테크들이 갖게 된, 통제하기 어려운 권력을 쟁점으로 부각한다.

전체주의 국가보다 강력해진 빅테크들

브랜다이스의 사상이 다시 주목을 받는 이유는 뭘까? 기존의 반독점 규제로 대응할 수 없는 혹은 대응하지 않았던 빅테크의 문제점에 대해 매우 현실적이고 효과적인 타격을 가할 수 있어서다. 빅테크가 수집하는 광범위한 개인정보는 전체주의 국가 차원에서조차 달성하기 어려운 수준이고, 결국 사람들을 조종하고 기업 이윤을 높이는 데 사용된다.
2016년 미국 대선 당시 러시아 정부가 페이스북을 통해 영향을 미쳤던 사례, 가짜뉴스와 음모론의 온상이 되어 버린 유튜브 등은 ‘규제 무풍 지대’의 빅테크가 민주주의 체제에 해악을 끼칠 수 있다는 사실을 방증했다. 전통적인 반독점 분석으로 폐해를 측정할 수 없다는 이유로 이런 위험을 무시할 수는 없다.

이에 대해서는 물론 반론의 여지가 있다. 소상공인 보호, 노동 문제, 가짜뉴스, 개인정보 보호 등은 규율하는 법이 각각이고 규제당국이 다른데, 반독점법으로 해결하는 것이 타당하냐는 것이다. 정치적 이유로 독점을 규제하는 것, 경제적 효율 외의 문제를 반독점 당국이 다루는 것이 적절한지 근본적인 의문에 맞닥뜨린다.

이에 대해 新브랜다이즈주의자들은 독점기업의 압도적 힘은 “입법에 영향을 미치거나 규제 자체를 무력화할 수준에 도달했다”고 지적한다. 빅테크의 개별 행태 규제를 넘어 이들의 인수∙합병이나 사업영역을 제한하고 필요할 경우 사업체를 분할·해체하는 등 기업지배구조를 건드리는 방식으로 독점기업 자체를 약화시키는 것 말고는 실효적인 해결책이 없다는 것이다.

미국의 빅테크 GAFA 이미지. (사진=로이터/연합뉴스)

미국은 GAFA, 한국은 ‘네카라쿠배’

미국에서 빅테크를 GAFA(Google, Amazon, Facebook, Apple)로 약칭하는 것처럼, 한국에서도 ‘네카라쿠배’(네이버, 카카오, 라인, 쿠팡, 배달의민족)라는 표현이 등장했다. 아직까지는 노동, 불공정거래 혹은 소비자 보호 등의 개별 이슈가 제기되는 수준이지, 이들을 근본적으로 건드리는 반독점 규제 자체가 논의의 핵심은 아니다.

그러나 사업모델에 내재된 이슈는 비슷하기 때문에 미국에서 제기된 문제 그리고 이에 대한 정부 대응은 어떤 식으로든 한국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바이든 정부의 반독점 행보에 주목하는 이유다.

미국 정부와 빅테크의 싸움은 물론 단기간에 끝날 리 없다. 실리콘 밸리가 위치한 캘리포니아주(州)에 지역구를 둔 민주당 의원 중 상당수는 반독점 법안에 반대하고 있다. 이들의 선거자금 후원규모도 만만치 않다. 공화당 의원들이 빅테크 규제에 찬성하는 이유는 조금 다르다. 빅테크가 보수 진영의 주장을 억압하는 방식(예컨대 트럼프를 소셜미디어에서 퇴출시킨 사례)으로 정치적 영향을 미치는 데 대해 뭔가 대응이 필요하다는 계산에 기인한다.

이 문제가 법적 공방으로 확대될 경우 금방 결론이 내려질 가능성도 낮다. 새로운 반독점 규제가 이미 소비자 후생을 반독점의 기준으로 채택했고 최근 몇 년 새 압도적인 보수진영 우위로 돌아선 연방대법원에서 어떻게 판단을 내릴지도 미지수다.
빅테크 역시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다. 하원에서 논의되는 법안은 결국 소비자에게 해를 끼친다는 원론적 반박부터 아마존, 페이스북이 리나 칸에 대해 제기한 기피신청 같은 절차적 시비까지 이미 반격은 진행되고 있다.

소비자 후생이란 ‘공리’에 대한 도전

빅테크 규제에 대한 유권자들의 지지가 얼마나 견고한지도 의문이다. 어느 여론조사에 의하면, 응답자의 절반 이상이 의회의 빅테크 규제에 찬성 입장을 밝혔으나, 그러한 법안으로 인해 아마존프라임 무료배송이 제한될 수 있다는 설명을 듣고선 그 중 절반 넘는 응답자가 생각을 바꾸었다고 한다. <관련 CNBC 보도>

바이든 정부의 정책은 반독점법의 규제 대상을 재정의하려는 싸움이고, 오랜 기간 공리(axiom)로 받아들여져 온 반독점 이론에 대한 도전이다. 20세기 중반 로버트 보크와 시카고학파가 ‘소비자 후생’을 내세워 이룬 혁명에 대해 20세기 초반의 인물 루이스 브랜다이스의 사상에 기초한 반(反)혁명이라 해도 좋다.

프랑스 작가 빅토르 위고는 “자기 시대가 도래한 사상(an idea whose time has come)만큼 강력한 것은 없다”는 말을 남겼다. 이는 1964년 민권법 통과 당시 미국 의회에서 인용된 바 있다.
경쟁을 통해 혁신을 만들고 민주주의를 지키자는 新브랜다이스주의자들의 아이디어는 여러 가지 의문을 던지고 있다. 특히 빅테크 규제는 과연 ‘자기 시대’를 맞았는지, 빅테크들은 자신의 제국을 어떻게 지켜낼지, 바이든의 정책은 과연 ‘성공한 혁명’과 ‘실패한 도전’ 사이에서 어떻게 평가받을지 등이다. 우리는 반독점과 빅테크 사이에서 역사의 한 순간을 지켜보고 있다.


유정훈 필자

변호사(한국 및 미국 뉴욕 주). 2011년 미국 연수 당시 버락 오바마에 맞설 공화당 대선후보 경선이 한창이어서 미국 정치·선거에 본격적으로 관심을 갖게 됐다. 이후 페이스북에서 꾸준히 미국 정치와 법에 관한 ‘덕질’을 계속하고 있다. 메디치미디어가 출간한 <상 차리는 남자? 상남자!>를 공저했다. 각종 언론매체의 칼럼니스트로도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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